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2691 - 챕터 2700

3113 챕터

제2691화

“내일 보자.”부진환은 일어나지 못하자 아예 누워서 차가운 손가락으로 낙요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 말했다.“본왕은 잠이 오지 않는데 어쩌냐?”낙요는 잠이 왔지만 애써 눈을 떠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그렇다면 조금 더 같이 봅시다.”그러나 부진환은 곧바로 낙요를 안고 몸 아래로 깐 채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 대고 말했다.“본왕과 다른 것을 해도 좋다.”순간,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어 낙요는 심장이 두근거렸다.곧바로 부드러운 입술이 낙요의 입술을 감쌌다.쌀쌀한 저녁, 갑자기 맹렬한 불길이 타올랐다.오랜 시간의 그리움이 화염으로 바뀌어 두 사람 사이를 휘감았다.…날이 밝기 전에 낙요는 그제야 힘이 들어 깊은 잠에 들었다.이른 아침, 심녕이 또 아침을 전하러 왔다,그러나 서방 밖에 있던 소서가 심녕을 막아섰다.“왕야께서 서방에 안 계십니까?”“그런데 왜 저를 막는 겁니까?”“설마 낙운도 서방에 있는 겁니까?”“들어가 보겠습니다!”소서는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심 낭자, 조금 늦게 오십시오. 왕야께서 막 잠이 들었으니 방해하지 마십시오!”이 말을 들은 심녕은 더욱 화가 났다.막 잠이 들었다는 게 무슨 소리인가?!혼자 서방에 있은 게 아닌 낙운과 함께 밤을 새운 것이다!“들어가겠습니다!”심녕은 억지로 들어가려고 했다.소서는 어두운 안색으로 심녕을 끌고 나갔다.밖의 소란에 낙요는 눈을 떴다.고개를 들어 부진환을 보니, 깨지 않고 깊이 잠든 것 같았다.하여 낙요는 조심스럽게 부진환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부진환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게 느껴지자, 낙요는 동공이 흔들렸다.역시나 맥을 짚지 못하게 하는 건 이유가 있었다!부진환은 병이 아니고, 중독된 것도 아닌 이전 부상들의 후유증이었다.이러한 후유증은 세월 따라 하나둘씩 나타나며, 점점 더 많아지고 예측할 수도 없었다.부진환의 몸은, 이미 죽은 몸이었다.약으로 목숨을 부지하지만, 그 부상들은 하나도 치료할 수 없었다.비록 낙요는 부진환의 몸이 이렇게 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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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2화

두 사람은 서방에서 오후까지 잤다.소서가 정원을 지키고 있어 아무도 방해하지 못했다.그러나 정원 밖에서, 누군가는 급하다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심녕은 종일 정원을 찾아왔지만, 들어가지 못하게 해 화가 잔뜩 난 채로 떠났다.결국 심녕은 심부설의 정원에 찾아갔다.“언니, 지금 차를 마시며 햇볕을 쬘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왕야를 뺏기게 생겼는데!”심부설은 멈칫하더니 조심스레 정원 밖을 훑어보았다.그러고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말조심해라!”“뺏기긴 뭘 뺏기냐, 왕야는 우리의 것이 아니다.”심녕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눈빛으로 심부설을 보며 말했다.“정녕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는단 말입니까?”“낙운은 엊저녁부터 지금까지 서방에 있습니다!”“소서도 정원을 딱 지키고 있어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그러니 둘이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뻔하지 않습니까!”“정말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는단 말입니까?!”심부설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목소리를 낮추어라.”“왕야는 왕야의 서방에 계신다. 무엇을 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우리는 그저 왕야의 부하일 뿐인데, 어찌 간섭한다는 말이냐.”“이 왕부도 왕야의 것이지, 우리의 것이 아니다.”심부설은 속상한 마음에 경쟁도 해보려고 했으나, 그날 낙운의 말에 깨달음을 얻었다.잘 해낼 자신은 없지만, 노력해 보고 싶었다.인연이라면 결국에는 이어질 것이고, 인연이 아니라면 강요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자신의 것이 아닌 건, 아무리 경쟁해도 빼앗아 올 수가 없는 것이다.그러나 심녕은 심부설의 말을 하나도 듣지 않고 오히려 불만을 표했다.“언니, 어찌 자신을 괴롭히는 겁니까?”“저는 누구보다도 언니를 잘 압니다. 그러니 언니의 생각도 알고 있습니다.”“아무도 왕야 마음속 왕비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지만, 언니는 가능합니다!”“언니는 왕야께서 직접 고르신, 왕비와 가장 닮은 사람입니다! 지금 어찌 낙운을 이렇게 대하는지 모르겠지만, 절대 연모의 감정으로 그러는 건 아닙니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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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3화

노점의 다양한 먹거리를 보자, 입맛이 돈 두 사람은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샀다.손을 잡고 시끌벅적한 인파 속을 누비며 두 사람은 순간의 행복을 느꼈다.저녁을 다 먹고 나니 시간이 늦어 두 사람은 남은 것을 들고 예전의 그 가게로 향했다.문을 열자, 바닥의 나뭇잎을 저녁 바람에 날렸다.오랜만인지라 또 먼지가 쌓여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정말 오랜만이구나.”가게에 다시 오니 추억이 떠올라 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그러나 모든 게 변했다.“제가 청소하고 차를 우리겠습니다.”낙요는 급히 물건을 부진환 품에 맡기고 소매를 걷어 올린 다음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부진환은 물건을 놓고 같이 청소하기 시작했다.낙요가 지난번에 와서 청소한 덕분에 먼지와 낙엽을 청소하니 다시 깨끗해졌다.어두컴컴한 정원에 달빛이 비쳤다.낙요는 등불 두 개를 켠 다음 지붕에 걸려고 의자에 올라갔으나, 까치발을 들어도 닿지 않았다.“내가 하마.”부진환은 앞으로 다가가 낙요를 안고 내렸왔다.등롱을 건네받은 부진환은 의자에 올라가 가볍게 등롱을 걸었다.밝고 따뜻한 빛이 순간 퍼졌다.정원의 나뭇가지에 돋은 잎사귀에도 순간 색이 입혀진 것 같았다.등롱을 모두 건 후, 방에 촛불을 밝히자 어둡고 쓸쓸한 정원이 곧바로 따뜻해졌다.정원의 나무 아래에서 물을 끓여 차를 우리자, 차의 향기까지 발산되니 매우 아늑했다.두 사람은 마주 보고 앉아 차를 마시며 바둑을 뒀다.차와 함께 떡을 먹고 쌀쌀한 저녁 바람을 맞았으나 따뜻함이 느껴졌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매우 즐거웠다.낮에 온종일 잤던 탓에 두 사람은 자시가 넘어서까지 정원에 누워 손을 잡고 달을 구경했다.미풍에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바닥에 그림자가 비쳤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달이 구름 사이로 숨어버렸다.낙요는 차를 한입 마시고 탄식했다.“비가 오네요.”“돌아가는 게 어떻습니까?”부진환은 실눈을 뜨고 밤하늘을 보며 말했다.“종일 같이 있어 준다고 하지 않았냐. 아직 하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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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4화

“내가 고치러 가마.”부진환은 곧바로 방문을 열고 폭우 속으로 뛰어들었다.광풍이 불어 굉음과 함께 정원의 등불이 흔들렸고, 큰비가 내려 앞을 밝혀주지 못했다.낙요는 급하고 세게 오는 비를 보며 불안을 느꼈다.그러고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우산을 찾아 방문을 나섰다.부진환은 사다리와 옥상을 메꾸는 재료를 가져왔다.낙요는 우산을 들고 사다리를 붙잡아줬다.“조심하세요!”낙요는 크게 외쳤지만, 빗물에 목소리조차 묻히고 말았다.부진환은 옥상으로 올라갔다. 큰비에 온몸이 젖었고 앞조차 보이지 않았으며 등불 하나 없이 어두컴컴했다.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퍼부었지만, 부진환은 곧바로 비가 새는 곳을 찾아 고쳤다.그렇게 온몸이 푹 젖어 방으로 돌아가 지붕을 보니, 더 이상 비가 새지 않았다.“제가 뜨거운 물을 끓일 테니 몸 좀 녹이세요. 감기에 들면 안 됩니다.”낙요는 급히 주방으로 향했다.바로 그때, 후원 문밖에서, 우산을 쓴 그림자가 조용히 빗속에 서 있었다.심녕은 정원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불이 켜져 있는 게 보였다.번개가 칠 때, 지붕 위의 익숙한 그림자도 보았다.심녕은 우산을 꽉 잡고 증오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온 저녁 찾은 왕야가 여기에 있었다니!역시 왕야와 낙운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아니면 어떻게 이곳에서 밀회를 하겠는가!심녕은 자신이 소홀했다고 생각했다.그때 낙운을 처음 만났을 때 죽였어야 했다!-낙요는 뜨거운 물을 끓이고 목욕통에 넣었다.부진환은 연신 재채기를 했고, 낙요는 어서 몸을 녹이라고 재촉했다.낙요는 이 틈을 타 방의 누수를 깨끗하게 청소했다.그러고는 숯불을 피웠다.비와 함께 차가운 기운이 풍겼고, 숯불이 타오르자 방안은 곧바로 따뜻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부진환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그러고는 머리카락을 넘기며 고개를 숙여 몸에 맞지 않은 옷을 바라보았다.“누구 옷이냐? 작아 보이는구나.”낙요는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작지만 우선 입으세요.”“진소한의 옷입니다.”그때 진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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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5화

낙요는 방문 앞으로 다가가 밖을 보며 말했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 것 같습니다.”“나가보고 오겠습니다.”말을 마친 후, 낙요는 우산을 들고 다시 방문을 나서 빠른 걸음으로 후원에 달려갔다.후원 문을 연 순간, 바닥에 무릎을 꿇은 심녕과 쓰러진 심부설이 보였다.두 사람은 비를 무릅쓰고 있었다.심부설은 비를 너무 맞아 간신히 숨을 내쉬고 있었다.낙요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온 걸까?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심부설을 구하는 게 우선이었다.낙요는 앞으로 다가가 심부설을 업고 정원에 들어와 다른 방에 데려갔다.심녕은 뒤를 따랐다.부진환은 방에서 소리를 듣고 의문스러웠으나 옷을 입지 않아 나가지 않았다.심부설을 침상에 눕힌 후, 낙요는 맥을 짚어주며 미간을 찌푸렸다.“이게 뭐 하는 짓이오? 언니의 몸 상태를 모르는 것이오? 어찌 데리고 나와 비를 맞는단 말이오?”낙요는 참지 못하고 심녕을 꾸짖었다.심녕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언니가 왕야를 찾겠다고 해서 나왔소.”“왕야께서 여기에 계신 거, 맞소?”낙요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심녕의 매서운 눈빛으로 보니, 이것도 심녕의 계략이었다.그러나 심녕이 이렇게까지 지켜볼 줄은 몰랐다. 부진환은 하룻밤 부에서 나온 것뿐인데, 여기까지 찾아오다니.“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또 어떻소? 무슨 상관이오?”“지금 왕야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단 말이오? 언니 목숨이 위태로운데.”심녕은 매서운 눈빛으로 낙요를 흘겨보았다.“왕야는 절대 이유 없이 사라지지 않소. 당신이 왕야를 데려간 게 분명하오!”“왕야는 쭉 건강이 좋지 않았으니,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소!”낙요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뭔데 이런 말을 하는 거요?”“왕야께서 정녕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당신이 간섭할 틈도 없을 것이오.”말을 마친 후, 낙요는 손수건으로 심부설 얼굴의 물을 닦아주었다.“당신!”심녕은 화가 났다.“어서 심 낭자 옷을 갈아입히시오! 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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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6화

약재를 가진 후, 낙요는 방을 나서고 조심스레 문을 닫았다.그러고는 주방에 약을 달이러 갔다.약을 달이고 방에 들어가자, 심녕이 이미 심부설의 옷을 갈아입혔다.그러나 심부설은 비를 맞아 온몸이 차가웠다.낙요는 또다시 방에 숯불을 피웠다.심녕이 다시 추궁했다.“왕야께서 여기에 계신 게 맞소?!”낙요는 짜증 섞인 듯한 눈빛으로 심녕을 흘겨본 후 말했다.“언니의 생사보다 왕야가 더 중요하단 말이오?”“심녕, 친언니까지 이용하는 것이오?!”심녕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오!”낙요는 차가운 눈빛으로 심녕을 보며 말했다.“무슨 말인지는 당신이 제일 잘 알 거요!”심녕은 화가 잔뜩 난 채 문을 박차고 나갔다.낙요는 심녕이 부진환을 찾으러 간 걸 알았지만, 막을 수 없었다.심녕이 심부설을 데리고 이곳에 왔다는 건, 이미 부진환이 여기에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숯불을 피운 후, 낙요는 침상 옆에 앉아 심부설에게 이불 한 채를 더 덮어주고 손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주었다.그렇게 심부설도 서서히 눈을 떴다.“낙 낭자…”심부설은 허약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일어났습니까? 마침 약도 달여졌으니 약부터 드세요.”낙요는 앞으로 다가가 심부설을 부축해 앉혔다.그러고는 약을 먹여주기 시작했다.“뜨거우니 조심하세요.”심부설은 멈칫하더니 약을 먹으며 문밖의 비를 바라보았다.그러면서 무거운 어투로 입을 열었다.“왕야를 찾으러 왔습니다.”“여기에 있는 게 맞습니까?”“비가 세게 오는데 무사합니까?”“왕야도 몸이 좋지 않아 양 의관이 종종 진귀한 약재를 찾아 달여서 먹이곤 합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무사합니다.”“우선 심 낭자 걱정부터 하세요.”“어찌 저녁에 나와 왕야를 찾는 겁니까?”이 말을 들은 심부설은 한시름 놓은 듯하더니 난감한 안색으로 밖을 바라보았다.그러나 심녕은 보이지 않았다.심부설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심녕이 왕야께서 실종되었다고 무슨 일이 생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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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7화

심녕은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왕야, 어찌하여 이리도 냉정하십니까? 저희는 왕야를 위해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큰 공은 못 세웠더라도 저희가 고생한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부진환은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그만하거라. 무례를 범하고도 감히 이 나를 협박하는 것이냐?”빗줄기가 가녀린 심녕의 몸을 내리치고 차가운 밤바람이 피부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몸이 시린 것에 비해 시린 마음이 더 아팠다.그녀는 그렇게 한참을 서 있다가 뒤돌아섰다.심녕은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뒷문을 통해 저택을 나갔다.그리고 비를 맞으며 어둠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낙요는 그녀가 떠난 것을 확인하고는 문을 잠그고 방으로 돌아갔다.“심녕이 떠났습니다. 아마 충격이 큰가 봅니다.”낙요가 말했다.부진환은 무표정한 얼굴로 양반다리를 하고 침상에 앉아 있었다. 다만 몸에 맞지 않는 의복차림을 하고 있어서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사람을 그렇게 귀찮게 할 줄 알았으면 애초에 그들 자매를 찾지도 않았을 거다.”낙요는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가서 앉았다.“좀 귀찮긴 하네요. 조용히 지내려고 했는데 말이죠.”부진환은 안쓰러운 얼굴로 그녀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속상하게 해서 미안하구나. 오늘은 너랑만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완벽했던 계획이 일그러진 탓에 부진환의 기분도 좋지 않았다.“가고 싶은 곳이 있느냐? 아무도 우리를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가자꾸나.”부진환은 지금 당장 낙요를 데리고 멀리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만족의 영토에 가보고 싶습니다. 그곳 경치가 그렇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너무 멀어요. 지금 떠나도 아마 몇 달이 걸릴 거라고 하더군요.”“그럼 일정을 조정해서 시간 날 때 한번 가보자꾸나.”“예.”날이 밝기 시작하면서 비가 그치고 화창한 날씨가 도래했다.낙요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을 때는 밤새 내린 비가 다 마른 뒤였다.그녀는 눈을 감고 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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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8화

심부설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결국 그녀는 체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분부대로 하겠습니다.”“그래.”그 말을 끝으로 부진환은 뒤돌아서 방을 나갔다.방문이 닫히는 순간 심부설의 공허한 두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울음소리를 내지 않으려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그녀의 가녀린 어깨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낙요는 조심스럽게 방 문을 열었다.부진환은 여전히 침상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그녀는 소리를 죽이고 침상으로 다가가서 잠든 듯한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주무시고 계신가요?”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커다란 손이 뻗어나오더니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침상 위의 사내는 언제 잠들었나 싶게 몸을 뒤집어 일으키더니 두 팔로 낙요를 감싸 안았다.“왜 이리 늦게 왔느냐? 조금만 더 기다리다가 이대로 밖에 나갈 뻔했다.”잠기가 가득한 그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간지럽혔다.낙요는 생긋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그렇게 급하면 그대로 입고 나가시지 그러셨습니까. 어차피 수치는 왕야의 몫이니까요.”부진환은 그대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웃으며 말했다.“난 네 사람이니 수치도 응당 너의 몫이지 않겠느냐.”둘은 침상에서 한참이나 뒤척이다가 의복을 입고 아침을 먹으러 밖으로 나갔다.식탁에 마주앉은 낙요가 입을 열었다.“참, 심부설은 아직 자고 있을까요? 제가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입에 먹다 만 만두를 물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부진환이 그녀의 팔목을 잡고 말했다.“자고 있으니까 아직도 방에 있는 거겠지. 일단 밥부터 먹자꾸나.”낙요는 조용한 그녀의 방 문을 한참 바라보다가 자리에 앉았다.“그럼 먹을 것을 따로 남겨야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새 접시를 가져다가 만두를 따로 담았다.부진환은 진지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화도 안 나느냐?”낙요는 멈칫하며 고개를 들고 의뭉스러운 얼굴로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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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9화

“어서 밥이나 들자꾸나.”말을 마친 그는 낙요의 접시에 반찬을 챙겨주었다.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시선을 심부설이 있는 방 쪽으로 돌렸다.한편, 방 안의 심부설은 이미 눈물범벅이 된 상태였다.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낙요를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그건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었다.식사를 마친 뒤, 낙요는 다시 심부설의 방을 방문하려고 했지만 부진환이 그녀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아마 조금 이따가 사람이 올 거야. 넌 더 이상 상관하지 않아도 된다.”부진환의 표정이 너무도 진지했기에 낙요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왕부로 돌아간 뒤, 부진화는 남은 공문을 처리하기 시작했다.그후로 하루가 지나도록 낙요는 심부설과 심녕을 만나지 못했다.그날 밤, 궁에서 심부름꾼이 왕부에 방문했다. 태상황이 낙요를 궁으로 불렀다는 내용이었다.“나랑 함께 가겠느냐? 태상황께서 네가 많이 보고 싶나 보구나.”낙요는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별일은 없는 듯하니 혼자 가겠습니다. 별일 있었으면 왕야를 호출했겠지요.”“처리할 공문도 많으니 저 때문에 시간을 지체할 필요는 없습니다. 되도록 일찍 돌아오겠습니다.”부진환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둘은 서재 앞에서 한참을 부둥켜 안고 있었다.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태감이 재촉해서야 낙요는 밖으로 나갔다.그들이 궁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완전히 어두워진 시각이었다.태상황은 한가롭게 정원에서 차를 마시며 바둑을 두고 있었다.낙요를 본 그는 반갑게 그녀를 향해 손짓했다.“어서 오너라. 혼자 하루종일 바둑알만 만지고 있었느니라. 너랑 같이 두면 좋을 것 같아서 불렀다.”낙요는 공손하게 다가가서 태상황의 앞에 마주앉았다.“급한 일로 부르셨다더니 같이 바둑을 두려고 부르신 거였습니까?”“짐과 바둑을 두는 일인데 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더냐?”태상황이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낙요는 잠깐 침묵하다가 바둑알을 집어들었다.몇 수가 오간 뒤, 태상황이 입을 열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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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0화

태상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짐은 그럴 생각이다만 네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서 불렀다. 다만 녀석이 필요한 건 의원이 아니라 너야. 그 녀석에게 살아갈 의지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낙요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었다.“폐하께 제가 누군지 밝히고 낙청요의 신분으로 치료를 해드리라는 뜻이옵니까.”태상황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지. 물론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강요할 생각은 없다.”낙요는 잠깐 고민했다. 사실 맨 처음에 입궁하여 부운주를 치료하자고 마음먹었을 때는 진짜 신분을 밝힐 생각이었다.그래야만 부운주가 치료에 협조적으로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부운주 자신이 살아갈 의지를 가지는 것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고민될 수밖에 없었다.자신을 향한 부운주의 집념을 알았기 때문이었다.그리고 그녀는 그 집념에 아무런 응답도 줄 수 없었다.부운주의 병을 치료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나, 마음의 병까지 치유해 줄 수는 없었다.“돌아가서 왕야와 상의해 보겠습니다.”태상황도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섭정왕부.깊은 밤, 시종이 서신을 들고 서재를 찾았다.“왕야, 심녕 낭자의 서신이옵니다.”부진환은 서신을 받아 봉투를 뜯었다.여태 돌봐준 것에 감사하다는 것과 언니와 함께 날이 밝으면 경성을 떠나겠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심부설에게 여한이 남지 않게 마지막으로 함께 식사라도 함께 하고 싶으니 일품루로 와달라는 내용도 같이 적혀 있었다.서신을 확인한 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고 고민하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어찌됐건 가서 얘기라도 들어줄 생각이었다.일품루에 도착했더니 내각은 이미 다른 손님을 물린 상태였다.그는 심부름꾼의 안내에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방에서 기다리던 둘은 부진환을 보자 반가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었다.“왕야, 안 오시는 줄 알았습니다.”심부설이 기쁨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부진환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에 앉고는 담담히 말했다.“어디로 갈지는 정했느냐? 내일에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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