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2631 - Chapter 2640

2664 Chapters

제2631화

아심은 산 정상의 바위 위에 서서 시언에게 손짓했다.“저기 좀 봐요.”시언이 다가와 아심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희미하게 중턱에 몇 채의 집이 자리 잡고 있었다.“왜?” 시언이 물었다.“저기 사람 사는 곳인가요?” 아심이 궁금해하며 묻자 시언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무도 살지 않아.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위한 임시 휴식 공간일 뿐이야.”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 표정을 지었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오기 힘들 것 같아 가보려던 마음을 접었다. 시언은 깊은 눈빛을 드리우며 조용히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오면 데려다줄게. 하지만 별로 볼 건 없어. 그냥 나무집 몇 채야.”아심이 웃었다.“거기 가봤어요?”시언은 바위에 앉아 한 쪽 다리를 구부리며 대답했다.“어렸을 때 몇 달 동안 저기서 지냈지. 근처 산도 다 돌아다녔고.”시언이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자 아심은 순간 시언의 부모를 떠올리며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어둑어둑해질 때쯤, 일행은 짐을 챙겨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중턱쯤 내려왔을 때, 하늘은 이미 캄캄해졌다.깊은 산속의 밤은 유난히 고요했고, 발밑에 놓인 돌길만이 현실감을 주었다. 잎이 우거진 나무 사이로 초승달이 서늘하게 빛나고, 가끔 밤새가 날아다니며 메아리치는 울음소리를 남겼다.에블리는 어둠 속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는지 불안한 눈으로 산을 바라보며 말했다.“여기 늑대는 없겠죠?”시언은 차분히 대답했다.“늑대는 없어요. 마을 사람들도 자주 올라오지만 늑대를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시언의 든든한 말에 일행은 마음이 놓여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다들 밤바람을 맞으며 이런 산속 산책의 독특한 기분을 즐기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주현이 비명을 질렀고, 모두가 주현을 돌아봤다. 가장 가까이 있던 주한결이 급히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무슨 일이야?”“돌 위에서 발이 미끄러졌어요. 발목을 삔 것 같아요.” 주현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아심은 손전등을 켜서 아심의 발을 비췄다. 겉보기에는 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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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2화

강아심은 에블리의 그림 도구 가방을 받아 자신에게 메고 말했다.“내가 들 테니까, 에블리 씨가 앞에서 주한결에게 길을 밝혀 줘요. 조심해서 내려가게!”에블리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손전등을 들고 한결의 앞에 서서 길을 비추기 시작했다.시언과 아심은 무거운 짐을 어깨에 메고도 발걸음이 가볍고 안정적으로 산길을 걸었다. 가파른 산길을 지나면서 시언은 아심을 돌아보며 말했다.“그림 도구 가방도 나한테 넘겨.”“아니에요.” 아심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아직은 괜찮아요. 만약 힘들어지면 그때 부탁할게요.”“이슬이 내려서 돌계단이 미끄러워. 조심해.” 시언은 아심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심은 잠시 시언의 손을 보며 설렘을 느꼈지만, 잡지 않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특공 훈련까지 받은 사람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거 아니에요?”그리고 농담처럼 덧붙였다.“우수한 특공 대원이라고요!”시언은 더 이상 아심을 타박하지 않고, 그녀가 앞장서게 두었다. 아심은 일행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돌계단이 미끄러우니 모두 조심해요. 천천히 내려가도 되니까!”“알겠어!”“주의할게요!” 한결과 일행이 차례로 응답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아심의 발밑으로 무언가가 풀숲에서 튀어나와 그녀를 깜짝 놀라게 했다. 무의식적으로 그걸 밟지 않으려고 피하다가 발이 헛디뎌 크게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시언은 즉시 아심의 팔을 붙잡아 반쯤 들어 올리듯 잡아 주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 아심은 놀라 헐떡이며 옆을 바라보며 말했다.“방금 그게 뭐였지?”시언은 낮게 대답했다.“아마 족제비일 거야.”“무슨 일이야?”“무슨 일 있어요?” 한결과 에블리가 걱정스레 돌아봤다. 아심은 시언의 품에서 벗어나며 담담하게 웃었다.“아니에요, 족제비가 갑자기 튀어나와서요.”“족제비?” 주현이 신기해하며 말했다.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그러자 한결은 장난스럽게 말했다.“내일 산에 다시 와서 너한테 실컷 보여 줄게.”주현은 한결에게 가볍게 어깨를 치며 말했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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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3화

주한결과 기주현의 실랑이는 결국 주현이 이긴 듯한 분위기였다.아심은 시언의 반걸음 뒤에서 시언의 든든한 등 뒤에 숨어, 그의 손을 꼭 잡고 발걸음을 따라 걸었다.주변은 매우 조용했고, 아심은 바람이 나뭇잎 사이를 스치는 사삭 하는 소리와 발아래 돌계단을 밟는 소리, 그리고 자기 심장의 고동 소리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산에서 내려오자, 도도희가 기다리고 있었다. 도도희는 아심에게서 전화로 안전을 확인받고 대략적인 도착 시간을 들였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어 산 아래까지 차로 마중을 나왔다.도도희는 기주현이 발목을 삐었다는 소식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지만, 주현은 바로 한결의 등에서 뛰어내리며 씩씩하게 말했다.“괜찮아요! 방금 삐끗했는데 지금은 다 나았어요!”한결은 힘들어 보였는지 차에 기대어 헐떡였지만, 주현이 태연하게 말했다.“선배가 굳이 나를 업겠다고 했지, 내가 혼자 걸었다면 지금쯤 벌써 도착했을 텐데.”한결은 주현을 노려보며 속으로 울분을 삼켰다. 그러자 도도희는 주현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그만 말 돌리고, 내일 한결의 수업을 네가 대신해. 그게 감사의 표시야.”“좋아요!” 주현은 시원하게 대답하며 한결을 향해 외쳤다.“봤죠? 나 정말 깔끔하게 약속하는 사람이라니까요!”한결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다음엔 두고 봐. 정말 안 도와줄 거야!”주현은 그저 한결에게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확신에 찬 눈빛을 보냈다. 마치 자신이 아무리 말썽을 피워도 한결이 늘 자신을 도와줄 거라는 듯했다.도도희가 웃으며 말했다.“자, 그만하고 어서 차에 타라.”시언은 그림 도구 가방을 차에 실으면서 말했다.“이모, 다른 분들을 데려다주세요. 저는 걸어갈게요.”차는 다섯 명이 타기엔 좁았다. 그러자 주현이 즉시 말했다.“우리 좀 좁게 앉으면 다 같이 탈 수 있을 텐데요!”시언은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그저 앞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우린 올 때 걸어왔으니, 돌아갈 때도 걸어가면 돼. 너희는 먼저 가.”모두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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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4화

주변은 지나치게 고요해, 아심은 어색함을 덜기 위해 화제를 꺼냈다.“기주현, 귀엽지 않아요? 팀에 활발한 성격의 사람이 있으면 분위기가 확실히 밝아지잖아요.”“저희 쪽에도 비슷한 성격의 비서가 있어요. 항상 시끄럽지만, 그날 없으면 뭔가 허전하더라고요.”시언은 짧게 대답했다.“응.”시언의 단 한 마디에 강아심은 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아심이 침묵을 유지하려고 마음먹은 찰나, 시언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요 며칠 한가하면 나와 같이 할아버지께 인사드리러 가지 않을래?”아심은 약간 멈칫하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할아버지, 건강하시죠?”“잘 지내셔.”아심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설날에 운성을 떠날 때, 할아버지께 인사를 못 드리고 가버렸네요.”시언이 대답했다.“할아버지는 괘념치 않으셨어.”아심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제가 조금 철없었어요. 할아버지께서 그토록 잘해주셨는데, 직접 가서 인사를 드렸어야 했죠.”“그 날은...” 시언의 목소리가 잠시 낮아졌다. “내 잘못이었어.”아심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당신은 해야 할 일이 있었잖아요. 이해해요.”시언은 걸음을 멈추고 아심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이번에는 나와 함께 갈래?”아심은 순간 망설였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할아버지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가져올 물건도 준비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그녀를 망설이게 했다. 아심의 침묵이 이미 답변이었음을 알아차린 시언은 고개를 숙이며 그늘진 눈빛을 숨겼다.두 사람은 말을 잃은 채 걷기 시작했고,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앞쪽 가로등 아래에 벤치가 보이자 아심이 말했다.“잠깐 쉬었다 갈래요?”시간은 이미 어두워졌으니, 조금 늦게 돌아가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다. 시언은 아심을 바라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올라와. 내가 업어 줄게.”아심은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괜찮아요!”“올라와.”시언의 목소리가 다소 낮아지며 명령조로 들렸다. 아심은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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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5화

강아심은 어색함을 달래려 변명했다.“차를 타지 않은 건, 당신이 예전에 다른 사람의 선의에 쉽게 마음을 놓지 말라고 했잖아요.”강시언은 애매한 표정으로 짧게 답했다.“응.”그는 본인이 차를 타지 않은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았고, 아심은 왠지 말을 덧붙일수록 더 꼬이는 느낌에 창피함을 느꼈다.“차라리 도도희 이모의 차를 탔어야 했나 봐요. 당신을 보호하려던 게 오히려 짐이 됐네요.”시언은 담담하고 낮은 목소리로,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말했다.“짐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해.”아심은 시언의 말에 미세하게 떨리는 속눈썹을 내려, 땅에 겹친 두 사람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나는 짐인가요?”“아니야.”시언의 대답에 아심은 마음이 풀어졌고, 살짝 시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때 왜 저를 꼭 떠나게 해야 했던 거예요?”오랫동안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질문이 드디어 아심의 입 밖으로 나왔다.이에 시언의 걸음이 멈췄다. 그는 전과 같은 담담한 목소리로 천천히 설명했다.“그때 널 노리는 자들이 있었고, 그 세력은 상당히 강했어. 당장 그들을 처리할 수 없어서 네가 안전하게 떠나는 방법밖에 없었어.”아심은 입술을 깨물며 눈을 깜박이다가 멀리 어둠 속의 산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사실, 짐작은 했어요. 그래도 이렇게 직접 들어서 고마워요.”시언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궁금한 건 앞으로도 전부 말해 줄게.”“그래요.”잠시 침묵이 이어지다 시언이 물었다.“춥지 않아?”아심은 머리를 저었다.“안 추워요.”아심은 시언의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편안함에 잠이 쏟아질 듯했지만, 그의 말들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음 깊숙이 한 줄기 쓸쓸함이 밀려와 묘한 슬픔이 가슴을 찔렀다. 아무리 애써도, 눈물이 한 방울 눈가를 타고 흘러내려 시언의 목덜미에 떨어졌다.아심은 당황해 급히 손을 올려 눈물을 닦아냈지만, 이미 그의 등이 순간적으로 굳어짐을 느꼈다.시언은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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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6화

아심은 반쯤 눈을 감고,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었다 짧아지고, 다시 길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멀리 산맥은 마치 야생의 짐승처럼 지평선 위에 웅크리고, 하늘의 초승달은 구름에 가려져 흐릿해졌다.아심은 주머니 속의 부적을 꺼내어 조용히 소원을 빌었다.‘이게 꿈이라면, 조금 더 늦게 깨어나게 해주세요. 길도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어요.’그 순간 아심의 기억은 한때 사막에서의 일로 돌아갔다. 그날, 다리가 붓고 걸을 수 없었을 때도 시언이 아심을 업고 메마른 사막을 걸어 나왔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현기증이 날 정도였고, 시언은 아심이 잠들지 못하게 하려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그 기억이 가물가물한 꿈인지 현실인지조차 헷갈리지만, 분명 그때부터였다. 시언에게 느끼는 감정이 경외와 두려움을 넘어선 다른 무엇이 되었던 것은.다시 시언의 등에 기대자, 억누르고 억눌렀던 감정이 되살아나기 시작해 아심은 갑자기 두려워졌다. 또다시 같은 길을 걷는 건 아닌지.‘어디서 시작했는지 알았으니, 이제 여기서 끝내자.’새로운 길을 선택했으니, 그 길을 뚜렷이 걸어가야 한다고 자신을 다독였다.아심은 눈을 감고 마음을 다잡았다. 사랑을 원하지 않아. 그저 냉철하게 깨어 있고 싶을 뿐. 그렇게 또다시 결심하며, 스님의 충고가 떠올랐다. 거울 속의 꽃, 물 위의 달과 같은 헛된 꿈에 집착하지 말라고 했던 그 말이....반 시간이 지나 두 사람은 장원에 도착했다. 아심은 시언의 등에서 내려와 두 걸음 물러섰다.“수고했어요, 고마워요.” 아심은 이전보다 한층 더 거리감을 두며 차분히 말했다.시언은 살짝 눈을 가늘게 뜨고 아심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아심은 그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이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다른 일행은 이미 식사를 마치고 휴식 중이었다. 도도희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모두 기다리려 했지만 내가 그냥 먹고 쉬라고 했어. 하루 종일 고생했으니 푹 쉬도록 해.” 도도희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녁은 너희 방으로 보내 뒀으니 천천히 먹고 일찍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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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7화

“나 먼저 올라가서 씻을게요.” 아심은 하루 종일 산을 오른 탓에 온몸이 땀에 젖어 빨리 샤워하고 싶었다. 시언도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두 발짝 걷던 아심은 문득 돌아서며 말했다.“상처에 물 닿으면 안 돼요.”시언은 고개를 돌려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물 안 닿게 샤워할 수 있어?”“잘 감싸면 되잖아요.” 아심이 대답했다.“괜찮아.” 시언은 단호하게 말하고는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아심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답답함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그냥 무시하려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그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시언은 이미 티셔츠를 벗고 있었고, 탄탄한 상반신이 드러나 있었다. 아심은 순간 심장이 뛰며 얼른 시선을 돌렸다.아심이 들어온 것을 본 시언은 아랑곳하지 않고 옷장에서 새 옷을 꺼내더니 욕실로 들어가려 했다.아심은 시언을 따라 욕실로 들어가던 중, 그가 바지를 벗으려는 것을 보고 얼떨결에 외쳤다.“벗지 마요!”시언은 차분한 눈빛으로 아심을 응시하며 물었다.“이 상황이 모순되고 혼란스럽지 않나?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아심은 그를 멍하니 바라보며 눈가에 희미하게 물기가 맺혔다.잠시 후, 아심은 몸을 돌려 방을 나가려 했다. 시언은 묘한 감정에 사로잡혀 무거워진 마음을 느꼈다. 산을 오른 하루의 피로보다도, 조금 전의 순간이 자신의 에너지를 앗아가는 듯했다.갑자기 문이 다시 열리며, 아심이 의자를 들고 들어와 차분히 말했다.“앉아요.”“뭘 하려고?” 시언은 눈빛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응시했다.“앉으라면 앉아요.” 아심은 다소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하며, 자신도 누구에게 화가 난 건지 알 수 없었다. 시언은 잠시 주저했지만, 결국 의자에 앉았다.“일부러 화내게 하려는 건 아닌데, 정말 괜찮아. 다치면 원래 스스로 치유하는 법이라.”시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샤워기가 위에서 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시언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아심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작은 승리감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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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8화

아심은 샤워를 도와주는 중 불가피하게 손이 닿을 때마다 시언의 탄탄한 피부에서 전해지는 촉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시언의 단단한 근육은 아심의 부드럽고 하얀 손과는 대조를 이루며 묘한 감각을 불러일으켰다.아심은 거리낌 없이 시언의 가슴부터 아래로 거품을 발라 내려가며 씻겨 주었고, 다시 위로 손을 올리려는 순간, 시언이 손을 잡아 멈춰 세웠다. 그의 팔 근육은 긴장으로 인해 힘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됐어, 이제 나가.”아심은 장난스럽게 말했다.“한 번 더 발라야 깨끗해질 텐데요. 다 끝나고 나면 바디크림도 발라줄 수 있는데, 어때요?”시언은 그윽한 눈빛으로 시언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더 안 나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나도 장담 못 해.”아심은 시언의 시선을 피하며 잠깐 내려다보았다가 얼른 거품을 씻어주고 나와버렸다.문을 닫자마자 안에서 시언의 낮은 앓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심은 순간 긴장했지만, 곧 시언의 상처에 물이 닿았을까 걱정되어 손을 문에 올린 채 다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곧 무슨 상황인지 깨닫고,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사실 아심은 바로 위층으로 가려 했지만, 거실을 지나자 진서하가 식탁에 저녁을 세팅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자신의 젖은 티셔츠와 바지를 내려다보며 아심은 이런 상태로 밖에 나가면 오해를 살 게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시언의 방에 다시 돌아와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시언이 허리에 수건을 두른 채 머리를 닦으며 방에서 나왔다. 그가 잠시 멈춰 아심을 보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아심은 말했다.“진서하 씨에게 나가서 쉬라고 해 주세요.”시언은 아심의 젖은 옷차림을 한 번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옷장에서 자기 티셔츠 하나를 꺼내 아심에게 건넸다.“여기서 씻어. 샤워 후에 와서 저녁 먹자.”“저도 제가 쓰는 전용 바디워시와 크림을 써야 해요. 게다가 티셔츠만 갈아입을 수도 없고요. 먼저 내보내 주세요.” 아심이 단호히 말했다. 시언은 아심을 잠시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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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9화

강시언의 눈에는 냉랭한 기운이 가득했고, 말투도 차가웠다.“이미 선택한 거 아니야? 뭘 그렇게 갈팡질팡하는 거지?”시언은 말을 마치고 손을 닦은 후, 그대로 돌아섰다. 아심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설거지하다가, 목이 메어 삼키고 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일, 강성으로 돌아갈 거예요.”시언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고,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더욱 차가워졌다.“마음대로 해. 네 일은 네가 알아서 결정해.”시언은 그 말을 남기고 더 이상 멈추지 않고 그대로 방을 나갔다. 아심은 두 손으로 주방 싱크대의 차가운 대리석을 힘껏 짚고, 고개를 들어 한숨을 내쉬었다. 한참 후에야 남은 설거지를 다시 시작했다.주방과 식당을 모두 정리하고 불을 끄고 나서, 아심은 무의식적으로 1층 방 쪽을 한 번 더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2층으로 올라갔다.침대에 누웠지만 하루의 피로가 몰려와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 뒤척이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나갔다.산속의 별은 유난히 밝아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지만, 아심이 올려다본 하늘은 회색 구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달도 희미하게 노란빛만 남겨둔 채 숨은 듯했다.‘비가 오려나. 내일은 산에서 내려간 후에 비가 왔으면 좋겠어.’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던 아심은 문득 아래층의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 시언 역시 잠들지 않은 듯했다. 베란다에서 몸을 살짝 기울이면 시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아심은 그 충동을 꾹 참으며 다시 하늘의 별을 찾기 시작했다.목이 뻐근할 정도로 하늘을 바라보다가 멀리 있는 작은 별장을 보았고, 무언가에 끌리듯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 누군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얼핏 보니 기주현이었다.발목을 다친 주현이 왜 방에 들어가 쉬지 않고 풀밭에 앉아 있는지 의아했다. 아심은 의아해하며 외투를 걸치고 주현에게 다가갔다....가까이 다가가자 역시 주현이 맞았다. 주현은 혼자서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고, 아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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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0화

“처음엔 응원했는데, 이렇게 여기저기 떠돌면서 연애 한 번 못 하는 걸 보더니 슬슬 초조해지신 거죠.” 주현은 어깨를 늘어뜨리며 한숨을 쉬었다. “결혼하라고 하신 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몰라요. 매번 거절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기정사실로 만들었죠. 소개팅 상대도 이미 정해 놨다더라니 까요.”“집에 가자마자 혼인 서류 쓰고, 결혼식 올리고, 결혼식 끝나면 바로 신혼 방 입성.”아심은 주현의 불만스러운 투에 웃음을 터뜨렸다.“뭐 그렇게 빨리 진행되겠어요?”주현은 볼을 괴며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집이 돈은 있어도 권력은 없거든요. 그러니 우리 부모님은 항상 권력 있는 가문으로 시집가길 바라시고요.”“이번 소개팅 상대도 무슨 과장의 아들이래요. 심지어 우리 남동생은 그쪽 도움 덕에 공무원 자리까지 잡았다고 엄청나게 만족하시더라고요.”“그러니 가자마자 결혼식 올리고 신혼 방 입성, 그게 전혀 과장된 얘기 아니고요.”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싫다면 반대할 수도 있죠. 아무리 부모님이라도 평생의 반려자를 대신 정해 줄 순 없으니까.”주현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당연히 싫죠, 게다가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할 리도 없고요.”“근데 만약 그 사람이 키도 크고 잘생겼다면?”“그렇더라도 안 좋아할걸요!”아심은 주현의 단호함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역시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었네요?”주현은 얼굴이 붉어지며 말없이 입술을 깨물고는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리란 법은 없잖아요.”아심은 주현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낯선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 않지만, 마음에 둔 사람에게 고백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면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떠나버릴까 봐 두려운 것이다.“직접 물어보면 되잖아요.” 아심이 말하자, 주현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삐쭉 내밀었다.“절대 안 해. 거절이라도 당하면 나중에 얼굴을 어떻게 보고 지내요? 설령 사귀게 된다 해도 평생 그 앞에서 당당하지 못할 거라고요.”“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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