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명의 왕비 / 챕터 2921 - 챕터 2930

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2921 - 챕터 2930

3033 챕터

제 2921화

한편, 밖에서는 원경릉과 근영 군주가 아이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호두는 여동생이 태어난 걸 들은 뒤라, 뛸 듯이 기뻐하며 떡들과 쌍둥이와 어울려 여동생 주위를 맴돌며 놀았다.근영 군주는 아이들이 사이가 좋은 것을 보자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호두가 오는 길에 여동생이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근영 군주 부부께서 호두 하나만 낳아서 좀 외로울 수도 있으니 이번에 온 김에 좀 오래 있다가 가요. 형제들과 떠들썩하게 지내게요.”근영 군주가 말했다. “호두는 하나도 안 외로울 거예요, 집에 놀게 한 무더기가 있는걸요! 하나뿐인 여동생인 만큼 소중할 수 밖에요.”원경릉이 호두를 보았는데, 동그란 눈이 아주 귀여운데다가 큰오빠다운 듬직한 느낌도 풍겼다. “계란이가 이렇게 많은 오빠의 사랑을 받으니 진짜 행복하겠네요.”근영 군주가 미소를 지었다. “오빠 말고도 여기 대모도 있잖아요. 태자비께서 동의하는 여부와 상관없이 계란이는 저와 정정의 딸인걸요.”근영이 말하며 계란이를 안아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사랑스러운 눈빛을 하며 말이다. 방금 들어올 때 근영 군주가 계란이를 안아 들었는데, 바로 근영 군주에게 방긋 웃는 모습에 근영 군주는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사랑이 샘솟았다.원경릉이 방긋 웃었다. “그야 당연하죠. 전에 근영 군주가 호두를 가지고, 제가 우리 떡들을 가졌을 때 아들과 딸을 낳으면 부부로 맺어주자고 약속했잖아요. 딸이면 서로 자매가 되고, 아들이면 서로 형제가 되기로. 호두랑 우리 떡들은 형제고 계란이는 그들의 여동생이니 근영 군주가 대모인 건 도리상으로나 마음 상으로나 딱 맞네요!”근영 군주가 손가락으로 계란이의 볼을 살짝 만지자 계란이가 근영 군주의 손가락을 따라 손발을 꼼지락거리며 옷는데 분홍빛 잇몸이 다 드러나 정말 귀여웠다. 이 모습은 근영 군주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황제 대관식 때문에 온 거지만 난 우리 수양딸 때문에 왔나 봐요. 오길 잘했네,
더 보기

제 2922화

이리 나리는 묻고 나서 우문호가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드러내기만을 기다렸다.하지만 이리 나리는 우문호가 얼마나 낯짝이 두꺼운지 과소평가했다. 우문호는 오히려 이리 나리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이를 드러내고 친근한 미소를 지었다. “가족같은 사람들끼리 이런 얘기 해서 뭐 합니까? 자, 술이나 한잔하시죠. 정성을 푸대접하지 마시고.”이리 나리 저택과 달리 초왕부는 무척 떠들썩해서 원경릉은 여러 왕비와 원경병을 집으로 불렀다. 여자들은 각자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아이들 또한 왁자지껄 떠들며 즐겁게 놀 수 있었다.보배는 늘 만두를 찾았는데 수아도 그랬다. 원경릉은 만두가 이렇게 여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을 줄은 몰랐다. 만두가 늘 사람을 잘 혼내고 통제하려 들어서 다들 만두와 노는 걸 싫어하는 줄 알았다.비록 만두는 없었지만, 다른 오빠들이 있어서 신나게 놀 수 있었다. 아이들은 밥을 먹은 뒤, 또 마당에서 뛰어 놀았는데, 눈 늑대와 호랑이도 따라서 신이 나서 온 초왕부의 열기가 들끓다시피 뜨거워졌다. 미색도 밤에 아이들을 데리고 왔는데, 아들과 딸 모두 아름답고 예쁘게 생겼다.이렇게 다시 이틀이 지나고, 궁에서 전문적으로 궁중 법도와 예의를 지도하는 사람들이 초왕부로 찾아왔다.원래 일찍부터 배우려고 했으나 명원제가 후궁에 그다지 복잡한 일이 없다고 생각해 조상의 유훈만 준수하며 과정을 진행하는 것으로 대충 구색만 맞추기로 했다.그렇게 온 북당이 경성을 주시하며 신구의 교대를 기다렸다.태자의 인자함과 현명함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로 태자가 이끄는 조직도 아주 인기가 있어 항간에 적지 않은 이름난 선비들이 앞으로의 북당이 대월국, 대주국에 필적할 것이라고 예언했다.명원제가 대외적으로 갈수록 병이 깊어졌다고 해서 노신들이 명원제를 찾아 왔는데, 몇 마디 하지도 못하고 피곤한 척 내보내니 정말 중병에 든 사람 같았다.노신이 몰래 어의에게 태산 붕어할 위험이 있는지 물었으나 어의가 솔직히 말해 그럴 일은 없으나 황제는 이미 조정의 정사를 돌보실
더 보기

제 2923화

명원제가 듣고는 별 생각이 없는 듯 대충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지?”황후는 몹시 억울한 사람처럼 눈물을 흘렸다. “신첩이 폐하와 백년가약을 맺은 후로 전에 잘못을저질렀으나 신첩 이미 뉘우치고 새사람이 되었습니다. 신첩은 후궁의 주인인데, 만약 신첩이 황태후로 책봉되지 않으면 천하에 어떻게 낯을 들고 살아간단 말입니까? 그리고 황귀비는 비록 태자의 어마마마라고 해도 결국 중도에 거둔 아들이 아닙니까. 태자를 거뒀기로 덕비의 지위에서 황귀비로 책봉 받았으니 신첩 생각에 황귀비는 황귀태비로 봉하셔도 성은이 망극할 것입니다!”황후가 말을 마치고 명원제의 불쾌한 표정을 보자 얼른 한마디 덧붙였다. “조상의 법도에 따르면 신첩이 황태후가 되는 것이 마땅한 것이라 생각하옵니다.”명원제가 답했다. “조상의 법도가 그러하면 자네는 당연히 황태후인데 왜 굳이 와서 묻는 것이냐? 그냥 책봉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더냐?”황후가 우물쭈물거리며 답했다. “신첩이 꼭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아니고 예전에 태자 부부에게 약간…. 약간 엄했기로 혹시 마음에 품고 있을까 싶어서요.”황후는 말을 계속 이어가며 또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폐하께서는 신첩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신첩은 계략 같은 거 모르고 사고를 친 건 전부 마지못해 나쁜 짓을 저지른 것입니다. 신첩도 잘못한 걸 알았으니 태자 앞에서 신첩을 위해 몇 마디 해 주세요. 설령 신첩의 부귀영화를 빼앗더라도 황태후의 지위는 지켜야만 해요. 안 그러면 정말 신첩은 열조를 뵐 낯이 없습니다. 그리고 신첩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덟째를 위해서예요. 여덟째는 앞으로 저를 따라야 하는데 신첩이 태비에 봉해지면 앞으로 여덟째가 궁에서 얼마나 구박을 받겠어요, 안 그렇습니까?”그러자 명원제는 이해할 수 없는 듯 심하게 화를 냈다. “자네는 다섯째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여덟째를 괴롭혀? 다섯째는 여덟째를 챙기지 못해 안달인데, 자네는 온통 원망으로 가득해서 종일토록 누가 날 해칠까 누가 날 싫어하나
더 보기

제 2924화

명원제는 주 재상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으니 마음이 놓였다. 북당 강산을 위해 분골쇄신하며 평생을 바쳤던 그를 바라보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군신간에 수많은 말을 무언중에 대신한 것 같았다.주 재상이 출궁한 뒤 명원제는 성지를 내려 황후와 적 귀비를 황실 동원으로 옮기게 했고, 팔 황자를 가끔 가서 만날 수 있도록 허락했지만, 곁에 데리고 키우지는 못하게 했다.황후와 여덟째 모자를 갈라놓는 상당히 잔혹한 처사처럼 보이지만 사실 명원제가 팔 황자를 위해 직접 생각해 낸 것으로 팔 황자는 일곱째 부부를 따라야 안심하고 평안한 나날을 보낼 수 있지, 황후를 따라 동원으로 갔다가는 나쁜 짓에 이용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그리고 정말 모자를 갈라놓는 것도 아닌 게 황후가 아들을 보고 싶어하면 며칠 같이 지낼 수 있게 했다. 성지를 내리자마자 황후는 울고불고 난리를 피웠는데, 단지 궁에서 쫓겨날 뿐만 아니라 태비에도 봉해지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이틀을 그렇게 난리를 쳤다. 벽에 머리를 박고 죽겠다는 둥, 목을 매고 죽겠다는 둥.. 누가 말려도 듣지를 않아 적 귀비가 직접 명원제에게 와서 알렸지만 명원제는 상대하지 않았다. 황후의 성격을 주 재상이 아는데 명원제라고 모를 리가 있을까? 정말 자살하고 싶으면 난리를 칠 게 아니라 바로 목을 매면 그만인데 뭘 저렇게 소동을 부리겠어?황후가 이렇게 난리치는 바람에 명원제는 동원으로 거처를 옮기게 한 것이 아주 잘한 결정이라고 확신했다.명원제가 계속 황후를 무시하자, 황후는 결국 궁에서 제일 귀중하다고 여기던 것들을 싹 챙겨서 나갔다. 성지에 따라 적 귀비가 그녀와 함께 갔는데 오히려 싫은 기색 없이 기꺼운 마음이었다. 적 귀비는 후궁의 주인이 바뀐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신은 평생 남에게 얹혀서 살아가야 하니 역시 동원으로 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제왕 부부가 황후를 배웅했고, 원용의가 황후에게 말했다. “사실 태자비 마마께 미안하다는 한마디만 하시면 지난날의 은원은 전부 깨끗하게
더 보기

제 2925화

황후 일을 처리하니 명원제는 이제 오로지 퇴임 후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그리고 귀빈들도 연이어 도착해 객잔에 묵으며 우문호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홍려시 사람과 같이 귀빈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대월국, 대흥국, 선비 단씨, 대량이 줄지어 사자를 파견해 왔고, 주변의 작은 부족 국가들도 사자를 파견했다. 바다 건너에 있는 일부 국가들은 아마도 길이 멀어서 대관식 전에는 올 수 없을 것이지만 축하 예물은 늦더라도 보낼 것이 틀림없었다.한편, 현대에서는 만두와 원 교수 일행이 최선을 다해 1달의 휴가를 얻어 이틀 동안 고대에 없는 것들을 사기 위해 대대적인 쇼핑을 했다.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혼수를 준비할 생각이였는데, 사실 뭘 사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금은보석은 그쪽에도 충분하고, 집과 차는 쓸데없다고 생각해 유일하게 산 게 편의용품으로 책, 만년필 등이었다.주진은 처음엔 원경주가 처음이라 길을 안내하는 입장에서 원경주를 데리고 다녀왔지만, 지금은 길이 편리하게 개통돼서 주진이 꼭 가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따라가지 않았다.그래서 주진은 일행을 입구까지 데려다주는 길에 돌아오는 일정을 체크해 다시 마중 나오기로 했다.원경릉 엄마는 처음 사위 집에 간다는 생각에 상당히 흥분해서 기대에 엄청 차 있었다. 딸을 시집보낸 다른 사람은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었지만 원경릉 엄마는 몇 년 만에 처음이였다.그녀는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눈가에 기쁨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운전하는 동안 계속 ‘어떤 브랜드 술을 사는 걸 잊어버렸다, 태상황에게 가을 바지를 몇 벌 사 가는 걸 잊었다, 잘 나온 사진을 인화해 오는 걸 잊었다’라며 아쉬워했다.그러자 만두가 웃으며 말했다. “아쉬워하지 마요. 다음에 또 올 수 있잖아요! 휴가 낼때마다 오세요.”“아빠는 매달 가고 싶어할걸.” 원경주가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럼 너무 좋죠! 매달 저희한테 맛있는거 사주시는 거잖아요.” 만두가 아름다운 꿈에 부풀었다.원 교수가 웃으며 원경주에게 호통을 쳤다. “무슨
더 보기

제 2926화

우문호는 출발하기 전에 태상황 폐하한테도 가족이 온다는 걸 원경릉에게 알리도록 했다.마침, 할머니가 와서 삼대 거두 진맥을 해주고 있었기에 원경릉이 할머니께도 세 분께 소식을 전해달라고 했다.초왕부 또한 최근 사람들의 출입이 빈번해서 원경릉은 대외적으로 자신의 대모와 대부가 오실 거라고 전했다. 그러자 사식이가 상당히 의아해하며 원경릉에게 물었다. “원 언니도 대부와 대모가 계셨어요?”원경릉은 사식이가 이렇게 묻는 것을 듣고 이상하다고 느꼈다. ‘서일 이 녀석이 사식이한테는 현대의 일을 얘기 안 했나 보네? 하여간 녀석, 이럴땐 진짜 입이 무겁다니까.’원경릉이 속으로 생각하며 모른척 웃으며 답했다. “응, 내가 어릴 때 맺은 대부 대모셔. 비교적 먼데 사셔서 평소에는 거의 경성에 안 오시는데 나랑은 정이 아주 깊어서 나도 그냥 그분들을 아빠 엄마라고 불러.”사식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도 인사를 잘 드려야겠네요.”“그럼, 고마워. 사식아!” 원경릉이 웃었다. 기쁨으로 마음이 두근거렸다. 아빠 엄마가 올 수 있다니 정말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행복했다.우문호가 간 다음 날 오후에 문지기와 녹주가 들어와 보고했다. “태자비 마마,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오십니다.”원경릉은 막 계란이 낮잠을 재우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듣고 살짝 당황했다. ‘이렇게나 빨리? 아빠 엄마가 산에서 쉬지 않고 오셔도 경성까지 오시려면 적어도 오늘 밤은 돼야 도착하실 텐데.’하지만 기쁨과 설렘이 모든 것을 이기고 서둘러 산만해진 머리를 정리하며 겉옷을 입고 달려 나갔다.흥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해 발걸음마저 날아갈 것만 같았다.복도를 돌아 본관에 가니 하인들이 원경릉의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기쁨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경악으로 바뀌었다.알고보니 정후와 황 씨로 원래 몸의 주인인 원경릉의 부모였다.그들은 감쪽같이 몸을 감춘 뒤 한동안 나타나지 않아서 원경릉은 두 사람이 외지에서 죽었다고
더 보기

제 2927화

사고를 치면 숨었다가 잠잠해지자 돌아와서는 국구가 되려 하다니, 정후의 이런 기회주의 성격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황 씨는 그런 정후 곁에 있으면서 정후를 대신해 온갖 풍상을 다 대신 맞았는지 정후보다 훨씬 늙어 보였다.원경릉은 두 사람을 맞아들였는데, 보통은 몇 마디 더 인사를 나누지만 사람을 시켜 정후부로 바로 데리고 가라고 했다. 하지만 정후는 계속 자기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토로하기 바빴다. 여러 지방을 전전하면서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조정에서 자신을 찾아 괴롭힐까 봐 농촌을 골라 찾아다니고 제대로 못 먹고 못 입고 집도 너무 누추해서 정말 거지만도 못한 삶이었다고 했다.정후는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멀쩡한 성인 남자가 본관에서 울기 시작하다니 말이 아니였다. 정후가 울자, 황 씨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따라서 우는데, 눈물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올 정도로 세상이 곧 무너질 듯이 울었다.원경릉은 그들의 한심한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래도 명목상 부모이니 돌아서지 못하고 옆에서 위로하는 수밖에 없었다. 정후가 한 말은 모두 원경릉에게 다짐한 것이었는데 원경릉은 이 또한 따지지 않았다.하지만 정후는 갈수록 심하게 울었고, 황 씨도 한바탕 울더니 눈물을 닦고 수심 어린 표정으로 옆에 앉아 천천히 다시 정신을 차렸다. 모두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정후가 울고 난 뒤 원경릉의 머릿속에는 두 사람이 몇 년간 지내온 장면들이 상당히 현실감 있게 주마등처럼 지나갔다.정후 부부는 이전에 고지의 아이는 다른 사람에게 키우게 하고, 정후는 인정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황씨와 농촌에 숨어서 지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위험이 느껴지지 않자, 전후는 다시 나쁜 버릇이 도져서 농촌의 과부와 가까이 지내고 마을 아낙과 빈번하게 왕래했던 것이다. 얼핏보면 숨어 다니는 것 같지만 갈 때 은자를 한 무더기 가지고 가서 사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고, 심지어는 정후가 생긴 건 멀쩡해서 도화살이 늘 따라다녔다. 그
더 보기

제 2928화

원륜문은 원래 국자감에 있었는데 나중에 지방 관리로 부임했다가 명원제가 퇴위를 앞두고 성지를 내려 원륜문으로 왔다.원륜문은 비록 그동안 경성에서 보낸 날이 적었지만 여동생의 일에는 항상 관심을 가졌고, 지방에서 성실하게 업무를 보며 정치 자본을 쌓아갔다. 이는 매부를 도와 나라를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였다. 그런 원륜문이 막 돌아와 아버지가 사고 치는 것을 보고 가만히 용서할 리가 없었다.원륜문은 외지에서 관리로 있으면서 지방 관리의 기세가 붙었다. 이런 기세로 그저 밥이나 축내는 정후 따위 제압하는 건 문제도 되지 않았다.우륜문을 보자 원경릉이 기뻐하며 맞이했다. “오빠가 돌아왔다니 정말 좋네. 오빠를 오랫동안 못 만나서 말이야.”원경릉은 원륜문에게 상당한 호의와 존경을 품고 있어 그가 하루빨리 경성으로 돌아오기만을 바랬는데, 이 일이 해결되자 원경릉은 안심했다. 부모님이 오셨을 때 질질 짜는 정후를 상대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저녁 먹을 때가 다 되서 문밖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태자 전하와 황태손께서 돌아오셨는데, 손님을 몇 분 데리고 오셨습니다.”듣자마자 원경릉은 계란이를 품에 안고 아이들과 함께 서둘러 달려 나갔다. 정원에 도착하자 우문호와 아빠, 엄마, 오빠가 보였고, 그들 손에는 크고 작은 봉지가 몇 개씩 들려있었다. 옷은 전에 원경릉이 준비해준 것을 입고 있었는데 아주 잘 맞았지만, 여전히 어색한지 길을 갈 때 밟지 않으려고 조심한 흔적이 보였다. “아빠, 엄마!” 원경릉이 계란이를 안고 달려가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직 가까이 가지도 못했는데 순간 아들이 달려들어 정작 원경릉이 엄마 아빠에게 응석 부릴 기회가 사라졌다.초왕부 사람들은 호기심 어리게 이 장면을 바라보며, ‘이 사람들이 태자비 마마의 대부와 대모시란 말이지? 학문이 깊고 온화해 보이시네, 글을 읽으시나 봐. 품위기 있으신 데 친화력도 있으시고 정후 부부보다 훨씬 낫네.’라고 저마다 생각했다. 문지기가 작은 소리로 하인에게 얘기했다. “내가 방
더 보기

제 2929화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호랑이와 늑대도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놀았다. 눈 늑대와 호랑이는 이미 아기가 아니라 딱 봐도 성년 늑대와 호랑이처럼 보여 원 교수 부부가 심하게 놀라 얼른 원경릉을 불러싿. “아이들을 저 동물들한테 가까이 못 가게 해, 위험해 보여!”그러자 원경릉은 계란이를 우문호에게 넘겨주고 마침내 아빠 엄마의 팔을 붙잡고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위험하지 않아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거라 서로 친해요.”“정말이니?” 원경릉 엄마는 아직도 상당히 두려운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눈 늑대와 호랑이가 달려들려하자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 어서 아이들에게 피하라고 연신 외쳤다.하지만 아이들과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자 확실히 공격성은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안심했다.그러고는 초왕부 안으로 들어가며 살펴보았는데 생각과 달리 인테리어는 호화스럽지 않았고, 곳곳이 고색창연하면서도 생활감이 묻어나 있어 차원이 다르다고 하는 여느 저택의 느낌은 없었다.자신의 딸과 외손자들이 이곳에서 수많은 나날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울적해져 원경릉의 손을 꼭 잡고 같이 눈물을 흘렸다.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역시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자리에 앉자 녹주와 기라가 차를 대령했다. 기상궁의 과자가 벌써 준비되어 있었고 저녁 수라도 다 준비된 상태였지만 분위기를 보니 대부와 대모가 한동안 태자비 마마를 못 봬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아 과자부터 올려 입맛을 다시게 했다.원 교수 부부는 사람들이 시중드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올리자 초왕부 사람들이 상당히 친근하게 대해 주었다.근영 군주도 아직 초왕부에 머물고 있었는데, 오늘 일찍 초왕부에 태자비의 가족이 온다는 말에 오늘 밤은 자기 처소에서 사식이와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며 떠났다.우문호가 사람들을 다 나가게 했고, 드디어 일가족이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원경릉 엄마는 오는길에 마차에서 멀미를 했는데, 지금은 다행히 괜찮아졌다. 뜨거운 차를 마시고 과자를 먹으니, 정신이 들며
더 보기

제 2930화

탕양의 말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소요공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이 원 동생, 원 동생 왔는가!”이건 원 교수를 부르는 소리로 원 교수는 약간 무안한 듯 복도에서 서 있었다. 사람은 아직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렸는데, 몇 개의 그림자가 벽에 드리워지더니 곧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원 교수는 자신의 어머니가 고대 차림으로 등에 약상자를 지고 마치 여기 사람 같은 모습인 것을 보고 감동하며 그녀의 손을 부여잡았다. “엄마!”원경릉의 할머니는 아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기쁘게 인사를 건넸다. “왔어? 오늘 길 힘들었지?”“아뇨, 하나도 안 힘들었어요!” 원 교수는 그녀의 등에서 약상자를 내리며 태상황과 삼대 거두에게도 잊지 않고 예를 취했다. “어르신, 헤어진 지 며칠 만에 저희가 또 만나게 됐네요, 잘 지내셨는지요?”태상황도 기쁜 나머지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자네들이 온다는 얘기에 너무 좋아서 말이지.”원 교수가 송구해하며 말했다. “원래는 저희가 찾아봬야 하는데 직접 이렇게 발걸음하시게 만들어 후배로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태상황은 부끄러운 듯 손을 내저었다. “그런 형식에 얽매이지 말어. 그럴 필요 없어.”그러고는 원 교수를 한쪽으로 데리고 가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 “담배 가져왔어?”원 교수가 당황하며 물었다. “돌아오실 때 가져가시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빨리 다 피우셨어요?”그때 몇 보루를 가져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담배가 좋지도 않은데 이렇게 빨리 다 피워 버리니 놀랄만도 했다. 태상황이 몰래 할머니를 째려보며 속삭였다. “그 담배는 자네 어머니가 다 버려서 이제 없어. 자네 이번에 올 때 가져온거 맞지?”원 교수가 머쓱하게 말했다. “그게…. 가져는 왔는데 혼례를 위해 남겨두려고….”“옳거니, 과인이 자네에게 맡기지.”할머니가 옆에서 몰래 그들의 대화를 듣고 다가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왜요?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게요? 어디 감히 맡길 수나 있겠어요?”태상황이 어색하게 웃으며 변명했다. “그게 과인
더 보기
이전
1
...
291292293294295
...
304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