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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7화

“나 먼저 올라가서 씻을게요.”

아심은 하루 종일 산을 오른 탓에 온몸이 땀에 젖어 빨리 샤워하고 싶었다. 시언도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두 발짝 걷던 아심은 문득 돌아서며 말했다.

“상처에 물 닿으면 안 돼요.”

시언은 고개를 돌려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물 안 닿게 샤워할 수 있어?”

“잘 감싸면 되잖아요.”

아심이 대답했다.

“괜찮아.”

시언은 단호하게 말하고는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아심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답답함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그냥 무시하려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그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시언은 이미 티셔츠를 벗고 있었고, 탄탄한 상반신이 드러나 있었다. 아심은 순간 심장이 뛰며 얼른 시선을 돌렸다.

아심이 들어온 것을 본 시언은 아랑곳하지 않고 옷장에서 새 옷을 꺼내더니 욕실로 들어가려 했다.

아심은 시언을 따라 욕실로 들어가던 중, 그가 바지를 벗으려는 것을 보고 얼떨결에 외쳤다.

“벗지 마요!”

시언은 차분한 눈빛으로 아심을 응시하며 물었다.

“이 상황이 모순되고 혼란스럽지 않나?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

아심은 그를 멍하니 바라보며 눈가에 희미하게 물기가 맺혔다.

잠시 후, 아심은 몸을 돌려 방을 나가려 했다. 시언은 묘한 감정에 사로잡혀 무거워진 마음을 느꼈다. 산을 오른 하루의 피로보다도, 조금 전의 순간이 자신의 에너지를 앗아가는 듯했다.

갑자기 문이 다시 열리며, 아심이 의자를 들고 들어와 차분히 말했다.

“앉아요.”

“뭘 하려고?”

시언은 눈빛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응시했다.

“앉으라면 앉아요.”

아심은 다소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하며, 자신도 누구에게 화가 난 건지 알 수 없었다. 시언은 잠시 주저했지만, 결국 의자에 앉았다.

“일부러 화내게 하려는 건 아닌데, 정말 괜찮아. 다치면 원래 스스로 치유하는 법이라.”

시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샤워기가 위에서 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시언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아심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작은 승리감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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