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약 상자희상궁에 묻고 우문호는 돌아와 원경릉의 손을 끌고 마당을 걸었다.원경릉의 기분이 눈에 띄게 안 좋아서 우문호가 그녀의 손을 잡아 당겨도 몇 걸음 움직이지 않았다.“피곤해?” 우문호가 원경릉을 부축해 정자에 앉혔다. 바람이 거세서 바람막이를 벗어 걸쳐주며, “돌아갈까?” 원경릉이 고개를 젓고 우문호를 자리에 앉히고는 소매속에서 약 상자를 꺼냈다. 약 상자가 커지며 그녀가 열어서 우문호 앞으로 밀었다. “봐.”우문호는 다가가서 보고, “멀 봐?”이 물건은 우문호도 모르는 것으로 심지어 상자 위에 써 있는 글자도 읽을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소 곱창 같은 글자가 많다. 원경릉은 약을 하나하나 꺼내는데 꺼내면 꺼낼 수록 많아져 몇 종류로 분류해 놓고, 마지막엔 안경상자에 눈이 가서 안경상자를 들어내니 아래에 아직도 물건이 한층 더 있는데 이 층의 물건엔 자물쇠가 잠겨 있다.우문호는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말문이 막혔다.“너……너 상자가 크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많은 걸 담고 있을 수 있었지?”원경릉은 우문호가 얘기하니 그제서야 비로소 탁자 위에 가득한 약을 보고 경악했다. 이 상자안에 약으로 탁자 하나를 꽉 채운 것이다.그리고 그녀가 상자를 다시 보니 약을 아직 반도 꺼내지 않았다.원경릉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웅얼거렸다: “미쳤어, 진짜 미쳤어.”우문호는 원경릉이 꺼내는 걸 돕는데 꺼내면 꺼낼 수록 많아졌다. 상자 바닥 쪽엔 물건이 한층 더 깔려 있는데, “뭐야, 웬 칼이야? 이건 뭐지? 겸자? 집게?”원경릉이 다가와 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얼굴이다. 하다하다 이젠 수술도구까지 다 있다.그리고 그 아래 아직 물건이 있는데 뭔 지 알 수 없고 하얀 막으로 쌓여 있는데 원경릉도 하얀 막을 뜯어서 내용물을 볼 용기가 없다.우문호가 기겁해서 원경릉에게, “원선생, 진짜 진지하게 묻는데, 이 상자 도대체 어디서 난 거야?”원경릉 가엽게: “나도 모르는 걸.”우문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원경릉에게, “무슨 신선을 만났다는
기왕비를 치료하지 못하도록 단속하는 우문호원경릉의 머리속에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그녀 자신?하지만 곧바로 화들짝 놀랐다. 이건 불가능하다, 만약 그녀라면 절대로 기왕비를 구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 잠재의식이 절대로 이렇게 많은 약을 준비할 리 없다.그리고 전에 팔황자를 구할 때 원경릉이 쓰고 싶던 약이 약 상자에 나타나지 않았었지.그래서 원경릉은 약 상자를 제어하는 건 그녀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원경릉은 지금 꿈속에서 실험실로 돌아가, 약 상자가 왜 이렇게 변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싶다.하지만 원경릉은 최근 너무 잘 잔다, 꿈꿀 틈도 없이 말이다.다음날 이른 아침, 원경릉 부부는 우선 회왕부에 갔다가 마차를 타고 호국사로 갔다.“어젯밤 내가 꺼내서 왕야한테 보여준 약 중에 하나는 회왕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약이야.” 원경릉이 한참을 생각하더니 참지 못하고 말했다.“응.” 우문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렇게 많으니 회왕이 쓸 건 충분하겠지?”원경릉이 모호하게: “그래, 기왕비한테까지도 충분해.”우문호가 의아해하며, “뭐라고?”원경릉이 쭈뼛쭈뼛하며, “맹세해, 기왕비를 치료하고 싶은 생각 없어. 나도 모르겠어, 약 상자에 왜 갑자기 약이 이렇게 많아졌는지.”“약이 얼마나 많든 기왕비를 치료할 수 없으니까, 사적인 원한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 에서야, 그리고 기왕비 자신이 독사라 몸이 낫는 날엔 반드시 널 물어 죽일 거라고.” 우문호가 진지하게 말했다.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기왕비가 그런 사람이라는 거 알아, 만약 병을 치료해주면 내가 위험해 지겠지.”원경릉은 사실 자신을 걸고 모험을 할 생각은 없다. 기왕부는 늑대 소굴이 아닌가, 쳐들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우문호가: “지금 약이 많이 나온 걸 다른 사람한테 알리지 마. 여섯째한테 줄 양만 딱 주고 나머지는 전부 숨겨 놔.”“알았어.” 원경릉이 작게 대답했다.원경릉은 마음 속으로 사실 약간 뒷맛이 썼다.약이 없을 때는 마음이 안정적이었다.하지만 지금 약이 생기고
우문호의 단호한 결정원경릉이 우문호의 어깨에 기대자 몸이 마차의 요동침에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좋아!”“이 사건으로 바쁜 일만 끝나면 바로 너 데리고 수도를 떠나 놀러갈 꺼야. 나도 경조부 일 안 해. 너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 우문호가 말했다.“그건 안돼!” 원경릉이 맹렬하게 고개를 저으며, “나와 왕야의 일은 서로 부딪히지 않아, 왕야는 계속 출근해, 난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을께. 전부 예전이랑 똑같이.”“아니, 우리 수도를 떠나자, 아이가 태어나면 다시 돌아오는 거야.” 혹은 기왕비가 죽으면 다시 돌아 오는 거다.우문호는 모험을 할 수 없다. 전에 원경릉은 칼에 맞아 하마터면 죽을 뻔 했다. 우문호는 그 공포를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심장이 벌렁거리고 손발이 덜덜 떨린다. 그런 두려움은 용기와 신념을 삼켜버리곤 한다.그날 모든 게 평온했다. 바람은 고요했고, 햇살은 따스했다. 하지만 그렇게 평온한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개벽이 일어나곤 한다.그리고 지금 사방에 거대한 파도가 넘실거리니 일단 일이 터지면 만회할 여지가 어디 있기나 하겠는가?우문호는 절대 모험하지 않는다. 90%의 확신이 있다고 해도 피하고 모험하지 않을 것이다.“그럴 것까진 없는 거지?” 원경릉은 비록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지만 우문호한테 일도 쉬라는 건 과장이 지나치다. 그 정도는 아니고, 원경릉은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며 집에 있으면 된다.우문호가 원경릉의 눈썹 꼬리를 매만지며: “어젯밤 오래 생각했는데 이 결정이 좀 서두른 감이 있지만 분명 가장 온당하고 안전한 방법이야. 경성을 떠나자, 시비거리에서 떠나고, 싸움에서 떠나자. 경조부 부윤 직은 안 할거야. 재주 있는 사람이 가득 있으니 그들이 하면 되고, 경조부 일은 나 아니어도 되지만, 너는 나 아니면 안되니까……” 우문호는 원경릉이 입술이 달싹이는 것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며, “반박은 반사.”원경릉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지만 우문호의 방식에 여전히 동의하지 않았다.“기왕비가 어떤 사람인지 너랑
원경릉을 의심하는 우문호단지 정후부의 교육방식에 원경릉이 이런 꿈을 꿨다는 게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그래, 그래서 이 꿈을 이루는 건 계속 미뤄졌지만 지금은 괜찮아, 왕야가 있으니까.”우문호는 갈 수록 원경릉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정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뀐 것 같다.“그럼, 이 세상에 정말 귀신이 있다고 생각해?” 우문호가 물었다.원경릉이 고개를 들어 우문호를 보며,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왠지 느낌에 너의 외모는 바뀐 게 없는데 마음이나 머릿속, 안에 들어 있는 모든 게 다 변했어.” 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는 눈빛에 의혹이 가득하다.원경릉이 웃으며: “난 귀신이 있다고 안 믿어, 이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적어도 왕야도 나도 만나본 적이 없고, 눈으로 확인을 해야지 막연하게 추측만 할 순 없잖아.”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네가 웃는 게 왜 어딘가 캥기는 것처럼 느껴지지?”원경릉이 우문호를 슬쩍 밀치며, “고만 와, 내가 이러는 것도 캥기는 게 있어서야? 귀신 얘기에 캥길게 뭐가 있어?”“내 생각에 너 여전히 나를 속이는 게 있어.” 우문호가 이제 거의 90%는 확신한 듯, 가슴이 두근두근 뛰며 설마 내가 추측한 게 맞는 건 아니겠지?그녀의 외모는 원경릉인데 속이 바뀌었다?“왕야를 속이는 일 없어, 하늘을 떠받치고 땅 위에 우뚝 솟은 영웅이 의심이 웬 말이야.” 원경릉이 구시렁거리며 말했다.우문호는 만약 정말 영혼이란 게 있다면 때가 되면 낱낱이 물어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널 믿어.”원경릉이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잠시 후 우문호는 다시: “그…… 나한테 30대 맞은 그 사람이 너지?” “나야, 나!” 원경릉이 험상궂게 우문호를 바라보며, “날 30대나 때렸겠다, 내가 마음 속으로 욕을 아주 오지게 퍼부었지.” 우문호가 원경릉을 흘끔 보고 목소리를 조금 낮춰, “그…… 입궁해서 내가 너랑 동침 안 했다고 해서 내가 약 먹고 그…… 그 사람이 너지?”원경릉이 우문호에게 눈을 흘
호국사 주지를 만난 원경릉호국사에 도착하니 이미 땅거미가 질 무렵인데 주지스님은 초왕이 오는 소리를 듣고 직접 나와서 맞았다.“전하, 3년 전에 헤어진 뒤로 소승이 걱정하던 참인데 전하는 어떠십니까?”주지스님은 눈매가 선한 노승으로 허세가 조금도 없고 얼굴에 온화하고 자비로운 미소가 떠 있어 속세의 모든 번뇌를 한순간에 떨쳐버리게 한다.“주지스님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잘 있습니다.” 우문호는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원경릉을 앞으로 불러내 소개하길, “주지스님, 이 사람은 제 아내로 원씨 집안 경릉이라고 합니다.”원경릉은 두 손을 합장하고, “주지스님을 뵙습니다.”주지는 미소를 머금고 원경릉을 지긋이 응시하며 살펴보더니: “왕비마마 좋으시군요!”주지가 두 사람을 선방(禪房)으로 들라 해서 사식이와 서일은 밖에서 기다렸다.선방에 들어가니 주지가 사미승(沙彌)에게 차를 내오라 하고: “전하와 왕비마마는 기왕 전하를 뵈러 오셨습니까? 기왕전하는 저녁 수행 중이라 와서 뵙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기왕이 호국사에서 외부의 누구도 만나서는 안된다는 황제의 어명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못만나는 거지만, 주지는 융통성이 있어서 기왕의 체면을 지켜주는 법을 알고 있었다.우문호가 온 이유를 바로 말하며, “아닙니다. 주지스님 오해하지 마세요. 전 큰형을 만나러 온 게 아닙니다. 일이 있어 주지스님을 찾아온 겁니다.”주지가 웃음을 띠고: “전하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바로 하십시오.”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당기며 주지를 보고: “주지스님, 왕비가 귀신이 들린 게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주지스님의 불법의 눈은 횃불 같으시니 절 대신해 좀 봐주십시오.”주지스님이 다소 놀라며, 눈을 돌려 원경릉을 향했다.이번에 관찰하는데 족히 10초는 걸리고 나서 비로소 천천히 눈을 떼더니 미소를 지으며: “왕비마마께서 마음에 다소 불안이 있긴 하지만 사악한 기운이 들린 건 아닙니다. 전하께서 지나치게 회의를 품으셨습니다.”“아닙니까?” 우문호가 안도했지만 약 상
원경릉을 놀라게 하는 주지 스님우문호가 머뭇머뭇 하며, “저는 들으면 안되나요?” “들으실 수 있지요.” 주지스님임 미소를 지으며, “왕야는 우선 밖에서 잠시 기다리시거나 옆 사랑채에서 차나 한잔 하고 계시지요.”우문호는 오늘따라 주지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문호가 천천히 걸어 나가며 걸음마다 돌아보며 미적거리자, 원경릉은 웃음을 참지 못하는데 주지는 상당히 엄숙하고 자애로운 표정이다.사랑채 문을 닫으며 주지가: “왕야, 옆방에서 차 한잔 하세요.”우문호는 문 밖으로 나가자마자 문에 귀를 착 대고 있으려 했는데 주지의 이 말을 듣고 하는 수 없이 투덜거리며 갔다.원경릉이 주지에게 차를 따라 드리고 덕망 높은 대사를 앞에 모시고 있으니 추호도 태만할 수가 없었다. 공경하고 근신하는 마음으로 교훈을 내려 주시기를 기다렸다.주지가 원경릉에게 온화하게: “왕비마마, 이 상자는 우선 넣어두세요.”원경릉이 ‘네’하고 약 상자를 소매속에 다시 넣었다.주지가 가볍게 웃으며: “왕비 마마 얼굴에 수심이 있는데 무슨 일 있으신 가요? 소승이 들을 수 있겠습니까?”원경릉이 웃으며: “주지스님, 전 곤란하거나 걱정스런 일이 없습니다.”주지가 합장하고, “왕비마마는 이 세계에서 오셨고, 소승은 국외자 이니, 말씀하시지 못한 것이 없습니다.”원경릉은 놀라서 주지를 쳐다보다가 하마터면 손에 든 잔을 떨어뜨릴 뻔했다.주지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자비로운 눈빛을 하고 있는 불상 같다. 맑게 흐르는 물처럼 청명한 눈빛에 어떤 티나 먼지도 없다.주지가 미소를 띠고: “왕비마마 놀라실 것 없습니다. 마음이 깊고 고요하면 매사를 꿰뚫어볼 수 있지요.”원경릉이 잔을 꼭 쥐고 격양된 가슴을 억누르며, “큰 스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모르겠습니다.”주지가 웃으며, “왕비마마께서는 뭘 신봉하십니까?”원경릉이 자기도 모르게 불쑥, “과학이요, 저는 신학을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영혼 같은 얘기를 하셔도 저는 믿지 않아요.”주지스님이 의미심장하게: “왕비마
주지스님의 정체주지가 약상자를 본 뒤 미소를 머금고 원경릉에게: “다시 눈을 감고 소승의 말을 들어주세요.”원경릉은 다시 눈을 감고, 이 고승을 마음으로 믿고 항복했지만 여전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주지의 목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지며, “앞에 중환자가 있습니다. 혼자 자가호흡을 할 수도 없고, 비장이 파열되어 내장에 출혈이 있고 오늘 밤이 고비입니다. 제일 중요한 건 그녀는 임신 9개월째입니다. 아이가 곧 태어나려고 하는데 가로 태위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중환자를 구하는데 뭐가 필요할까요?”원경릉의 머릿속에 생각이 빠르게 교차하며 비장파열, 내장출혈에 아이가 곧 나오려 하므로 절대 자연분만해서는 안되면 우선 혈액응고가 필요하고, 수혈, 제왕절개로 아이를 꺼낸 후 비장을 꿰매고 내출혈을 멈춰야 한다. 이것은 큰 수술로 필요한 수술기구가 많다. 원경릉의 약 상자에는 단지 메스, 의료용 니퍼 밖에 없고 기도확장기 조차 없다. 맞다, 또 중환자는 자가호흡을 할 수 없으니 호흡기가 필요하고……필요한 물건이 하나씩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자 주지스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세요.”원경릉이 천천히 눈을 뜨자 눈 앞에 모든 것에 놀라서 의자에서 굴러 떨어질 뻔 했다.약 상자는 어마어마하게 커져, 전체 선방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가로세로높이 3m정도 즉, 성냥갑 크기의 약 상자가 9제곱미터의 큰 상자로 변한 것이다.의자와 탁자가 전부 기울어져 비뚤어진 게 방금 약 상자가 크게 변할 때 그렇게 된 것임에 틀림없다.“왕비마마 가서 상자를 열어보세요.” 주지스님이 말했다.원경릉이 놀랍고도 두려운 마음으로 다가가는데, 이 약 상자가 원래 원경릉의 그게 맞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다.저 고승이 약 상자를 제어하는 사람인가? 그리고 저 사람이 원경릉의 영혼을 시공을 넘나들게 한 건가? 어휴, 어쨌든 영혼학을 믿어야 하는 거잖아.단추를 누르고 약 상자가 열리자 안에 모든 물건이 원경릉의 눈 앞에 드러났다.그것은 소형 수술실로, 수술침대, 수술기구, 측정
주지스님의 충격적인 이야기원경릉은 마음속으로 힘없이 저항해봤다, 아니, 넌 원숭이야, 네가 뭘 안다고 그래? 과학은 과학이야. 불교와 관계가 있다고 끌어다 붙일 수 있는 게 아니야.“스님 말씀은 스님께서 신봉하시는 불교가 대뇌를 다른 사람보다 발달 시켜 거의 신의 능력에 가까운 힘을 가진다는 것인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스님의 그 점을 동의할 수 없어요.”원경릉이 고개를 저었다.주지가 웃으며 화제를 돌려: “이 약 상자는 소승이 통제하는 것이 아니고, 왕비마마 자신이 통제하시는 것입니다. 단지 마마께서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굴하지 않고 지내왔을 뿐입니다. 심지어 대뇌가 부여한 힘을 일부러 억제하려고 까지 하셨죠.”원경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여전히 고개를 흔들며: “전 스님의 말씀에 동의할 수 없어요. 그냥 편하게 불교이론을 말씀하세요, 그게 차라리 모두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그저 소승이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라 치세요, 하지만 언젠가 왕비마마께서는 깊이 깨달으실 것입니다.” 주지가 말했다.원경릉이 빨리 일어났다. 여기서 빨리 벗어나자, 오래 머무를 곳이 아니다, 오래 머물렀다간 더 이상해질 뿐이다.원경릉은 불교를 믿는 한이 있어도 주지가 말한 황당무계한 소리는 믿지 않을 것이다.“소승은 그 원숭이가 아닙니다. 소승은 단지 전에 왕비마마처럼 같은 문제를 연구했고, 거의 같은 방식으로 여기에 왔습니다. 이미 52년이 되었군요.” 주지스님이 천천히 말했다.원경릉이 주지를 보고, “스님….스님은?”주지가: “원박(元博)은 소승을 알리 없고, 소승은 마마의 300년 후에 마마의 연구과제를 이어받아서 했답니다.”“그래서 연구를 하던 사람이 지금은 불경을 읊는 스님이 되셨다?” 원경릉이 더욱 울지도 웃지도 못할 형편이다.“세상사를 철저히 이해하는 것은 모두 학문입니다!” 주지가 합장하며 아미타불을 외웠다.원경릉은 하마터면 쓰러질 뻔 했다.사실 너무 위화감이 느껴지는데, 위화감 중에 이상하게도 화해의 느낌이 든다. “자금단은,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