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Chapter 531 - Chapter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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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1화

도연주는 구자현에게 유치원의 상황 또한 설명했다. 그러자 구자현은 확신하는 어조로 말했다. “기껏해야 유치원 전학 문제잖아요. 나한테 맡겨요. 절대 전학이나 퇴학당하지 않게 해줄게요. 당신의 별 볼 일 없는 남편도 더는 당신을 쫓아내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그 말을 들은 도연주는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좋아했다. “구자현 아가씨, 정말인가요?”“얼른 파티에 와요. 또 모르죠. 공을 세울 기회가 더 있을지. ”구자현이 말했다. 바로 눈물을 훔친 도연주는 가방을 덥석 움켜쥐고는 문을 나서려 했다. 그러다 문득 이틀 전 신세희의 옷차림을 떠올렸다. 그녀는 깔끔한 옷차림에 레트로풍의 소가죽 가방을 매칭했을 뿐인데 온갖 진주와 보석으로 치장한 여인들을 단번에 압도했었다. 도연주는 화려한 부잣집 사모님들 사이에서 오히려 깔끔하게 차려입으면 더욱 눈길을 끈다는 것을 신세희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도연주는 근처의 옷 가게에 들러 그날의 신세희와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산 뒤 신세희의 레트로풍의 소가죽 가방을 들고 연회에 오게 된 것이다. 마치 행운의 여신도 그녀의 편인 것만 같았다. 호텔 입구에 막 도착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했던 그녀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혹시 구자현 아가씨의 파티에 가시는 겁니까? ”“네, 맞아요. 실례지만 무슨 일로...? ”도연주가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 “저는 엄선우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분은 우리 F그룹의 대표님이시자 남성 부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이십니다. ”엄선우의 소개를 들은 도연주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놓칠 뻔했다. “부씨 집안의 넷째 도련님이라니. ”그 순간, 도연주는 마침내 구자현이 이렇듯 대놓고 신세희를 망가뜨리려 하면서도 어떻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수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구자현과 남성 부씨 집안의 부소경이 친구 사이였던 것이다. 세상에나. 자신에게 부소경의 실물을 영접할 기회가 주어지다니! 그녀는 몹시 흥분해서 얼굴마저 빨개졌다. 게다가 부소경은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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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도연주는 오만한 표정으로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신세희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벌을 받네요, 신세희 씨. 도련님이 직접 가방을 든 손을 잘라버릴 거라고 어디 상상이나 했겠어요? 꼴 좋네. 어머, 당신... 뭐하는 짓이에요? 왜 나한테 이래요? 이거 놔요. 도련님! 어째서 도련님의 부하가 저한테 이러는 거죠? ”도연주는 여전히 자신은 무고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얌전히 부소경의 뒤를 따랐고, 부소경도 때때로 마음에 든다는 듯 자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던가. 도연주는 끊임없이 몸부림치며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도련님, 제발 살려 주세요! ”“시끄럽군. ”부소경이 무심한 눈길로 도연주를 쳐다보다 엄선우에게 말했다. “먼저 가방을 들고 있는 손을 부순 다음에 잘라버려. 나머진 똥통에 던지고. ”“네, 도련님. ”짧게 대답한 엄선우가 도연주를 덥석 끌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귀부인들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상황을 주시했다. 문밖에 있던 기자들도 하나둘씩 카메라와 마이크를 껐다. 귀부인의 손이 곧 잘리게 생겼다. 어김없는 빅뉴스였지만 감히 누가 기사 한 줄이라도 쓸 수 있겠는가? 그들은 그저 멍하니 파티장에서 벌어진 일을 구경할 뿐이었다. “도련님, 제발 살려 주세요. 대체 제가 뭘 잘못했나요? 제발 가르쳐 주세요. 제, 제발 제 손을 자르지 말아주세요. 살려 주세요, 도련님... ”도연주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처럼 울부짖었지만 부소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직 신세희에게만 눈길을 주던 그가 서서히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형... ”이때 조의찬이 나섰다. “형, 내가 세희 씨 대신 벌을 받을게. 내 손목을 부수고 나를 똥통에 던져 버려도 괜찮아. 형, 세희 씨는 형의 딸을 낳아준 사람이잖아.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 돼? ”“제 모든 재산을 바칠 테니 제발 세희 씨를 용서해 주세요. ”서준명도 거들었다. 미간을 한껏 찌푸린 부소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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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설마 지금 내가 혼자 서울에 갔다고 시위하는 건가? 그래서 남성을 이 꼴로 만들었어? ”“그런 거 아니에요.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덜컥 말문이 막혔다. 이때, 엄선우에게 질질 끌려가던 도연주가 두 손으로 문틀을 콱 움켜쥐고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다. “저기요...! 제발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려 주세요. 왜 제 손을 자르고 절 죽이시려는 건데요. 죽더라도 제발 이유는 알아야죠! ”엄선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도연주를 바라보았다.“이유는 알고 죽어야겠다고요? ”도연주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흘렸다.“가방 어디서 났어요? ”“...... ”“어디서 났냐니까요? ”“신... 신세희 거예요. ”엄선우가 매서운 눈빛으로 도연주를 꾸짖었다. “이 가방은 최고급 악어 뱃가죽 중에서도 가장 균일한 무늬를 엄선해서 특별 제작한 겁니다. 악어백만 제작하는 베테랑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이라고요. 당연히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한 거겠죠. ”“뭐... 뭐라고요? ”“부 대표님이 사모님께 선물한 가방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마치 제 것처럼 들고 있군요. ”굳이 부소경의 명령이 아니더라도 엄선우는 이 파렴치한 여자를 당장이라도 치워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도연주는 여전히 아리송한 눈치였다. “그러니까 신세희가... ”“어디서 감히 사모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릅니까. ”도연주를 잡는 손아귀에 더욱 힘이 가해졌다. 도연주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조용히 좀 합시다. 얼른 자르러 가시죠. ”엄선우는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잡아끌었다. 도연주는 비명을 꽥꽥 내지르며 부소경의 품에 안겨 있는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머리가 어질어질하여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신세희가 부소경의 아내라니! 속으로 한없이 절망하던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엄선우의 손아귀를 벗어나려 몸부림쳤다. “신... 아니, 사모님! 사모님, 제발... 제발 살려 주세요. 우리 영희가 따님이랑 친구 사이예요. 사모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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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사모님이라는 호칭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 구자현은 신경질적인 눈빛으로 신세희와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뒤에 서 있던 귀부인들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었다. 당장이라도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망은커녕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 하여 그녀들은 허옇게 질린 채, 신세희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싹싹 빌고 있는 도연주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신세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사람 잘못 골랐어요. ”다리를 감싸 안은 손길이 너무 소름 끼쳤다. 신세희는 얼른 발을 빼려고 했으나 도연주가 그녀의 다리를 동아줄처럼 꽉 움켜쥔 탓에 쉽지 않았다. 이를 눈치챈 부소경은 얼른 그녀의 허리를 잡고 들어 올려 주었다. 그제야 신세희는 간신히 도연주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틀밖에 안 지났는데 왜 이렇게 가벼워졌어? ”“...... ”엄선우는 남몰래 제 도련님을 욕했다. ‘지금 다른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염장 지르는 겁니까? 이 여자들은 사모님을 질투해서 기를 쓰고 사모님을 모함하고 있는 거란 말이에요.’“내려줘요. ”신세희가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서울에 있어야 할 부소경이 왜 갑자기 돌아왔는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구자현과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바로 자신을 찾지 않았던가. 신세희는 부소경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저 여자, 살려줘? ”부소경이 다시 한번 물었다. 신세희는 마음이 약한 사람이었다. 유리가 누구와 친한지,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늘 세심하게 살피는 것도 그녀였다. 그런 여자였으니 절대 5살짜리 아이가 엄마를 잃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는 걸 부소경도 잘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풀어줘. ”부소경의 명령이 떨어지자 엄선우는 도연주를 걷어차며 말했다. “당장 꺼지십시오. ”도연주는 신세희에게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모님.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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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방금까지 그들은 신세희에게 걸레니 창녀니 온갖 욕설을 퍼부었었다. 몇몇 여자 중에는 다리에 힘이 풀려 소파를 부여잡은 채 간신히 버티고 있거나 아예 바닥에 주저앉은 이들도 존재했다. 그중에서도 세라의 반응이 가장 격렬했다. 부잣집 아가씨나 귀부인도 아니었던 그녀는 신세희를 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미 3일 전에도 신발로 신세희의 뺨을 때리지 않았던가?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세라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엄 비서.”갑자기 부소경이 언성을 높였다. “네, 도련님.”“가서 저 바닥에 주저앉은 여자를 끌고 와.”엄선우는 그의 명령에 따라 세라의 머리채를 움켜쥐고는 욕설을 퍼부었다.“죽은 척하지 말고 일어나시죠.”세라는 반항도 못 한 채 그대로 부소경의 앞으로 끌려갔다. “잘못했습니다. 도련님. 저, 저는 신... 아니, 사모님이 사모님인 줄 모르고... 제가...”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린 세라는 변명조차 하지 못했다. 부소경이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신세희가 누군지 몰라서 사람들 앞에서 신발로 뺨을 때렸다는 건가? 그래서 하마터면 얼굴을 망가뜨릴 뻔했고? 그러니까 내 아내가 아니라면, 그렇게 사람을 막 때려도 된다는 거야? 대체 어떤 대단한 사람이길래 아무 거리낌 없이 누군가의 뺨을 때릴 수 있는 거지?”“......”“아니라면 내 아내의 학력과 이력서가 전부 가짜라서 정의의 심판이라도 내리고 싶었나 봐? 그래서 신발 밑창으로 이 사기꾼을 벌했어? 풍부한 현장 경험으로 위기에 빠진 널 구해줬어도 네 눈엔 여전히 저 여자가 사기꾼처럼 보였나 봐? 2천만 원을 갈취한 적도 없었는데 왜 사실인 듯이 떠벌리고 다녔지? 사기꾼은 너야. 안 그래?”“......”“그럼 내가 가르쳐 주지. 내 아내의 이력서, 학력은 모두 내가 직접 처리한 거야. 내가 해외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고 했으니 그런 거라고. 그래서, 네 눈엔 나도 사기꾼 같아 보여?”“아니요, 절대 아니에요, 도련님. 제가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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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안 돼요. 이렇게 죽을 순 없어요! ”세라는 혼비백산하며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다른 건 신경 쓸 새도 없이 그녀는 무작정 신세희가 있는 방향을 향해 머리에 피가 날 때까지 고개를 조아렸다.“사모님, 방금 사모님의 가방을 훔친 여자를 용서해 주셨잖아요. 왜 저는 안 되는 건데요? 저희가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사모님은 원래 너그러운 분이시잖아요. 제 실수도 해결해 주고 2천만 원을 받지도 않으셨잖아요. 그러니 제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안 돼요?”그 말을 들은 조의찬이 차갑게 비웃었다. “세희 씨가 착한 여자라는 걸 그쪽도 알고 있었네. 원한도 없는 사이라면서 그렇게 세희 씨를 모욕하고 모함했나? 그래서 신발 밑창으로 뺨을 사정없이 때렸나? 이렇게 뻔뻔할 줄이야.”“세희 씨, 절대 용서하지 말아요.”서준명도 옆에서 거들었다. 세라는 절망적인 눈빛으로 서준명을 바라보며 울먹였다.“서 대표님...”그러나 서준명은 세라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방금 인사팀으로부터 신세희가 세라에게 뺨을 얻어맞는 영상을 전달받은 참이었다. 영상 속의 그녀는 정말 지독했다. 그 정도의 힘과 분노로 신세희의 얼굴을 힘껏 내려쳤으니, 만약 조금만 더 오래 때렸더라면 신세희 얼굴은 철저히 망가졌을 것이다. 영상을 본 서준명은 세라에게 살인 충동을 느꼈다. 이윽고 세라는 또 구자현에게 도와 달라는 눈길을 보냈다. 부소경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구자현은 이곳 최고의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조의찬, 서준명, 구서준 세 명이 연합했음에도 구자현은 눈 하나 깜짝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구자현은 필사적으로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는 책상을 짚고 다른 한 손은 등 뒤로 가져갔는데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안색이 파리하게 질린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돌릴 새도 없었다. 그렇게 세라는 절망 속에서 엄선우에게 질질 끌려 나갔다. 이미 멀리 떨어졌음에도 그녀는 끊임없이 신세희를 불러댔다. “사모님, 제발 용서해 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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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게다가 부소경은 이미 그녀를 한번 용서한 적 있었다. 자기 아내를 모욕했음에도 목숨을 거두는 대신 90잔의 벌주를 내리고 은퇴하게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왜 바보같이 이런 사달을 냈단 말인가? 신세희가 자신보다 아래에 위치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그녀를 잘근잘근 짓밟고 싶었다.사실 신세희는 세상만사에 무관심한 단순한 사람이었다. 신세희는 비천한 게 아니라 그저 남들과 겨루기 싫어하고 과시욕이 없었을 뿐이었다. 자신의 멍청했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 부소경은 에일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신세희를 끌어안고 그녀의 코를 슬쩍 막아주었다. 신세희가 에일리의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를 못 견뎌 한다는 걸 아직도 기억하는 것이었다. 하필 오늘 그녀가 뿌린 향수는 그 어느 때보다 진했다. 눈살을 찌푸린 신세희는 도저히 그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부소경의 얼굴을 향해 재채기했다. “아이고.”파티장으로 다시 돌아온 엄선우는 제법 귀여운 제 도련님의 모습에 쉽게 적응할 수 없었다. 사모님이 재채기를 해서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결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부소경은 제 부인의 재채기가 성수라도 되는 것처럼 손수건을 꺼내 닦아내는 것조차 아까워했다. 현장에는 모든 이들은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기만 했다.각 언론사에서는 현장에 파견한 기자들에게 얼른 후속 기사를 내놓으라고 닦달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가십거리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누가 감히 기사를 쓸 수 있겠는가. 기사는 차치하고 이 자리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는지조차 미지수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에일리에게 몰려들었다. 과연 부소경은 에일리를 어떻게 처단할 것인가? 그들은 조금 전 에일리가 어떤 식으로 신세희에게 욕설을 퍼부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건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하여 에일리는 자비를 구걸하지 않고 풀이 잔뜩 죽은 모습으로 신세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만약 모든 게 미안하다는 한마디로 해결된다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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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에일리는 마치 죽은 돼지처럼 끌려 나갔다.겁에 질렸다는 표현만으로 남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죽음의 냄새가 끊임없이 그들의 코끝을 찌르는 것만 같았다.부소경은 뱉은 말을 꼭 지키는 사람이었다.이윽고 네 명의 남자에게 그의 싸늘한 시선이 닿았다. 조의찬, 서준명, 구서준, 다니엘은 귀부인들처럼 오줌을 지리거나 하는 추태를 보이진 않았다.부소경이 그들을 바라보는 순간에도 조의찬은 평온한 얼굴로 의연하게 입을 열었다.“죽이든 살리든 형 마음대로 해. 날 잘근잘근 다져서 똥통에 처박아도 괜찮아. 그렇지만 우리 엄마는 형의 고모잖아. 게다가 우리 부모님은 6년 전에 부씨 집안의 가족 싸움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부모님들은 내버려 두면 안 될까?”“할 말 끝났어?”부소경이 짧게 반문했다.“아니.”조의찬이 받아쳤다.“계속해봐.”부소경이 차갑게 코웃음 쳤다.“신세희를 놔줘, 불쌍한 여자야. 형, 우리는 모두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세희 씨는 아니야. 어릴 땐 남의 집에 얹혀살았고, 나중엔 감옥에도 가고 홀어머니 밑에서 평생 고생했어. 그런데 이젠 형 옆에서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해. 임서아에겐 정부 취급이나 당하고 있고, 여기 여자들한텐 온갖 모욕을 당했어. 도대체 세희 씨가 뭘 잘못했는데? 반격할 힘조차 없는 연약한 여자를 꼭 괴롭혀야겠어? 게다가 세희 씨는 형의 목숨을 구해주기도 했고 형을 위해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까지 낳아줬잖아. 인제 그만 세희 씨를 놓아줘. 만약 형이 세희 씨를 놓아준다면, 산 채로 내 살을 발라내도 괜찮아. 편히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아도 돼, 화풀이하고 싶다면 계속 날 괴롭혀도 상관없어. 신세희만 풀어준다면 난 형의 개노릇도 할 수 있어.”조의찬의 말을 들은 신세희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만 해요!”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부소경을 힐끔 바라보았다.늘 눈앞에 놓인 자신의 상황에 초연했던 그녀였지만, 조의찬의 말을 듣는 순간 어쩔 수 없이 가슴이 저렸다.신세희는 강철로 빚어진 사람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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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신세희가 평온하게 말했다. “그럼 나도 함께 죽여요.”“......”그녀의 얼굴에 처량한 웃음이 걸렸다. “농담하는 것도 아니고 막 나가겠다는 것도 아니에요. 나는 단지 이런 롤러코스터 같은 삶에 신물 났을 따름이에요. 우리 유리를 봐서라도 제발 날 좀 죽여주면 안 돼요? 어떤 식으로 고통스럽게 죽이든 상관없어요. 한 번만 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비난받는다면 내가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요.”그녀는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딱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치 옛날의 노예처럼 경매장 무대 위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품평 당하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그녀를 원하는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노예상들의 온갖 구박과 모욕을 견뎌내야 하는 처지인 것만 같았다. “세희 씨,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요!”서준명이 그녀를 꾸짖었다. 구서준도 말을 보탰다. “삼촌, 세희 씨는 좋은 사람이야...”다니엘이 말했다.“부 대표님, 저를 죽이고 대신 제 은사님의 목숨은 살려 주십시오.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라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제가 제 은사님 대신 죽겠습니다.”네 사람 모두 신세희를 대신해 용서를 비는 꼴을 구경하는 부소경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 핏줄이 두드러질 정도로 잔뜩 움켜쥔 주먹에서는 연신 관절을 꺾는 소름 돋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손짓 한 번에 스러질 목숨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네 사람은 그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조의찬이 고모의 아들이라는 사실도 마찬가지였다. 잔인한 성정을 타고난 그에게 혈육 간의 애틋한 정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부소경에게 가족이란 자신의 어머니, 눈앞에 있는 여자, 그리고 신유리가 전부였다. 조의찬에게도 별다른 감정이 없었으니 나머지 세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부소경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거기에 신세희는 예외였다. 신세희는 절대 그들을 죽이는 걸 용납하지 않을 터였다. 무던해 보이는 그녀가 실제론 얼마나 상상을 초월하는 짓을 저지를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겐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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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그 말에 놀라 잠시 멍하니 있던 구자현이 이내 부정했다. “그럴 리가요! 남성은 물론 전국에 악랄하기로 소문난 분인데, 그런 사람이 어떻게 공처가란 말이에요? 신세희가 그분을 두려워해야죠. 신세희는 그분의 포로잖아요.”엄선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미련하시군요. 도련님이 왜 그리 먼 곳까지 가서 사모님을 직접 잡아 왔겠습니까?”“죄인이니까요!”엄선우가 흥, 코웃음 쳤다. “사모님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죠. 도련님은 사모님의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있지만 사모님은 도련님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거든요. 그런데도 공처가가 아니에요?”“......”몇 초 뒤 엄선우는 구자현의 옷깃을 잡고 질질 끌고 나갔다. 그녀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엄선우를 회유했다. “엄 비서님, 제발 도련님께 말 좀 해줘요. 얼마나 필요해요? 얼마가 됐든 다 줄게요.”엄선우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사람 잘못 고르셨어요, 아가씨. 이곳에서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는 분은 사모님뿐이에요.”“그럼 사모님께 용서를 구할 기회라도 주세요.”“이제야 그분이 사모님인 게 실감이 납니까?”“네... 네...”잔뜩 기가 죽은 구자현이 대답했다. “늦었습니다.”“......"엄선우는 여전히 가차 없이 그녀를 밖으로 끌고 갔다. “그냥 조용히 구씨 집안의 둘째 아가씨 노릇을 하지 그러셨습니까? 왜 이렇게 더러운 구정물에 발을 담그신 겁니까? 예전에 임서아 씨를 괴롭히실 때 도련님이 전부 눈감아주셨지요? 그건 도련님이 임서아 씨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생각 좀 해보십시오. 임서아 씨와 민정연 씨가 서씨 집안 어르신을 등에 업고도 몰아내지 못한 여인을 혼자서 어떻게 감당하시려고요? 아가씨는 너무 오만했습니다. 아주 멋진 계획이라고 속으로 좋아하셨나요? 서씨 집안, 혹은 부씨 집안 어르신께 죄를 뒤집어씌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도련님이 바보도 아니고.”“정말 날 그곳에 보낼 생각이에요?”“당연하죠.”“안 돼. 아빠, 구경민, 도와줘!”사실 그녀의 핸드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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