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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1화

Author: 조십일
차미주: ???

웃으며 차미주를 끌어당긴 한성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진짜 여우 같은 게 뭔지 곧 보게 될 거야.”

차미주는 어리둥절한 채로 한성우의 손에 이끌려 차에서 내렸다.

예약된 룸에 들어가자 심근호 가족은 도착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심근호 부부는 나란히 자리에 앉아 있었고 단정한 옷차림에서 그들이 이번 만남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흰색 티셔츠를 입은 캐주얼한 옷차림의 심원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채지윤의 옆에 앉아 있었다. 그는 온몸으로 이 자리에 관심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 채지윤의 시선은 곧바로 한성우 뒤에 있는 전연에게로 향했다. 순간 눈을 반짝인 채지윤이 테이블 아래로 심근호를 살짝 잡아당겼다.

한성우가 미소 지으며 사과했다.

“늦어서 죄송해요. 두 분 오래 기다리셨죠? 병원에 갑자기 응급환자가 생겨서 시간을 좀 지체했어요. 시간 맞춰 도착하려고 했는데 결국엔 늦었네요.”

채지윤이 말했다.

“괜찮아요. 저희가 일찍 도착해서 그래요. 게다가 병원은 원래 돌발 상황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잖아요. 일부러 늦은 것도 아닌데 한 대표님이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심근호도 맞장구치며 말했다.

“서 있지 말고 얼른 앉아요. 식사하면서 얘기해요.”

심근호와 채지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전연은 곧 심원 옆에 놓인 의자를 빼내며 자리에 앉았다.

멈칫한 심원이 은근슬쩍 의자를 채지윤 쪽으로 옮겼다. 그러자 채지윤은 의자를 툭 차내며 심원을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보냈다.

심원: ...

자리에 앉은 한성우가 심근호 부부에게 차미주와 전연을 소개했다. 물론 전연을 소개하는 것이 이 자리를 마련한 제일 중요한 목적이었다.

전연 역시 예의 바르게 심근호 부부와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들의 질문에 침착하고 솔직하게 대답하는 그녀의 모습은 당당하기만 했다.

채지윤이 전연에게 심원을 소개했다.

“여긴 제 아들인 심원이에요. 전연 씨보다는 2살이 많고 줄곧 해외에서 경영을 전공했어요.”

말하며 채지윤은 심원에게 눈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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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시은은 그 질문엔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한현진에게 강한서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강 대표님 12살 쯤 되었을 때 일이예요. 신미정은 강 대표님에게 야외 생존에 관련한 학원을 등록해줬었어요. 하지만 승인을 받은 학원이 아니었고 선생님과 스텝들도 전문가가 아니었어요. 그 탓에 산에서 내려와서야 낙오된 학생이 있다는 걸 발견했죠.”“강 대표님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에 집안은 난리도 아니었어요. 그때의 전 막 신미정과 안면을 튼 사이라 빨리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강 대표님을 찾는 일에 뛰어들었죠. 깊은 산은 아니었지만 나무가 무성했고 날도 빨리 어두워져 수색이 어려웠어요.”“하지만 다행이도 산에 오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강 대표님을 발견했어요. 당시의 강 대표님은 발을 다쳐 걸을 수도 없었어요. 그런 상황에 신미정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달려가 안아주지도, 위로하지도 않더니 날 잡더니 그러더라고요.”“부르지 마요. 겪어봐야 잘못한 걸 알죠.”“그렇게 우리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무력함과 공포에 떠는 강 대표님을 한 시간 반 가까이 지켜봤어요. 그러다 누군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인기척에 신미정이 강 대표님 앞에 나타났죠.”“그땐 신미정이 왜 그렇게 아들을 대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어요. 나중에 알게 됐죠. 그건 아들을 조련하고 있다는 걸. 강 대표님이 제일 나약한 순간에 나타나 본인을 향한 의지와 순종을 극대화하려고 했던 거예요.”“회장님께서도 그 사실을 인지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강단한 대표님이 돌아가신 후 강 대표님을 바로 곁으로 데리고 오셨어요.”“회장님 덕분이 아니었다면 썩은 사상으로 가득한 신미정이 강 대표님처럼 훌륭한 아들을 뒀을 리가 없어요.”말을 마친 양시은이 한현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현진 씨 덕분에 강 대표님이 알게 된 거예요. 진심을 자길 위한다는 게 어떤 건지. 그러다보면 언젠가 신미정의 조련에서 벗어나게 되겠죠. 아들이 자기 통제를 벗어난다고 생각하면 무섭지 않았을까요?”“신미정 그 여자에게 진심이라는 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57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쌍둥이라니!]그 글귀를 본 한현진 역시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강한서는 이처럼 기분을 밖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렇게 글로 표현하는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한현진이 다시 노트로 시선을 내렸다. 행복 가득한 웃음 밑에는 전과는 다른 펜으로 쓴 글이 있었다. 아마 나중에 따로 더 적어둔 글 같았다. [뭘 좋아해! 얼마나 고생인데!]강한서는 산부인과에 다녀올 때마다 아이의 변화를 기록하기 위해 노트 작성을 시작한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노트엔 한현진의 변화로 가득 했다. 한현진의 입덧이 심해질수록 그의 기분도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다. 한현진은 그동안 부질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강한서는 한현진이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임신한 한현진을 신경 쓰고 있었다. 욕실 문이 열리자 한현진이 얼른 노트를 덮어 서랍에 넣었다. 강한서가 머리의 물기를 털며 욕실에서 나왔다. 침대 맡에 기대앉은 한현진을 본 그가 침대로 걸어왔다. “안 자?”“자려고.”한현진이 웃었다. “너랑 같이.”강한서가 한현진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 “머리만 말리고 바로 올게.”“응.”몇 분 후, 강한서가 돌아오자 침대에 누워 기다리고 있던 한현진이 가까이 다가와 강한서의 품에 기댔다. “강민서 약혼식에 정말 어머님 안 부를 거야?”“오면 다들 불편하기만 할 거야.”강한서가 한현진의 어깨를 토닥이며 덤덤하게 말했다. “엄마는 민서를 본인 마음대로 통제하려고 해. 민서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자라면서 말을 잘 듣던 아니었어. 그런 애가 엄마 의견도 묻지 않고 마음대로 결정을 내렸으니 절대 가만히 있으려고 하지 않을 거야.”“민서는 엄마를 닮아 도도해 보이지만 사실은 겁이 많고 주견도 없는 애야. 엄마가 와서 민서 앞에서 헛소리를 늘어놓으면 걔가 돌이킬 수 없는 짓이라고 할까봐 걱정이야, 난.”“그럼 아까 민서가 어머님을 모시고 싶다고 대답하면 어떡하려고 그랬어.”강한서가 말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56화

    시선을 내리고 노트를 작성하던 강한서의 손이 잠깐 멈칫했다. 그는 계속 펜을 끄적이며 담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넌 참석했으면 좋겠어?”잠시 침묵하던 강민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아니. 하지만 굳이 오겠다고 하면 우리도 못 말리겠지.”강한서가 고개를 들었다. “네가 싫으면 못 오게 하면 돼. 넌 걱정 말고 약혼식 준비나 해. 전화든 뭐든,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게.”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강민서는 그저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민경하를 보내고 샤워를 마친 한현진이 침대에 누와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지루함을 느낀 그녀가 강한서가 자는 곳으로 옮겨가 그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을 뒤적였다. 한현진이 임신한 후 강한서의 머리맡에 늘 놓여있던 전공 관련 서적들은 어느 샌가 출산과 육아 관련 책으로 바뀌어 있었다. 강한서는 그런 사람이었다. 많은 일에 무관심하지만 한 번 꽂힌 건 끝장을 보는 타입이었다. 그는 책과 관련 자료를 읽어볼 뿐만 아니라 그의 휴대폰 속 알고리즘 역시 전부 출산 육아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머리맡에 놓은 책은 이미 절반 정도를 읽은 상태였다. 심지어 어떤 곳엔 표기까지 해두었다. 그는 혼자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물론 틈만 나면 한현진에게도 배워주려고 했다. 물론 한현진 역시 차근차근 알아보며 배우고 있었지만 진심을 담아 열심히 노력하는 강한서의 모습이 좋았다. 한현진은 강한서가 한 가지라도 더 임신과 출산 과정에 참여하기를 자랐다. 아이와 엄마는 자연적으로 이어진 관계였지만 아빠라는 존재는 늘 노력이 필요했다. 다행히도 강한서는 한현진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빠가 된다는 일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손을 들어 서랍에서 펜을 꺼낸 한현진은 강한서가 표기해둔 틀린 부분을 수정했다. 서랍 속에는 노트가 하나 있었고 그 가운데 펜이 꼽혀있었다. 펜을 꺼내며 노트 내용을 힐끔 쳐다본 한현진이 멈칫했다. [131일. 어제와 다름없이 토는 하지 않았다. 입덧이 잦아들었지만 눈물이 많아졌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55화

    지금의 강한서는 한현진의 산후우울증에 관해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한현진은 늘 다른 사람을 통해 재미를 찾았다. 그녀는 늘 그렇듯 쓸데없는 고민은 사절했다. 강민서가 드레스 자락을 들고 두 사람 앞으로 걸어오며 물었다. “이건 어때?”길게 늘어진 드레스자락을 힐끔 쳐다본 강한서가 대답했다. “청소도 되고 좋네.”강민서는 강한서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강한서가 말했다. “드레스로 무대를 쓸어도 되겠어.”강민서: ...“오빠가 뭘 알아.”한현진이 강한서를 쳐내며 칭찬했다. “예뻐. 잘 어울려. 하지만 약혼식에 입을 드레스는 아닌 것 같아. 약혼식은 주로 친구를 초대해 넌 민 실장님과 인사를 다녀야 할 텐데 드레스가 너무 길면 움직이기 불편할 거야.”강민서는 순간 강한서가 한현진에겐 과분하다고 여겼던 과거의 자신은 머리가 어떻게 됐었던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하늘의 뜻도 거슬러 강한서를 선택해준 한현진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저렇게 독침만 내뱉는 입으로는 결혼은 꿈도 꾸지 못했을 거야.’“그럼 좀 짧은 거로 입어?”강민서는 아예 강한서를 무시한 채 한현진의 의견을 물었다. “너무 짧은 것도 안 돼. 그래도 무릎은 넘기는 게 좋아. 너무 복잡한 스타일의 드레스도 필요 없어. 단정하고 움직이기 편하고 컬러는 화이트나 아이보리 계열이면 돼.”강민서는 정인월이 보내준 드레스 중 몇 가지를 골라 수도 없는 피팅을 거쳐 한현진과 강한서가 만장일치도 예쁘다고 해준 아이보리 컬러의 드레스로 결정했다. 그 드레스를 본 강한서가 말했다. “네가 입만 안 열면 단아한 부잣집 딸내미 같아.”그 말을 들은 강민서는 더 이상 강한서의 말은 듣고 싶지도 않았다. 잠시 후, 민경하가 도착했다. 엔진 소리가 들리자 강한서가 부를 필요도 없이 강민서가 먼저 뛰어나가 문을 열었다. 강한서는 불만 가득한 말투로 한현진에게 말했다. “내가 돌아올 땐 저렇게 반갑게 맞아준 적이 없어.”한현진이 그런 강한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54화

    한현진이 바득 이를 갈았다. “아냐, 이건 무효야. 방금 그건 우연이야. 다시 해. 이번엔 나중에 움직이게 한 사람이 강민서 약혼식 비용 전부 내는 거야.”씩 입꼬리를 올린 강한서가 자신 있다는 듯 말했다. “좋아. 누가 먼저 할까?”“나!”한현진이 말하며 딸기가 담긴 그릇을 내려놓고 자세를 바로 했다. 목을 가다듬은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아가들아, 엄마야. 엄마가 이야기 들려줄까?”한현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뱃가죽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처럼 격렬한 반응은 아니었다. 마치 의심스럽다는 듯 잔잔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태동은 한현진을 흥분시키기엔 충분했다. “봐봐. 이것 보라고.”자신감이 하락한 강한서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내 목소리 톤으로 말하면 어떡해? 이건 부정행위잖아.”그렇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연 한현진은 강한서의 목소리로 말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한현진은 단지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그게 왜 부정행위야. 네가 본인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고 규정한 건 아니잖아. 이런 건 특기를 발휘했다고 하는 거야.”강한서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런 걸 꼼수를 부렸다고 하는 거야.”한현진이 말했다. “내가 이겼어.”“너 그건 내 노동성과를 표절한 거야.”“내가 이겼어.”“아이들 마음까지 속인 거라고. 태어나지도 않은 애들한테 인간의 사악함을 느끼게 했어.”“내가 이겼어.”강한서는 여전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며 반항했다. “나 아직 도전 안 했어. 아직 진 거 아냐.”한현진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강 대표님, 게임 룰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셨나봐요. 전 먼저 움직이게 한 사람이 이기는 거라고 분명히 얘기했어요. 제가 이미 먼저 움직이게 했잖아요. 강 대표님이 도전했든 안 했든, 그건 중요한게 아녜요.”“어차피 네가 1등은 아니라는 거지.”“...”강한서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지금 언어유희로 룰에 함정을 파놓은 거야?”한현진이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53화

    전화를 끊은 전연이 눈을 비볐다. “휴대폰 소리에 깼어요. 미안해요, 오빠. 오래 기다리셨죠? 바로 깨우지 그랬어요.”심원이 말했다. “그리 오래 기다린 것도 아닌데요. 안 그래도 깨우려던 참이었는데 깼네요.”말하며 시동을 끈 심원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가요, 밥 먹어요.”전연이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려 심원의 뒤를 따랐다. 밖에는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전연이 가방을 머리를 위로 올려 비를 막으려던 그때, 심원이 우산을 들고 나타나 전연에게 씌웠다. 심원은 흔히들 말하는 좋은 사람이었다. 아직 몇 번 만난 사이는 아니었지만 심원은 당연하다는 듯 전연 쪽으로 우산을 기울였고 우산 밖으로 비쭉 튀어나와 비를 맞고 어깨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제쪽으로 걸어요. 물웅덩이 조심하고요.”전연이 갑자기 예쁜 눈웃음을 지으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모든 여자에게 다 이렇게 다정해요?”멈칫한 심원이 저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다 자신이 물러선 그 한 걸음 때문에 전연이 비를 맞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그는 또 얼른 전연에게 우산을 씌워줬다. 심원은 그렇게 온전히 비를 맞으며 말 한 마디를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말을 더듬던 심원이 겨우 한 마디 내뱉었다. “미안해요...”전연이 우산 손잡이를 잡고 심원에게 다가갔다. 심원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지만 뒤에 주차된 차 때문에 더는 물러설 곳 없이 전연과 차 사이에 갇혀버렸다. 전연이 우산을 높게 들어 두 사람의 머리 위를 가렸다. 고개를 들어 심원을 쳐다본 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 “오빠, 오빠가 우산 들어요. 키가 커서 이렇게 들고 있으면 팔이 너무 아파요.”“아, 네.”번뜩 정신을 차린 심원이 얼른 우산을 건네받았다. 전연이 심원을 향해 웃으며 가까이 다가갔다. “오빠. 전 오빠를 위해 최선을 다해 도울 거예요.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실패한다고 해도 오빠가 자신을 의심하지는 않았으면 해요. 오빠는 사격 실력도 엄청 나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52화

    심원과 강한서 모두 매혹적인 봉황 눈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강한서의 눈은 일자로 뻗어나간 형태였고 심원의 눈은 위로 살짝 치켜올라간 모양이었다. 웃으면 살짝 올라가는 눈꼬리는 귀티가 있어 보이기도 했다. 멈칫한 전연이 심원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같이 가요.”전연을 태운 심원의 차가 이모네 국수를 향해 출발했다. 일이 순조롭게 풀린 탓인지 심원은 전연과 조잘조잘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심원은 자신과 비슷한 입맛과 취향을 가진 전연이 신기하기만 했다.그 탓인지 어떤 주제든 두 사람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단순히 맞장구를 치기 위한 기계적인 리액션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이제야 전연을 만나게 되어 아쉽다는 생각이 든 심원이 감개무량하다는 듯 말했다. “만약 우리가 더 일찍 만났다면 분명 좋은 친구가 되었을 거예요.”전연이 미소 지었다. “저는 지금도 늦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그 말에 대답하려던 심원은 연신 하품을 하는 전연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잠깐 눈 좀 붙여요. 아직 조금 더 가야 해요. 도착하면 깨울게요.”“네.”대답한 전연이 졸음이 가득한 눈을 감았다. 이모네 국수 앞에 도착했지만 전연은 여전히 잠에서 깨지 않았다. 깊은 잠에 빠진 전연을 보며 잠시 고민하던 심원은 전연을 깨우지 않았다. 차의 시동도 끄지 않고 에어컨도 그대로 틀어놓은 채 안전벨트를 푼 심원이 조용히 차에서 내려 가게로 들어가 미리 주문을 했다. 심원이 차에서 내리자 전연이 천천히 눈을 떴다. 맑게 빛나는 눈빛은 졸음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전연이 휴대폰을 꺼내 한성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순조롭게 진행 중.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될 것 같아.]곧 한성우가 답장했다. [이렇게 빨리?]전연: [상대하기 힘든 사람인 줄 알았더니 내 사진을 보고는 바로 발끈하던데?]한성우가 역시 대단하다는 의미의 이모티콘을 보냈다. [지금 어디야?]전연: [미래의 남편과 밥 먹으러 왔어. 우리도 서로 알아가야지.]한성우: [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51화

    전연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 “만약 제가 심원 씨가 좋아하시는 분과 사귈 수 있게 도와드린다면요?”심원은 그저 전연이 농담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연의 표정은 누구보다 진지했다. 그녀는 심원을 도와줄 테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말했다. 심원은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하지만 친화력이 좋은 전연은 사람의 이야기를 잘 끌어내는 매력이 있었다. 심원은 저도 모르는 사이 전연에게 송가람과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었다. 며칠 동안 전연은 매일 같이 심원과 약속을 잡았다. 가끔은 공원에서 또 가끔은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의 주제는 매번 송가람이었다. 신원은 자신과 송가람 사이에 있었던 모든 일을 전연에게 들려주었다. 전연은 심원과 함께 울고 웃으며 그와 송가람을 이어줄 방법을 고민했다. 심원의 여자친구인 척 하게 된 것도 전연이 송가람을 자극하기 위해 생각해낸 방법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송가람은 전연이 예측했던 것처럼 먼저 심원에게 연락했다. 전연의 방법이 효과가 있다는 의미였다. “그럼 제가 다시 연락을 해야 해요? 아니면 또 인스타그램에 우리 사진을 올려서 질투를 유발할까요?”전연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조금 전 송가람 씨 연락은 안 받으면서 바로 우리 사진을 올려버리면 그분도 자기에게 보여주려고 일부러 올린 사진이구나, 하고 눈치 챌 텐데 그럼 오빠가 저랑 사귀고 있다는 것도 안 믿을 거예요.”“콜백도 안 되고 사진도 안 되면 전 뭘 어떡해요?”전연이 웃으며 말했다. “콜백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빨리 하지 말라는 얘기예요. 생각해봐요. 전에 오빠가 먼저 연락했을 땐 매번 시간이 잔뜩 지나서야 다시 연락이 왔잖아요. 그럼 오빠는 답장을 기다리느라 속이 바짝 탔었죠?”심원이 멍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당연히 알죠. 그건 우리 여...”큼, 헛기침한 전연이 목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건 우리 여자들이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50화

    “내 말 듣고 있어?”대답이 없는 송가람을 본 서해금이 언성을 높였다. 송가람이 재빨리 대답했다. “듣고 있어. 알았어.”창백해진 얼굴의 서해금을 본 송가람은 순간 한 가지 추측이 머리를 스쳤다. 그녀는 고민도 없이 툭 던지듯 물었다. “엄마, 한현진이 바뀐 거 우연한 사고 맞아?”멈칫한 서해금이 송가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세상에 정말 그렇게 많은 우연이 있다고 생각해?”송가람의 눈이 동그래졌다. 놀란 얼굴로 서해금을 바라보던 송가람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서해금이 정리를 마친 서류를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몸을 일으켰다. 송가람 앞으로 걸어간 서해금이 시선을 내려 송가람의 옷매무시를 다듬었다. “어떤 사람의 운명은 타고나는 거지만 또 어떤 사람은 본인이 직접 개척해 나가야 하는 거야. 내가 그렇게 애를 쓴 건 넌 나처럼 피땀 흘리며 살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현재에 안주하면 안 돼. 내 말 알아들어?”송가람은 손가락이 바르르 떨렸다. 시선을 내린 그녀는 한참만에야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어.”송가람은 줄곧 한현진이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그동안 누린 관심과 행복은 전부 한현진에게서 빼앗은 것이었다. 만약 한현진이 바뀌지 않았다면 서해금이 송병천과 결혼하고 송가람이 송병천의 딸로 살 기회가 있었을까?그 질문의 정답을 송가람은 마주할 자신도, 인정할 자신도 없었다. 한편, 전연이 전화를 끊자 더는 참을 수 없던 심원이 말했다. “휴대폰 이리 줘요. 가람이에게 전화해야겠어요.”전연이 심원의 손을 피하며 휴대폰을 뺏기려 하지 않았다. “안 돼요. 아직은 전화하면 안 돼요.”심원이 다급하게 얘기했다. “조금 이따 다시 전화하라면서요. 왜 지금은 또 안 된다는 거예요?”“콜백을 하긴 할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거죠. 금방 전화를 끊었는데 바로 다시 전화하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심원이 모르겠는 표정으로 물었다. “뭐라고 생각하는데요?”전연이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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