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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7화

심녕은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왕야, 어찌하여 이리도 냉정하십니까? 저희는 왕야를 위해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큰 공은 못 세웠더라도 저희가 고생한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부진환은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하거라. 무례를 범하고도 감히 이 나를 협박하는 것이냐?”

빗줄기가 가녀린 심녕의 몸을 내리치고 차가운 밤바람이 피부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몸이 시린 것에 비해 시린 마음이 더 아팠다.

그녀는 그렇게 한참을 서 있다가 뒤돌아섰다.

심녕은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뒷문을 통해 저택을 나갔다.

그리고 비를 맞으며 어둠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낙요는 그녀가 떠난 것을 확인하고는 문을 잠그고 방으로 돌아갔다.

“심녕이 떠났습니다. 아마 충격이 큰가 봅니다.”

낙요가 말했다.

부진환은 무표정한 얼굴로 양반다리를 하고 침상에 앉아 있었다. 다만 몸에 맞지 않는 의복차림을 하고 있어서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사람을 그렇게 귀찮게 할 줄 알았으면 애초에 그들 자매를 찾지도 않았을 거다.”

낙요는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가서 앉았다.

“좀 귀찮긴 하네요. 조용히 지내려고 했는데 말이죠.”

부진환은 안쓰러운 얼굴로 그녀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속상하게 해서 미안하구나. 오늘은 너랑만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완벽했던 계획이 일그러진 탓에 부진환의 기분도 좋지 않았다.

“가고 싶은 곳이 있느냐? 아무도 우리를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가자꾸나.”

부진환은 지금 당장 낙요를 데리고 멀리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만족의 영토에 가보고 싶습니다. 그곳 경치가 그렇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너무 멀어요. 지금 떠나도 아마 몇 달이 걸릴 거라고 하더군요.”

“그럼 일정을 조정해서 시간 날 때 한번 가보자꾸나.”

“예.”

날이 밝기 시작하면서 비가 그치고 화창한 날씨가 도래했다.

낙요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을 때는 밤새 내린 비가 다 마른 뒤였다.

그녀는 눈을 감고 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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