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1891 - 챕터 1900

3013 챕터

제1891화

구십칠이 말했다.“오늘 밤에 우리는 따로 행동하는 게 좋겠소. 당신은 이 두 곳을 가고 난 침서 저택으로 가겠소.”그 말에 주락은 다소 걱정스러웠다.“침서의 저택은 그렇게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오!”구십칠이 말했다.“그래서 내가 직접 가서 알아보려는 것이오.”“부진환은 지금 풍전등화와 다름없소.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소.”“그리고 예전에 낙청연을 대신해 불전연을 찾지 못했는데 이번만큼은 절대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소!”말을 마친 뒤 구십칠은 장검을 쥐고 몸을 돌려 방에서 나갔다.그는 부랴부랴 떠났다.주락 또한 바로 몸을 움직여 다른 두 곳을 조사해 볼 셈이었다.만약 불전연을 찾을 수 있다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성가신 일들을 피할 수 있었다....늦은 밤, 장군 저택은 한없이 고요했다.구십칠은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남몰래 조용히 장군 저택에 잠입했다.그는 지붕에서 한참을 관찰하여 침서가 저택에 없음을 확인한 뒤 신속히 내원으로 향했다.그는 가는 길에 순찰하는 호위들을 전부 피하며 안전히 내원에 도착했다.하지만 내원에는 방이 아주 많았기에 구십칠은 어쩔 수 없이 하나하나 찾아봐야 했다.그는 먼저 서방에 들어가 숨겨진 곳이나 기관이 있을 만한 곳들을 반복적으로 뒤졌다.그러고는 벽을 두드려 밀실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재빨리 다음 방을 뒤졌다.구십칠은 예전에 이름난 도적이었다. 그래서 밀실이나 숨겨진 곳을 찾는 능력이 아주 대단했다.그가 들어가 본 방들은 전혀 어지럽혀지지 않고 원래 모습을 유지했지만, 사실은 이미 샅샅이 뒤져본 상태였다.곧 구십칠은 침서의 방에 도착했다.방안을 구석구석 뒤져보았지만 불전연은 보이지 않았다. 숨겨진 길이 있지는 않을지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기관을 찾지 못했다.구십칠은 이내 방에서 나와 경공을 사용해 지붕 위로 올라간 뒤 건물의 구조와 면적을 관찰했다.다시 방으로 돌아온 구십칠은 방이 많이 작아졌음을 발견했다.지붕 위에서 본 것처럼 그렇게 커 보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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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2화

그가 내원에 도착했을 때 소식을 전해 들은 난희가 부리나케 달려왔다. 피 칠갑을 한 침서의 모습에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장군, 왜 이렇게 심하게 다치신 겁니까?”난희는 황급히 그를 부축하여 그를 그의 방으로 데려다줬다.발소리가 가까워지자 구십칠은 인기척을 느꼈다.원래대로라면 바로 철수해야 했지만 하필 그때 자물쇠가 열렸다.숨겨진 문이 열리는 순간, 구십칠은 자신의 본 광경에 아연실색했다.벽과 맞닿아 있는 궤 안에 불전연이 수도 없이 들어있었다.전부 불전연이었다!구십칠은 곧바로 그곳으로 달려가 불전연 여러 개를 품속으로 집어넣었다.그가 떠나려고 할 때는 이미 늦었다.침서가 방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구십칠은 깜짝 놀라며 밀실의 구석에 몸을 숨긴 뒤 숨을 참고 바깥의 인기척을 들었다.난희는 침서를 침상 위로 부축한 뒤 황급히 약을 가지러 갔다. 그녀는 불안한 마음에 참지 못하고 밀실 쪽을 바라봤다.안에 있던 것이 도망쳐 나왔으니 침서가 곧 발견할 것이다.그리고 난희는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그녀는 긴장을 억누르며 약을 들고 침상 곁으로 다가갔다.“장군, 제가 상처를 싸매드리겠습니다.”침서는 눈을 감고 통증과 피로를 참았다. 난희가 조심스럽게 그의 겉옷을 벗겼지만 침서는 말리지 않았다.침서의 상처를 보니 몸이 성한 데가 없었다.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난희는 심지어 감히 건드릴 수도 없었다.침서는 눈을 감고 차갑게 재촉했다.“얼른 하거라.”난희는 어쩔 수 없이 손을 썼다. 그녀는 상처가 비교적 심각한 곳의 피를 닦아냈는데 어떤 곳은 이미 피가 응고된 상태였는데 상처가 작지 않았다.난희는 조심스럽게 약을 바르고 상처를 싸맸다.그리고 겨우겨우 비교적 심한 상처까지 전부 다 싸맸다.침서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뭔가 이상하다는 기분이 자꾸만 들었다.그의 시선이 갑자기 밀실 쪽으로 향했다. 그는 밀실을 물끄러미 바라봤고 그 점을 눈치챈 난희는 심장이 철렁해 다급히 말했다.“장군, 다리 쪽 상처를 보아도 되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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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3화

하지만 그가 죽는다면 이 불전연을 건네줄 수 없게 된다.구십칠은 침서가 그곳을 발견하지 못하길, 안으로 들어와 보지 않길 기도했다.침서는 버럭 화를 내며 매섭게 명령을 내렸다.“조사하거라! 내가 없던 사이 누가 내 방에 들어왔었는지 말이다!”침서는 화를 내더니 이내 아픈 듯 가슴께를 눌렀다.난희는 황급히 그를 부축했다.“장군께서는 부상이 심각하니 먼저 쉬세요. 제가 사람을 시켜 조사해 보겠습니다.”난희가 침서를 부축해 떠나려고 할 때, 침서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안쪽에 있는 밀실 문을 바라봤다.곧이어 그는 천천히 그곳을 걸어가 손을 들어 화폭을 매만졌다. 자물쇠를 본 순간, 침서의 동공이 확장됐다.자물쇠가 열려있었다.침서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곧이어 그는 고개를 돌려 난희를 보더니 조용히 하라는 듯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댔다.그러고는 난희에게 사람을 데려오라고 눈치를 줬다.난희는 심장이 철렁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떠났다.장군은 무슨 뜻일까? 누군가 밀실에 들어갔다는 것일까?곧 난희는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온 뒤 몰래 방을 단단히 에워쌌다.구십칠은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지 않자 자신이 발각당했음을 곧바로 깨달았다.그는 마음이 무거웠다.그는 품속의 불전연을 안쪽으로 쑤셔 넣은 뒤 장검을 들었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 뒤 조용히 밀실 문 옆에 몸을 숨겼다.이내 침서는 손을 들어 천천히 밀실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는 순간, 구십칠은 눈빛이 돌변하며 검을 뽑아 들고 침서에게 덤벼들었다.“조심하세요, 장군!”난희가 달려들어 검을 막아내려 했는데 침서가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고 신속히 몸을 피했고 그 바람에 침서의 팔에 상처가 났다.구십칠은 포위를 뚫고 나가려고 맹렬한 공세를 퍼부었다.그러나 호위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그를 겹겹이 에워싸며 매섭게 공격했다.구십칠은 재빨리 밀실에서 빠져나왔지만 방안에는 더 많은 수의 호위들이 지키고 있었다.방문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구십칠에게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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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4화

침서는 실눈을 뜨며 차가운 눈빛으로 덤덤히 말했다.“낙요는 죽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그녀는 불전연이 필요 없소.”“이건 내게 더는 중요하지 않소.”침서는 천천히 허리를 숙이더니 유유히 입을 열었다.“만약 이 불전연만 훔쳤다면 살려주지. 낙요를 도성까지 호송해 준 공이 있으니 말이오.”침서의 한기가 감도는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등골이 오싹했다.“하지만 당신은 내 밀실에 들어가 내 일을 망쳤으니 죽어야 하오!”도망친 혼백을 떠올리자 침서의 눈동자에 살기가 감돌았다.그는 분사검을 움켜쥐고 힘껏 검을 휘둘렀다.피가 흩뿌려졌고 구십칠의 몸이 그대로 쓰러졌다.난희의 옷자락에 피가 튀었다. 그녀는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삼켰고 눈동자는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만약 오늘 누군가 밀실에 잠입하지 않았다면 죽은 사람은 아마 그녀였을 것이다.침서는 분사검을 내려놓고 차가운 목소리로 분부했다.“시체는 먼 곳에 내던지거라.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거라.”“알겠습니다!”곧 시체가 옮겨졌다.침서는 피곤한 얼굴로 돌아서더니 침상에 누워 덤덤히 말했다.“이만 가보거라.”난희는 고개를 끄덕인 뒤 방에서 나왔다.바닥에 널브러진 불전연을 본 난희는 조심스럽게 침서를 힐끔 보았다. 침서는 눈을 감고 있었다.그녀는 허리를 숙여 불전연을 줍더니 방문을 닫았다.방에서 나온 뒤 그녀는 복잡한 심경으로 불전연을 바라보았다.구십칠은 이번에 낙요를 위해 불전연을 구하려고 이곳에 왔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8대 가문의 도장도 훔칠 수 있는 실력이 대단한 도적이라고 했다. 그는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오늘 그는 장군 저택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난희는 돌아가서 불전연을 비단함 안에 숨겨두었다.-꿈속에서 낙요는 몸을 흠칫 떨더니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깨어나서 밖을 보니 아직 날이 어두웠다.악몽을 꾸지도 않았는데 왜 갑자기 놀라서 잠이 깬 걸까?낙요는 일어나 앉은 뒤 촛불을 밝혔다.그녀는 불안한 마음에 나침반을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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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5화

그녀는 매일 밤 그곳으로 향했지만 그녀가 기다리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마치... 영원히 보지 못할 사람처럼 말이다.-낙요가 약을 다 만들었을 때 날은 이미 밝았다.그녀는 계진의 방 앞에 섰고 계진의 안색이 창백한 걸 보았다.“대제사장님!”낙요는 미간을 구긴 채 그를 훑어보았다.“상처는 어떠냐?”“이미 싸맸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렇다면 다행이구나.”낙요는 약 하나를 월규에게 건네며 그녀에게 약을 달인 뒤 계진의 방으로 가져다주라고 분부했다.그러고는 다른 약을 들고 외출했다.침서는 그녀가 무사히 도성에 도착할 수 있게 하려고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 그런 그가 심하게 다쳤는데 한 번 가봐야 했다.그녀는 마차를 타고 장군 저택에 도착했다.난희는 그녀를 보았을 때 살짝 놀랐다. 그녀는 잠깐 당황하더니 황급히 그녀를 데리고 침서를 만나러 갔다.침서의 방문 밖에 도착했을 때 낙요는 바닥에 핏자국이 있는 걸 보았다.“장군, 대제사장님께서 장군을 보러 오셨습니다.”그 말에 침서는 다급히 침상에서 일어났다.낙요가 방 안으로 들어오자 침서는 희색을 띠면서 황급히 일어났다.“낙요야, 네가 여긴 웬일이냐?”낙요는 난희에게 약을 건넸다.“가서 약을 달이거라.”“네.”난희가 떠난 뒤 낙요는 침서에게 앉으라고 하고 그의 맥을 짚어봤다.상태가 심각했다.낙요는 미간을 찡그렸다.“계진을 데리고 적을 유인했다면서요. 왜 저와 먼저 상의하지 않은 겁니까?”“둘 뿐인데 혹시라도 적들을 물리치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죽었다면 아무도 두 사람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을 겁니다.”침서는 그 말을 듣더니 오히려 웃어 보였다.“이렇게 무사히 돌아오지 않았느냐?”“게다가 넌 그때 내게 화가 나 있었으니 너와 말할 기회도 없지 않았느냐?”눈살을 찌푸린 낙요는 문밖을 바라보며 물었다.“방문 밖에 왜 핏자국이 있는 겁니까? 제가 상처를 확인해 보겠습니다.”침서는 살짝 놀라며 위로햇다.“내 상처는 이미 다 싸맸다. 괜찮다.”침서는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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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6화

상대방은 그녀를 보더니 곧바로 골목길 안으로 몸을 숨겼다.낙요는 난희가 저택 안으로 들어간 걸 확인하고 나서야 빠른 걸음으로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다른 거리까지 쫓아가서야 주락과 만날 수 있었다.“장군 저택 밖에서 수상쩍게 뭘 하는 것이오?”낙요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주락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대제사장님, 침서 저택에서 구십칠을 보았습니까?”그 말에 낙요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구십칠이 왜?”“그가 침서의 저택에 있는 것이오?”“난 그를 보지 못했소.”주락은 경계하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어젯밤 저와 구십칠은 불전연을 찾기 어려운 원인을 분석하다가 도성의 누군가가 불전연을 모으고 있는 건 아닐지 의심했습니다.”“전 어젯밤 구십칠과 따로 행동했습니다. 전 두 군데를 가봤고 그는 침서의 저택으로 갔습니다.”“그런데 어제 제가 객잔으로 돌아갔을 때 구십칠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그가 침서의 저택에서 무슨 일을 당한 게 틀림없습니다.”낙요는 그 말을 듣자 마음이 무거워져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시간을 보면 침서는 한밤중에 저택에 도착했소.”“만약 구십칠이 그의 저택에서 불전연을 찾지 못했다면 아마 일찍 떠났을 것이오.”“다른 곳으로 간 걸지도 모르오.”주락은 결연히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없습니다. 저희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가 침서의 저택에 가서 찾아 보고 찾지 못하면 반드시 먼저 객잔에 돌아와 제게 알리겠다고 말입니다.”“만약... 만약 그가 침서의 저택에서 불전연을 찾았다면요!”그 말에 낙요는 놀란 얼굴로 그를 보았다.낙요는 미간을 구겼다.“내가 다시 침서 저택으로 가서 찾아보겠소.”“당신은 따라오지 마시오. 발각될 수도 있으니 말이오.”주락은 고개를 끄덕였다.“고맙습니다, 대제사장님!”낙요는 빠른 걸음으로 골목길에서 나와 장군 저택으로 돌아왔다.난희는 깜짝 놀라며 다급히 그녀를 맞이했다.“대제사장님,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셨습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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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7화

침서는 미간을 구기고 걱정스레 물었다.“낙요야, 다친 것이냐?”낙요는 고개를 저었다.“여분으로 남겨둔 것이었습니다. 장군께서 다치셔서 가져다줄 생각이었는데 글쎄 도난당했지 뭡니까?”침서는 웃는 얼굴로 낙요에게 천천히 다가가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상처는 괜찮다.”“불전연은 시장에서 그 종적을 찾지 못 한 지 오래되었다. 아마 당분간은 찾지 못할 것이다.”“이렇게 하자꾸나. 내가 사람을 시켜 수소문해 보마. 혹시 소식이 있다면 네게 알려주겠다.”낙요는 침서의 성실한 눈빛을 보고 거짓말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낙요는 곧 불안한 마음에 다시 떠보듯 물었다.“정말 외부인이 침입한 적이 없습니까?”침서는 고개를 저었다.“없다.”“걱정하지 말거라.”낙요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렇다면 구십칠은 어디로 간 것일까?“전 가보겠습니다.”“내가 배웅하마.”곧이어 침서는 낙요를 저택 밖까지 배웅했다.낙요는 대제사장 저택 쪽으로 걸어갔다. 침서는 문가에 서서 그녀를 배웅했고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난희가 걱정스레 물었다.“장군, 이 일을 대제사장님께 숨길 생각입니까?”침서의 눈빛이 다시 서늘해졌다.“내가 얘기했었지. 아무도 모르게 하라고. 낙요가 알아서는 더더욱 안 된다.”“하지만 대제사장님께서는 구십칠과 아무 사이 아닙니다. 대제사장님께서는 아마...”난희는 참지 못하고 말했고 침서는 고개를 돌려 화가 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난희는 겁을 먹고 즉시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감히 입 뻥긋하지 못했다.“감히 이 일을 누설하는 자가 있다면 죽을 만큼 괴롭게 해줄 것이다!”난희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그녀는 아무 얘기 하지 못했다.낙요가 아주 멀리 걸어가서야 주락은 기회를 틈타 그녀를 뒤쫓았다.그가 애타는 목소리로 물었다.“찾았습니까?”낙요는 고개를 저었다.“장군 저택을 몽땅 뒤져봤는데도 구십칠은 보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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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8화

낙요는 곧장 떠나 방으로 돌아온 뒤 나침반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잠시 뒤 갑자기 누군가 찾아왔다.“대제사장님.”부진환의 목소리였다.“들어오시오.”부진환은 방 안으로 들어왔고 낙요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여긴 웬일이오? 상처가 다 낫지 않았으면서 침상에서 내려와 걸어 다니다니, 일찍 죽기를 원하는 것이오?”부진환은 창백한 얼굴로 천천히 다가갔다.“주락은 제가 지켜보겠습니다.”낙요는 살짝 놀라며 시선을 들어 그를 보았다.“날 설득하러 온 것이 아니오?”부진환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대제사장님께서는 생각이 있으시겠지요.”“비록 대제사장님께서 제게 알려줄 리는 없겠지만 대제사장님의 일을 망치지 않도록 주락은 제가 잘 지켜보겠습니다.”그는 결연한 어조로 신뢰하듯 말했다.낙요는 의아했다. 그녀는 설명하지 않고 덤덤히 말했다.“내게 그 어떤 기대도 품지 마시오. 실망하게 될 테니 말이오.”그녀는 구십칠의 행방을 알지 못해 마음이 불안했다. 만약 그를 찾지 못한다면 더욱 불안해질 것이다.그 말을 들은 부진환은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구십칠은 아마 변고를 당했을 것이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탁자에 시선을 고정하고 나침반을 보았다.곧이어 그는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앞에 내려놓았다.그것은 피가 묻은 손수건이었다.부진환이 상처를 입고 길에 올랐을 때 구십칠에 그에게 건넸던 것이었다.“만약 결과가 있다면 부디 알려주시길 바랍니다.”말을 마친 뒤 부진환은 돌아서서 떠났다.낙요는 피가 묻은 손수건을 보고 잠깐 망설였다.곧이어 그녀는 나침반을 들었고 이내 결과가 나왔다.그 순간 낙요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대흉이었다.낙요는 마음이 가라앉은 채로 피가 묻은 손수건을 들고 다시금 나침반을 썼다.눈을 감자 눈앞에 갑자기 어떠한 화면이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시체가 가득한 곳이었다.난장강!곧이어 또 한 번 화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구십칠의 시체를 보았다.낙요는 주먹을 꽉 쥐고 눈을 번쩍 떴다.심장이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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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9화

최근 들어 그녀는 가끔 예전에 있었던 일을 꿈에서 봤다. 아마도 그녀가 잊은 기억들일 것이다.그리고 가끔 옛일을 떠올릴 때 예전에는 떠오르지 않았던 기억들이 저도 모르게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하지만 그런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낙요는 당장이라도 더 많은 기억을 떠올리고 싶었다.바로 그때, 부진환이 뜨거운 물을 받아 와서 문 앞에 섰다.“대제사장님.”방문을 연 낙요는 그를 본 순간 살짝 놀랐다.“누워서 쉬지 않고 왜 또 온 것이오?”부진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제가 오지 않으면 대제사장님께서 익숙하지 않을까 봐서요.”“웃기는 소리군. 당신이 없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리가?”낙요는 차가운 어조로 말했지만 부진환을 쫓아내진 않았다.부진환은 침상 옆에 섰고 낙요는 자리에 앉았다.그녀는 고단했다.부진환은 낙요의 신발을 벗긴 뒤 그녀의 발을 뜨거운 물에 담갔고 적당한 힘으로 안마했다.낙요는 편하게 눈을 감고 덤덤히 말했다.“약을 먹어서 몸이 좀 나아졌소?”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많이 나아졌습니다.”“그러면 다행이군.”“진익이 돌아오면 역소천의 죄를 묻고 그를 처형할 것이오. 당신의 상처 또한 반 이상 나을 것이오.”부진환은 살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대제사장님, 그들과 무슨 거래를 한 겁니까?”낙요는 대답하지 않았다.부진환은 눈빛이 암담해졌다.“전 대제사장님을 위해 한 일이 없습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낙요는 덤덤히 입을 열었다.“여단청과 월규였어도 난 그렇게 했을 것이오.”말하면서 그녀를 진지한 얼굴로 부진환을 바라보았다.“그건 당신이랑 상관이 없소.”부진환은 씁쓸하게 웃었다.“알고 있습니다.”“대제사님장께서는 의리를 중요시하는 분이니 오늘 다른 사람이었어도 대제사장님께서는 구하려고 하셨겠지요.”부진환은 말하면서 속이 답답했다.그는 구십칠이 죽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살릴 수 있다면 낙요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그녀가 지금까지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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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0화

부진환은 수건으로 그녀의 발을 닦아주었다. 피로 물든 물을 바라보는 부진환은 심경이 복잡하고 또 걱정스러웠다.낙요는 발을 닦은 뒤 침상에 누웠다. 그녀는 이불을 덮고 부진환에게서 몸을 돌렸다.부진환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닫았다.낙요는 침상에 누워 뒤척였다.그녀는 갑자기 뭔가를 의식했다. 매번 발을 담근 뒤 그녀는 꿈에서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렸다.오늘 밤 떠올린 기억 역시 그녀를 무척이나 괴롭게 만들었다.왜 그런 것일까?둘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낙요는 내일 다시 입궁하여 장서각에 가볼 생각이었다.-아침 햇살이 구름층을 뚫고 대지를 내리쬐고 있었다.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어젯밤 내렸던 눈이 전부 녹아내렸다.햇살이 지붕 위를 비추니 물방울이 찬란하게 빛나며 처마 아래로 똑똑 떨어졌다.낙요는 방문을 열고 입궁하러 가려 했다.밖으로 나오자 조용하던 거리에서 대오가 천천히 걸어왔다.맨 앞에서 말을 타고 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진익이었다.“벌써 돌아왔습니까?”진익은 말을 타고 당당하게 다가오며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대제사장, 내가 돌아온 것을 알고 날 맞이하러 온 것이오?”“난 백성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아침에 입성할 생각이었소.”“그런데 대제사장이 예상했을 줄은 몰랐소.”낙요는 미간을 구기고 그의 등 뒤를 바라봤다. 그의 뒤에는 철갑 금군만 있었다.“일은 다 잘 처리했습니까? 노예곡의 사람들은...”진익이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시오, 대제사장. 노예곡의 사람들은 전부 노예영으로 보냈소.”“서소청과 석칠 등 사람들에게는 죄를 물을 것이오. 대제사장이 그들의 금혼부를 풀어준다면 그들은 자유를 되찾을 것이오.”낙요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다행입니다.”“얼른 입궁하시지요.”진익이 눈썹을 튕겼다.“나와 함께 가지 않겠소? 이 일은 대제사장이 큰 공을 세웠으니 내가 부황께 말씀드릴 것이오.”“난 다른 사람의 공을 채가는 소인배가 아니오.”낙요는 거절하지 않았고 진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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