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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그 화려한 외모의 소유자는 당연히 유화였다.그녀는 온몸에 이불을 감은 채 머리만 내밀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는 긴 생머리를 침대에 늘어뜨린 채,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임건우를 바라보고 있었다.임건우는 어머니 방 인기척을 살핀 뒤, 재빨리 방 문을 닫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유화가 야릇한 미소로 답했다.“일하는 중이지!”임건우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일?”“침대를 따뜻하게 덥히고 있어. 나 오빠의 노예잖아.”순간 임건우는 심장박동이 빨라지다가 머리가 지끈거렸다.외출하기 전에 어머니한테 유화와 가까이 있는 모습을 들켜버린 뒤로 어떻게 해명할지 아직 생각도 못 했는데 이런 자세로 그의 방 침대에 누워 있다니! 이걸 어머니가 보면 또 무슨 오해를 하실까!“장난치지 말고 얼른 돌아가서 잠이나 자!”임건우는 다가가서 이불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유화는 이불을 꽉 잡더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이불 가져가지 마. 나 알몸이란 말이야.”“뭐라고?”임건우는 순간 화들짝 놀라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귓가에 악마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했다.“이불 벗겨버리고 덮쳐! 여자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다가오는데 가만히 있으면 그게 남자야?”유화도 눈을 깜빡이며 어서 달려들지 않고 뭐하냐고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임건우는 바짝 타는 입술을 깨물며 애써 충동을 억제했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선 그가 차분하게 말했다.“당장 나가. 안 나가면 정말 화낼 거야. 날씨도 더운데 침대 데우는 작업이 왜 필요해?”“그래, 알았어.”유화는 새침하게 말하고는 이불을 던져버렸다.“아!”임건우의 입에서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머리는 당장 고개를 돌리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유화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그녀를 감쌌던 이불이 젖혀지고 그의 눈빛에 살짝 실망감이 감돌았다.‘이런 사기꾼!’유화는 옷을 입고 있는 상태였다. 그것도 아주 단정한 스타일로!“옷 안 입었다면서?”“오빠, 왠지 실망한 것처럼 보인다? 장난 좀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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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임건우가 버럭 화를 내려 했지만 유화는 이미 방 문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약재들 준비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니까 일단 돌아갈게. 내일 봐.”유화가 떠난 뒤, 임건우는 거친 한숨을 몰아쉬었다.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허전한 기분도 들었다.“요망한 여자네!”사실 나이로 따지면 유화는 임건우보다 조금 연상이었다. 게다가 지하 세계 보스의 양녀에 그녀 자신도 뛰어난 무예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행동이나 말투가 거침이 없었다.한편, 임건우의 방을 나선 유화는 빨갛게 상기된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한 번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남자에게 대시해 본 적 없었다.조금 전 그녀가 이불을 젖힐 때 임건우가 보인 반응을 생각하면 재밌어서 웃음이 나왔다.“그런 반응을 보일 줄 알았으면 옷을 벗고 들어가는 거였는데.”유화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프라이빗 클럽으로 돌아간 그녀는 수련의 경지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 바로 연습장으로 달려갔다.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대련을 하고 있었다.그중에는 천우도 있었다.연습장 중심에서 천우는 홀로 세 명을 상대해 주고 있었다.툭! 툭! 툭!만리상맹의 세 부하직원은 얼마 되지 않아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역시 천우 도련님이십니다!”“도련님, 저희는 도련님 상대가 안 되니 이만 놓아주세요.”부하 직원들은 간절한 표정으로 천우에게 애원했다.하지만 천우는 단호하게 딱 잘랐다.“안 돼! 내가 연습 게을리하지 말라고 했지? 거기 다섯, 뭐 해? 빨리 안 올라오고!”부하직원들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상황을 구경하던 유화는 가볍게 링에 뛰어오르며 말했다.“오빠, 애송이들 괴롭혀서 뭐 해? 상대가 필요하면 나랑 해!”“유화 너 언제 돌아왔어?”천우가 오밤중에 갑자기 부하들을 불러 모아 대련을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유화가 임건우의 거처에 간 것을 알게 된 뒤로 가슴이 답답해서 스트레스를 애먼 부하들에게 풀고 있었던 것이다.돌아온 유화의 모습을 보자 잔뜩 굳었던 천우의 표정도 활짝 풀어졌다.“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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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한편, 샤워를 마친 임건우는 침대에 걸터앉았다.그의 손에는 정인이 떠나기 전 주고 간 박스가 들려 있었다. 여태 뜯어보지 않아서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몰랐다.“설마 시계 같은 건 아니겠지?”임건우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는 여느 재벌 2세와는 다르게 신분을 상징하는 시계 같은 장신구를 선호하지 않았다. 스마트폰도 있는데 귀찮다는 이유에서였다.박스를 열어 보니 안에는 뜻밖의 물건이 들어 있었다.그것은 초록색 빛을 띤 비취옥 조각상이었다.어린아이 주먹 정도 되는 사자 조각상이었는데 한눈에 봐도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조각상을 손에 들자 무언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그 순간 그는 충격에 눈을 부릅떴다.조각상 안에서 일렁이는 에너지 덩어리가 보였다.“이게 뭐지? 설마… 영기?”천의도법은 의술과 무예를 합친 수련법으로, 무예와 의술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무명공법의 수련은 천지 사이에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하는 영기 에너지를 흡수하여 수련자의 경지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예전에 임건우는 조상님의 신비한 힘을 전수받았기에 영기를 딱히 필요로 하지 않고도 빠르게 수련에 입문할 수 있었지만 만약 영기의 에너지까지 얻게 된다면 더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임건우는 큰 충격에 빠졌다.그는 천천히 사자 조각상을 만지며 기를 운용해서 조각상에서 스며 나오는 영기를 흡수했다. 순간 체내의 진원이 물 만난 고기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온몸이 편안해졌다.“영기야! 역시 영기였어! 편안해! 다시 흡입해 볼까?”임건우는 침대에 앉아 계속해서 비취옥 조각상의 영기를 흡수했다. 그렇게 30분이 지나자 조각상 안에 있던 영기가 전부 그의 체내로 흡수되었다.그리고 이때, 그의 몸 안에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무명공법이 또다시 돌파하여 세 번째 단계까지 돌파한 것이다.“영기는 역시 대단하네. 많을수록 좋겠어!”그는 다시 조각상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맑은 초록빛을 뿜던 조각상은 영기를 잃은 뒤, 빛을 잃고 평범한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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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왕 여사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역시 여자는 남편을 잘 만나야 한다니까. 이게 다 팔자지 뭐. 우리 딸은 황후로 살 운명을 타고난 거야. 가연이가 안타깝지. 그 미모에 무능력한 남편을 만났으니… 가연이가 순진해서 남자 보는 눈이 없어서 그랬나 봐. 가연이는 이제 가망이 없으니 자기는 지연이한테 신경 좀 써야겠어. 남자 만날 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제대로 된 놈 만나라고 잘 가르쳐.”심수옥은 상대의 귀뺨을 날려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녀도 임건우를 혐오하고 둘이 당장이라도 이혼하기를 바라는 사람이었지만 다른 사람의 입에서 저런 말을 들으니 자존심이 상했다.심수옥은 40억짜리 수표를 흔들며 말했다.“팔자 좋아하네. 4억이 그렇게 대단해? 이거 봐. 우리 사위가 준 거거든? 40억이야! 자기는 평생 40억이라는 돈을 구경이나 해봤어? 황후? 용돈으로 고작 4억 받으면서 황후야? 나는 그럼 태후 마마인가?”수표에 적힌 액수를 확인한 왕 여사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기분이 좋아진 심수옥은 처음으로 임건우도 꽤 괜찮은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 생각은 은행 창구에 도착하자마자 무참히 깨져버렸다.구겨진 수표를 확인한 은행 직원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여사님, 수표가 너무 구겨져서 사인과 날짜가 지워졌네요. 이건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뭐라고요? 사용할 수 없다니요?”심수옥은 피라도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왜 사용할 수 없다는 거죠? 조금 구겨진 것뿐이잖아요? 그게 무슨 문제가 된다고 고객을 이렇게 푸대접해요? 당장 현금화해 줘요. 안 그러면 민원 넣을 거예요.”직원은 여전히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이 수표는 무효에요. 저도 어떻게 해드릴 수 없네요.”옆에서 지켜보던 왕 여사가 비웃음을 터뜨렸다.“자기 사위가 용돈이라고 준 40억 수표라고? 금액이 좀 지나치긴 했어. 그렇지? 그냥 가짜 수표 아니야? 자기도 참… 자기 나한테 자격지심이라도 느꼈나 봐? 그 무능한 사위한테서 용돈을 받았다는 거짓말까지 하는 걸 보면!”심수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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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엄마, 긴장 풀고 천천히 말해요. 사고가 났다고요? 엄마는 어때요? 다친 곳은 없어요?”심수옥의 연락을 받은 유가연이 걱정스럽게 안부를 물었다.심수옥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나는… 괜찮은데 하필 사고 상대가 여씨 가문 차라… 롤스로이스래… 어떡하지?”“롤스로이스요? 세상에나!”유가연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심수옥은 조급한 목소리로 애원했다.“딸, 빨리 이쪽으로 와줘. 어차피 너 지금 돈 많잖아. 임건우 그 자식도 데려와! 상대가 만만치 않아.”임건우는 유씨 가문의 유일한 남자였다. 심수옥은 이런 사건은 당연히 남자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유가연의 연락을 받은 임건우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30분 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현장에 도착했다.얼굴이 퉁퉁 부어서 코피까지 쏟으며 바닥에 쓰러진 엄마를 보자 유가연은 울음을 터뜨렸다.“엄마, 엄마! 괜찮아요?”임건우도 미간을 찌푸렸다.물론 그는 심수옥에게는 일말의 연민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처참하게 맞은 엄마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유가연을 보자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게다가 아무리 그래도 심수옥은 그의 장모였다. 그녀를 싫어하는 감정은 여전해도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가족을 건드린 건 용납할 수 없었다.그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롤스로이스 차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임건우를 불쾌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당신들이 이 아줌마 가족이야? 잘됐네! 그래서 수리비 8억은 어떻게 배상할 거야?”“뭐? 8억? 아까는 4억이라고 했잖아요!”심수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따지듯 말했다.하지만 남자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냉랭하게 대꾸했다.“그건 조금 전 얘기고.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 아줌마 때문에 여기서 30분이나 지체했잖아. 시간이 금이라는 거 몰라? 내가 누군지는 알 테고, 감히 돈을 안 갚고 발뺌할 생각은 아니지?”그 말에 심수옥은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주변에 있던 구경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유가연, 임건우에게 동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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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임건우는 가볍게 왼손을 들어 남자의 발목을 잡았다.그리고 몸을 비틀어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당황한 남자가 놀라서 중얼거렸다.“엄청난 속도야! 어떻게 한 거지?”그 순간 임건우의 오른손이 남자의 얼굴을 뭉개면서 뒤로 밀쳤다.쾅!요란한 소리와 함께 남자의 머리가 롤스로이스 차창에 부딪혔다.구경하던 사람들은 가슴이 철렁해서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좋은 마음으로 임건우를 말렸던 노인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임건우는 남자의 머리를 다시 잡아서 뭉개버렸다.일방적인 구타였다.쾅!쾅쾅!롤스로이스 차창이 깨지면서 남자의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그제야 임건우는 동작을 멈추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이 여자는 내 와이프야. 감히 내 와이프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해? 당신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들을 지켜보았다.중년의 나이에 남자에게 개처럼 맞은 장모 때문이 아니라 와이프의 눈에서 눈물을 뺐다는 이유라니!도대체 얼마나 와이프를 사랑하면 저런 말이 나올까?유가연도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여씨 가문의 악명은 그녀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말 한마디로 유씨 가문을 소리 소리소문없이 강주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 여씨 가문 사람을 상대로 임건우가 폭행을 저질렀으니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하지만 유가연은 엄마의 참혹한 모습을 그래도 임건우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사람은 자존심이 있다. 벌레도 밟으면 꿈틀한다.하지만 심수옥은 생각이 달랐다. ‘여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데 임건우 저 무식한 놈이 감히!’그녀는 바닥에서 일어서서 임건우에게 다가가서 귀뺨을 쳤다.임건우는 이 허세로 가득 찬 사내를 어떻게 혼내줄지 골똘히 생각하느라 심수옥의 돌발행동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비록 손이 날아오는 순간에 급하게 몸을 피했지만 심수옥의 손은 그의 얼굴을 스쳐서 지나갔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가 장모에게 맞은 것처럼 보였다.심수옥이 씩씩거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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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임건우는 가족을 가지고 협박하는 인간을 가장 혐오했다. 그래서 귀뺨을 날리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확 들어갔다.“쿨럭!”순식간에 사내의 입에서 피가 흐르더니 이빨 두 대가 부러졌고 머리는 차 문에 부딪혀 눈앞에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지켜보던 관중들은 미친놈을 보는 눈빛으로 임건우를 바라보았다.누군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권고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임건우를 애도했다. 물론 지금 당장에야 분이 풀리겠지만 배후에 여씨 가문을 등에 업은 사람을 이렇게 개 패듯 팼으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었다.심수옥도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이 무능한 놈이 싸움 좀 한다고 안하무인이네? 지금 우리 가문까지 피똥이 튀게 생겼잖아!’그녀가 달려가서 임건우에게 매를 들려던 순간.고개를 돌린 임건우가 냉랭한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당신은 장모님 데리고 병원으로 가. 어서!”유가연은 걱정스러웠지만 처음 보는 그의 무시무시한 표정에 고개를 끄덕이고 심수옥을 잡아끌었다.심수옥은 끌려가면서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다들 보셨죠? 이 임가에서 버림받은 무식한 놈이 우리 딸이랑 결혼하고 우리 딸 덕을 보며 여태 살았거든요? 그런데 며칠 전에 둘이 이혼했어요. 그러니 이놈이 오늘 한 짓은 우리 가문과 전혀 상관이 없단 말이에요!”순간 유가연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어졌다. 그녀는 재빨리 심수옥을 끌고 차에 올랐다. 계속 여기 있다가 엄마 입에서 더 험한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사람들의 시선이 미묘해졌다.누군가는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누군가는 가소로운 표정, 또 누군가는 동정 어린 시선으로 임건우를 바라보았다.장모를 대신해서 나섰다가 장모에게 오히려 매를 맞고 사람들 앞에서 망신까지 당한 상황.“임우진이 사고로 사망한 뒤로 임건우는 완전히 폐인이 되었다고 하네요. 그렇게 장모 집에서 가정부처럼 살면서 장모에게 온갖 욕을 다 들으면서도 대꾸 한번 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소문이 사실인가 봐요.”구경꾼들 중의 누군가가 작게 말했다. 소리는 작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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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임건우는 이 여자도 무예를 수련한 자라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게다가 사내보다 한 등급 더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이었다.“당신은 누구지?”임건우가 담담하게 물었다.여자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여자를 알아본 노인이 입을 열었다.“나 저 여자 알아. 여씨 가문 가주 여윤건이 가장 총애하는 손녀잖아! 이름이 여윤아라고 했었나?”“아 그분이네요!”“임가 놈 이번에는 제대로 걸렸네요. 하필이면 여씨 가문의 마녀라고 불리는 여자한테 걸려서….”“쉿! 조용히 해요. 듣겠어요!”사람들은 소리를 낮춰 수군거렸지만 임건우는 그들이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 임건우도 강주 출신에다가 한때 재벌 2세였기에 상위 세계의 소문을 들은 바 있었다. 여씨 가문의 여윤아에 관한 소문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다!여윤아는 이름과 성격이 정반대인 여자였다.중학교 때부터 학교 일진으로 활동하면서 고등부 선배와 맞짱을 뜬 이력이 있었다. 더 기가 차는 건 그녀가 싸움을 아주 잘한다는 사실이었다. 가민조도 그녀에게 맞아서 운 전적이 있었다.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실물을 만나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그녀 역시 무예 수련자였기 때문이었다.하지만…“감히 우리 가문 사람을 건드려? 간도 크네! 나랑 한판 붙어!”여윤아가 얼굴을 반쯤 가린 선글라스를 벗어 던지자 순정만화 주인공을 닮은 앳된 얼굴이 드러났다. 여윤아라는 이름과 무척이나 어울리는 얼굴이었다.임건우는 그녀를 힐끗 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난 환자랑은 안 싸워.”“뭐라고? 이 미친놈이 누구를 욕하는 거야!”“넌 환자 맞아.”“악! 이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가! 네가 누군지 모르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넌 죽어!”화가 머리끝까지 난 여윤아가 맹렬한 기세로 임건우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무시무시한 속도야! 저건 못 피하겠어!”지켜보던 행인이 감탄하듯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임건우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여윤아의 주먹이 코앞에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왼손으로 가볍게 그녀의 주먹을 받아냈다.여윤아가 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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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당장 윤아 풀어줘! 너 오늘 누구를 건드렸는지 모르지? 네놈이 오늘 저지른 멍청한 짓 때문에 너, 그리고 네 가족, 지인, 친구 모두에게 큰 재앙이 갈 거야!”바닥에서 기어 일어난 여지훈이 임건우를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조금 가라앉았던 임건우의 분노가 다시 치솟은 순간이었다.그는 시체를 바라보는 듯한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여지훈을 쏘아보았다.그리고 여지훈을 똑바로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오늘 네놈이 했던 말 때문에 너희 여씨 가문에서 화를 입게 생겼다는 것만 알아!”그러자 여지훈이 박장대소하며 대꾸했다.“우리 가문에서 화를 입어?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보지? 감히 네 주제에….”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건우의 주먹이 다시 그의 얼굴을 가격했다.여지훈은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가 차에 머리를 부딪히며 힘없이 쓰러졌다.여윤아를 놓아준 임건우는 차갑게 롤스로이스 차 문을 열더니 그녀에게 말했다.“타. 운전은 네가 해.”여윤아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 어디 가려고?”임건우는 귀찮은 듯이 대꾸했다.“너희 집에 가야지. 가서 너희 할아버지한테 따질 거야.”오늘 일은 신분이 가장 높은 사람과 독대를 해서 매듭을 풀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여씨 가문에서 반격할 때까지 기다리면 아무리 임건우라도 골치 아파질 것이다.여윤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임건우가 오늘 한 짓은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이었다. 여윤아는 갑자기 그의 뇌 구조가 궁금해졌다. 임건우는 과연 미친놈인가?잠시 눈알을 굴리며 고민하던 여윤아는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집에 가면 더 좋지! 네가 다시 걸어서 우리 집을 벗어날 일은 없을 거야! 집에 있는 수많은 무술 고수들이 너를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죽었어, 너!’그들은 사람들의 놀란 눈빛을 뒤로하고 차에 올라 여씨네 저택으로 향했다.조금 전 싸움을 말리던 노인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임우진 대표 아들놈은 미친놈이거나 악마가 환생한 게 틀림없어.”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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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여윤아는 차 안에 앉은 임건우를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탄 저놈이 내 차를 들이받고 여지훈에게 부상까지 입혔어요. 그래 놓고 나한테 40억이나 배상하라지 뭐예요? 그리고 우리 가문이 큰 화를 입을 거라면서 할아버지를 만나서 따지겠다고 해서 데려왔어요.”“뭐라고요?”모두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강주에 이런 미친놈이 나타날 줄이야!누군가가 화를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잠이 덜 깬 거 아니야? 어디 감히 우리 여씨 가문에 도전장을 내밀어? 사는 게 귀찮나 보지? 어떤 놈인지 얼굴이나 봐야겠어!”고함을 지른 사내는 여현, 성격이 포악하기로 소문났고 수련 경지도 이 들 중 서열 2위나 되는 자였다.말을 마친 여현이 거칠게 차 문을 열며 임건우에게 말했다.“어린놈의 자식이! 당장 내리지 못해?”임건우는 여전히 좌석에 궁둥이를 붙인채로 냉담하게 말했다.“넌 또 뭔데? 무슨 자격으로 나를 차에서 내리라는 거야? 너랑은 얘기할 생각 없으니까 당장 가주님 불러와.”이게 무슨?여현은 머리에 피가 솟구치는 느낌이 들었다.나머지 사람들도 임건우를 둘러싸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광기!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광기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몇몇 나이가 어린 젊은 청년들은 화를 주체할 수 없어서 몸까지 부들부들 떨었다.여현은 벌레를 쳐다보는 눈빛으로 임건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좋아. 내 화를 건드리는데 성공했어. 나한테 너를 차에서 끌어 내릴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한번 보여주지.”말을 마친 그가 괴성을 지르며 임건우에게 달려들었다.여현이 기를 운용하자 근육들이 마구 부풀면서 입고 있던 셔츠를 찢어버렸다. 그는 임건우의 팔뚝을 향해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당장 내려!”임건우는 팔목이 그에게 잡힌 상태였지만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는 여유롭게 사내를 쳐다보며 한마디 했다.“말했잖아. 넌 자격 없다고.”말을 마친 그는 진원을 운용해서 순식간에 여현의 손을 튕겨내고는 손바닥으로 그의 가슴을 쳤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여현은 거대한 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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