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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엄마, 긴장 풀고 천천히 말해요. 사고가 났다고요? 엄마는 어때요? 다친 곳은 없어요?”

심수옥의 연락을 받은 유가연이 걱정스럽게 안부를 물었다.

심수옥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괜찮은데 하필 사고 상대가 여씨 가문 차라… 롤스로이스래… 어떡하지?”

“롤스로이스요? 세상에나!”

유가연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심수옥은 조급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딸, 빨리 이쪽으로 와줘. 어차피 너 지금 돈 많잖아. 임건우 그 자식도 데려와! 상대가 만만치 않아.”

임건우는 유씨 가문의 유일한 남자였다. 심수옥은 이런 사건은 당연히 남자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가연의 연락을 받은 임건우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30분 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현장에 도착했다.

얼굴이 퉁퉁 부어서 코피까지 쏟으며 바닥에 쓰러진 엄마를 보자 유가연은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엄마! 괜찮아요?”

임건우도 미간을 찌푸렸다.

물론 그는 심수옥에게는 일말의 연민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처참하게 맞은 엄마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유가연을 보자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게다가 아무리 그래도 심수옥은 그의 장모였다. 그녀를 싫어하는 감정은 여전해도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가족을 건드린 건 용납할 수 없었다.

그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롤스로이스 차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임건우를 불쾌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들이 이 아줌마 가족이야? 잘됐네! 그래서 수리비 8억은 어떻게 배상할 거야?”

“뭐? 8억? 아까는 4억이라고 했잖아요!”

심수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따지듯 말했다.

하지만 남자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냉랭하게 대꾸했다.

“그건 조금 전 얘기고.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 아줌마 때문에 여기서 30분이나 지체했잖아. 시간이 금이라는 거 몰라? 내가 누군지는 알 테고, 감히 돈을 안 갚고 발뺌할 생각은 아니지?”

그 말에 심수옥은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주변에 있던 구경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유가연, 임건우에게 동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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