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스님의 정체주지가 약상자를 본 뒤 미소를 머금고 원경릉에게: “다시 눈을 감고 소승의 말을 들어주세요.”원경릉은 다시 눈을 감고, 이 고승을 마음으로 믿고 항복했지만 여전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주지의 목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지며, “앞에 중환자가 있습니다. 혼자 자가호흡을 할 수도 없고, 비장이 파열되어 내장에 출혈이 있고 오늘 밤이 고비입니다. 제일 중요한 건 그녀는 임신 9개월째입니다. 아이가 곧 태어나려고 하는데 가로 태위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중환자를 구하는데 뭐가 필요할까요?”원경릉의 머릿속에 생각이 빠르게 교차하며 비장파열, 내장출혈에 아이가 곧 나오려 하므로 절대 자연분만해서는 안되면 우선 혈액응고가 필요하고, 수혈, 제왕절개로 아이를 꺼낸 후 비장을 꿰매고 내출혈을 멈춰야 한다. 이것은 큰 수술로 필요한 수술기구가 많다. 원경릉의 약 상자에는 단지 메스, 의료용 니퍼 밖에 없고 기도확장기 조차 없다. 맞다, 또 중환자는 자가호흡을 할 수 없으니 호흡기가 필요하고……필요한 물건이 하나씩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자 주지스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세요.”원경릉이 천천히 눈을 뜨자 눈 앞에 모든 것에 놀라서 의자에서 굴러 떨어질 뻔 했다.약 상자는 어마어마하게 커져, 전체 선방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가로세로높이 3m정도 즉, 성냥갑 크기의 약 상자가 9제곱미터의 큰 상자로 변한 것이다.의자와 탁자가 전부 기울어져 비뚤어진 게 방금 약 상자가 크게 변할 때 그렇게 된 것임에 틀림없다.“왕비마마 가서 상자를 열어보세요.” 주지스님이 말했다.원경릉이 놀랍고도 두려운 마음으로 다가가는데, 이 약 상자가 원래 원경릉의 그게 맞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다.저 고승이 약 상자를 제어하는 사람인가? 그리고 저 사람이 원경릉의 영혼을 시공을 넘나들게 한 건가? 어휴, 어쨌든 영혼학을 믿어야 하는 거잖아.단추를 누르고 약 상자가 열리자 안에 모든 물건이 원경릉의 눈 앞에 드러났다.그것은 소형 수술실로, 수술침대, 수술기구, 측정
주지스님의 충격적인 이야기원경릉은 마음속으로 힘없이 저항해봤다, 아니, 넌 원숭이야, 네가 뭘 안다고 그래? 과학은 과학이야. 불교와 관계가 있다고 끌어다 붙일 수 있는 게 아니야.“스님 말씀은 스님께서 신봉하시는 불교가 대뇌를 다른 사람보다 발달 시켜 거의 신의 능력에 가까운 힘을 가진다는 것인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스님의 그 점을 동의할 수 없어요.”원경릉이 고개를 저었다.주지가 웃으며 화제를 돌려: “이 약 상자는 소승이 통제하는 것이 아니고, 왕비마마 자신이 통제하시는 것입니다. 단지 마마께서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굴하지 않고 지내왔을 뿐입니다. 심지어 대뇌가 부여한 힘을 일부러 억제하려고 까지 하셨죠.”원경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여전히 고개를 흔들며: “전 스님의 말씀에 동의할 수 없어요. 그냥 편하게 불교이론을 말씀하세요, 그게 차라리 모두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그저 소승이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라 치세요, 하지만 언젠가 왕비마마께서는 깊이 깨달으실 것입니다.” 주지가 말했다.원경릉이 빨리 일어났다. 여기서 빨리 벗어나자, 오래 머무를 곳이 아니다, 오래 머물렀다간 더 이상해질 뿐이다.원경릉은 불교를 믿는 한이 있어도 주지가 말한 황당무계한 소리는 믿지 않을 것이다.“소승은 그 원숭이가 아닙니다. 소승은 단지 전에 왕비마마처럼 같은 문제를 연구했고, 거의 같은 방식으로 여기에 왔습니다. 이미 52년이 되었군요.” 주지스님이 천천히 말했다.원경릉이 주지를 보고, “스님….스님은?”주지가: “원박(元博)은 소승을 알리 없고, 소승은 마마의 300년 후에 마마의 연구과제를 이어받아서 했답니다.”“그래서 연구를 하던 사람이 지금은 불경을 읊는 스님이 되셨다?” 원경릉이 더욱 울지도 웃지도 못할 형편이다.“세상사를 철저히 이해하는 것은 모두 학문입니다!” 주지가 합장하며 아미타불을 외웠다.원경릉은 하마터면 쓰러질 뻔 했다.사실 너무 위화감이 느껴지는데, 위화감 중에 이상하게도 화해의 느낌이 든다. “자금단은,
하룻밤 유숙하게 된 원경릉원경릉이 문을 미는 순간 뒤를 돌아보니 방금까지 기우뚱하게 있던 탁자가 제 위치에 바로 놓여서 마치 쓰러진 적이 없는 것 같다.“선배님 조심히 가세요!” 대사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원경릉은 눈 앞에 캄캄해 넘어지기 일보직전 이었으나, 대사의 눈엔 원경릉이 300년된 골동품이란 생각이 ‘선배’라는 한 마디에 들어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원경릉은 겨우 문을 부여잡고 걸어 나왔는데 자신이 호흡이 곤란하다는 것을 느끼고 한 손으로 우문호의 목을 움켜쥐고 이를 악물고, “우리 가자!”우문호는 어리둥절해서 서둘러 원경릉을 부축하며, “안색이 왜 이래? 퇴마 했어? 귀신은 떠났어?”원경릉이 우문호를 보고, 그러다 턱뼈가 부서질 듯 부들부들 떨며, “왕야……는 내가 귀신 씌길 그렇게 바랬어?” 우문호가 원경릉을 부축하며 그녀가 정말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급히, “왜 그래? 주지스님이 너한테 뭐라고 하셨어?”주지의 목소리가 불현듯 원경릉의 뒤통수에서 울려 퍼지며, “소승 왕야부부께서 절에서 하룻밤 묵어 가시길 청합니다.”원경릉은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홱 뒤를 돌아보니 주지가 이미 자신의 뒤에 심지어 그 자애로운 표정으로 서 있는게 아닌가, 자기도 모르게: “소리도 안 나게 오시면 어떡해요, 놀랐잖아요, 깜짝이야.”“왕비마마 마음이 복잡하셔서 소승의 발소리를 듣지 못하셨나 봅니다.” 주지가 우문호를 성의를 다해 초대하며, “왕야, 날도 이미 저물었으니 누추한 절이지만 하룻밤 묵어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우문호가: “당연하지요, 날이 어둡고 길이 험하니 전 갈 수 있다고 해도 왕비는 못 갑니다.” 게다가 우문호는 아직 주지와 말도 다 못 나눴는데 쫓기듯 갈 수 없지, 아직 일이 분명히 정리된 게 아닌데.원경릉은 가고 싶었지만 확실히 날이 어두워서 갈 수 없고 묵묵히 대사를 흘끔 보니 마침 대사도 마주보고 그녀에게 웃음을 머금고 인사했다.원경릉은 얼굴을 돌렸다. 최근 몸이
약 상자와 사식이우문호는 원경릉의 안색이 다시 창백해지는 것을 보고 그녀의 말을 믿고 손을 잡고는: “무서워 하지 마, 귀신 얘기일 뿐이잖아. 진짜도 아니고. 좀 쉬면 공양 먹을 때네. 호국사 공양이 괜찮은 편이거든. 평소엔 먹기 힘들어, 어렵게 왔으니 너도 좀 먹어.”원경릉은 식욕이 하나도 없어서 대충 먹고 바로 졸리다고 자겠다고 하면서, 우문호더러 주지를 찾아가 바둑 두며 얘기하게 했다.원경릉은 대사가 우문호에게 오늘 한 얘기를 할거라는 걱정은 조금도 되지 않는 게, 그 얘기를 꺼내면 우문호는 미쳐버릴 게 분명한데, 대사가 우문호를 그렇게 해칠 리 없기 때문이다.우문호가 가고 원경릉은 약 상자를 꺼냈다. 약 상자는 오늘 호국사를 오기 전과 이미 크게 달라져 있었다.원경릉은 비록 마음속으로 어떤 약을 생각하면 그 약이 나타나는 게 확실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감정이 강해지면 그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약이 나타날 수 있다.그러니까 대사가 말한 대로 약 상자는 원경릉의 사념이 제어한다는 것은 사실이다.전엔 불분명하던 것이 오늘 대사가 차근차근 분석해 주니, 원경릉의 머릿속에 혼돈이 한바탕 지나가고 천천히 안개가 걷히며 맑은 하늘이 드러났다.원경릉은 약 상자의 변화로부터 모든 일을 하나씩 천천히 되짚어 갔다.처음은 열이가 다친 일로 그때 그녀는 열이를 구해야 한다는 강렬한 감정이 있었다. 그래서 30대나 곤장을 맞아서 자신의 생명조차 위협받는 상황에 약이 필요하다고, 자신에게 익숙한 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자 약 상자가 나타났다.그 때는 너무 놀랍고 신기한 나머지 자신의 의식이 약 상자를 제어하고 있어서 비로소 나타났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다.다음에 태상황의 병을 치료할 때 약 상자에는 그 약이 나타났다. 비록 완벽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쓸 만한 것으로 그때 원경릉의 심적 태도는 단지 요행을 바라는 정도 였기에 열의가 부족하니 약 상자가 그녀의 심리상태를 보고 판단을 내려 일부 약만 나타났다.회왕의 병을 치료할 때 원경릉은 역시 망설였고,
사식이의 생각과 우문호의 생각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하자, 만약 네가 나라면 넌 기왕비를 구할 거야?”사식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구할 거예요!”원경릉이 의아해서, “왜?”사식이가 헤헤 웃으며, “기왕비가 죽으면 그 주명양이 정비잖아요. 기왕비랑 비하면 전 주명양이 더 싫어요.”“나도 주명양이 싫어, 하지만 주명양은 기왕비처럼 대놓고 내 생명을 위협한 적은 없거든.”그러니까 이 선택은 기호에 따라 선택하는 건가?“주명양이 앞으로 만약 기왕비가 된다면, 주명양도 지금의 기왕비처럼 같은 짓을 할 게 틀림없어요. 그리고 주명양은 더 겁이 없겠죠. 지금 기왕비의 계략이 깊고 독사처럼 공포스럽다고 해도 주명양은 미친 승냥이 같아서 승냥이에게 물리면 죽지만, 독사는 그래도 해독을 할 수 있잖아요.”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점은 원경릉도 생각했던 것으로 기왕비가 주명양에 비해 나을 게 하나도 없지만, 주명양은 반드시 더 직접적이고 더 잔혹할 게 분명하다.어쩌면 이것이 원경릉의 잠재의식 속에서 기왕비를 구하고자 하는 원인일지도 모른다.동시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원경릉은 이 원인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다.기왕비가 그날 와서 원경릉에게 한 바로 그 말 때문이다.기왕비는 다섯째를 태자의 보위에 올리는 것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고 원경릉은 기왕비의 도움이 필요 없지만, 만약 기왕비의 오라비 동안 문하의 사람이 모두 기왕을 지지하지 않으면 기왕의 양팔을 자르는 것과 같고 어쩌면 더 심각할 수도 있다.기왕의 세력이 꺾인 데다가 이번에 황제로부터 처벌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발톱을 숨기고 조용히 은거하며 암암리에 힘을 모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는 시간이 걸린다.다시 말해, 이것은 세력 재편과 같다.“사식아, 네 말대로면 주명양이 더 싫고 더 사납고 흉악한 사람인데, 기왕비가 살아있다고 반드시 주명취의 적수가 될 거란 보장은 없잖아.”사식이가 웃으며, “아뇨, 왕비마마는 사람이세요, 승냥이가 사람을 무는 건 쉽지만, 독사를 물기는 어
주지스님과 우문호의 의미심장한 대화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사님 혜안이 밝으시군요, 사실 저도 왕비가 많은 일을 저에게 감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오늘 왕비께서 소승에게 대략적으로 말씀을 하셨는데 기왕비의 병을 고치는 일임이 틀림없습니다.” 주지가 말했다.“그 점에 대해선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기왕비의 병을 치료하러 가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요, 대사님 지금 큰형이 여기 있으니 부처님 앞에서라면 틀림없이 감출 수 없을 겁니다. 큰형은 늑대예요. 늑대가 자기 사람을 염려하고 구할 리가 있겠습니까? 아니요, 형을 구해준 사람까지 먹어 치워서 배를 불리겠지요.”주지가 미소 지으며, “왕야, 걱정하시는 것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개를 궁지에 몰아넣어도 극렬하게 반항하는데 사악한 늑대는 말할 것도 없지요.”“제가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도 아니고요.” 우문호가 불만스럽게 말했다.주지가: “맞습니다. 왕야께서 그러신 게 아니지요. 하지만 기왕비는 왕비마마가 자신을 구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아는데 수수방관 하시면, 사악한 늑대는 은혜를 원수로 갚을 게 틀림없지 않습니까?”“스님 말씀 대로라면 기왕비를 구해도 물리고, 구하지 않아도 물리는데 괜히 힘을 낭비할 필요가 있습니까?” 바로 죽이면 된다.이 말은 대사님 면전에서 하기엔 마땅하지 않은 게, 출가한 사람들은 모두 자비심을 품고 있다.주지가 바둑판을 꺼내 놓으면서: “인생이 말이지요, 바둑을 두는 것 같아서 호적수를 만나면 다음이 되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만약 지는게 두려워서 직접 부딪히지 않는다면 재미가 없지 않겠습니까?”우문호의 태도는 굳건해서, “대사님이 말씀하시는 뜻은 다 알아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모험을 할 수 없습니다.”주지가 우문호를 보고 의미심장하게: “기왕전하가 여기서 며칠 계셨는데, 기왕비께서는 사람을 시켜 생필품을 보내신 적이 없습니다.”“네? 그건 또 무슨 일이죠?” 우문호가 바둑판을 놓는 것을 도우며 말했다.“왕야의 가장 큰 위협은 기왕비가 아니라 기
이튿날 우문호와 원경릉이 길을 떠날 때 바로 하산하지 않고 스님의 분부대로 뒷산에 있는 작은 절에서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저 멀리서 마차가 보였고 그 마차가 뒷산 평지에 도착하자 안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했다.“이대감? 오대감? 손장군(孫將軍)? 조군왕(曹郡王)?” 서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우문호는 낯빛이 어두워졌다. 모두가 알고 있듯 부황은 어명을 내려 이곳에 누구도 면회를 오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그 어명을 무시하고 면회를 왔다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혜사부(慧師父)가 우문호를 보며 “왕야, 이 대감들이 날마다 뒷산으로 와서 기왕전하와 일을 상의하옵니다.”라고 말했다.우문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차에 올랐다.“본왕 잘 알겠습니다. 스님께는 본왕이 떠났다고 전해 주십시오.” 혜사부는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두 분 조심히 가십시오.”라고 말해다.산길이지만 황실의 사원으로 통하는 길이기에 내려가는 길이 많이 험하지 않았다. 우문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경성에 도착할 때가 돼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기왕비를 치료할 약이 충분한가?”“응!” 원경릉은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얼른 대꾸했다.“네가 기왕비를 치료하는 것이 밖으로 세어 나가면 안 돼. 그리고 네 손에 기왕비의 명줄이 쥐어졌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나도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겠다.”원경릉은 갑자기 그가 생각을 바꾸는 것이 이상했다.“방금 그 사람들 다 기왕 세력인 거야?”“다 그렇지는 않아.”그것이야말로 우문호가 걱정하던 것이었다. 그는 전까지 큰형이 한동안 자신의 분수를 지키며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리사욕을 꾀하고 기복 기간에 관리들을 부르다니. 게다가 조군왕과 손장군은 독선적이기로 유명한 자들이다. 그런 그들이 언제부터 큰형과 함께 하기로 했을까?“경릉!” 우문호가 갑자기 그녀를 보며 손을 잡았다. “너에게 할 말이 있다. 열심히 듣고 네 생각을 말해줘.”그의 말을 들은 원경릉은 약간 긴장이 됐다. “살인이나 방화만 아니
“진심이다!”“내가 전에 물었을 때는 태자가 되는데 희생해야 하는 게 많다면서 그럴 가치 없다며?” 원경릉은 우문호의 마음이 왜 갑자기 변했는지 알 수 없었다.“그럴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예전과 같아.”“그럼 왜 태자가 되겠다고 하는 거야?”우문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왜냐하면 이것은 가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전에 본왕은 부황께서 아직 젊으시고, 태자 자리가 워낙 시기 질투가 많고 위험한 자리니까…… 태자가 된다면 너도 위험할 수 있으니 그런 도전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호국사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본왕은 목숨을 걸고 참전해 공을 세웠고 내 수하에 많은 사람들이 나를 따르고 있으며 군에서 쌓은 인맥도 결코 큰형님보다 적지 않아. 그리고 큰형님의 성격이나 처세술을 보면 그는 이 나라를 다스릴 그릇이 아니다. 그의 악독함은 백성을 고통받게 할 것이고, 이는 내가 두 눈을 뜨고 있는 한 그 꼴은 볼 수가 없을 것 같아.”우문호의 말을 들은 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목적은 태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왕이 태자가 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야.”우문호는 잠시 침묵하더니 “그건 아니야.태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하겠지만 그래도 내 운명은 내가 쥐고 있는 게 맞지.”라고 말했다.“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스님이 뭐라고 하셨어?”“스님이 말하길 황조부께서 나를 아끼신다고 하더라고.”마차가 흔들리자 우문호가 마차 안쪽에 팔을 거치고 원경릉을 끌어당겼다.“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야 마음을 바꾼 건 오늘 일 때문이다. 부황의 어명을 어기고 호국사로 찾아온 병부(兵部), 형부(刑部), 이부(吏部), 호부(户部)의 관리들 특히 군왕과 장군…… 이 둘이 모두 형님의 사람이 되었다니. 형님이 태자가 된다면 이 네 개의 부서들 모두 형님의 편에 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언젠간 그들이 나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도 있어. 그렇게 되기 전에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돼.”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조용히 말했다.“네 결정을 항상 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