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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2941 - 챕터 2950

3033 챕터

제 2941화

십이장의 수가 놓인 화려한 곤룡포가 명덕전 대리석을 쓸고 지나갔다. 명덕전 황색 비단이 살짝 흔들리고, 용이 조각된 기둥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 황실의 기세와 위엄을 드러냈다. 황제의 용상은 지척에서 조용히 우문호와 원경릉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황제와 황후가 들어서자 문무백관들과 귀빈들은 순서에 따라 명덕전으로 들어와 예부 관리의 지휘 아래 여러 차례 무릎을 꿇었다.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황제의 보좌 앞에서 곤룡포를 펄럭이며 몸을 돌리자, 과거에 친구였든 신하였든 지금은 모두 바닥에 엎드려 군신의 예로 알현하고, 삼궤구배(三?九拜)로 절하며 큰소리로 만세를 외쳤다!우문호는 말할 수 없이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보위에 오른 기쁨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고, 오직 황제와 신하의 경계가 분명함만 느껴질 뿐이었다. 원경릉은 그런 우문호의 손을 꼭 잡고 힘을 실어주었다.우문호는 덕분에 한껏 감정을 추스릴 수 있었다. “일어서..라!”하지만 목이 메인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그러자 문무백관들이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주 재상이 책봉 성지를 선포하는데 새로운 황제가 등극했으므로 연호를 경초로 바꿔 우문호는 경초제가 되었다. 태상황은 성덕대인무상황이 되고, 명원제는 지성효성태상황이 되었다. 황귀비는 의덕모후황태후으로 봉서궁을 하사받았으며, 주 황후는 경민성모황태후로 황실 별장을 하사받았다.적귀비는 귀태비로 성모황태후와 함께 별장에 살도록 했다.손왕과 위왕의 어마마마는 자안귀태비로, 나머지 명원제의 비빈은 전부 태비로 봉했다. 이에 죽은 나귀빈도 아홉째 순왕의 어마마마이기에 나태비로 추존되었다.현비는 경유황태후로 추존되었는데 경유의 시호는 우문호 자신이 직접 붙인 것으로 현비가 경외함과 유순함을 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명덕전에서 원경릉을 북원황후로 책봉했는데 이 봉호도 우문호가 직접 붙인 것으로 북당 황제의 원황후란 뜻이었다. 원은 정실이란 뜻도 있고 황제의 유일한, 단 하나의 황후란 뜻도 있었다. 그렇기에 내일 거행될 황후 책봉례와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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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492화

효성 태상황의 인생이 드디어 새로운 궤도에 접어들어 다른 삶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원씨 집안 네 식구도 명덕전 밖에서 소름이 쫙 끼치며 이 행사를 가만히 지켜봤다.모든 사람의 이목이 쏠린 그 사람이 그들의 손자사위이자 사위이고, 매부이기에 이 자긍심은 그들이 어디 있더라도 마음속에 계속 남아 있을 게 분명했다.성루에 횃불이 계속 비췄고 저녁이 되도록 불꽃은 계속 타올라 백성은 너도나도 거리로 나와 축하대열에 참여했다.즉위식 당일 저녁 연회는 다음 날 저녁으로 미뤄졌는데 내일이 바로 우문호가 고대하던 황후 책봉례를 진행하기 때문이었다.그렇기에 오늘 밤 우문호는 여전히 동궁에 머물렀다. 궁에서 더는 황후의 궁과 황제의 침궁을 나누지 않았다.방덕전을 소월궁으로 명칭을 바꾸어 앞으로 이 소월궁이 두 사람의 침궁이 된다.소월궁은 이미 모든 것을 새것으로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새 용봉 이불에 여기저기 붉은색으로 ‘기쁠 희’자 를 붙여놓아 어느 모로 보난 신방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효성 태상황은 황제 부부에게 인사를 올린 후 매화장으로 옮겨 오늘 밤은 젊은 남녀가 광란의 밤을 보낼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 주었다.하지만 효성 태상황 생각은 틀렸다. 광란의 밤이 아니라 늙은 이목이 쏠린, 무상황을 필두로 한 노인 남자들이 유례없는 열정을 뽐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황후 책봉례와 혼례 준비에 큰 행사부터 작은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조사하고 확인했다. 특히 내무부가 준비한 용봉 화촉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며 제일 큰 걸로 바꿨다. 신혼 초야의 화촉은 꺼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있어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원경릉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머리를 빗고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동서들이 내명부 부인 등을 데리고 와 동궁을 물 샐 틈 없이 둘러싸는 바람에, 원경릉은 화장할 때 엄마가 가져온 화장품을 썼는데 아주 고급이라 내명부 부인들이 보더니 이구동성으로 어디서 났느냐고 물으며 집에 하나 두어야겠다고 했다.원경릉은 그저 자신의 대모께서 가져오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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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43화

여럿이 원경릉을 부축해 일으킨 뒤 기다란 봉황의 꼬리를 드리우고 한 바퀴 걸어보는데 안풍 친왕비가 들어와서 원경릉을 자세히 보더니 칭찬을 건넸다. “정말 예쁘다!”모두 예를 취하며 안풍 친왕비를 맞이했다.안풍 친왕비는 손에 든 비단 상자를 원경릉에게 건넸다. “두 사람이 혼인하는데 나도 뭔가 선물하고 싶었어. 근데 마땅한 게 없더라고. 이 귀걸이라도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원경릉이 감사히 받으며 비단 상자를 열었는데 상자 안에는 한 쌍의 이쁜 귀걸이가 들어 있었다.모두 다가와서 보더니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풍 친왕비의 걱정과 달리 정말 예뻤다. 한 쌍의 물방울 다이아몬드 귀걸이로,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보기 드물게 컸다. 가운데에 놓여진 다이아몬드는 물방울 모양이나 백금 조각이 복사꽃 모양으로 빙 둘려 있었다. 귀걸이가 마치 복숭아 같은 모양처럼 생겼는데, 빛에 비추어 보면 다이아몬드가 휘황찬란하고 옆에 조각은 같이 빛을 반사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을 타고 복사꽃이 흘려 내려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이 물방울 다이아몬드 귀걸이가 원경릉의 오늘 메이크업과 매우 잘 어울린다는 점이었다. 이 귀걸이를 하고 가면 정말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하지만 원경릉은 한번 보더니 귀걸이를 얼른 안풍 친왕비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전 받을 수 없어요. 이건 너무 귀한 거잖아요..”안풍 친왕비가 귀걸이를 꺼내 들고 상자를 냅다 버려 버리더니 원경릉을 앉혔다. “앉아, 내가 해 줄게.”“그…. 그건 안 돼요. 이건 정말 너무 귀해 보여요.. 왕비 마마께서도….” 원경릉은 안풍 친왕비 본인도 부유하게 살지 않고 동가식서가숙하면서 지내는데, 이 다이아몬드는 가치만 해도 상당해 보였다. 만약 현대라면 순도가 이렇게 높고 흠이 없는 다이아몬드를 이렇게 정교하고 아름답게 세공하려면 20억 아니 200억이 들 정도였다. 원경릉은 보석 업계에 대해 모르지만 대충 들은 게 있어서 대충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안풍 친왕비는 굴하지 않고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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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44화

하지만 원경릉은 여전히 이 귀중한 선물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은 가격을 모르지만, 자신은 대략 알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 수십 수백억의 가치라 원경릉은 차마 받을 수 없었다. “왕비 마마, 혼례를 마치고 귀걸이는 돌려 드릴게요.”“가져, 농담이 아니라 이 귀걸이는 두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야. 앞으로 황제와 황후가 마음을 합쳐 북당을 잘 다스려준다면 내게 있어 그 가치가 천 쌍의 귀걸이보다 더 클테니까.” 안풍 친왕비가 힘차게 말했다.“원 언니, 그냥 받으세요. 이건 왕비 마마의 성의니깐요.” 원용의도 이 귀걸이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거라는 것을 알고 옆에서 말을 보탰다. 원경릉이 가지면 자신은 한 번씩 와서 보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았다. 모두 원경릉에게 받으라고 권하는 바람에 결국 진심으로 감사하며 진귀한 귀걸이를 받겠다고 했다. 웃어른이 준 결혼 선물을 무르면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침내 길시가 되었다.우문호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와서 신부를 맞이했다. 원래 친영례는 생략할 수 있는 절차였으나 우문호가 하겠다고 하도 고집을 부려 결국 친영례를 하게 되었다.붉은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원경릉이 나가자 사람들의 물결이 인산인해를 이뤄 환호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 컸다. 원경릉은 마치 구름을 밟듯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나왔다. 우문호가 큰 손을 뻗어 원경릉의 손을 자신의 손바닥 안에 넣고 원경릉에게 뭐라고 말을 하는 것같았는데 사람들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특히 제왕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누가 보면 제왕이 혼인하는 줄 알 정도였다. 원경릉은 수 많은 사람들 중 자신의 아이들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붉은 면사포가 덮여 있어 아이들을 보지도 못하고 대열을 따라 앞으로 걸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천지에 절을 올리는 곳은 천문궁으로, 원경릉은 전에 한두 번 와본 적 있었지만, 붉은 양탄자가 문 앞까지 깔려 있어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원경릉은 우문호의 손에 이끌려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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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45화

천지에 절을 올리는 예식을 마친 뒤 원래는 신방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누군가 황후를 책봉하는 성지를 펼쳤다. 우문호는 원래 이렇게 줄 생각이 아니었다. ‘도대체 누가 저 사람 손에 줬어?’화가 나서 고개를 들어 책봉 성지를 건네는 손을 붙잡고 크게 소리쳤다. “너 이 손….”손의 주인은 다름 아닌 무상황이었다.그 순간, 장내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모두의 눈빛이 우문호와 우문호가 잡은 손을 바라봤다.우문호가 어색하게 손을 놓았다. “황조부!”무상황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이 책봉 성지는 얘한테 주는 거 아니었어?”“당연히 원 선생에게 주는 거죠.” 우문호가 말했다.“그런데 왜 막아?” 무상황이 물었다.우문호는 어금니가 다 욱신거렸다. “안 막았습니다.”‘너무 아무렇게나 주잖아. 이렇게 아무렇게나 줘도 돼? 이렇게 주는 게 무슨 의식이냐고.’“그럼 됐어, 원이니 받아. 앞으로 네가 다섯째의 황후다.” 무상황이 함박웃음을 지었다.원경릉이 받아 들고 약간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예식이 정신없었으니 우문호도 화가 났었겠네.’그러든 말든 무상황은 즐거웠다. 다섯째의 혼례를 자신이 주관했고, 다섯째의 황후도 자신이 책봉하게 도와줬다. 더불어 황제와 황후의 예식도 마쳤겠다, 효성 태상황도 황제와 황후의 절을 받았으니, 몸을 뺄 적절한 타이밍이다 싶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은 것이 혼란한 틈을 타 빠져나가려 했다. 태감은 효성 태상황의 가마가 움직인다고 고함을 질렀으나 징 소리와 북소리에 묻혀 아무도 듣지 못하고, 덕분에 효성 태상황은 매끄럽게 궁에서 떠날 수 있었다.그러나 안왕이 지켜보더니 아바마마의 병색도 전혀 위중해 보이지 않아 이상하게 여기며 따라갔다. “아바마마….”효성 태상황이 안왕을 보고 말했다. “너 마침 잘 왔다. 아바마마를 매화장까지 보내 다오.”안왕이 놀라서 대답했다. “아바마마 오늘 가시게요?”“오늘 갈 거야, 이미 준비도 다 했어. 구사가 나서서 호송할 필요 없으니, 네가 해. 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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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46화

일행이 탄 마차가 성을 나가자 규정에 따라 드나드는 사람을 검사를 해야 했다. 마차의 가리개를 젖히고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한 수문장들이 전부 무릎을 꿇고 효성 태상황이 성문을 나서는 것을 배웅했다.다행히 뒤를 돌아보는 효성 태상황의 눈가에 뿌듯함과 따스함이 배어 나왔다.안심이다!궁에서는 목여 태감이 매화장 방향을 향해 무릎을 꿇고 세 번 절을 올린 뒤 눈물을 흘렸다. ‘태상황 폐하, 안심하세요. 황제 폐하를 기필코 잘 모셔서 태상황 폐하를 근심시키지 않겠습니다.’밤이 되자 젊은이고 노인이고 전부가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셨다. 새로운 황제의 축하연이 드디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성루에는 횃불이 타오르고 백성들의 경축 행사도 최고조에 이르러 이리 나리와 경조부가 복지 차원으로 경성의 모든 집에 고기를 한 근씩 나눠줬다.성 밖에는 죽 배급소를 설치해, 새로운 황제와 황후의 혼례를 경축하는 의미로 앞으로 사흘간 쉬지 않고 만두와 뜨거운 죽을 나눠주었다. 처음엔 다들 황제와 황후가 벌써 혼인을 한 사이라 황후 책봉식은 그냥 의식에 불과하다고 여겼으나, 경조부와 이리 나리가 복지 혜택을 집집마다 누리게 한 결과 온 거리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비록 혼례식은 혼란스러웠으나 궁중 피로연은 질서정연하게 배치된 연회석에 맞춰 앉아 술잔이 오가고 사람들이 왔다 갔다해 연회는 한 시간동안 계속되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하나둘 취해갔다.무상황도 거의 취할정도로 마셔서 주디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았지만, 오늘 밤만은 그도 겁나지 않았다. 이렇게 경사스러운 날 주디가 말리면 그건 새로운 황제의 즉위를 축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무상황은 옆에 있던 소요공을 부여잡고 딸꾹질하더니 홍시처럼 얼굴이 빨개졌다. “십팔매, 나이 들어도 누가 잔소리해 주는 게 좋네 좋아.”소요공이 눈에 불을 켜며 무상황을 밀치더니 쩌렁쩌렁 울리게 말했다. “과음하셨어요. 폐하는 무상황이신데 누가 폐하께 잔소리합니까?”무상황은 여성스럽게 손짓하고 배시시 웃었다. “그런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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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47화

새로운 황제가 보위에 오른 후 무상황 일행은 숙왕부로 다시 이사를 가, 그들의 불타는 노년 라이프는 계속되었다.원경릉 부모는 이곳에서 한 달여 시간동안 머물었는데, 원경릉은 그들을 데리고 많은 곳을 놀러 다니며 북당의 풍토와 사람, 북당의 수려한 풍광을 누리고 견문을 넓혀드리기 위해 애썼다. 그들은 돌아갈 때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경호가 뚫려 있어 또 만날 기약이 있으니 안심했다.원경주는 현대에서 준비해 온 카메라로 혼례 전 과정을 몰래 찍었는데, 나중에 두 사람이 보고 싶을 때마다 보기 위해서였다.우문호는 역시나 좀 바빠졌다. 역시 등극 초기라 처리할 일이 많았지만, 매일 밤에 시간을 내서 아이들과 같이했고, 솔직히 말하면 태자이던 시절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그때와 비교하면 원경릉이 우문호보다 바빠졌다. 원경릉은 할머니를 도와 의료 개혁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의료 개혁은 우문호가 보위에 오른 뒤 시행하는 주요 정책으로 의료의 중요성은 의식주에 버금가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의료 개혁에는 선결 조건이 있었다. 바로 국력이 충분히 강해야 한다는 것으로 경제도 확실히 손에 잡히는 결실을 거두도록 진행해 나갔다.그래서 우문호는 이리 나리한테 눈을 돌리게 되었다. 냉 재상 등과 상의하자 이리 나리가 호부시랑직을 맡았으면 하고 관리들이 건의했다. 호부는 국가 재정을 맡아 지금 이미 상서가 있고 두 명의 시랑이 있는데 우문호는 세분화해서 이리 나리에게 경제 활성화 부분을 담당시키려는 것인데, 까놓고 말하자면 이리 나리의 사업수완을 빌어 나라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것이다.하지만 이것도 여의찮은 것이 이미 이리 나리는 여러 개의 직책을 겸한 데다 조정에 도움을 주는 일까지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단 호부시랑직을 맡으면 막대한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기에 곤란해지고 만다. 나라의 관리는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조정의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린 끝에 우문호는 이리 나리를 궁으로 오라고 한 뒤 세세한 얘기를 나눴다. 바로 호부 시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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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48화

이리 나리의 시종이 평범한 시종일 거로 생각한 건 아니겠지? 늑대파 정예 중에 선발한 무림의 고수로 이리 나리 시종은 출궁하자마자 말을 타고 목여 태감을 멀찍이 떨어뜨렸다. 목여 태감은 따라잡지 못할 것을 알고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 대신 방향을 바꿔 말을 달렸는데 바로 혜민서로 황후를 찾아갔다.공주가 이 북당에서 누구 말을 제일 들을까? 그야 당연히 황후이다.이리 나리의 시종이 제아무리 빨리 가서 문을 다 걸어 잠가도 황후가 가는 이상 열지 않을게 분명했다. 목여 태감은 먼저 혜민서에 도착해 원경릉에게 상황을 전해주었는데, 황후가 된 지 3개월 된 원경릉은 이전처럼 바깥을 다니는 게 익숙해서 가만있지를 못했기에 우문호와 일심동체로 나라와 관련된 일이란 소리에 흔쾌히 수락했다. “그래, 내가 가서 얘기할게.”이리 나리는 현재 장사의 대부분을 사람을 시켜 살피게 해 정작 본인은 한가했는데, 꿀벌처럼 바빠야 사람들이 보기에 나라가 융성하고 발전하고 있음을 실감할 것이므로 그가 조정 일을 하는것에 원경릉은 특히나 찬성했다. 원경릉이 바라는 의료 개혁을 이루려면 경제적 중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었다.궁에서 바둑을 두던 두 사람도 품은 마음이 각각 달랐다. 우문호는 자기가 승기를 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리 나리 입가에 담담한 미소가 숨겨져 있는 것이 그윽한 눈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우문호는 이리 나리의 표정을 보고 왠지 작전에 걸려든 건 자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조건을 놓고 보면 그럴 리 없었다. 령이를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고, 이리 나리는 령이가 동의하면 하겠다고 했으니 이 일은 분명 자신이 이긴 셈이었다.‘그런데 이리 나리의 저 웃음은 대체 뭐지?’한 편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한 편으로는 바둑판에서 대마를 포위해 이리 나리를 연속으로 몰아붙였다. 이리 나리를 깨끗하게 다 털어버린 줄 알았는데 역습을 당해버려 우문호는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폐하 지셨습니다!” 이리 나리가 여유만만하게 찻잔을 들고 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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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49화

우문호가 놀라서 물었다. “진심인가?”이리 나리가 잔을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우문호를 바라봤다. “제가 거둔 제자도 한 명밖에 없으니 도리로 치면 이리파든 제 장사든 결국 제자에게 물려줘야 합니다. 이 점은 폐하께서도 잘 알고 계시겠지요?”우문호는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자네에게 제자가 비록 원 선생밖에 없다고 하지만, 령이가 지금 아이를 가졌고, 자네도 앞으로 친아들 딸이 생길 텐데 자네 사업이나 늑대파는 친아들 딸에게 물려 주는 맞지 않겠어?”이리 나리가 말했다. “경단이는 보기 드문 상업적 재능을 가졌기로 이미 마음을 굳혔으니, 다른 사람을 더 이상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이리 나리는 곧이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폐하께서 경단이에 동의하시지 않으면 늑대파와 장사는 제자가 이을 것입니다.”“안 된다. 원 선생은 지금 바빠 죽을 지경인데, 자네 사업을 무슨 수로 이어받겠느냐?” 우문호는 단 번에 거절했다. 전에 현대에 있을 때, 원 선생은 닥터 양여혜의 제안을 수락한 적이 있었다. 프로젝트가 정해지면 새로운 약을 개발할 거라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데 늑대파고 장사고 관여하는 건 전혀 불가능했다.“둘 중의 하나를 고르시지요, 폐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이리 나리가 미소를 지으며 조금도 서두르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돈은 사람을 키운다. 이리 나리를 지금처럼 담담하고 유유자적한 성품으로 키워내듯 말이다. 비굴하지도, 저항하지도 않고, 구름처럼 담담하고 바람처럼 가벼웠다. 이는 우문호와 강렬한 대비를 이뤘다. 우문호라는 새로운 북당의 왕은 북당이라는 수레를 앞으로 계속 굴리기 위해 수레를 밀 사람을 끊임없이 모집하는 중이기에 당연히 급한 쪽은 우문호이다.이리 나리는 우문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것을 보고 당장이라도 웃음을 터져 나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폐하, 아랫사람이 폐하를 위해 신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려고 할 때가 바로 아들을 파실 때입니다. 자문단의 수뇌가 간단해 보일 수 있으나 극도의 책임이 따르므로 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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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50화

원경릉이 단호하게 말했다. “고민할 거 없어. 승낙하지 마.”우문호가 말했다. “허락 안 하면 이리 나리도 내 말을 수락하지 않을 거야. 이리 나리가 나갈 때를 못 봐서 그래. 휘파람까지 불었다니까. 내가 자신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 거야.”원경릉은 공주의 말을 전하더니 끝내 웃으며 말했다. “공주가 그랬어, 이리 나리는 관리로 부임하길 간절히 원한다고. 자기가 경단이가 이리 나리 따라다니는 걸 허락하지 않아도 이리 나리는 자기 요구에 응할 게 틀림없어.”우문호가 원경릉의 말을 듣자마자 활짝 웃어 보였다. “이리율 네 이놈, 날로 먹으려고 잘난 척 나를 골탕 먹이려 했겠다. 내 동생이 내 편인 건 몰랐지, 벌써 널 팔았다고.”원경릉이 말했다. “하지만 우리 쪽에서도 이리 나리에게 빌미를 줘야 해. 우선 아이들을 다 공부하러 보냈다가, 경단이가 열두 살이 되면 이리 나리를 따르게 하겠다고 자기가 얘기해. 이리 나리가 정말 나랏일을 하고 싶으면 자기의 그 말을 핑계로 따라올 테니까.”우문호는 원경릉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쌌다. “오늘 피곤하지?”원경릉이 우문호 배에 기대서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아직 괜찮아, 그런데 가서 할머니 도와드려야 해. 전염병을 치료하고 독을 제거하는 약을 만드시는 중이시거든. 열감기에도 쓸 수 있는데, 아직 시험 단계라 내가 가서 좀 도와드려야 해. 할머니께서 연세가 많으시잖아.”“환약이야? 할머니께서는 어떻게 아직 약을 만드시는 거야?” 우문호가 물었다.“응, 한약재야.” 원경릉이 말했다. “이 약은 소요공 때문에 만들기 시작하셨어. 현대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서 소요공이 며칠을 앓았는데 죽어도 약은 드시기 싫다고 하는 거야. 소요공이 원래 몸이 좋아서 장년 때도 약을 거의 안 드셨다고 해. 이번에 아픈 것도 이삼일이면 낫겠지, 하다가 점점 심하게 오래 가니까 더 이상 끌면 안 되겠다 싶어서 한약재를 사신 거지. 그런데 본인이 환약으로는 먹는 게 탕약으로 먹는 거보다 낫다고 하신 거야. 산 약재는 효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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