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이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려는데 누군가 또 문을 두드렸다.할머니가 말했다.“넌 네 볼일 보거라. 내가 문을 여마.”할머니가 몸을 일으켜 문을 열자 보이는 건 하예진이었다. 양손 가득 크고 작은 식재료 봉투를 들고 있었는데 척 보아도 마트를 다녀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할머니, 언제 오신 거예요?”할머니를 본 하예진이 활짝 웃으며 물었다.“나도 방금 도착했단다. 예정이 임신했다는 소리에 급히 돌아온 거지. 전태윤 저 녀석이 행여나 우리 예정이를 잘 보살피지 못할까 직접 챙기려고 온 거란다.”할머니도 기분이 퍽 좋아 보였다. 하예진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자리를 비켜 세우고 위아래로 하예진을 살폈다.“우리 예진이는 볼 때마다 예뻐지는구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감이 넘쳐 보여.”“감사해요, 할머니. 어쩔 수 없이 타고난 건가 봐요.”하예진의 농담에 할머니는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그래그래. 너희 두 자매는 모두 타고난 거야.”“예정이는요?”하예진은 동생이 보이지 않자 물었다.“어젯밤 태윤 씨가 전화가 와서 예정이의 임신 소식을 알려줬어요. 작은이모에게 알렸더니 이모도 너무 기뻐하시며 바로 예정이를 만나러 가고 싶어 했어요.”“예정이네 부부가 A시 예진 리조트로 이사 간 게 기억이 나 당연히 아직도 그곳에서 지낼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정이 올린 게시물 SNS 위치가 관성시 발렌시아 아파트더라고요. 돌아왔구나 싶어 빠르게 찾아왔죠.”“이렇게 이른 시간에 두 사람이 아직 아침밥은 먹지 않았겠거니 싶어 식재료를 좀 사 왔어요. 아침을 해주려고 하는데, 할머니도 아직 식전이죠? 제가 맛있게 해드릴게요.”그리고 하예진이 주방으로 들어가려고 부산히 움직였다.그런데 전태윤이 앞치마를 두른 채로 주방에서 나왔다.“처형.”“태윤 씨,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매제가 주방에 있다는 건 하예진의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다시 미소를 되찾은 하예진이 말했다.“예정이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었던 거예요? 두 사람
하예진은 미소를 지은 채로 할머니와 얘기를 주고받았다.“전씨 할머니, 연세가 많으시니 이제 이곳저곳 다니지 마시고 집에 계셔주세요. 저희가 할머니를 곁에서 돌볼 수 있어야 마음이 편하지 않겠어요? 집안에 현명한 어르신이 한 분 계시면 그게 복이라고 하는데, 할머니는 바로 저희의 복이에요.”할머니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날 쫓아낸다고 해도 어디 가지 않으마. 집에서 예정을 돌보는 게 더 중요한 일 아니겠느냐? 저 손주 녀석은 나이만 컸지 아무것도 몰라서 참.”전태윤이 바로 얼굴을 붉혔다.“할머니, 지금은 경험 부족이지만 배울 수 있어요. 바로 서점에 들러 필요한 책을 사와 천천히 모두 읽어볼게요. 다들 첫 번째 아이는 책에 적힌 대로 키운다고 그러잖아요.”두 번째 아이부터는 마음이 가는 대로 키우지만 말이다.하지만 하예정과 어렵게 첫 번째 생명을 얻었으므로 두 번째 아이에 대한 생각은 먼저 접어두기로 했다.전태윤은 하예정이 모연정처럼 쌍둥이를 임신해 아들과 딸을 동시에 출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출산의 고통을 한 번만 겪으면 되었다.두 사람에게 그런 행운이 찾아올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처형, 먼저 할머니와 얘기 나누고 계세요. 저는 아침 준비를 마저 하고 있을게요. 이렇게 많은 식재료를 사 왔으니, 제가 솜씨를 제대로 보여드려야겠네요. 요즘 예정이 식욕이 좋아 한 끼를 먹고 바로 배고파하더라고요. 이 집을 오래 비워 두어 주전부리가 없는데 식사를 마치고 바로 마트에 가서 예정이 좋아하는 간식을 사 올게요.”전태윤은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다가 주방 밖을 향해 외쳤다.“할머니, 둘째에게 오늘 내가 회사를 나가지 못한다고 전해주세요. 중요한 사항은 통화로 처리하거나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세요.”평소 회사를 비우면 소정남이 회사를 지켰다.그러나 요즘 들어 소정남은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매일 정시 퇴근을 했고 야근을 꺼렸다.그러니 어쩔 수 없이 동생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할머니가 말했다.“너희 두 부부가 너
하예진이 동생 하예정에게 말했다.“네가 SNS에 올린 게시물을 보고 알았지. 어제 태윤 씨가 전화해서 소식을 알려줬는데 전화를 끊고 나서도 어리벙벙한 거 있지? 그런데 태윤 씨가 관성에 돌아왔다는 소식은 알려주지 않았어.”“그래서 큰이모와 너희 집으로 가려고 했어. 너희가 아직 예진 리조트에 지내는 줄 알고 너희가 리조트로 돌아가면 보러 가려고 했어.”“어젠 우리도 다른 일이 있어 문자밖에 보내지 못했는데, 넌 어떻게 언니한테도 돌아왔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있어?”어제는 이윤미가 집을 찾아왔었다.이윤미가 떠나고 이경혜는 이윤미가 두고 간 검체를 가지고 병원으로 가 DNA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하예정이 조금 무안한 듯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우리도 너무 기뻐 이것저것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일단은 할머니랑 얘기 나누고 있어. 난 매제가 아침 준비하는 걸 돕고 있을게.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해, 언니가 다 해줄게. 언니 요리 솜씨가 예전보다 훨씬 늘었거든.”하예진은 요식업을 하고 있었으므로 아무리 바빠도 요리를 쉬지 않았다.예전에는 가정식을 위주로 했다면 요즘에는 다른 요리를 배우고 있었다. 새 가게는 아직 영업 전이었으며 최근에는 혼자 연습하고 있던 참이었다.하예진의 요리를 테스트해 준 사람은 노동명이었다.노동명은 농담삼아 하예진이 셰프라면 본인이 10킬로는 찔 거라고 말했었다.그리고 하예진이 요리 학원으로 가서 제대로 배우는 걸 추천했으며 여러 가지 음식, 모든 나라의 음식을 시도해 보라고 말했었다.하예진은 그 의견에 꽤 흥미가 생겼고 며칠 뒤 바로 학원을 신청했다.“언니, 태윤 씨가 준비하면 돼. 요즘 휴가 내고 쉬는 동안 모두 태윤 씨가 요리했었거든.”하예정의 말에 하예진이 바로 말을 보탰다.“그건 태윤 씨가 널 많이 아끼는 거야. 평소 태윤 씨도 얼마나 바쁜데 간만의 휴가에도 요리를 직접 하게 하는 거야? 너도 많이 거들어줘. 태윤 씨도 많이 힘들거야.”“알겠어.”언니는 늘 매제의 편을 들어주며 하예정더러
전태윤이 도와줄 필요 없다고 말했는데도 하예진은 여전히 주방에서 도와주고 있었다.전씨 할머니는 하예정의 손을 잡으며 몸은 어떻냐고 관심하고 있었다.그러다가 전씨 할머니가 문득 말을 꺼냈다.“그 점쟁이도 무척 대단신 분이거든. 너를 위로하는 말이 아니야. 거봐, 맞혔잖아.”하예정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러게요. 정말 용한 분이시네요.”“그럼. 용하지 않으면 할머니도 믿을 리가 없지.”전씨 할머니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할머니는 사실 운명을 믿는 편이야. 팔자에 나타나야 하는 것은 반드시 나타날 것이고 나타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강제적으로 가져온다 해도 뜻대로 안 되거든.”“우리 전씨 가문은 사람을 해치는 일을 한 적도 없고 예정이도 착한 아이라 하느님이 아기를 갖지 못하게 하지는 않으리라 믿고 있었거든. 다만 인연이 닿지 못했을 뿐이야.”“너도 이젠 임신했으니 마음 편히 몸을 잘 돌보고 스스로 너무 스트레스 주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은 계속해도 돼. 할머니는 너를 아무것도 못 하게 하고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강요하지는 않을 거야. 무엇보다 너의 기분이 가장 중요하니까.”“아무 일도 안 하면 심심하기도 하고 기분도 우울해 질 테니. 우리 가문의 사람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은걸. 너무 가만히 앉아있으면 몸에 더 안 좋아.”전씨 할머니는 하예정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하예정이 임신했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할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전씨 할머니가 예전에 아이 몇 명을 낳으셨을 적에도 임신하면서도 계속 일하러 나갔다.며느리들도 임신했을 때 임신 반응이 유난히 강하지 않은 이상 계속했고 남편을 따라 식사 자리에 나서서 사업을 했을뿐더러 각종 행사에 참석했다. 그렇게 임신 말기가 되어서야 집에서 편히 쉬면서 아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전씨 할머니는 임산부의 기분이 좋은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하여 임산부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내버려 두었고 특별히 구속하지도 않았다.전씨 할머니의 말을 듣고 난 후에야 하예정은 비로소 마
숙희 아주머니가 말을 꺼냈다.“어제 떠날 때 분명히 문을 잠갔는데 오늘 왜 열려있었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어르신과 사모님께서 돌아오셨군요.”애완견은 하예정을 보더니 꼬리를 흔들며 달려갔다.하예정이 활짝 웃었다.“봄아.”하예정은 애완견 봄의 머리를 쓰다듬자 봄은 앙증맞게 그녀의 발 옆에 엎드렸다.“어젯밤에 돌아왔어요.”숙희 아주머니가 반가워하며 말했다.“사모님, 저한테 전화 한 통이라도 해주시지. 제가 식자재들을 사 와 요리해 주면 얼마나 좋아요.”“괜찮아요. 근처에 시장도 있는걸요.”숙희 아주머니는 항상 하예정의 곁에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는 매우 좋았다. 숙희 아주머니는 사모님이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에 친근감을 느꼈고 숙희 아주머니도 그러는 사모님께 감히 건방지게 행동하지도 않았다.전태윤이 홀로 주방에서 바쁘게 일하는 것을 본 숙희 아주머니는 재빨리 다가가 도와주었다.전태윤이 말했다.“제가 이미 소고기 육수로 국수를 끓여놓았어요. 안 도와주셔도 돼요. 좀 있다가 베란다로 가서 꽃들에게 물 좀 주세요. 우리가 여기에 살지 않을 때 아주머니께서 그 꽃들을 잘 돌보고 있었더군요. 이번 달에 월급도 좀 올려드릴게요.”숙희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감사합니다. 이미 많이 올려 주셨어요.”숙희 아주머니와 강일구의 월급이 가장 빨리 오르고 있었다.두 사람 모두 눈치가 빨라 하예정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그럼 없던 일로 하죠.”숙희 아주머니가 당황했다.“도련님, 몇 번 올려 주셔도 전 의견이 없어요.”전태윤이 웃음을 터뜨렸다.“농담이에요. 올려드려야죠.”“감사합니다.”숙희 아주머니는 생글생글 웃으며 베란다로 가서 꽃들을 돌보았다.하예진은 자신이 끓인 새우만두를 들고나오면서 숙희 아주머니에게 물었다.“숙희 아주머니, 밥 드셨어요?”“먹었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숙희 아주머니는 꽃들 주위에 이름 모를 잡초들이 자란 모습을 보고 쪼그리고 앉아 잡초들을 뽑았다.화분 안의 진흙은 예전에 사모님이
“할아버지께서 하늘에서 보고 계실 거예요. 안심하세요.”전태윤은 할머니의 말을 듣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전씨 할머니가 웃었다.“네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면 네 할아버지도 안심하실 거야. 할아버지께서 가장 걱정하는 손자가 바로 너였거든. 생전에 너를 가장 예뻐하셨어.”“할아버지께서는 아버지로 되셨을 때만 해도 아들을 그리 아끼지 않으셨는데 할아버지가 되고 나서 손자를 엄청나게 예뻐하셨어.”“예전에 네 아버지가 잘못만 하면 너의 아버지한테 야단치곤 했었는데 손자들이 태어나고 나서부터 너희들이 어떤 일을 하던 항상 웃으면서 즐거워하셨어.”손자들을 무척 예뻐하시는 할아버지였다.하예정은 할아버지를 뵌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태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감정도 매우 깊었다.전태윤은 전씨 할머니를 부축해 식탁에 앉혔고 웃으며 말을 건넸다.“제가 젊은 시절의 할아버지와 닮았다고 하셨죠? 그럼 저도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엄한 아빠가 되고 퇴직하면 할아버지가 되어 손주들을 더 예뻐할 거예요.”신분이 상승하여 할아버지, 할머니로 되신 어르신들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성격도 부드러워지게 될 것이고 게다가 요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아이를 한 명만 낳기 때문에 어르신들도 아이를 더 예뻐할 수밖에 없었다.“예진이가 만든 만두야? 요리 솜씨가 얼마나 늘었는지 한번 먹어보자.”전씨 할머니는 식탁 앞에 앉으며 화제를 바꾸었다.할머니에게 전씨 할아버지의 화제는 너무 버거웠다.하예정은 만두를 할머니께 집어드렸다.전씨 할머니는 맛을 보더니 만족하는 표정을 지으며 칭찬했다.“레스토랑에서 파는 새우만두랑 맛이 비슷하구나. 예진이 얼마 안 본 사이에 솜씨가 많이 늘었구나. 네 새 가게도 곧 개업하게 된다고 했지?”“네. 준비 다 돼 가요. 저의 요리 솜씨도 많이 부족한걸요. 저는 단지 집 반찬들을 잘할 뿐이지 요리하는 방법을 많이 알지 못해요.”“노 대표가 요리 수업을 받아보라고 제안하길래 저도 일을 다 마치면 요
“할머니, 예정이 토하지 않게 할 방법은 없을까요?”전씨 할머니가 대답했다.“일반적인 사람들은 모두 입덧을 해. 하지만 임신 초기에만 입덧을 할뿐이지 3개월이 지나고 나면 서서히 입덧하지 않을 거야.”“구토가 너무 심하지 않으면 참을 수 밖에 없어. 하지만 입덧이 너무 심하면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야 해.”“약 함부로 먹이면 안 돼. 임신하면 약을 조심해서 복용해야 하거든.”전씨 할머니는 장손에게 주의하라고 귀띔했다.하예정이 말했다.“할머니, 저도 알아요. 약 함부로 먹지 않을게요. 참을 만해요.”하예정이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효진이는 입덧도 잘 안 하던데.”하지만 하예정은 벌써 입덧하고 있었다.“사람마다 다르거든. 어떤 이는 첫째를 임신할 때 입덧이 없다가도 둘째를 임신할 때 입덧이 심해서 죽을 지경이라잖아요.”하예정은 아랫배를 만지며 말했다.“입덧하는 시기도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어요.”“잠시 후 제가 예정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입덧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물어볼게요.”“이제 시작일 뿐인데. 며칠 지나면 토하지 않을지도 몰라.”하예진은 동생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언니, 나 물 안 마실래. 마시기만 하면 토할 것 같아. 시큼하거나 짠 음식 없어? 나 먹고 싶어.”전태윤이 바로 말을 이었다. “집에 간식이 없어. 시큼한 음식도 없는데. 내가 사람을 시켜 신맛이 나는 간식을 사 오도록 할게.”숙희 아주머니가 베란다에서 들어오더니 말을 건넸다.“신 거 먹고 싶으세요? 제가 지금 밖에 나가서 매실 몇 봉지 사 올게요.”“지금 귤이 있을까요? 지금 이 계절에 귤이 있을 리가 없지... 그럼 매실을 신거로 사줘요. 정말로 먹고 싶어요.”숙희 아주머니는 서둘러 밖으로 매실 사러 나갔다.하예진은 여동생에게 주의를 주었다.“가끔 매실 한 알만 먹도록 해. 너무 많이 먹으면 이가 약해져.”“알겠어.”전태윤은 아내를 부축하여 소파 앞으로 가서 앉았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보았
그 당시 하예정이 성기현에게 설득하면서 한 말도 전태윤은 마음속에 새겨두고 있었다.특히 유산도 몸에 매우 해롭다는 말을 기억했다.하예정은 전태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전태윤의 시선과 마주친 하예정은 곧 남편이 무슨 생각을 하지는 지 이내 알아보았다.그리고 방금 남편이 몇 번이나 말을 하려다가 참는 모습도 모두 유의하고 있었다.“태윤 씨, 꿈도 꾸지 말아요!”하예정은 진지하게 경고했다.“태윤 씨가 우리 사촌 오빠처럼 소란을 피우면 제가 태윤 씨와 이혼할지도 몰라요. 아기야 저 혼자 키울 수 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예정아.”“왜요?”전씨 할머니와 하예진은 하예정이 내뱉은 말들을 듣더니 화들짝 놀랐다.이혼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지난번 이혼 얘기를 꺼낸 적은 전태윤 신분이 공개되자마자 하예정이 격하게 반응했을 때였다.전태윤은 미친 사람처럼 날뛰었다.두 사람이 심하게 다투었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도 엄청나게 걱정하고 있었다.다행히도 그 뒤로 두 사람 사이가 원래대로 좋아졌지만 말이다.그 후로 하예정은 다시는 전태윤 앞에서 이혼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전태윤이 이혼이라는 두 글자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그냥 생각해봤을 뿐이야. 내가 얘기도 안 꺼냈잖아. 나도 네가 사촌 형수님처럼 힘들어 할까 봐, 가슴 아파서 그러는 거야. 화내지 마. 당신 화내면 안 좋잖아. 당신이 기분이 좋아야 우리 아기도 행복하지.”전태윤은 다시는 그런 말을 내뱉지 않겠다고 아내를 달랬다.하예정은 전태윤의 옷깃을 잡으며 매서운 눈빛으로 경고했다.“생각하지도 마요!”“알았어. 다시는 안 그럴게. 생각도 안 할게. 화내지 마. 이혼 얘기도 꺼내지 말고. 내가 그 두 글자를 가장 두려워하는 거 알면서.”전태윤은 사랑스러운 아내를 끌어안으며 말했다.“내 잘못이야. 화내지 마. 우리 아이 한 명만 낳자. 다시는 낳지 말자.”“점쟁이도 내가 아들딸 모두 가질 운명이라고 했지만.”하예정은 모연정처럼 아들과 딸을 다 낳고 싶
노동명은 다정하게 말했다.“널 위해서 늘 재활을 꾸준히 하고 있어. 회사 일은 특히 중요할 때만 나가서 처리하거든. 우리 형도 도와줘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노동명은 그윽한 눈빛으로 말을 건넸다.“예진아, 만약 네가 없었다면 난 정말로 재활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하면서 평생 일어나지 못했을 거야.”“바보.”“아니거든. 난 단지 너와 우빈을 너무너무 사랑했을 뿐이야. 남들은 네가 이혼한 여자라고 말하고 있어. 내가 널 알게 되었을 때에도 넌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내가 왜 널 좋아하게 되었는지 몰라... 근데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나도 그 이유를 찾고 싶지도 않아. 아마 너의 강인함과 감히 자신을 개변시키는 그 능력에 매료되었을지도 모르지. 난 우빈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사실 난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느껴져서 안 좋아하거든. 근데 처음으로 우빈을 보자마자 좋아하게 되었다.”“저도 알아요. 저도 제 아들 덕을 봤죠.”노동명은 우빈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빈의 엄마, 즉 하예진에게 조금 더 많은 관심과 포용력을 갖게 되었다.그러다가 접촉 횟수가 많아졌고 함께 지내다 보니 서로 정이 들었다.“우빈이가 우리 두 사람 중매를 선 거나 다름없어.”노동명은 헤벌쭉 웃었다.“태윤이도 마찬가지야. 태윤 때문이 아니었다면 널 알지도 못했을걸. 예진아, 네가 강성에서 일을 마치면 나랑 결혼하는 건 어때?”하예진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노동명이 계속하게 말했다.“내가 정상적으로 걷지 못해도 난 결혼하고 싶어. 난 이미 스스로 설 수 있어. 그리고 몇 걸음 정도는 앞으로 걸을 수 있게 됐고. 1년이란 시간을 더 주면 분명 정상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을 거야. 근데 난 그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아.”노동명은 지금 36세이고, 2년만 더 기다리면 38세까지 될 것이다.곧 있으면 마흔이 된다.하예진은 속으로 흐뭇해하며 대답했다.“좋아요. 저야 지금 당장이라도 동명 씨와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어요. 근데 동명 씨가 원하지 않잖아요.”노동명은 자신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하지만 가난해 본 여운별은 자신에게 뒷길을 남겨두기 시작했다.용태호로부터 돈을 받을 때면 그녀는 몰래 저축해 놓았다.나중에 관계를 끊으면 수중에 재산이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예전처럼 여천우에게 매달 수십만 원 생활비를 달라고 매달릴 필요 없을 것이다.“태호 씨, 연회의 주인은 제가 누군지 아세요?”“네 신분을 몰라. 나도 관성 지역의 명문가 사모님께 부탁해 널 데려가도록 했어. 잘 들어. 넌 용씨 가문의 사모님이지 여운별이 아니야. 너의 시댁은 조용하게 지내는 가문이라서 넌 남들을 몰라야 해. 옛날 지인을 보더라도 아무리 친해도 모른 척해야 해.”여운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용태호는 그녀의 턱을 풀어주었다.“날 따라와. 올라가자.”여운별은 어리둥절했다.용태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면서도 반항할 수 없었고, 감히 반항하지도 못했다. 얌전히 용태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강성, 하루 호텔.식사를 마치고 여행 가방을 내려놓은 하예진은 노동명을 밀고 아들과 함께 호텔에서 걸어 나왔다. 근처 거리로 쇼핑하러 갈 준비를 하려던 참이다.우빈은 너무 기뻐서 가는 내내 깡충깡충 뛰며 재잘거렸다.하예진은 강일구에게 우빈을 따라가라고 지시했다, 어린 녀석이 너무 빨리 달려서 잃어버리지 않도록 말이다.강일구와 다른 경호원은 우빈을 따르고 있었고 네 명의 경호원은 노동명과 하예진의 뒤를 따랐다.그러나 노동명과 하예진을 방해하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하는 사랑의 말을 무심코 듣고 싶지 않았다.“우빈이가 너무 기뻐하네.”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우빈은 외출하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몇 달밖에 되지 않았을 때부터 매일 밤 제가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 돌았거든요. 매일 시간이 되어 내려가지 않으면 어찌나 보채는지...”“하하, 그래? 우빈이가 어렸을 때 키우기 힘들었지?”하예진이 대답했다.“맞아요. 특히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달아 다니면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기어오르다가도 뛰어내리고... 조금만 부주의해도
“태호 씨, 방금 태호 씨가 한 말 제가 전부 귀담아들었어요.”여운별도 여운초가 그녀를 보고 의심하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하예정이 허점을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여운초는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누가 뭐라고 해도 친자매이니까.여운초는 여운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여운별은 오히려 여운초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몇 번이고 여운초에게 짓밟혔다.가장 두려운 것은 여운별의 남동생이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 점이다.여천우의 머리에는 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도 모를 일이다.여천우가 여운별을 따르지 않을뿐더러 두 고모도 사촌 오빠들을 데리고 관성을 떠나 어디로 갔는지 행방도 모른다.여운별은 이제 의지할 곳이 없어서 용태호의 눈에 들어 바둑판의 알로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용태호의 내연녀까지 되었다.용태호는 탁자 서랍에서 종이 두 장을 꺼내 여운별에게 건네며 말했다.“잘 봐. 이 종이에 적힌 모든 내용을 잘 기억해.”여운별은 그 두 장의 종이를 받았다. 그 종이 위에는 전부 낯선 이름과 낯선 회사들, 그리고 그 회사들이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적혀있었다.빼곡히 많은 글이 붙어있었다.“태호 씨, 다 기억하여야 하는 거죠?”이는 용태호가 여운별에게 이어준 인맥임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이 사람들과 회사는 관성에서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여운별은 처음으로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연회에 참석하게 된다.연회에서 다른 사람이 시댁에서 무슨 사업을 하는지 물으면 적어도 대답을 해주어야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관성이 이토록 큰데 몇몇 명문가 외에도 많은 새로운 기업들과 수많은 크고 작은 회사들이 있다.모든 사람이 서로의 회사 대표님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그녀가 말을 꺼내기만 하면 사람들은 그녀의 가족이 정말로 그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믿을 것이다.여운별은 이미 하예정에게 자신의 남편 사업이 관성에 있지 않고 관성에 정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려주었다.“기억해야 할 뿐만 아니라 능숙하게 외워야 해.”용태호는 담담하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수는 없다.그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용씨 가문을 잘 다스릴 수 있다 해도 임시 대리인으로 될 수밖에 없다.용정이가 어른으로 되어 다시 가주의 증표와 토템을 가지고 돌아오면 용태호는 아무 말 없이 무조건 자리에서 물러나 열심히 운영해왔던 모든 것을 내줘야 한다.용씨 가문의 진정한 세력과 인맥도 그 녀석에게 충성할 것이다.하여 용태호는 상대방이 아직 어리고 복수할 능력이 없을 때 먼저 증표와 토템을 받은 후 입을 막으려고 했다.그래야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주인이 되어 용씨 일족을 호령할 수 있으니까.그러나 그가 막 용정이 모연정의 양자라고 의심하던 찰나에 단서는 끊어졌고 그 아이와 관련된 소식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마치 보호막이라고 생긴 것 마냥 예진 리조트에서 너무 잘 보호되고 있었다.용태호도 손을 내밀어 들어갈 수는 있지만, 그는 정겨울의 배후에 서 있는 노인네와 국내와 국외를 자유롭게 오가는 신비로운 조직 오제당을 감히 건드릴 담이 없다. 용씨 가문은 매우 대단한 가문이지만 용태호는 아직 진정한 용씨 가문의 가주가 아니었다. 따라서 오제당과 맞서지 못할 것이다.그는 먼저 모연정의 양자가 그가 찾는 녀석인지 아닌지를 알아내야 했다.“태호 씨.”여운별은 무언가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용태호를 불렀다.용태호는 눈빛을 돌려 여운별이 말하기를 기다렸다.“태호 씨, 하예정은 매일 조카를 유치원에 데려다줘야 해서 저도 시누이를 데리러 가는 척했거든요. 유치원 입구에서 우연히 만나려고 늘 기회를 찾고 있었고요. 근데 하예정은 제가 늘 말하는 시누이를 본 적 없어요. 계속 이대로 나아간다는 의심 살 수 있으니 제 일에 협조해줄 수 있는 아이를 배정해 줄 수 있을까요?”용태호는 웃으며 칭찬했다.“좋아. 진보 많네. 그럼 내가 아이 한 명을 찾아서 네 연기에 협조해주도록 하지. 그분 외조카가 유치원 소반이라고 했지? 넌 하예정 씨와 소개할 때 시누이가 몇 살이라고 알려줬어?”“네다섯 살 정도요.”용태호
여운별은 잠자코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하긴, 여운초가 이미 제 목소리를 들었으니 다음에 제가 변성하면 더 의심할 거예요. 이제 다들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하지만 하예정은 어떻게 저를 의심했죠? 몇 번 만나보지 못했는데.”용태호는 여운별을 힐끗 쳐다보다가 대답했다.“기억력이 좋거든.”여운별은 말을 잇지 않았다.여운초의 기억력도 아주 좋다.여운초는 10년 가까이 눈이 멀어서 기억력에 의존해야 했다.“그리고 네 눈먼 장님 언니도...”“태호 씨, 여운초는 이제 장님 아니에요. 진작에 시력을 회복했거든요. 전이진 도련님이 신의의 제자인가 뭔가 하는 사람을 찾아와서 눈을 치료해 주었다고 들었어요.”여운별은 말하다가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그 장님은 왜 이렇게 운이 좋을까!”전이진이 여운초에 접근했을 때 그녀 아직도 장님이었으나 전이진은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다.여운초의 두 고모는 그때 명해은을 만나러 서원 리조트에 찾아가 여운초의 눈이 멀어서 전이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들쑤시기까지 했다.그러나 명해은은 전씨 가문의 사모님은 아무 일도 할 필요 없이 돈 쓸 줄만 알면 된다고 당당하게 쏘아붙였다.그녀의 두 고모를 울분이 터져 미칠 지경이었지만 그렇다고 감히 전씨 가문에서 미치광이처럼 떠들지는 못했다.이제 여운초는 시력을 회복했고 또 전이진과 혼인 신고까지 했다. 그녀가 전씨 가문에서의 지위는 더욱 견고해지기만 할 것이다.내일 저녁에 여운초는 명해은을 따라 연회에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예전에는 상류층에 연회가 있을 때마다 추미자는 여운별을 데리고 참석했지만, 여운초는 절대 데려가지 않았었는데...여운별이 여운초를 심하게 괴롭혔을 때 여운초가 평생 관성의 상류 사회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비꼬기까지 했다.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지금은 여운별은 상류 사회에서 밀려나게 되었고 여운초는 전이진의 어머니가 데리고 다니며 접대하고 교제하고 있다!여운초는 지금도 여씨 가문의 모든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여운별은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가
용태호는 로비의 소파에 앉아 손에 술 한 잔을 들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술을 맛보았다.발소리를 듣고도 그는 여운별을 쳐다보지 않았다.여운별은 다가와 가방을 내려놓고 용태호의 옆에 앉으며 애교스럽게 소리쳤다.“태호 씨.”용태호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에 여운별은 깜짝 놀랐다.또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나?“식사하셨어요?”여운별은 더는 애교를 부리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식사하셨어요?”용태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는 몸을 뒤로 젖혔다.“테이블 위에 있는 그 초대장은 네가 내일 저녁 연회에 참석할 때 사용될 거야. 그리고 저기, 너에게 드레스 몇 벌과 보석 몇 세트를 사 놓았어. 마음에 드는 치마를 골라 입어.”용태호는 1인용 소파 위를 쳐다보았다.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그 소파 위에 여러 개의 정교한 가방과 몇 개의 크고 빨간 선물 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여운별은 먼저 그 초청장을 들어 펼쳐 보았다.그리고 다시 일어나 드레스와 보석들을 살펴보았다.드레스는 화려하고 정말 예뻤다. 보석은 말할 것도 없이 아주 빛났다.여운별은 좋은 물건들을 본 적도 있고 사용한 적도 있지만, 용태호의 큰 씀씀이 앞에서는 여전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호 씨, 고마워요.”씀씀이가 이토록 대범한 것으로 보면 용태호의 자산은 아마도 전태윤과 전이진을 능가할 것이다.여운별은 만약 용태호를 도와 일을 성사시켜 그의 마음에 들어서 아이까지 낳는다면 앞으로 자신이 정말 용씨 사모님으로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하예정과 여운초보다 더 잘 살아야 했다.그녀는 용태호가 준 선물을 마주하더니 용태호에게서 받은 공포를 단번에 잊은듯했다.용태호 또한 항상 그녀의 목을 조르고 살벌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그땐 단지 그녀에게 경고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용태호는 웃으며 물었다.“좋아해?”“좋아해요. 태호 씨,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밤 반드시 잘할게요. 절대 허점을 드러내지 않고 잘해 볼게요.”용태호는 그녀
그와 동시, 용씨 별장.여운별은 이미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용태호가 그녀에게 사준 별장에도 용씨 성을 붙여주었다.그녀는 어두워질 때까지 밖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별장으로 돌아갔다.차는 여운별을 태워 별장 안으로 들어갔고 별장 내부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여운별은 곧 용태호가 왔을 것으로 추측했다..여운별은 자기도 모르게 좀 긴장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이제 그녀는 용태호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처음에 그녀는 앞으로 진짜 용씨 사모님을 대신해 용태호를 정복하면 그가 자신에게 고분고분해 질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지난번, 용태호는 여운별의 목을 졸라 죽일 뻔했다. 용태호의 살벌하고 음흉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놀라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용태호가 여운별에게 맡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그가 정말로 여운별을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감히 다른 생각을 가져 용태호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할 테니까.용태호는 금전적인 방면에서는 매우 대범했다. 아름다운 옷과 보석 세트들은 물론, 돈도 약속했던 것보다 더 많이 주었다.그가 별장으로 오지 않아도 수시로 그녀에게 용돈을 자주 주었다.만약 용태호에게 목이 졸리지 않았다면 여운별은 아마 용태호가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착각했을 것이다.“사모님, 집에 도착했습니다.”차를 멈춘 뒤에도 뒷좌석에 앉아 있던 여운별이 움직이지 않자 경호원은 조용히 몇 분을 더 기다렸다. 그러나 여운별이 여전히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앉아있자 경호원은 고개를 돌려 일깨워줄 수밖에 없었다.“집에 도착하셨습니다.”.그러나 이곳은 여운별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여운별이 속으로 발악했다.그녀의 집은 여씨 가문의 대별장으로 그곳은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자라왔던 곳이다.그러나 지금 여운초에게 점령당했다. 그리고 더 화가 나는 것은 그 집이 정말로 여운초의 명의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와 남동생을 데리고 그곳에서 수십 년을 살면서 한때 모든 노동자
“이모, 엄마 여기 너무 추워요. 바람도 너무 세요.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바람에 날아갈 뻔했어요.”녀석은 과장되게 말했다.“그럼 옷을 좀 다 입어. 바람에 날아가면 안 되니까. 우빈이가 날아가면 이모가 어디로 찾으러 가야 할지 모르잖아.”우빈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이모, 거짓말이에요. 바람이 너무 센 건 맞지만 저를 날려 보낼 수 없는걸요. 저는 다 커서 바람이 저를 날려 보낼 수 없어요. 하지만 정말 추워요. 엄마는 여기에 눈이 올 거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눈이 오지 않아요.”강성은 관성보다 확실히 많이 추웠다.다행히 하예정이 우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 몇 벌을 쑤셔 넣었다.“저와 아저씨는 이미 엄마의 새 차에 올랐어요. 차에는 히터가 켜져 있어서 지금은 그렇게 춥지 않아요. 게다가 아저씨가 저를 안아 주시니 저는 더 따뜻해졌어요.”“다행이네. 그럼 이따가 차에서 내릴 때 외투를 더 입는 것을 잊지 마. 이모가 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을 넣어놓았거든. 그리고 날씨가 추운데 엄마한테 천천히 운전하라고 하고.”“엄마가 운전하는 게 아니라 일구 삼촌이 운전하고 계세요.”우빈은 강일구와 가장 친했다.그리고 강일구는 하예진을 따라 강성으로 와서 그녀를 보호하도록 했다.우빈은 공항에서 강일구를 만났을 때 뛸 듯이 기뻐했다. 우빈은 강일구가 그를 여러 번 껴안고 돌게 하는 바람에 노동명이 하마터면 질투할 뻔했다.“강일구 아저씨 운전 실력이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모께서 안심하라고 전해달래요.”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일구 아저씨가 운전하시니, 그럼 이모가 안심해도 되겠네. 그럼 우빈이 엄마는?”“제 옆에 계세요.”우빈은 하예진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그리고 노동명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너무 추워요. 저를 다시 꼭 안아 주세요. 아저씨 품이 너무 따뜻해요.”노동명은 코트를 펼쳐 녀석을 코트 안에 감쌌다.“공항에서 엄마 집까지 거리가 좀 있어. 먼저 좀 자. 도착하면 깨워줄게.”노동명과 하예
그러나 하예정은 어르신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태윤 씨가 호영 도련님과 고 대표님께서 휴가를 떠나 보름 만에 돌아온다고 했어요. 할머니께서 지금 가시면 놀러 갈 수 있지만, 혼담을 꺼내려면 주인이 집에 없을 때 가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현장의 어르신들은 순간 멍하니 할 말을 잃었다.“그럼 애들이 돌아오면 그때 혼담을 꺼내러 가자. 우리도 가서 고 이사님 부부와 친해져야지.”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아직도 매우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세요?”“전화로는 통화를 많이 했을 뿐 만나본 횟수가 적거든.”하예정은 할 말이 없었다.쌍방의 부모님들은 전화상으로만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만나본 횟수는 많지 않았다.주로 거리가 좀 멀었기 때문이다.“식사하세요.”전태윤이 부엌에서 나와 소리쳤다.전씨 할머니께서 집에 계시니 남자들은 요리하고 여자들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기를 기다렸다.평생 딸을 낳아보지 못한 전씨 할머니는 며느리를 딸처럼 아꼈다.손녀가 또 태어나지 못한다면 손자며느리를 손녀로 여기면서 사랑해줄 것이다.전태윤은 꿈에서도 아내의 배 속의 아기가 딸이 되고 싶었다.그렇게 되면 그의 딸은 전씨 가문의 가장 사랑스러운 보물로 될 것이다. 조상처럼 모셔야 하느니라!그러다가도 두 사람이 오랫동안 이 아이를 품었다는 생각에 딸이든 아들이든 전태윤은 태연하게 생각하기로 했다.하예정이 낳은 아이가 꼬리가 달린 아이라 할지라도 전씨 가문의 첫 손자이기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랄 테니까.여자들은 몸을 일으켜 식사하러 갔다.“할머니.”전창빈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그는 웃으며 전씨 할머니와 인사했다.전씨 할머니는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래도 먹을 복이 있나 보다.”“할머니께서는 늘 먹을 복이 많았거든요.”하예정은 할머니를 부축하여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할머니, 천천히... 조심하세요.”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야말로 조심해.”전씨 할머니의 시선은 하예정의 배 위에 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