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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89화

원경릉을 놀라게 하는 주지 스님

우문호가 머뭇머뭇 하며, “저는 들으면 안되나요?”

“들으실 수 있지요.” 주지스님임 미소를 지으며, “왕야는 우선 밖에서 잠시 기다리시거나 옆 사랑채에서 차나 한잔 하고 계시지요.”

우문호는 오늘따라 주지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문호가 천천히 걸어 나가며 걸음마다 돌아보며 미적거리자, 원경릉은 웃음을 참지 못하는데 주지는 상당히 엄숙하고 자애로운 표정이다.

사랑채 문을 닫으며 주지가: “왕야, 옆방에서 차 한잔 하세요.”

우문호는 문 밖으로 나가자마자 문에 귀를 착 대고 있으려 했는데 주지의 이 말을 듣고 하는 수 없이 투덜거리며 갔다.

원경릉이 주지에게 차를 따라 드리고 덕망 높은 대사를 앞에 모시고 있으니 추호도 태만할 수가 없었다. 공경하고 근신하는 마음으로 교훈을 내려 주시기를 기다렸다.

주지가 원경릉에게 온화하게: “왕비마마, 이 상자는 우선 넣어두세요.”

원경릉이 ‘네’하고 약 상자를 소매속에 다시 넣었다.

주지가 가볍게 웃으며: “왕비 마마 얼굴에 수심이 있는데 무슨 일 있으신 가요? 소승이 들을 수 있겠습니까?”

원경릉이 웃으며: “주지스님, 전 곤란하거나 걱정스런 일이 없습니다.”

주지가 합장하고, “왕비마마는 이 세계에서 오셨고, 소승은 국외자 이니, 말씀하시지 못한 것이 없습니다.”

원경릉은 놀라서 주지를 쳐다보다가 하마터면 손에 든 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주지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자비로운 눈빛을 하고 있는 불상 같다. 맑게 흐르는 물처럼 청명한 눈빛에 어떤 티나 먼지도 없다.

주지가 미소를 띠고: “왕비마마 놀라실 것 없습니다. 마음이 깊고 고요하면 매사를 꿰뚫어볼 수 있지요.”

원경릉이 잔을 꼭 쥐고 격양된 가슴을 억누르며, “큰 스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모르겠습니다.”

주지가 웃으며, “왕비마마께서는 뭘 신봉하십니까?”

원경릉이 자기도 모르게 불쑥, “과학이요, 저는 신학을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영혼 같은 얘기를 하셔도 저는 믿지 않아요.”

주지스님이 의미심장하게: “왕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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