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심은 강시언의 키가 너무 커서 밖에서 그의 머리 꼭대기가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언의 옷깃을 다시 잡아당겨 머리를 더 숙이게 했다.시언은 몸을 굽히며 머리를 숙였고, 그의 뜨거운 숨결이 아심의 귓가에 닿았다. 시언의 입술은 아심의 귀에서 겨우 1센티미터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았다.그러자 기갑자기 입을 열었다.“아까 네가 한 말, 무슨 뜻이야?”주한결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보며, 이전처럼 가벼운 장난스러운 태도로 말했다.“아무 뜻도 없어. 그냥 농담이었어.”주현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속에서 알 수 없는 실망감이 밀려왔다. 그때 주현의 휴대폰이 울렸고, 그녀는 화면을 보며 전화를 받았다.“엄마!”김지순은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주현아, 언제 집에 올 거니?]“며칠 후요.” 주현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빨리 와라. 유정호도 이번에 시간이 된다더라. 너희 둘 만나게 할 거야!] 김지순은 신나게 덧붙였다.[네 사진을 보여줬더니 아주 마음에 든다고 하더라. 너희 아빠랑 상의했는데, 만나고 나면 5월에 약혼하고, 10월에 결혼하면 되겠다.]주현은 집에서 멋대로 결혼 상대를 정하는 게 싫었지만, 오늘은 반대할 힘조차 없었다. 이에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알았어요, 곧 갈게요.”[잘됐다! 그럼 유정호 연락처를 네게 보낼까? 두 사람 먼저 대화 좀 나누어 보렴.] 김지순은 전에 몇 번 제안했지만 주현이 거절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현의 태도가 부드러워지자, 다시 물었다. 주현 또한 덤덤하게 대답했다.“네, 보내주세요.”주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그녀 앞으로 다가와 휴대폰을 빼앗아 들었다.“안녕하세요, 어머니!”한결이 환한 미소로 인사하자, 김지순은 놀란 듯 잠시 멍해졌다.[어, 누구시죠?]“저는 주현과 함께 그림을 배우는 친구이자, 남자친구예요!” 한결은 뒤의 몇 마디를 또렷하고 진지하게 말하자. 주현은 눈이 커지며 휴대폰을 되찾으려고 했다.그러나 한결은 주현의 손목을 붙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더니, 그녀가 더 달
김지순은 바로 말했다.[괜찮아요, 괜찮아. 우리 딸을 잘 챙겨주기만 하면 돼요. 나는 둘이 돌아오길 기다릴 테니.]“알겠어요.” 주한결은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어머니, 안녕히 계세요.”전화를 끊자마자 주현은 재빨리 자신의 휴대폰을 되찾으며 몇 걸음 물러나 한결을 노려봤다.“왜 우리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해요?”그러자 한결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환하게 웃었다.“네가 정말로 선보러 가기 싫어하는 것 같아서 도와준 거야. 내가 좋은 마음으로 도와줬는데, 왜 그러니?”주현의 가슴이 갑자기 아릿하게 아팠고, 눈에 눈물이 차올라, 화난 듯 말했다.“누가 도와달랬어요! 상대방은 키도 크고 잘생겼어요. 정말 마음에 들어서 돌아가면 당장 결혼할 거라고요!”주현은 한결을 한 번 매섭게 쏘아보고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미쳤어, 정말!”그러자 주현의 뒤에서 한결의 낮고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그래, 미쳤지. 미치지 않았으면 널 좋아할 리가 없잖아!”주현은 걸음을 멈췄고, 심장이 멎는 듯했다. 천천히 돌아서며 물었다.“뭐라고 했어요?”한결은 얼굴에서 웃음을 거두고 진지하게 주현을 바라보았다.“내가 너 좋아한다고. 기주현, 너를 좋아해.”주현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그러고는 입술을 떨며 쉰 목소리로 물었다.“또 장난치는 거죠?”목소리가 점점 잠기며 말했다.“이런 걸로 장난치지 마요. 나 진지하게 믿을 수도 있다고요.”한결은 한 걸음 다가와 손에 들고 있던 치자꽃을 그녀의 품에 안겨주고, 두 손으로 주햔의 눈물 젖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주현은 치자꽃을 얼떨결에 받으며,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도 잊은 채 있었다. 한결은 그녀에게 강하게 키스를 하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하고 싶었던 건 오래전부터였어.”주현의 얼굴은 새빨개졌고, 온몸에 힘이 빠져 그 자리에 쓰러질 것 같았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작게 말했다.“내가 선배 말에 왜 동의해야 하죠?”“그럼 지금 해.” 한결이 멈추고
시언의 손바닥이 더욱 단단히 아심의 허리를 감싸며, 얇은 입술이 아심의 귀에 가까이 다가왔다. 낮고 깊은 목소리가 속삭였다.“갑자기 주한결 말이 참 맞는 것 같아.”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예민한 신경을 타고 전해지며 전류처럼 온몸에 퍼졌다. 아심은 반쯤 마비된 듯 굳어버리고, 움직일 수 없었다.“응?” 아심은 조금 늦은 반응으로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그 떨림은 마치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것처럼 들렸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고, 숨소리를 죽이려는 게 분명했다.“싫다고 하면 계속 키스할 거야, 네가 좋다고 할 때까지.”시언의 저음은 차분하지만, 마치 심장을 두드리는 망치처럼 울렸다. 그의 입술이 다시 아심에게 닿았다.시언의 코끝은 그녀의 은은한 향기 속에 휩싸였고, 이 순간 둘만의 세계가 형성되었다. 빗소리도, 다른 사람들의 소리도 모두 멀어졌다. 시언의 눈에는 오로지 아심만이 존재했다.그와 동시에, 책장 너머에서 기주현과 주한결은 막 사랑을 확인하며 뜨거운 입맞춤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들 또한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여기에서는 시언의 얇은 입술이 아심의 턱선을 따라 내려오며, 아심을 애타게 했다. 아심은 눈을 꼭 감고 손을 꽉 쥐었다. 심장은 격렬하게 뛰었고, 계속 밀려오는 키스를 막기 위해 시언의 셔츠를 움켜쥐고 얼굴을 돌렸다.시언은 깊은숨을 내쉬며 멈춰 섰다. 그의 숨소리는 무거웠고, 마치 자신을 억누르는 것 같았다.다행히도 한결과 주현은 결국 키스를 멈췄다. 주현의 목소리는 사랑스럽고 부드러웠다.“원래 아심 씨 찾으러 온 거 아니었어? 근데 어디 갔어?”한결은 아직 숨을 고르지 못한 채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나보고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어.”주현은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그럼 내가 전화해 볼게.”“하지 마!” 한결이 주현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평소에 우리한테 그렇게 예의 바르더니, 오늘 나한테 꽃을 가져다주라고 한 건 뭔가 의도가 있었던 거 아니야?”주현은 놀라며 말했다.“선배 말은 우리를 일부러 여기 오게
수요일 저녁 7시 정각 소희는 전위 호텔 앞에 나타났다.핸드폰 알림 소리가 울리자 소희는 카카오톡을 확인했다. 아빠 소정인이었다. [소희야, 아빠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차가 좀 막히네. 먼저 들어가있어.]소희는 발걸음을 늦추며 이따 임구택을 만나면 어떻게 인사할까 생각하고 있었다.결혼 3년 동안 그들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임구택이 이 결혼을 동의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심지어 거부한다는 것은 안 봐도 뻔했다.그렇다고 임구택을 탓할 일도 아니었다. 과거 소씨 가문의 회사가 위기를 맞자 뻔뻔하게 임씨 가문을 찾아가 혼인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였고, 당시 임씨 가문의 장남은 이미 결혼을 한 터라 자연스레 그 약속은 차남 임구택이 이행하게 되었다. 그가 내키지 않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임씨 가문은 당연히 소씨 가문에 좌지우지 당하지만은 않았다. 예물로 50억 원을 건네어 소씨 가문이 난관을 이겨내게 도우면서도 조건을 제시했다. 3년 뒤에 이 혼사가 자동 해지되는 것으로.3년 전, 그녀는 아직 법정 결혼 연령이 되지 않아, 두 사람은 라스베가스에 가서 혼인신고를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두 사람이 아니라 각자의 대리인이 가서 혼인신고를 마쳤다. 결혼하자마자 임구택은 미국으로 건너가서 결혼 해지를 석 달 앞두고 돌아왔다. 결혼을 거부한다는 태도가 너무나도 뚜렷했다.하필이면 오늘, 그녀의 아버지가 회사 때문에 그녀를 앞세워 다시 한번 그를 찾아가 부탁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소희는 스스로를 비웃으며 자신을 어떻게 소개할지 생각하였다. “임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당신 아내에요!”그가 그녀를 거들떠보기나 할까?듣건대 임구택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강성의 유명한 악질이었다고 한다. 강성의 흑과 백을 모두 통솔하며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매섭고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하지만 며칠 전 TV의 경제 채널에서 임구택을 본 적이 있는데 그녀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명품 양복을 입고, 거만하면서도 우아하고 듬직해 보였다.그녀는
그의 손에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일을 마친 후 돈을 지불하다니. 그녀는 그를 무엇으로 생각하는 걸까?남자가 냉담한 얼굴을 하고 발코니로 성큼성큼 걸어가니 과연 창문이 열려 있었다.여기는 층고가 높아서 3층이 4층 높이일 텐데 그녀는 어떻게 뛰어내렸을까?그가 그렇게 무서웠나? 죽음을 무릅쓰고 도망칠 만큼?창문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물을 끼얹은 듯 청량한 바람이지만 남자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화는 식히지 못하였다. 이 여인은 만 원으로 그를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일이 끝난 후에 창문으로 뛰어내려 도망쳤다... 잡히기만 해봐! ......택시에 앉은 소희가 재채기를 하자 운전기사가 백미러를 보며 물었다. “아가씨, 괜찮아요?”이렇게 예쁘게 생겨서 홀딱 젖어있다니, 딱 봐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소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기사는 웃으며 말했다. “아직 학생이죠? 밖에 혼자 다닐 때 각별히 조심해야 되요.”“네, 감사합니다. 기사님.”소희는 대답하고 휴대폰을 꺼내 재빨리 문자를 보냈다. “천위 호텔의 7시와 9시경에 내가 찍힌 CCTV 기록은 모두 없애!”“ok!” 상대방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지시에 따랐다.남자의 귀에 거슬리는 말이 다시 귓가에 울려 퍼졌다. 소희는 오늘 임구택과 만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따위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다만 임구택이 그녀가 왔었다는 사실을 모르게만 하고 싶었다.운해로에서 내리면서 소희는 뒷좌석을 적신 대가로 택시비를 두 배로 지불했다.별장으로 돌아오자 하인은 소희의 젖은 옷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작은 아가씨, 무슨 일이에요?”“일이 좀 있었어요, 일단 올라가서 샤워부터 할게요.”소희는 위층으로 걸음을 옮겼다.“목욕물 준비해 드릴게요.”하녀는 더 묻지 못한 채 위층으로 올라가 준비했다.몇 분 후 소희는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긴장했던 몸이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머릿속이 복잡해서 머리까지 물속에 파묻고 오늘 밤에 있
소희는 멍해졌다.남자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왜 절 따라오시는 거예요? 강성대 학생이신가요?”그는 오는 길에서부터 이 여자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멈추면 그녀도 무슨 일이 있는 척 멈추더니 엘리베이터까지 따라왔다.소희는 얼굴이 빨개졌지만 이내 다시 냉정을 되찾고 반문했다. “여기가 당신 집으로 가는 길인가요? 모든 사람이 갈 수 있는 길을 왜 제가 따라다닌다고 하는 거죠?”남자의 눈동자의 싸늘한 빛이 스치더니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소희에게 올라오라고 눈짓했다.소희는 입술을 실룩거리며 비꼬듯 말했다. “됐어요, 오해받을 만한 행동 안할게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돌아서서 계단으로 걸어갔다.그녀 뒤로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며 남자의 가늘게 뜬 눈을 가렸다.소희는 임구택과 다시 마주칠까 봐 아예 계단으로 9층까지 올라갔다.회의실에 도착하니 조교가 학과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교는 그녀를 보자 잠시 기다리라고 눈짓했다.그 옆에는 몇몇 학생들도 자료를 제출하러 왔는데, 그중 한 명은 따가운 눈빛으로 소희를 노려보았다. 소희는 못 본 척 휴대폰을 꺼내 스도쿠를 했다.5분도 안 돼 한 판을 풀고 나니 밖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돌아온 지 얼마 안 됐죠? 출국한지 오래됐으니 돌아올 때 됐구나 싶었는데”교장선생님의 목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한 사람은 교장선생님이고, 다른 한 사람은...소희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공교로운 일이...?임구택도 소희를 보았다. 그의 눈빛은 그녀에게 머물지 않고 바로 지나갔다.학과장은 급히 마중 나가 교장선생님과 인사를 나누었다.방 교장은 그에게 소개하였다. “이 분은 LS그룹의 대표이사님이십니다. 예전에 우리 학교 학생이었지요. 참, 우리 학교 여러 항목의 장학금도 임 회장님이 후원한 것입니다.”그러자 학과장은 냉큼 공손한 표정을 지으며 임구택과 악수를 나누었다. “오늘 마침 학생들에게 장학금 신청 서류를 제출
임구택은 그날 창문에서 뛰어내린 여자를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명우는 제일 먼저 천위 호텔의 CCTV를 조사했다.이상하게도 7시와 9시 두 시간대 모두 공백 상태였고 천위 호텔의 보안요원조차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하지 못하고 당시 인터넷이 끊겼을 것이라고 추측만 하고 있었다.그래도 명우는 한 사람을 찾았다. 서이연.서이연은 B급 배우로 청순하고 러블리한 이미지의 노선을 걷고 있으나 줄곧 뜨지 못했다. 어제 저녁 6시 50분쯤 그녀가 천위 호텔에 들어가 연풍관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CCTV에서 볼 수 있었다. 이후 CCTV 기록에는 공백이 있어 그녀가 어느 방으로 갔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다.9시 5분경 서이연의 매니저가 그녀를 부축하고 연풍관 밖에 나타났는데, 그녀는 한쪽 다리를 구부린 채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부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그 뒤로 기록이 사라졌기 때문에 명우는 서이연이 어떤 차를 타고 떠났는지 몰라 어느 병원에 입원해 있는지 알아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어젯밤 그녀는 왼쪽 다리를 수술했다.명우는 이미 차트를 확인했는데 낙상이었다.그날 밤, 강성의대 부속병원.VIP706호. 병상에 누워있는 여인은 두 손을 맞잡고 불안한 표정으로 맞은 켠 소파에 앉은 임구택을 바라보았다. “임 대표님 무슨 일이에요?”“다리 어떻게 다쳤어요?” 임구택은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서이연은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반쯤 늘어뜨린 눈꺼풀 아래 눈물을 반짝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 대표님과 관련이 있나요?”“숨길 필요 없어요, 사람을 시켜 이미 CCTV를 확인했으니까. 어젯밤 9시쯤 매니저가 당신을 부축해서 차를 타고 떠날 때 다리는 이미 부러져 있었죠. 그날 밤 제 방에서 뛰어내린 사람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맞나요?” 임구택의 어조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담담했다.손님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천위 호텔은 카메라가 객실 창문을 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서이연이 어디서 뛰어내렸는지는 볼 수 없지만,
여인이 달려들며 손에 들고 있던 꽃들은 소희의 몸에 던져졌다. 힘껏 소희를 뒤로 밀치고는 소연을 품에 끌어안았다.진원은 긴장한 채 소연의 몸을 살펴보며 물었다. “다친 거야? 혹시 피났어? 어디 아프니?”이슬을 머금은 꽃잎이 온 바닥에 흩어지고 꽃의 가시가 소희의 목덜미를 찔러 따끔거렸다. 그녀는 여인의 긴장된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소정인은 이내 다가와 소희에게 물었다.“안 다쳤니?”진원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무서운 눈빛으로 소희를 노려보았다. “뭐 하는 거야, 소연이를 죽이려는 거니?”소희는 여인의 눈에 비친 혐오와 원한을 보고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소연은 소희를 한 번 쳐다보고는 급히 진원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엄마, 오해예요. 제가 언니한테 머리 좀 잘라달라고 했어요. 언니는 절 다치게 하지 않았어요.”“그렇구나!”소정인은 ‘하하’하고 웃으며 진원을 원망했다. “당신은 항상 너무 급해서 문제야. 무슨 일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화부터 낸단 말이야. 당신 때문에 소희 옷이 다 더러워졌잖아.”진원은 자신이 소희를 오해했다는 것을 깨닫고 무안해하며 변명했다. “들어오자마자 소희가 가위를 소연이의 목에 대고 있길래... 머리를 자르는 건줄도 모르고...”“그만 해!”소정인은 진원에게 눈짓을 하고는 소연에게 말했다. “언니 데려고 가서 옷 좀 갈아입혀. 옷이 다 더러워졌네.”“언니, 이리 와!”소연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소희는 어깨의 꽃잎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2층 침실로 들어가자 소연이 사과했다. “언니, 정말 미안해, 엄마가 이 시간에 돌아올 줄 몰랐어. 나 때문에 언니가 다쳤네.”“너 때문이 아니야!”소희의 순수한 얼굴에는 한 줄기 미소를 띠고 있었다.소연은 옷방에 가서 흰색 티셔츠를 가져와 소파에 놓았다. “언니, 이건 새거야, 한 번도 안 입었어. 옷 갈아입어, 난 내려가서 기다릴게.”“응.”소연이 문을 닫자 소희는 소파 위의 옷을 보며 안색이 흐려졌다. 한쪽에서는 머리를 잘라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