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은 그녀를 보더니 곧바로 골목길 안으로 몸을 숨겼다.낙요는 난희가 저택 안으로 들어간 걸 확인하고 나서야 빠른 걸음으로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다른 거리까지 쫓아가서야 주락과 만날 수 있었다.“장군 저택 밖에서 수상쩍게 뭘 하는 것이오?”낙요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주락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대제사장님, 침서 저택에서 구십칠을 보았습니까?”그 말에 낙요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구십칠이 왜?”“그가 침서의 저택에 있는 것이오?”“난 그를 보지 못했소.”주락은 경계하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어젯밤 저와 구십칠은 불전연을 찾기 어려운 원인을 분석하다가 도성의 누군가가 불전연을 모으고 있는 건 아닐지 의심했습니다.”“전 어젯밤 구십칠과 따로 행동했습니다. 전 두 군데를 가봤고 그는 침서의 저택으로 갔습니다.”“그런데 어제 제가 객잔으로 돌아갔을 때 구십칠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그가 침서의 저택에서 무슨 일을 당한 게 틀림없습니다.”낙요는 그 말을 듣자 마음이 무거워져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시간을 보면 침서는 한밤중에 저택에 도착했소.”“만약 구십칠이 그의 저택에서 불전연을 찾지 못했다면 아마 일찍 떠났을 것이오.”“다른 곳으로 간 걸지도 모르오.”주락은 결연히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없습니다. 저희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가 침서의 저택에 가서 찾아 보고 찾지 못하면 반드시 먼저 객잔에 돌아와 제게 알리겠다고 말입니다.”“만약... 만약 그가 침서의 저택에서 불전연을 찾았다면요!”그 말에 낙요는 놀란 얼굴로 그를 보았다.낙요는 미간을 구겼다.“내가 다시 침서 저택으로 가서 찾아보겠소.”“당신은 따라오지 마시오. 발각될 수도 있으니 말이오.”주락은 고개를 끄덕였다.“고맙습니다, 대제사장님!”낙요는 빠른 걸음으로 골목길에서 나와 장군 저택으로 돌아왔다.난희는 깜짝 놀라며 다급히 그녀를 맞이했다.“대제사장님,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셨습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
침서는 미간을 구기고 걱정스레 물었다.“낙요야, 다친 것이냐?”낙요는 고개를 저었다.“여분으로 남겨둔 것이었습니다. 장군께서 다치셔서 가져다줄 생각이었는데 글쎄 도난당했지 뭡니까?”침서는 웃는 얼굴로 낙요에게 천천히 다가가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상처는 괜찮다.”“불전연은 시장에서 그 종적을 찾지 못 한 지 오래되었다. 아마 당분간은 찾지 못할 것이다.”“이렇게 하자꾸나. 내가 사람을 시켜 수소문해 보마. 혹시 소식이 있다면 네게 알려주겠다.”낙요는 침서의 성실한 눈빛을 보고 거짓말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낙요는 곧 불안한 마음에 다시 떠보듯 물었다.“정말 외부인이 침입한 적이 없습니까?”침서는 고개를 저었다.“없다.”“걱정하지 말거라.”낙요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렇다면 구십칠은 어디로 간 것일까?“전 가보겠습니다.”“내가 배웅하마.”곧이어 침서는 낙요를 저택 밖까지 배웅했다.낙요는 대제사장 저택 쪽으로 걸어갔다. 침서는 문가에 서서 그녀를 배웅했고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난희가 걱정스레 물었다.“장군, 이 일을 대제사장님께 숨길 생각입니까?”침서의 눈빛이 다시 서늘해졌다.“내가 얘기했었지. 아무도 모르게 하라고. 낙요가 알아서는 더더욱 안 된다.”“하지만 대제사장님께서는 구십칠과 아무 사이 아닙니다. 대제사장님께서는 아마...”난희는 참지 못하고 말했고 침서는 고개를 돌려 화가 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난희는 겁을 먹고 즉시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감히 입 뻥긋하지 못했다.“감히 이 일을 누설하는 자가 있다면 죽을 만큼 괴롭게 해줄 것이다!”난희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그녀는 아무 얘기 하지 못했다.낙요가 아주 멀리 걸어가서야 주락은 기회를 틈타 그녀를 뒤쫓았다.그가 애타는 목소리로 물었다.“찾았습니까?”낙요는 고개를 저었다.“장군 저택을 몽땅 뒤져봤는데도 구십칠은 보이지 않
낙요는 곧장 떠나 방으로 돌아온 뒤 나침반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잠시 뒤 갑자기 누군가 찾아왔다.“대제사장님.”부진환의 목소리였다.“들어오시오.”부진환은 방 안으로 들어왔고 낙요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여긴 웬일이오? 상처가 다 낫지 않았으면서 침상에서 내려와 걸어 다니다니, 일찍 죽기를 원하는 것이오?”부진환은 창백한 얼굴로 천천히 다가갔다.“주락은 제가 지켜보겠습니다.”낙요는 살짝 놀라며 시선을 들어 그를 보았다.“날 설득하러 온 것이 아니오?”부진환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대제사장님께서는 생각이 있으시겠지요.”“비록 대제사장님께서 제게 알려줄 리는 없겠지만 대제사장님의 일을 망치지 않도록 주락은 제가 잘 지켜보겠습니다.”그는 결연한 어조로 신뢰하듯 말했다.낙요는 의아했다. 그녀는 설명하지 않고 덤덤히 말했다.“내게 그 어떤 기대도 품지 마시오. 실망하게 될 테니 말이오.”그녀는 구십칠의 행방을 알지 못해 마음이 불안했다. 만약 그를 찾지 못한다면 더욱 불안해질 것이다.그 말을 들은 부진환은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구십칠은 아마 변고를 당했을 것이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탁자에 시선을 고정하고 나침반을 보았다.곧이어 그는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앞에 내려놓았다.그것은 피가 묻은 손수건이었다.부진환이 상처를 입고 길에 올랐을 때 구십칠에 그에게 건넸던 것이었다.“만약 결과가 있다면 부디 알려주시길 바랍니다.”말을 마친 뒤 부진환은 돌아서서 떠났다.낙요는 피가 묻은 손수건을 보고 잠깐 망설였다.곧이어 그녀는 나침반을 들었고 이내 결과가 나왔다.그 순간 낙요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대흉이었다.낙요는 마음이 가라앉은 채로 피가 묻은 손수건을 들고 다시금 나침반을 썼다.눈을 감자 눈앞에 갑자기 어떠한 화면이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시체가 가득한 곳이었다.난장강!곧이어 또 한 번 화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구십칠의 시체를 보았다.낙요는 주먹을 꽉 쥐고 눈을 번쩍 떴다.심장이 미
최근 들어 그녀는 가끔 예전에 있었던 일을 꿈에서 봤다. 아마도 그녀가 잊은 기억들일 것이다.그리고 가끔 옛일을 떠올릴 때 예전에는 떠오르지 않았던 기억들이 저도 모르게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하지만 그런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낙요는 당장이라도 더 많은 기억을 떠올리고 싶었다.바로 그때, 부진환이 뜨거운 물을 받아 와서 문 앞에 섰다.“대제사장님.”방문을 연 낙요는 그를 본 순간 살짝 놀랐다.“누워서 쉬지 않고 왜 또 온 것이오?”부진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제가 오지 않으면 대제사장님께서 익숙하지 않을까 봐서요.”“웃기는 소리군. 당신이 없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리가?”낙요는 차가운 어조로 말했지만 부진환을 쫓아내진 않았다.부진환은 침상 옆에 섰고 낙요는 자리에 앉았다.그녀는 고단했다.부진환은 낙요의 신발을 벗긴 뒤 그녀의 발을 뜨거운 물에 담갔고 적당한 힘으로 안마했다.낙요는 편하게 눈을 감고 덤덤히 말했다.“약을 먹어서 몸이 좀 나아졌소?”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많이 나아졌습니다.”“그러면 다행이군.”“진익이 돌아오면 역소천의 죄를 묻고 그를 처형할 것이오. 당신의 상처 또한 반 이상 나을 것이오.”부진환은 살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대제사장님, 그들과 무슨 거래를 한 겁니까?”낙요는 대답하지 않았다.부진환은 눈빛이 암담해졌다.“전 대제사장님을 위해 한 일이 없습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낙요는 덤덤히 입을 열었다.“여단청과 월규였어도 난 그렇게 했을 것이오.”말하면서 그녀를 진지한 얼굴로 부진환을 바라보았다.“그건 당신이랑 상관이 없소.”부진환은 씁쓸하게 웃었다.“알고 있습니다.”“대제사님장께서는 의리를 중요시하는 분이니 오늘 다른 사람이었어도 대제사장님께서는 구하려고 하셨겠지요.”부진환은 말하면서 속이 답답했다.그는 구십칠이 죽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살릴 수 있다면 낙요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그녀가 지금까지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부진환은 수건으로 그녀의 발을 닦아주었다. 피로 물든 물을 바라보는 부진환은 심경이 복잡하고 또 걱정스러웠다.낙요는 발을 닦은 뒤 침상에 누웠다. 그녀는 이불을 덮고 부진환에게서 몸을 돌렸다.부진환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닫았다.낙요는 침상에 누워 뒤척였다.그녀는 갑자기 뭔가를 의식했다. 매번 발을 담근 뒤 그녀는 꿈에서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렸다.오늘 밤 떠올린 기억 역시 그녀를 무척이나 괴롭게 만들었다.왜 그런 것일까?둘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낙요는 내일 다시 입궁하여 장서각에 가볼 생각이었다.-아침 햇살이 구름층을 뚫고 대지를 내리쬐고 있었다.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어젯밤 내렸던 눈이 전부 녹아내렸다.햇살이 지붕 위를 비추니 물방울이 찬란하게 빛나며 처마 아래로 똑똑 떨어졌다.낙요는 방문을 열고 입궁하러 가려 했다.밖으로 나오자 조용하던 거리에서 대오가 천천히 걸어왔다.맨 앞에서 말을 타고 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진익이었다.“벌써 돌아왔습니까?”진익은 말을 타고 당당하게 다가오며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대제사장, 내가 돌아온 것을 알고 날 맞이하러 온 것이오?”“난 백성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아침에 입성할 생각이었소.”“그런데 대제사장이 예상했을 줄은 몰랐소.”낙요는 미간을 구기고 그의 등 뒤를 바라봤다. 그의 뒤에는 철갑 금군만 있었다.“일은 다 잘 처리했습니까? 노예곡의 사람들은...”진익이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시오, 대제사장. 노예곡의 사람들은 전부 노예영으로 보냈소.”“서소청과 석칠 등 사람들에게는 죄를 물을 것이오. 대제사장이 그들의 금혼부를 풀어준다면 그들은 자유를 되찾을 것이오.”낙요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다행입니다.”“얼른 입궁하시지요.”진익이 눈썹을 튕겼다.“나와 함께 가지 않겠소? 이 일은 대제사장이 큰 공을 세웠으니 내가 부황께 말씀드릴 것이오.”“난 다른 사람의 공을 채가는 소인배가 아니오.”낙요는 거절하지 않았고 진익은
그 혼백은 계속해 사내를 따라다녔다.사내는 며칠 동안 비통해했다. 그는 원래 그녀를 따라 목숨을 끊을 생각이었지만 여인이 그를 말렸고 사내는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곁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 뒤로 사내는 오직 여인을 살릴 생각만 했다.그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았고 이곳저곳 다니면서 스승을 모시며 기예를 배웠다.그는 여인의 혼백이 다른 사람의 몸에 쉽게 들어간다는 걸 발견했다. 강렬한 배척 반응 없이 거의 완벽히 융합될 수 있었다.그래서 그는 막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찾아 여인이 그 안에 들어가게 했다.하지만 여인의 혼백이 가볍고 본인 몸이 아니다 보니 조금만 놀라거나 뜻밖의 일이 생겨 상처를 입는다면 이내 혼백이 몸에서 빠져나왔다.이러한 상황이 6년 동안 이어지게 되면서 더는 몸을 쓸 수 없어 새로운 몸을 찾아야 했다.마지막에 사내는 산 사람의 몸을 빼앗아 환혼술을 썼고 여인과 함께 속세를 벗어나 숨어 살며 위험과 두려움을 멀리했다.그러게 여인은 그 몸을 10년 가까이 사용했다.하지만 그 술법은 천도를 어긴 것이기에 사내는 아주 비참한 말로를 맞이했다.그는 시체마저 온전하지 않았다.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일생을 살았으니 원망할 건 없었다.사내는 본인과 아내의 환혼술을 시험한 과정과 환혼술을 사용한 뒤의 일상을 전부 기록해 두었다.그 뒤에 누군가 그 내용을 이 서책에 적었지만 그것은 일부일 뿐이었다.그 서책에는 혼백을 바꾼 뒤 여인은 새로운 몸과 융합하면서 잠깐 기억을 잃게 된다고 했다.동시에 몸과 영혼을 소유하게 되니 두 개의 다른 기억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몸과 혼백이 반년 이상 융합하게 되면 천천히 모든 기억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그리고 매일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몸을 씻으면 몇 달 내로 기억을 회복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하지만 그렇게 하다가 두 차례 기억에 착란이 생겼고 영혼과 몸의 기억 중 일부만 가지게 됐을 뿐 완전히 회복할 수 없었다고 적혀 있었다.그것을 다 본 뒤 낙요는 충격을 받았다.지
진익은 몸이 굳었다.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소. 보아하니 정말 기분이 좋지 않은 듯하군.”옥으로 향한 낙요는 진익과 함께 곧장 역소천을 보러 갔다.옥에 갇힌 역소천은 형벌을 많이 받은 건지 아주 비참한 꼴이었다.옥졸이 들어와 그들에게 자백서를 건넸다.“대제사장님, 황자님, 이것은 역소천이 형벌을 받고 실토한 것들입니다.”낙요는 그것을 보았다.역소천이 죄를 인정했다.평범한 백성들을 잡아들여 법을 어긴 걸 말이다.그러면서 서소청은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모든 것은 그가 지시한 것이라고 하며 그녀는 단지 그 때문에 연루되었을 뿐이라고 했다.낙요는 미간을 구긴 채로 옥사로 들어가 역소천을 향해 자백서를 던졌다.“아직도 서소청을 감싸려 드는 것이오? 심지어 모든 죄를 자신이 감당하려 하는군.”“정이 너무 깊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멍청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소.”“서소청이 무슨 짓들을 했는지 알고 있소? 그녀가 노예곡으로 가서 노예곡의 악인들과 함께 연합하여 날 죽이려고 한 일을 알고 있소?”“그녀가 누굴 위해 일했는지 알고 있소?”역소천은 그 말을 듣고서도 꿈쩍하지 않고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소청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오.”“분명 뭔가 사정이 있었을 것이오.”“대제사장은 처음부터 소청이를 악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진실을 밝혀 그녀의 결백함을 증명할 생각이 없겠지.”“소청이에게는 이제 아무것도 없소. 오로지 나뿐이지. 내가 소청이를 위해 죄를 감당해 주지 않는다면 누가 그녀를 돕겠소?”그 말을 들은 낙요는 깜짝 놀랐다.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그녀는 화를 내며 말했다.“폐하께서는 당신을 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바로 당신의 죄를 물을 생각이 없었소. 당신의 변명을 들을 생각이었지. 만약 당신이 이 일과 상관이 없다면 당신을 처형시키지 않을 것이오!”’“그런데 당신은 이런 상황이 되어서도 여전히 맹목적으로 그 여인을 믿는 것이오? 이렇게 많은 증거가 바로 당신의 눈앞에 있
그는 온몸이 경직되어 놀란 표정으로 낙요를 바라봤다.“뭐라고 했소?”“소청에게 딸이 있다고? 그럴 리가!”역소천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 그는 황당함을 느끼며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진익 또한 놀란 얼굴로 낙요를 바라봤다.낙요는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한 가지는 맞게 얘기했소. 서소청은 핍박을 받은 걸지도 모르지. 그녀의 딸이 다른 사람의 손아귀에 있었으니 말이오.”“딸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죄를 인정했소.”“그리고 모든 걸 당신이 지시했다고 했지!”낙요는 손을 뻗어 진익의 품 안에서 다른 자백서를 꺼내 역소천에게 던졌다.역소천은 경악한 표정으로 자백서를 들어 보았다.그는 두 눈이 벌게졌고 자백서를 든 손은 떨리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시치미를 뗐다.“당신들이 뭐라 하든 난 그녀를 믿을 것이오.”“당신들은 그녀를 모르오.”진익은 그 얘기를 듣고 화를 내며 말했다.“그 여인은 당신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소. 줄곧 당신을 속였단 말이오!”“그녀는 지금도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당신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하오!”“그런데 왜...”하지만 진익이 뭐라고 하든 역소천은 침묵을 유지하며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낙요는 버럭 화를 냈다.“정말 고집스럽군!”“당신은 당신이 본 것만 믿으려고 하니 다른 사람들을 탓하지 마시오.”“우리는 당신에게 살 기회를 줬소!”말을 마친 뒤 그녀는 돌아서서 씩씩거리며 떠났다.진익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역소천을 바라본 뒤 자백서를 가져갔다.“정말 융통성이 없군. 아직도 이렇게 멍청하게 굴다니!”말을 마친 뒤 그도 떠났다.문이 잠기고 역소천의 벌게진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낙요는 씩씩거리면서 옥에서 나왔고 진익이 그녀를 뒤따랐다.“대제사장, 왜 저자 때문에 그리 화를 내는 것이오?”“그는 서소청을 사랑해 진실까지 외면했소.”“당신이 뭐라고 하든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오!”낙요가 걸음을 멈췄다.진익의 말이 그녀를 일깨웠다.역소천이 죽어도 그들의 말을 믿지 않으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