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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481 - 챕터 490

3039 챕터

제 481화

기왕비의 제안원경릉은 이렇게 질질 끄는 것도 답이 아니란 생각에: “들어오세요, 할 말이 있으면 분명히 하죠.”원경릉은 방으로 돌아온 뒤 엽산제를 먹고 마스크를 쓰고 나서야 밖으로 나가 기왕비를 만났다.“사람들은 나가 있으라고 하세요, 단 둘이 얘기하고 싶으니까요.” 기왕비가 안에 있던 사식이와 희상궁을 보고 조용히 말했다.“안됩니다. 저흰 안 나갑니다.” 사식이가 말했다.기왕비가 원경릉을 보고 담담하게 웃으며, “설마 내가 지금 당신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난 걸음도 몇 걸음 못 걷는 상태예요.”“희상궁, 사식아 문밖에서 기다려줘.” 원경릉이 말했다.“왕비마마!” 희상궁은 조심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괜찮아, 가줘요.” 원경릉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바오를 들여보내 주세요.”다바오를 들이란 말에 희상궁은 비로소 안심했다.신성한 개 다바오가 안으로 들어오고 원경릉 발치에 엎드려서 기왕비를 호시탐탐 쳐다본다.기왕비가 웃으며: “이렇게 삼엄하게 경계하다니 이거 인정받는 기분인데요.”“반드시 인정해 드려야 지요. 기왕비의 수완은 제가 겪었거든요. 우리 오늘은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죠.” 외부인이 없으니 원경릉도 인사치레 하기 귀찮다.기왕비는 등을 곧추세우고 원경릉에게, “오늘 온 건 당신과 조건을 상의하기 위해서예요. 나한테 약을 주면 우문호가 태자의 지위에 오르도록 돕도록 하죠.”원경릉은 상당히 의외였다. 기왕비 입장에서 태자의 지위는 기왕이 반드시 획득해야만 하는 게 아닌가?“못 믿겠어요?” 기왕비가 담담하게 웃더니 표정이 점점 고통스러워지며, “목숨도 지킬 수 없는 영광이 무슨 소용인가요?”“이 조건은 동의할 수 없어요.” 원경릉이 말했다.기왕비는 원경릉을 보고 확고한 표정으로, “동의할 거예요. 태자비가 되지 싶지 않을 리 없잖아요? 태자비 다음은 황후로, 천하에서 가장 존귀한 여인이 되는 거예요, 되고 싶지 않다고 감히 말할 수 있나요? 허세 부리지 말자고 했으니 우리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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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82화

기왕비의 제안에 대한 우문호의 생각우문호는 원경릉이 계속 기왕비를 상대할까 걱정이 돼서 잔소리하며: “기왕비가 다시 오면, 네가 직접 만나지 마. 어쨌든 기왕부 사람을 우린 상대도 안할거고 만나지도 않을 테니까.”우문호의 생각은 분명했다. 아바마마께서 지금 어떤 태도를 취하든, 큰형에게 어떤 희망을 품고 계시든 우문호는 상관하지 않는다.지금 중요한 일은 원경릉과 아이뿐이다, 모든 건 아이가 태어나고 다시 얘기하자.“알았어, 맞아, 사건은 어떻게 처리 했어?” 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는 요즘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온다. 장강부 사건의 실마리를 잡았는데 이 사건은 우문호가 궁에서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 경조부 관아 사람들이 전부 실수없이 처리했다. 특히 탕양은 최근 거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것이 분명 이 일때문에 바쁘기 때문일 것이다.우문호가: “막문의 죄목은 확고부동하지만 목숨을 보존하느냐 마느냐는 막문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 대해 부는지 두고 봐야지.”“그 막문이란 사람, 기왕비의 사촌동생이지?” 원경릉이 물었다.“그래, 이미 조사했어, 막문은 적지 않은 뇌물을 기왕부로 보냈더군.”원경릉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좀 생각해 보더니: “기왕부로 보냈다고? 기왕의 수중에 보낸 게 아니라? 그럼 기왕은 피해갈 수 있잖아.”우문호가: “맞아, 큰형 방식대로 라면 분명히 기왕비를 밀어 넣겠지.”원경릉이 이해하고: “어쩐지 기왕비가 나한테 와서 왕야를 태자의 보위에 오르게 돕겠다고 하더라. 모르긴 몰라도 기왕과 기왕비가 이미 패를 주고 받은 게 분명해.”“기왕비가 온 게, 단지 그녀 자신의 뜻이었다고 만은 할 수 없어, 분명 동안(佟安)의 뜻이었겠지.”“동안?”우문호가: “동안은 기왕비의 큰오빠로 전에 호부상서(戶部尚書)였으나 지금은 내각으로 자리를 옮겼어. 이 사람은 사교 폭은 넓은데 나이가 많지 않아 세력이 강력해.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큰형을 위해 분주히 움직여서, 큰형을 위해 수많은 사람과 연을 맺었지. 만약 그가 큰형을 배신하면 큰형의 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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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83화

원경릉을 다시 찾아온 기왕비원경릉은 피하며 만나지 않고 희상궁에게 말을 전하게 했다.희상궁이 나가서 기왕비에게: “기왕비 마마, 초왕비 마마께서 오늘 좀 피곤하셔서 나와서 뵙지 못해 쇤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 마음은 굴뚝같으나 도울 힘이 없으니 잘 쉬시고 다시 오지 마십시요.”기왕비는 눈빛이 점점 스러지며 처량하게 웃고는, “불 난 집에 부채질 한다더니 이럴 줄 몰랐군. 초왕비도 예외가 아니네. 초왕비에게 전하게, 친구 아니면 적이라고. 곧 죽을 사람이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 앞으로 조심하라고 말이야.”말을 마치고 기왕비는 병색이 짙은 몸을 끌고 사라졌다.희상궁은 이 말을 원경릉에게 전하며 걱정돼서: “왕비마마, 기왕비는 마음이 독하고 수법이 악랄합니다. 만약 자기가 궁지에 몰려 끝이라고 생각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마께 맞설 것이 틀림없습니다.”원경릉이 화가 나서: “기왕비는 미친개야!”다바오가 불만이라는 듯 짖었다.원경릉이 얼른 달래며, “네 얘기 아냐, 시끄러워.”다바오는 그제서야 ‘컹’하더니 엎드렸다.원경릉이 씩씩거리며 약 상자를 꺼내 탁자 위에 놓고, “내가 그녀를 구하기 싫어서 그런 줄 알아? 정말 약이 없다고, 난 의사인데 약만 있으면 기왕비가 대역죄인이라도 내가……”원경릉이 깜짝 놀라 약 상자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오늘 아침에 원경릉이 엽산을 꺼낼 때 이런 약은 없었다.원경릉은 완전 뚜껑이 열렸다. 기왕비가 그저께 왔을 때는 약 상자에 아무 반응이 없다가, 오늘 와서 위협을 하니 바로 약이 한 뭉치 준비되다니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 강한 약 상자다.“왜 그러세요?” 원경릉이 갑자기 멍하니 서있는 것을 보고 희상궁이 다가와 물었다.원경릉이 천천히 앉아 호흡이 약간 곤란하다고 느껴 희상궁에게 손짓했다. 원경릉이 첫째공주에게 얘기한 것처럼 약이 없어 기왕비를 치료할 수 없었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갑자기 약이 생겼다. 전에는 고의로 못살게 군 게 분명하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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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84화

놀라운 약 상자희상궁에 묻고 우문호는 돌아와 원경릉의 손을 끌고 마당을 걸었다.원경릉의 기분이 눈에 띄게 안 좋아서 우문호가 그녀의 손을 잡아 당겨도 몇 걸음 움직이지 않았다.“피곤해?” 우문호가 원경릉을 부축해 정자에 앉혔다. 바람이 거세서 바람막이를 벗어 걸쳐주며, “돌아갈까?” 원경릉이 고개를 젓고 우문호를 자리에 앉히고는 소매속에서 약 상자를 꺼냈다. 약 상자가 커지며 그녀가 열어서 우문호 앞으로 밀었다. “봐.”우문호는 다가가서 보고, “멀 봐?”이 물건은 우문호도 모르는 것으로 심지어 상자 위에 써 있는 글자도 읽을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소 곱창 같은 글자가 많다. 원경릉은 약을 하나하나 꺼내는데 꺼내면 꺼낼 수록 많아져 몇 종류로 분류해 놓고, 마지막엔 안경상자에 눈이 가서 안경상자를 들어내니 아래에 아직도 물건이 한층 더 있는데 이 층의 물건엔 자물쇠가 잠겨 있다.우문호는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말문이 막혔다.“너……너 상자가 크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많은 걸 담고 있을 수 있었지?”원경릉은 우문호가 얘기하니 그제서야 비로소 탁자 위에 가득한 약을 보고 경악했다. 이 상자안에 약으로 탁자 하나를 꽉 채운 것이다.그리고 그녀가 상자를 다시 보니 약을 아직 반도 꺼내지 않았다.원경릉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웅얼거렸다: “미쳤어, 진짜 미쳤어.”우문호는 원경릉이 꺼내는 걸 돕는데 꺼내면 꺼낼 수록 많아졌다. 상자 바닥 쪽엔 물건이 한층 더 깔려 있는데, “뭐야, 웬 칼이야? 이건 뭐지? 겸자? 집게?”원경릉이 다가와 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얼굴이다. 하다하다 이젠 수술도구까지 다 있다.그리고 그 아래 아직 물건이 있는데 뭔 지 알 수 없고 하얀 막으로 쌓여 있는데 원경릉도 하얀 막을 뜯어서 내용물을 볼 용기가 없다.우문호가 기겁해서 원경릉에게, “원선생, 진짜 진지하게 묻는데, 이 상자 도대체 어디서 난 거야?”원경릉 가엽게: “나도 모르는 걸.”우문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원경릉에게, “무슨 신선을 만났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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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85화

기왕비를 치료하지 못하도록 단속하는 우문호원경릉의 머리속에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그녀 자신?하지만 곧바로 화들짝 놀랐다. 이건 불가능하다, 만약 그녀라면 절대로 기왕비를 구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 잠재의식이 절대로 이렇게 많은 약을 준비할 리 없다.그리고 전에 팔황자를 구할 때 원경릉이 쓰고 싶던 약이 약 상자에 나타나지 않았었지.그래서 원경릉은 약 상자를 제어하는 건 그녀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원경릉은 지금 꿈속에서 실험실로 돌아가, 약 상자가 왜 이렇게 변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싶다.하지만 원경릉은 최근 너무 잘 잔다, 꿈꿀 틈도 없이 말이다.다음날 이른 아침, 원경릉 부부는 우선 회왕부에 갔다가 마차를 타고 호국사로 갔다.“어젯밤 내가 꺼내서 왕야한테 보여준 약 중에 하나는 회왕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약이야.” 원경릉이 한참을 생각하더니 참지 못하고 말했다.“응.” 우문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렇게 많으니 회왕이 쓸 건 충분하겠지?”원경릉이 모호하게: “그래, 기왕비한테까지도 충분해.”우문호가 의아해하며, “뭐라고?”원경릉이 쭈뼛쭈뼛하며, “맹세해, 기왕비를 치료하고 싶은 생각 없어. 나도 모르겠어, 약 상자에 왜 갑자기 약이 이렇게 많아졌는지.”“약이 얼마나 많든 기왕비를 치료할 수 없으니까, 사적인 원한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 에서야, 그리고 기왕비 자신이 독사라 몸이 낫는 날엔 반드시 널 물어 죽일 거라고.” 우문호가 진지하게 말했다.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기왕비가 그런 사람이라는 거 알아, 만약 병을 치료해주면 내가 위험해 지겠지.”원경릉은 사실 자신을 걸고 모험을 할 생각은 없다. 기왕부는 늑대 소굴이 아닌가, 쳐들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우문호가: “지금 약이 많이 나온 걸 다른 사람한테 알리지 마. 여섯째한테 줄 양만 딱 주고 나머지는 전부 숨겨 놔.”“알았어.” 원경릉이 작게 대답했다.원경릉은 마음 속으로 사실 약간 뒷맛이 썼다.약이 없을 때는 마음이 안정적이었다.하지만 지금 약이 생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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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86화

우문호의 단호한 결정원경릉이 우문호의 어깨에 기대자 몸이 마차의 요동침에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좋아!”“이 사건으로 바쁜 일만 끝나면 바로 너 데리고 수도를 떠나 놀러갈 꺼야. 나도 경조부 일 안 해. 너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 우문호가 말했다.“그건 안돼!” 원경릉이 맹렬하게 고개를 저으며, “나와 왕야의 일은 서로 부딪히지 않아, 왕야는 계속 출근해, 난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을께. 전부 예전이랑 똑같이.”“아니, 우리 수도를 떠나자, 아이가 태어나면 다시 돌아오는 거야.” 혹은 기왕비가 죽으면 다시 돌아 오는 거다.우문호는 모험을 할 수 없다. 전에 원경릉은 칼에 맞아 하마터면 죽을 뻔 했다. 우문호는 그 공포를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심장이 벌렁거리고 손발이 덜덜 떨린다. 그런 두려움은 용기와 신념을 삼켜버리곤 한다.그날 모든 게 평온했다. 바람은 고요했고, 햇살은 따스했다. 하지만 그렇게 평온한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개벽이 일어나곤 한다.그리고 지금 사방에 거대한 파도가 넘실거리니 일단 일이 터지면 만회할 여지가 어디 있기나 하겠는가?우문호는 절대 모험하지 않는다. 90%의 확신이 있다고 해도 피하고 모험하지 않을 것이다.“그럴 것까진 없는 거지?” 원경릉은 비록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지만 우문호한테 일도 쉬라는 건 과장이 지나치다. 그 정도는 아니고, 원경릉은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며 집에 있으면 된다.우문호가 원경릉의 눈썹 꼬리를 매만지며: “어젯밤 오래 생각했는데 이 결정이 좀 서두른 감이 있지만 분명 가장 온당하고 안전한 방법이야. 경성을 떠나자, 시비거리에서 떠나고, 싸움에서 떠나자. 경조부 부윤 직은 안 할거야. 재주 있는 사람이 가득 있으니 그들이 하면 되고, 경조부 일은 나 아니어도 되지만, 너는 나 아니면 안되니까……” 우문호는 원경릉이 입술이 달싹이는 것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며, “반박은 반사.”원경릉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지만 우문호의 방식에 여전히 동의하지 않았다.“기왕비가 어떤 사람인지 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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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87화

원경릉을 의심하는 우문호단지 정후부의 교육방식에 원경릉이 이런 꿈을 꿨다는 게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그래, 그래서 이 꿈을 이루는 건 계속 미뤄졌지만 지금은 괜찮아, 왕야가 있으니까.”우문호는 갈 수록 원경릉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정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뀐 것 같다.“그럼, 이 세상에 정말 귀신이 있다고 생각해?” 우문호가 물었다.원경릉이 고개를 들어 우문호를 보며,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왠지 느낌에 너의 외모는 바뀐 게 없는데 마음이나 머릿속, 안에 들어 있는 모든 게 다 변했어.” 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는 눈빛에 의혹이 가득하다.원경릉이 웃으며: “난 귀신이 있다고 안 믿어, 이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적어도 왕야도 나도 만나본 적이 없고, 눈으로 확인을 해야지 막연하게 추측만 할 순 없잖아.”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네가 웃는 게 왜 어딘가 캥기는 것처럼 느껴지지?”원경릉이 우문호를 슬쩍 밀치며, “고만 와, 내가 이러는 것도 캥기는 게 있어서야? 귀신 얘기에 캥길게 뭐가 있어?”“내 생각에 너 여전히 나를 속이는 게 있어.” 우문호가 이제 거의 90%는 확신한 듯, 가슴이 두근두근 뛰며 설마 내가 추측한 게 맞는 건 아니겠지?그녀의 외모는 원경릉인데 속이 바뀌었다?“왕야를 속이는 일 없어, 하늘을 떠받치고 땅 위에 우뚝 솟은 영웅이 의심이 웬 말이야.” 원경릉이 구시렁거리며 말했다.우문호는 만약 정말 영혼이란 게 있다면 때가 되면 낱낱이 물어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널 믿어.”원경릉이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잠시 후 우문호는 다시: “그…… 나한테 30대 맞은 그 사람이 너지?” “나야, 나!” 원경릉이 험상궂게 우문호를 바라보며, “날 30대나 때렸겠다, 내가 마음 속으로 욕을 아주 오지게 퍼부었지.” 우문호가 원경릉을 흘끔 보고 목소리를 조금 낮춰, “그…… 입궁해서 내가 너랑 동침 안 했다고 해서 내가 약 먹고 그…… 그 사람이 너지?”원경릉이 우문호에게 눈을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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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88화

호국사 주지를 만난 원경릉호국사에 도착하니 이미 땅거미가 질 무렵인데 주지스님은 초왕이 오는 소리를 듣고 직접 나와서 맞았다.“전하, 3년 전에 헤어진 뒤로 소승이 걱정하던 참인데 전하는 어떠십니까?”주지스님은 눈매가 선한 노승으로 허세가 조금도 없고 얼굴에 온화하고 자비로운 미소가 떠 있어 속세의 모든 번뇌를 한순간에 떨쳐버리게 한다.“주지스님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잘 있습니다.” 우문호는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원경릉을 앞으로 불러내 소개하길, “주지스님, 이 사람은 제 아내로 원씨 집안 경릉이라고 합니다.”원경릉은 두 손을 합장하고, “주지스님을 뵙습니다.”주지는 미소를 머금고 원경릉을 지긋이 응시하며 살펴보더니: “왕비마마 좋으시군요!”주지가 두 사람을 선방(禪房)으로 들라 해서 사식이와 서일은 밖에서 기다렸다.선방에 들어가니 주지가 사미승(沙彌)에게 차를 내오라 하고: “전하와 왕비마마는 기왕 전하를 뵈러 오셨습니까? 기왕전하는 저녁 수행 중이라 와서 뵙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기왕이 호국사에서 외부의 누구도 만나서는 안된다는 황제의 어명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못만나는 거지만, 주지는 융통성이 있어서 기왕의 체면을 지켜주는 법을 알고 있었다.우문호가 온 이유를 바로 말하며, “아닙니다. 주지스님 오해하지 마세요. 전 큰형을 만나러 온 게 아닙니다. 일이 있어 주지스님을 찾아온 겁니다.”주지가 웃음을 띠고: “전하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바로 하십시오.”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당기며 주지를 보고: “주지스님, 왕비가 귀신이 들린 게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주지스님의 불법의 눈은 횃불 같으시니 절 대신해 좀 봐주십시오.”주지스님이 다소 놀라며, 눈을 돌려 원경릉을 향했다.이번에 관찰하는데 족히 10초는 걸리고 나서 비로소 천천히 눈을 떼더니 미소를 지으며: “왕비마마께서 마음에 다소 불안이 있긴 하지만 사악한 기운이 들린 건 아닙니다. 전하께서 지나치게 회의를 품으셨습니다.”“아닙니까?” 우문호가 안도했지만 약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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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89화

원경릉을 놀라게 하는 주지 스님우문호가 머뭇머뭇 하며, “저는 들으면 안되나요?” “들으실 수 있지요.” 주지스님임 미소를 지으며, “왕야는 우선 밖에서 잠시 기다리시거나 옆 사랑채에서 차나 한잔 하고 계시지요.”우문호는 오늘따라 주지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문호가 천천히 걸어 나가며 걸음마다 돌아보며 미적거리자, 원경릉은 웃음을 참지 못하는데 주지는 상당히 엄숙하고 자애로운 표정이다.사랑채 문을 닫으며 주지가: “왕야, 옆방에서 차 한잔 하세요.”우문호는 문 밖으로 나가자마자 문에 귀를 착 대고 있으려 했는데 주지의 이 말을 듣고 하는 수 없이 투덜거리며 갔다.원경릉이 주지에게 차를 따라 드리고 덕망 높은 대사를 앞에 모시고 있으니 추호도 태만할 수가 없었다. 공경하고 근신하는 마음으로 교훈을 내려 주시기를 기다렸다.주지가 원경릉에게 온화하게: “왕비마마, 이 상자는 우선 넣어두세요.”원경릉이 ‘네’하고 약 상자를 소매속에 다시 넣었다.주지가 가볍게 웃으며: “왕비 마마 얼굴에 수심이 있는데 무슨 일 있으신 가요? 소승이 들을 수 있겠습니까?”원경릉이 웃으며: “주지스님, 전 곤란하거나 걱정스런 일이 없습니다.”주지가 합장하고, “왕비마마는 이 세계에서 오셨고, 소승은 국외자 이니, 말씀하시지 못한 것이 없습니다.”원경릉은 놀라서 주지를 쳐다보다가 하마터면 손에 든 잔을 떨어뜨릴 뻔했다.주지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자비로운 눈빛을 하고 있는 불상 같다. 맑게 흐르는 물처럼 청명한 눈빛에 어떤 티나 먼지도 없다.주지가 미소를 띠고: “왕비마마 놀라실 것 없습니다. 마음이 깊고 고요하면 매사를 꿰뚫어볼 수 있지요.”원경릉이 잔을 꼭 쥐고 격양된 가슴을 억누르며, “큰 스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모르겠습니다.”주지가 웃으며, “왕비마마께서는 뭘 신봉하십니까?”원경릉이 자기도 모르게 불쑥, “과학이요, 저는 신학을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영혼 같은 얘기를 하셔도 저는 믿지 않아요.”주지스님이 의미심장하게: “왕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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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90화

주지스님의 정체주지가 약상자를 본 뒤 미소를 머금고 원경릉에게: “다시 눈을 감고 소승의 말을 들어주세요.”원경릉은 다시 눈을 감고, 이 고승을 마음으로 믿고 항복했지만 여전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주지의 목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지며, “앞에 중환자가 있습니다. 혼자 자가호흡을 할 수도 없고, 비장이 파열되어 내장에 출혈이 있고 오늘 밤이 고비입니다. 제일 중요한 건 그녀는 임신 9개월째입니다. 아이가 곧 태어나려고 하는데 가로 태위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중환자를 구하는데 뭐가 필요할까요?”원경릉의 머릿속에 생각이 빠르게 교차하며 비장파열, 내장출혈에 아이가 곧 나오려 하므로 절대 자연분만해서는 안되면 우선 혈액응고가 필요하고, 수혈, 제왕절개로 아이를 꺼낸 후 비장을 꿰매고 내출혈을 멈춰야 한다. 이것은 큰 수술로 필요한 수술기구가 많다. 원경릉의 약 상자에는 단지 메스, 의료용 니퍼 밖에 없고 기도확장기 조차 없다. 맞다, 또 중환자는 자가호흡을 할 수 없으니 호흡기가 필요하고……필요한 물건이 하나씩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자 주지스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세요.”원경릉이 천천히 눈을 뜨자 눈 앞에 모든 것에 놀라서 의자에서 굴러 떨어질 뻔 했다.약 상자는 어마어마하게 커져, 전체 선방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가로세로높이 3m정도 즉, 성냥갑 크기의 약 상자가 9제곱미터의 큰 상자로 변한 것이다.의자와 탁자가 전부 기울어져 비뚤어진 게 방금 약 상자가 크게 변할 때 그렇게 된 것임에 틀림없다.“왕비마마 가서 상자를 열어보세요.” 주지스님이 말했다.원경릉이 놀랍고도 두려운 마음으로 다가가는데, 이 약 상자가 원래 원경릉의 그게 맞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다.저 고승이 약 상자를 제어하는 사람인가? 그리고 저 사람이 원경릉의 영혼을 시공을 넘나들게 한 건가? 어휴, 어쨌든 영혼학을 믿어야 하는 거잖아.단추를 누르고 약 상자가 열리자 안에 모든 물건이 원경릉의 눈 앞에 드러났다.그것은 소형 수술실로, 수술침대, 수술기구,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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