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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작가: 조십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2-28 17:33:45
이건 너무 뻔한 시나리오이지 않냐는 말이다. 아침을 거르면 일 얘기가 진행이 안 된다니? 단지 그녀를 골탕 먹이기 위해 다른 수법으로 갈아탔을 뿐이었다.

강한서에게 도시락을 싸준 건 벌써 1년 전의 일이었다.

신혼 때만 하더라도 그녀는 오로지 강한서밖에 없었다. 당시 더빙을 시작하기 전이라 오직 강한서를 위해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

말도 안 되는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탓인지 남자를 사로잡으려면 먼저 그 남자의 입맛을 저격해야 한다는 대사를 철석같이 믿고 강한서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열심히 요리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러나 요리에는 정말 소질이 없었던지라 한 달이나 배웠는데도 겨우 먹어줄 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강한서를 위해 도시락을 싸주겠다는 그녀의 의지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가장 만족스러운 요리를 들고 강한서를 찾아가 맛보게 했을 때, 단지 맛없다는 대답을 들은 기억이 났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다음 날 도시락을 싸서 강한서가 출근할 때 억지로 쥐여주며 이번에는 꼭 맛있을 거라고 뻔뻔스럽게 큰소리쳤었다.

강한서는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결국 조마조마한 마음을 부여잡고 강한서가 퇴근해서 돌아오자마자 얼른 다가가 어제보다 맛있었냐고 물었는데, 이번에는 맛없으니까 다시는 요리하지 말라는 대답뿐이었다.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텅 빈 도시락을 보자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그 이후로 요리하는 데 더욱 열중했고, 강한서는 매번 빈 도시락을 들고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그가 도시락에 든 음식을 전부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직접 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결혼생활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 강한서 역시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이 모든 건 그녀의 일방적인 바람에 불과했고, 그는 단지 서로의 체면을 위해 굳이 들춰내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 이후로 그녀는 요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강한서도 딱히 물어보지 않았다. 어쩌면 그가 원했던 결과일 수도 있었다. 매일 먹는 척하는 것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혼을 의논하러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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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뒷이야기를 마저 해봐요.”한현진이 다그치며 말했다. “뒷이야기는 더 막장이에요. 장준은 첫사랑도, 대타도 버릴 수 없었어요. 두 여자는 장준을 빼앗기 위해 피 터지도록 싸웠죠. 마지막엔 첫사랑이 대타가 마약을 했다고 신고를 했고 대타는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사라졌어요.”“대타가 사라지자 다들 장준은 이제 첫사랑만 볼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에 가족들과 그렇게 갈등을 빚은 것도 전부 첫사랑 때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장준은 그저 조용하기만 했어요. 오히려 장씨 가문에서 장준의 첫사랑이 그의 집안에 발을 들이는 일은 없을 거라는 뜻으로 얘기했죠. 게다가 그 일이 있고 몇 개월 후 장씨 가문에서는 장준과 전고현의 선 자리를 마련했어요.”“장준이 몇 년 동안 죽도록 난리를 피운 덕에 집안에서는 장준에게 완전히 실망하고 진작 포기해버렸어요. 장준이 대를 이어 주면 그 아이를 후계자로 키울 생각이었지만 장준이 마약 때문에 몸을 완전히 망쳐버린 탓에 그럴 수도 없었죠. 병원에 가서 검사를 전부 생식 능력이 전혀 없었어요. 장준이 아이를 낳지 못하니 아버지라도 나서야 했던 거죠. 그러다 진씨 가문에 그런 일이 생기면 결국 그 혼사도 무산되었지만요.”“하지만 이젠 장준의 대타가 돌아왔어요. 타락했던 예전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는 걸 보면 대타에게 마음을 줬다는 소문이 사실이긴 한가 봐요. 만약 제가 그 첫사랑이었으면 아마 화가 나서 죽어버렸을지도 몰라요. 얼마나 오랜 시간을 들인 계획인데, 결국엔 내 손을 떠나 다른 사람 좋은 노릇만 했잖아요.”이야기를 들은 한현진과 강한서는 조금 멍해졌다. 한현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성우 씨는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거예요?”한현진은 비록 이 일엔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사람을 시켜 장준의 일을 조사하도록 했다. 그러나 장준의 첫사랑에 관한 이런 막장 스토리는 전혀 전해들은 바가 없었다. “에이, 뭐 이런 것쯤이야.”말하는 한성우는 어쩐지 눈을 피하는 것 같았다. “예전에 술 마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2화

    멈칫한 한현진과 강한서가 홱 고개를 돌려 뒤에서 중얼거리는 한성우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눈빛에 깜짝 놀란 한성우가 말했다. “왜 날 그렇게 노려봐?”한현진이 다급하게 물었다. “무슨 소문이요? 성우 씨는 뭘 알고 있는 거예요?”한성우가 눈을 깜빡였다. “소문에 장준이 첫사랑 대타와 사랑에 빠졌다고 하더라고요. 그 대타가 사라진 1년 동안 장준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것처럼 지냈대요. 그리고 대타가 돌아오자 바로 활기가 넘쳐흐른다고 하더라고요. 그 모습에 빈정 상한 첫사랑이 매일 대타를 괴롭히고 있고.”한현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한서는 그런 한현진보다 더 놀란 눈치였다. 한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장준은 술, 여자, 도박, 약 안 좋은 건 전부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 인간에게도 첫사랑이 있어요?”“형수님은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세요. 병신에게도 청춘은 있어요. 게다가 장씨 가문 정도면 명문가에서는 싫다고 할지 몰라도 조건이 조금 떨어진 집안마저도 거절하겠어요?”그리고 한성우는 두 사람에게 끝장판 막장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장준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첫사랑이 있었다. 그 여자는 장준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사람의 딸이었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며 감정을 쌓아왔다. 두 사람에게 사랑이 싹 트던 초창기, 장준의 가족들은 두 사람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단순히 장준이 그 여자를 가지고 놀다 질리면 그만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생각보다 꽤 수완이 좋았던 것인지 장준은 그 여자의 일이라면 죽자고 달려들었다. 그저 장난감에 불과한 여자였다. 곁에 두고 노는 건 상관없었지만 그 여자가 장준의 안방까지 차지하려고 한다면, 장씨 가문에서는 절대 가만히 놔둘 수는 없었다. 그러니 장씨 가문에서는 돈을 주고 수작을 부려 그 여자를 내쫓았다. 하지만 여자가 사라지자 장준은 미친X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그 여자가 떠나며 남긴 편지 때문이었다. [이번 생의 인연은 여기까지인 것 같아. 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1화

    한현진은 조금 전 대화 내용은 간략하게 강한서에게 알려주었다. 강한서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문샤론? 그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거야?”이야기는 전부 한현진이 즉흥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하지만 전부 그럴 듯하게 짜임새가 있는 스토리였다. ‘역시 대단한 여자야.’한현진이 말했다. “간민혜 씨는 죽기 직전까지도 강운 씨에게 한 마디 말도 남기지 않았어. 대체 그 이유가 뭔지, 우린 모르지만 어쩌면 강운 씨라면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사실 난 줄곧 강운 씨 집안에서 누군가 이 일에—”강한서가 한현진의 손바닥을 꾹꾹 누르며 조용히 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멈칫하던 한현진은 강한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정설희, 아니. 정서희가 보였다. 그녀는 장준과 손을 잡고 피로연 현장에 나타났다. 지금의 정서희는 예전의 정설희와 같은 스타일의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다. 눈웃음을 짓는 눈가엔 은근한 색기가 흘렀다. 아름다운 이목구비와 화려한 옷차림은 자심이 병원에서 만났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닮아도 너무 닮았다. 완전히 똑같은 사람인 것 같았다. 함께 등장한 정서희와 장준은 스킨십이 제법 자연스러웠고 꽤 친근한 모습이었다. “강 대표님, 발표회 무사히 마치신 거 축하드려요.”잔을 들고 다가온 장준이 웃으며 강한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현진은 순간 약쟁이였던 장준의 상태가 지난번 결혼식보다 너무 많이 나은 것을 발견했다. 광대뼈도 예전처럼 선명하게 튀어나오지 않았고 눈빛에도 생기가 돌았다. 여전히 삐쩍 마른 몸이었지만 정장을 입으니 제법 봐줄만 했다. 아무도 이런 모습의 장준을 보고 약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강한서가 손을 들어 장준과 가볍게 잔을 부딪쳤다. “고마워요.”장준의 시선이 한현진을 향했다. 깊은 눈매에는 나른한 기색이 묻어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정서희를 보며 물었다. “두 사람 동창이라고 하지 않았어? 현진 씨는 당신을 보고도 왜 이렇게 냉담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0화

    주강운이 엄지로 컵을 쓸었다. 그는 한참만에야 웃으며 덤덤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어쩌면 지금도 보고 있겠죠. 또 어쩌면 그저 장난으로 한 얘기였을 수도 있고요.”시선을 내린 한현진은 더는 말이 없었다. 주강운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이들을 보며 갑자기 물었다. “전에 장례식에 있었던 꼬마 아가씨는 아직도 한서가 돌보고 있어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서가 아름드리로 데려왔어요.”주강운이 의외라는 듯 말했다. “아이 가족에게 보내지 않았어요?”한현진이 말했다. “민 실장님 말로는 아이는 직계 가족이 없다고 하던데요. 다른 가족들도 아이를 키우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고아원에 보내자니 강한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냥 잠시 자기 옆에 두고 보살피기로 했어요.”주강운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개인 입양은 안 알아봤어요?”한현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야 그러고 싶죠. 전에 강한서에게 그 얘기를 꺼냈다가 한바탕 싸웠어요. 저더러 아이에게 아량을 베풀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 아이와 강한서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강한서 아이가 아닐까, 의심하고도 남았을 거예요. 어찌나 친자식처럼 아끼는지. 됐어요. 그저 어린 아이 일뿐인걸요. 착하고 말도 예쁘게 하는 애예요. 키우고 싶다면 키우죠, 뭐.”주강운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긍정적이네요.”한현진이 눈웃음 지었다.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서도 가끔 이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을 쳐다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사실 강한서가 사고를 당하기 전 그 아이에 관해 얘기를 꺼낸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 전 그 아이를 만난 적이 없었어요. 강한서가 저에게 알려준 이름도 은서가 아니라 문샤론이었어요. 그 이름은 은서 엄마가 지은 거라고 했어요. 은서 부모님이 무궁화가 예쁘게 폈을 때 만났대요.”한현진은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낭만적인 러브스토리겠죠. 아쉽게도 그 끝이 안 좋긴 했지만 말이예요.”주강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29화

    왜 굳이 이미 취한 강한서를 방까지 데려다줬을까? 차라리 로비에서 기다리는 편이 더 나았을 텐데 말이다. 설사 강한서를 편히 쉬게 하려던 의도였다고 해도, 강한서와 함께 방에서 기다리면 될 것을 왜 굳이 로비에서 자신을 기다렸던 걸까? 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두 개밖에 없었다. 한현진이 헷갈려 다른 엘리베이터를 탈 리가 없었다. 강한서는 줄곧 유씨 가문 사람들을 혐오했었다. 그러니 그는 멀쩡한 정신엔 유현아가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그 어떤 기회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유현아도 아주 멍청이는 아니었다. 만약 유현아에게 강한서를 유혹할 능력이 있었다면 진작 그를 손에 넣었을 것이다. 그렇게 오래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당시 주강운이 물을 마신 건 두통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현진이 강한서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덮칠 수 있도록 시간을 끌기 위한 행동이었던 걸까?그때의 일을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한현진의 마음은 점점 더 서늘해졌다. 주강운은 대체 어떤 마음으로 자기 첫사랑을 치어 죽인 사람을 도왔던 걸까?“현진 씨?”창백해진 얼굴로 한참을 말이 없는 한현진을 본 주강운이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 한현진의 손가락이 움찔 떨렸다. 그녀는 곧 주먹을 꽉 움켜쥐며 마음을 다잡았다. 손을 뻗어 주강운이 내민 잔을 받으며 말했다. “고마워요.”생기 있는 얼굴이었지만 낯빛이 어두웠다. 이마에도 땀이 송글 맺혀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놀란 모양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았지만 정작 입을 여니 그 모든 마음은 그저 한 마디의 가벼운 인사로 흘러나왔다. “요즘 잘 지냈어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지냈어요.”잠시 말이 없던 한현진이 말을 이었다. “얼마 전 저녁에 누군가 강운 씨 휴대폰으로 저에게 전화를 했었어요. 강운 씨 취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몸이 안 좋아서 안 갔는데, 집에 잘 들어갔어요?”한현진은 조심스레 그 얘기를 꺼냈다. 마치 주강운이 왜 오지 않았냐고 따질까 봐 두려운 사람처럼. 그렇게 선을 긋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28화

    웨이터는 조금 전까지 한현진이 서 있던 곳에 그대로 넘어졌다. 그는 넘어지며 테이블에 부딪혔고 위에 놓였던 술잔과 그릇들이 와르르 바닥으로 떨어졌다. 유리조각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튀었다. 놀란 마음을 진정하지 못한 한현진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얼굴도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귓가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라지 마요. 괜찮아요.”정신을 차린 한현진이 멍하니 자신을 잡아 준 주강운을 쳐다보며 숨을 들이켰다. 한현진은 주강운의 손에서 팔목을 빼며 나지막이 말했다. “고마워요.”주강운의 눈가에 걱정 어린 눈빛이 스쳤다. 하지만 주강운은 그 마음을 꾹 누르며 앞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그는 그저 조금 전까지 한현진을 잡고 있던 손을 꽉 움켜쥐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으면 됐어요.”이때, 강한서는 이미 굳은 얼굴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한현진은 그가 주강운에게 주먹을 날리기 전에 먼저 앞으로 다가가 강한서의 손을 잡았다. “얼른 사람 불러서 여기 정리해. 손님들 놀라게 하지 말고.”한현진에게 잡힌 강한서의 손이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한현진은 힘을 실어 강한서를 꼭 잡았다. 그녀는 그에게 자기는 괜찮으니 티 내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 한현진은 아이들이 뒤에서 뛰어다니다 웨이터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걸 직접 보았다. 이건 그저 우연한 사고였다. 하지만 강한서가 이 일로 화를 낸다면 그가 주강운 앞에서 했던 연기는 전부 물거품이 될 것이다. 강한서는 한현진의 타이름에 점차 진정했다. 그는 분노를 꾹 억누르며 놀라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민경하에게 사람을 불러 이곳을 수습하라고 지시했다. 옆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던 한성우는 큰 소란에 놀라 다가와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주강운이 말했다. “아이들이 뛰어 놀다가 웨이터를 넘어뜨려서 하마터면 현진 씨에게 부딪힐 뻔했어.”한성우가 놀란 숨을 들이켰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한현진의 배를 힐끔 쳐다보았다. 막 말을 꺼내려던 한성우를 강한서가 노려보았다. 한성우는 순간 마음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27화

    한 때는 재벌가 사모님 모임의 중심이었던 여자가 결국은 모든 사람들의 경멸과 멸시의 대상이 되었다. 그녀는 이젠 더 이상 이 바닥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강한서의 페이스북은 점차 새로운 댓글이 달리며 악플을 덮어갔다. 실시간 검색어도 점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했다. 그중 순위가 제일 높은 검색어는 [강한서 수능 성적]이었다. 발표회가 시작하기 전, 많은 사람은 강한서의 일반적인 재벌 2세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굳이 다른 점을 얘기하자면 강한서는 그동안 특별한 스캔들도 없이 조용하게 지낸 편이라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잠잠하게 지내 온 재벌 2세든, 한껏 존재감을 드러낸 재벌 2세든 네티즌에게는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들에게 재벌 2세는 그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재부로 손쉽게 좋은 환경과 기회를 누리며 살아온, 아무리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일반인은 누리지도 못할 사회적 지위와 재부를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누군가 강한서의 수능 성적을 공개했을 때,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능 만점???][이게 무슨 어나더레벌의 엄친이야?]특례가 있었던 것은 아닐지 의문이 들었지만 강한서는 단순히 본인의 실력으로 수능 만점을 맞았다. 그리고 곧 고등학교 시절 강한서의 성적도 어쩐 일인지 전부 공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네티즌들은 현재 한성의 핵심팀을 이끄는 사람 역시 강한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팀은 강한서 본인을 포함해 많은 상을 수상한 전적이 있는 팀이었다. 강한서가 대학원 시절 제출한 논문도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곧 많은 대학원생들은 그 논문은 바로 전업 저널에서 읽었었던 논문이며 심지어 자신의 논문에도 인용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전문가는 강한서의 논문은 박사 이상의 학벌을 가진 사람이 쓸 수 있는 수준의 논문이라고 말했다...그렇게 많은 사실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순간 한성 그룹의 젊은 대표야말로 진정한 천재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강한서 본인은 그 어떤 인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26화

    [사람들은 늘 모성애를 노래해요. 엄마의 사랑이라는 게 위대하긴 하죠. 하지만 모든 엄마에게 모성애가 있는 건 아녜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옭아매고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엄마에게 아이가 반항을 했다고 해서 그게 불효가 되는 건가요?한서는 졸업 후 지금까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매년 학교에 기부하고 있어요. 학교에 장학금 재단까지 설립해 성적이 우수하고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있고요. 작년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전할 편지를 적어달라고 했어요. 저희는 한서가 아이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유능한 인재가 되길 바란다는 내용을 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한서는 아무런 고민과 걱정 없이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란다고 적었더라고요. 한서는 늘 자기 마음속에 있는 어린 꼬마를 안고 살았던 거예요. 한서가 졸업한지 이젠 10여 년이 흘렀어요. 저희도 그동안 자주 연락하지는 않았고요. 그러다 2년 전 제 남편이 수술을 받게 되었고 해외 유학 중인 아이 때문도 저도 양쪽을 오가며 몇 년 사이 체력이 많이 떨어져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어요. 하지만 한서는 어디서 그 소식을 들은 것인지 사람을 보내 제 남편의 입원 수속을 도와줬어요. 한서는 누구보다 훌륭한 학생이었어요. 저희 반 학생이 한서 한 명이 아니었고 선생님으로써 아이들 한 명 한 명, 전부 똑같이 마음을 써야 했어요. 그래서 제가 한서에게 특별히 더 잘해준 것도 아니었어요. 전 그저 한서의 담임을 맡았던 평범한 교사였죠. 게다가 지금은 이미 퇴직했고 한서의 사업에도 그 어떤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럼에도 한서는 담임이었던 저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아준 아이예요. 그런 아이가 또 어떻게 친어머니를 버리는 짓을 할 수 있었겠어요?불과 몇 분 전,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를 보며 아들이 올리지 말라고 설득하더군요. 지금 여론이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으니 제가 쓴 글 때문에 괜히 저에게 불똥이 튈 수도 있다고 말이예요. 하지만 전 무섭지 않아요. 누구 보다 한서가 어떤 아이인지 잘 알고 있는 제가 조용히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25화

    [이젠 다 어른이 되었으니 저도 고생 끝에 낙이 오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결혼을 하더니 저와 점점 멀어졌죠.]신미정은 송씨 가문의 눈에 날까 두려웠던 것인지 며느리에 관해선 그저 스치듯 짧게 얘기했다. 그녀는 또 긴 편폭을 들여 자신과 신표의 관계를 설명했다. 신표는 어린 시절의 강한서를 구해 준 적이 있었고 신미정은 배은망덕한 인간처럼 그런 동생을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신미정은 그것이 잘못된 방법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젠 신씨 가문 일에 손을 뗐다며 지금은 그저 아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했다.신미정은 아마 실력 있는 사람을 찾아 도움을 받은 것 같았다.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다투고 나서야 그녀는 비로소 강한서와의 사이가 틀어지는 것은 그녀에게 그 어떤 좋은 점도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 오히려 이 일을 빌어 강한서를 가스라이팅하여 본인이 계속 강씨 가문 사모님이로서의 모든 권한을 누리는 것이 신미종의 목적인 것 같았다. 신표는 이미 신미정에게서 등을 돌렸고 강단해는 아내와 아들이 있었기에 모든 걸 버리며 신미정을 거둘 수도 없었다. 그러니 지금 신미정에게 강한서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언제든 뒤에서 칼을 꽂을 수 있는 사람을 한현진은 강한서 곁에 둘 수 없었다. 신미정이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피드에 달린 댓글은 두 패로 나뉘었다. 신미정을 이해한다는 여론은 싱글맘의 힘든 처지를 이해하며 아무런 이유 없이 도박하는 동생을 도운 것도 아니고 아들을 구해준 적이 있으니 당연히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은 그저 신미정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태도였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고, 아이를 보살피는 건 엄마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왜 신미정에겐 그것이 아이를 가스라이팅하는 이유가 된 것일까?강한서가 신표의 도박 빚을 갚아주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심지어 10년 동안 신표를 도와주는 신미정을 묵인해줬다. 강한서는 10년을 참고 나서야 더는 돈을 주지 않기로 마음을 먹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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