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30

2452 챕터

제21화

“이연아.”자리에 앉은 한소은은 고개를 들어 오이연을 바라보았다.“만약 나랑 시원 웨이브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면 넌...”“무조건 너지!”오이연은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그녀의 말을 채 듣지도 않고 바로 대답하는 오이연의 모습에 흠칫하던 한소은은 곧 미소를 지었다.사실 오이연은 시원 웨이브에 남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었다. 안정적이고 월급도 나쁘지 않고... 게다가 오이연은 업무능력은 출중했지만 다혈질이라 복잡한 인간관계로 얽힌 직장은 잘 어울리지 않았다.어차피 한소은은 회사를 떠날 생각이었다. 떠나려는 그녀의 발목을 잡는 유일한 요소가 있다면 바로 혼자 남게 될 오이연이었다.혹시나 그녀와의 인연 때문에 회사에서 부당 대우를 받진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그녀였지만 너무나 흔쾌히 그녀를 선택하는 오이연의 모습에 왠지 마음이 따뜻해졌다.적어도 이곳에서 좋은 친구는 얻어 가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어느새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된 두 사람은 싱긋 미소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아, 그럼 정말 신생으로 넘어가기로 한 거야?”말이 나온 김에 더 이상 내숭 떨 필요도 없다는 생각에 오이연이 물었다.“혹시... 나도 같이 넘어가면 안 될까?”행여나 한소은에게 폐가 되는 건 아닐까 조심스럽게 묻는 오이연이었다.보통 개인이나 팀 전체가 스카우트되는 경우는 많지만 한 사람만 데리고 회사를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게다가 오이연은 업계의 유명 인사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비서일 뿐, 신생이 그녀까지 받아줄지 오이연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아, 그건...”한소은은 잠깐 망설였다. 본인도 김서진의 인맥으로 신생에 입사하게 된 마당에 오이연까지 데리고 가는 걸 과연 허락할까... 설령 허락한다 해도 괜히 낙하산이라고 찍혀 왕따라도 당하면 어떡하나...한소은은 여러모로 불안했다.“안 되면 말고. 괜찮아! 다른 데 알아보지 뭐. 학벌 좋겠다, 능력 있겠다. 나 좋다는 회사 하나 못 찾을까 봐?”망설이는 한소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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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노형원은 내가 대중 앞에서 모든 잘못을 인정하길 바라고 있어. 그런 노형원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뭘까?”여전히 어리둥절한 오이연의 눈빛에 한소은은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그쪽한테 불리한 증거들은 이미 회사에서 전부 가져갔고 웬만한 증인들도 전부 노형원한테 매수된 상태인데... 또 누가... 설마... 나?”뭔가 깨달은 듯한 오이연이 손가락으로 스스로를 가리켰다.“그래, 언니. 내가 증언해 줄게.”오이연은 갑자기 기세등등한 얼굴로 말했다.“노형원 그 인간의 가면을 내가 싹 다 벗겨버릴게.”하지만 한소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러지 마. 넌 멀리 휴가나 다녀와.”“휴가?”“그래. 노형원이 원하는 건 누구도 날 위해 증언해 주지 않는 거야. 지금 네가 휴가를 떠난다면 노형원은 아주 만족스러워할걸?”지금 오이연이 갑자기 사직서를 낸다면 노형원은 오이연이 그를 배신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라 생각하고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좋은 선택일 수도.하지만 오이연은 한소은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언니, 지금 내가 도망쳐버리면 언니는 어떡해!”“바보야. 걱정하지 마.”한소은이 싱긋 미소 지었다.“그리고 이 언니가 다 생각이 있다고. 나랑 같이 일하고 싶다며? 앞으로 훨씬 더 바빠질 테니까 미리 푹 좀 쉬고 오라고.”마음속의 의문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한소은의 결연한 눈빛에 오이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언니 말대로 할게.”작업실에서 나와 도로에서 택시를 잡던 한소은 앞에 블랙 마이바흐 한 대가 멈춰 섰다.창문이 내려오고 김서진의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타요.”잠깐 망설이던 한소은이 차에 탔다.“여긴 무슨 일로 왔어요?”그녀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왔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왜요? 싫어요?”김서진이 어깨를 으쓱했다.“당연히 아니죠!”한소은은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그냥 조금 놀라서요.”“이것도 서프라이즈라고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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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그렇게 도로를 한참 달리고 미행으로 의심되는 차량을 따돌렸을 무렵, 한소은이 입을 열었다.“노형원 그 자식... 내가 신생과 컨택하는 건 아닌지 확인하려고 사람을 붙인 게 틀림없어요.”“왜요? 노형원한테는 신생으로 안 갈 거라고 말했어요?”김서진이 눈썹을 씰룩거렸다.“아니요. 전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뭐, 노형원은 날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한소은이 노형원에게 약속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뭐 노형원은 그의 달콤한 말에 그녀가 또 넘어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말이다.뭐든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쉽다고 하지 않는가? 한 번 속인 이상 두 번이라고 못 속일까라고 생각하는 거겠지.하지만 노형원이 모르는 게 하나 있었다. 과거의 한소은은 노형원에게 모든 사랑과 신뢰를 주었지만 상사로서의 배신과 애인으로서의 바람을 목격한 순간, 공들여 쌓았던 신뢰와 사랑의 탑은 와르르 무너져버렸음을 말이다.“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요?”그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존중하겠지만 괜히 궁금해진 김서진이 물었다. 솔직히 말하면 한소은에게 상처를 준 노형원 그 자식에게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제 김서진은 안다. 한소은은 그의 보호가 필요할 정도로 나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한소은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노형원 그 인간이 기자회견을 열겠대요. 그리고 나더러 모든 책임을 다 짊어지라네요?”“그래요?”아무렇지 않은 척 되물었지만 김서진의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언제 열기로 했는데요?”“뭐 딱히 말은 안 했지만 빠르면 오늘 밤, 늦어도 내일쯤이지 않겠어요?”“왜요?”“하루라도 빨리 해결하고 싶을 테니까요.”한소은은 고개를 돌려 말을 이어갔다.“어젯밤 일로 노형원은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죠. 서원 웨이브의 명성에까지 영향을 미쳤으니 한시라도 빨리 해결하고 싶을 거예요.”“그래서요? 인정할 생각이에요?”“내가 미쳤어요?”한소은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내 몫이었던 걸 전부 다 되돌려 받을 거예요.”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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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그런 한소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챈 듯 김서진이 웃음을 터트렸다.“스토킹은 내 취향 아니에요. 그렇게 큰 소리로 울어대는데 모르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김서진이 손가락으로 한소은의 배를 쿡쿡 찔렀다.그제야 배에서 울리는 우렁찬 꼬르륵 소리를 눈치챈 한소은의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스카이가든 레스토랑.김서진이 그녀와 함께 온 이곳은 독특한 인테리어와 끝내주는 경치로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손꼽히는 곳이었다.게다가 양식을 주로 다루는 다른 팬시 레스토랑과 달리 이곳은 한식당이었다. 물론 명성에 걸맞게 가격도 굉장했고 적어도 한 달 전에는 예약을 걸어야 할 정도로 웨이팅도 심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레스토랑의 일부 테이블은 VIP 고객 전용석으로 항상 남겨두곤 했는데 그 VIP 고객 중 한 명이 바로...그녀의 앞에 앉아 우아한 몸짓으로 메뉴판을 받아든 남자, 김서진이었다. “주문해요.”김서진이 그녀에게 메뉴판을 건넸다.“저희가 새로 궁중 요리 시리즈를 출시했는데 한 번 보시겠어요?”웨이터가 친절한 목소리로 소개했다.“궁중 요리 괜찮아요?”한소은이 고개를 들어 김서진을 바라보았다.“난 소은 씨만 좋다면 뭐든 좋아요.”김서진이 싱긋 웃었다.하지만 메뉴판의 가격을 확인한 한소은은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세상에... 밥 한 끼에 이 정도 돈을 쓰는 사람들이 정말 있었구나...“왜 그래요?”한참이 지나도 아무 말 없는 한소은의 모습에 김서진이 물었다.“아, 그냥 다 맛있어 보여서 뭘 시켜야 할지 모르겠네요?”한소은의 난감함을 읽었는지 김서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일단 시리즈 추천 요리들 주문할게요. 다른 건 천천히 보면서 추가로 더 주문하는 걸로 하죠.”“알겠습니다.”웨이터는 공손하게 허리를 숙인 뒤 자리를 떴다.웨이터가 자리를 뜨자 한소은은 아예 메뉴판을 덮어버렸다. 메뉴 하나에 십만 원대인 요리를 더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한소은이 결코 가난한 건 아니었다. 그저 항상 안주인으로서 근검절약해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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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정말 괜찮아. 언니 말대로 해. 그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잖아. 이참에 푹 쉬어. 앞으로는 쉬고 싶어도 못 쉴 테니까.”한소은이 농담조로 말했다.고집을 굽히지 않는 한소은의 모습에 오이연도 포기했는지 한층 누그러든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그래도 혹시 내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 알지?”“그래. 잘 갔다 와.”전화를 끊은 한소은은 그녀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김서진과 시선이 마주쳤다.“왜 그래요?”“오이연 씨가 이 사건에 휘말리는 게 싫어서 잠깐 떠나라고 한 거예요?”단박에 그녀의 속셈을 눈치챈 김서진이었다. 한소은은 흠칫하다 싱긋 미소 지었다.“뭐... 그런 이유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물을 한 모금 마시고 한소은은 말을 이어갔다.“이연이는 내 조수로 일했던 아이예요. 제가 이룬 모든 것들 이연이와 함께 이뤄낸 거나 마찬가지라고요. 노형원 그 인간이 나한테 모든 걸 뒤집어 씌우려고 한 이상, 증거를 잡기 위해 이연이한테도 자료를 요구할 거예요. 만약 계속 서원 웨이브에 묶여있다면 이연이 입장이 더 난처해지겠죠. 그러니까... 일단 잠깐 피해 있는 게 이연이한테도 저한테도 더 좋은 선택이에요.”말을 마친 한소은은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역시 비싼 요리라 그런지 정갈한 플레이팅부터 맛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이렇게 마음 편히 식사를 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게다가 워낙 배고팠던지라 김서진 앞임에도 이미지고 뭐고 허겁지겁 식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한편 김서진은 한소은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른 느낌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계획은 이미 다 세웠나 봐요?”방금 전까지 불안함이 조금 남아있었지만 방금 전 그녀의 설명을 들어보니 일시적인 충동이 아닌 아주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온 복수였음을 알 수 있었고 그래서 더 마음이 놓였다.한참 수저를 움직이던 한소은이 김서진을 바라보았다.“아, 서진 씨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요.”“뭔데요?”김서진은 벌써 다 먹었는지 젓가락을 내려놓고 냅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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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다, 다 먹었어요.”한소은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다.“그럼 일어나죠. 힘들었을 텐데 오늘은 일찍 쉬어요. 일 생각은 내일 다시 하고요.”김서진은 한소은이 뭘 묻고 싶은지 다 알고 있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소은 씨가 말한 건 서한이한테 말해 둘게요. 걱정하지 말아요.”걱정하지 말라는 김서진의 말에 한소은의 마음이 편안해졌다.난처한 얘기를 먼저 꺼내기 전에 당신의 생각을 먼저 눈치채고 대신 전부 해결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 느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차에 타고 안전벨트를 하는 한소은을 향해 김서진이 물었다.“지금 살고 있는 그 집 월세죠?”“네.”“방 빼요. 그리고 나랑 같이 살아요.”김서진이 한소은의 손을 꼬옥 잡았다.갑작스러운 제안에 한소은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쿵쾅대는 심장소리가 김서진에게 들리진 않을까 불안해졌다.망설이는 그녀의 모습에 김서진은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사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날이 너무 빨리 온 건 아닐까 싶어 한소은은 당황스러웠다.하지만... 법적으로 혼인신고도 마쳤겠다... 법적인 부부가 같은 집에서 사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 않는가?결단을 내린 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오늘 바로 이사할까요?”놀라운 김서진의 추진력에 한소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잠시 후, 김서진의 차량은 아파트 단지 아래에 멈춰 섰다. 한소은은 김서진더러 차에서 기다리라고 한 뒤 집으로 올라가 대충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어차피 챙길 건 옷가지들과 중요한 서류들뿐, 다른 건 전부 버리고 다시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방을 빼겠다고 집주인과 통화까지 마친 한소은은 방을 쭉 한 번 돌아보았다.노형원과 함께 창업하고 함께 노력하며 오늘날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 아니, 착각했었다.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이 집에서 그녀는 항상 혼자였는데 말이다.현관문을 나서려던 한소은은 다시 고개를 돌려 작은 방을 바라보았다.“안녕, 구질ㅈ구질한 내 과거야.”김서진은 한소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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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난 조용한 게 좋아서요. 일하는 아주머니는 이틀마다 오세요.”김서진이 넥타이를 풀며 말했다.“난 씻고 올 테니까 일단 쉬어요. 빈 옷장 있으니까 짐은 거기 풀고요.”말을 마친 김서진은 곧 방으로 들어갔다. 물소리가 들리자 한소은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낯선 공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1층, 2층 옥상 테라스까지 갖춘 빌라, 김서진의 성격답게 인테리어는 모던하고 깔끔한 스타일이었다.캐리어를 끌고 옷방으로 들어간 한소은은 그녀의 안방보다 더 큰 옷방에 다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옷장 한편에는 김서진의 옷들이 종류, 컬러 별대로 깔끔하게 걸려있었다. 한소은은 얼마 안 되는 옷가지들을 빈 옷장에 걸어둔 뒤 챙겨온 중요한 서류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졸업장, 주민등록증... 뭐 빠트린 건 없는지 확인하던 한소은의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혼인신고 서류는 김서진이 가지고 있다고 했지... 어디에 뒀는지 나중에 물어봐야겠다...커다란 집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그때, 한소은의 휴대폰이 울렸다.노형원이었다. 사귈 때는 문자 한 번 없던 사람이 최근 며칠 동안은 틈만 나면 전화를 걸어온다. 한소은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여보세요?”“한소은, 지금 어디야?”불쾌함이 담긴 노형원의 목소리에 한소은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아직도 내가 네 말 한 마디면 달려가는 바보 같은 한소은인 줄 아는 거야?“아무리 대표님이시라지만 직원 사생활까지 물으시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한소은이 비꼬았다.“한소은, 너 말투가 왜 그래?”“내 말투가 뭐가 어때서? 시비 걸려고 전화한 거면 끊어. 나 바쁘니까!”이때 마침 샤워를 마친 김서진이 안방에서 나왔다.샤워가운으로 하체만을 가린 모습,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복부에 완벽하게 자리 잡은 식스팩을 적셨다.통화 중인 한소은을 힐끗 바라보던 김서진은 조용히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조각상처럼 완벽한 몸매를 가진 남자가 점점 다가오니 괜히 가슴이 콩닥거렸다. 수화기 너머에서 재잘대는 노형원의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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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꿀꺽.구릿빛 피부와 탄탄한 근육... 한소은은 마지막 남은 한 가닥의 이성으로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겨우 눌렀지만 결국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한소은. 한소은. 듣고 있어?”한참을 떠들어대던 노형원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 한소은의 모습에 다급하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하지만 점점 다가오는 잘생긴 김서진의 얼굴을 바라보는 한소은은 노형원의 부름 따위에 대답할 여력 따위 남아있지 않았다.뭐야? 지금 키스라도 하려는 건가?한소은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꼭 감았다.그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다가오던 김서진은 가까이 고개를 돌리더니 그녀의 귓가에 뽀뽀를 해준 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옷방으로 들어갔다.쿠당탕!순간 손에 힘이 풀린 한소은은 휴대폰을 놓치고 말았다.카펫을 깔았으니 망정이지 그냥 바닥이었다면 액정이 박살 나고 말았을 것이다.갑자기 들려온 굉음에 노형원이 짜증스레 소리쳤다.“한소은,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말 듣고 있는 거 맞아?”허리를 숙여 휴대폰을 주운 한소은은 액정이 깨지진 않았는지 자세히 살펴본 뒤에야 입을 열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말 돌리지 말고 그냥 해.”“너...!”화를 내려던 노형원은 아직 입을 꾹 다물었다. 표절 사건을 해결하기 전까진 어떻게든 한소은의 기분을 달래줘야 했다.“기자회견 시간 오늘 저녁으로 잡았어. 그러니까 회사로 와. 얼굴을 봐야 말을 맞추든 말든 할 거 아니야. 최대한 빨리 수습해야지. 정말 회사 이미지가 바닥까지 떨어지길 바라?”끝까지 이기적인 자식.“그럼 내 이미지는?”“...”한참을 망설이던 노형원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아, 이번 사건 때문에 회사가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는지 알아? 시원 웨이브는 우리 두 사람이 청춘을 바쳐 일궈낸 회사잖아. 정말 이대로 무너지길 바라? 이번 고비만 넘기면... 회사도 자리 잡을 수 있을 거야. 그럼... 그때 우리 결혼하자, 응?”결혼... 또 이 핑계다.창업에 성공하면 결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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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차가운 성격,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남자.김서진을 알기 전에 한소은이 생각했던 그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자상한 남자였다니.김서진의 말대로 욕조에 몸을 담근 한소은은 하루 동안의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었다. 샤워를 마친 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한소은은 몸과 마음 모두 한층 가벼워진 기분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그래, 이럴 때일수록 더 잘 먹고 잘 쉬어야지.김서진의 품에 안긴 한소은은 그의 스킨 냄새를 느끼며 편안히 두 눈을 감았다. 별다른 스킨십 없이 그냥 안고만 있는데도 왠지 모를 안정감에 마음이 편안해졌다.한 시간 정도 잤을까? 휴대폰 벨 소리에 한소은은 부스스 눈을 떴다.부재중 전화 12통.정말 웬만큼 급한가 보네. 은근 단순하단 말이야.한소은은 천천히 일어나 화이트 원피스로 갈아입었다. 별다른 장식도 없는 심플한 드레스였지만 청초한 그녀의 이미지와 여리여리한 그녀의 몸매와 찰떡이었다.“소은 씨.”그가 현관을 나서려는 한소은을 불러 세웠다.“진짜 보내기 싫다.”한소은을 품에 안은 김서진의 입술이 그녀의 목을 스쳤다.“어차피 곧 돌아올 텐데요 뭐. 기다리고 있어요.”그의 품에서 벗어나려던 순간, 김서진은 그녀를 확 끌어안더니 기습 키스를 시작했다. 숨이 가빠지고 정신이 아득해질 때쯤에야 그녀를 놓아준 김서진이 살짝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서 비서가 에스코트해 줄 거예요. 잘하고 와요.”“네.”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였다.기자 회견장, 진작 현장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노형원이 부랴부랴 달려오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뭐야? 전화는 왜 안 받아? 또 신생 쪽 사람 만난 거야?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그렇게 간단한...”차가운 한소은의 눈동자에 흠칫 놀란 노형원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뭐지? 이 눈빛은? 소은이가 날 이렇게 봤던 적이 있었나?...회의장 안으로 들어가는 도중에도 노형원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내가 한 말들 다 이해하지? 오늘 이 고비만 넘기면 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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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한소은은 마음을 다잡고 우아하게 인사를 한 뒤 자리에 착석했다.이미 회견장에 도착해 있었던 강시유는 고개를 끄덕이는 노형원의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기자회견이 시작되고 별다른 인사말 없이 노형원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어젯밤 향수 신제품 대회에서 일어났던 사건에 대해 자리해 주신 기자분들 모두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대중들이 저희 시원 웨이브에 대해 오해를 하고 계시는 것 같아 오늘 특별히 기자분들과 만남의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출품작인 ‘첫사랑’은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지 못한 표절 문제로 논란에 휩싸이고 말았죠. 해당 사태의 담당자들 모두 오늘 기자 회견장에 도착했으니 궁금하신 부분 전부 여쭤보시기 바랍니다.”말을 마친 노형원은 마이크를 강시유에게 건넸다.블랙톤의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은 강시유는 흰색 드레스를 입은 한소은과 묘한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었다.강시유는 담담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시원 웨이브의 수석 조향사 강시유라고 합니다.”수석 조향사? 누구 마음대로? 한소은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조향사로 일하기 시작한 뒤로 지금까지 제가 느낀 건 재능보다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훌륭한 향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수없이 많은 실패를 묵묵히 견뎌내야 하죠. 한순간의 욕심으로 얻어낸 성과는 결국 부메랑처럼 화가 되어 돌아온다는 걸 한소은 씨도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말을 마친 강시유는 바로 마이크를 한소은에게 건넸다.마이크를 든 한소은은 잠깐 망설였다. 수없이 많은 눈동자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강시유의 말에 따르면 피해자는 강시유고 제품을 베낀 쪽은 한소은인 것 같은데... 그녀가 무슨 변명을 할지 궁금하다는 눈빛이었다.한소은은 담담한 눈빛으로 기자 회견장을 채운 기자들의 얼굴을 일일이 훑어보았다.괜히 뜸을 들이는 한소은의 모습에 노형원이 눈치를 추려던 그때, 그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네. 강시유 씨의 말에는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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