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부소경은 이미 그녀를 한번 용서한 적 있었다. 자기 아내를 모욕했음에도 목숨을 거두는 대신 90잔의 벌주를 내리고 은퇴하게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왜 바보같이 이런 사달을 냈단 말인가? 신세희가 자신보다 아래에 위치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그녀를 잘근잘근 짓밟고 싶었다.사실 신세희는 세상만사에 무관심한 단순한 사람이었다. 신세희는 비천한 게 아니라 그저 남들과 겨루기 싫어하고 과시욕이 없었을 뿐이었다. 자신의 멍청했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 부소경은 에일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신세희를 끌어안고 그녀의 코를 슬쩍 막아주었다. 신세희가 에일리의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를 못 견뎌 한다는 걸 아직도 기억하는 것이었다. 하필 오늘 그녀가 뿌린 향수는 그 어느 때보다 진했다. 눈살을 찌푸린 신세희는 도저히 그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부소경의 얼굴을 향해 재채기했다. “아이고.”파티장으로 다시 돌아온 엄선우는 제법 귀여운 제 도련님의 모습에 쉽게 적응할 수 없었다. 사모님이 재채기를 해서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결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부소경은 제 부인의 재채기가 성수라도 되는 것처럼 손수건을 꺼내 닦아내는 것조차 아까워했다. 현장에는 모든 이들은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기만 했다.각 언론사에서는 현장에 파견한 기자들에게 얼른 후속 기사를 내놓으라고 닦달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가십거리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누가 감히 기사를 쓸 수 있겠는가. 기사는 차치하고 이 자리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는지조차 미지수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에일리에게 몰려들었다. 과연 부소경은 에일리를 어떻게 처단할 것인가? 그들은 조금 전 에일리가 어떤 식으로 신세희에게 욕설을 퍼부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건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하여 에일리는 자비를 구걸하지 않고 풀이 잔뜩 죽은 모습으로 신세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만약 모든 게 미안하다는 한마디로 해결된다면, 내가
에일리는 마치 죽은 돼지처럼 끌려 나갔다.겁에 질렸다는 표현만으로 남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죽음의 냄새가 끊임없이 그들의 코끝을 찌르는 것만 같았다.부소경은 뱉은 말을 꼭 지키는 사람이었다.이윽고 네 명의 남자에게 그의 싸늘한 시선이 닿았다. 조의찬, 서준명, 구서준, 다니엘은 귀부인들처럼 오줌을 지리거나 하는 추태를 보이진 않았다.부소경이 그들을 바라보는 순간에도 조의찬은 평온한 얼굴로 의연하게 입을 열었다.“죽이든 살리든 형 마음대로 해. 날 잘근잘근 다져서 똥통에 처박아도 괜찮아. 그렇지만 우리 엄마는 형의 고모잖아. 게다가 우리 부모님은 6년 전에 부씨 집안의 가족 싸움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부모님들은 내버려 두면 안 될까?”“할 말 끝났어?”부소경이 짧게 반문했다.“아니.”조의찬이 받아쳤다.“계속해봐.”부소경이 차갑게 코웃음 쳤다.“신세희를 놔줘, 불쌍한 여자야. 형, 우리는 모두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세희 씨는 아니야. 어릴 땐 남의 집에 얹혀살았고, 나중엔 감옥에도 가고 홀어머니 밑에서 평생 고생했어. 그런데 이젠 형 옆에서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해. 임서아에겐 정부 취급이나 당하고 있고, 여기 여자들한텐 온갖 모욕을 당했어. 도대체 세희 씨가 뭘 잘못했는데? 반격할 힘조차 없는 연약한 여자를 꼭 괴롭혀야겠어? 게다가 세희 씨는 형의 목숨을 구해주기도 했고 형을 위해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까지 낳아줬잖아. 인제 그만 세희 씨를 놓아줘. 만약 형이 세희 씨를 놓아준다면, 산 채로 내 살을 발라내도 괜찮아. 편히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아도 돼, 화풀이하고 싶다면 계속 날 괴롭혀도 상관없어. 신세희만 풀어준다면 난 형의 개노릇도 할 수 있어.”조의찬의 말을 들은 신세희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만 해요!”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부소경을 힐끔 바라보았다.늘 눈앞에 놓인 자신의 상황에 초연했던 그녀였지만, 조의찬의 말을 듣는 순간 어쩔 수 없이 가슴이 저렸다.신세희는 강철로 빚어진 사람이 아니
신세희가 평온하게 말했다. “그럼 나도 함께 죽여요.”“......”그녀의 얼굴에 처량한 웃음이 걸렸다. “농담하는 것도 아니고 막 나가겠다는 것도 아니에요. 나는 단지 이런 롤러코스터 같은 삶에 신물 났을 따름이에요. 우리 유리를 봐서라도 제발 날 좀 죽여주면 안 돼요? 어떤 식으로 고통스럽게 죽이든 상관없어요. 한 번만 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비난받는다면 내가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요.”그녀는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딱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치 옛날의 노예처럼 경매장 무대 위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품평 당하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그녀를 원하는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노예상들의 온갖 구박과 모욕을 견뎌내야 하는 처지인 것만 같았다. “세희 씨,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요!”서준명이 그녀를 꾸짖었다. 구서준도 말을 보탰다. “삼촌, 세희 씨는 좋은 사람이야...”다니엘이 말했다.“부 대표님, 저를 죽이고 대신 제 은사님의 목숨은 살려 주십시오.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라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제가 제 은사님 대신 죽겠습니다.”네 사람 모두 신세희를 대신해 용서를 비는 꼴을 구경하는 부소경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 핏줄이 두드러질 정도로 잔뜩 움켜쥔 주먹에서는 연신 관절을 꺾는 소름 돋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손짓 한 번에 스러질 목숨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네 사람은 그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조의찬이 고모의 아들이라는 사실도 마찬가지였다. 잔인한 성정을 타고난 그에게 혈육 간의 애틋한 정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부소경에게 가족이란 자신의 어머니, 눈앞에 있는 여자, 그리고 신유리가 전부였다. 조의찬에게도 별다른 감정이 없었으니 나머지 세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부소경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거기에 신세희는 예외였다. 신세희는 절대 그들을 죽이는 걸 용납하지 않을 터였다. 무던해 보이는 그녀가 실제론 얼마나 상상을 초월하는 짓을 저지를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겐 안 되지
그 말에 놀라 잠시 멍하니 있던 구자현이 이내 부정했다. “그럴 리가요! 남성은 물론 전국에 악랄하기로 소문난 분인데, 그런 사람이 어떻게 공처가란 말이에요? 신세희가 그분을 두려워해야죠. 신세희는 그분의 포로잖아요.”엄선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미련하시군요. 도련님이 왜 그리 먼 곳까지 가서 사모님을 직접 잡아 왔겠습니까?”“죄인이니까요!”엄선우가 흥, 코웃음 쳤다. “사모님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죠. 도련님은 사모님의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있지만 사모님은 도련님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거든요. 그런데도 공처가가 아니에요?”“......”몇 초 뒤 엄선우는 구자현의 옷깃을 잡고 질질 끌고 나갔다. 그녀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엄선우를 회유했다. “엄 비서님, 제발 도련님께 말 좀 해줘요. 얼마나 필요해요? 얼마가 됐든 다 줄게요.”엄선우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사람 잘못 고르셨어요, 아가씨. 이곳에서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는 분은 사모님뿐이에요.”“그럼 사모님께 용서를 구할 기회라도 주세요.”“이제야 그분이 사모님인 게 실감이 납니까?”“네... 네...”잔뜩 기가 죽은 구자현이 대답했다. “늦었습니다.”“......"엄선우는 여전히 가차 없이 그녀를 밖으로 끌고 갔다. “그냥 조용히 구씨 집안의 둘째 아가씨 노릇을 하지 그러셨습니까? 왜 이렇게 더러운 구정물에 발을 담그신 겁니까? 예전에 임서아 씨를 괴롭히실 때 도련님이 전부 눈감아주셨지요? 그건 도련님이 임서아 씨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생각 좀 해보십시오. 임서아 씨와 민정연 씨가 서씨 집안 어르신을 등에 업고도 몰아내지 못한 여인을 혼자서 어떻게 감당하시려고요? 아가씨는 너무 오만했습니다. 아주 멋진 계획이라고 속으로 좋아하셨나요? 서씨 집안, 혹은 부씨 집안 어르신께 죄를 뒤집어씌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도련님이 바보도 아니고.”“정말 날 그곳에 보낼 생각이에요?”“당연하죠.”“안 돼. 아빠, 구경민, 도와줘!”사실 그녀의 핸드폰은
신세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남자들은, 구자현이 하려던 큰 일을 망쳤다.특히 부소경은 그녀의 모든 계략을 다 꿰뚫어보고 있었다.이 순간, 구자현은 자신이 실패가 엉망이라고 생각했고, 하마터면 목숨이 날아갈 뻔했다.그래도 구씨 가문은 부소경에 안중에 어느정도 있었다.그러나 이 순간 구자현은 자신의 목숨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이때, 작은 연회장 안, 부소경은 구경민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소경아, 우리 삼촌 군용 함정 두 대로 딸들을 바꾸시겠다는데, 이 거래 꽤나 괜찮지 않아? 삼촌 거 군용 함정 그거 캐나다에 특화된 초대형 함정이야.”부소경의 표정은 평온했다. “구자현이랑 구선예는 우선 나한테 잡혀 있으니까 함정 두 척이 내 손에 들어오는 대로, 딸들을 놓아드릴 거야. 경민아, 네 아저씨한테 말씀 좀 전해줘, 내가 이번에 널 봐서 이 딸들을 놓아주는거지, 만약 네가 아니었더라면 두 딸은 목숨도 못 건졌을 거라고, 그리고 그 함정 두 척도 똑같이 부소경 거라고. 언젠간 내가 가져왔을 거니까.”전화 너머 구경민이 웃었다. “네가 우리 삼촌을 위협하고 싶은 거라면 난 불만 없어. 내가 걱정하는 건 내 조카 구서준이야, 걔는 괜찮지?”이때, 부소경과 형제 같은 사이인 구경민 조차도 부소경이 구서준을 어떻게 할지 몰랐다. 구경민과 부소경은 형제처럼 친했고, 그렇기에 그는 부소경이 지독하고 질질 끌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걸 알았다.이쪽에서 부소경은 무기력하게 말했다. “신세희가 이미 걔네 살려달라고 부탁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내가 네 조카를 가만히 둘 거라고 생각했어?” “뭐라고?” 구경민은 궁금해서 물었다. “누가, 누가 부탁을 했다고? 신세희? 그 너랑 평생 함께할 그 사람 말하는 거야?”“아니면 또 누가 있겠어?” 부소경은 무섭게 말했다.“우리 제수씨 신세희가 너한테 부탁해서 네 라이벌들을 놓아주라고 했다면, 그들이 다 누구야? 내가 대충 맞춰볼게, 조의찬 그 자식은 분명 있겠지. 6년전에 제수씨가 그 자식을 구해준 이후로
신세희는 넋을 놓고 길가에서 미친 사람처럼 자신을 저주하고 있는 구자현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때, 부소경에게 한 팔로 안겨 있던 신세희는 의문점이 생겼다. 그녀는 부소경과 구자현의 관계가 일반적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부소경이 구자현에게 매정할 줄은 몰랐다. 신세희는 고개들어 부소경을 보았고, 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소경은 바닥에 앉아 있는 민정연을 흘낏 보았다. 그는 민정연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었다. 그저 자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아는 양딸이라고만 생각했다. 양딸은 사실 별 거 없다. 신세희도임씨 가문의 양딸이니 말이다. 하지만 양딸이 하늘 끝까지 거만해서 자신이 남성의 공주라도 되는 것 마냥 행동했고, 그런 그녀가 부소경의 눈에는 벌레보다도 못 했다. 민정연은 울상으로 제대로 말도 못 했다. “도… 도련님, 제 사촌 오빠를 봐서라도 저를…” 그녀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말을 잇지 못 했다. 사실, 사촌 오빠 서준명도 겨우 목숨을 건졌으니 말이다. 게다가 서준명도 방금 그녀를 때리려 했고, 이 순간 사촌 오빠는 절대 그녀를 대신해서 부탁해줄 수 없었다. 그래서 민정연은 말을 하다 말았다. 부소경은 이 여자를 보기도 귀찮아서 여유롭게 말했다. “엄선우, 처리해.” “도련님, 죽여서 처리할까요 아님 살려서 처리할까요?” “쓰레기들을 살려둬서 뭐해? 너네 집에 냄새 나게 처박아 두게?” 부소경은 아무렇지 않게 반문했다. “네 도련님! 이해했습니다.” “깨끗하게 해.” 부소경이 덧붙여 말했다. “네, 도련님!” 말이 끝나고 엄선우는 한번에 민정연을 일으켰다. “가시죠, 아가씨.” “아니......”이 순간, 민정연은 자신도 자신이 쓰레기가 된 기분이었다. 깨끗하게 해. 겨우 한 마디지만, 충분히 부소경이 민정연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는 걸 나타냈다.적어도 부소경은 구자현 그녀들과 미운정이 있으니 특별히 어떻게 처리하라고 지시를 내렸지만, 민
부소경은 그래도 그들의 체면을 지켜줄 것이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평온하게 서준명에게 말했다. “준명아, 서씨 가문은 원래 성이 다른 여자애를 키울 의무가 없었는데, 이 여자는 너네 서씨 가문 세력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죽을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뿐더러, 너희 서씨 가문의 명성을 망가트리지 않았겠지. 이렇게 하자, 오늘 내가 너네 서씨 가문을 대신해서, 여기 있는 민씨를 서씨 가문에서 떠나게 해줄게. 그러니까 도와주지 마.” 이 말을 했다는 건 민정연의 목숨을 살려주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듣고 있던 민정연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서씨 가문에게 그녀를 돕지 말라고 했다. 그럼 그녀는 어디에 의존해서 살아가야 할까? 그녀는 지금까지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대학을 나왔지만 생존하는 법을 몰랐다.모를 뿐만 아니라, 그녀가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들은 다 최고급이었다. 한 달에 몇 천만원씩 쓰면서 이미 사치스럽게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데, 갑자기 그녀에게 모든 경제적 지원을 끊어버린다고? 그럼 민정연은 3년도 안돼서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빈털터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급할 건 없었다. 이 3년동안, 그녀가 절약하는 법을 배우고, 먹고 사는 법을 배우면 그만이었다. 살아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부소경은 또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엄선우, 은행쪽에 말해서, 민씨 아가씨 모든 자산 다 동결시키라고 말해.” 민정연 :”당신… 당신이 뭔데…” 한 마디를 끝내기도 전에 그녀는 부소경이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걸 보았다. “뭐라고 했어?” “아…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도련님.” 민정연은 거의 도망가듯이 이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이 연회장에서 폭설로 신세희를 공격했던 사람들, 신세희에게 빠져나갈 기회를 주지 않았던 사람들은 하나씩 벌을 받았다. 그 누구도 찍소리 하지 못 했다. 한 때 부소경에게 달라붙기 위해 신세희를 짓밟던 부잣집 여자들은, 다들 미
이 비명소리를 들으며 기자들은 아무 소리도 못 냈다. 한 사람의 중요부위를 망가트린 부소경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았고, 손에 있던 총을 엄선우에게 주면서 말했다. “병원 쪽에 여자한테 빌붙어서 살려고 하는 이런 남자는 어차피 앞으로 남자로 살 지도 못 하니까 치료해주지 말라고 전해.” “네, 도련님.” 엄선우가 대답했다. “그리고, 너무 시끄러우니까 좀 닥치라고 해.” 부소경은 또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몸을 웅크리고 자신의 피바다 안에서 울부짖던 남자는 자연스럽게 입을 닫았다. 그는 바닥에서 기면서 엄선우 앞으로 다가와 바보같이 그에게 물었다. “제가 어떠한 대답을 해도 다 틀렸을 거고, 도련님은 저를 망가트리셨겠죠?” 엄선우는 그의 목을 밟았다. “당신이 사람이에요? 그 많은 여자들이 여자 하나 괴롭히는 건 그렇다 쳐도, 당신은 남자잖아요! 부인을 본 적 있었어요? 당신한테 잘못한 게 있었어요? 부인이랑 안고 있는 사진을 합성해서 인터넷에 올리고 온 네티즌들이 다 욕을 하게 만들었잖아요! 당신 뭐 어디 바닥에서 돌을 비집고 태어난 거예요? 본인 어머니가 낳아준 자식 아니냐고요!” 남자:“윽......” 그는 후회했다. 하지만 세상에 후회를 되돌릴 약은 없었다. 이 순간 이미 파티장 안엔 사람이 없었고, 지금 피바다가 된 바닥에 누워 있는 남자만 남아있었다. 기자들은 그를 감히 볼 수 없어서 모두 가만히 부소경과 신세희만 바라봤다. 부소경은 한 팔로 신세희를 안은 뒤,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가려했다. 이때의 신세희는 꿈에서 막 깨어난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담담한 듯 무고했고, 특히 부소경이 품에 안고 있으니, 그의 듬직함과 그녀의 가녀림, 그의 매서움과 그녀의 담담함, 이런 두 사람이 함께 있으니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었다. 기자들은 멍해졌다. 지금에서야 그들은, 모든 부잣집 여자들의 공격을 받은 이 여자는 부소경 앞에서도 겁을 먹지 않고, 표정 하나 안 바뀌고, 이 일이 마치 자신과 무관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