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2922화

작가: 유애
이리 나리는 묻고 나서 우문호가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드러내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리 나리는 우문호가 얼마나 낯짝이 두꺼운지 과소평가했다.

우문호는 오히려 이리 나리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이를 드러내고 친근한 미소를 지었다. “가족같은 사람들끼리 이런 얘기 해서 뭐 합니까? 자, 술이나 한잔하시죠. 정성을 푸대접하지 마시고.”

이리 나리 저택과 달리 초왕부는 무척 떠들썩해서 원경릉은 여러 왕비와 원경병을 집으로 불렀다. 여자들은 각자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아이들 또한 왁자지껄 떠들며 즐겁게 놀 수 있었다.

보배는 늘 만두를 찾았는데 수아도 그랬다. 원경릉은 만두가 이렇게 여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을 줄은 몰랐다. 만두가 늘 사람을 잘 혼내고 통제하려 들어서 다들 만두와 노는 걸 싫어하는 줄 알았다.

비록 만두는 없었지만, 다른 오빠들이 있어서 신나게 놀 수 있었다.

아이들은 밥을 먹은 뒤, 또 마당에서 뛰어 놀았는데, 눈 늑대와 호랑이도 따라서 신이 나서 온 초왕부의 열기가 들끓다시피 뜨거워졌다.

미색도 밤에 아이들을 데리고 왔는데, 아들과 딸 모두 아름답고 예쁘게 생겼다.

이렇게 다시 이틀이 지나고, 궁에서 전문적으로 궁중 법도와 예의를 지도하는 사람들이 초왕부로 찾아왔다.

원래 일찍부터 배우려고 했으나 명원제가 후궁에 그다지 복잡한 일이 없다고 생각해 조상의 유훈만 준수하며 과정을 진행하는 것으로 대충 구색만 맞추기로 했다.

그렇게 온 북당이 경성을 주시하며 신구의 교대를 기다렸다.

태자의 인자함과 현명함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로 태자가 이끄는 조직도 아주 인기가 있어 항간에 적지 않은 이름난 선비들이 앞으로의 북당이 대월국, 대주국에 필적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명원제가 대외적으로 갈수록 병이 깊어졌다고 해서 노신들이 명원제를 찾아 왔는데, 몇 마디 하지도 못하고 피곤한 척 내보내니 정말 중병에 든 사람 같았다.

노신이 몰래 어의에게 태산 붕어할 위험이 있는지 물었으나 어의가 솔직히 말해 그럴 일은 없으나 황제는 이미 조정의 정사를 돌보실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2923화

    명원제가 듣고는 별 생각이 없는 듯 대충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지?”황후는 몹시 억울한 사람처럼 눈물을 흘렸다. “신첩이 폐하와 백년가약을 맺은 후로 전에 잘못을저질렀으나 신첩 이미 뉘우치고 새사람이 되었습니다. 신첩은 후궁의 주인인데, 만약 신첩이 황태후로 책봉되지 않으면 천하에 어떻게 낯을 들고 살아간단 말입니까? 그리고 황귀비는 비록 태자의 어마마마라고 해도 결국 중도에 거둔 아들이 아닙니까. 태자를 거뒀기로 덕비의 지위에서 황귀비로 책봉 받았으니 신첩 생각에 황귀비는 황귀태비로 봉하셔도 성은이 망극할 것입니다!”황후가 말을 마치고 명원제의 불쾌한 표정을 보자 얼른 한마디 덧붙였다. “조상의 법도에 따르면 신첩이 황태후가 되는 것이 마땅한 것이라 생각하옵니다.”명원제가 답했다. “조상의 법도가 그러하면 자네는 당연히 황태후인데 왜 굳이 와서 묻는 것이냐? 그냥 책봉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더냐?”황후가 우물쭈물거리며 답했다. “신첩이 꼭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아니고 예전에 태자 부부에게 약간…. 약간 엄했기로 혹시 마음에 품고 있을까 싶어서요.”황후는 말을 계속 이어가며 또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폐하께서는 신첩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신첩은 계략 같은 거 모르고 사고를 친 건 전부 마지못해 나쁜 짓을 저지른 것입니다. 신첩도 잘못한 걸 알았으니 태자 앞에서 신첩을 위해 몇 마디 해 주세요. 설령 신첩의 부귀영화를 빼앗더라도 황태후의 지위는 지켜야만 해요. 안 그러면 정말 신첩은 열조를 뵐 낯이 없습니다. 그리고 신첩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덟째를 위해서예요. 여덟째는 앞으로 저를 따라야 하는데 신첩이 태비에 봉해지면 앞으로 여덟째가 궁에서 얼마나 구박을 받겠어요, 안 그렇습니까?”그러자 명원제는 이해할 수 없는 듯 심하게 화를 냈다. “자네는 다섯째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여덟째를 괴롭혀? 다섯째는 여덟째를 챙기지 못해 안달인데, 자네는 온통 원망으로 가득해서 종일토록 누가 날 해칠까 누가 날 싫어하나

  • 명의 왕비   제 2924화

    명원제는 주 재상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으니 마음이 놓였다. 북당 강산을 위해 분골쇄신하며 평생을 바쳤던 그를 바라보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군신간에 수많은 말을 무언중에 대신한 것 같았다.주 재상이 출궁한 뒤 명원제는 성지를 내려 황후와 적 귀비를 황실 동원으로 옮기게 했고, 팔 황자를 가끔 가서 만날 수 있도록 허락했지만, 곁에 데리고 키우지는 못하게 했다.황후와 여덟째 모자를 갈라놓는 상당히 잔혹한 처사처럼 보이지만 사실 명원제가 팔 황자를 위해 직접 생각해 낸 것으로 팔 황자는 일곱째 부부를 따라야 안심하고 평안한 나날을 보낼 수 있지, 황후를 따라 동원으로 갔다가는 나쁜 짓에 이용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그리고 정말 모자를 갈라놓는 것도 아닌 게 황후가 아들을 보고 싶어하면 며칠 같이 지낼 수 있게 했다. 성지를 내리자마자 황후는 울고불고 난리를 피웠는데, 단지 궁에서 쫓겨날 뿐만 아니라 태비에도 봉해지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이틀을 그렇게 난리를 쳤다. 벽에 머리를 박고 죽겠다는 둥, 목을 매고 죽겠다는 둥.. 누가 말려도 듣지를 않아 적 귀비가 직접 명원제에게 와서 알렸지만 명원제는 상대하지 않았다. 황후의 성격을 주 재상이 아는데 명원제라고 모를 리가 있을까? 정말 자살하고 싶으면 난리를 칠 게 아니라 바로 목을 매면 그만인데 뭘 저렇게 소동을 부리겠어?황후가 이렇게 난리치는 바람에 명원제는 동원으로 거처를 옮기게 한 것이 아주 잘한 결정이라고 확신했다.명원제가 계속 황후를 무시하자, 황후는 결국 궁에서 제일 귀중하다고 여기던 것들을 싹 챙겨서 나갔다. 성지에 따라 적 귀비가 그녀와 함께 갔는데 오히려 싫은 기색 없이 기꺼운 마음이었다. 적 귀비는 후궁의 주인이 바뀐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신은 평생 남에게 얹혀서 살아가야 하니 역시 동원으로 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제왕 부부가 황후를 배웅했고, 원용의가 황후에게 말했다. “사실 태자비 마마께 미안하다는 한마디만 하시면 지난날의 은원은 전부 깨끗하게

  • 명의 왕비   제 2925화

    황후 일을 처리하니 명원제는 이제 오로지 퇴임 후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그리고 귀빈들도 연이어 도착해 객잔에 묵으며 우문호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홍려시 사람과 같이 귀빈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대월국, 대흥국, 선비 단씨, 대량이 줄지어 사자를 파견해 왔고, 주변의 작은 부족 국가들도 사자를 파견했다. 바다 건너에 있는 일부 국가들은 아마도 길이 멀어서 대관식 전에는 올 수 없을 것이지만 축하 예물은 늦더라도 보낼 것이 틀림없었다.한편, 현대에서는 만두와 원 교수 일행이 최선을 다해 1달의 휴가를 얻어 이틀 동안 고대에 없는 것들을 사기 위해 대대적인 쇼핑을 했다.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혼수를 준비할 생각이였는데, 사실 뭘 사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금은보석은 그쪽에도 충분하고, 집과 차는 쓸데없다고 생각해 유일하게 산 게 편의용품으로 책, 만년필 등이었다.주진은 처음엔 원경주가 처음이라 길을 안내하는 입장에서 원경주를 데리고 다녀왔지만, 지금은 길이 편리하게 개통돼서 주진이 꼭 가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따라가지 않았다.그래서 주진은 일행을 입구까지 데려다주는 길에 돌아오는 일정을 체크해 다시 마중 나오기로 했다.원경릉 엄마는 처음 사위 집에 간다는 생각에 상당히 흥분해서 기대에 엄청 차 있었다. 딸을 시집보낸 다른 사람은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었지만 원경릉 엄마는 몇 년 만에 처음이였다.그녀는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눈가에 기쁨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운전하는 동안 계속 ‘어떤 브랜드 술을 사는 걸 잊어버렸다, 태상황에게 가을 바지를 몇 벌 사 가는 걸 잊었다, 잘 나온 사진을 인화해 오는 걸 잊었다’라며 아쉬워했다.그러자 만두가 웃으며 말했다. “아쉬워하지 마요. 다음에 또 올 수 있잖아요! 휴가 낼때마다 오세요.”“아빠는 매달 가고 싶어할걸.” 원경주가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럼 너무 좋죠! 매달 저희한테 맛있는거 사주시는 거잖아요.” 만두가 아름다운 꿈에 부풀었다.원 교수가 웃으며 원경주에게 호통을 쳤다. “무슨

  • 명의 왕비   제 2926화

    우문호는 출발하기 전에 태상황 폐하한테도 가족이 온다는 걸 원경릉에게 알리도록 했다.마침, 할머니가 와서 삼대 거두 진맥을 해주고 있었기에 원경릉이 할머니께도 세 분께 소식을 전해달라고 했다.초왕부 또한 최근 사람들의 출입이 빈번해서 원경릉은 대외적으로 자신의 대모와 대부가 오실 거라고 전했다. 그러자 사식이가 상당히 의아해하며 원경릉에게 물었다. “원 언니도 대부와 대모가 계셨어요?”원경릉은 사식이가 이렇게 묻는 것을 듣고 이상하다고 느꼈다. ‘서일 이 녀석이 사식이한테는 현대의 일을 얘기 안 했나 보네? 하여간 녀석, 이럴땐 진짜 입이 무겁다니까.’원경릉이 속으로 생각하며 모른척 웃으며 답했다. “응, 내가 어릴 때 맺은 대부 대모셔. 비교적 먼데 사셔서 평소에는 거의 경성에 안 오시는데 나랑은 정이 아주 깊어서 나도 그냥 그분들을 아빠 엄마라고 불러.”사식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도 인사를 잘 드려야겠네요.”“그럼, 고마워. 사식아!” 원경릉이 웃었다. 기쁨으로 마음이 두근거렸다. 아빠 엄마가 올 수 있다니 정말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행복했다.우문호가 간 다음 날 오후에 문지기와 녹주가 들어와 보고했다. “태자비 마마,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오십니다.”원경릉은 막 계란이 낮잠을 재우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듣고 살짝 당황했다. ‘이렇게나 빨리? 아빠 엄마가 산에서 쉬지 않고 오셔도 경성까지 오시려면 적어도 오늘 밤은 돼야 도착하실 텐데.’하지만 기쁨과 설렘이 모든 것을 이기고 서둘러 산만해진 머리를 정리하며 겉옷을 입고 달려 나갔다.흥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해 발걸음마저 날아갈 것만 같았다.복도를 돌아 본관에 가니 하인들이 원경릉의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기쁨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경악으로 바뀌었다.알고보니 정후와 황 씨로 원래 몸의 주인인 원경릉의 부모였다.그들은 감쪽같이 몸을 감춘 뒤 한동안 나타나지 않아서 원경릉은 두 사람이 외지에서 죽었다고

  • 명의 왕비   제 2927화

    사고를 치면 숨었다가 잠잠해지자 돌아와서는 국구가 되려 하다니, 정후의 이런 기회주의 성격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황 씨는 그런 정후 곁에 있으면서 정후를 대신해 온갖 풍상을 다 대신 맞았는지 정후보다 훨씬 늙어 보였다.원경릉은 두 사람을 맞아들였는데, 보통은 몇 마디 더 인사를 나누지만 사람을 시켜 정후부로 바로 데리고 가라고 했다. 하지만 정후는 계속 자기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토로하기 바빴다. 여러 지방을 전전하면서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조정에서 자신을 찾아 괴롭힐까 봐 농촌을 골라 찾아다니고 제대로 못 먹고 못 입고 집도 너무 누추해서 정말 거지만도 못한 삶이었다고 했다.정후는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멀쩡한 성인 남자가 본관에서 울기 시작하다니 말이 아니였다. 정후가 울자, 황 씨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따라서 우는데, 눈물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올 정도로 세상이 곧 무너질 듯이 울었다.원경릉은 그들의 한심한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래도 명목상 부모이니 돌아서지 못하고 옆에서 위로하는 수밖에 없었다. 정후가 한 말은 모두 원경릉에게 다짐한 것이었는데 원경릉은 이 또한 따지지 않았다.하지만 정후는 갈수록 심하게 울었고, 황 씨도 한바탕 울더니 눈물을 닦고 수심 어린 표정으로 옆에 앉아 천천히 다시 정신을 차렸다. 모두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정후가 울고 난 뒤 원경릉의 머릿속에는 두 사람이 몇 년간 지내온 장면들이 상당히 현실감 있게 주마등처럼 지나갔다.정후 부부는 이전에 고지의 아이는 다른 사람에게 키우게 하고, 정후는 인정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황씨와 농촌에 숨어서 지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위험이 느껴지지 않자, 전후는 다시 나쁜 버릇이 도져서 농촌의 과부와 가까이 지내고 마을 아낙과 빈번하게 왕래했던 것이다. 얼핏보면 숨어 다니는 것 같지만 갈 때 은자를 한 무더기 가지고 가서 사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고, 심지어는 정후가 생긴 건 멀쩡해서 도화살이 늘 따라다녔다. 그

  • 명의 왕비   제 2928화

    원륜문은 원래 국자감에 있었는데 나중에 지방 관리로 부임했다가 명원제가 퇴위를 앞두고 성지를 내려 원륜문으로 왔다.원륜문은 비록 그동안 경성에서 보낸 날이 적었지만 여동생의 일에는 항상 관심을 가졌고, 지방에서 성실하게 업무를 보며 정치 자본을 쌓아갔다. 이는 매부를 도와 나라를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였다. 그런 원륜문이 막 돌아와 아버지가 사고 치는 것을 보고 가만히 용서할 리가 없었다.원륜문은 외지에서 관리로 있으면서 지방 관리의 기세가 붙었다. 이런 기세로 그저 밥이나 축내는 정후 따위 제압하는 건 문제도 되지 않았다.우륜문을 보자 원경릉이 기뻐하며 맞이했다. “오빠가 돌아왔다니 정말 좋네. 오빠를 오랫동안 못 만나서 말이야.”원경릉은 원륜문에게 상당한 호의와 존경을 품고 있어 그가 하루빨리 경성으로 돌아오기만을 바랬는데, 이 일이 해결되자 원경릉은 안심했다. 부모님이 오셨을 때 질질 짜는 정후를 상대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저녁 먹을 때가 다 되서 문밖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태자 전하와 황태손께서 돌아오셨는데, 손님을 몇 분 데리고 오셨습니다.”듣자마자 원경릉은 계란이를 품에 안고 아이들과 함께 서둘러 달려 나갔다. 정원에 도착하자 우문호와 아빠, 엄마, 오빠가 보였고, 그들 손에는 크고 작은 봉지가 몇 개씩 들려있었다. 옷은 전에 원경릉이 준비해준 것을 입고 있었는데 아주 잘 맞았지만, 여전히 어색한지 길을 갈 때 밟지 않으려고 조심한 흔적이 보였다. “아빠, 엄마!” 원경릉이 계란이를 안고 달려가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직 가까이 가지도 못했는데 순간 아들이 달려들어 정작 원경릉이 엄마 아빠에게 응석 부릴 기회가 사라졌다.초왕부 사람들은 호기심 어리게 이 장면을 바라보며, ‘이 사람들이 태자비 마마의 대부와 대모시란 말이지? 학문이 깊고 온화해 보이시네, 글을 읽으시나 봐. 품위기 있으신 데 친화력도 있으시고 정후 부부보다 훨씬 낫네.’라고 저마다 생각했다. 문지기가 작은 소리로 하인에게 얘기했다. “내가 방

  • 명의 왕비   제 2929화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호랑이와 늑대도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놀았다. 눈 늑대와 호랑이는 이미 아기가 아니라 딱 봐도 성년 늑대와 호랑이처럼 보여 원 교수 부부가 심하게 놀라 얼른 원경릉을 불러싿. “아이들을 저 동물들한테 가까이 못 가게 해, 위험해 보여!”그러자 원경릉은 계란이를 우문호에게 넘겨주고 마침내 아빠 엄마의 팔을 붙잡고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위험하지 않아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거라 서로 친해요.”“정말이니?” 원경릉 엄마는 아직도 상당히 두려운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눈 늑대와 호랑이가 달려들려하자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 어서 아이들에게 피하라고 연신 외쳤다.하지만 아이들과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자 확실히 공격성은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안심했다.그러고는 초왕부 안으로 들어가며 살펴보았는데 생각과 달리 인테리어는 호화스럽지 않았고, 곳곳이 고색창연하면서도 생활감이 묻어나 있어 차원이 다르다고 하는 여느 저택의 느낌은 없었다.자신의 딸과 외손자들이 이곳에서 수많은 나날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울적해져 원경릉의 손을 꼭 잡고 같이 눈물을 흘렸다.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역시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자리에 앉자 녹주와 기라가 차를 대령했다. 기상궁의 과자가 벌써 준비되어 있었고 저녁 수라도 다 준비된 상태였지만 분위기를 보니 대부와 대모가 한동안 태자비 마마를 못 봬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아 과자부터 올려 입맛을 다시게 했다.원 교수 부부는 사람들이 시중드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올리자 초왕부 사람들이 상당히 친근하게 대해 주었다.근영 군주도 아직 초왕부에 머물고 있었는데, 오늘 일찍 초왕부에 태자비의 가족이 온다는 말에 오늘 밤은 자기 처소에서 사식이와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며 떠났다.우문호가 사람들을 다 나가게 했고, 드디어 일가족이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원경릉 엄마는 오는길에 마차에서 멀미를 했는데, 지금은 다행히 괜찮아졌다. 뜨거운 차를 마시고 과자를 먹으니, 정신이 들며

  • 명의 왕비   제 2930화

    탕양의 말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소요공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이 원 동생, 원 동생 왔는가!”이건 원 교수를 부르는 소리로 원 교수는 약간 무안한 듯 복도에서 서 있었다. 사람은 아직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렸는데, 몇 개의 그림자가 벽에 드리워지더니 곧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원 교수는 자신의 어머니가 고대 차림으로 등에 약상자를 지고 마치 여기 사람 같은 모습인 것을 보고 감동하며 그녀의 손을 부여잡았다. “엄마!”원경릉의 할머니는 아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기쁘게 인사를 건넸다. “왔어? 오늘 길 힘들었지?”“아뇨, 하나도 안 힘들었어요!” 원 교수는 그녀의 등에서 약상자를 내리며 태상황과 삼대 거두에게도 잊지 않고 예를 취했다. “어르신, 헤어진 지 며칠 만에 저희가 또 만나게 됐네요, 잘 지내셨는지요?”태상황도 기쁜 나머지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자네들이 온다는 얘기에 너무 좋아서 말이지.”원 교수가 송구해하며 말했다. “원래는 저희가 찾아봬야 하는데 직접 이렇게 발걸음하시게 만들어 후배로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태상황은 부끄러운 듯 손을 내저었다. “그런 형식에 얽매이지 말어. 그럴 필요 없어.”그러고는 원 교수를 한쪽으로 데리고 가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 “담배 가져왔어?”원 교수가 당황하며 물었다. “돌아오실 때 가져가시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빨리 다 피우셨어요?”그때 몇 보루를 가져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담배가 좋지도 않은데 이렇게 빨리 다 피워 버리니 놀랄만도 했다. 태상황이 몰래 할머니를 째려보며 속삭였다. “그 담배는 자네 어머니가 다 버려서 이제 없어. 자네 이번에 올 때 가져온거 맞지?”원 교수가 머쓱하게 말했다. “그게…. 가져는 왔는데 혼례를 위해 남겨두려고….”“옳거니, 과인이 자네에게 맡기지.”할머니가 옆에서 몰래 그들의 대화를 듣고 다가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왜요?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게요? 어디 감히 맡길 수나 있겠어요?”태상황이 어색하게 웃으며 변명했다. “그게 과인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