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에 절을 올리는 예식을 마친 뒤 원래는 신방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누군가 황후를 책봉하는 성지를 펼쳤다. 우문호는 원래 이렇게 줄 생각이 아니었다. ‘도대체 누가 저 사람 손에 줬어?’화가 나서 고개를 들어 책봉 성지를 건네는 손을 붙잡고 크게 소리쳤다. “너 이 손….”손의 주인은 다름 아닌 무상황이었다.그 순간, 장내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모두의 눈빛이 우문호와 우문호가 잡은 손을 바라봤다.우문호가 어색하게 손을 놓았다. “황조부!”무상황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이 책봉 성지는 얘한테 주는 거 아니었어?”“당연히 원 선생에게 주는 거죠.” 우문호가 말했다.“그런데 왜 막아?” 무상황이 물었다.우문호는 어금니가 다 욱신거렸다. “안 막았습니다.”‘너무 아무렇게나 주잖아. 이렇게 아무렇게나 줘도 돼? 이렇게 주는 게 무슨 의식이냐고.’“그럼 됐어, 원이니 받아. 앞으로 네가 다섯째의 황후다.” 무상황이 함박웃음을 지었다.원경릉이 받아 들고 약간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예식이 정신없었으니 우문호도 화가 났었겠네.’그러든 말든 무상황은 즐거웠다. 다섯째의 혼례를 자신이 주관했고, 다섯째의 황후도 자신이 책봉하게 도와줬다. 더불어 황제와 황후의 예식도 마쳤겠다, 효성 태상황도 황제와 황후의 절을 받았으니, 몸을 뺄 적절한 타이밍이다 싶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은 것이 혼란한 틈을 타 빠져나가려 했다. 태감은 효성 태상황의 가마가 움직인다고 고함을 질렀으나 징 소리와 북소리에 묻혀 아무도 듣지 못하고, 덕분에 효성 태상황은 매끄럽게 궁에서 떠날 수 있었다.그러나 안왕이 지켜보더니 아바마마의 병색도 전혀 위중해 보이지 않아 이상하게 여기며 따라갔다. “아바마마….”효성 태상황이 안왕을 보고 말했다. “너 마침 잘 왔다. 아바마마를 매화장까지 보내 다오.”안왕이 놀라서 대답했다. “아바마마 오늘 가시게요?”“오늘 갈 거야, 이미 준비도 다 했어. 구사가 나서서 호송할 필요 없으니, 네가 해. 과인
Last Updated : 2024-10-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