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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작가: 조십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2-28 17:33:41
신미정은 유현진의 임신 사실만을 집요하게 신경을 쓰면서 딸의 이상한 모습은 눈치채지 못하고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

“자궁이 찬 것까지 건강검진에 나오지는 않아. 이런 걸 치료하지 않으면 이제 임신하더라도 아이가 위험해.”

유현진은 입을 다물었다.

신미정은 그제야 그녀가 자신의 말을 듣는다는 생각에 또 말했다.

“둘째가 최근 시장님의 따님이랑 가깝게 지내잖아. 혼사가 이루어진다면 둘째가 너희보다 아이를 먼저 가질 거야. 그렇게 된다면 한서가 회사에서 입지가 어렵게 돼. 할머니께서 장손을 귀하게 여기는 건 잘 알잖니.”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람? 어차피 이혼할 마당에 강한서가 어떻게 되든 뭔 상관이라고.’

또한 그녀는 강한서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생각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한서는 나와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거야.’

“네 엄마는 지금까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네 아빠도 50이 되지 않은 나이인데 앞으로 재혼할 수도 있잖아. 그때가 되면 유씨 집안에 네가 돌아갈 자리가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아이는 너의 것이다. 네가 의지할 사람이라고. 현진아, 너도 미래를 생각해야지.”

유현진은 신미정이 그녀를 위해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강씨 일가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철저하게 계산했는데 그들에게 그녀는 바둑알에 불과할 뿐이다.

“알겠어요, 어머니.”

유현진은 시선을 떨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얌전하게 답했다.

신미정은 더 이상 얘기하지 않고 유현진에게 어서 약을 먹으라고 재촉했다.

피할 곳이 없던 유현진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단숨에 약을 들이켰다.

‘이혼 한 번 쉽지 않네. 재산을 반드시 더 많이 가져갈 거야!’

그녀가 약을 다 마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한서가 돌아왔다.

목적을 이룬 신미정은 식사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오후에 약속 있어서 이만 갈게. 너희는 식사 계속해.”

강민서 역시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나도 친구랑 쇼핑하기로 했어. 엄마, 나 좀 데려다줘요.”

강한서와 유현진이 두 사람을 배웅했고 신미정은 떠나기 전 잊지 않고 유현진에게 당부했다.

“현진아, 약 잊지 말고 가지고 가. 내 말 명심하고.”

유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떠나고 나서 강한서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엄마가 너한테 무슨 얘기 했어?”

“아무것도 아냐.”

위에서 요동치는 약으로 인해 유현진은 구역질이 올라와 대답을 마치고 창백해진 얼굴로 헛구역질을 했다.

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고 그녀의 손목을 잡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녀는 화장실에서 약을 모두 토하고 나서야 홀가분해진 기분이 들었다. 손을 씻을 때 세면대의 거울을 통해 강한서를 보았다.

그는 그녀의 뒤에서 생각에 잠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초췌한 모습이 모두 강한서 때문이라는 생각에 유현진은 화가 나서 비아냥거렸다.

“남이 화장실 가는 걸 훔쳐보는 취미라도 있어?”

강한서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며 덤덤하게 답했다.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네가 원한다면 맞춰줄 수도 있어. 처음도 아니잖아.”

유현진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작년 화이트데이가 떠올랐다. 고주망태가 된 그녀는 밤중에 강한서를 끌고 화장실로 향하고는 바지까지 입혀 달라고 진상을 부렸다.

지금까지 살면서 저지른 몇 안 되는 창피한 일을 하필이면 강한서가 기억하다니.

‘나쁜 자식!’

한참을 말이 없는 그녀를 보며 강한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벗겨줘?”

유현진은 그를 흘기고는 말했다.

“우리가 그런 대화를 할 정도로 애틋한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강한서가 피식하더니 그녀에게 바짝 다가갔다. 유현진은 흠칫하며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세면대에 막혔다.

그녀는 세면대와 강한서의 사이에서 알싸한 그의 체향을 맡았다.

“뭐 하는 짓이야?”

그녀는 그의 가슴팍을 밀며 그가 다가오는 것을 막았다.

강한서의 시선이 그녀의 입술에 잠시 머물더니 유현진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먼저 도발했잖아? 다정하게 부르고 음식을 먹여주고. 네가 먼저 꼬신 거 아냐?”

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

‘어디에서 나오는 자신감이야?!’

“저기, 오해한 것 같은...”

자신의 입술을 덮치는 강한서의 부드러운 입술에 유현진은 눈을 크게 떴다.

이건 강한서가 처음으로 먼저 그녀에게 한 키스였다. 예전의 키스는 모두 그녀가 적극적으로 이뤄낸 것이었는데 강한서는 매번 귀찮다는 듯이 그녀를 맞춰줄 뿐이었다.

그는 한 번도 그녀에게 욕망을 느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송민영에겐 달랐다. 심지어 열이 나서 몽롱한 순간에도 그녀의 이름을 부르던 그였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강한서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참지 못할 역겨움이 밀려왔다.

강한서의 혀가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그녀는 힘껏 그의 혀를 깨물었고 강한서가 재빨리 혀를 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의 입술을 물었다.

입안에 풍기는 피 맛에 강한서가 미간을 구기며 그녀를 놓아주었다.

“네가 개야?”

유현진은 이를 악물고 차라리 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어 죽이게.

강한서가 뭐라고 더 말하려고 했지만 폰이 울렸고 발신자를 확인하더니 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유현진에게 말했다.

“차에서 기다려.”

말을 마친 그는 폰을 들고나갔다.

유현진은 그의 폰에 저장된 이름을 보았다.

'자기'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휴지를 들어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았다. 거울 속의 그녀의 얼굴은 비참하고 가여웠다.

유현진은 원래 택시를 잡고 스스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막상 밖에 나와보니 너무도 추웠다.

올 때까지만 해도 맑았던 날씨는 햇빛 하나 없이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옷을 얇게 입은 유현진은 나와서 조금 걷기만 했는데도 손발이 너무 시렸다.

신미정이 고른 레스토랑은 외딴곳에 있었기 때문에 택시를 잡기 어려웠기에 조금 고민하다가 그녀는 그의 차에 탔다.

10분이 지나자 강한서 역시 차에 올랐다.

신미정이 건넨 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유현진은 토하고 나서도 속이 더부룩했기에 차에 시동이 걸리고 나서 눈을 감았다.

막 잠에 들려고 했을 때 무거운 짐이 그녀의 품에 안겼고 유현진은 놀라서 번쩍 눈을 떴다.

화를 내며 강한서에게 한소리 하려고 했을 때 그녀는 자심의 품에 있는 박스를 보고는 멈칫하며 손을 내밀어 박스를 열었다.

안에는 악어가죽으로 된 에르메스 가방이 있었다. 그녀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4억 2천만 원짜리였다. 한정판이라 구하기가 어려운 가방이었다.

‘이게 무슨 수작이지?’

유현진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뜻이야?”

강한서가 귀찮다는 듯이 그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

“고객이 선물한 거야. 나한테는 필요 없어서.”

민경하는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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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9화

    “그건 내가 너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야. 네 덕에 별장에서 살아보길 기대하고 있으니까 얼른 대답하라고.”유현진은 한숨을 내쉬었다.“좀 더 생각해볼게. 촬영은 다음 달이라서 아직 시간은 많아.”다음날 유현진은 아침 일찍 물건을 챙겨 한성그룹으로 찾아갔다.강한서와 결혼한 3년 동안 이 건물에 발을 들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이혼 때문에 처음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유현진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심호흡을 하더니 안으로 들어갔다.한성 그룹은 한주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건물은 한주시에서 가장 번화한 곳에 있었다. 혁신적인 건물 외관은 이미 한주시의 유명한 랜드마크가 되었고, 내부는 웅장하고 화려하며 사람들의 모습이 비칠 정도로 반짝반짝 빛나는 천장이 돋보였다.그녀는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우고 곧장 프런트 데스크로 걸어갔다.“안녕하세요, 대표님 사무실은 어디 있죠?”젊고 잘생긴 청년이 프런트 데스크를 지키고 있었는데, 목소리마저 듣기 좋았다.“혹시 예약하셨을까요?”유현진은 고개를 저었다.“죄송합니다. 사전에 약속이 없으면 대표님께서는 손님을 접대하지 않습니다.”유현진이 말했다.“그럼 전화해서 유현진이 찾는다고 말해주시겠어요?”프런트 남자직원은 깔끔한 옷차림에 예의도 바르고 미모까지 갖춘 그녀를 보자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기도 전에 전화를 걸었다.얼마 안 되어 상대방은 전화를 끊었고, 이내 남자직원이 예의 바르게 말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께서 유현진이라는 사람을 모른다고 하십니다.”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 이건 대놓고 그녀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그 사람은 제 남편이에요. 다시 전화해서 물어봐 주시겠어요?”프런트 남자직원은 귀신이라도 본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는데, 마치 아내란 사람이 남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하는 것 같았다.유현진은 휴대폰을 꺼내 강한서와 같이 찍은 사진을 찾아서 자신 있게 말했다.“이제 믿을 수 있겠죠?”프런트 남자직원은 예의상 미소를 지었다.“둘이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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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79화

    한현진의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주사위 잘 던지신다면서요?”한성우가 대답했다. “그렇죠. 하지만 도박장에서는 제가 주사위를 굴리는 게 아니잖아요.”“...”“주사위 게임은 심리전이예요. 거기에...”한성우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이었다. “밑장빼기가 중요하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연기만 잘하면 돼요. 온전히 도박 기술에만 의지하면 신이와도 굶어죽을 거예요.”멈칫하던 한성우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왔어요.”한성우의 시선을 따라 한현진이 시선을 옮겼다. 그곳엔 보통의 몸매를 가진 남자가 뒷짐을 진 채로 매 테이블을 관찰하고 있었다. 한현진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한 한성우가 바로 그녀를 데리고 고수의 테이블로 향했다. 신표를 유인하기 위해 한성우는 거액의 돈을 흩뿌렸다. 연속 세 판을 지자 2억 원이던 판돈은 곧 바닥을 드러냈다. 주변엔 점점 더 많은 구경꾼이 모여들었고 신표도 한성우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왔다. 한현진은 조금 긴장한 티가 났지만 한성우는 오히려 덤덤했다. 그는 소매 단추를 풀며 씩 웃더니 말했다. “오늘은 운이 안 좋네.”주변에서 구경 중이던 사람들이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오늘 처음이시죠. 처음 보는 얼굴인데.”한성우가 말했다. “여기 리모델링하기 전부터 왔었어요. 요 몇 달 동안 바빠서 못 왔죠. 그러시는 분들도 처음 보는 얼굴이네요.”말하며 한성우가 카드를 펼쳤다. 쯧, 혀를 차며 카드를 테이블에 던졌다. 여전히 운이 따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역시나, 또 졌다. 한성우가 손을 들어 손짓하자 곧 두 사람이 상자 두 개를 들고 다가와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상자를 열자 안에는 현금 뭉치가 가득 들어있었다. “계속 하지.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한성우의 똥손 기운과 두 박스에 가득 찬 현금에 몇 명의 도박꾼은 마음이 흔들렸다. 곧 누군가 한성우를 따라 배팅하기 시작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한참 동안 관찰하던 신표도 드디어 참지 못하고 한성우의 계략에 걸려들었다. 한성우가 본격적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78화

    한현진이 씩 웃으며 텀블러에 담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강한서에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고 아직 앞날도 창창하잖아. 절대 신미정이 강한서를 망치도록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20억이 신표의 손을 거치자 4억이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한 가지 가능성뿐이었다. 신표는 여전히 도박을 끊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현진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역시나 신표는 또다시 도박장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신표는 처음부터 도박장의 단골이었다. 비록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이런 사업을 하는 인간들에게 애초부터 규칙이나 선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돈. 돈만 있다면 그들의 문은 언제든지 열릴 준비가 되어있었다. 사설 도박장은 아무나 함부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는 지인의 추천이 있어야만 입장할 수 있었고 몇 번의 테스트를 거친 후에야 눈을 가린 채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한성우의 안내로 한현진은 한 번도 출입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박장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한성우는 야심도 있고 간도 크고 놀기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엔 어떤 사람과도 어울려 지냈고 도박장도 예전에 함께 놀던 양아치 같은 친구들이 데리고 들어온 것이었다. 도박장이라는 곳에는 승승장구하는 장군은 없는 법이었다. 한성우가 이곳에서 제일 많이 돈을 잃었을 땐 생활비조차도 없어 매일 강한서에게 밥을 얻어먹으려 다녔었다. 나중에야 점차 비결을 알아냈고 돈을 따면 멈추는 법도 배우게 됐다. 한성우는 도박으로 쏠쏠하게 돈을 벌었지만 그 일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한서에게 들키고 말았다. 단 한 번도 한성우에게 언성을 높인 적이 없던 강한서였지만 한성우가 도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날 오후, 그는 곧바로 한성우의 집으로 달려가 한바탕 주먹을 날렸다. 한성우는 지금까지도 자신을 때린 후 꽉 쥐고 있던 강한서의 주먹이 얼마나 떨렸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강한서의 외할아버지는 바로 도박을 하는 신표 때문에 화병으로 돌아가셨다는 것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77화

    신미정은 신표가 자신의 편에 서게 하기 위해 몰래 그에게 돈을 쥐어주기도 했다. 도박을 끊는 건 금연을 하는 것과 비슷했다. 오랜 시간 손을 대지 않을 땐 괜찮았지만 일단 다시 시작하기만 하면 멈추기가 힘들었다. 신표는 또다시 도박장의 단골이 되었고 연년생 아이를 낳은 이윤하는 신표와 회사를 관리할 정력이 없었다. 어렵게 일으킨 회사는 또다시 휘청거렸다. 그러나 그 당시 마침 강한서는 한성을 혼자 이끌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자 신미정은 강씨 가문의 이름으로 신표에게 투자자를 끌어다주었다. 이윤하는 모든 정력을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퍼부었고 회사 일에는 점점 손을 놓게 되었다. 그녀는 신표가 도박을 하든 말든 가만히 놔두었다. 어차피 신씨 가문의 재산은 대부분 이윤하가 관리하고 있었다. 신표가 도박으로 날린 돈은 전부 신미정이 몰래 그에게 준 것이었다. 얼마 전 주강운이 말한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의 원인은 아마 신표에게 다른 여자가 생겨 그쪽으로 몰래 돈을 빼돌리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나중에 한현진이 강한서와 그 얘기를 꺼냈을 때 강한서는 재산은 어차피 이윤하가 관리하고 있고 내연녀와 새 살림을 꾸릴 용기 따위도 없고 돈이 생기면 바로 도박장으로 달려가는 신표를 어떤 눈 먼 여자가 따라다니겠냐고 했다. 젊은 시절의 신표는 연예인과 견주어도 꿀리지 않는 외모를 가진 남자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곧 50대가 되는 아저씨였다. 그러니 뭘 보고 그런 남자의 내연녀가 되려고 할까? 중년을 향하는 나이가 마음에 들어서? 아니면 도박꾼이라는 직업이 마음에 들어서?이 일은 생각할수록 이상한 분위기를 풍겼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한현진이 송민준에게 말했다. “오빠, 이윤하 행적을 알아봐줘요. 채무 상황도요.”다음 날 송민준이 소식을 전해왔다. 이윤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빈해시로 향했다. 그녀의 계좌엔 16억이 들어온 기록이 있었고 그 돈을 보낸 사람은 신표였다. 그리고 신표의 계좌에는 신미정이 한현진에게서 받은 20억이 들어온 기록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76화

    신씨 가문은 진작 신미정이 결혼 후 몰락하기 시작했다. 신씨 가문의 아들딸이 가진 것이라곤 그저 외모가 전부였다. 두 사람은 아무리 힘을 합쳐도 그럴듯한 아이디어 하나 내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만약 강씨 가문이 아니었다면 신씨 가문은 진작 재벌이라고도 말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을 것이다.강한서가 신미정이 강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명분으로 동생에게 끌어준 자금줄을 전부 끊은 후 전부터 안 좋던 회사 정황은 나날이 바닥을 찍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신표의 아내가 돈을 빼돌려 도망갔다고? 한현진은 그것이 사실일 거라고 믿지 않았다. 이혼도 하지 않은 상황에 아들딸을 데리고 어디로 도망갈 수 있을까? 설사 도망갔다고 해도 신표에게 돈이 있을 땐 가만히 있다가 하필 돈 떨어진 이 타이밍에?게다가 강한서의 외숙모는 그리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신표는 도박 중독이었다. 신씨 가문 절반 이상의 재산은 전부 신표가 도박으로 날린 것이었다. 그러니 그가 아무리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였어도 신씨 가문과 어울리는 집안에서는 도박꾼에서 딸을 시집보내기를 원하지 않았다. 신표의 아내인 이윤하는 신씨 가문에서 지방에 있던 지인을 통해 소개 받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가정 형편도, 외모도 평범했고 억척스러운 여자였다. 신표는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결혼했고 그가 결혼할 때 강한서는 이미 곧 고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다. 그러니 강한서는 그때의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강한서의 외할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외할머니도 몸이 편치 않으셨다. 결혼식을 준비는 전부 신미정이 짊어지게 되었다. 신미정은 이윤하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이윤하를 거칠고 교양 없는 여자라 생각했고 못생기고 평범한 집안 때문에 신씨 가문에 그 어떤 도움에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친이 이윤하를 며느리로 콕 점 찍어둔 상태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 결혼을 막을 희망이 보이지 않자 신미정은 결혼식에서 이윤하의 기를 눌러 줄 계획을 세웠다. 예물 교환 순서에 사용될 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75화

    그녀는 그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떠올리며, 멍하니 있던 그 뚱뚱한 물고기를 보다가 참지 못하고 발로 작은 돌멩이를 툭 차 연못에 던졌다.‘퐁당!’ 소리와 함께 뚱뚱한 물고기가 깜짝 놀라 몸을 홱 뒤집었고, 그 꼬리짓에 옆에 있던 작은 잉어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정인월은 눈썹을 씰룩이며 바라봤다.“아이고, 저 건들건들한 짓거리... 왜 우리 큰손주랑 똑같냐?”한현진은 자신이 한 일을 깨닫고 슬그머니 발을 뒤로 뺐다. 그리고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할머니~”그때 은서가 깡충깡충 달려와 한현진의 다리를 꼭 끌어안으며 애교를 부렸다.“이모, 왜 이제 왔어요! 은서 이모 보고 싶었단 말이에요~”한현진은 은서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이모가 너 주려고 작은 선물 좀 사느라 늦었어.”“선물이요?”은서의 눈이 반짝이며 한현진의 소매를 잡아끌었다.“어디 있어요? 빨리 가요!”한현진은 은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먼저 이 오빠랑 차에 타 있어. 이모는 할머니랑 잠깐 얘기 좀 하고 갈게.”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원율의 손을 잡고 차로 갔다. 아이가 자리를 떠나자, 정인월은 물었다.“그래서, 무슨 얘기를 나눴니?”한현진은 감추지 않고 모든 것을 정인월에게 말했고, 정인월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녀는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그럼 어떻게 하려고?”한현진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한서 씨를 망치게 두진 않을 거예요. 200억은 신미정의 협박값이 아니에요. 그 돈으로 신미정과 한서 씨의 혈연관계를 끝낼 생각이에요.”그녀는 이어 덧붙였다.“물론, 그 돈이 순순히 그 사람 손에 들어가게 두진 않을 거예요.”할머니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그래. 집안을 정리할 때가 된 것 같구나.”그 말을 하고는 갑자기 기침을 터트렸다. 한현진은 급히 다가가 정인월의 등을 토닥이며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차를 따라 정인월의 잔에 차를 채워드렸다.“할머니, 건강 잘 챙기셔야 해요.”정인월은 차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74화

    “안 돼!”신미정은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2주는 너무 길어! 일주일 안에 끝내!”한현진은 살짝 찡그리며 대답했다.“열흘은 줘요. 일주일로는 정말 돈을 마련할 수 없어요.”신미정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한서가 가진 돈이 얼마나 되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한현진은 차갑게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설마 나더러 한서 씨에게 돈을 달라고 하라는 거예요? 내가 그렇게 큰 금액을 요구하면, 당신은 한서 씨가 돈의 용도를 추궁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니면 당신이 내게 돈을 요구하라고 시켰다는 걸 직접 말하길 바라요?”신미정은 강한서의 감정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협박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애초에 그녀가 찾아온 상대는 한현진이었다.하지만 강한서가 한현진을 너무 철저히 보호하고 있어 접근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죽은 남편의 유산을 건드릴 생각을 한 것이었는데, 운 좋게 한현진이 직접 나타난 것이다.한현진의 말에 신미정은 잠시 차분함을 되찾았다. 잠깐 고민한 뒤, 신미정은 입을 열었다.“좋아, 열흘은 줄게. 하지만 열흘 뒤에도 내가 원하는 금액을 못 받으면, 너 기다려!”신미정이 자리를 떠난 뒤, 한현진은 담담하게 말했다.“차 안에 녹화된 영상 복사해 주세요.”원율은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그는 곧 녹화를 복사하기 시작했다. 한현진은 그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말했다.“오늘 일은 한서 씨에게 말하지 마요. 그게 어려우면 지금 이 자리에서 떠나요. 제가 두 달 치 월급을 더 챙겨드릴 테니 다른 직장을 찾아요.”원율은 다급히 말했다.“사모님, 대표님이 저를 고용하실 때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사모님의 사람입니다. 사모님의 안전에 관련된 일이 아니면 개인적인 일은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습니다.”한현진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이제 본가로 가요.”원율은 대답하며 녹화 파일이 담긴 휴대폰을 그녀에게 건넸다. 그는 차를 돌려 강씨 집안의 본가로 향했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73화

    한현진은 신미정을 한 번 흘긋 쳐다보며 말했다.“한서 씨는 매달 당신 계좌로 생활비를 송금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동안 당신이 회사 계좌에서 빼돌린 돈의 증거도 가지고 있죠. 당신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신미정은 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내가 이기든 지든 상관없어. 그런 추문이 퍼지면, 한성의 주가와 한서 선거 표에 아무 영향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한현진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 세상에 이런 뻔뻔하고 비열한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자신의 아들의 인생을 망칠 정도로 이기적인 사람이었다.서해금과 백혜주는 그렇게 악독해도 자식들만큼은 끝까지 보호했다. 그런데 신미정은 대체 뭔가?한현진은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그렇게 많은 돈을 어디에 쓰려고요?”신미정은 짜증스럽게 대꾸했다.“너랑 상관없어. 돈만 보내면 돼. 기한은 3일이야. 안 주면 바로 한서를 고소할 거야!”한현진은 차분하지만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부모와 자식이라는 증거가 없었으면, 진심으로 한서 씨가 당신 친아들이라는 걸 의심했을 거예요. 당신은 한서 씨를 사랑하지도 않았으면서 왜 낳았어요? 낳았으면 왜 돌보지 않았고요? 한서 씨가 이렇게 어렵게 이룬 걸 왜 또 망치려는 거죠? 당신 같은 사람이 어떻게 어머니예요?”신미정은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우리 모자는 원래 잘 지내고 있었어. 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네가 재앙이야! 한서가 날 이렇게 대하니 내가 무정한 건 당연하지!”“과시하려고 아들이 물에 빠지도록 내버려둔 게 당신 말로는 잘 지낸 거라고요?”한현진의 말은 신미정의 아픈 곳을 건드린 듯했다. 신미정은 갑자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뭘 알아? 내가 한서를 엄격하게 키우지 않았으면 지금처럼 될 수 있었겠어?”그 뻔뻔한 논리에 한현진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신미정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할 생각이 없는 듯 다시 냉랭한 태도로 물었다.“말 돌리지 말고, 그 돈 줄 거야, 안 줄 거야?”한현진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72화

    한현진은 시선을 거두고 진씨에게 말했다.“아저씨, 은서를 데리러 왔어요.”진씨가 대답했다.“은서는 피아노 연습 중입니다.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따르려던 순간, 신미정이 그녀를 불러 세우고는 분노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한현진, 네가 나를 강씨 집안에서 쫓아내고 우리 모자를 갈라놓았으니 아주 만족스럽겠지?”한현진은 걸음을 멈추고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나쁘지 않아요. 당신이 조금 더 오래 갇혀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요.”신미정의 눈에 증오가 스쳤지만, 이내 억눌렀다. 그녀는 손을 꽉 움켜쥐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얘기 좀 하자.”한현진은 미소를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저희 사이에 대체 무슨 얘기를 할 게 있다고 생각하시죠?”한현진은 신미정이 왜 감옥에 가게 되었는지 잊지 않고 있었다. 자신의 아이를 해치려 했던 여자에게 절대 두 번째 기회를 줄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다. 신미정이 왜 갑자기 시아버지의 유산을 요구하기 시작했을까?비록 신미정이 강씨 집안에서 쫓겨났고, 강한서가 그녀와의 인연을 끊으며 최소한의 생활비만 제공했지만, 강민서는 그녀를 완전히 외면하지 않았다.강민서는 여전히 신미정에게 애정이 남아 있었다. 비록 과거에 함정에 빠뜨린 적이 있더라도, 신미정이 자신을 애지중지 키워준 것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신미정이 풀려난 날, 강민서는 그녀를 찾아갔고 약간의 돈도 건넸다.강한서가 이 사실을 한현진에게 말하며 은근히 물었다.“내가 민서를 막아야 할까?”한현진은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자기 속셈을 모를 줄 아나!’강한서는 신미정을 도와주려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막아섰다가 나중에 신미정이 돈 때문에 사고라도 치면 강민서가 자신을 원망하고 사이가 멀어질까 봐 걱정했던 것이다.하지만 또 막지 않으면 한현진이 오해할까 두려워 문제를 그녀에게 떠넘긴 것이었다.한현진은 애초에 강민서를 막을 생각이 없었다.강민서는 반항적인 성향이 강했기에 억누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71화

    강한서가 주강운을 잘 아는 만큼, 그는 단기간에 성급하게 어떤 결정을 내릴 사람이 아니었다.은서는 간민혜의 유일한 혈육이었다. 주강운은 최소한 아이를 위해서라도 신중히 행동하며, 이익과 손실을 저울질할 것이 분명했다.한현진이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은서를 데려와 펜션에서 지내게 하는 게 어때? 할머니께서 연세도 많으시고, 은서를 돌볼 체력이 없으시잖아. 그리고... 강운 씨 입장에서 보면 은서는 간민혜가 준 치욕의 상징일 텐데, 만약 병이 도져서 은서에게 화풀이라도 한다면 어쩌지?”강한서는 처음엔 주강운이 그럴 리 없다고 말하려 했다. 그를 잘 안다고 믿었으니까.하지만 그 말은 입안에서 맴돌다 삼켜졌다.만약 정말로 그를 이해했다면, 전에 있었던 납치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겠지.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대로 해.”사실 강한서가 한성우를 통해 주강운에게 은서의 출생 비밀을 넌지시 알린 데는 또 다른 의도가 있었다.주씨 집안을 이용해 문지상의 진짜 사망 원인을 찾아내려는 계획이었다.강한서는 여전히 문지상이 그런 사람이었을 거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그 어깨장을 그렇게까지 소중히 간직하지 않았을 것이다.다음 날, 한현진은 직접 강씨 집안의 본가로 가서 은서를 데려왔다.그런데 뜻밖의 인물을 마주쳤다.신미정이 구류에서 풀려나 있었다. 그녀는 잔뜩 선물을 들고 정인월을 찾아왔지만, 문전박대를 당한 모양이었다.한현진이 도착했을 때, 그녀는 붉어진 눈으로 진 기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진 기사, 제발 시어머니께 잘 말씀 좀 해줘.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래. 딱 한 번만 만나게 해주면 안 돼?”진 기사는 고개를 저었다.“사모님,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어르신께서 몸이 불편하시다며 손님을 받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더는 저희를 곤란하게 하지 말아주세요.”신미정은 계속 사정하며 설득했지만, 진 기사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러자 신미정의 눈빛이 달라졌다.결국 억눌렀던 본심이 드러났다.“내가 강씨 집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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