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요는 사실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낙요의 말을 듣고 난 양행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이 자매를 남겨두지 않았을 거요. 말썽만 피운다니까!”부진환의 어투는 담담했다. “됐소, 나는 괜찮으니 이 일은 더 이상 따지지 마시오.”“그녀들은 경도를 떠날 것이오”양행주는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왕부로 돌아온 후, 양행주는 부진환의 독을 없애고 있었기 때문에 낙요는 가까이 가지 않았다.지금 그녀는 양행주 앞에 적게 얼씬거리는 편이 좋다.혹여라도 그녀를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다음날이 밝자마자 객잔 침상 위의 심녕이 서서히 눈을 떴다.어제 언제 잠들었지 알 수 없었다.억지로 몸을 일으켜 앉아, 괴로운 듯 가슴을 눌렀다. 상처를 치료하는 약을 사러 가야 한다.방안을 훑어보았지만, 언니가 보이지 않았다.“언니! 언니!”심녕은 다급히 일어나 밖으로 찾으러 나갔다.객잔을 전세 냈기 때문에 지금 이 시각 객잔은 여전히 어젯밤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아무도 들어온 적 없었다.“언니!” 심녕이 소리쳤다.아래층으로 내려가려는데 갑자기 옆방 문틈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다.심녕의 미간이 흔들렸다.그녀는 즉시 방안으로 쳐들어갔다.문 뒤에 기대앉아 있던 심부설이 쓰러졌다.흰색 옷은 온통 선혈로 물들었고 창백한 안색으로 피바다 속에 쓰러져 있었다.심녕의 안색은 확 변했다. “언니!”그녀는 앞으로 달려가 심부설을 끌어안았다.심부설의 손목은 도자기 조각으로 손목을 그었다.심녕은 다급히 손수건을 꺼내 심부설의 손목을 감았다.몹시 애가 탔고 당황했다.“언니! 언니 왜 이러십니까?”“언니, 죽으면 안 됩니다!”심녕은 다급히 심부설을 안고 객잔에서 달려 나가 의관으로 달려갔다.의관에서 무려 반 시진이나 기다리자, 의원이 말했다. “제때 데려오셔서 다행입니다!”심녕의 그제야 한시름 놓았고 다급히 방안으로 달려 들어갔다.깨어난 심부설을 보고 그녀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으며 감히 앞으로 다가가지 못했다.심부설의 가냘프게
“왕야가 없어도, 태풍상사가 없어도 장사를 할 수 있지 않느냐. 네 재주로는 반드시 잘될 것이다.”“언니는 집에서 밥을 해주고, 잡일을 거들어줄게.”“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세상은 넓으니 네 인연도 반드시 있는 법, 왕야보다 좋은 분이 계실 거다.”심녕은 눈물을 흘리며 미안한 듯 심부설의 손을 꽉 잡았다.“약속하겠습니다. 함께 경도를 떠납시다.”심부설의 창백한 얼굴에 마침내 기쁨의 미소가 보였다.심녕은 울먹이며 고개를 숙이고 자책했다.“언니, 죄송합니다.”“낙운의 말이 맞습니다. 제가 약을 바꿔서 지금껏 몸이 좋아지지 않은 겁니다.”“해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저 언니 병이 더디게 나으면 왕부에 더 오래 있을 수 있어 왕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말을 마친 심녕은 어두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하지만 영원히 얻을 수 없는 것도 있었습니다.”심부설은 탄식했다.“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늦지 않았다.”“준비하고 바로 출성하자.”심녕은 의아했다.“이렇게 빨리요? 하지만 상처가…”“괜찮다. 천천히 가면 된다.”심부설은 기쁘면서도 불안했다.심부설은 서둘러 경도를 떠나고 싶었다. 한시라도 더 있으면 엊저녁의 굴욕적인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그렇게 체면을 구기고 남자에게 구걸하다니, 다시 떠올려도 고통스러운 기억이었다.심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마차를 준비하겠습니다.”심녕은 곧바로 마차를 준비해 심부설과 함께 성 밖으로 향했다.성문을 나선 후, 심부설은 문발을 열고 뒤를 돌아보며 복잡한 기분에 사로잡혔다.다시는 이곳에 돌아오지 못한다고 생각하자,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종일 바삐 움직이느라 경도성을 잘 돌아보지도 못했으니 말이다.심부설은 갑자기 심녕의 손을 덥석 잡았다.심녕은 고개를 돌리고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너무 큰 대가를 치른 일이라 다시는 시도조차 할 수가 없었다.-오후가 되어서야 양행주는 부에서 나갔다
낙요는 이곳에 오자, 황상께서 여기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황상.”류 공공이 공손하게 침궁 안에 대고 외쳤다.곧바로 부운주의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마신다.”류 공공은 어쩔 수 없다는 어투로 말했다.“태상황께서 보낸 의녀입니다. 그래도 한번 뵙는 게 어떻습니까? 태상황의 노여움을 사는 것보다 낫지 않습니까.”이 말을 듣자, 황상은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들어와라.”낙요는 류 공공께 인사를 올린 후, 침궁 안으로 들어갔다.주위는 어두컴컴했다. 낙요는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아 한참 있어서야 부운주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았다.“황상, 태상황께서 걱정이 많으십니다.”“이제는 약도 안 드신다고 하시던데…”부운주는 눈을 감고 서늘한 어투로 답했다.“태상황으로 짐을 협박하는 것이냐?”“짐이 약을 마시면 낫는 거냐?”부운주는 불만 가득한 어투로 눈을 떴다.그러나 낙요를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너는…”“노옥도를 따라다니던 그 의녀구나.”“태상황께서 어찌 너를 보낸 것이냐?”낙요는 신중하게 문밖을 바라보았다.류 공공이 지키고 있어 낙요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태상황께서 황상의 옥체가 걱정이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황상은 천궐국의 운명이 달린 몸이니, 옥체를 보존하셔야지요.”낙요는 겉치레로 말을 하면서 몰래 부운주에게 환약 하나를 건넸다.부운주는 멈칫하더니 환약을 받았다.그러고는 잠시 생각하다 입에 넣었다.“하지만 짐은 약을 먹기 싫구나. 약을 먹으라고 설득할 거라면 나가라.”낙요는 잠시 생각하다 다급히 말했다.“황상, 저는 침을 놓을 줄도 압니다. 혈 자리를 안마하면 피로가 풀릴 텐데, 한번 해보시겠습니까?”“그럼 해보자구나.”낙요는 곧바로 앞으로 다가가 부운주의 어깨와 머리를 눌러주었다.처음에는 아팠으나, 곧바로 매우 편안하고 시원했다.부운주는 시원함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태상황이 널 보낸 건 다 이유가 있구나. 넌 확실히 다른 태의와 다르다.”낙요는 미소를 지었다.안마를 거의 다 하자
낙요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부운주를 바라보았다.부운주가 손을 들자, 소복자는 공손하게 물러가며 방문을 닫았다.낙요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저, 낙청연입니다.”말을 내뱉은 순간, 부운주는 의자를 꽉 잡고 마음속의 흥분과 충격을 가라앉히려고 인간힘을 썼다.그러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앞의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얼굴을 좀 보자꾸나.”낙요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원래 모습이 아니라서 봐도 소용이 없습니다.”“이 가면을 벗으면 류 공공이 돌아올 때까지 수리할 수 없어 정체가 발각됩니다.”낙요의 덤덤한 어투를 듣자, 부운주는 더욱 확신했다.이 여인이 바로 낙청연이다!“정녕 너인 것이냐?”“어찌 돌아온 것이냐?”“짐을 위해 돌아온 것이냐?”부운주는 낮은 목소리로 떨림을 억눌렀다.낙요는 부운주가 오해할까 봐 직설적으로 말했다.“저는 부진환 때문에 돌아온 겁니다.”“천궐국의 일을 오랫동안 처리하지 못해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와본 겁니다.”“그리고 병을 너무 오래 끌어 입궁해 병을 치료해 주라고 하여 왔습니다.”이 말을 듣자, 부운주는 저도 모르게 손에 더 힘을 주었다.마음이 시큰하면서도 시샘이 났다.부운주는 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누구보다도 내 병은 마음의 병이라는 걸 잘 알 텐데 말이다.”부운주는 말을 하며 복잡한 눈빛으로 낙요를 바라보았다.“마음의 병은 그 사람만 풀 수 있는 법이지.”“아니냐?”“너를 이곳에 보낸 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 보았느냐?”이 말을 들은 낙요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부운주의 말에는 다른 뜻이 숨어 있었다.“당연히 알죠. 하루빨리 몸이 좋아져서 책임을 다하길 바라는 겁니다.”“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었지만, 천궐국을 그대로 둘 수 없어 돌아온 겁니다.”“대체 어찌 협조도 안 해주고 오히려 부진환을 경계하는 겁니까?”“이제 원하는 걸 다 얻은 거 아닙니까?”낙요는 이 말로 부운주가 정신을 차릴지 몰랐지만, 그래도 내뱉었다.모두가 부운주를
“방비도 하지 않은 겁니까?”그러나 부운주는 고개를 돌려 낙요를 보며 말했다.“이번에 왔으니 다시 돌아갈 것이냐?”“여기에 남는 건 어떠냐.”“태의원 장원 자리를 넘겨주겠다.”“짐은 네 의술을 믿는다.”낙요는 차가운 목소리로 거절했다.“그딴 자리는 필요 없습니다.”“저는 가고 싶을 때 언제든지 떠날 겁니다.”“제때 치료를 하지 않으면 곧바로 눈앞에서 사라질 겁니다. 다시는 나타나지 않겠습니다.”낙요는 더이상 말씨름하기 싫어 요점을 말했다.부운주는 급히 말했다.“약을 마시면 될 거 아니냐.”“그렇다면 오늘은 어찌 밥을 적게 드신 겁니까? 반찬이 입맛에 맞지 않았습니까?”부운주는 웃으며 말했다.“짐이 밥을 먹는 것도 지켜봤구나.”“네가 와서 같이 먹으면 많이 먹을 수 있다.”낙요는 할 말을 잃었다.부운주의 목적은 분명 낙요를 궁에 남겨두는 것이었다.하지만 부운주의 몸을 치료해 주기 위해 낙요는 입을 열었다.“제가 매일 입궁하여 밥을 같이 먹겠습니다.”“어떻습니까?”부운주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약욕을 한 후, 부운주 체내의 독은 또 줄어들었다.부운주만 협조한다면 이 속도로 한두 달이면 충분히 나을 수 있었다.경도를 떠난 지 수일째지만, 심녕과 심부설은 멀리 떠나지 못했다.둘은 쉬엄쉬엄 길을 재촉했고, 이날은 어느 외진 농갓집에서 잠시 쉬었다.저녁이 되자, 정원에 돌아온 심녕은 심부설이 보이지 않자 손에 든 약 바구니를 떨어뜨리며 빠른 걸음으로 방에 들어갔다.“언니, 언니!”방에는 심부설이 보이지 않았다.심녕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마침 탁자의 서신이 보이자, 심녕은 서신을 열어보았다.“근처 시내에 채소를 사러 갔다 올 테니 걱정하지 말아라.”이 서신을 본 심녕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그러고는 정원에 흩어진 약재를 줍기 시작했다.그러나 고개를 든 순간, 신발 하나가 시선에 놓였다.순간, 심녕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고개를 들어보니 익숙한 그림자가 보였다.“양 의관!”심녕은
이 말을 들은 양행주는 망설이더니 곧바로 심녕을 풀어주었다.심녕은 창백한 안색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말해보아라.”심녕은 깜짝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양 의관은 왕야를 항상 신경 쓰시니 왕야의 일도 모두 알고 싶어할 겁니다.”비록 지금까지 이유는 몰랐지만, 확실히 그랬다.양행주는 누구보다 왕야의 몸을 신경 썼고, 왕야의 생사를 신경 썼다.왕야에 관한 일이라면 절대 놓치지 않았다.“허튼소리 하지 말거라.”양행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인내심이 바닥난 듯 말했다.심녕은 협상을 시도했다.“알려줄 테니 저희를 풀어주십시오!”“저희는 경도를 떠나 왕야께 어떤 피해도 위협도 끼치지 않을 겁니다.”양행주는 덤덤하게 말했다.“우선 무슨 비밀인지 말해보거라.”“듣고 풀어줄지 아닐지 결정하겠다.”감히 부진환에게 약을 타다니.이 둘을 남기면 반드시 화를 부를 것이다!하지만 이 비밀은 꼭 들어야 한다.심녕은 다른 선택지가 없어 서서히 입을 열었다.“왕야 옆에 있는 낙운, 그 여인의 신분을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까?”양행주는 미간을 찌푸렸다.“태의원에서 온 태상황의 사람 아니냐.”심녕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아닙니다!”“계양에 있을 때부터 만났습니다!”“처음부터 궁의 사람이 아닙니다.”“그리고 입궁 전에 왕야께 연락도 했는데, 서신을 제가 가로챘습니다.”“낙운은 이전부터 왕야와 아는 사이입니다!”“또한 며칠 부에 없는 사이에 왕야께서 낙운에게만 이상하게 행동하는 것도 보지 못했습니까? 왕야는 종래로 여색을 가까이 하지 않는데 유독 낙운만 가까이합니다.”“낙운이 대체 왜! 출신도 생김새도 출중하지 않고 의술을 아는 것뿐인데, 어찌 왕야를 그렇게 홀린 겁니까?”“저는 낙운의 신분이 가짜인 것 같습니다!”“왕야를 접근한 건 분명 음모가 있는 겁니다!”이 말을 들은 양행주는 생각에 잠긴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추측일 뿐인데 너를 어찌 믿느냐?”심녕은 다급히 말했다.“조사해 보십시오!”“당신의 능력으로 낙운의 정체를 조
양행주가 쫓아오지 않자, 심녕은 조심스럽게 연못에서 나와 창가 옆에 붙었다.주위는 매우 어두컴컴하니, 창가 아래의 풀숲에 숨어 소리만 내지 않으면 들키지 않을 것이다.심녕은 긴장한 듯 숨을 참고 고개를 내밀었다.그러나 양행주는 줄곧 방에 있었다!양행주는 방에 앉아 그 화상을 자세히 바라보았다.양행주는 한참 동안 보다가 그제야 생각났다.이 낭자는 몸에 냄새가 수상해 무슨 일이 있으면 찾아오라고 했다.그러나 낭자는 오지 않았다.이 낭자와 낙운이 아는 사이라고?양행주는 의문을 품은 채 화상을 접어 품에 넣었다.창밖의 심녕은 매우 초조했다. 양행주는 어찌 가지 않는 걸까!언니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양행주와 마주치면 큰일이다!한참 지나자 심녕은 몰래 움직여 정원 앞에서 말을 타고 도망쳐 언니를 데리러 갈려고 했다.그러나 풀숲을 나서자마자 발소리가 들려왔다.심녕은 바짝 긴장하며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심녕? 오래 기다리진 않았느냐? 닭 두 마리를 사 왔으니 많이 먹거라.”심부설이 웃으며 말했다.심녕은 주먹을 꽉 쥐고 말을 하려 했으나,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방에서, 양행주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심부설은 방에 들어서며 양행주를 보자 깜짝 놀랐지만, 곧바로 웃으며 물었다.“양 의관은 어찌 오신 겁니까?”“저희가 여기에 있는 건 어찌 아시고…”심부설은 위험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양행주는 덤덤한 표정으로 심부설 손의 바구니를 보며 물었다.“닭을 샀소?”“그렇습니다. 양 의관, 앉아서 같이 먹읍시다.”“저희 동생을 보셨습니까?”심부설은 앞으로 다가가 닭을 꺼내며 물었다.“나가는 것 같았소.”“그렇다면 양 의관 먼저 드십시오. 이 한 마리는 동생에게 남겨주겠습니다.”심부설은 웃으며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양행주는 고개를 숙이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먼저 드시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 하지 않았소.”이 말을 듣자, 창밖의 심녕은 주먹을 꽉 쥐었다.심부설도 멈칫하더니 양행주를 바라보았다.“양 의관, 그게
심부설이 마당에서 빠져나가기도 전에 양행주에게 붙잡혔다.“좋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차갑게 말하는 양행주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그는 심부설의 목을 조이며 들어 올렸다.심부설은 고통스럽게 발버둥 치며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했지만, 상대는 멈추지 않았다.그녀는 조금씩 힘을 잃어갔다.결국 두 손이 힘없이 축 드리워졌다.그렇게 숨이 끊겼다.그제야 양행주는 아무런 동요 없이 심부설을 놓아주었다.심부설은 바닥에 쓰러졌다.창밖에서 모든 것을 지켜본 심녕은 눈시울이 붉어졌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러나 주먹을 꼭 쥔 채 그녀는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다.양행주는 바닥에 쓰러진 심부설의 시체를 보며 한탄했다.“동생이란 작자는 당신 죽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서 도망쳤군.”마당으로 나온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이곳은 온통 숲이었고 산이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다.심녕을 쫓는다면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몰라 쉽지 않을 것 같았다.고민 끝에 그는 마음을 바꿨다.그 초상화를 꺼내 다시 확인한 그는 눈빛이 짙어졌다.“그럼, 너부터 찾아보자.”“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있을지도 모르는 거니까.”초상화를 챙긴 양행주는 자리를 떠났다.양행주가 떠났지만 심녕은 그가 근처에 매복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제 자리에 웅크리고 감히 나가지 못했다.그 상태로 아침이 밝을 때까지 기다렸다.양행주는 이미 떠난 것이 확실했다.그녀는 뻣뻣한 몸을 이끌고 풀밭을 벗어나 대문으로 향했다.마당에 들어선 그녀는 심부설의 시신을 보았다.심녕은 비틀거리며 뛰어가 심부설을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언니...”“내가 꼭 복수해 줄게요!”-궁.막 의원에서 약을 받아오는 길인 심녕은 갑자기 눈꺼풀이 떨려 눈을 비볐다.왠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그때 궁전에서 컵을 떨어뜨리는 소리가 들렸다.“안 마신다고 하지 않았냐! 썩 꺼져라!”류공공과 몇 명의 간신들은 왕에게 쫓겨났다.류공공은 여전히 자신의 옷을 정리하고 있었다.“무슨 일이냐?”젊은 내시는 심각한 표정을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