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선희 언니, 언니 돌아오실 수 있으세요?”쓸쓸하게 떠난 서준명의 뒷모습을 보며 염선의의 마음속에도 가을 잎이 떨어지는 것 처럼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졌다.문득 이 세상에 쉽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모두가 시련을 견디고 있는 것 같았다.엄선희의 부모님도, 엄선우도, 서준명도 시련을 겪고 있었다.특히 아이 둘까지 생긴 엄선희가 아직 살아있다면 정말 어디선가 큰 아픔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사람은 누구나 고통을 인내하며 살아간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염선의는 자신의 그까짓 고민이 뭐가 대수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일부러 신세희에게까지 가서 도움을 청하다니.정말 말썽이야!염선의는 스스로를 꾸짖었다!한바탕 꾸지람이 끝난 뒤 그녀는 또다시 돌아가 엄선희의 부모님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고 그제야 엄선희의 집에서 나왔다.아파트 대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염선의는 곁눈질로 미루나를 발견했다.구석에 서 있던 미루나는 사실 염선의의 시선을 피할 수 있었다.그러나 실수로 염선의에게 들켜버리고 말았다.염선의는 미루나에게 다가가 정색하며 물었다.“서씨 도련님이 그러시던데, 도련님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고요?”미루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배우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저도 조금은 압니다, 당신 같은 직업은 절대 쉽지 않을 거란 걸 말이죠, 특히 무명 배우들은 제일 밑바닥에 있을 때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죠. 하지만 미루나 씨,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서씨 도련님은 아내와 아이가 있으십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정말 많이 사랑하고요, 그러니 당신과 그 어떤 관계도 있을 수 없습니다. 사실 제가 간섭할 권리는 없지만 단지 알려줄 건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요. 당신도 알다시피 여기는 도련님의 장인, 장모 댁이고 여기서 어르신들을 지켜본다 해서 아무 소용이 없어요. 앞으로 어르신들을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말아 주시겠어요? 두 어르신은 가엾게도 딸은 행방불명인데다 나이까지 있으신데 자꾸 찾아와서 이렇게 생활에 영향 주게 된다면 어떻게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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