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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0화

“처음엔 응원했는데, 이렇게 여기저기 떠돌면서 연애 한 번 못 하는 걸 보더니 슬슬 초조해지신 거죠.”

주현은 어깨를 늘어뜨리며 한숨을 쉬었다.

“결혼하라고 하신 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몰라요. 매번 거절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기정사실로 만들었죠. 소개팅 상대도 이미 정해 놨다더라니 까요.”

“집에 가자마자 혼인 서류 쓰고, 결혼식 올리고, 결혼식 끝나면 바로 신혼 방 입성.”

아심은 주현의 불만스러운 투에 웃음을 터뜨렸다.

“뭐 그렇게 빨리 진행되겠어요?”

주현은 볼을 괴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집이 돈은 있어도 권력은 없거든요. 그러니 우리 부모님은 항상 권력 있는 가문으로 시집가길 바라시고요.”

“이번 소개팅 상대도 무슨 과장의 아들이래요. 심지어 우리 남동생은 그쪽 도움 덕에 공무원 자리까지 잡았다고 엄청나게 만족하시더라고요.”

“그러니 가자마자 결혼식 올리고 신혼 방 입성, 그게 전혀 과장된 얘기 아니고요.”

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싫다면 반대할 수도 있죠. 아무리 부모님이라도 평생의 반려자를 대신 정해 줄 순 없으니까.”

주현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당연히 싫죠, 게다가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할 리도 없고요.”

“근데 만약 그 사람이 키도 크고 잘생겼다면?”

“그렇더라도 안 좋아할걸요!”

아심은 주현의 단호함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역시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었네요?”

주현은 얼굴이 붉어지며 말없이 입술을 깨물고는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리란 법은 없잖아요.”

아심은 주현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낯선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 않지만, 마음에 둔 사람에게 고백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면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떠나버릴까 봐 두려운 것이다.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요.”

아심이 말하자, 주현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삐쭉 내밀었다.

“절대 안 해. 거절이라도 당하면 나중에 얼굴을 어떻게 보고 지내요? 설령 사귀게 된다 해도 평생 그 앞에서 당당하지 못할 거라고요.”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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