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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6화

하예정은 웃으면서 전태윤을 재촉했다.

하예정이 안전벨트를 매는 걸 확인한 전태윤이 그제야 차에 시동을 걸었다.

둘은 부근을 한 바퀴 돌다가 발렌시아 아파트로 향했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지내지 않았으나 숙희 아주머니가 매일 찾아가 청소하고 하예정의 베란다에서 기르던 화초들을 돌보았다.

방에 들어간 하예정이 전등을 켜고 베란다의 그네에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많이 그리웠어 그네야.”

산꼭대기 별장에서 지낼 때도 그네가 있긴 했지만, 이상하게 이 아파트의 그네가 그리웠었다.

아마 전태윤과 사랑을 키워가던 곳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게 있었다.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온수를 따라주고 베란다의 전등을 킨 후 옆에 나란히 앉았다. 고개를 들자, 옷을 말리는 데에 사용하는 대나무 장대 두 개가 보였다.

“예정아,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먼 곳에서 대나무 장대 두 개를 가지고 온 거야? 대충 아무 장대를 걸어도 옷은 얼마든지 널 수 있잖아.”

하예정도 고개를 들어 대나무 장대를 바라보았고 미소를 지었다.

“글쎄, 나도 모르겠어요. 그냥 빨래 널기 위해 대나무 장대가 필요했고 시골의 대나무가 마침 떠올라 행동에 옮겼던 것 같아요.”

“그때의 태윤 씨는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해 집안일은 아무것도 신경 써주지 못했잖아요. 집은 크지만, 부족한 가구가 많았고 어쩔 수 없이 내가 알아서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바보 같은 일을 한 것 같긴 해요.”

전태윤은 하예정의 어깨를 꼭 안으며 자기 어깨에 기대도록 했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

“그때는 너한테 이상한 편견이 있었어. 네가 내 할머니를 속이고 우리 집 재산을 보고 결혼한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 그래서 할머니 말씀대로 네가 정말 좋은 사람인지 테스트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

“이 집은 정말 급하게 구매한 거야. 너와 결혼하기 전까지는 하루도 지내본 적이 없다 보니 이 집에 귀속감을 느끼지 못했어.”

“그래서 집안일에 손을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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