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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99화

기왕비는 굽힐 줄도 알고 펼 줄도 알았다.

사실 이런 사람들이 더 무섭다. 굴욕을 당해낼 수 있는 사람은 못할 짓이 없다.

“미리 말씀드리지요. 지금 왕비의 병은 금방 나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제가 일부러 시간을 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알겠어요.” 기왕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깜빡였다.

원경릉은 사식이에게 마스크를 건네며 “기왕비께 드려라.”라고 말했다.

사식이는 그것을 받아 기왕비에게 전해주었다.

“여기요 기왕비.”

기왕비는 마스크를 손에 들고 만지작거렸다.

‘이것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초왕비가 준 마스크를 쓰니 궁중에서 만들어 준 것보다 숨쉬기가 편했다.

원경릉이 다가오자 기왕비는 손을 내밀어 진맥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녀는 진맥을 하지 않고 청진기를 목에 걸어 그녀의 폐부의 소리를 듣고 맥박과 심장박동을 확인하더니 표정이 굳었다.

“제가 듣기로는 당신이 병에 걸린 초반부터 약을 복용했지만 점점 심해졌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무슨 뜻입니까?”

“발병한지 얼마 안 되어 각혈을 시작했것을 보고도 의심이 안 드십니까?” 원경릉이 물었다.

기왕비의 표정이 빠르게 변했다.

“약은 매일 시간 맞춰 제때 먹었는데……”

“병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폐부의 감염이 심하거나 혹은 기관지를 타고 다른 곳으로 전이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쩌면 심장과 폐 합병증일 수도 있겠네요. 제가 조사해 보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약을 먹었다면 이 정도까지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았을 텐데…… 약이 이상한가? 그래도 희망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기왕비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내 약은 모두 나의 심복인 시녀가 달인 것이라서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칠 일이 없어요.”

“원인을 잘 찾아보세요.” 원경릉이 탁자 위에 올려진 약 상자를 열었다.

“기침을 멈추게 하는 것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처음 치료를 시작하고는 매일 수액도 맞아야 합니다. 만약 각혈을 하거든 사람을 보내 저를 부르십시오. 각혈을 시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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