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웃으면서 전태윤을 재촉했다.하예정이 안전벨트를 매는 걸 확인한 전태윤이 그제야 차에 시동을 걸었다.둘은 부근을 한 바퀴 돌다가 발렌시아 아파트로 향했다.오랫동안 이곳에서 지내지 않았으나 숙희 아주머니가 매일 찾아가 청소하고 하예정의 베란다에서 기르던 화초들을 돌보았다.방에 들어간 하예정이 전등을 켜고 베란다의 그네에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많이 그리웠어 그네야.”산꼭대기 별장에서 지낼 때도 그네가 있긴 했지만, 이상하게 이 아파트의 그네가 그리웠었다.아마 전태윤과 사랑을 키워가던 곳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게 있었다.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온수를 따라주고 베란다의 전등을 킨 후 옆에 나란히 앉았다. 고개를 들자, 옷을 말리는 데에 사용하는 대나무 장대 두 개가 보였다.“예정아,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먼 곳에서 대나무 장대 두 개를 가지고 온 거야? 대충 아무 장대를 걸어도 옷은 얼마든지 널 수 있잖아.”하예정도 고개를 들어 대나무 장대를 바라보았고 미소를 지었다.“글쎄, 나도 모르겠어요. 그냥 빨래 널기 위해 대나무 장대가 필요했고 시골의 대나무가 마침 떠올라 행동에 옮겼던 것 같아요.”“그때의 태윤 씨는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해 집안일은 아무것도 신경 써주지 못했잖아요. 집은 크지만, 부족한 가구가 많았고 어쩔 수 없이 내가 알아서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바보 같은 일을 한 것 같긴 해요.”전태윤은 하예정의 어깨를 꼭 안으며 자기 어깨에 기대도록 했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그때는 너한테 이상한 편견이 있었어. 네가 내 할머니를 속이고 우리 집 재산을 보고 결혼한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 그래서 할머니 말씀대로 네가 정말 좋은 사람인지 테스트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이 집은 정말 급하게 구매한 거야. 너와 결혼하기 전까지는 하루도 지내본 적이 없다 보니 이 집에 귀속감을 느끼지 못했어.”“그래서 집안일에 손을 떼
두 사람은 밤이 깊어지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결국 눈꺼풀을 이기지 못한 하예정이 먼저 잠에 들어버려 대화는 종료되었다.이튿날, 하예정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났다.그 노크 소리는 마치 1년 전 어느 날 밤, 전태윤이 돌아오지 않을거라 생각해 문을 잠갔다가 전태윤이 세차게 노크하는 바람에 깨어난 그 상황과 비슷했다.눈을 떠보니 옆에는 전태윤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미리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전태윤이 문을 바로 열자, 노크 소리는 끊어졌다.열린 문으로 할머니가 보였고 전태윤은 바로 인사를 올렸다.그러나 할머니는 전태윤을 밀어내고 곧장 집 안으로 들어갔다.“예정이는?”“아직 자고 있어요. 할머니는 밤새 오신 거예요? 어떻게 이렇게 일찍 도착하셨어요? 아니 그것보다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하예정이 아직 자고 있다는 말을 들은 할머니는 목소리를 낮추고 전태윤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전태윤의 어깨를 찰싹 내리치며 꾸중했다.“한밤중에 왜 예정이를 데리고 이렇게 먼 곳까지 온 거야? 예정이 몸이 아무리 건강하다고 해도 이렇게 들쑤시고 다니다가 문제가 생기면 네가 책임질 수 있어?”“예정이가 임신했다니 당연히 내가 와야지. 다섯째와 여섯째에게 며느리를 찾아주는 게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예정이보다는 중요하지 않아. 예정이 몸은 괜찮느냐?”할머니는 사실 오늘 아침 막 도착했다.장손이 자주 타던 차가 보이지 않자, 손자 부부가 서원 리조트를 떠났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고 경비에게 물어 떠난 시간이 어젯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래서 할머니는 곧장 발렌시아 아파트를 찾았다.제가 키운 손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할머니가 가장 잘 알았다.그리고 할머니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할머니, 손자며느리는 아주 건강해요. 어제 갑자기 입맛이 돌아 고기 국수가 먹고 싶다고 하던데 비리지 않고 맛있게 육수를 내려면 집에서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시중으로 돌아온 거예요.”전태윤이 낮은 소리로
전태윤이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려는데 누군가 또 문을 두드렸다.할머니가 말했다.“넌 네 볼일 보거라. 내가 문을 여마.”할머니가 몸을 일으켜 문을 열자 보이는 건 하예진이었다. 양손 가득 크고 작은 식재료 봉투를 들고 있었는데 척 보아도 마트를 다녀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할머니, 언제 오신 거예요?”할머니를 본 하예진이 활짝 웃으며 물었다.“나도 방금 도착했단다. 예정이 임신했다는 소리에 급히 돌아온 거지. 전태윤 저 녀석이 행여나 우리 예정이를 잘 보살피지 못할까 직접 챙기려고 온 거란다.”할머니도 기분이 퍽 좋아 보였다. 하예진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자리를 비켜 세우고 위아래로 하예진을 살폈다.“우리 예진이는 볼 때마다 예뻐지는구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감이 넘쳐 보여.”“감사해요, 할머니. 어쩔 수 없이 타고난 건가 봐요.”하예진의 농담에 할머니는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그래그래. 너희 두 자매는 모두 타고난 거야.”“예정이는요?”하예진은 동생이 보이지 않자 물었다.“어젯밤 태윤 씨가 전화가 와서 예정이의 임신 소식을 알려줬어요. 작은이모에게 알렸더니 이모도 너무 기뻐하시며 바로 예정이를 만나러 가고 싶어 했어요.”“예정이네 부부가 A시 예진 리조트로 이사 간 게 기억이 나 당연히 아직도 그곳에서 지낼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정이 올린 게시물 SNS 위치가 관성시 발렌시아 아파트더라고요. 돌아왔구나 싶어 빠르게 찾아왔죠.”“이렇게 이른 시간에 두 사람이 아직 아침밥은 먹지 않았겠거니 싶어 식재료를 좀 사 왔어요. 아침을 해주려고 하는데, 할머니도 아직 식전이죠? 제가 맛있게 해드릴게요.”그리고 하예진이 주방으로 들어가려고 부산히 움직였다.그런데 전태윤이 앞치마를 두른 채로 주방에서 나왔다.“처형.”“태윤 씨,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매제가 주방에 있다는 건 하예진의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다시 미소를 되찾은 하예진이 말했다.“예정이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었던 거예요? 두 사람
하예진은 미소를 지은 채로 할머니와 얘기를 주고받았다.“전씨 할머니, 연세가 많으시니 이제 이곳저곳 다니지 마시고 집에 계셔주세요. 저희가 할머니를 곁에서 돌볼 수 있어야 마음이 편하지 않겠어요? 집안에 현명한 어르신이 한 분 계시면 그게 복이라고 하는데, 할머니는 바로 저희의 복이에요.”할머니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날 쫓아낸다고 해도 어디 가지 않으마. 집에서 예정을 돌보는 게 더 중요한 일 아니겠느냐? 저 손주 녀석은 나이만 컸지 아무것도 몰라서 참.”전태윤이 바로 얼굴을 붉혔다.“할머니, 지금은 경험 부족이지만 배울 수 있어요. 바로 서점에 들러 필요한 책을 사와 천천히 모두 읽어볼게요. 다들 첫 번째 아이는 책에 적힌 대로 키운다고 그러잖아요.”두 번째 아이부터는 마음이 가는 대로 키우지만 말이다.하지만 하예정과 어렵게 첫 번째 생명을 얻었으므로 두 번째 아이에 대한 생각은 먼저 접어두기로 했다.전태윤은 하예정이 모연정처럼 쌍둥이를 임신해 아들과 딸을 동시에 출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출산의 고통을 한 번만 겪으면 되었다.두 사람에게 그런 행운이 찾아올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처형, 먼저 할머니와 얘기 나누고 계세요. 저는 아침 준비를 마저 하고 있을게요. 이렇게 많은 식재료를 사 왔으니, 제가 솜씨를 제대로 보여드려야겠네요. 요즘 예정이 식욕이 좋아 한 끼를 먹고 바로 배고파하더라고요. 이 집을 오래 비워 두어 주전부리가 없는데 식사를 마치고 바로 마트에 가서 예정이 좋아하는 간식을 사 올게요.”전태윤은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다가 주방 밖을 향해 외쳤다.“할머니, 둘째에게 오늘 내가 회사를 나가지 못한다고 전해주세요. 중요한 사항은 통화로 처리하거나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세요.”평소 회사를 비우면 소정남이 회사를 지켰다.그러나 요즘 들어 소정남은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매일 정시 퇴근을 했고 야근을 꺼렸다.그러니 어쩔 수 없이 동생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할머니가 말했다.“너희 두 부부가 너
하예진이 동생 하예정에게 말했다.“네가 SNS에 올린 게시물을 보고 알았지. 어제 태윤 씨가 전화해서 소식을 알려줬는데 전화를 끊고 나서도 어리벙벙한 거 있지? 그런데 태윤 씨가 관성에 돌아왔다는 소식은 알려주지 않았어.”“그래서 큰이모와 너희 집으로 가려고 했어. 너희가 아직 예진 리조트에 지내는 줄 알고 너희가 리조트로 돌아가면 보러 가려고 했어.”“어젠 우리도 다른 일이 있어 문자밖에 보내지 못했는데, 넌 어떻게 언니한테도 돌아왔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있어?”어제는 이윤미가 집을 찾아왔었다.이윤미가 떠나고 이경혜는 이윤미가 두고 간 검체를 가지고 병원으로 가 DNA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하예정이 조금 무안한 듯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우리도 너무 기뻐 이것저것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일단은 할머니랑 얘기 나누고 있어. 난 매제가 아침 준비하는 걸 돕고 있을게.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해, 언니가 다 해줄게. 언니 요리 솜씨가 예전보다 훨씬 늘었거든.”하예진은 요식업을 하고 있었으므로 아무리 바빠도 요리를 쉬지 않았다.예전에는 가정식을 위주로 했다면 요즘에는 다른 요리를 배우고 있었다. 새 가게는 아직 영업 전이었으며 최근에는 혼자 연습하고 있던 참이었다.하예진의 요리를 테스트해 준 사람은 노동명이었다.노동명은 농담삼아 하예진이 셰프라면 본인이 10킬로는 찔 거라고 말했었다.그리고 하예진이 요리 학원으로 가서 제대로 배우는 걸 추천했으며 여러 가지 음식, 모든 나라의 음식을 시도해 보라고 말했었다.하예진은 그 의견에 꽤 흥미가 생겼고 며칠 뒤 바로 학원을 신청했다.“언니, 태윤 씨가 준비하면 돼. 요즘 휴가 내고 쉬는 동안 모두 태윤 씨가 요리했었거든.”하예정의 말에 하예진이 바로 말을 보탰다.“그건 태윤 씨가 널 많이 아끼는 거야. 평소 태윤 씨도 얼마나 바쁜데 간만의 휴가에도 요리를 직접 하게 하는 거야? 너도 많이 거들어줘. 태윤 씨도 많이 힘들거야.”“알겠어.”언니는 늘 매제의 편을 들어주며 하예정더러
전태윤이 도와줄 필요 없다고 말했는데도 하예진은 여전히 주방에서 도와주고 있었다.전씨 할머니는 하예정의 손을 잡으며 몸은 어떻냐고 관심하고 있었다.그러다가 전씨 할머니가 문득 말을 꺼냈다.“그 점쟁이도 무척 대단신 분이거든. 너를 위로하는 말이 아니야. 거봐, 맞혔잖아.”하예정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러게요. 정말 용한 분이시네요.”“그럼. 용하지 않으면 할머니도 믿을 리가 없지.”전씨 할머니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할머니는 사실 운명을 믿는 편이야. 팔자에 나타나야 하는 것은 반드시 나타날 것이고 나타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강제적으로 가져온다 해도 뜻대로 안 되거든.”“우리 전씨 가문은 사람을 해치는 일을 한 적도 없고 예정이도 착한 아이라 하느님이 아기를 갖지 못하게 하지는 않으리라 믿고 있었거든. 다만 인연이 닿지 못했을 뿐이야.”“너도 이젠 임신했으니 마음 편히 몸을 잘 돌보고 스스로 너무 스트레스 주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은 계속해도 돼. 할머니는 너를 아무것도 못 하게 하고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강요하지는 않을 거야. 무엇보다 너의 기분이 가장 중요하니까.”“아무 일도 안 하면 심심하기도 하고 기분도 우울해 질 테니. 우리 가문의 사람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은걸. 너무 가만히 앉아있으면 몸에 더 안 좋아.”전씨 할머니는 하예정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하예정이 임신했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할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전씨 할머니가 예전에 아이 몇 명을 낳으셨을 적에도 임신하면서도 계속 일하러 나갔다.며느리들도 임신했을 때 임신 반응이 유난히 강하지 않은 이상 계속했고 남편을 따라 식사 자리에 나서서 사업을 했을뿐더러 각종 행사에 참석했다. 그렇게 임신 말기가 되어서야 집에서 편히 쉬면서 아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전씨 할머니는 임산부의 기분이 좋은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하여 임산부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내버려 두었고 특별히 구속하지도 않았다.전씨 할머니의 말을 듣고 난 후에야 하예정은 비로소 마
숙희 아주머니가 말을 꺼냈다.“어제 떠날 때 분명히 문을 잠갔는데 오늘 왜 열려있었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어르신과 사모님께서 돌아오셨군요.”애완견은 하예정을 보더니 꼬리를 흔들며 달려갔다.하예정이 활짝 웃었다.“봄아.”하예정은 애완견 봄의 머리를 쓰다듬자 봄은 앙증맞게 그녀의 발 옆에 엎드렸다.“어젯밤에 돌아왔어요.”숙희 아주머니가 반가워하며 말했다.“사모님, 저한테 전화 한 통이라도 해주시지. 제가 식자재들을 사 와 요리해 주면 얼마나 좋아요.”“괜찮아요. 근처에 시장도 있는걸요.”숙희 아주머니는 항상 하예정의 곁에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는 매우 좋았다. 숙희 아주머니는 사모님이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에 친근감을 느꼈고 숙희 아주머니도 그러는 사모님께 감히 건방지게 행동하지도 않았다.전태윤이 홀로 주방에서 바쁘게 일하는 것을 본 숙희 아주머니는 재빨리 다가가 도와주었다.전태윤이 말했다.“제가 이미 소고기 육수로 국수를 끓여놓았어요. 안 도와주셔도 돼요. 좀 있다가 베란다로 가서 꽃들에게 물 좀 주세요. 우리가 여기에 살지 않을 때 아주머니께서 그 꽃들을 잘 돌보고 있었더군요. 이번 달에 월급도 좀 올려드릴게요.”숙희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감사합니다. 이미 많이 올려 주셨어요.”숙희 아주머니와 강일구의 월급이 가장 빨리 오르고 있었다.두 사람 모두 눈치가 빨라 하예정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그럼 없던 일로 하죠.”숙희 아주머니가 당황했다.“도련님, 몇 번 올려 주셔도 전 의견이 없어요.”전태윤이 웃음을 터뜨렸다.“농담이에요. 올려드려야죠.”“감사합니다.”숙희 아주머니는 생글생글 웃으며 베란다로 가서 꽃들을 돌보았다.하예진은 자신이 끓인 새우만두를 들고나오면서 숙희 아주머니에게 물었다.“숙희 아주머니, 밥 드셨어요?”“먹었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숙희 아주머니는 꽃들 주위에 이름 모를 잡초들이 자란 모습을 보고 쪼그리고 앉아 잡초들을 뽑았다.화분 안의 진흙은 예전에 사모님이
“할아버지께서 하늘에서 보고 계실 거예요. 안심하세요.”전태윤은 할머니의 말을 듣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전씨 할머니가 웃었다.“네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면 네 할아버지도 안심하실 거야. 할아버지께서 가장 걱정하는 손자가 바로 너였거든. 생전에 너를 가장 예뻐하셨어.”“할아버지께서는 아버지로 되셨을 때만 해도 아들을 그리 아끼지 않으셨는데 할아버지가 되고 나서 손자를 엄청나게 예뻐하셨어.”“예전에 네 아버지가 잘못만 하면 너의 아버지한테 야단치곤 했었는데 손자들이 태어나고 나서부터 너희들이 어떤 일을 하던 항상 웃으면서 즐거워하셨어.”손자들을 무척 예뻐하시는 할아버지였다.하예정은 할아버지를 뵌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태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감정도 매우 깊었다.전태윤은 전씨 할머니를 부축해 식탁에 앉혔고 웃으며 말을 건넸다.“제가 젊은 시절의 할아버지와 닮았다고 하셨죠? 그럼 저도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엄한 아빠가 되고 퇴직하면 할아버지가 되어 손주들을 더 예뻐할 거예요.”신분이 상승하여 할아버지, 할머니로 되신 어르신들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성격도 부드러워지게 될 것이고 게다가 요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아이를 한 명만 낳기 때문에 어르신들도 아이를 더 예뻐할 수밖에 없었다.“예진이가 만든 만두야? 요리 솜씨가 얼마나 늘었는지 한번 먹어보자.”전씨 할머니는 식탁 앞에 앉으며 화제를 바꾸었다.할머니에게 전씨 할아버지의 화제는 너무 버거웠다.하예정은 만두를 할머니께 집어드렸다.전씨 할머니는 맛을 보더니 만족하는 표정을 지으며 칭찬했다.“레스토랑에서 파는 새우만두랑 맛이 비슷하구나. 예진이 얼마 안 본 사이에 솜씨가 많이 늘었구나. 네 새 가게도 곧 개업하게 된다고 했지?”“네. 준비 다 돼 가요. 저의 요리 솜씨도 많이 부족한걸요. 저는 단지 집 반찬들을 잘할 뿐이지 요리하는 방법을 많이 알지 못해요.”“노 대표가 요리 수업을 받아보라고 제안하길래 저도 일을 다 마치면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