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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491 - Chapter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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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91화

주지스님의 충격적인 이야기원경릉은 마음속으로 힘없이 저항해봤다, 아니, 넌 원숭이야, 네가 뭘 안다고 그래? 과학은 과학이야. 불교와 관계가 있다고 끌어다 붙일 수 있는 게 아니야.“스님 말씀은 스님께서 신봉하시는 불교가 대뇌를 다른 사람보다 발달 시켜 거의 신의 능력에 가까운 힘을 가진다는 것인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스님의 그 점을 동의할 수 없어요.”원경릉이 고개를 저었다.주지가 웃으며 화제를 돌려: “이 약 상자는 소승이 통제하는 것이 아니고, 왕비마마 자신이 통제하시는 것입니다. 단지 마마께서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굴하지 않고 지내왔을 뿐입니다. 심지어 대뇌가 부여한 힘을 일부러 억제하려고 까지 하셨죠.”원경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여전히 고개를 흔들며: “전 스님의 말씀에 동의할 수 없어요. 그냥 편하게 불교이론을 말씀하세요, 그게 차라리 모두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그저 소승이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라 치세요, 하지만 언젠가 왕비마마께서는 깊이 깨달으실 것입니다.” 주지가 말했다.원경릉이 빨리 일어났다. 여기서 빨리 벗어나자, 오래 머무를 곳이 아니다, 오래 머물렀다간 더 이상해질 뿐이다.원경릉은 불교를 믿는 한이 있어도 주지가 말한 황당무계한 소리는 믿지 않을 것이다.“소승은 그 원숭이가 아닙니다. 소승은 단지 전에 왕비마마처럼 같은 문제를 연구했고, 거의 같은 방식으로 여기에 왔습니다. 이미 52년이 되었군요.” 주지스님이 천천히 말했다.원경릉이 주지를 보고, “스님….스님은?”주지가: “원박(元博)은 소승을 알리 없고, 소승은 마마의 300년 후에 마마의 연구과제를 이어받아서 했답니다.”“그래서 연구를 하던 사람이 지금은 불경을 읊는 스님이 되셨다?” 원경릉이 더욱 울지도 웃지도 못할 형편이다.“세상사를 철저히 이해하는 것은 모두 학문입니다!” 주지가 합장하며 아미타불을 외웠다.원경릉은 하마터면 쓰러질 뻔 했다.사실 너무 위화감이 느껴지는데, 위화감 중에 이상하게도 화해의 느낌이 든다. “자금단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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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92화

하룻밤 유숙하게 된 원경릉원경릉이 문을 미는 순간 뒤를 돌아보니 방금까지 기우뚱하게 있던 탁자가 제 위치에 바로 놓여서 마치 쓰러진 적이 없는 것 같다.“선배님 조심히 가세요!” 대사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원경릉은 눈 앞에 캄캄해 넘어지기 일보직전 이었으나, 대사의 눈엔 원경릉이 300년된 골동품이란 생각이 ‘선배’라는 한 마디에 들어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원경릉은 겨우 문을 부여잡고 걸어 나왔는데 자신이 호흡이 곤란하다는 것을 느끼고 한 손으로 우문호의 목을 움켜쥐고 이를 악물고, “우리 가자!”우문호는 어리둥절해서 서둘러 원경릉을 부축하며, “안색이 왜 이래? 퇴마 했어? 귀신은 떠났어?”원경릉이 우문호를 보고, 그러다 턱뼈가 부서질 듯 부들부들 떨며, “왕야……는 내가 귀신 씌길 그렇게 바랬어?” 우문호가 원경릉을 부축하며 그녀가 정말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급히, “왜 그래? 주지스님이 너한테 뭐라고 하셨어?”주지의 목소리가 불현듯 원경릉의 뒤통수에서 울려 퍼지며, “소승 왕야부부께서 절에서 하룻밤 묵어 가시길 청합니다.”원경릉은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홱 뒤를 돌아보니 주지가 이미 자신의 뒤에 심지어 그 자애로운 표정으로 서 있는게 아닌가, 자기도 모르게: “소리도 안 나게 오시면 어떡해요, 놀랐잖아요, 깜짝이야.”“왕비마마 마음이 복잡하셔서 소승의 발소리를 듣지 못하셨나 봅니다.” 주지가 우문호를 성의를 다해 초대하며, “왕야, 날도 이미 저물었으니 누추한 절이지만 하룻밤 묵어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우문호가: “당연하지요, 날이 어둡고 길이 험하니 전 갈 수 있다고 해도 왕비는 못 갑니다.” 게다가 우문호는 아직 주지와 말도 다 못 나눴는데 쫓기듯 갈 수 없지, 아직 일이 분명히 정리된 게 아닌데.원경릉은 가고 싶었지만 확실히 날이 어두워서 갈 수 없고 묵묵히 대사를 흘끔 보니 마침 대사도 마주보고 그녀에게 웃음을 머금고 인사했다.원경릉은 얼굴을 돌렸다. 최근 몸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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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93화

약 상자와 사식이우문호는 원경릉의 안색이 다시 창백해지는 것을 보고 그녀의 말을 믿고 손을 잡고는: “무서워 하지 마, 귀신 얘기일 뿐이잖아. 진짜도 아니고. 좀 쉬면 공양 먹을 때네. 호국사 공양이 괜찮은 편이거든. 평소엔 먹기 힘들어, 어렵게 왔으니 너도 좀 먹어.”원경릉은 식욕이 하나도 없어서 대충 먹고 바로 졸리다고 자겠다고 하면서, 우문호더러 주지를 찾아가 바둑 두며 얘기하게 했다.원경릉은 대사가 우문호에게 오늘 한 얘기를 할거라는 걱정은 조금도 되지 않는 게, 그 얘기를 꺼내면 우문호는 미쳐버릴 게 분명한데, 대사가 우문호를 그렇게 해칠 리 없기 때문이다.우문호가 가고 원경릉은 약 상자를 꺼냈다. 약 상자는 오늘 호국사를 오기 전과 이미 크게 달라져 있었다.원경릉은 비록 마음속으로 어떤 약을 생각하면 그 약이 나타나는 게 확실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감정이 강해지면 그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약이 나타날 수 있다.그러니까 대사가 말한 대로 약 상자는 원경릉의 사념이 제어한다는 것은 사실이다.전엔 불분명하던 것이 오늘 대사가 차근차근 분석해 주니, 원경릉의 머릿속에 혼돈이 한바탕 지나가고 천천히 안개가 걷히며 맑은 하늘이 드러났다.원경릉은 약 상자의 변화로부터 모든 일을 하나씩 천천히 되짚어 갔다.처음은 열이가 다친 일로 그때 그녀는 열이를 구해야 한다는 강렬한 감정이 있었다. 그래서 30대나 곤장을 맞아서 자신의 생명조차 위협받는 상황에 약이 필요하다고, 자신에게 익숙한 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자 약 상자가 나타났다.그 때는 너무 놀랍고 신기한 나머지 자신의 의식이 약 상자를 제어하고 있어서 비로소 나타났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다.다음에 태상황의 병을 치료할 때 약 상자에는 그 약이 나타났다. 비록 완벽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쓸 만한 것으로 그때 원경릉의 심적 태도는 단지 요행을 바라는 정도 였기에 열의가 부족하니 약 상자가 그녀의 심리상태를 보고 판단을 내려 일부 약만 나타났다.회왕의 병을 치료할 때 원경릉은 역시 망설였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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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94화

사식이의 생각과 우문호의 생각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하자, 만약 네가 나라면 넌 기왕비를 구할 거야?”사식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구할 거예요!”원경릉이 의아해서, “왜?”사식이가 헤헤 웃으며, “기왕비가 죽으면 그 주명양이 정비잖아요. 기왕비랑 비하면 전 주명양이 더 싫어요.”“나도 주명양이 싫어, 하지만 주명양은 기왕비처럼 대놓고 내 생명을 위협한 적은 없거든.”그러니까 이 선택은 기호에 따라 선택하는 건가?“주명양이 앞으로 만약 기왕비가 된다면, 주명양도 지금의 기왕비처럼 같은 짓을 할 게 틀림없어요. 그리고 주명양은 더 겁이 없겠죠. 지금 기왕비의 계략이 깊고 독사처럼 공포스럽다고 해도 주명양은 미친 승냥이 같아서 승냥이에게 물리면 죽지만, 독사는 그래도 해독을 할 수 있잖아요.”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점은 원경릉도 생각했던 것으로 기왕비가 주명양에 비해 나을 게 하나도 없지만, 주명양은 반드시 더 직접적이고 더 잔혹할 게 분명하다.어쩌면 이것이 원경릉의 잠재의식 속에서 기왕비를 구하고자 하는 원인일지도 모른다.동시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원경릉은 이 원인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다.기왕비가 그날 와서 원경릉에게 한 바로 그 말 때문이다.기왕비는 다섯째를 태자의 보위에 올리는 것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고 원경릉은 기왕비의 도움이 필요 없지만, 만약 기왕비의 오라비 동안 문하의 사람이 모두 기왕을 지지하지 않으면 기왕의 양팔을 자르는 것과 같고 어쩌면 더 심각할 수도 있다.기왕의 세력이 꺾인 데다가 이번에 황제로부터 처벌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발톱을 숨기고 조용히 은거하며 암암리에 힘을 모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는 시간이 걸린다.다시 말해, 이것은 세력 재편과 같다.“사식아, 네 말대로면 주명양이 더 싫고 더 사납고 흉악한 사람인데, 기왕비가 살아있다고 반드시 주명취의 적수가 될 거란 보장은 없잖아.”사식이가 웃으며, “아뇨, 왕비마마는 사람이세요, 승냥이가 사람을 무는 건 쉽지만, 독사를 물기는 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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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95화

주지스님과 우문호의 의미심장한 대화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사님 혜안이 밝으시군요, 사실 저도 왕비가 많은 일을 저에게 감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오늘 왕비께서 소승에게 대략적으로 말씀을 하셨는데 기왕비의 병을 고치는 일임이 틀림없습니다.” 주지가 말했다.“그 점에 대해선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기왕비의 병을 치료하러 가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요, 대사님 지금 큰형이 여기 있으니 부처님 앞에서라면 틀림없이 감출 수 없을 겁니다. 큰형은 늑대예요. 늑대가 자기 사람을 염려하고 구할 리가 있겠습니까? 아니요, 형을 구해준 사람까지 먹어 치워서 배를 불리겠지요.”주지가 미소 지으며, “왕야, 걱정하시는 것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개를 궁지에 몰아넣어도 극렬하게 반항하는데 사악한 늑대는 말할 것도 없지요.”“제가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도 아니고요.” 우문호가 불만스럽게 말했다.주지가: “맞습니다. 왕야께서 그러신 게 아니지요. 하지만 기왕비는 왕비마마가 자신을 구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아는데 수수방관 하시면, 사악한 늑대는 은혜를 원수로 갚을 게 틀림없지 않습니까?”“스님 말씀 대로라면 기왕비를 구해도 물리고, 구하지 않아도 물리는데 괜히 힘을 낭비할 필요가 있습니까?” 바로 죽이면 된다.이 말은 대사님 면전에서 하기엔 마땅하지 않은 게, 출가한 사람들은 모두 자비심을 품고 있다.주지가 바둑판을 꺼내 놓으면서: “인생이 말이지요, 바둑을 두는 것 같아서 호적수를 만나면 다음이 되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만약 지는게 두려워서 직접 부딪히지 않는다면 재미가 없지 않겠습니까?”우문호의 태도는 굳건해서, “대사님이 말씀하시는 뜻은 다 알아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모험을 할 수 없습니다.”주지가 우문호를 보고 의미심장하게: “기왕전하가 여기서 며칠 계셨는데, 기왕비께서는 사람을 시켜 생필품을 보내신 적이 없습니다.”“네? 그건 또 무슨 일이죠?” 우문호가 바둑판을 놓는 것을 도우며 말했다.“왕야의 가장 큰 위협은 기왕비가 아니라 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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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96화

이튿날 우문호와 원경릉이 길을 떠날 때 바로 하산하지 않고 스님의 분부대로 뒷산에 있는 작은 절에서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저 멀리서 마차가 보였고 그 마차가 뒷산 평지에 도착하자 안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했다.“이대감? 오대감? 손장군(孫將軍)? 조군왕(曹郡王)?” 서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우문호는 낯빛이 어두워졌다. 모두가 알고 있듯 부황은 어명을 내려 이곳에 누구도 면회를 오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그 어명을 무시하고 면회를 왔다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혜사부(慧師父)가 우문호를 보며 “왕야, 이 대감들이 날마다 뒷산으로 와서 기왕전하와 일을 상의하옵니다.”라고 말했다.우문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차에 올랐다.“본왕 잘 알겠습니다. 스님께는 본왕이 떠났다고 전해 주십시오.” 혜사부는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두 분 조심히 가십시오.”라고 말해다.산길이지만 황실의 사원으로 통하는 길이기에 내려가는 길이 많이 험하지 않았다. 우문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경성에 도착할 때가 돼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기왕비를 치료할 약이 충분한가?”“응!” 원경릉은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얼른 대꾸했다.“네가 기왕비를 치료하는 것이 밖으로 세어 나가면 안 돼. 그리고 네 손에 기왕비의 명줄이 쥐어졌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나도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겠다.”원경릉은 갑자기 그가 생각을 바꾸는 것이 이상했다.“방금 그 사람들 다 기왕 세력인 거야?”“다 그렇지는 않아.”그것이야말로 우문호가 걱정하던 것이었다. 그는 전까지 큰형이 한동안 자신의 분수를 지키며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리사욕을 꾀하고 기복 기간에 관리들을 부르다니. 게다가 조군왕과 손장군은 독선적이기로 유명한 자들이다. 그런 그들이 언제부터 큰형과 함께 하기로 했을까?“경릉!” 우문호가 갑자기 그녀를 보며 손을 잡았다. “너에게 할 말이 있다. 열심히 듣고 네 생각을 말해줘.”그의 말을 들은 원경릉은 약간 긴장이 됐다. “살인이나 방화만 아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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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97화

“진심이다!”“내가 전에 물었을 때는 태자가 되는데 희생해야 하는 게 많다면서 그럴 가치 없다며?” 원경릉은 우문호의 마음이 왜 갑자기 변했는지 알 수 없었다.“그럴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예전과 같아.”“그럼 왜 태자가 되겠다고 하는 거야?”우문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왜냐하면 이것은 가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전에 본왕은 부황께서 아직 젊으시고, 태자 자리가 워낙 시기 질투가 많고 위험한 자리니까…… 태자가 된다면 너도 위험할 수 있으니 그런 도전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호국사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본왕은 목숨을 걸고 참전해 공을 세웠고 내 수하에 많은 사람들이 나를 따르고 있으며 군에서 쌓은 인맥도 결코 큰형님보다 적지 않아. 그리고 큰형님의 성격이나 처세술을 보면 그는 이 나라를 다스릴 그릇이 아니다. 그의 악독함은 백성을 고통받게 할 것이고, 이는 내가 두 눈을 뜨고 있는 한 그 꼴은 볼 수가 없을 것 같아.”우문호의 말을 들은 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목적은 태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왕이 태자가 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야.”우문호는 잠시 침묵하더니 “그건 아니야.태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하겠지만 그래도 내 운명은 내가 쥐고 있는 게 맞지.”라고 말했다.“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스님이 뭐라고 하셨어?”“스님이 말하길 황조부께서 나를 아끼신다고 하더라고.”마차가 흔들리자 우문호가 마차 안쪽에 팔을 거치고 원경릉을 끌어당겼다.“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야 마음을 바꾼 건 오늘 일 때문이다. 부황의 어명을 어기고 호국사로 찾아온 병부(兵部), 형부(刑部), 이부(吏部), 호부(户部)의 관리들 특히 군왕과 장군…… 이 둘이 모두 형님의 사람이 되었다니. 형님이 태자가 된다면 이 네 개의 부서들 모두 형님의 편에 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언젠간 그들이 나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도 있어. 그렇게 되기 전에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돼.”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조용히 말했다.“네 결정을 항상 지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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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98화

사식이가 기왕부에 도착했다.기왕부는 후궁을 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부중에 주모(主母)가 중병에 걸린 것을 잊어버렸는지 성대하고 떠들썩했으며 왕부가 호화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부중의 모든 하인들이 후궁을 맞을 준비에 힘을 쓰는 바람에 병든 정비는 쓸쓸하게 있을 수밖에 없었다.사식이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왕비를 찾아갔다.기왕비는 좌우로 긴 의자에 누워서 무거운 눈꺼풀을 애써 들어 올리더니 게슴츠레하게 사식이를 보았다.“용건이 무엇이냐.”“초왕비의 말씀을 전하러 왔습니다. 내일부터 약을 제조할 예정이라 병세가 얼마나 심각한지 봐야 하니 내일 초왕부로 오시라고 합니다.” 기왕비는 냉소를 지으며 “그래? 무서운가 봐? 아니면 내가 말한 조건에 동의를 한건가?”라고 말했다.사식이는 단호한 목소리로 “왕비께서 제가 하신 말을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초왕비께서는 병을 고치고 싶지 않으시다면 오지 않으셔도 된다고 하셨습니다.”라고 말하고는 휙 몸을 돌려 나갔다.“저 계집 말하는 거 봐! 기왕비님 저 계집 정말 재수 없습니다!” 기왕비의 옆에 있던 시녀가 화를 냈다.사식이의 말을 들은 기왕비는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한 채 눈을 감고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도 별 수 없다. 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다.“내 목숨만 살려준다면 너도 저렇게 방자하게 굴어도 된다.” 기왕비가 차갑게 말했다.“쇤네 어찌 감히 왕비님께 방자하게 굴겠습니까.” 시녀가 눈썹을 치켜뜨며 고개를 숙였다.기왕비는 속으로 화를 삭였다. 생각할수록 분노가 올라왔지만 그녀는 꾹꾹 분노를 눌러 삼켰다. 그녀는 자신이 죽으면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질 딸을 생각했다. 주명양이 정비가 되면 기왕은 주씨 가문의 비위를 맞추느라 딸은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원경릉은 그녀의 약점을 잘 알고 있고 그녀가 애써 살아야만 하는 이유도 알고 있다. 기왕비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이승에 남고 싶었다. 죽지만 않는다면 살아만 있다면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 누가 장담하겠는가. 병만 나으면 다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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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99화

기왕비는 굽힐 줄도 알고 펼 줄도 알았다.사실 이런 사람들이 더 무섭다. 굴욕을 당해낼 수 있는 사람은 못할 짓이 없다.“미리 말씀드리지요. 지금 왕비의 병은 금방 나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제가 일부러 시간을 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알겠어요.” 기왕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깜빡였다.원경릉은 사식이에게 마스크를 건네며 “기왕비께 드려라.”라고 말했다.사식이는 그것을 받아 기왕비에게 전해주었다. “여기요 기왕비.”기왕비는 마스크를 손에 들고 만지작거렸다. ‘이것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초왕비가 준 마스크를 쓰니 궁중에서 만들어 준 것보다 숨쉬기가 편했다. 원경릉이 다가오자 기왕비는 손을 내밀어 진맥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녀는 진맥을 하지 않고 청진기를 목에 걸어 그녀의 폐부의 소리를 듣고 맥박과 심장박동을 확인하더니 표정이 굳었다.“제가 듣기로는 당신이 병에 걸린 초반부터 약을 복용했지만 점점 심해졌다고 하던데 맞습니까?”“무슨 뜻입니까?”“발병한지 얼마 안 되어 각혈을 시작했것을 보고도 의심이 안 드십니까?” 원경릉이 물었다.기왕비의 표정이 빠르게 변했다.“약은 매일 시간 맞춰 제때 먹었는데……”“병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폐부의 감염이 심하거나 혹은 기관지를 타고 다른 곳으로 전이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쩌면 심장과 폐 합병증일 수도 있겠네요. 제가 조사해 보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약을 먹었다면 이 정도까지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았을 텐데…… 약이 이상한가? 그래도 희망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기왕비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없는데…… 내 약은 모두 나의 심복인 시녀가 달인 것이라서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칠 일이 없어요.”“원인을 잘 찾아보세요.” 원경릉이 탁자 위에 올려진 약 상자를 열었다.“기침을 멈추게 하는 것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처음 치료를 시작하고는 매일 수액도 맞아야 합니다. 만약 각혈을 하거든 사람을 보내 저를 부르십시오. 각혈을 시작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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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00화

저녁에 우문호가 돌아오자 원경릉은 오늘 일을 그에게 전했다.“전혀 이상할 것 없지. 기왕비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지 않느냐. 병을 앓다가 죽었다고 한다면 동가(佟家)에서 의심하지 않겠지. 동가와 기왕부는 어쨌든 연이 있기에 끝까지 기왕이 태자가 되는 것을 지지해줄 것이고.” 우문호가 담담하게 말했다.“기왕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구나.”“기왕이나 기왕비나 똑같아. 둘 다 야망으로 가득 차 있어.”우문호는 그들의 지독한 인연의 끝은 절연이라고 생각했다.“맞다, 기왕비의 태도는 어땠어?”우문호가 물었다.“오늘 일이 어쩌면 그녀에게 모욕적으로 느껴졌겠지만 그래도 잘 참더라고.”“기왕비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야. 내일 기왕비한테 말해. 정강부(亭江府) 사건은 내가 그녀에게 퇴로를 남겨두었다고 그러나 막문이 경중과 접촉한 것은 내가 먼저 나서야 해.”“그럼 부황께는 어떻게 말씀드릴 거야?”“부황께서도 큰형님을 연루시키는 것을 원치 않아.” “그럼 뭐라고 해?”“내각은 이 사건을 서둘러 처리하고 정강부 사건 관련자들을 모두 면직시키라는 공문을 내렸어.”“그 뜻이 뭔지 알겠어?”원경릉은 공문의 의미가 사건 처리를 빨리하라는 재촉이라고 생각했다.“내각의 뜻은 먼저 관련자들을 면직한 후 형부나 이부에 넘겨서 처리하라는 건데 어쨌거나 이 일은 경조부와는 관련 없어. 내각 공문에는 경조부 관원이나 경중의 권세가에 대한 얘기는 한마디도 없었어.”“그래서 네 생각엔 부황이 여전히 기왕비와 기왕을 감싸려고 한다는 거야?”“목여태감이 오늘 직접 경조부로 오셔서는 나를 칭찬하라는 부황의 계시를 전하셨어. 내가 사건을 빨리 처리한다고 하면서 말이야. 부황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 사건을 빨리 종결하라고 하면 할 수 있지만 난 아직 이 사건을 종결하지 않았어.”“확실하네. 부황께서는 확실히 그들을 감싸주려고 하는 거야.”“괜찮아. 내가 증거를 가지고 있으니 부황의 뜻이 무엇이든 상관없어. 우리 손에 쥐고 있는 것만 잘 관리하면 내가 기왕비를 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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