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2171 - 챕터 2180

2323 챕터

제2171화

“언니랑 이모들한테는 알려 드렸어요?”하예정은 시댁 식구들에게 둘러싸이는 바람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릴 시간이 없었다.하지만 남편이 자랑을 많이 할 거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이전에 소정남이 심효진이 임신한 소식을 받자마자 군데군데 자랑질하며 다닌 것에 대해 전태윤은 마음이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전태윤과 하예정은 먼저 결혼하고 그 뒤로 정이 생긴 케이스였다. 서로 존경하면서 선을 지키는 사이로부터 금실 좋은 부부로 되기까지, 하예정은 여전히 임신하지 못했다.그러나 소정남은 결혼한 지 한 달 만에 심효진이 임신했기 때문에 전태윤이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처형과 성 대표에게는 이미 알려줬어. 하지만 이모 번호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서 성 대표에게 전화해서 알려줬어.”“이모한테서 전화 안 왔어?”전태윤은 이경혜가 알면 기뻐하면서 하예정에게 전화할 줄 알았다.“언니가 메시지로 제가 임신한 거 맞냐고 물어봤어요. 언니는 우리가 이미 돌아온 것을 모르시더라고요. 아직도 이모 댁에 계시나 봐요.”전태윤은 웃으면서 대답했다.“맞다! 나도 너무 기뻐서 우리가 관성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미처 얘기 못 했으니 처형이 우리가 아직도 예진 리조트에 있다고 생각했나 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좋은 일인걸. 우리 먼저 몰래 이 기쁨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좋아!”“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선 안 돼. 아니면 또 우리 여보를 빼앗아 갈 테니까.”하예정은 그런 남편을 보며 농담했다.“말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다 얘기한 거 아니에요? 이젠 말하면 안 된다니요.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길 바라면서...”하예정이 결혼한 뒤로 계속 임신 하지 못했기에 관성의 기자들조차 하예정의 임신 소식을 주시하고 있었다.전태윤은 속으로는 답답했다.이번에 아내가 정말로 임신했으니 전태윤도 허리를 펴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하예정이 금방 임신한 터라 집안 어른들도 친한 지인끼리만 알려줄 뿐 임신 초기에 대외로 공개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만약 전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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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2화

하예정은 언니와 이모께 할머니께서 하신 제안을 조용히 물어보았지만 언니와 이모는 여전히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3년 이상 임신 못 한다면, 부부의 건강문제가 확실히 아니라면 그때 가서 할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해보자고 결정했다.한 아이를 입양해 그 기운으로 임신하려고 말이다.그때 정겨울이 하예정이 임신했다고 말했으니 하예정의 그 기쁨을 누구 알아주리! 전태윤은 상상도 못 할 것이다.“어머님과 아버님께서 내일 제 계좌로 400억을 입금할 거라고 하셨어요.”하예정은 갑자기 남편에게 말을 건넸다.“저한테 주는 상이라고 하셨어요. 임신 후로도 몸매가 변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면 아기를 더 낳으라고 제안하셨고요.”“제가 전씨 가문의 큰 공신이라며 꼭 상을 줘야 한대요. 우리가 아기를 가지는 게 부부에게 있어서 가장 평범한 일 아니에요?”하예정을 말을 꺼내면서 매우 답답해 났다.시부모님이 직접 400억을 주신다고 하니 임신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마치 장사하는 것처럼, 거래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하예정은 임신과 출산이 돈과는 상관없는 전태윤과의 사랑의 결정체이고 두 사람 생명의 연속이라고 생각했다.웃으면서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은 전태윤은 하예정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왔다.“이건 우리 명문가들의 습관이라고 할 수 있어. 우리 전씨 가문도 다른 큰 가문과 마찬가지도 아랫사람들이 임신하게 되면 어르신들이 저택 혹은 고급 차, 값비싼 액세서리, 심지어 자가용 비행기, 자가용 요트까지 선물하거든.”전태윤도 하예정에게 선물을 준비했다.며칠 후면 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기념일이다.전태윤은 하예정을 위해 고급 차와 고급 저택, 그리고 개인 요트 한 척을 결혼기념일 선물로 주려 했다.하지만 지금 하예정이 임신했기에 전태윤은 몇 가지 선물을 더 추가해서 아내에게 주기로 했다.부모님께서는 아내에게 돈을 선물했고 전태윤도 사랑하는 아내에게 거액의 돈을 선물하려 했다.하지만 결혼한 뒤로 모든 재산을 두 사람이 함께 소유하고 있다 해도 독립적인 성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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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3화

전태윤에게 시집간 지 1년이 되어가고 있었다.하예정은 전태윤이 막강한 재력의 가문 도련님인 줄도 알고 시댁 식구들도 재산이 매우 많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모두가 전태윤의 뜻에 따르고 그를 이뻐하는 것을 보며 부잣집도 일반적인 가정과는 다름없다고 느꼈다.하지만 이번에 임신한 후로 가문의 어르신들이 자신에게 주는 선물을 보면서 진정한 부잣집이 어떠한지를 진정으로 실감하게 되었다!“태윤 씨.”전태윤은 또 고개를 숙여 아내의 이마에 뽀뽀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난 당신이 날 여보라고 부르는 게 너무 좋아.”“저 또 배고픈 것 같아요.”하예정이 고개를 들어 쑥스러운 듯 남편을 쳐다보았다.저녁 식사 때 분명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지금 또 배가 고팠다.전태윤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내에게 물었다.“뭐 먹고 싶어? 내가 내려가서 해줄게.”“시원한 국수 먹고 싶어요. 오이와 국물을 듬뿍 넣어서.”전태윤이 멈칫했다.“집에 국수가 없을걸.”하예정은 바로 몸을 일으켜 반짝이는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지금 시내로 가요. 야시장에서 산책도 하고 야식도 먹어요.”전태윤이 시간을 보더니 말을 꺼냈다.“오늘 시내로 들어간다면 시내에서 묵어야 할지도 몰라.”“오늘 밤 발렌시아 아파트에 가서 자고 싶어요.”전태윤은 웃으며 그녀에게 뽀뽀했다.“우리 부인이 나와 같은 생각 하고 있었네. 그래. 당신 국수 먹고 싶다면 우리 같이 가서 먹자.”임산부는 갑자기 뭔가 먹고 싶을 때 즉시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소정남이 말한 적이 있었다.그리고 임신하게 되면 입맛도 변하기 때문에 먹고 싶어 하는 것은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고 했다.뒤이어 두 사람 가족들이 깨날까 봐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갔고 또 조심스레 밖으로 나갔다.어르신들은 하예정이 임신을 금방 했기 때문에 잘 쉬어야지 자꾸 뛰어다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전태윤은 집안 어르신들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단지 국수 한 그릇 먹기 위해 시내로 들어간 사실이 발견된다면 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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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4화

“임신했을 때도 사실 많이 움직여야 하는걸요. 매일 침대에 누워있으면 출산에 도움도 안 돼요.”전태윤은 승낙도 거절도 하지 않았다.“내일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고 의사에게 물어본 뒤 우리 논의해 보자. 하지만 힘든 일은 더는 하면 안 돼.”“제가 뭐 힘든 일을 할 게 있다고 그러세요. 산에 오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농사짓는 것도 아닌데. 저의 작은 장사를 하는 거잖아요.”“기껏해야 걸어 다니는 횟수가 많을 뿐이죠. 제가 알아서 제 상태를 점검할게요. 제가 힘들다고 느끼면 반드시 쉴 테니까 걱정 마요.”“소 대표처럼 저를 아무것도 못 하게 하지 않으면 돼요.”전태윤은 소정남 대신 해명해주었다.“효진 씨도 지금 매일 서점에서 일하고 있잖아. 소정남이 일 안 시키는 것도 아니고.”“그럼 태윤 씨 뜻은 앞으로 저도 매일 서점에 출근할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세요?”“내가 당신을 알았을 때부터 당신이 서점을 운영하지 않았어?”하예정은 말문이 막혔다.“채소와 과일 장사는 관성에 있는 가게만 관리하도록 해. 출장 갈 일이 생기면 소현 씨에게 맡기고. 소현 씨가 못 갈 때면 나한테 알려줘. 내가 당신과 함께 출장 갈 테니까.”“알았어요.”하예정이 동의했다.남편은 소정남보다 조 더 관대했다. 적어도 그녀가 회사 일을 처리하는 것에 동의했기 때문이다.소정남처럼 심효진이 서점을 지키는 것에만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부부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내로 들어가는 거리가 매우 짧아 보였다.곧 시내로 들어갔다.전태윤은 하예정을 싣고 발렌시아 아파트 근처 아침 가게로 향했다. 하예정은 예전에 근처 시장에서 아침밥을 사 먹곤 했다.그러나 시간 문제로 인해 대부분 가게는 하예진의 하루 토스트 가게처럼 아침밥만 운영하는 가게이기 때문에 일찍 문을 닫아버렸다.결국 하예정은 다른 가게를 찾아 국수를 먹었다.전태윤은 먹지 않았다.그는 사랑하는 아내의 맞은편에 앉아 아내가 먹는 것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아내가 맛있게 먹는 걸 보면서 저도 모르게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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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5화

“나도. 다 좋아. 물론 딸을 낳으면 더 기쁘지만.”전태윤은 생글생글 웃으며 아내가 국물까지 모두 마셔버리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지켜보았다.말을 마친 전태윤은 자신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하예정에게 딸을 낳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여 다시 아내에게 해석해 주었다.“당신이 꼭 딸을 낳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야.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어. 우리 할머니도, 어머니도 모두 딸을 낳지 못했는걸.”“그들도 하지 못한 일을 당신이 꼭 해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하예정은 빙그레 웃었다.“전 괜찮아요. 당신 집안의 사람들도 저를 나무라지 않을 거예요. 그분들한테는 제가 낳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시니까요.”결혼한 지 1년이 되도록 임신하지 못했기에 사람들은 하예정이 임신 못 하는 줄 알고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며느리가 딸을 낳기를 바라던 데로부터 임신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기까지, 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기다리다 못해 이젠 아무런 욕심도 내지 않았다.이젠 며느리가 임신 했다는 것은 어린 부부가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어르신들은 기쁘기만 했다. 아들을 낳을지 딸을 낳을지, 이런 문제를 따질 형편이 아니었다.전태윤은 아내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웃기만 했다.하예정이 그릇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자 전태윤이 물었다.“한 그릇 더 먹을래?”“아직 한 그릇을 더 먹을 수 있는데 시간이 늦어서 너무 배불리 먹으면 잠이 안 올 것 같아요. 내일 또 먹으러 와요. 이 가게 국수가 너무 맛있어요.”전태윤은 여전히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내일 내가 시원한 국수 한 그릇 끓여줄게.”“좋아요.”남편이 직접 요리 해주겠다는 소리에 하예정은 마다하지 않았다.국숫값을 결산한 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가게 밖으로 나왔다.전태윤이 물었다.“밤바람 쐬러 갈래?”“내일 출근해야 해서 근처 한 바퀴 돌고 집에 가서 잘래요.”“내일 안 쉬어도 괜찮겠어?”전태윤이 아내에게 차 문을 열어주면서 말을 건넸다.“내일 우리 둘 다 출근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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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6화

하예정은 웃으면서 전태윤을 재촉했다.하예정이 안전벨트를 매는 걸 확인한 전태윤이 그제야 차에 시동을 걸었다.둘은 부근을 한 바퀴 돌다가 발렌시아 아파트로 향했다.오랫동안 이곳에서 지내지 않았으나 숙희 아주머니가 매일 찾아가 청소하고 하예정의 베란다에서 기르던 화초들을 돌보았다.방에 들어간 하예정이 전등을 켜고 베란다의 그네에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많이 그리웠어 그네야.”산꼭대기 별장에서 지낼 때도 그네가 있긴 했지만, 이상하게 이 아파트의 그네가 그리웠었다.아마 전태윤과 사랑을 키워가던 곳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게 있었다.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온수를 따라주고 베란다의 전등을 킨 후 옆에 나란히 앉았다. 고개를 들자, 옷을 말리는 데에 사용하는 대나무 장대 두 개가 보였다.“예정아,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먼 곳에서 대나무 장대 두 개를 가지고 온 거야? 대충 아무 장대를 걸어도 옷은 얼마든지 널 수 있잖아.”하예정도 고개를 들어 대나무 장대를 바라보았고 미소를 지었다.“글쎄, 나도 모르겠어요. 그냥 빨래 널기 위해 대나무 장대가 필요했고 시골의 대나무가 마침 떠올라 행동에 옮겼던 것 같아요.”“그때의 태윤 씨는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해 집안일은 아무것도 신경 써주지 못했잖아요. 집은 크지만, 부족한 가구가 많았고 어쩔 수 없이 내가 알아서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바보 같은 일을 한 것 같긴 해요.”전태윤은 하예정의 어깨를 꼭 안으며 자기 어깨에 기대도록 했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그때는 너한테 이상한 편견이 있었어. 네가 내 할머니를 속이고 우리 집 재산을 보고 결혼한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 그래서 할머니 말씀대로 네가 정말 좋은 사람인지 테스트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이 집은 정말 급하게 구매한 거야. 너와 결혼하기 전까지는 하루도 지내본 적이 없다 보니 이 집에 귀속감을 느끼지 못했어.”“그래서 집안일에 손을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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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7화

두 사람은 밤이 깊어지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결국 눈꺼풀을 이기지 못한 하예정이 먼저 잠에 들어버려 대화는 종료되었다.이튿날, 하예정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났다.그 노크 소리는 마치 1년 전 어느 날 밤, 전태윤이 돌아오지 않을거라 생각해 문을 잠갔다가 전태윤이 세차게 노크하는 바람에 깨어난 그 상황과 비슷했다.눈을 떠보니 옆에는 전태윤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미리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전태윤이 문을 바로 열자, 노크 소리는 끊어졌다.열린 문으로 할머니가 보였고 전태윤은 바로 인사를 올렸다.그러나 할머니는 전태윤을 밀어내고 곧장 집 안으로 들어갔다.“예정이는?”“아직 자고 있어요. 할머니는 밤새 오신 거예요? 어떻게 이렇게 일찍 도착하셨어요? 아니 그것보다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하예정이 아직 자고 있다는 말을 들은 할머니는 목소리를 낮추고 전태윤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전태윤의 어깨를 찰싹 내리치며 꾸중했다.“한밤중에 왜 예정이를 데리고 이렇게 먼 곳까지 온 거야? 예정이 몸이 아무리 건강하다고 해도 이렇게 들쑤시고 다니다가 문제가 생기면 네가 책임질 수 있어?”“예정이가 임신했다니 당연히 내가 와야지. 다섯째와 여섯째에게 며느리를 찾아주는 게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예정이보다는 중요하지 않아. 예정이 몸은 괜찮느냐?”할머니는 사실 오늘 아침 막 도착했다.장손이 자주 타던 차가 보이지 않자, 손자 부부가 서원 리조트를 떠났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고 경비에게 물어 떠난 시간이 어젯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래서 할머니는 곧장 발렌시아 아파트를 찾았다.제가 키운 손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할머니가 가장 잘 알았다.그리고 할머니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할머니, 손자며느리는 아주 건강해요. 어제 갑자기 입맛이 돌아 고기 국수가 먹고 싶다고 하던데 비리지 않고 맛있게 육수를 내려면 집에서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시중으로 돌아온 거예요.”전태윤이 낮은 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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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8화

전태윤이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려는데 누군가 또 문을 두드렸다.할머니가 말했다.“넌 네 볼일 보거라. 내가 문을 여마.”할머니가 몸을 일으켜 문을 열자 보이는 건 하예진이었다. 양손 가득 크고 작은 식재료 봉투를 들고 있었는데 척 보아도 마트를 다녀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할머니, 언제 오신 거예요?”할머니를 본 하예진이 활짝 웃으며 물었다.“나도 방금 도착했단다. 예정이 임신했다는 소리에 급히 돌아온 거지. 전태윤 저 녀석이 행여나 우리 예정이를 잘 보살피지 못할까 직접 챙기려고 온 거란다.”할머니도 기분이 퍽 좋아 보였다. 하예진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자리를 비켜 세우고 위아래로 하예진을 살폈다.“우리 예진이는 볼 때마다 예뻐지는구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감이 넘쳐 보여.”“감사해요, 할머니. 어쩔 수 없이 타고난 건가 봐요.”하예진의 농담에 할머니는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그래그래. 너희 두 자매는 모두 타고난 거야.”“예정이는요?”하예진은 동생이 보이지 않자 물었다.“어젯밤 태윤 씨가 전화가 와서 예정이의 임신 소식을 알려줬어요. 작은이모에게 알렸더니 이모도 너무 기뻐하시며 바로 예정이를 만나러 가고 싶어 했어요.”“예정이네 부부가 A시 예진 리조트로 이사 간 게 기억이 나 당연히 아직도 그곳에서 지낼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정이 올린 게시물 SNS 위치가 관성시 발렌시아 아파트더라고요. 돌아왔구나 싶어 빠르게 찾아왔죠.”“이렇게 이른 시간에 두 사람이 아직 아침밥은 먹지 않았겠거니 싶어 식재료를 좀 사 왔어요. 아침을 해주려고 하는데, 할머니도 아직 식전이죠? 제가 맛있게 해드릴게요.”그리고 하예진이 주방으로 들어가려고 부산히 움직였다.그런데 전태윤이 앞치마를 두른 채로 주방에서 나왔다.“처형.”“태윤 씨,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매제가 주방에 있다는 건 하예진의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다시 미소를 되찾은 하예진이 말했다.“예정이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었던 거예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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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9화

하예진은 미소를 지은 채로 할머니와 얘기를 주고받았다.“전씨 할머니, 연세가 많으시니 이제 이곳저곳 다니지 마시고 집에 계셔주세요. 저희가 할머니를 곁에서 돌볼 수 있어야 마음이 편하지 않겠어요? 집안에 현명한 어르신이 한 분 계시면 그게 복이라고 하는데, 할머니는 바로 저희의 복이에요.”할머니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날 쫓아낸다고 해도 어디 가지 않으마. 집에서 예정을 돌보는 게 더 중요한 일 아니겠느냐? 저 손주 녀석은 나이만 컸지 아무것도 몰라서 참.”전태윤이 바로 얼굴을 붉혔다.“할머니, 지금은 경험 부족이지만 배울 수 있어요. 바로 서점에 들러 필요한 책을 사와 천천히 모두 읽어볼게요. 다들 첫 번째 아이는 책에 적힌 대로 키운다고 그러잖아요.”두 번째 아이부터는 마음이 가는 대로 키우지만 말이다.하지만 하예정과 어렵게 첫 번째 생명을 얻었으므로 두 번째 아이에 대한 생각은 먼저 접어두기로 했다.전태윤은 하예정이 모연정처럼 쌍둥이를 임신해 아들과 딸을 동시에 출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출산의 고통을 한 번만 겪으면 되었다.두 사람에게 그런 행운이 찾아올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처형, 먼저 할머니와 얘기 나누고 계세요. 저는 아침 준비를 마저 하고 있을게요. 이렇게 많은 식재료를 사 왔으니, 제가 솜씨를 제대로 보여드려야겠네요. 요즘 예정이 식욕이 좋아 한 끼를 먹고 바로 배고파하더라고요. 이 집을 오래 비워 두어 주전부리가 없는데 식사를 마치고 바로 마트에 가서 예정이 좋아하는 간식을 사 올게요.”전태윤은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다가 주방 밖을 향해 외쳤다.“할머니, 둘째에게 오늘 내가 회사를 나가지 못한다고 전해주세요. 중요한 사항은 통화로 처리하거나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세요.”평소 회사를 비우면 소정남이 회사를 지켰다.그러나 요즘 들어 소정남은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매일 정시 퇴근을 했고 야근을 꺼렸다.그러니 어쩔 수 없이 동생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할머니가 말했다.“너희 두 부부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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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0화

하예진이 동생 하예정에게 말했다.“네가 SNS에 올린 게시물을 보고 알았지. 어제 태윤 씨가 전화해서 소식을 알려줬는데 전화를 끊고 나서도 어리벙벙한 거 있지? 그런데 태윤 씨가 관성에 돌아왔다는 소식은 알려주지 않았어.”“그래서 큰이모와 너희 집으로 가려고 했어. 너희가 아직 예진 리조트에 지내는 줄 알고 너희가 리조트로 돌아가면 보러 가려고 했어.”“어젠 우리도 다른 일이 있어 문자밖에 보내지 못했는데, 넌 어떻게 언니한테도 돌아왔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있어?”어제는 이윤미가 집을 찾아왔었다.이윤미가 떠나고 이경혜는 이윤미가 두고 간 검체를 가지고 병원으로 가 DNA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하예정이 조금 무안한 듯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우리도 너무 기뻐 이것저것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일단은 할머니랑 얘기 나누고 있어. 난 매제가 아침 준비하는 걸 돕고 있을게.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해, 언니가 다 해줄게. 언니 요리 솜씨가 예전보다 훨씬 늘었거든.”하예진은 요식업을 하고 있었으므로 아무리 바빠도 요리를 쉬지 않았다.예전에는 가정식을 위주로 했다면 요즘에는 다른 요리를 배우고 있었다. 새 가게는 아직 영업 전이었으며 최근에는 혼자 연습하고 있던 참이었다.하예진의 요리를 테스트해 준 사람은 노동명이었다.노동명은 농담삼아 하예진이 셰프라면 본인이 10킬로는 찔 거라고 말했었다.그리고 하예진이 요리 학원으로 가서 제대로 배우는 걸 추천했으며 여러 가지 음식, 모든 나라의 음식을 시도해 보라고 말했었다.하예진은 그 의견에 꽤 흥미가 생겼고 며칠 뒤 바로 학원을 신청했다.“언니, 태윤 씨가 준비하면 돼. 요즘 휴가 내고 쉬는 동안 모두 태윤 씨가 요리했었거든.”하예정의 말에 하예진이 바로 말을 보탰다.“그건 태윤 씨가 널 많이 아끼는 거야. 평소 태윤 씨도 얼마나 바쁜데 간만의 휴가에도 요리를 직접 하게 하는 거야? 너도 많이 거들어줘. 태윤 씨도 많이 힘들거야.”“알겠어.”언니는 늘 매제의 편을 들어주며 하예정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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