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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2931 - 챕터 2940

3033 챕터

제 2931화

그런데 저녁을 먹은 뒤로 할머니가 몰래 담배 한 갑을 원경릉에게 주며 말했다. “가져가시라고 해. 종일 화가 나 있으시면 안 되니까. 정말 하는 행동은 아직 어린애 같다니까.”원경릉은 예상외에 반응에 살짝 놀라했다. “태상황 폐하 못 피우시게 하셨던거 아니세요?”“이걸 안 피워도 담뱃대를 피울 테니까. 수십 년간 인이 배겼으니 어디 정말 끊을 수가 있겠어? 줄이기만 해도 잘하는 거지.” 할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보니 상당한 노력을 거쳐 비로소 얻은 결론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몰래 숨어서 피우고, 숨겨뒀다가 피우고 하는 게 더 나쁘다.원경릉이 방긋 웃으며, “저도 전에 금연하셨으면 했는데, 잠깐 끊었다가 또 피우고 정말 답이 없더라니까요.”할머니가 한숨을 쉬며, “됐어, 하고 싶은 대로 하시라고 해. 하지만 꼭 얘기해야 한다. 한 갑으로 열흘은 버텨야 하고 하루에 2대만 피울 수 있고. 더는 안 된다고 말이야. 절대로 내가 허락했다고 하면 안 돼. 이 사람은 조금만 잘해주면 기어오르는 스타일이니 앞으로 안하무인이 될 거야.”“알겠어요!” 원경릉이 담배를 들고 알았다고 하는데 뜻밖에 자신이 태상황이라도 된 듯 기뻤다. 특히 태상황이 담배를 뺏겨서 분통 터져 하는 얼굴을 떠올리니 답답하면서도 웃겼다.삼대 거두가 얘기를 나누고 돌아갈 때 원경릉이 배웅하며 몰래 태상황의 주머니에 담배를 찔러넣으며, “할머니 못 보시게 하세요. 나중에 할머니께서 눈에 불을 켜고 관리하시면 피우고 싶어도 못 피워요. 들키면 할머니께서 저한테까지 화내실 거예요.”태상황은 손끝의 느낌으로 뭔지 바로 눈치채고 기뻐하며 얼른 감췄다. “걱정하지 마, 과인은 절대 널 배신하지 않을 테니까.”“이건 열흘 치니까 아끼셔야 해요. 열흘 지나면 한 갑 더 챙겨드려 볼게요.” 원경릉이 말했다.‘옳거니, 좋다, 얼씨구!’ 태상황은 기쁜 나머지 흐뭇한 눈으로 원경릉을 바라보며, ‘역시 얘는 내 호의를 배신하지 않는다니까.’ 그리고 약속하듯이 말했다. “걱정 마, 반드시 주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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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32화

“제일 화났을 때가 언제였는지 알아? 혜민서에 바쁜 일도 많은데 없는 시간, 있는 시간 다 쪼개서 아침 일찍 삼대 거두 진맥하러 별장으로 갔어. 진맥을 마치고 서둘러 혜민서로 돌아가면 맞을 거 같아서. 그런데 하나같이 만취해서 능운각 마구간에 막 드러누워 있는데, 전신은 이슬에 다 젖어 있었고, 심지어는 안풍 친왕이랑 그 검은 옷 입은 사람들까지 다 그 꼴이었다니까. 그 순간 정말 폭발해서 순간 자제력을 잃고 태상황의 귀를 잡아당겨서 정신이 들게 했는데 그 뒤로 삼대 거두가 내 앞에서는 꼼짝을 못해. 안풍 친왕도 평남왕이랑 놀러 나가서 특히나 조심하고 있는 거야.”원경릉은 이 말을 듣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돼지우리처럼 난장판 같은 노후라니. 말 기키우고 채소랑 꽃을 키우면서 왜 그러지?’“희상궁은 단속 못 해요?” 원경릉이 물었다.“희상궁이 주 재상은 단속할 수 있지만 소요공이랑 태상황을 어디 다룰 수나 있겠어? 씨알도 안 먹히고 오히려 맨날 속기나 하겠지. 이전에 별장에 살 때를 생각해 보면 그때가 그래도 나은 것 같아.” 할머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원경릉이 듣고 방긋 웃었다. 이전에 황실 별장에 있을 때는 한 번씩 다녀가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삼대 거두의 나쁜 습관들이 안 들켰을 뿐이지, 지금은 숙왕부에 살아서 할머니가 언제든 갈 수 있었고 혜민서와의 거리도 짧으니 결점이 바로 눈에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대로 좋았다. 할머니가 진압하고 있으니 삼대 거두가 감히 설치지 못하니깐 말이다. 원경릉은 아무 말 없이 할머니의 팔을 잡고 돌아가 가족들과 같이 수다를 떨며 새벽이 돼서야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우문호는 종일 흥분해서 방에 목록을 죽 늘어놓고 처가 식구들을 데리고 어디 가서 놀고 뭘 먹으러 갈지 생각 뿐이였다.“어머, 아직도 계획을 짜고 있구나!” 원경릉이 슬쩍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응, 탕 대인에게 물어봤지. 어디가 놀기 좋고, 맛있는 데인지. 어렵게 오신 건데 반드시 다 즐기셔야 해.” 우문호는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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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33화

마차가 멈추고 정후가 뛰어내려 달려오더니 덥석 우문호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여전히 그 알랑거리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사위, 아직 집에 있어 다행이야, 마침 일이 좀 생겨서 자네와 상의를 좀 하려고.”사위라는 한 마디에 원 교수와 원경릉 엄마는 순간 화들짝 놀랐으나 곧 경릉이 원래 몸의 부모라는 것을 깨닫고 주진이 그들에 대해 언급했던 걸 기억했다.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원 교수 부부는 가만히 곁에 서서 지켜봤다.정후가 마차에서 내린 뒤 황씨도 함께 내렸는데 체면도 차리지 않고 바로 원경릉 앞으로 오더니 원경릉이 먼저 문안 인사하기만을 기다렸다.하지만 원경릉은 그저 “왔어요?”라고 대충 말할 뿐이었다.황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쁜 표정으로 답했다. “네 부친과 같이 왔지!”황씨는 원경릉 엄마와 원 교수를 흘끔 보더니 내성적인 분위기가 조정의 관리 같아 보여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원경릉 엄마는 자신의 딸이 이 여자에게 어색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평소에 가까이 지내지 않는다는 걸 단숨에 알아차렸다. 순간 마음이 복잡한 게 딸에게 부모가 또 생기길 바라지 않지만, 누구든 원경릉에게 잘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우문호가 정후를 보고 말했다. “할 말은 나중에 합시다. 지금은 손님이 계셔서 외출해야 하해서요.”정후는 우문호가 손님들에게 더욱 신경쓰는 것을 보고 원 교수와 원경주에게 예를 취했다. “실례합니다만 어느 관아에 근무하시는지요?” 정후는 경성을 떠난 지 오래 되어서 경성의 누가 고관대작인지 몰랐다. 게다가 이 두 사람은 전에도 본 적도 없어서 함부로 실례를 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하지만 우문호가 차가운 표정으로 질문을 막았다. “너무 묻지 말고 무슨 일인지 돌아와서 다시 얘기하도록 합시다.”정후는 아첨하는 미소를 입가에 그리고는 실실 웃으며 다시금 예를 취했다. “예, 예, 우선 볼일 보세요. 전 초왕부에서 기다리겠습니다.”“기다릴 필요 없으니 우선 돌아가시지요!” 우문호가 미간을 찡그렸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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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34화

정후는 우문호가 가자마자 씩씩거리며 막말을 해댔다. “만약 그때 내가 술수를 쓰지 않았으면 네가 어떻게 아들을 다섯이나 두고 또 어떻게 태자가 될 것이며 제위에 오를 수나 있었겠어?!”원륜문이 이 말을 듣고 화가 났지만, 뭐라 하지 않고 가만히 들어가 할머니에게 왔다고 인사를 올렸다.잠시 후 노부인은 정후에게 들어오라고 하고 문을 닫으라고 했다. 그리고 지팡이를 집어들더니 정후를 마구 때렸다. 정후가 머리를 감싸 쥐고 내빼다 문까지 가지도 못하고 몇 대를 생으로 맞아 정신을 다 잃을 정도였다.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무시무시한 행동이 있고서야 정후는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한동안 나가서 사고 치는 일은 그만두었다.노부인은 정후가 한 마디라도 잘못하거나 법도를 어긋난 짓을 하면 바로 경성에서 내쫓아 맞아 죽을 뻔한 그 마을로 돌려보내 밤낮으로 분이 풀릴 때까지 때리게 하겠다고 했다.정후는 어머니가 한다면 정말 하는 사람이란 걸 잘 알기에 이제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다. 정후 노부인은 그 후 직접 초왕부로 가서 원경릉을 안심시켰다.원경릉은 노부인에게 자신의 부모님을 소개 시켜드리고 노부인이 전에 어떻게 자신을 보호해 주었는지 얼마나 자신에게 잘해 주셨는지 털어 놓았다. 그 얘기를 듣고 원경릉의 엄마는 굉장히 감격해 노부인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올렸다.노부인이 그들의 신분을 궁금해해 물어보니 원경릉은 최근 연을 맺은 대부와 대모라고 했다. 그러자 노부인은 의심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원경릉한테 일어난 많은 일을 자신은 잘 모르기 때문에말하지 않는 일은 묻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자신의 분수에 맞는 말년을 보내기로 했다.노부인은 초왕부에 남아 식사를 한 뒤 앞으로 있을 경사에 대해 원경릉과 얘기를 나눴다.“혼수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다 이 할미의 마음이니 아무 말 말고 꼭 받아주려무나.” 그러자 원경릉이 혼수를 보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전부 할머니가 고생해서 모으신 건데 제가 어찌 감히 가져가나요…?”“어떡하긴, 꼭 가져가야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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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35화

명원제가 퇴위하면서 새로운 임금이 등극하는 일이 핵심 안건으로 바뀌었다.그리고 그중 가장 크게 바뀐 점은 바로 태자가 초왕부에 더는 살 수 없다는 것으로 우선 궁으로 들어와 동궁에 살아야 했다.초왕부에서 이사가는 것은 초왕부의 어떤 사람 말에 따르면 극도로 힘든 일이라고 했다.사식이가 듣고는 울고불고했다. 사식이는 궁에 들어가 살 수 없었고, 가능하다고 해도 잠시 있을 수 있을 뿐이지 궁 안에서 보금자리를 만들 수는 없었다.그동안 원경릉 곁에서 지내며 피붙이로 여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헤어지려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나마 일찍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고 최근 서일도 계속 이 일을 언급해 왔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사식이는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우문호 부부 또한 초왕부에 특히 더 많은 애착이 있었다. 그래서 이 저택은 앞으로 누구에게도 하사하지 않고 혹시 아이들에게 집을 하사할 때 그때 가서 누구에게 줄지 볼 생각이었다.하지만 우문호가 자기 아들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줄 리가 없었다. 이곳은 원경릉과의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궁에서 법도를 가르치기 위해 왔던 상궁은 벌써 돌아갔다. 앞으로 후궁에 별다른 법도가 없을 것으로 다른 비빈이 있을 리 없으니 존귀함의 서열도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 없어서 평범한 집처럼 살면 되기 때문이었다.집을 떠나기 이틀 전 두 사람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한밤중에 일어나 등을 들고 온 초왕부를 돌아다녔다.땅 한 뼘,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 기와 한 장 한 장에 그들의 영혼이 새겨져 있었다.마지막으로 원경릉이 떡들을 낳은 방으로 들어가자 우문호는 걸음을 멈추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우문호와 원경릉의 생사가 갈릴 뻔했던, 우문호에게는 악몽과 같은 공간으로 다시 그때를 생각하니 여전히 가슴이 덜덜 떨리는 것이 아직도 진정으로 어마마마를 용서할 수 없었다.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 모퉁이마다 불을 비춰보았는데 전에 피비린내가 나던 곳도 지금은 차가운 어둠만이 구석마다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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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36화

녹주의 눈시울이 어느새 붉어졌다. “태자비 마마, 쇤네와 기라도 마마를 따라 입궐할 수 없는 것입니까?”“입궐하고 싶어?” 원경릉이 물었다.두 사람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쇤네는 당연히 태자비 마마를 따르고 싶습니다.”그러자 원경릉이 두 사람에게 와서 앉으라고 했다. 우문호는 셋이 할 말이 있어 보여 옆방에 딸을 보러 간다고 하면서 피해주었다. 원경릉이 두 시녀에게 얘기했다. “사실 난 너희를 데리고 입궐하고 싶지 않아. 너희가 왕부에 남아주기를 바랄 뿐이지. 기 상궁에게 너희 혼처를 알아봐 달라고 하고. 솔직히 혼사 건은 벌써 준비해서 그동안 기 상궁이 너희한테 여러 번 물었는데 너희가 시집가기 싫다고….”기라가 울면서 말했다. “태자비 마마, 쇤네 시집가기 싫습니다.. 시집가면 초왕부를 떠나야 하고, 시집간다고 잘 살 거라는 보장도 없고 마마를 따라 마음 편하게 세끼 따순 밥 먹고 싶어요. 쇤네는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녹주도 옆에서 말을 보탰다. “태자비 마마, 쇤네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쇤네도 기라 언니와 마찬가지로 마마를 따라가는 게 좋습니다.”원경릉이 두 사람에게 놀랐다. “이런 바보탱이 아가씨들을 다 봤나, 누군가와 함께 평생을 살아가고 싶지 않은 거야?”기라가 씁쓸한 표정으로 답했다. “태자비 마마, 현실이 어디 그런가요? 가난한 남자에게 시집가면 세끼 끼니 때울 걱정에서 벗어날 날이 없고, 사는 게 좀 넉넉한 사람을 만나면 먹고 사는 걱정은 없지만 자나 깨나 첩들일 궁리만 할 테니, 태자 전하처럼 평생 마마 한 사람에게 잘하는 사람을 천지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쇤네에게 그런 복도 없고요. 그런 남자를 찾지도 못하고 찾고 싶지도 않습니다.”시녀들은 정확했다. 초왕 부부는 신화나 전설 속의 유니콘 같은 존재로 그녀들에게는 그런 복이 없었다. 평생 자신만을 좋아하는 남자를 찾아도 가난한 집안이면 먹고 사느라 헉헉대고, 적당히 먹고살 만하면 처첩 간의 싸움이 치열했다. 시녀들은 두 가지 상황 모두가 다 싫었다. 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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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37화

동궁은 이미 사람을 시켜 모든 물건은 새것으로 바꾸며 깨끗하게 정리해 두었다. 내무부 창고를 회왕이 맡은 뒤로 은자가 부족할 일이 없었다. 태자가 동궁에서는 며칠밖에 머물지 않겠지만, 그 뒤로도 동궁이 비어 있지 않을 것이다. 황제가 등극하면 곧바로 태자를 책봉할 것이기 때문이었다.황태손이 이미 정해져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태자가 동궁에 들어오는 것을 맞이하는 것도 원래는 큰 행사이지만 우문호가 조용히 진행하라는 명을 내렸다. 황제 즉위식 직전이라 소란 떨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그래도 동궁에 들어가는 거라 친왕 부부들이 저마다 와서 배웅했다. 천하 백성에게 황실의 형제들이 화목하고 우애가 깊으며 친왕들이 계속 새로운 황제에게 충성을 다할 것으로 다시는 황자의 난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공표였다.원경릉 부모는 오늘 입궐하지 않고 내일 탕양, 서일과 함께 궁으로 가기로 했다.태자 부부가 준비를 마치고 가족을 이끌고 여러 친왕과 왕비들이 따르는 가운데 마차를 타고 갔다.원경릉은 최대한 초왕부와 작별하고 싶지 않아서 앞으로 언제든 돌아오고 싶으면 며칠 돌아와서 있을 수 있다고 우문호와 자신을 타일렀다.‘그래 이건 이별이 아니다, 여기는 언제나 원경릉의 집이다.’초왕부에서 싣고 나간 물건들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는데 옷 외에 그럴싸한 골동품이나 보석 하나 없고 그나마 옷도 별로 없어서 애들 물건까지 다 해서 마차 두 대가 전부였다.이것은 일부 물건은 아예 챙기지 않았기 때문인데, 큰 집기들은 초왕부에서 쓰는 게 익숙해서 챙기지 않았고 그저 초왕부 물건으로 남겨두고 싶었다.원경릉과 우문호가 마차에 오르기전까지 아무도 울지 않았다. 경사이므로 행여 감상적인 생각이 들어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사식이 마저 눈물을 꾹 참고 미소를 지으며 배웅했다.그런데 서일 이 멍청한 놈이 기어코 눈물을 터트린 것이다.초왕부는 서일이 자란 곳으로 자신의 주인이 있고, 자신도 이곳에서 혼인을 했으며 딸을 낳았다. 그들이 여전히 초왕부 근처에 살아서 언제든 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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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38화

이 길은 입궐하는 길이 아닌, 인생의 더 높은 곳을 향해 가는 것으로 친척과 친구 중 빠진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태자 부부는 다시금 감동했다. 궁에 도착하자 서일과 탕양이 동궁 사람들과 바쁘게 물건을 정리하는 한편 태자 부부는 가족들을 이끌고 명원제에게 문안 인사를 올리러 갔다.명원제는 원래 매화장에 먼저 가있고 싶어 했으나, 즉위식을 마친 뒤 새로운 황제의 알현을 마치고 가라고 예부에서 권유했다. 즉위식 당일 새로운 황제가 매화장에 가서 절을 올리려면,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종묘에 고하는 등의 각종 의식들이 전부 지극히 엄숙하고 장중하게 치르기 때문에 아주 절차가 번잡한데 이를 마치고 매화장을 다녀오면 결국 시간을 지체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지금 준비 과정으로 짐작하면 황제 즉위식과 황후 책봉례를 동시에 거행해 사흘간 치러질 예정이다.우문호는 이미 결혼했기 때문에 원래 있어야 할 과정을 간소화해서 천지신명께 고하는 것과 피로연만 남기고 황후의 화장 등의 일들은 전부 조정이 맡아서 처리하게 했는데, 회왕이 이미 처리를 마쳤기에 당일 궁에 보내오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북당의 남녀노소 모두 즉위식만을 기다렸다. 마치 섣달그믐 며칠 전 같은 성대한 분위기로, 한껏 들떠있어 민간에는 각종 경축 행사가 성황리에 치러지기도 했다. 새로운 황제가 등극하면 세금 감면이 있을 것이고 대대적인 사면이 행해질 것으로 이는 백성에게도 이는 아주 중요했다. 물론 새로운 황제가 북당에 새로운 기상을 가져올 것을 기대하는 마음도 컸다. 동궁은 우문호가 태자로 책봉되었을 때 한 번 개비를 마쳤었다. 태후는 줄곧 태자가 궁에서 살기를 그렇게 바랬는데 아쉽게도 이 순간까지 기다리지 못했다. 그래서 우문호와 원경릉은 명원제를 알현한 뒤 종묘에 가서 하늘에 있는 황태후의 영혼에 궁에 왔음을 알렸다.우리 만두와 아이들은 황태후에 대한 기억이 아직 남아있었는데, 태조모는 자기들을 굉장히 예뻐해 주셔서 태조모가 자기들을 안아주실 때 눈가에 주름이 가득 잡혔던 모습을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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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39화

다음날 원경릉 부모와 원경주, 이렇게 세 사람이 입궐했다. 원경릉은 비록 세 사람이 태자비의 대부, 대모, 의형제이긴 하지만, 정후부의 그 인간이 전당에 오를 자격이 없어 직접 모셨다고 명원제에게 알렸다.명원제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기에 원경릉만 좋으면 됐다며 자신은 매화장에서 보낼 나날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삼대 거두는 당분간 궁으로 돌아와 살기로 했고, 안풍 친왕 부부와 평남왕도 억지로 데리고 들어왔다.주 재상은 즉위식 주례를 맡아 새로운 황제의 즉위를 주관하게 되었다. 예부에서 예행연습을 하자고 했지만 주 재상은 필요 없다고 했다. 이 일은 주 재상이 머릿속으로 수십 번 예행연습을 해왔기에 실수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 예부는 당일의 일정을 주 재상에게 써 주고 몇 명을 보조로 보냈다. 즉위식은 큰 행사로 조금의 착오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럴 시엔 불길한 징조가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마침내 모두가 하나같이 오랫동아 기다려온 6월 20일이 되었다.19일에서 20일로 넘어가는 자시부터 우문호는 잘 수 없었다. 그 시간에 제단에 올라가 봉선제라는 제천의식을 올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온 경성이 환하게 불을 밝혔다. 큰길마다 관에서 가로등을 밝혔으며, 성루 위에는 횃불을 달아 상제에게 북당에 새로운 황제가 등극함을 알렸다.곤룡포는 어젯밤에 이미 궁으로 보내졌고 봉선제 때 입는 것은 다른 길복으로 등극할 때 입는 곤룡포와는 구별되었다.모든 신하가 자시 전에 궁문에 모여 기다리다가 새로운 황제의 가마가 출발하면 동시에 제단으로 가 봉선제를 거행했다. 의장대 음악도 자시에 정확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황실 금군은 황궁 각처의 대문을 활짝 열고 위아래 황색 옷을 입은 금군이 줄줄이 나와 각 궁문을 지켰다. 친왕들은 동궁으로 가서 새로운 황제를 맞고, 구사는 길을 열어 궁문에서 문무 대신들과 합류해 바로 제천대로 향했다.건곤전에는 삼대 거두가 의관을 정제하고 태상황은 자신의 곤룡포를 입었다. 오랫동안 입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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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40화

우문호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 훤칠한 외모에 기품이 있고 침착한 모습이 황제로서의 위엄을 모두 갖춘 듯 했다.주 재상은 여기서부터 흠천감과 예부 상서를 대신해 즉위식을 주관했다.우문호는 두 손을 맞잡고 태상황한테 대례하고 무릎 꿇어 절을 올렸는데, 태상황을 바라보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그들은 그렇게 한동안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주 재상이 일어나라고 했으나 우문호는 여전히 꿇어앉아 울먹였다. 그러자 주 재상이 외쳤다. “황조부!”주 재상의 부름이 아니였음 거의 눈물이 떨어질 뻔했다.우문호가 여기까지 오는 길을 다행히도 태상황이 곁에서 지탱해 주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여기까지 오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태상황이 손을 흔들며 우문호의 어깨를 쥐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일어나, 황제가 눈물 콧물 흘리면 쓰나.”자애로운 한 마디에 우문호는 오히려 뜨거운 눈물이 솟아나는 걸 참을 수 없었다. 태상황의 분부로 안풍 친왕에게 인사를 올렸다. 우문호는 아직 정식으로 등극한 것이 아니라 안풍 친왕은 우문호의 절을 받기에 충분했다.이제 아바마마를 뵈러 가야 하기에 시간이 지체되어 서둘러 일어나 명원제를 알현하러 갔다.명원제는 황제의 옷을 갖춰 입고 안색도 전보다 낫게 분장했다. 그래도 친왕과 신하들이 볼 거라 앉은 채로 새로운 황제의 알현을 받기로 했다.자신 앞에 무릎 꿇은 아들을 보니 명원제는 가슴이 벅차서 눈물이 흐르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우문호에게 일어나라고 한 뒤 한마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앞으로 정치에 힘쓰고 백성을 사랑하며, 조정을 황폐하게 하고 안락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말들이였다. 헤어지기 전에 부자는 손을 맞잡았다. 신구 황제의 교대식은 모두의 눈물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우문호는 자리를 나온 뒤 바로 동궁으로 돌아가 즉위식을 위한 예복으로 갈아입었다.황제가 즉위식에 입는 옷은 대 곤룡포로 넓이는 8폭, 길이는 대략 12폭 정도였다. 황금 비단이 박힌 면류관에 십이구슬줄을 늘어뜨렸고, 곤룡포는 십이 장인데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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