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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93화

약 상자와 사식이

우문호는 원경릉의 안색이 다시 창백해지는 것을 보고 그녀의 말을 믿고 손을 잡고는: “무서워 하지 마, 귀신 얘기일 뿐이잖아. 진짜도 아니고. 좀 쉬면 공양 먹을 때네. 호국사 공양이 괜찮은 편이거든. 평소엔 먹기 힘들어, 어렵게 왔으니 너도 좀 먹어.”

원경릉은 식욕이 하나도 없어서 대충 먹고 바로 졸리다고 자겠다고 하면서, 우문호더러 주지를 찾아가 바둑 두며 얘기하게 했다.

원경릉은 대사가 우문호에게 오늘 한 얘기를 할거라는 걱정은 조금도 되지 않는 게, 그 얘기를 꺼내면 우문호는 미쳐버릴 게 분명한데, 대사가 우문호를 그렇게 해칠 리 없기 때문이다.

우문호가 가고 원경릉은 약 상자를 꺼냈다. 약 상자는 오늘 호국사를 오기 전과 이미 크게 달라져 있었다.

원경릉은 비록 마음속으로 어떤 약을 생각하면 그 약이 나타나는 게 확실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감정이 강해지면 그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약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니까 대사가 말한 대로 약 상자는 원경릉의 사념이 제어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전엔 불분명하던 것이 오늘 대사가 차근차근 분석해 주니, 원경릉의 머릿속에 혼돈이 한바탕 지나가고 천천히 안개가 걷히며 맑은 하늘이 드러났다.

원경릉은 약 상자의 변화로부터 모든 일을 하나씩 천천히 되짚어 갔다.

처음은 열이가 다친 일로 그때 그녀는 열이를 구해야 한다는 강렬한 감정이 있었다. 그래서 30대나 곤장을 맞아서 자신의 생명조차 위협받는 상황에 약이 필요하다고, 자신에게 익숙한 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자 약 상자가 나타났다.

그 때는 너무 놀랍고 신기한 나머지 자신의 의식이 약 상자를 제어하고 있어서 비로소 나타났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다.

다음에 태상황의 병을 치료할 때 약 상자에는 그 약이 나타났다. 비록 완벽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쓸 만한 것으로 그때 원경릉의 심적 태도는 단지 요행을 바라는 정도 였기에 열의가 부족하니 약 상자가 그녀의 심리상태를 보고 판단을 내려 일부 약만 나타났다.

회왕의 병을 치료할 때 원경릉은 역시 망설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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