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현은 하예정에게 인심을 빚지고 싶지는 않았다.어쩐지 하예정과는 처음 만났지만 오랜 지인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해, 성소현은 하예정에게 명함을 주었다.하예정도 그 외제차를 발견하고는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먼저 일 보세요. 저 성소현 씨가 바라는 것이 이뤄지길 응원할게요.""고마워요."꽃다발을 안고 도시락을 든 성소현은 외제차 쪽이 아니라 회사 대문으로 달려가더니 대문 중간에 떡 버티고 섰다.그 모습을 본 하예정은 입을 떡 벌렸다.성소현 씨는 정말 용감했다.비록 전태윤은 오늘 아침 일찍 나섰지만 별장으로 돌아가 물건을 챙겨야 했던 탓에, 별장에서 다시 나와 한동안 달리자 길이 막히기 시작했다. 길이 막힐 때는 차가 어떤 차든, 어떤 신분이든 다 그저 길에 막힌 채 어쩔 도리가 없었다.그리하여 전태윤은 이제야 회사에 도착하게 되었다.조수석에 앉아있는 경호원은 마침 강일구였다. 눈썰미가 좋은 그는 하예정을 발견하자마자 고개를 돌려 전태윤에게 보고했다. "도련님, 사모님께서 성소현 씨와 같이 계십니다."그 말에 전태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두 사람이 왜 함께 있는 걸까?아무리 봐도 접점이 없는 사람들이었다.그는 앞쪽을 쳐다봤다. 성소현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하예정은 알아볼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한 지붕 아래서 함께 산 시간이 있는 데다, 입까지 맞췄는데 못 알아본다면 스스로 두 눈을 찌르는 것이 맞았다."신경 쓰지 마."전태윤은 차갑게 한마디 한 뒤 몸을 뒤로 기댔다.거리가 점점 더 멀어졌다.강일구는 사모님이 자신을 알아볼까 일부러 고개까지 돌려 하예정이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다른 곳을 쳐다봤다.차량 대오는 하예정의 앞에서 멈추지 않았다. 전씨 가문 도련님의 기세를 본 하예정은 또 한 번 속으로 감탄했다. 다만 저 롤스로이스는 어쩐지 눈에 익었다. 왠지 단지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 것 같았다.그러다 전씨 가문 도련님의 신분을 떠올린 하예정은 자연스레 저 차가 단지 안에 있는 그 차는 아니라고 부인했다.전씨 가문 도
성소현이 대문을 막고 있는 탓에 운전기사는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도련님, 성소현 씨를 끌어낼까요?"운전기사는 고개를 돌려 전태윤을 보며 물었다.잠시 침묵하던 전태윤은 이내 차 창문을 내렸다.전태윤이 창문을 내린 것을 본 성소현은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그녀는 곧바로 꽃다발과 도시락을 든 채 다가갔다."태윤 씨."성소현은 드디어 매일 밤 그렇게 그리던 남자와 만날 수 있었다. 비록 그녀는 매일 같이 이곳으로 와 전태윤에게 고백했지만 사실, 성소현은 이미 아주 오랫동안 전태윤을 만난 적이 없었다.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전태윤은, 여전히 멋있었고, 여전히 그녀 마음속의 가장 잘생긴 사람이었다.전태윤의 꽉 닫힌 입술에 시선이 닿자, 성소현은 다가가 입을 맞추고 싶었다.저 입술은 어떤 느낌일까? 말캉할까?성소현은 마치 사냥감을 보듯 전태윤을 노려봐, 전태윤은 미간을 찌푸렸다."성소현 씨.""태윤 씨, 그냥 소현이라고 불러줘요."성소현은 환하게 미소 지으며 우선 도시락부터 창문으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 "특별히 아침 전해주러 왔어요. 아직 따뜻할 때 드세요. 그리고 이 꽃도, 선물이에요."전태윤은 도시락을 받지 않았다. 꽃은 더더욱 거절했다. 그는 남자라, 꽃은 좋아하지 않았다."차가 이렇게 막히는데 어떻게 여기로 날아온 겁니까?"전태윤은 성소현과 하예정이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궁금했다.전태윤의 질문을 들은 성소현은 조금의 숨김도 없이 웃으며 말했다. "전 똑똑하니까요. 차를 상가 앞에 세워두고 경호원에게 가져가라고 한 뒤, 전 스쿠터를 히치하이크했죠. 그래서 아무런 막힘 없이 온 거예요."두 사람이 어떻게 안면을 텄나 했더니, 이런 일이 있었군."태윤 씨, 그러고 보면 정말 신기해요. 이렇게 딱 손을 들었는데, 무려 실시간 검색어의 인물을 세웠지 뭐예요. 그 '불효막심한 손녀' 이야기의 주인공 말이에요. 하예정이라고, 사람이 되게 괜찮아요. 처음 봤는데도 오랜 친구 같은 기분이었어요."전태윤은 속으로 불만을 터트렸다.
"차에서 이미 먹었어.""…" 소정남은 할 말을 잃었다."참, 나 방금 전에 엄청난 걸 봤는데, 알려줄까?"소정남을 흘겨본 전태윤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잘생긴 얼굴은 굳어 있었고 입술은 한 일자로 꾹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소정남은 그런 전태윤의 모습이 싫었지만, 그는 하필 수다쟁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나 아침 일찍부터 회사에 도착했단 말이야. 그런데 때마침 형수님이 성소현 씨를 데려다준 걸 보고는 어떻게 된 건지 구경했지.""네 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사모님과 성소현 씨 엄청 신나서 대화하고 있었어. 대표님, 아내와 추종자가 서로를 엄청 마음에 들어 하다 못해 친구까지 될 기세인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전태윤은 그런 소정남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수다쟁이 수석 비서를 내버려 둔 채 홀로 엘리베이터에 탔다.하지만 소정남은 화를 내기는커녕 헤헤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속으로 절대로 엄청난 볼거리가 되겠다고 생각했다.언젠가 대표의 신분이 들통났을 때, 대표님의 부인이 어떻게 나올지 소정남은 너무 궁금했다.성소현이 또다시 찾아와 꽃을 주고 아침을 주는 행동에 전태윤은 다시 한번 성기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연결된 뒤, 전태윤은 차갑게 말했다. "성 대표님, 동생 관리에 계속 소홀하시면 앞으로 정말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그의 인내심에는 한계라는 것이 있었다.성기현은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전 대표님, 소현이도 선을 넘는 짓은 하지 않았잖습니까? 소현이는 그저 전 대표를 좋아하고, 구애를 하고 있는 것뿐이에요. 이미 여러 번 만류했었고요. 그렇다고 애 다리를 부러트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성기현은 정말로 동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사람을 붙여 감시를 시켜도 그의 동생은 어떻게든 도망을 쳤다."전 대표 나랑 비슷한 나이지 않아요? 전 벌써 결혼한 지도 몇 년째인데 전 대표는 이제 처음으로 추종자가 생겼잖아요. 내 동생이 첫 추종자인 것을 봐서 좀… 많이 참아줘요.
"그럼 됐어, 모두 다 일자리를 잃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엄청 욕먹고 사이버 폭력의 맛을 느껴봐야해. r그들은 너무 비인간적이야."성소현은 간사하고 횡포했으나 양심은 있었다.그리고 그는 하예정이에게 호감적이여서 돕고 하씨네 집사람들을 보복하는것을 바란다.그가 하예정에게 신세를 갚는다고 생각했다.어쨌든 오늘 하예정이 그를 전씨그룹에 대려다주어서 전태윤을 만날수 있었고 전태윤이 그와 말을 한것이다."오빠, 나 집에가서 엄마를 모실게 일봐."성소현은 말을하고 나서 전화를 끊어 버렸다.큰 오빠의 귀한 시간을 차지하지 않았다.성씨 본가는 전씨 본가와 멀지 않다. 하지만 가는로선이 다르다.만약에 같은길을 간다면 성소현은 길에서 전태윤의 차를 막을수 있다. 아, 전태윤은 본가에 별로 안 와서 길을 막고싶어도 쉽지가 않다.성씨 집안은 관성의 두번째로 큰 호족으로써 본가의 인테리어도 엄청 좋고 아주 넓다. 전씨네는 장원스타일의 인테리어였고 성씨도 전씨를 따라서 장원스타일로 건설하였다.지금, 화려한 로비에 한 중년부인이 소파에 앉아있다. 그의 손에는 사진 한장을 들고있는데 시선은 사진을 보고 오랫동안 때지 못하였다.성소현이 들어와 이 모습을 보고 다가가서 어머니의 손에 들고있는 사진을 빼앗아가고 말을 했다. "어머니, 맨날 사진만 보지말아요, 작은 이모가 아직 살아있다면 꼭 찾을수 있을거에요. 마음을 편이 놓고 너무 걱정하지 말고 우울해 하지마세요."물컵을 들고 오던 성문철은 역시 딸의 말을 거들었다. "그래요, 여보. 소현이 말에도 일리가 있어요.사진만 자꾸 보지말아요. 우리가 이미 많은 인력을 투자하여 찾고 있으니 곧 좋은소식이 있을거에요."그는 물컵을 아내에게 건넸다.두 부부가 젊었을때 사업을 하느라 바빠서 별로 같이 보낸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은퇴한후 아내곁에 함께있고 남은 인생을 아내와 함께 즐기고 싶었다.그런데 아내가 요즘에 그는 보지도 못했던 처제때문에 늘 우울해하고 있다. 성문철은 아내가 이러고 있는 모습을보고 마음이 아팠지만
그의 처제는 지금 살아있는지 아님 죽었는지도 모른다."혹시 우리가 휴가를 가서 마음을 풀고있을때 당신 동생을 만나거나 그의 자식을 만날지도 모르잖아요."이경혜는 잠시 침묵을 하고 입을 열었다. "우리가 해여질때 동생은 너무 어렸어요. 그리고 여자는 자라면서 열대번도 더 바뀐다고 하잖아요. 동생이 커서는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그의 자식들을 만나도 제가 어떻게 조카들인지 알아보겠어요.""그래, 휴가갑시다.'이경혜는 딸의 효심을 차마 거절할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정신을 차라고 딸과 함께 바닷가로 휴가사기로 하였다.어머니께서 응납하자 성소현은 아버지와 눈빛교체를 하고 화제를 찾아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다나니 오늘 발생한 일을 얘기하기 시작하였다.그는 기분좋게 말을 했다. "어머니, 저 오늘 전태윤을 봤어요. 그리고 전태윤이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려서 저하고 말도 했어요. 아쉽게도 제가 차안으로 던진 꽃다발은 그가 내던져 나왔지만요."이경혜, "......""그리고, 저 새 친구를 사귀였어요. 하예정이라고 첫 만남이였는데 오래 만났던 친구같았어요. 또 이상하게도 그를 보는데 자꾸 친근감이 들었어요. 그가 저를 도와줘서 저의 명함까지 줬어요."이경혜는 그의말을 듣고 물었다. "그 이상한 친척들한테 시달리고 있는 불쌍한 동생말이야?""네, 맞아요.""너네둘이 참 인연이 깊구나. 검색어 순위에서도 붙어있었고 그 많은 차들중에서 붙잡은 차가 그자의 차였다니. 그리고 또 그가 너를 대리고 서방을 찾으러 전씨그룹에 대려다주다니 참 희한한 일이군."이경혜는 소현이을 놀리며 말했다. "그리고 더 희한한건 니가 그를 친구로 삶다니, 여보 이따가 하늘에서 빨간 비가 내리는지 잘 지켜봐요. 당신 딸이 친구를 사귀었다내요.""어머니!"성소현은 부만을 담아 소리를 쳤다."어머니의 딸은 친구가 있으면 안되나요? 저는 예정이가 저랑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또 그는 저에게 친절감을 줘요. 그리고 그는 제가 전태윤을 추구하는데 응원도 해
하예정이 도착했을때 김진우도 가게에 있었다. 그는 웃으며 김진우이랑 인사를 하고 물었다. "진우야, 너 오늘 출근 안 하는거야?"김진우는 하예정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빛 깊은곳에는 사랑이 담겨 있었다. "어제 저녁에 야근을 늦게까지 해서 아침에 좀 늦게 가도 괜찮아.""예정이 누나, 오늘 왜 이렇게 늦게 왔어?"김진우는 무심한듯 물었지만 실은 하예정과 그와 초고속 결혼한 남편의 근황을 물어보고 싶은것이다.효진이 누나가 그러는데 하예정과 초고속 결혼한 남편이 검색어사건에서 돕고 심지어 고향까지 함께 가서 반격할 증거를 수집했다고 한다. 그래서 하예정은 그쪽을 아주 고마워 한고 있다.김진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도 예정이 누나를 돕고 싶었는데 예정이 누나가 기회를 안 주었다. 그날 그는 예정이 누나에게 전화를 했는데 누나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나중에서야 하예정이 괜찮다고 문자를 보내였다. "오는길에 한 예쁜 아가씨가 도움을 청해서 그를 돕고 오느라고 늦었어. 맛있는 냄새, 효진아, 너 뭐 먹고있어?"하예정은 카운터안으로 들어가 앉으려고 했는데 맛있는 냄새에 발걸음을 돌리고 주방으로 향했다.김진우는 그를 따라가고 있는데 다가가서 안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감히 그러지 못한다. 그리고 그가 여태것 배워온 교양도 그러지 못하게하고 있다. 그런행동은 하예정을 희롱하는 것이다.그는 그를 사랑하지만 존중한다. 아무리 그와 친해지고 싶고 안고 싶고 심지어 키스하고 싶어도 그런 감정들을 억눌러야 한다. 왜냐면 그녀는 이미 결혼을 하였기 때문이다.이 생각을 하자 김진우의 마음속에는 아픔이 스쳐 지나갔다. 하예정의 속에서 그는 그냥 동생이다. 그리고 하예정이 초고속 결혼대상이 필요했지만 그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내가 집에서 음식을 좀 챙겨왔어. 누나랑 효진이 누나 먹으라고."심효진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진우가 하예정에게 알려주었다.그는 두 누나에게 정성가득한 아침을 가져다주로 왔다. 김씨 가문도 역시 호족이다. 그래서 집에 있는 요리사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하예정은 시원하게 응했다.그러고나서 김진우는 만족스러웠다.그는 토요일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갑자기 차 몇대가 서점앞에 주차를 하였다. "내가 나가 볼게." 김진우는 말했다.그는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얼마지나지 않아 그는 돌아오고 하예정에게 말을 했다. "예정이 누나, 누나 고향의 만만치 않은 친척들이야."하예정는 이미 배불리 먹었다. 그는 휴지를 한장 뽑고는 입을 닦으며 말했다. "오면 어때, 내가 그들을 무서워 할가봐?"그들이 여지까지 찾아오는것에 대해서 하예정은 전혀 의외롭지 않았다.여러 네티즌들 덕에 삼촌이랑 큰아버징들 그리고 사촌 형제들의 직장까지 다 밝혀냈다. 그들은 잘 나가고 이 사건때문에 실시간 검색어에 두번이나 올랐으니 그와 언니를 찾는데 어렵지 않다."하예정."하지명이 위주로한 하씨 형제들이 일곱,여덟명이 왔다. 그들은 온 몸이 명품으로 장식되였다. 그리고 사람마다 열쇠고리를 들고 있는데 가끔씩 열쇠고리를 흔들거렸다. 마치 그들의 열쇠가 황금으로 만든것 마냥.그러나 그들은 많이 피곤해 보였다. 하예정의 박격이 그들에 대한 충격이 컷고 네티즌들의 분노의 욕설은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하예정은 할머니가 병원에서의 상황을 특별히 알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참지못하고 그에게 디엠을 보내는 좋은 분들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의 병실에 가서 지적하고 욕을 하여서 억척스러운 할망은 몹시 화가 났었다.그 많은 효자현손들이 다 병원에 있었는데 환자한명을 못 지키다니, 참 웃으운 일이다."어머, 웬일로 당신들이 찾아왔을까? 빠짐없이 다 모였네."그의 사촌형들은 이것 뿐이였다. 사촌 언니들은 시네로 따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도 시선을 끌려고 인터넷에서 가짜 소식을 많이 뿌려서 상황을 모르는 네티즌들을 바보취급 하였다. 간단하게 말해서 하씨네 일족에서는 그의 두자매를 편드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하예정은 카운터로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공예품을 만드는 도구를 꺼내고는 파키라를 만들
"하지만 당신들이 흑백을 뒤바꿔 사실을 왜곡하고 불효라는 오명을 씌웠으니 병문안도 안갈거고 돈도 주기 싫어졌어. 당신들이 나를 욕하는데 거기에 또 찾아가서 욕을 먹어야 하나?""하예정, 그들은 우리의 할머니랑 할아버지야. 할머니가 욕을 좀 했으면 또 어때, 살 떨어지는것도 아니고. 너희들이 어르신들을 챙기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효성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보러도 오지 않고 생활비도 안 주겠어? 그래 좋아, 너희들의 양심이 아프지 않다면 우리도 더 이상 말하지 않겠어.""우리가 올린 글은 이미 삭제했어, 너도 올린 글을 삭제해. 니가 이러는거 우리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줄 알아? 니가 이렇게 사이버 폭력을 하는것은 우리가 고소할수도 있어. 하지만 우리가 남매니깐 이렇게 찾아와서 합이를 보겠다는 거야.소송까지는 하기 싫으니까."말하는 사람은 하지문이였다. 그는 하씨 집안에서 제일 잘 나가는 사람이다. 그가 얘기를 할때는 윗자리에서 사람을 내려다보는 태도였고 또 하예정을 혼내는 말투였다.그리고 그의 말에는 역시 하예정자매들이 어르신을 보러 가지 않았고 생활비도 안 준다며 불효하다는 뜻이였다.하지문은 그때 당시 어르신들이 싸인한 계약서에 대해서는 자동으로 생략하였다.하예정은 냉소하였다. "실컷가서 고소해. 소환장을 기다릴테니. 사이버 폭력? 당신들이 우리 자매를 사이버 폭력 시킨것은 아니고? 당신들이 우리한테 사이버 폭력하는것은 되고 우리가 사실을 밝히는것은 안 되는가? 당신들이 너무 하니까 네티즌들이 보다 못해 당신들의 직업이고 과거에 대하여 폭로한것이야.""그래, 우리는 효성이 없어서 할머니할아버지한테 생활비를 안 줬어. 그럼 하지문씨, 당신은 한달에 생활비를 얼마나 드리나요? 그리고 또 일년에 어르신들 보러 몇번이나 가셨나요?""눈과 마음이 썩은 사람은 양심이 있으리라고 기대를 하면 안되는거였어. 당시에 우리 자매가 어떻게 가문에서 쫓겨나고 우리의 집을 빼앗아 갔었는데, 당신이 이익을 재일 많이 얻지 않았나? 그들이 심지어 당
화분과 꽃들을 감상한 하예정은 소파에 다시 앉았다.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하예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언니, 동명 오빠가 우빈을 데리고 공항에 갔어요. 저녁에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하예정이 곧 전화를 걸어왔다.“언니. ”“나도 동명 씨에게서 메시지를 받았어. 두 사람 곧 공항에 도착할 거라고 했어. 좀 이따가 도착하면 함께 식사하려고 기다리고 있어.”금요일에 우빈은 일찍 하교했다. 관성에서 강성으로 날아가려면 몇 시간밖에 안 걸리기 때문에 하예진은 조금만 더 기다려 노동명과 우빈과 함께 밥 먹을 수 있었다.“우빈이 아빠가 데리러 갔다고?”하예진이 하예정에게 물었다.“아침에 우빈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다가 주형인 씨를 만났어. 마침 손님을 근처로 데려다주다가 들렸다고 하더라고. 겸사겸사 유치원에 들러서 우빈이가 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는데 그때 우빈이가 이미 유치원에 들어갔거든.”그러나 하예정은 주형인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난 형인 씨가 일부러 유치원으로 갔다고 느껴져. 방금 형인 씨가 우빈과 동명 오빠가 부자처럼 친해진 걸 보더니 질투하고 있는 것 같았어. 우빈을 데려가겠다고 하는 거 있지. 근데 우빈은 형인 씨에게 끌려갈까 봐 동명 오빠와 함께 강성으로 가겠다고 조르더라고. 내가 보기엔 우빈이는 이제 점점 주씨 집안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 같아.”하예정은 비꼬며 말했다.주씨 집안은 유일한 손자 우빈을 매우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의 행동으로 보면 우빈에 대한 감정이 깊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은 경우에 우빈을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았다.그러나 주형인은 우빈에게 진심이었다. 어쨌든 친부 자이니까.하지만 주형인은 먼저 바람을 피우고 이혼까지 했으며 바람난 상대와도 결혼까지 했다.그러나 지금 하예진과 노동명의 일을 알게 된 후로 마음이 불편해져서 하예진에게 다시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우빈 앞에서는 노동명의 온갖 험담을 했다.우빈은 똑똑한 아이라 누가 그에게 잘해주는지 마음속으로 잘 알
“네. 우빈아, 안녕! 잘 다녀와.”“이모 안녕히 계세요.”우빈은 노동명에 의해 차에 올라타게 되었고 고개를 돌려 하예정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주형인을 바라보며 입술을 약간 오므리다가 작별 인사했다.“아빠. 다녀올게요.”주형인은 웃으면 지었다.노동명은 우빈을 데리고 경호원과 함께 곧바로 떠났다.여운별은 들통날까 봐 모두가 그녀를 주목하지 않는 틈을 타서 조용히 자리를 피했다.어린이를 데리러 온 부모님들은 픽업 카드를 선생님께 제출하기만 하면 어린이들은 곧 선생님의 안내로 나올 수 있었다.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그러나 그녀가 여기서 계속 기다리면 소위 시누이라는 존재를 데려오지 못하면 하예정의 의심을 받을 것이다.노동명의 차가 멀어지고 나서야 하예정은 자신의 차로 돌아와 차를 몰고 곧 유치원을 떠났다.주형인만 그 자리에 덩그러니 서서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는 친아들이 자신과 점점 멀어지는 것을 종종 느끼고 있다.때때로 그는 우빈의 양육권을 되돌려 받으려고 다시 소송을 제기하고 싶었다. 아이들은 함께 사는 사람들과 친해지기 마련이니까.주경진 부부도 찬성했다.하지만 충동은 충동일 뿐, 방금 진정되었다.우빈의 양육권을 가져오면 우빈이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니까.주형인의 세계와 하예진의 지금 세계는 너무 큰 차이가 났다.우빈의 미래를 고려하여서라도 주형인은 아들의 양육권을 다시 쟁탈할 생각을 단념했다.우빈이 주형인과 친하지 않더라도 어쨌든 그의 친자식이었다.앞으로 우빈에게 큰 능력이 생기면 주형인도 체면이 크게 설 것이다.하예정은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전씨 그룹으로 향했다.전태윤은 손님을 만나러 밖으로 나가고 회사에 없었다. 그러나 곧 돌아올 거라 하예정은 대표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전태윤의 사무실은 예전보다 조금 변했다. 간식 캐비닛이 하나와 화분 몇 개가 늘었으며 인형도 몇 개 더 생겼다.화분은 부자 나무, 돈나무, 부귀 나무 등이 놓여있었다.물론 하예정이 그녀의 남편을 위해
그리고 주형인의 집에 가면 우빈은 늘 주경진이 자신을 보며 한숨만 내쉬는 장면을 봐야 했다.김은희는 우빈에게 집에 돌아가서 하예진과 주형인이 재혼하도록 설득하라고 가르치곤 했다.우빈은 아직 어려서 재혼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고 하자 김은희는 아빠와 엄마가 다시 함께 살게 하는 거라고 자상하게 설명까지 해주었다.우빈은 스스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엄마와 함께 살고 싶을 뿐 아빠와 살고 싶지 않다고 명백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는 주형인 집에 있으면 임정한이 늘 우빈의 장난감을 빼앗았다. 지금은 주경진 부부가 임정한의 편을 들지 않지만, 주서인은 여전히 우빈에게 그의 집에 돈과 장난감이 그토록 많은데 인색하게 임정한에게 놀게 하지 않는다고 잔소리 했다.어리석은 주서인은 심지어 돌려쓸 자금이 모자란다고 어린 우빈에게 돈을 가져다 달라고 설득했다!그러나 우빈은 그에게는 돈이 없다고 거절했다. 그의 돈은 전부 하예진이 도맡아 저축해 주었다면서 말이다.주서인은 그 말을 듣더니 우빈에게 왜 그토록 어리석냐면서, 왜 자신이 돈을 손에 넣어두지 않느냐고 따졌다.하여 우빈은 점점 더 주서인을 싫어했다.주씨 집안은 더 이상 하예진을 방해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우빈이가 보고 싶을 때면 항상 하예진에게 우빈을 데려다 달라고 하거나, 그들의 주씨 집안 사람이 직접 유치원 입구에서 우빈을 데리러 간 후 전화로 하예진에게 알리곤 했다.하예진의 동의 없이 우빈을 유치원에서 데려갈 수 없었다.하예진이 동의하지 않으면 친아버지인 주형인이 데리러 간다고 해도 우빈을 데려갈 수 없었다.누가 예전에 주씨 집안 사람더러 우빈을 따돌려 숨겨놓고 하예진이 아들을 못 보게 숨기라고 했는가!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 특히 주서인과 김은희는 매우 못마땅했지만, 하예진 앞에서는 감히 드러내지 못했다.우빈은 똑똑한 아이인지라 주씨 집안의 사람들이 전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주형인이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그와 함께 놀아주지 않는 한 주형인의 집에 가는 것을 꺼렸다.
우빈은 고개를 돌려 하예정에게 물었다.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챙겼어. 걱정하지 마. 동명 아저씨가 시간 아끼려고 여기까지 마중 나온 거야. 가자! 너희 엄마가 강성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우빈은 기뻐하며 노동명에게 말을 건넸다.“아저씨, 그럼 우리 빨리 가요. 우리 엄마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돼요.”노동명은 녀석을 끌어안고 자신의 허벅지에 앉히며 말을 건넸다.“자, 그럼 지금 출발했다!”노동명은 경호원에게 앞으로 가라고 손짓했다.개인 비행기가 유치원 입구에 주차하는 것이 마땅치 않아 노동명은 우빈을 데리고 공항으로 가야 했다.“우빈이 안 배고파?”노동명이 묻고 있었다.“유치원에서 간식 좀 먹었어요.”점심 휴식시간이 지나면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늘 간식을 제공한다.우빈은 먼 길을 떠날 것을 알고 간식을 많이 먹었던지라 녀석은 지금 전혀 배고프지 않았다.노동명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배고프면 차나 비행기 위에서 간식 좀 먹자. 우리 밥 먹지 말고 네 엄마를 만나면 함께 식사하자.”“네.”노동명은 우빈이가 배고플까 봐 다정하게 여러 쥬스와 간식을 많이 준비해 놓았다.하예정도 두 사람을 위해 간식들을 준비해 왔다.그녀는 먼저 차에 가서 우빈의 작은 여행 가방을 꺼내 노동명의 경호원에게 건네주었다.“예정 씨, 우빈이를 제 차에 태워요. 우리를 공항까지 데려다줄 필요 없어요. 힘들어요. 오다 다가 시간도 한참 걸릴텐데. 제가 우빈을 데리고 있으니 안심하세요. 우빈이 머리카락 한 올도 빠지지 않으리라고 맹세할 수 있어요.”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저는 배웅하러 가지 않을게요. 우빈아, 도착해서 엄마 만나면 이모한테 문자 한 통 보내라고 전해줘. 그리고 이모도 많이 생각해야 해.”우빈은 하예정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이모, 그리고 이모부, 다른 이모들도 많이 생각할게요.”노동명은 농담하며 말을 건넸다.“우빈아, 그렇게 많은 사람을 다 생각할 수 있겠어?”모두가 빵 터졌다.우빈은 진지
“이모! 아저씨!”우빈이가 달려 나왔다.그는 멀리서 하예정과 노동명을 보자마자 바로 선생님의 손을 뿌리치고 작은 가방을 멘 채로 빠르게 달려왔다.선생님은 깜짝 놀라 재빨리 그의 뒤를 쫓아왔다.“우빈아, 너무 빨리 뛰지 마. 넘어져! 조심해야지.”하예정이 몇 발짝 앞으로 나가며 소리쳤다.눈 깜짝할 사이에 우빈은 하예정의 곁으로 달려갔다.하예정은 쪼그리고 앉아 그를 안아 주었다. 그러다가 곧 몸부림치며 내려왔다.“이모 뱃속에는 제 동생이 있어요. 동생이 지금 자라는 중이라 이모가 저를 안아 주면 제가 이 동생을 누를지도 몰라요.”우빈은 가끔 이모의 배를 만지면서 하예정 배속의 동생과 인사 나누기도 했다.심지어 배속의 동생에게 왜 여동생이 아니고 남동생이냐고 묻기까지 했다.안타깝게도 그 동생은 아직 그에게 답을 줄 수가 없었다.하예정은 녀석에게 한 달 후, 동생에게 인사를 건네면 움직일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그때면 태아의 움직임이 확연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하예정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괜찮아. 우리 우빈이 전혀 무겁지 않은걸. 동생을 누르지 않을 거야.”임신해도 우빈이 정도는 거뜬하게 안을 수 있었다.다만 다들 우빈이가 함부로 움직여 실수로 그녀의 배를 다치게 할까 봐 안게 하지 못했을 뿐이다.우빈도 철이 든 아이였다.하예진이 그에게 다시는 하예정 품에 안기지 말라고 한 말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아까는 너무 기뻐서 참지 못하고 하예정에게 안긴 것이다. 하하!“아저씨.“우빈은 즐겁게 노동명의 앞으로 뛰어갔다.그는 자연스레 노동명의 허벅지에 올라가 두 손으로 노동명의 목을 껴안으며 달콤하게 소리쳤다.“아저씨, 보고 싶었어요.”“아저씨도 우리 우빈 너무 보고 싶었어.”노동명은 어린 녀석을 껴안으며 마음이 따스해졌다.“어제 아저씨를 못 봤더니 태윤 이모부가 말씀하신 것처럼 하루 못 봤더니 일... 일...”우빈은 전태윤이 한 말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았다.그 뒷부분의 구절이 기억나지 않았다.“하루 못 보니 일 년이나
하예정의 차는 노씨 그룹 입구에 멈춰 서서 노동명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노동명은 하예정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고 2분도 채 되지 않아 차를 타고 나왔다.“예정 씨.”노동명은 차창을 내리누르고는 웃으며 말했다.“우빈의 여행용 가방은 저에게 맡기면 돼요.”하예정이 대답했다.“어차피 저도 바래다 드려야 해요. 오빠, 우빈이 물건들도 전부 제 차에 있으니 먼저 우빈이 데리러 유치원에 가보세요. 유치원에서 곧 하학해요.”“네.”그러자 노동명이 물었다.“태윤이는 안 왔어요?”“너무 바빠서 얘기도 안 꺼냈어요.”노동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친구는 정말 바쁜 친구였다.하예정이 먼저 차를 몰았고 노동명의 차도 곧 뒤를 따랐다.그런데 유치원에 도착하니 뜻밖에도 여운별을 만나게 되었다.여운별은 매일 유치원 입구에서 하예정과 우연히 만날 기회를 잡고 있었다.“사모님, 또 조카 데리러 오신 거예요?”여운별은 입가에 우아한 웃음을 머금으며 걸어오는 하예정에게 물었다.하예정과 함께 있는 노동명을 보는 여운별은 아름다운 눈을 반짝거렸다. 하예정이 가까이 오지 않았다면 여운별은 아마 노동명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을 것이다.전태윤이 하예정을 미친 듯이 사랑하고 있는데, 그녀가 그의 좋은 형제와 함께 다니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가!“네, 사모님도 시누이를 데리러 오신 거예요?”“네, 유치원에 다니는 동안만 매일 제가 데려다줘야 하거든요. 내일 주말이니까 이틀 쉬어도 되겠네요. 참, 쉬지도 못하겠네요. 애가 자꾸 놀이터에 가겠다고 조를 테니까요. 저희 시부모님께서는 집에서 쉬고는 계시지만 매일 수많은 사업을 해야 하거든요. 손님께 음식 대접도 해야 하고 고객과 함께 골프도 치러 가야 해서 너무 바쁘세요.”여운별은 거짓말을 점점 더 자연스럽게 했다.너무 잘해서 그런지 자신조차 사실 같다고 느껴졌다.마치 그녀가 정말로 용씨 사모님인 듯, 정말로 시누이와 시동생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우리 시누이도 시부모님과 함께 놀지 않고 매일 저에게 달라붙어서
여운초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아주 꿀이 떨어지네요.”하예정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웃음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자꾸 새어 나왔다.그녀도 가볍게 답장을 보냈다.“운초 씨도 도련님 사랑 듬뿍 받으시잖아요.”둘은 마치 꿀단지에 잠긴 듯, 사랑의 달콤함에 흠뻑 젖어 있었다.여운초가 바빠 보였기에 하예정은 더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그녀가 천천히 제 차로 돌아와 막 차에 오르려는 찰나였다. 등 뒤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불렀다.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주형인이 서 있었다.“처제.”주형인은 다가오며 그녀가 혼자인 것을 보고 물었다.“우빈이는 안에 데려다줬어?”“네. 우빈이 보고 싶으세요?”주형인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손님 모시고 근처를 지나가다가 우빈이 얼굴이나 볼까 해서 왔어. 아직 안 왔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일찍일 줄이야.”“우빈이는 잘 지내요.”하예정은 전 형부에게 무심한 태도로 대꾸했다.주형인은 어색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우빈이는 잘 지낼 거라 믿어. 네가 돌보고 있으니 나랑 너희 언니도 마음 놓고 있어. 우빈이한테 들었는데 너희 언니 출장 갔다며? 오래 걸린다고 하던데.”“그건 왜요?”“아, 별일은 아니고 그냥 물어봤어.”잠시 침묵하던 주형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출장, 정말 오래 걸려?”“정확히는 몰라요.”“아, 그렇구나.”주형인의 얼굴엔 아쉬움이 스쳤다.하예정은 차갑게 말했다.“더 할 얘기 없으시면, 저 먼저 가볼게요.”“아, 그래.”주형인은 무언가 말하려다 끝내 삼켰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하예정이 차에 올라 떠나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그녀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는 천천히 발길을 돌려 자신의 차로 향했다.주형인은 그때 이후로 다시 회사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젠 갈 곳도, 그를 받아줄 곳도 없었다. 변변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관성시에서 그는 이미 유명했다. 나쁜 쪽으로 유명했다. 그 이름에 따라붙는 것은 조롱뿐이었다.사람들은 그를 두고 인과응보라며 혀를 찼다. 뿌린 대로 거
그래서 녀석의 짐은 미리 노동명에게 맡겨야 했다.하예정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우빈이가 선생님의 손을 잡고 점점 멀어지자 하예정은 그제야 주차해 둔 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때, 막 차에 오르는 용씨 가문 사모님이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두 명의 경호원이 그녀의 곁을 바짝 지키고 있었다.한 경호원이 공손히 차 문을 열어주며 예의를 갖췄다.용씨 가문 사모님은 살짝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러고는 하예정을 발견하자 미소를 머금고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예의상 하예정도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넸다.잠시 후 여운별을 태운 고급 승용차는 부드럽게 하예정의 시야에서 멀어졌다.하예정은 시선을 거두며 휴대폰을 꺼내 여운초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운초 씨, 용 사모님을 또 만났어요. 그나저나 동생분께서 찾아와 귀찮게 굴지는 않으셨나요?”여운초는 아직 집을 나서지 않은 상태였다. 오전에는 화상 회의가 예정되어 있어, 꽃집에 들를 틈이 없었다.회사에도 처리할 일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통화로 해결할 업무가 많이 남아 있었다.어쨌든 그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저녁이 되면 남편과 함께 여유롭게 서원 리조트로 돌아갈 예정이었다.그렇게 또 주말이 다가왔다.주말에는 대체로 업무에서 손을 뗐다. 급한 일이 생기면 한동호가 대신 해결해 주곤 했다.꽃집도 믿음직한 직원들이 지키고 있으니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주말을 남편과 함께 오롯이 둘만의 시간으로 채울 수 있었다.내일 밤은 시어머니와 함께 연회에 참석할 계획이었다.“네, 괜찮아요. 곧 있다 올지도 모르겠네요.”여운초는 하예정에게 답장을 보냈다.“제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그 용씨 가문 사모님과 여운별이 제 눈에 너무 겹쳐 보이더라고요. 목소리도 어쩜 그렇게 닮았는지…”“여운별은 지금 남자친구도 없고 경호원을 둘 형편도 안 돼요. 고급 승용차라니, 여운별이 타는 차는 제가 익히 알아요.”여운초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다음에 용씨 가문 사모님을
하지만 하예정은 아직 용씨 가문 사모님과 여운별이 한자리에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기에 그녀가 여운별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두 사람이 동시에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 의혹을 완전히 떨쳐낼 수 없을 것이다.여운별은 애초에 하예정을 기다리지 않았다.지금 두 사람의 만남은 우연이어야 했다. 만약 그녀가 미리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면 너무 작위적으로 보였을 것이다.지나친 의도는 하예정의 의심을 부추겼을 것이다.하예정이 그녀를 조사하고 있다고 용태호가 알려준 적이 있었다.물론, 아무리 뒤져도 쓸 만한 정보는 나오지 않을 터였다.하예정은 이미 그녀가 여운별일 거라고 의심하고 있었다.여운별은 문득 가장 증오하는 얼굴이 떠올랐다. 언젠가 마주했던 언니의 목소리, 그 익숙한 울림이. 하예정의 의심을 부추긴 것은 분명 여운초의 말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다행히도 용태호는 능수능란한 사람이었다.하예정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었다.그녀가 찾아낼 수 있는 건 모두 그의 손끝에서 빚어진 허상일 뿐이었다.그러나 하예정이 심효진과 친밀한 사이라는 점은 우려할 만했다. 심효진은 소씨 가문의 며느리였고, 소씨 가문은 정보망이 촘촘하기로 유명했다.하예정이 누구를 조사하려면 소씨 가문의 손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하예정은 빈손이었다. 여운별이 여씨 가문의 둘째 딸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여운별은 마음 한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그리고 그 여유는 곧 그녀의 표정에 스며들어 하예정을 마주할 때면 그녀는 점점 더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었다.마치 자신이 진짜 용씨 가문 사모님인 것처럼, 여운별이라는 사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듯 말이다.용태호는 그녀한테 내일 밤에 있을 연회에 두 명의 경호원과 함께 참석하라고 말했다. 용씨 가문 사모님의 신분으로 참석하라는 것이었다.그 연회에는 관성시 상류 사회의 귀부인들이 모일 터였다.전씨 가문의 명해은도 내일 밤 연회에 참석할 예정이며 며느리인 여운초도 데려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