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171 - 챕터 180

2823 챕터

제171화

신세희는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이미 탈진한 상태라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이런 그녀의 상태를 훤히 꿰뚫어 본 임서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미소 지었다."얘, 세희야, 너랑 난 그래도 의매잖니. 넌 우리 집에서 8년이나 함께 지냈어. 부모님은 널 딸처럼 여기시면서 먹이고 입혀주셨고 나도 널 언니처럼 따랐다고. 그런데 진실을 말해줘도 어떻게 그걸 농담 취급할 수 있어? 오늘은 내 결혼식 날이야. 내가 농담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사실 신세희는 임서아가 그녀에게 농담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스스로 인정할 수 없었을 뿐이었다.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낸 임서아가 한 동영상을 신세희에게 보여주었다."이걸 봐."저도 모르게 동영상으로 눈길을 돌린 신세희의 표정에 대번에 놀라움이 번졌다.영상 속 장소는 산 중턱의 별장이었다. 바로 3개월 전 그날 밤 그녀가 갔던 곳 말이다.신세희는 낡고 오래된 그 별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카메라가 천천히 클로즈업되면서 대문을 지나쳐 흐릿한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자신도 가본 적 있는 방이었다.그러나 영상 속의 방은 지난번처럼 어두컴컴하진 않았다. 대신 누런 조명이 켜져 있었다.희미한 조명 아래 수염이 덥수룩하고 수척한 남자가 앉아 있다.카메라가 그 남자의 얼굴을 가까이하자 신세희는 비로소 그가 부소경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정말 부소경이었다니!눈물이 두 볼을 타고 툭 떨어졌다. 그에게도 이렇게 초라한 시절이 있었단 말인가?"똑똑히 봤지? 이젠 좀 내 말이 믿어져? 내 남편이 확실하지? 맞아, 이 영상은 네가 그 사람과 하룻밤을 보내기 보름 전에 촬영한 거야. 그때 아빠가 부소경의 소재를 그의 맏형인 부소건에게 보고하려고 찍은 영상이지. 이렇게 네가 보게 될 줄은 몰랐지만."임서아가 만족스럽다는 듯 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경악하고 발악하다가 나중에는 체념하는 신세희의 모습을 꼭 보고 말리라 다짐했다.아니나 다를까 벌떡 일어난 신세희가 히스테릭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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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신세희가 딱딱한 어조로 물었다."임지강이 겉으로는 부소건 편을 드는 척하면서 몰래 나를 내세워 부소경에게 잘 보이고 있었다고?"임서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런 건 아니고. 네가 누구의 비위를 맞추는 걸 도울 주제나 되는 것 같아? 아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어. 너는 그저 죄수일 뿐이었지, 감옥에 갇힌 죄수 말이야.아빠는 사실 부소건 쪽으로 더 치우치셨어. 왜냐하면 그는 명실상부한 부씨 집안의 큰 도련님이니까. 몰래 부소경을 도와준 건 단지 일종의 보험이었던 거지. 혹시라도 부소경이 판을 뒤엎으면 어떡해? 그래도 대비는 해야 할 거 아니야. 부소건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도 우리 아빠였어. 그는 부소경을 죽이는 일도 우리 아빠한테 맡겼지. 사실은 그냥 창녀 하나 구해다 쓰고 없애버리라고 했거든? 하지만 우리 아빠는 매우 꼼꼼한 분이시잖니. 어차피 없앨 거 감옥에 있는 사람이어도 괜찮겠다 싶으셨던 거야. 다 쓰고 나면 다시 감옥에 돌려보내면 되니까. 만약 부소경이 정말 죽기라도 한다면 너에게 탈옥해서 살인을 저지른 죄를 뒤집어씌워 사형에 처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이렇게 배은망덕한 수양딸을 제거해버린다면 나중에 번거롭지도 않을 거고, 부소경도 제거할 수 있고, 무엇보다 부소건의 일등 공신도 될 수 있잖아. 이거야말로 일석삼조 아니겠어?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부소경이 판을 뒤집었을 때 우리 아빠가 부소경을 구한 일등 공신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었지. 그때가 되면 그를 구한 여자는 네가 아니라 바로 나, 임서아가 될 테고 말이야. 나는 그의 목숨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아이도 임신한 셈이지. 하하, 신세희, 우리 임씨 집안의 계책이 정말 훌륭하지 않니?"신세희의 입가에 조용히 쓴웃음이 맺혔다."정작 그의 목숨을 구해준 여자는 임서아 네가 아니라 나인 거고, 그의 아이를 밴 여자도 나였던 거야.""맞아!"임서아가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네 가족은 이걸 다 알고 있었어?"신세희가 물었다."당연한 거 아니야? 신세희, 우리 아빠가 널 감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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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신세희는 멍하니 임서아를 쳐다보았다. 입은 꾹 다문 채로 눈동자는 흐리멍덩하니 초점도 없어서 꼭 마치 백치 같았다.이 모습에 임서아는 더욱 기뻐하며 그녀를 자극하려 들었다."왜냐하면, 네가 어제 부씨 저택에서 상류층 전체의 미움을 샀을 뿐만 아니라 내 남편 부소경의 눈 밖에도 났으니까. 넌 네 휴대폰을 박살 내면서 모든 사람에게 앞으로 다시는 운성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고 다시는 부소경과 얽히는 일이 없을 거라고 단호하게 말했잖아. 어제 그렇게 맹세해놓고 오늘 바로 내 남편을 찾아가면 우리 그이가 널 어떻게 생각하겠어. 흠, 잔인한 내 남편의 성정으로 보았을 때 당장 너를 걷어차 버리지 않을까? 맞아, 그이는 분명 네 배를 뻥 차버릴 테지. 아아, 정말 너무 재미있는 구경거리겠어. 하하하."생각할수록 너무 훌륭한 계책 같았다.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역시 자신의 엄마인 허영뿐이었다.사실 이 계책은 허영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심지어 임지강도 몰랐다.허영은 당시 임서아에게 이렇게 당부했었다."신세희를 완전히 없애버리려면 생각을 비틀기도 해야 하거니와 위험한 수도 둘 줄 알아야 해. 이 사건의 진실을 신세희에게 알리는 거야. 그 애 배 속에 품고 있는 아이야말로 부소경의 친자라는 사실을!"허영의 이런 계책을 들은 임서아는 가슴이 철렁했다."엄마, 그러면 신세희는 반드시 소경 오빠를 찾아가 한바탕 난리를 피울 거라고. 그럼 우린 끝난 거 아니야?""바로 그거야. 난리를 피울수록 부소경은 점점 더 그년을 혐오할 거란다. 만약 신세희가 결혼식 날에 소란을 피운다면, 설령 부소경이 화를 내지 않더라도 부씨 집안 어르신의 그 불같은 성정으로 보았을 때 당장 지팡이로 그년의 배를 쳐버리지 않고는 못 배길걸? 그럼 아이도 함께 사라지는 거야."허영이 악독한 표정을 지으며 임서아를 구슬렸다.생각할수록 훌륭한 계략이었다."정말 잘 됐다, 역시 엄마야!"허영은 더욱 기고만장하게 말했다."만약 부소경도, 어르신도 신세희에게 손을 대지 않더라도 우리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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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케이스는 텅텅 비어있었다.'감히 나를 속여?'임서아는 식탁 위로 거칠게 케이스를 내던졌다.직원이 임서아에게 따졌다."손님, 가게에서 이렇게 행패를 부리시면 안 됩니다!""돈을 더 내면 될 거 아니야!"임서아는 십만 원을 꺼내 탁자 위에 던지고는 가방을 챙겨 가게를 나섰다.직원이 뒤에서 구시렁거렸다."돈이 많으면 다야? 저런 지랄맞은 성격으로 평생 결혼은 꿈도 못 꿀 거다."갑자기 몸을 홱 돌린 임서아가 직원을 거만하게 쳐다보았다."이런 데서 서빙이나 하는 불쌍한 알바생아, 잘 들어. 오늘이 바로 내 결혼식 날이란다. 우리 남편이 누군지 알아? 그이는 널 한 손으로 짓이겨버릴 수도 있는 사람이야."직원은 임서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몸을 흠칫 떨었다.임서아가 싸늘하게 미소 지었다."내 남편은 이 남성에서 가장 권력 있는 사람인 부소경이라고. 부소경 몰라? 우리 오늘 결혼해! 질투나 죽겠지? 나는 남성의 모든 여자가 날 질투했으면 좋겠어. 이제부터 내가 부씨 집안 안주인이니까. 하하하!"광기 가득한 임서아가 분식집을 나섰다.부아가 치밀어 오른 직원은 침을 뱉듯이 읊조렸다."결혼식 거하게 망해버려라."임서아가 미처 듣지 못한 저주였다.분식집을 나선 임서아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겨우 1, 2분 남짓한 시간에 신세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설마 충동적으로 차도로 뛰어들어 자살한 건 아니겠지?'재미없긴.'임서아는 신세희가 알아야 할 두 가지 비밀을 준비해둔 참이었다. 그러나 미처 두 번째 비밀을 알리기도 전에 떠나버리다니.'그 초라한 월셋집으로 돌아갔겠지?'임서아는 빈민촌에 가서 신세희의 모습을 다시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했던 터라 바로 돌아가서 메이크업을 받아야 했다. 그녀는 반드시 이 운성에서 가장 빛나는 신부가 되어야 했다.임서아는 아쉬운 마음을 안고 자신의 스포츠카를 타고 돌아갔다.한편 넋이 나간 신세희는 터덜터덜 골목길을 걸으며 임서아의 말들을 곱씹었다.배 속의 아이가 부소경의 아이라니!드디어 임씨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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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부소경이 바로 그날 밤 그 남자였다.벅차오른 신세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바보처럼 웃었다."아이 아빠가 살아있었어? 그것도 부소경이라니. 하느님, 제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어떻게 아셨나요. 절 도와주시는 거죠? 이젠 아이에게도 아빠가 생기게 되는 거죠? 우리 아이는 자기 아빠처럼 인정받지도 못한 채 쫓기듯 살 필요는 없겠죠? 부소경 씨는 꼭 저와 제 아이를 인정해주겠죠? 네?"신세희는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초라한 월셋집으로 달려갔다.그녀는 달리면서도 고개를 위로 젖히고 때론 웃다가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그녀를 발견한 행인들은 저마다 수군거렸다."봐봐, 바로 저 여자야, 명문가에 연줄이 닿고 싶어서 안달 난 여자. 두 남자 사이에 끼어 있던 그 영상 봤었어? 그런데 지금은 아마 영상들이 다 내려갔을걸?""부잣집 도련님을 둘이나 끼고도 왜 아직도 이런 빈민촌에 살고 있대?""고작 저런 여자가 부잣집 도련님과 그렇고 그런 관계를 맺는다고? 그 사람들 눈은 장식이겠어? 하물며 몇조 원의 자산을 가진 그들 부모가, 그런 거물급들이 그렇게 멍청할 리가 없잖아!""다 저 여자가 주제를 몰랐던 거지. 그런 동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확 뜰 거라고 생각했나 봐. 그런데 그 영상은 풀린지 고작 하루 만에 말끔히 지워졌잖아.""그 잘난 상류층 사람들이 자기네 도련님들의 스캔들을 가만히 두고 볼 리가.""저 여자는 그저 상류층의 가벼운 웃음거리일 뿐이야.""휴, 불쌍해라.""자업자득이라고!"지나가는 이웃들은 신세희를 보며 별말을 다 지껄였지만 그녀의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월세방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휴대전화가 깨졌으니 부소경도, 조의찬도, 서시언의 연락처도 찾을 수 없었다. 불현듯 어제 오후 서준명이 그녀에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꼭 연락하라고 남겼던 연락처가 떠올랐다.그때 화가 난 그녀는 그의 연락처를 바로 쓰레기통에 버렸었다.하지만 아침 일찍부터 임서아와 약속을 잡았기에 미처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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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서준명은 잠시 멈칫하다가 침착하게 물었다."신세희 씨, 뭐라고 하신 거죠?""서준명 씨, 저를 도와주실 수 있다고 하셨죠? 한 번만 도와줘요, 부탁할게요. 어제 휴대폰이 깨져서 연락처가 모두 사라졌어요. 지금 당장 부소경 씨를 만나야 하는데, 그 사람이 오늘 어디에서 결혼식을 하는지 알려줄 수 있나요? 반드시 그 사람을 만나야 해요. 부탁드려요, 서준명 씨.""세희 씨, 진정해요. 일단 무슨 일인지 저한테 알려줄 수 있어요? 부소경은 왜 찾으시는 거죠? 오늘은 그 사람 결혼식이에요. 만약 도움이 필요하면 제가 도와드릴게요."서준명이 다시 물었다."아무도 도울 수 없는 일이에요! 오늘 부소경 씨가 임서아와 어디에서 결혼하는지 알려주세요. 부탁드려요!"신세희는 서준명과 가까이에 있던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도 들릴 만큼 매우 다급하고도 큰 소리로 외쳤다.서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부소경의 결혼식에 참석할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서씨 집안 어르신과 부태성 어르신 두 분 사이가 워낙 좋기도 했었고, 부씨 집안의 자손들 모두 서씨 집안 어르신을 존경했다. 더구나 서씨 집안 어르신은 늘 공정하게 모든 사람을 대했었다. 반년 전 부씨 집안의 권력투쟁이 한창 치열하던 때, 부씨 가문의 장손 부소건이 그에게 자신을 도와 부소경을 처리할 것을 부탁드렸을 적에도 이렇게 말했었다."소건아, 소경이는 비록 계승권이 없는 서자이긴 하나, 내 눈엔 그 아이 또한 부씨 가문의 자손이다. 나는 너희 부씨 집안 사람들을 늘 동등하게 생각한단다. 너희 집안의 권력투쟁에서 누가 옳든 그르든 나는 참여할 생각이 없구나. 나는 너를 돕지도 않을 것이고 그 아이는 더더욱 돕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그 누가 권력을 손에 쥔다고 하더라도 나는 변함없는 너희들의 서씨 할아버지란다. 다만 나는 너희들이 서로를 다치게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구나."이 말을 들은 부소건은 그에게 존중을 표했었다.당시 서씨 집안 어르신의 언행은 수동적인 상황에 처해 있었던 부소경에게도 전해졌었고 나중에 부소경이 권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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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부소경은 그녀의 남자였다. 인생의 유일한 남자였고,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아버지였다.그 누구도 그녀에게서 부소경을 빼앗아 갈 순 없었다.특히 임씨 집안이 그랬고, 특히 임소아가 더 그랬다.신세희는 여태껏 가져본 적 없는 흉흉한 증오심을 내비쳤다.신세희가 그렇게 서씨 집안 어르신의 욕설을 묵묵히 듣고 있을 때 서준명이 휴대폰을 다시 가로챘다."세희 씨, 지금 어디예요? 제가 데리러 갈게요."신세희는 그 말에 감정이 북받치듯 울먹이며 답했다."준명 씨, 꼭 데리러 와야 해요, 꼭이요. 전 지금 제가 살았던 월셋집 앞 골목에 있어요. 공중 화장실 바로 옆이요.""네, 알겠어요.""꼭 와야 해요, 기다릴게요!"지금의 신세희에게는 서준명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통화를 마친 신세희는 커다란 자루 두 개를 끌고 맞은 편에 있던 현금 자동 인출기 쪽에 숨어서 문을 닫은 채 조용히 밖을 살펴보았다.한편 서준명은 할아버지를 서재로 모시고 가 책상 위에 있던 사진 한 장을 가리키며 소리쳤다."할아버지! 신세희 씨가 저희 고모의 딸일 수도 있어요! 한 번만 도와주실 수도 있잖아요, 보세요! 고모랑 세희 씨가 얼마나 닮았는지!"비록 오래되어 낡고 바랜 사진이지만, 사진 속 모습이 신세희와 닮았다는 건 분명해 보였다.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노인은 매우 단호하게 외쳤다."그 애가 네 고모의 딸일 리가 없다! 너희 고모가 그리 천한 사람이더냐! 만약 네 고모가 그렇게 허영심 많고 천박한 여자였다면 자존심 하나로 집을 나가는 일도 없었을 게다. 그것도 삼십 년이나! 이 세상에 닮은 사람은 많아, 신세희는 네 고모의 딸이 아니다! 절대로!"서준 명은 더 이상 할아버지와 말을 섞지 않고 문을 박차며 나갔다."당장 돌아오지 못하겠느냐! 당장!"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노인이 노발대발했다.하지만 서준명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차를 몰고 신세희가 말했던 곳으로 향했다.노인은 곧바로 기사에게 명령했다."빠른 노선을 찾아서 반드시 준명이 보다 먼저 그 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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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왜 부소경을 만나려 하는지 내게 말해줄 수 없어요? 무슨 일인데요?"서준명은 비록 신세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처음 본 순간부터 그의 고모와 관련되었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그는 신세희가 그의 사촌 동생이라고 확신했다.몇 번 만나지 않았음에도 핏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 것이리라.그래서 서준명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는 할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피는 물보다 진하건만 할아버지는 아무 느낌이 들지 않는 걸까?모든 사람은 신세희의 인품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서준명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직감이 그러했고, 서시언 또한 그리 말했었다. 그래서 서준명은 신세희가 부소경을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여겼다.그렇게 빠르게 달리는 중에도 신세희는 계속 재촉했다."준명 씨, 혹시 조금 더 빨리 가 주실 수 있을까요? 조금만 더 빨리요."서준명이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세희 씨, 지금은 겨우 오전 아홉 시예요. 결혼식은 열한 시에 시작될 거고요, 부소경 씨가 어디 가진 않을 테니 안심하세요."신세희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 사람의 결혼식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어요. 반드시 결혼하기 전에 만나야 해요.""부소경씨를 사랑하는 건가요?"서준명이 물었다."......"그를 사랑하고 있나?잘 모르겠다.그녀가 감히 이 바닥에서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나 가장 큰 호감을 느낀 사람이 부소경이라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의 과감한 결단력, 냉철함, 진중함, 아주머니에 대한 효심, 그리고 임서아에 대한 책임감. 그의 모든 부분이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어느 순간부터 부소경을 좋아하게 돼버렸다는 사실이었다.부소경의 배경이 좋아서였나? 모르겠다.그전에 부소경을 떠난 것도, 어제 부씨 저택 거실에서 그렇게 모진 말을 한 것도 사실은 부소경과는 절대 이어질 수 없겠다는 마음에서였다.어차피 안 될 거라면 좀 더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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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신세희가 바로 그런 사람이지. 그녀가 얼마나 용감한 사람인지, 그녀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야. 나한테 신세희는 언제나 하얀 달빛 같은 존재였어. 그러니 나는 반드시 그녀를 이 고통 속에서 벗어나게 해줄 생각이야."지금의 서준명은 그녀가 얼마나 용감한 사람인지 조금은 가늠할 수 있었다.어차피 부소경은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으니 아직까진 총각이었고, 고백하는 사람 한 명 늘어났다고 해서 별문제는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서준명은 신세희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고 동시에 그녀가 마음을 접길 바라기도 했다.차는 금세 부소경의 결혼식장 앞에 도착했다.결혼 장소는 조금 외진 곳에 있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산장으로 다소 적적해 보이기까지 했다. 결혼식을 지나치게 성대하게 치르고 싶지 않았던 부소경 때문이었다.하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굳이 요란스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고 나머지는 부소경이 임서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였다.그가 임서아와 결혼하게 된 건 단순히 은혜를 갚는 행위였고 임서아가 그의 아이를 가졌기 때문이었다.그래서 부소경은 결혼식을 최대한 간소화해서 진행시켰으나 여전히 대부분 사람들의 눈에는 부씨 집안의 혼례가 매우 호화로워 보였다.레드카펫이 산장부터 대로변까지 이어졌고 카펫 양쪽엔 각양각색의 생화가 가득 장식되어 있었다. 엄동설한에도 꽃이 활짝 핀 것이었다.결혼식을 축하하러 온 하객들이 끊이지 않았고 산장 밖에는 수많은 차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그 기다란 줄의 끝에서 신세희가 다급히 차에서 내리려는데 서준명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세희 씨, 만약 부소경에게 고백을 하려는 거라면 제 말을 잘 들어야 해요. 지금 여기 사방에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어요. 적어도 수십이고 많게는 백이 넘을 거예요. 이대로 나가면 경호원에게 끌려가 부소경씨는 만나지도 못하게 될 겁니다."신세희가 초조하게 서준명을 바라보았다."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해요?""부소경 씨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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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부소경도,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그의 비서 엄선우도, 부소경의 팔을 잡고 있었던 임서아까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임서아는 신세희가 결혼식에 나타날 것을 예상하긴 했었으나 막상 그녀를 마주하니 두려운 것 또한 사실이었다. 부소경은 신세희를 여전히 아끼고 있었으니까.게다가 예상과 달리 신세희는 울면서 난리를 치지 않았고 매우 침착해 보였다.신세희는 차분하게 부소경과 이야기를 나누려 했다.냉정한 얼굴로 신세희를 바라보던 부소경은 얼음 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뭐라고 한 거지? 다시 한번 말해 봐."신세희가 부소경을 잡으며 말했다."소경 씨, 당신이 왜 임서아와 결혼하려고 하는지 알아요. 당신은 그저 그녀가 당신의 목숨을 구해주어서, 당신의 아이를 가져서 결혼하는 거잖아요. 임서아를 사랑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소경 씨, 그때 그 여자는 임서아가 아니라 바로 나였어요. 당신의 목숨을 구하고 당신의 아이를 가진 사람, 바로 나라고요. 나한테 계속 물었잖아요, 배 속의 아기가 누구의 아이인지. 지금 알려 줄게요, 당신의 아이예요. 그날 밤의 여자도 나였다고요.""개소리 집어치워!"멀지 않은 곳에서 임지강의 팔을 잡고 차에서 내린 허영이 다가왔다. 그녀는 자신의 체면도 내려놓은 채 신세희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우리 집에서 이렇게 배은망덕한 년을 길러냈을 줄이야. 서아와 넷째 도련님 사이를 대체 몇 번이나 방해하는 거니? 예전엔 그렇다 쳐도, 오늘은 넷째 도련님과 우리 서아가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야! 그런데 이 자리에 나타나 이렇게 난리를 쳐? 도련님, 이런 년은 때려죽여도 시원찮습니다!""소경 오빠..."임서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애처롭게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신세희씨는 정말 여전하네요... 분명 어제만 해도 부씨 저택 거실까지 쳐들어와서 맹세하고 갔잖아요? 운성을 떠나겠다고요, 다시는 이곳을 어지럽히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감히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죠? 오빠의 결혼식에 나타나서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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