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은 조금 우울해졌다. 하지만 이내 둘째가 하예정의 공예품을 홍보하면 돈을 버는 것은 하예정이고, 하예정은 지금 또 자신의 아내이니 모든 이득은 다 집안사람이 봤다는 생각을 하자, 전태윤은 우울했던 기분이 크게 나아졌다.하예정은 음식을 다 한 뒤 음식을 예쁘게 담아 테이블 위에 놓았다.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함께 식사를 이어갔다.기분이 좋은 전태윤은 몹시 맛있게 식사를 즐겼다.하예정의 요리 실력은 몹시 뛰어나 칭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태윤은 자신에게 먹을 복이 참 많다고 생각했다.식사를 마치고, 그릇을 다 씻은 뒤 하예정은 소파에서 옷이 담긴 봉투를 가져왔다. 그런 뒤 안에 있는 옷을 꺼내 전태윤에게 건넸다. "태윤 씨, 이거 맞는지 한 번 입어 봐요.""저에게 그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식사 대접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새 옷 몇 개 좀 샀어요. 여기 넥타이도 두 개 있어요. 다 당신이 좋아하는 검은색으로 샀어요."전태윤은 자신의 옷이라는 걸 진작에 알아챘지만 겉으로는 모르는 척하며 옷을 받아 사이즈를 보며 물었다. "내 사이즈는 어떻게 알았어?""할머니에게 물었죠."전태윤은 할 말을 잃었다."안 입어 봐요?""괜찮아, 딱 맞을 거야."하예정이 고른 것은 다 그가 좋아하는 색이었다."다음에 내 선물 고를 때 뭘 사야 할지 모르겠으면 나한테 물어봐."할머니에게 그만 물었으면 했다. 할머니가 알게 되면 뒤에서 무슨 수작을 부릴지 아무도 몰랐다."당신은 일하느라 바쁠 텐데, 계속 방해하기가 미안했어요."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는 확실히 아주 바빴고, 확실히 아주 사소한 일을 묻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태윤 씨, 아직 시간도 이른데 나가서 산책이라도 할래요? 그러고 보면 여기로 이사한 지 꽤 됐는데 아직 단지 구경도 못해봤어요."전태윤은 순간 망설였지만 이내 알겠다고 했다.그는 발렌시아 아파트에 대해 잘 몰랐다.당시 그를 도와 이 집을 구매한 것도 다 그의 집사 덕이었다.그러니까 이것은 부부 둘
단지 안에는 산책하는 사람이 많았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이 대부분이었지만 간간이 젊은 부부가 손을 잡고 다정하게 걷는 모습도 보였다.하예정 부부는 다정한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도 여전히 어깨만 나란히 한 채 누구도 손을 뻗지 않았다.하지만 선남선녀인 탓일까, 두 부부를 돌아보는 사람은 꽤 많았다.끝내, 하예정은 단지 내의 놀이터에서 걸음을 멈추고 옆에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우리 여기 앉아요. 아이들 구경하게요."하예정은 아이를 몹시 좋아해, 조카인 주우빈도 몹시 예뻐했다.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그녀를 따라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우빈이도 있었다면 분명 신나게 놀았을 거예요."전태윤은 응하고 대답했다.그러자 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하예정의 시선을 느낀 전태윤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아 경계하며 물었다. "왜 그렇게 보는 거야?""잘생겨서요, 눈요기하려고 몇 번 더 보는 중이에요."전태윤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태윤 씨는 잘생긴 데다, 능력도 뛰어나니 아주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겠죠. 앞으로 아이를 낳으면 분명 똑똑하고 영리할 거예요.""나에게 아이를 낳아주려고?"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께서는 계속 증손녀 좀 생기게 당신을 덮치라고는 하세요."그 말에 전태윤은 조용히 엉덩이를 옮겨 하예정과의 거리를 슬쩍 벌렸다.전태윤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한 하예정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저도 태윤 씨가 저에게 마음 없는 거 알아요. 사실, 저도 지금은 태윤 씨에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니에요. 서로 사랑하지 않는 부부인데 제가 정말로 당신을 덮치면 그건 부부 사이의 감정의 교류라기보다는 오히려 제가 당신을 산 것 같잖아요. 돈만 안 줬을 뿐이지."그 말을 들은 전태윤은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저희 둘에게 아이는 없을 거예요. 할머니 보고는 혁진 씨를 재촉하라고 하죠."두 사람에게 아이는 없는 걸까?그 말을 들은 전태윤은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 말을 반박할 수가 없어 그저 입술만 꾹 다
전태윤은 할 말을 잃었다.확실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주변의 젊은 부부들은 하나같이 신혼이라 깨가 쏟아지고 길을 걸어도 손깍지를 꼭 잡고 걸었다. 게다가 아이가 있는 부부들은 아이를 주제로 이야기할 거리는 훨씬 더 많았다.그들과 달리, 쏟을 깨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아이도 없으니, 대화를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말문이 턱 막힌 듯한 전태윤을 보자 하예정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전태윤도 잡아당겼다. "자, 이만 돌아가요. 괜히 제가 언제든지 당신 덮치려 하는 것처럼 불편하게 있지 말고요.""예정아, 너 여자애야!""여자애가 뭐 어때서요? 그런 말 한다고 문제 생기는 것도 아니고."하예정은 전태윤을 끌며 걸음을 옮겼다. 다만 괜히 돌아가서 손만 수백 번 씻을까 봐, 손은 건드리지 않은 채 옷자락만 잡고 걸었다."며칠 전의 실시간 검색어 봤어요? 그 전씨 가문 도련님과 성씨 가문 아가씨 이야기 말이에요. 성씨 가문 아가씨가 그 도련님을 좋아해서 공개 고백하고 공개적으로 구애한 거예요.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열심히 구애를 하고, 여자도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구애를 하는 건 다 진심 어린 사랑을 찾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전 성씨 가문 아가씨가 좀 마음에 들어요, 간접적으로 저에게 도움도 됐고요. 비록 그분은 저를 모르지만 전 그녀가 사랑을 쟁취하고 전씨 가문 도련님에게 시집갈 수 있기를 묵묵히 응원하고 있어요. 지금 그 도련님에게 구애하느라 고생하고 있으니 나중에 구애에 성공하게 되면 그때는 반대로 그 도련님이 그 아가씨를 아주 예뻐해 줬으면 해요."성소현이 간접적으로 "불효막심한 손녀" 검색어를 눌러버려, 실시간 검색어가 하예정 자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줄여 준 탓에 하예정은 성소현에게 조금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게다가 성소현의 과감히 사랑하고 과감히 내려놓는 성격에 하예정은 이미 그녀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자기 아내가 하는 말을 들은 전태윤은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하예정은 조금 실망하며 대답했다. "…당신도 회사에서 작지만 그래도 임원인데, 대표님과 만날 기회가 이렇게 적다니. 당신 대표님도 참… 네, 고고하시네요. 신비롭기도 하고."인터넷에는 전씨 가문 도련님의 사진은 아예 없었다.전씨 가문은 어디 출입할 때면 늘 경호원이 따라붙었다. 지난번 연회에서도 경호원이 너무 많은 데다 또 덩치가 건장하고 키도 큰 탓에 그녀와 친구는 까치발을 들고 살폈지만 그래도 전씨 가문 도련님의 얼굴은 보지 못했었다.그러다 전씨 가문에서 출근하는 전태윤이, 사무직임에도 전씨 가문 도련님을 만날 기회가 아주 적다고 하자 하예정은 마음이 편해졌다.전태윤은 그 말을 받아치지 않았다.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든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은 원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했다.전씨 가문 도련님을 주제로 부부 둘은 이야기를 나누다 그들이 사는 B동으로 돌아왔다.전태윤의 경호원은 바로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비록 도련님과 사모님의 곁을 바싹 따르지는 않았지만, 두 부부가 어디로 가면 그들도 그 뒤를 따르며 두 부부가 시야 밖으로 벗어나지 않게 했다.물론, 하예정은 내내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러다 무심코 고개를 돌린 하예정은 멀지 않은 곳에서 어슬렁거리는 경호원 한 명을 발견했다. 그러다 어쩐지 눈에 익은 것 같은 기분에 우뚝 멈춰서서는 전태윤에게 말했다. "저 남자 낯이 좀 익어요."전태윤은 깜짝 놀랐다.그 경호원은 바로 강일구였다.도련님과 사모님이 다 자신을 쳐다보자 마찬가지로 깜짝 놀란 강일구는 이내 아무 일도 없는 척 다가왔다."당신, 그때 그 대리기사죠?"하예정은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눈에 익은 남자는 바로 전태윤이 취했을 때 전태윤을 집까지 데리고 온 대리기사였다.강일구가 대답했다. "저 맞습니다."참 눈썰미도 좋은 사모님이었다."당신도 여기 살아요?""네, 하지만 전 월세예요. 평소에는 우버를 하는데 가끔은 대리운전도 해요."하예정은 알겠다는
아내가 있는 기분은, 정말이지, 너무 좋았다.전태윤은 도시락을 챙겨 외출했다.회사로 가는 길, 그는 차 안에서 아내가 그를 위해 준비한 사랑의 도시락을 맛봤다.얼마나 맛있는지 입맛에 딱 맞았다.그 모습을 본 운전기사와 경호원은 사모님이 준비한 아침은 간단하지 그지없는데 도련님같이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 저렇게까지 맛있게 먹고 있으니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모님의 요리 실력이 아주 뛰어난 듯싶었다.전태윤이 떠난 뒤, 하예정은 평소처럼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언니에게 별일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도 외출했다.그녀가 출근했을 때는 이미 출근 시간대라 길은 막히기 시작했다. 그녀가 반쯤 갔을 때 길은 점점 더 심하게 막히고 있었다.급히 출근을 하려던 사람들은 조급함에 욕설을 퍼부으려 했다.성소현도 욕설을 퍼붓고 싶었다.그녀는 오빠와 새언니가 아침을 먹으면서까지 애정행각을 벌일 때 그 틈을 타 몰래 집 밖으로 빠져나왔다. 참, 몰래 전태윤에게 줄 아침도 잊지 않고 챙겼다. 그것은 집안의 셰프에게 특별히 준비해달라고 한 것이었다. 그런 뒤 집 안의 정원에서 커다란 꽃 한 묶음을 자른 뒤 잘 포장했다.꽃다발과 사랑이 담긴 도시락을 든 성소현은 집을 나서자마자 곧바로 전 씨 그룹으로 향했다. 그녀는 전태윤이 회사에 도착하기 전에, 구식인 방법이지만 그래도 전태윤의 차를 가로막고 자신이 정성껏 준비한 사랑의 도시락을 건네줄 생각이었다.비록 새언니도 전태윤을 포기하라고 말했지만, 성소현은 이렇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말에 따르면, 전태윤을 잊으려면 진작에 잊었을 텐데, 잊지 못하니 한 번 시도하려 한다는 것이었다.3, 4년쯤 쫓아다니지 않으면 그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그 시각, 앞쪽에서 차가 엄청나게 막히고 있었다. 시간이 점점 지나는 것을 본 성소현은 마음이 조급해졌다.이대로 더 있다가는 그녀가 전 씨 그룹에 도착했을 때쯤 전태윤은 이미 회사 안에 들어갔을 테니 막긴 무얼 막는단 말인가?안돼, 이대로 계속 기다릴 수는 없
하예정은 스쿠터를 타고 있는 탓에 꽉 막힌 길은 그녀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그렇게 십몇 분 만에 두 사람은 전 씨 그룹에 도착했다.하예정은 스쿠터를 세운 뒤 고개를 돌려 성소현에게 말했다. "도착했어요."성소현은 헬멧을 하예정에게 돌려주며 감사 인사를 했다."큰일도 아닌데요, 인사는 됐어요."상소현은 하예정을 보며 물었다. "혹시 이름 알려줄 수 있어요? 어쩐지 계속 낯이 익네요. 저희 혹시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아요?""저 하예정이라고 해요. 전 예쁜 사람을 몹시 좋아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 당신을 본 적이 없어요."미인은 한 번만 봐도 기억에 남기 마련인데, 하예정은 눈앞의 미인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이 없었다."하예정이라고요? 아, 생각났어요. 얼마 전 실시간 검색어에 효도하지 않는 손녀에 대한 얘기가 있었는데, 비난받고 있는 사람 성도 하 씨였어요. 그때 사진도 같이 올라왔었는데, 보니까 사진 속에 있는 여자애랑 되게 닮았네요. 혹시 당신이에요?"상소현은 자기 화제에 대한 주의력을 나눠간 "불효막심한 손녀"에 대해 인상이 아주 깊은 탓에 하씨 집안 사람들이 올린 하예정 자매의 옛날 사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당시 그녀는 그 검색어가 네티즌의 주의를 끈 것에 욕했을 뿐만 아니라 하예정 자매가 은혜도 모른다고 욕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반전이 올라오면서 그녀는 하씨 집안 사람도 한바탕 욕했었다.성소현의 어머니는 스물이 다 넘어놓고 조금의 인내심과 분석 능력도 없이 한쪽 사람의 말만 듣고 따라서 하예정 자매를 욕한다고 핀잔을 주기도 했었다.왜냐하면 성소현이 집에서 하예정 자매에 대해 하도 욕을 하니 그녀의 어머니는 호기심이 동해 그 검색어를 찾아보려 했지만, 반전이 올라온 뒤 하씨 집안 사람들은 네티즌의 비난에 못 이겨 게시물을 아주 깨끗하게 삭제했었다.그로 보건대 하씨 집안에도 어느 정도 인맥은 있는 듯했다.그리고, 하씨 집안 둘째의 장자는 그들 성씨 그룹 휘하의 계열사에서 고위 임원직을 맡고 있었는데 사건
성소현은 하예정에게 인심을 빚지고 싶지는 않았다.어쩐지 하예정과는 처음 만났지만 오랜 지인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해, 성소현은 하예정에게 명함을 주었다.하예정도 그 외제차를 발견하고는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먼저 일 보세요. 저 성소현 씨가 바라는 것이 이뤄지길 응원할게요.""고마워요."꽃다발을 안고 도시락을 든 성소현은 외제차 쪽이 아니라 회사 대문으로 달려가더니 대문 중간에 떡 버티고 섰다.그 모습을 본 하예정은 입을 떡 벌렸다.성소현 씨는 정말 용감했다.비록 전태윤은 오늘 아침 일찍 나섰지만 별장으로 돌아가 물건을 챙겨야 했던 탓에, 별장에서 다시 나와 한동안 달리자 길이 막히기 시작했다. 길이 막힐 때는 차가 어떤 차든, 어떤 신분이든 다 그저 길에 막힌 채 어쩔 도리가 없었다.그리하여 전태윤은 이제야 회사에 도착하게 되었다.조수석에 앉아있는 경호원은 마침 강일구였다. 눈썰미가 좋은 그는 하예정을 발견하자마자 고개를 돌려 전태윤에게 보고했다. "도련님, 사모님께서 성소현 씨와 같이 계십니다."그 말에 전태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두 사람이 왜 함께 있는 걸까?아무리 봐도 접점이 없는 사람들이었다.그는 앞쪽을 쳐다봤다. 성소현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하예정은 알아볼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한 지붕 아래서 함께 산 시간이 있는 데다, 입까지 맞췄는데 못 알아본다면 스스로 두 눈을 찌르는 것이 맞았다."신경 쓰지 마."전태윤은 차갑게 한마디 한 뒤 몸을 뒤로 기댔다.거리가 점점 더 멀어졌다.강일구는 사모님이 자신을 알아볼까 일부러 고개까지 돌려 하예정이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다른 곳을 쳐다봤다.차량 대오는 하예정의 앞에서 멈추지 않았다. 전씨 가문 도련님의 기세를 본 하예정은 또 한 번 속으로 감탄했다. 다만 저 롤스로이스는 어쩐지 눈에 익었다. 왠지 단지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 것 같았다.그러다 전씨 가문 도련님의 신분을 떠올린 하예정은 자연스레 저 차가 단지 안에 있는 그 차는 아니라고 부인했다.전씨 가문 도
성소현이 대문을 막고 있는 탓에 운전기사는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도련님, 성소현 씨를 끌어낼까요?"운전기사는 고개를 돌려 전태윤을 보며 물었다.잠시 침묵하던 전태윤은 이내 차 창문을 내렸다.전태윤이 창문을 내린 것을 본 성소현은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그녀는 곧바로 꽃다발과 도시락을 든 채 다가갔다."태윤 씨."성소현은 드디어 매일 밤 그렇게 그리던 남자와 만날 수 있었다. 비록 그녀는 매일 같이 이곳으로 와 전태윤에게 고백했지만 사실, 성소현은 이미 아주 오랫동안 전태윤을 만난 적이 없었다.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전태윤은, 여전히 멋있었고, 여전히 그녀 마음속의 가장 잘생긴 사람이었다.전태윤의 꽉 닫힌 입술에 시선이 닿자, 성소현은 다가가 입을 맞추고 싶었다.저 입술은 어떤 느낌일까? 말캉할까?성소현은 마치 사냥감을 보듯 전태윤을 노려봐, 전태윤은 미간을 찌푸렸다."성소현 씨.""태윤 씨, 그냥 소현이라고 불러줘요."성소현은 환하게 미소 지으며 우선 도시락부터 창문으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 "특별히 아침 전해주러 왔어요. 아직 따뜻할 때 드세요. 그리고 이 꽃도, 선물이에요."전태윤은 도시락을 받지 않았다. 꽃은 더더욱 거절했다. 그는 남자라, 꽃은 좋아하지 않았다."차가 이렇게 막히는데 어떻게 여기로 날아온 겁니까?"전태윤은 성소현과 하예정이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궁금했다.전태윤의 질문을 들은 성소현은 조금의 숨김도 없이 웃으며 말했다. "전 똑똑하니까요. 차를 상가 앞에 세워두고 경호원에게 가져가라고 한 뒤, 전 스쿠터를 히치하이크했죠. 그래서 아무런 막힘 없이 온 거예요."두 사람이 어떻게 안면을 텄나 했더니, 이런 일이 있었군."태윤 씨, 그러고 보면 정말 신기해요. 이렇게 딱 손을 들었는데, 무려 실시간 검색어의 인물을 세웠지 뭐예요. 그 '불효막심한 손녀' 이야기의 주인공 말이에요. 하예정이라고, 사람이 되게 괜찮아요. 처음 봤는데도 오랜 친구 같은 기분이었어요."전태윤은 속으로 불만을 터트렸다.
모두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소 대표님한테 매수된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 소 대표님은 정말 좋은 분이에요. 윤하에게 잘 어울려요.”코치 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소 대표님도 우리 윤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윤하가 주로 만나본 젊은 남자들이 우리 말고는 좋은 남자가 없어서 그래요. 게다가 사장님과 사모님도 얼마나 걱정하세요. 만약 소 대표님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도 반대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소 대표님과 윤하가 잘 지내고 있거든요. 근데 우리 윤하가 왠지 소 대표님께 남녀 간의 정이 없다고 느껴져요. 윤하가 우리를 대한 것처럼 똑같이 소 대표님을 대하는 것 같아요.”정혁주는 코치들의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공감했다.도장에는 여성 후배들도 많지만 유독 정윤하가 정혁주를 무척 걱정시켰다.정윤하는 습관적으로 남자들과 형제 사이로 지냈기에 그들도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다.그들도 정윤하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했지만, 그녀가 상대방이 무술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소개를 받을 남자들은 정윤하의 “명성”을 듣더니 심지어 몰래 도장에 가서 정윤하를 지켜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막강한 실력을 보더니 정윤하를 다스리지 못할까 봐 걱정하며 결국 투항하게 되었고 다른 맞선남들과 마찬가지로 감히 나서지 못했다.이로 하여 뒷부분의 맥락은 그대로 뚝 끊기게 되었다.정혁주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너희도 사실 소 대표님의 재력에 넘어간 거야. 나조차도 좋게 느껴지는데 너희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소 대표님의 재력이 정말 좋은 건 사실이야. 우리도 자기도 모르게 속아 넘어간 거지. 그런데 소 대표님은 꽤 좋은 사람이긴 해. 우리 윤하와도 너무 잘 어울리고. 너희들도 장난치고 있는 걸 알기에 나도 너희들 탓하지 않아. 우리 전부 윤하를 위해서 하는 소리잖아. 내가 소 대표님을 오랫동안 지켜봤는데 그분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을 거야.”“너희들의 말처럼 윤하 계집
“들어가요. 밖이 너무 추워요.”정윤하는 꽃다발과 보온도시락을 들고는 소지훈을 도장으로 가자고 말했다.소지훈은 그녀를 따라갔다.도장의 사람들은 정윤하가 꽃다발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두 사람이 썸타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그 꼬맹이들조차 정윤하가 안고 있는 그 꽃다발이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정윤하는 학생들에게 다가갔다.“코치님, 이 꽃다발이 정말 아름다워요.”“코치님, 바비큐 드실래요? 우리 거의 다 먹었어요.”“코치님, 지훈 아저씨가 선물한 꽃이죠? 왜 코치님께 꽃을 주세요?”정윤하가 웃으며 대답했다.“많이 먹어. 다 먹어도 돼. 지훈 아저씨가 나에게 따로 준비해 줬거든. 너희 지훈 아저씨가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에 있는 꽃이 너무 예뻐서 나에게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라고 선물해줬어. 어때? 예쁘지? 나도 이 꽃다발이 너무 예뻐서 좋아.”학생들은 꽃다발이 예쁘다고 연신 칭찬했다.정윤하의 사제들은 헤벌쭉한 정윤하를 보고는 또 여우처럼 웃고 있는 소지훈을 보더니 결국 모두 정혁주를 일제히 쳐다보았다.정혁주는 정윤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는 평소에 앉던 테이블에 앞에 앉아 바비큐를 먹으며 보이차도 곁들여 마셨다.“선배님.”몇몇 코치들이 정혁주에게 다가가더니 그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궁금한 듯 물었다.“소 대표님이 우리 윤하에게 고백한 거예요? 그런데 또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정윤하의 표정을 보면 고백받은 것 같지 않았다.그녀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소 대표님이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의 꽃이 예쁜 것을 보고 윤하에게 선물했다고 하던데, 이런 어설픈 이유도 윤하가 믿다니, 참! 저렇게 멍청한 꼴을 보니 사람들에게 팔려가도 돈을 세어줄 기세인데.”“윤하가 종일 우리와 함께 지내다 보니 남자답고 털털해서 그래요. 소 대표님만큼 신중하지 못하잖아요. 소 대표님이 윤하에게 직접 고백하지 않는 한 윤하는 분명 별생각 하지 않을걸요.”“어휴, 윤하가 소개팅마다 실패하고 시집을 못 가는 데는 우리 책임도 있어요
정혁주는 아예 보이차 한 병씩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그는 보이차를 나누어 주면서 소지훈은 학생들이 정윤하 앞에서 좋은 말을 해주기를 기대하며 매번 큰돈을 퍼부었다.소지훈은 도장으로 올 때마다 도장의 사람들에게 맛 나는 음식을 가져다주었고 또 각자의 몫도 전부 챙겨주었으며 심지어 다 먹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사 올 때도 있었다.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려면 돈도 많이 들었도 또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정윤하의 말대로 그녀의 수입으로 전체 도장의 사람들에게 음식을 사주면 몇 번이나 사줄 수 있겠는가!정혁주는 도장의 여러 코치 중에서 수입이 가장 높지만, 소지훈처럼 돈이 많지 않았다.역시 대기업 대표답다!정혁주가 보이차를 나누어 줄 때 밖에 서 있는 두 바보를 유의하여 보며 마음속으로 소지훈은 아마 정윤하에게 첫눈에 반했을 거라고 짐작했다.그래서 연성까지 머나먼 길을 달려서 왔을 것이다.소지훈은 지금 출장 중이지만 저녁에 약속도 없이 도장으로 온 것을 보면 아마 출장할 때 처리해야 할 일들을 다 처리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정씨 저택에 남아서 설을 쇠려고 하는 모양인데...정윤하를 노리고 온 것이 틀림없다.그리고 소지훈은 정윤하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에게서 작은 도움을 받았지만, 소지훈은 기어코 그녀가 자신의 은인이라고 외치며 다녔다.정혁주는 정윤하가 오지랖이 넓고 너무 빨리 움직여 소지훈을 도와주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실 소지훈의 실력으로 그날 밤 그 건달들 정도는 아주 쉽게 때려눕힐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소지훈의 상대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그렇게 정윤하는 소지훈의 생명의 은인으로 되었다.그리고 정윤하가 전태윤 부부의 연애사에 관심을 두는 모습을 본 소지훈은 천 리 길을 달려와 그녀를 데리고 전태윤 부부의 결혼식에 함께 참석했다.정씨 가문은 관성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관성 전씨 가문의 명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몇 번만 뒤져봐도 관성 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날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사실 시간은 아직 이르다. 다만 겨울에는 낮이 짧고 밤이 길어서 빨리 어두워질 뿐이다.정윤하의 수업도 마침 끝났다.“지훈 아저씨 오셨어.”한 학생이 소지훈의 차를 보더니 소리를 질렀고 그러자 다른 학생들도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밖으로 나오지 마. 바람이 많이 불어.”소지훈은 웃으면서 소리쳤지만, 학생들은 모두 뛰쳐나갔다.소지훈은 이내 사 온 간식 몇 봉지를 큰 학생들에게 건네고 포장된 바비큐는 조금 작은 학생들에게 건네주어 도장 안으로 들여보냈다.정윤하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면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소지훈을 보더니 웃으며 말을 건넸다.“아저씨가 오시기 전에는 제가 도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는데 이제 아저씨가 가장 인기가 많네요.”정혁주도 따라 나와 정윤하의 말을 이었다.“너무 인색한 거 아니야? 소 대표님처럼 시원스럽게 모두에게 음식을 대접하면 다들 다시 널 좋아하게 될걸.”“내가 인색한 게 아니라 월급이 쥐꼬리밖에 안 되는데 음식을 몇 번 정도 대접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저씨는 회사의 대표잖아. 난 절대로 이 방면에서 아저씨와 다투지 않을 거야. 이런 일들은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잖아... 음? 눈이 오는 것 같아.”정혁주도 하늘을 보며 말을 이었다.“눈이 오는 것 같긴 하네. 근데 뭐가 이상해? 겨울이 되면 눈이 자주 올 텐데, 정상이잖아.”“형님, 얼른 오세요. 보이차 몇 상자 드릴게요. 바비큐를 사 왔는데 혹시라도 학생들이 먹으면 소화가 안 될까 봐 몇 상자 사 왔어요.”소지훈은 보이차 상자를 들면서 정혁주에게 자연스럽게 건넸다.정혁주는 차를 향해 다가갔고 조수석에 놓인 꽃다발을 보더니 눈이 번쩍 뜨였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소지훈이 그들 정씨 가문의 저택에 오래 머문 덕분으로 정씨 집안 가족들이 소지훈의 성격과 사람 됨됨이를 잘 알게 되었다.소지훈은 냉혹한 면과 부드러운 면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냉혹한 면을 정씨 가문의 가족들 앞에서 보여준 적 단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그들도
소지훈은 잠시 일을 멈추고 비서를 올려다보았다.비서가 꽃다발을 안고 걸어왔다.“저기 탁자 위에 올려 주세요.”“알겠습니다.”비서는 꽃다발을 안고 돌아서서 소파로 가더니 그 꽃다발을 탁자 위에 살며시 올려놓고는 몸을 곧게 펴고 소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소 대표님, 또 분부하실 일이 있으십니까?”“당분간 없어요.”“그럼, 일 보러 나가겠습니다.”비서는 소지훈이 머리를 숙이고 서류를 처리하는 것을 보더니 사무실에서 나왂다.소지훈은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고 컴퓨터를 꺼버린 뒤 휴대전화와 자동차 키를 챙겼다. 그의 정윤하를 데리고 드라이브를 나가기 위해 새로 차 한 대를 뽑았다.그는 다가가서 장미 꽃다발을 집어 들고 잠시 바라보더니 그가 이전에 성소현에게 아무렇게나 샀던 꽃다발보다 더 아름답다고 느꼈다.다음에 그는 직접 꽃을 사러 가야겠다고 다짐했다.“꽃 한 다발만 샀는데 부족하지 않을까?”소지훈은 소정남이 평소에 심효진에게 꽃다발과 액세서리를 자주 선물했던 기억을 떠올렸다.하지만 지금 정윤하에게 보석을 선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고 또한 정윤하도 그런 선물을 받지 않을 것이다.소지훈은 별장과 차를 정윤하에게 선물하고 싶었지만, 정윤하가 받아줘야 말이지...“먼저 시험해 보지 뭐.”소지훈은 혼자 중얼거렸다.먼저 꽃다발을 선물하여 정윤하의 반응을 보고 그녀가 기뻐하면 천천히 다른 선물을 주려 했다.천천히 다가가야 한다.비록 소지훈과 그의 부모님은 모두 마음이 조급해 정윤하를 빨리 소씨 가문에 데려가고 싶어 하지만 마음이 급하면 아무 일도 성사시키지 못할 게 뻔하다.소지훈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을 나섰다.“소 대표님.”“퇴근할게요. 저녁때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전화하지 마세요.”소지훈과 정윤하가 친분을 쌓는 데 영향을 주지 말라는 의미였다.일이 아무리 중요한들 그의 결혼에 관한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겠는가!가장 중요한 것은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이다.다른 사람들은 연인과 헤어져도 다시 찾을 수 있지만, 소지훈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심효진이 가끔 소정남의 팔을 물어뜯고 싶다고 말하길래 소정남이 몰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고 알려주었다.하예정은 의아했다.그녀는 닭 다리만 뜯어먹고 싶을 뿐 팔을 물어뜯을 생각은 해본 적 없다.소지훈은 소정남 부부의 달콤한 생활을 무척 부러워하며 자신과 정윤하의 미래가 소정남 부부처럼 행복하기를 바랐다.소정남과 통화를 마친 소지훈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단도직입적으로 고백할까? 아니면 이따가 윤하 씨에게 꽃다발을 선물해 줄까?’소지훈은 꽃다발을 선물하면 정윤하가 그 꽃다발을 먹지도 못하는 데 돈 낭비만 한다고 꾸지람할까 봐 걱정했다.한참 고민하던 소지훈은 결국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어 회사 비서에게 지시했다.“장미꽃을 사고 싶은데 지금 저를 도와 나가서 사 오세요. 제가 퇴근하면 가져갈게요.”이런 임무를 받은 비서의 얼굴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소지훈이 정윤하를 좋아하는 건 눈 밝은 사람이라면 전부 알 수 있었으니까.단지 정윤하만 여전히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그 꽃다발은 정윤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꽃 사러 가겠습니다.”“그래요.”소지훈은 얼굴을 붉혔지만, 여전히 담담한 척 대답했다.그는 이런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어쩐지 쑥스러웠다.소지훈은 여자에게 꽃을 보낸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번 성소현에게 구애하는 척할 때 하루건너 그녀에게 꽃을 선물하곤 했다.꽃집 사장님에게 부탁해 꽃을 배달한 적도 많았고 직접 선물한 적도 있었다.아마 소지훈은 성소현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성소현에게 꽃을 선물한다고 해서 창피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는 단지 연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정윤하는 다르다. 정윤하는 소지훈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여자로서 결혼하고 싶은 상대였다.그는 엄청나게 긴장했고 또 매우 신중했다.정윤하에게 꽃을 선물하는 의미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기에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그만 빨개지고 말
심효진도 맞장구쳤다.“그럼. 나야 당연히 안목이 뛰어나지. 예정이가 처음에 당신을 나에게 소개해 주었을 때 내가 정남 씨에 인상이 깊었거든. 태윤 씨 곁의 능력자라면서? 내가 정남 씨와 같은 업계에 있지 않지만 그래도 당신의 높은 명성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어.”소정남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난 당신이 날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어. 우리 두 사람 소개팅할 때 순조롭지 않은 거로 기억했는데.”“그래? 아무튼, 난 정남 씨가 무척 마음에 들었어.”“나도. 당신 성격도 나랑 너무 잘 어울려. 우리 두 사람 다 구경거리를 좋아하잖아. 여보, 나는 처음에 당신이 가십거리를 듣기 위해 나와 함께 있는 줄 알았어.”심효진은 그를 힐끗 쳐다보면서 해명했다.“비록 내가 가십거리를 좋아하지만, 평생의 큰일을 어찌 그런 일 때문에 당신에게 시집갈 수 있겠어? 당신을 사랑하면 결혼하는 거고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결혼하지 못하지. 사랑은 역시 서로 사랑해야 행복한 법이야.”소정남 부부의 연애사에는 큰 사고 없이 매우 순조로웠다.약간의 비바람도 연적도 없었다.두 집안의 어르신들은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기뻐했다. 특히 소씨 집안의 어르신들은 심효진을 매우 어여뻐 했다. 두 집안이 결혼 얘기를 나눌 때 소씨 가문의 사람들은 심효진을 연신 칭찬했지만, 소정남은 자랑할 곳이 아무 데도 없다고 나무랐다.소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심지어 소정남이 심효진보다 못하다고 여겼다.“얼른 운전해. 나 한강에 가고 싶어. 가서 한 바퀴 돌다가 올래. 곧 날이 어두워질 텐데, 집에 늦게 집에 돌아가면 당신 사촌 누나가 또 뭐라고 잔소리할 거야.”최서우는 소정남의 사촌 누나이자 소씨 가문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다.심효진도 최서우가 그녀를 걱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예전에 최서우는 심효진이 소정남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싫어했지만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또 소정남 어머니의 설득을 들은 최서우는 그제야 심효진에 대한 태도가 많이 좋아졌다.최서우는 소정남을 많이
“너도 어쩌다 휴가 냈는데 제수씨랑 잘 쉬어. 그럼 나도 가봐야겠어. 저녁에 윤하 씨랑 저녁 약속이 있거든.”소정남은 소지훈이 정씨 가문의 저택에서 산다는 것을 알고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형이 그 집에 살게 되었는데 정씨 가문의 가족들에게 잘해줘. 가족들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윤하 씨가 망설인다고 해도 그 집 식구들이 윤하 씨에게 형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할 거야.”특히 그의 미래의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잘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소정남은 심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소지훈은 자신 있게 말했다.“심씨 집안 가족들은 전부 날 엄청 좋아하거든.”윤미연은 이미 소지훈을 한 집 식구로 여기고 있다. 만약 소지훈이 정윤하와 함께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윤미연은 한쪽으로 따뜻한 차를 끓여 주면서 한쪽으로 그를 꾸지람하곤 한다.소지훈이 처음 그 집으로 들어갔을 때의 공손함은 온데간데없었다.하긴, 정윤하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소지훈의 속내를 발견한 윤미연은 그를 진작 자신의 사위로 생각하고 있었다.한집안의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윤미연은 당연히 꾸지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내 생각도 그래. 난 우리 형을 믿거든. 그럼 힘내. 나도 가봐야겠어. 우리 효진이와 함께 드라이브하러 갈 거야.”“운전 조심해. 제수씨 임신했잖아. 내 조카를 다치게 하지 말고.”소지훈은 신신당부했다.“알았어.”소정남은 늘 조심스러웠다.물론 소정남도 몰래 심효진을 데리고 바람을 쐬러 나온 것이기 때문에 만약 그의 부모님께 알려지면 혼나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소정남도 심효진을 잘 돌보지 못할까 봐, 너무 빨리 운전하면 그녀를 넘어뜨릴까 봐 항상 걱정하며 다녔다.심효진의 배 속의 아기는 그의 혈육일 뿐만 아니라 소씨 집안 어른들의 작은 보물이다.외출하기 전에 소정남의 사촌 누나 최서우는 심효진을 데리고 밖에서 식사하지 말라고 했다. 밖에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건강에 안 좋다면서 말이다.소정남은 그제야 사랑하는 아내의
“그... 그 당시 제수씨한테 어떻게 고백했어? 네가 고백할 때 제수씨가 받아들였어? 거절한 적이 있어? 거절당하면 창피하지 않았고?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어? 날 비웃지 마. 나도 살면서 처음으로 여자를 좋아해 봐서 그래. 경험이 전혀 없거든. 태윤 씨 부부의 재미있는 연극을 본 적은 있지만, 그들은 나와 다르잖아. 그들은 이미 그때 혼인 신고했을걸.”소지훈은 이런 감정적인 일로 사촌 동생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 창피하고 소씨 가문의 장남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소정남에게 물어보는 것 외에는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일반적으로 소지훈이 다른 사람의 사적인 일에 대해 알아보러 다녔지, 그의 개인적인 일이 남들에게 알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소정남이 바로 대답했다.“형, 정말 내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형이 지금 윤하 씨에게 구애하고 있잖아. 내가 보기에 형이 윤하 씨에게 무척 자상하게 대해주는 것 같던데 윤하 씨가 바보도 아닌데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을걸. 어쩌면 형이 그녀에게 고백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와 효진이는 무척 자연스럽게 관계를 이어왔어. 태윤이가 주선해 줬는데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서 지금까지 순조롭게 걸어왔어. 난 거절당한 적도 없어. 우리는 연애부터 결혼까지 정말 순조로웠거든.”“형은 둔한 것도 아닌데. 평소 윤하 씨와 지내면서 형한테 어떤 태도도 대했어? 그녀도 형에게 태도가 괜찮았다면 분명 형한테 마음이 있다는 증거일 거야. 여자들은 수줍음을 잘 타서 먼저 말하기 거북해하거든. 그러니 우리는 남자로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먼저 가서 고백해야 해. 먼저 한 걸음 다가서야 형과 윤하 씨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될 거야. 난 형처럼 훌륭한 남자가 윤하 씨의 마음을 훔치는 일은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봐. 윤하 씨도 아마 우리 형처럼 훌륭한 남자를 본 적 없을걸.”소지훈은 매우 괴로워하며 말했다.“윤하 씨는 나를 친구로 생각해.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