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 챕터 121 - 챕터 130

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121 - 챕터 130

2557 챕터

제121화

하예진은 칼을 든 채 주형인의 뒤를 쫓아갔다.주형인은 하예진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결혼한 뒤 그녀는 늘 조용하고 소심했다. 최근 한동안 주형인이 계속 하예진에게 욕설을 퍼부어도, 아주 심한 정도가 되어서야 겨우 대들며 그와 싸웠다.이번에 그가 손을 대자 하예진은 무슨 미친 사람처럼 달려들었다.같이 싸우려 할 뿐만 아니라 아예 칼까지 들었다.주형인은 집 밖으로 뛰쳐나온 뒤에도 계속 밖으로 도망쳤다.하예진도 멈추지 않고 칼을 들고 그 뒤를 쫓아갔다.부부 두 사람은 서로 쫓고 쫓기며 단지 아래로 내려왔다.그 소란에 온 단지 사람을 놀라게 했다.하예진은 칼을 든 채 주형인을 족히 다섯 블록을 쫓아갓다. 하예진은 지쳐서 더 이상 뛰지 못할 때가 되어서야 길가에 앉아 숨을 헐떡였다.주형인도 지쳤다.그는 하예진과 멀리 떨어진 곳에 주저앉았다.그러다 자신의 부모님과 누나가 쫓아왔을 때, 부모님과 누나를 마주한 주형인은 서러움을 감출 길이 없었다.주형인의 부모는 두 뺨이 잔뜩 부어 처참하기 그지없는 귀한 아들의 얼굴을 보자 분통을 터트렸다. 주서인은 아예 소매를 걷어붙이며 화를 벌컥 냈다. "그 망할 년이 감히 내 동생을 때리다니, 맞아 죽고 싶어 작정을 했네."주형인의 어머니는 속상함에 눈물이 다 날 지경이라 하예진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뭐 원수라도 된다니? 왜 우리 애를 이렇게까지 때려? 그러니까 내가 진작에 말했잖아. 부모가 없어서 가르쳐 줄 사람이 없는 애라 막돼먹어서 결혼하면 안 된다고. 그런데도 네가 고집을 피웠잖아.""남자 녀석이라는 것이 여자 하나 못 이기니? 평소에 우리 앞에서 교육 시키겠다고 큰소리를 칠 땐 언제고, 지금 이게 무슨 꼴이니?"주형인의 어머니인 김은희는 당시 온 가족이 하예진 더러 일찍 시집 오라고 어르고 달랬던 것은 죄 까먹은 듯했다. 당시 하예진의 수입이 아주 높았기 때문이었다.그런데 이제는 하예진을 업신여기고 있었다.주경진도 따라서 욕설을 뱉었다. "아들을 이 나이까지 키우면서 나도 아까워
더 보기

제122화

하예진은 냉소를 흘렸다. "계속 더치페이를 하겠다면서요. 전 그저 저 사람 말대로 한 거예요. 자기가 화가 났으면 날 때려도 된다는 거예요? 자기 아들이 저 꼴이 됐다고 속상해하면서, 내가 당신들 아들에게 맞아서 무슨 꼴이 됐는지는 안 보여요?""당신 아들은 부모가 낳아주고 키워줬겠죠. 그럼 저는 뭐 부모가 없어요? 예, 저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어요. 설령 내가 부모가 없는 애라고 해도, 당신들이 함부로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에요.""하나씩 덤빌래요, 아니면 같이 덤빌래요? 어디 한번 해 봐요. 저 오늘 미리 말해두겠는데, 나랑 이혼하고 싶으면 그냥 말로 해. 주먹이나 휘두르지 말고. 나 그렇게 만만한 사람 아니야! 어디 날 더 괴롭히고 때리기만 해도,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혼자 죽지 않을 거야!""주형인, 내가 전부터 말했지. 감히 날 때릴 거면 그 자리에서 날 때려죽이라고. 그렇지 않으면 평생 잘 생각하지마, 그 틈에 널 다져버릴 거니까!"하예진은 독기 어린 눈으로 시댁 식구들을 노려봤다.그들이 감히 덤벼든다면 하예진은 그들과 함께 죽을 작정이었다.주 씨 집안사람들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미친년, 못돼먹은 년, 정말 어처구니가 없구나!"주경진은 하예진에게 욕설을 퍼부은 뒤 아들에게 말했다. "형인아, 가자. 엄마아빠랑 집으로 가자."주형인도 오늘은 하예진에게 놀랐다.하예진을 알게 된 뒤로 벌써 12년이 되었는데,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이런 독기가 있는 줄은 몰랐다.사납던 하예진의 모습을 떠올리면 주형인은 아직도 다리가 덜덜 떨렸다. 이내 주형인은 가족들과 떠나며 직장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며칠 간의 휴가를 신청했다.며칠간은 집에서 푹 쉬어야 할 것 같았다.일가족 네 명은 주서인이 몰고 온 차에 탔고, 다들 차에 타자 주서인이 입을 열었다."형인아, 너 하예진이과 이혼하고 우빈이를 데리고 와. 우빈이를 절대로 주지 마. 어디 그러고도 저렇게 나오나 두고 보자고."주형인은 입가의 피를 닦으며 부모님에게 물었다. "내
더 보기

제123화

주형인은 가족들이 다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질책하지 않자 입을 열었다. "하예진은 애를 낳고 난 뒤에 몸매가 점점 더 뚱뚱해져서 마음이 점점 더 식어갔어. 제인은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데다 젊고 예쁘기까지 하잖아. 난 제인이야말로 내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해."김은희가 따금하게 한마디 했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건 네 지위와 수입이야. 네가 만약 예전처럼 평범한 직원이었다면 누가 널 마음에 들어 하겠니?""하예진은 비록 독한 데다 널 이 꼴로 만들었지만 양심적으로 말하자면 너랑 결혼한 그동안 널 아주 잘 챙겨주고 집안 살림도 아주 잘해놨었지. 그 애는 고생을 해 본 애라 살림도 잘하고, 집안도 잘 꾸려. 네가 밖에서 지금 만나는 그 여자는 보니까 예진이보다 못한 것 같더구나."김은희는 비록 아들을 편애하고 있지만 하예진에 대한 평가는 나름 중립적이었다."아내는 조신한 사람으로 찾아야 해. 네가 밖에서 노는 거? 엄마는 신경 쓰지 않아. 하지만 그 여자랑 결혼하려는 거면 반드시 신중해야 해. 그러다 너 나중에 후회해."조강지처를 버리고 애인을 아내로 들였다가 생각만큼 잘 지내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던가.김은희는 사실 아들의 지금 상황에 대해 몹시 만족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들이 행복을 잃고 대가를 치르기를 바라지 않았다.하지만 주서인은 달랐다. "하예진이 뭐가 좋다는 거야? 형인이를 이렇게 때려놓은 것만 봐도 우리 집은 저런 며느리 못 받아주지. 형인아, 나는 네가 제인 씨랑 지내는 거 지지해. 같이 살만한지 아닌지는 살아봐야 하는 거지, 보기만 한다고 어떻게 알아?""그때 하예진도 보기에는 예의 있고 교양 있어 보였는데, 형인이를 이 꼴이 되도록 때린 것도 모자라 길거리에서 칼을 들고 쫓아올 줄은 누가 알았겠어?"주경진과 김은희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형인아, 요 며칠 너 집에 돌아가지도 말고 돈도 보내주지 마. 절대로 져주지 말고, 꼭 걔가 먼저 너한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더는 이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나서야 돌아
더 보기

제124화

"부탁할게."심효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사이에 부탁은 무슨. 전에는 계속 네가 문을 닫아서 너한테 많이 미안했었는데, 이제 다시 갚아줄 수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은 편해."하예정도 친구와 더 체면을 차리지 않고, 새로 산 옷을 들고 심효진에게 인사했다. 서점을 나온 그녀는 옷 가방을 조수석에 놓은 뒤 전태윤에게 말했다. "당신 먼저 집으로 가요. 저 스쿠터 타고 시장 가서 장 좀 보고 올게요. 당신 만약 밥 할 줄 알면, 밥 좀 안쳐줘요. 할 줄 모르면 제가 집에 가서 할게요."전태윤은 그녀의 스쿠터를 보며 물었다. "당신 새 차는?""아침에 늦게 나와서 길이 막힐까 봐, 이거 탔어요."하예정은 헬멧을 쓴 뒤 인사했다. "저 갈게요."전태윤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하예정은 스쿠터를 타고 떠났다.전태윤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하예정은 가끔 일 처리가 불같아서 그의 진중함과는 조금 모순이었다.그러다 다시 조수석에 놓인 옷을 본 전태윤은 가져와 안을 뒤적거렸다. 남자의 옷인 걸 발견한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대체 어느 남자에게 사준 거란 말인가?사이즈를 보자 그는 자신의 사이즈와 같은 사이즈라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죄다 검은색이니, 설마 자신에게 사준 걸까?그렇게 생각하자 전태윤은 방금 전 불쾌했던 기분을 완전히 잊어버렸다.가게에서 나온 심효진을 본 전태윤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한 뒤 시동을 걸었다.그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진우가 가게에 왔다.자신의 사촌 동생을 본 심효진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사촌 동생의 턱에 자란 수염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진우야, 못 본 사이에 왜 털보가 되었어? 이 수염도 깎을 때가 됐네. 젊은 나이에 수염 기르지 마, 늙어 보여.""요즘 되게 바쁘고 많이 힘드니? 어째 초췌한 것 같기도 하고 피곤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하지? 젊은 사람이 열심히 하려는 건 좋은데, 그래도 적당히 해. 건강이야말로 청춘의 근본이야. 그러니까 건강 조심해.""나 괜찮아
더 보기

제125화

말을 마친 심효진은 조금 의아한 얼굴로 자신의 사촌동생을 보며 물었다. "진우야, 그건 왜 물어?"당연히 하예정에게 마음이 있어 이혼하기만 기다린다고 말을 할 수 없었던 김진우는 핑계를 대며 말했다. "난 그저 예정 누나 걱정돼서 그러는 거지, 별 뜻은 없어. 예정 누나도 대단한 사람인데 만약 남편이 누나를 마음에 들어ㄴ 하지 않으면 일찍 이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이혼하고 진짜 누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과 결혼하면 분명 잘 지낼 거니까.""하긴, 예정이는 아주 좋은 애잖아. 그래서 난 전태윤 씨가 예정이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 믿어. 어쩌면 예정이보다 전태윤 씨가 먼저 마음이 움직일지도 몰라."심효진은 친구가 점점 더 잘 지내기를 바랐다.그런 누나를 보는 김진우는 마음이 아파왔다.사촌 누나가 자신의 엄마에게 이야기를 할까 봐 그는 하예정을 짝사랑한다고 심효진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김진우가 하예정보다 어린것은 차치하더라도 하예정이 기혼이라는 것만 해도 문제였다.설령 이혼을 한다고 해도 그의 어머니는 하예정을 바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충분한 확신이 있기 전까지, 김지우는 조심스레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아무도 알지 못하게 했다.노을이 점차 저물며 밤의 장맥이 조용히 세상을 뒤덮었다. 어두운 밤은 그렇게 조용히 찾아왔다.발렌시아 아파트.주방에서 바삐 돌아치는 하예정 덕에 이따금씩 향긋한 냄새가 풍겨져 전태윤은 저도 주방 입구 쪽으로 와 섰다.전태윤은 원래 도와주려 했었지만, 기왕 대접을 하겠다고 했으니 자신이 전부 하겠다는 하예정의 말에 그는 도와주지 못한 채 한가로이 거실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TV를 봐도 재미가 없었다. 차라리 아내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나았다.하예정의 그 현모양처 같은 모습을 보자 전태윤의 눈빛은 짙게 가라앉았다가 이내 다시 부드럽게 풀렸다. 다만 그는 스스로도 이런 변화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하예정에게는 장점이 참 많다는 생각뿐이었다."예정아."그러다 무언가 떠오른 전
더 보기

제126화

전태윤은 조금 우울해졌다. 하지만 이내 둘째가 하예정의 공예품을 홍보하면 돈을 버는 것은 하예정이고, 하예정은 지금 또 자신의 아내이니 모든 이득은 다 집안사람이 봤다는 생각을 하자, 전태윤은 우울했던 기분이 크게 나아졌다.하예정은 음식을 다 한 뒤 음식을 예쁘게 담아 테이블 위에 놓았다.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함께 식사를 이어갔다.기분이 좋은 전태윤은 몹시 맛있게 식사를 즐겼다.하예정의 요리 실력은 몹시 뛰어나 칭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태윤은 자신에게 먹을 복이 참 많다고 생각했다.식사를 마치고, 그릇을 다 씻은 뒤 하예정은 소파에서 옷이 담긴 봉투를 가져왔다. 그런 뒤 안에 있는 옷을 꺼내 전태윤에게 건넸다. "태윤 씨, 이거 맞는지 한 번 입어 봐요.""저에게 그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식사 대접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새 옷 몇 개 좀 샀어요. 여기 넥타이도 두 개 있어요. 다 당신이 좋아하는 검은색으로 샀어요."전태윤은 자신의 옷이라는 걸 진작에 알아챘지만 겉으로는 모르는 척하며 옷을 받아 사이즈를 보며 물었다. "내 사이즈는 어떻게 알았어?""할머니에게 물었죠."전태윤은 할 말을 잃었다."안 입어 봐요?""괜찮아, 딱 맞을 거야."하예정이 고른 것은 다 그가 좋아하는 색이었다."다음에 내 선물 고를 때 뭘 사야 할지 모르겠으면 나한테 물어봐."할머니에게 그만 물었으면 했다. 할머니가 알게 되면 뒤에서 무슨 수작을 부릴지 아무도 몰랐다."당신은 일하느라 바쁠 텐데, 계속 방해하기가 미안했어요."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는 확실히 아주 바빴고, 확실히 아주 사소한 일을 묻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태윤 씨, 아직 시간도 이른데 나가서 산책이라도 할래요? 그러고 보면 여기로 이사한 지 꽤 됐는데 아직 단지 구경도 못해봤어요."전태윤은 순간 망설였지만 이내 알겠다고 했다.그는 발렌시아 아파트에 대해 잘 몰랐다.당시 그를 도와 이 집을 구매한 것도 다 그의 집사 덕이었다.그러니까 이것은 부부 둘
더 보기

제127화

단지 안에는 산책하는 사람이 많았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이 대부분이었지만 간간이 젊은 부부가 손을 잡고 다정하게 걷는 모습도 보였다.하예정 부부는 다정한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도 여전히 어깨만 나란히 한 채 누구도 손을 뻗지 않았다.하지만 선남선녀인 탓일까, 두 부부를 돌아보는 사람은 꽤 많았다.끝내, 하예정은 단지 내의 놀이터에서 걸음을 멈추고 옆에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우리 여기 앉아요. 아이들 구경하게요."하예정은 아이를 몹시 좋아해, 조카인 주우빈도 몹시 예뻐했다.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그녀를 따라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우빈이도 있었다면 분명 신나게 놀았을 거예요."전태윤은 응하고 대답했다.그러자 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하예정의 시선을 느낀 전태윤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아 경계하며 물었다. "왜 그렇게 보는 거야?""잘생겨서요, 눈요기하려고 몇 번 더 보는 중이에요."전태윤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태윤 씨는 잘생긴 데다, 능력도 뛰어나니 아주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겠죠. 앞으로 아이를 낳으면 분명 똑똑하고 영리할 거예요.""나에게 아이를 낳아주려고?"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께서는 계속 증손녀 좀 생기게 당신을 덮치라고는 하세요."그 말에 전태윤은 조용히 엉덩이를 옮겨 하예정과의 거리를 슬쩍 벌렸다.전태윤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한 하예정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저도 태윤 씨가 저에게 마음 없는 거 알아요. 사실, 저도 지금은 태윤 씨에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니에요. 서로 사랑하지 않는 부부인데 제가 정말로 당신을 덮치면 그건 부부 사이의 감정의 교류라기보다는 오히려 제가 당신을 산 것 같잖아요. 돈만 안 줬을 뿐이지."그 말을 들은 전태윤은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저희 둘에게 아이는 없을 거예요. 할머니 보고는 혁진 씨를 재촉하라고 하죠."두 사람에게 아이는 없는 걸까?그 말을 들은 전태윤은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 말을 반박할 수가 없어 그저 입술만 꾹 다
더 보기

제128화

전태윤은 할 말을 잃었다.확실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주변의 젊은 부부들은 하나같이 신혼이라 깨가 쏟아지고 길을 걸어도 손깍지를 꼭 잡고 걸었다. 게다가 아이가 있는 부부들은 아이를 주제로 이야기할 거리는 훨씬 더 많았다.그들과 달리, 쏟을 깨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아이도 없으니, 대화를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말문이 턱 막힌 듯한 전태윤을 보자 하예정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전태윤도 잡아당겼다. "자, 이만 돌아가요. 괜히 제가 언제든지 당신 덮치려 하는 것처럼 불편하게 있지 말고요.""예정아, 너 여자애야!""여자애가 뭐 어때서요? 그런 말 한다고 문제 생기는 것도 아니고."하예정은 전태윤을 끌며 걸음을 옮겼다. 다만 괜히 돌아가서 손만 수백 번 씻을까 봐, 손은 건드리지 않은 채 옷자락만 잡고 걸었다."며칠 전의 실시간 검색어 봤어요? 그 전씨 가문 도련님과 성씨 가문 아가씨 이야기 말이에요. 성씨 가문 아가씨가 그 도련님을 좋아해서 공개 고백하고 공개적으로 구애한 거예요.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열심히 구애를 하고, 여자도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구애를 하는 건 다 진심 어린 사랑을 찾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전 성씨 가문 아가씨가 좀 마음에 들어요, 간접적으로 저에게 도움도 됐고요. 비록 그분은 저를 모르지만 전 그녀가 사랑을 쟁취하고 전씨 가문 도련님에게 시집갈 수 있기를 묵묵히 응원하고 있어요. 지금 그 도련님에게 구애하느라 고생하고 있으니 나중에 구애에 성공하게 되면 그때는 반대로 그 도련님이 그 아가씨를 아주 예뻐해 줬으면 해요."성소현이 간접적으로 "불효막심한 손녀" 검색어를 눌러버려, 실시간 검색어가 하예정 자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줄여 준 탓에 하예정은 성소현에게 조금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게다가 성소현의 과감히 사랑하고 과감히 내려놓는 성격에 하예정은 이미 그녀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자기 아내가 하는 말을 들은 전태윤은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더 보기

제129화

하예정은 조금 실망하며 대답했다. "…당신도 회사에서 작지만 그래도 임원인데, 대표님과 만날 기회가 이렇게 적다니. 당신 대표님도 참… 네, 고고하시네요. 신비롭기도 하고."인터넷에는 전씨 가문 도련님의 사진은 아예 없었다.전씨 가문은 어디 출입할 때면 늘 경호원이 따라붙었다. 지난번 연회에서도 경호원이 너무 많은 데다 또 덩치가 건장하고 키도 큰 탓에 그녀와 친구는 까치발을 들고 살폈지만 그래도 전씨 가문 도련님의 얼굴은 보지 못했었다.그러다 전씨 가문에서 출근하는 전태윤이, 사무직임에도 전씨 가문 도련님을 만날 기회가 아주 적다고 하자 하예정은 마음이 편해졌다.전태윤은 그 말을 받아치지 않았다.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든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은 원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했다.전씨 가문 도련님을 주제로 부부 둘은 이야기를 나누다 그들이 사는 B동으로 돌아왔다.전태윤의 경호원은 바로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비록 도련님과 사모님의 곁을 바싹 따르지는 않았지만, 두 부부가 어디로 가면 그들도 그 뒤를 따르며 두 부부가 시야 밖으로 벗어나지 않게 했다.물론, 하예정은 내내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러다 무심코 고개를 돌린 하예정은 멀지 않은 곳에서 어슬렁거리는 경호원 한 명을 발견했다. 그러다 어쩐지 눈에 익은 것 같은 기분에 우뚝 멈춰서서는 전태윤에게 말했다. "저 남자 낯이 좀 익어요."전태윤은 깜짝 놀랐다.그 경호원은 바로 강일구였다.도련님과 사모님이 다 자신을 쳐다보자 마찬가지로 깜짝 놀란 강일구는 이내 아무 일도 없는 척 다가왔다."당신, 그때 그 대리기사죠?"하예정은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눈에 익은 남자는 바로 전태윤이 취했을 때 전태윤을 집까지 데리고 온 대리기사였다.강일구가 대답했다. "저 맞습니다."참 눈썰미도 좋은 사모님이었다."당신도 여기 살아요?""네, 하지만 전 월세예요. 평소에는 우버를 하는데 가끔은 대리운전도 해요."하예정은 알겠다는
더 보기

제130화

아내가 있는 기분은, 정말이지, 너무 좋았다.전태윤은 도시락을 챙겨 외출했다.회사로 가는 길, 그는 차 안에서 아내가 그를 위해 준비한 사랑의 도시락을 맛봤다.얼마나 맛있는지 입맛에 딱 맞았다.그 모습을 본 운전기사와 경호원은 사모님이 준비한 아침은 간단하지 그지없는데 도련님같이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 저렇게까지 맛있게 먹고 있으니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모님의 요리 실력이 아주 뛰어난 듯싶었다.전태윤이 떠난 뒤, 하예정은 평소처럼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언니에게 별일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도 외출했다.그녀가 출근했을 때는 이미 출근 시간대라 길은 막히기 시작했다. 그녀가 반쯤 갔을 때 길은 점점 더 심하게 막히고 있었다.급히 출근을 하려던 사람들은 조급함에 욕설을 퍼부으려 했다.성소현도 욕설을 퍼붓고 싶었다.그녀는 오빠와 새언니가 아침을 먹으면서까지 애정행각을 벌일 때 그 틈을 타 몰래 집 밖으로 빠져나왔다. 참, 몰래 전태윤에게 줄 아침도 잊지 않고 챙겼다. 그것은 집안의 셰프에게 특별히 준비해달라고 한 것이었다. 그런 뒤 집 안의 정원에서 커다란 꽃 한 묶음을 자른 뒤 잘 포장했다.꽃다발과 사랑이 담긴 도시락을 든 성소현은 집을 나서자마자 곧바로 전 씨 그룹으로 향했다. 그녀는 전태윤이 회사에 도착하기 전에, 구식인 방법이지만 그래도 전태윤의 차를 가로막고 자신이 정성껏 준비한 사랑의 도시락을 건네줄 생각이었다.비록 새언니도 전태윤을 포기하라고 말했지만, 성소현은 이렇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말에 따르면, 전태윤을 잊으려면 진작에 잊었을 텐데, 잊지 못하니 한 번 시도하려 한다는 것이었다.3, 4년쯤 쫓아다니지 않으면 그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그 시각, 앞쪽에서 차가 엄청나게 막히고 있었다. 시간이 점점 지나는 것을 본 성소현은 마음이 조급해졌다.이대로 더 있다가는 그녀가 전 씨 그룹에 도착했을 때쯤 전태윤은 이미 회사 안에 들어갔을 테니 막긴 무얼 막는단 말인가?안돼, 이대로 계속 기다릴 수는 없
더 보기
이전
1
...
1112131415
...
256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