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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221 - 챕터 230

3037 챕터

제 221화

주명취의 진짜 모습을 안 우문령“저 여자 속마음이 아주 악독한데, 안타깝게도 다섯째 오빠랑 어마마마는 제왕비한테 속고 있지.” 원경릉은 특히 어떤 점에서 주명취의 인품에 문제가 있다고 간파했는지 우문령에게 설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우문령이: “새언니 여섯째 오빠 병때문에 바쁘시죠? 그럼 우리가 시간 뺐지 않을 게요.”원경릉은 한 손으로 우문령의 손목을 잡고, “안 바빠요, 우리 주명취의 인품에 대해서 좀 얘기해보죠.”시누와 올케 두 사람이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갔고, 원경릉은 우문호와 주명취의 사이가 틀어지게 된 전과정을 알아야했다.그 일은 2년전에 발생했다.당시 모두는 우문호가 주명취와 결혼할 거라고 생각하고 우문령도 이 미래의 새언니를 좋아했다. 주명취가 입궁해서 고모인 황후를 찾아 뵐 때마다 반드시 현비 처소에 와서 인사를 드리고 그 김에 우문령에게 재미난 걸 가져와 환심을 샀다. 그래서 우문령은 우문호와 현비 앞에서 항상 주명취에 대한 칭찬만 했다.한번은 주명취가 백옥으로 된 나비 비녀를 가지고 입궁했는데 우문령이 이걸 보고 좋아서 주명취에게 잠깐 해보게 빌려 달라고 했는데 주명취는 대담하게 비녀를 우문령에게 주었다.우문령은 너무 기뻐서 서둘러 방으로 가서 해보고 의상을 맞춰 입은 후 자매들을 찾아가 보여줬다.그 때 어화원에서 주명취와 그녀의 시녀가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그 시녀가 왜 귀한 백옥 비녀를 공주에게 드렸냐고 물어보니, 주명취가 싫다는 표정으로, 창평공주는 욕심이 끝이 없는 사람이라 그거나 먹고 떨어지라고 줬다는 것이다.우문령은 당시에 성숙하지 못한지라 곧바로 주명취에게 가서 따져 묻고 이 일로 소란을 피워 현비와 우문호도 모두 알게 되었다. 주명취는 울먹이며 우문령이 자신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운다며 본인이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주명취의 시녀도 공주가 거짓말을 한다고 증언했다.우문령은 이 일로 현비에게 벌을 받고 우문호에게 말도 못하게 심한 욕을 들어야 했다.2년이 지났는데도 우문령은 말을 하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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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2화

원경릉과 우문호의 첫 키스원경릉은 손을 내리고 조금 내키지 않은 듯: “그럼 어떻게 하길 바래? 내가 잘못 했다. 그럼 됐냐?”“잘못한 주제에 뭐가 그리 당당해? 아직도 이렇게 거만하단 말이지? 잘못했다면서 잘못했다는 태도가 그래? 그게 사과야? 제대로 사과 했냐고?”연달아 쏘아 대는 걸 보니 정말 오래 참았다.원경릉도 성질을 내며, “나도 한마디만 하면 안될까? 어쩌다 그런 거고 고의도 아닌데 막돼먹은 여자처럼 여기서 머리끄덩이 잡고 싸워야 해? 넌 내가 알던 모르던 날 좋게 말하지 않을 게 분명해, 나는 좋은 싫든 네가 내 은……”원경릉은 들뜬 얼굴에 앵두 빛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고 깊은 눈동자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몸은 약간 기우뚱한 상태다. 켕기는 듯한 느낌과 함께 약간의 죄책감이 있지만 은인이란 한 마디가 입에서 떨어지지 않아 우문호의 눈빛을 피하고 마는 것이다.우문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감히 은혜를 가지고 위협을 해?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야?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것이, 고개를 숙여 원경릉의 벌어진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때릴 수 없기 때문에 본래는 벌칙으로 그런 건데, 붉은 입술에 닿는 순간 부드러운 감촉이 심장을 꿰뚫어 온몸이 굳어버리고 머리속이 순간 하얗게 번했다.원경릉의 머리도 순간 하얘졌다.무슨 상황이지?두 사람의 호흡이 가빠지며 서로의 두 손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를 안았는데, 이건 완전 자의식이라 곤 전혀 없는 무의식이 낳은 행동이었다.우문호가 자신의 입술을 포개자 심장이 세차게 뛰고, 온 세상이 마치 잠시 멈춘 것만 같다.잠시 후 우문호는 입술을 원경릉의 귓불로 가져가며 온몸에 힘이 빠진 그녀를 안고 쇄골 위에 흐트러진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손으로 만졌다.원경릉은 기운이 하나도 없는 게 머리와 몸이 모두 산소결핍 상태 같다.그저 온몸으로 부드럽게 우문호의 가슴에 파묻혀 북소리 같은 심장의 고동소리를 듣고 있었다.이성이 천천히 돌아와서 냉정을 되찾았다.서로 떨어져 난감해서 어쩔 줄 모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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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3화

우문호와 원경릉을 키스를 훔쳐본 주명취눈을 돌려보니 반대편 작은 나무 숲에 여인이 하나 서있다.그녀의 얼굴빛은 창백하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눈가엔 눈물이 맺히고 두 주먹을 꽉 쥐고 서있는 모습이 상당히 뻣뻣해 보인다.주명취다.거리를 두고 눈빛이 마주쳤다.증오와 질투가 미친듯이 뒤엉켜 있다.주명취는 증오로 원경릉은 민망함으로. 이 일은 다른 사람의 눈에 띄어서는 안되는 거였다.게다가 이 사람은 주명취다.주명취가 결국 천천히 걸어왔다.그녀의 눈물이 모두 삼켜버렸는지 얼굴에 있던 질투와 증오의 빛이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주명취는 원경릉 앞에서 서서, 친절한 미소를 띠고, “실수로 보게 된 거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적이 가시를 세우지만 강철 칼 인들 겁날까, 원경릉은 당연하다고 느꼈다.하지만 지금 이 미소는 확실히 사람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다.원경릉이: “저는 신경 안 쓰는데, 신경 쓰이세요?”주명취의 미소는 한층 사람을 미혹 시키며, “제가 왜 신경을 쓰겠어요? 전 기뻐요. 호 오빠가 드디어 행복을 찾았네요.”이렇게까지 위장을 해도 원경릉은 조금도 믿지 않았다.하지만 여전히 공손하게 , “고맙습니다!주명취와 어떤 충돌도 일으켜서는 안된다. 치료기간 동안 주명취가 앙심을 품거나 음모를 꾸미고 방해하게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주명취는 깊은 원망의 눈빛으로, “사실 마음으론 상당부분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있어요, 하지만 현실은 전 이미 제왕과 결혼했으니, 이전 일은 잊는게 맞아요. 전부 잊어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가겠어요, 전에 했던 말이 맞아요. 자기가 선택한 길은 아무리 어려워도 이를 악물고 걸어가야 해요.”말을 마치고 주명취는 원경릉에게 절하며, “물에 빠진 일은 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예를 갖춰 사과하더니 원경릉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돌아서서 가버렸다.원경릉은 어안이 벙벙했다. 갑자기 이렇게 온화하게 변하다니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하지만, 됐다. 주명취가 원경릉을 건드리지만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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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4화

낙평공주 앞에서 잘못을 시인한 원경릉원경릉은 할 수 없이 눈 딱 감고 낙평공주와 마주했다.낙평공주는 냉랭하게 원경릉을 쳐다보고, “듣자 하니 초왕비가 와서 여섯째의 병을 치료한다는데 초왕비에게 능력이 얼마나 있는지 주변에서는 모르지만 나는 잘 알고 있지요. 내 집에서 저질렀던 그 일에 대해 아직 따진 적이 없죠. 초왕비는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회왕부에 와서 허장성세를 떨며 속임수를 쓰는 겁니까.”원경릉은 낙평공주의 분노를 너무도 이해한다.자신의 생일 잔치는 친구와 지인을 불러 축하하는 자리라, 원래는 상당히 체면을 차리는 자리로 식사를 하거나 연극을 보는게 정상인데, 낙평공주는 자신이 부른 연극배우들보다 정후부 부녀가 그렇게 연기가 출중할 줄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황실의 체통에 먹칠을 했을 뿐 아니라, 그런 비열하고 상스러운 일에 낙평공주가 이용당했다는 사실이 가장 끔찍했다. 그녀의 명예가 일순간에 금이 가고 말았다.악의 축인 원경릉은 방금 기왕비에게 하듯 그렇게 당당할 수 없었다. 주명취에게 배운 걸 바로 써먹어 속 눈썹을 내리깔고 애처롭고 불쌍한 모습으로 작게: “아바마마께서 교지를 내리셨습니다.”“네가 지금 아바마마의 이름을 들먹이며 나를 위협하려는 것이냐?” 낙평공주가 눈썹을 치켜세웠다.“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 원경릉은 얼른 손을 내젓고 위축된 모습으로, “사실 저도 아바마마께서 왜 이런 교지를 내리셨는지 모르겠습니다.”낙평공주는 본래 한바탕 쏘아붙이려고 했으나, 막상 그녀의 불쌍한 모습을 보니 울화가 도리어 수그러들었다.하지만 기왕비는 이때다 싶어, 수수방관하고 있을 수 만은 없어 힘껏 낙평공주를 도왔다.기왕비가 웃으며 앞으로 나와 위로하는 얼굴로, “초왕비, 치료에 관해 공주와 얘기를 나누면 되겠군요, 오늘 초왕비가 나와 노비마마께서 병을 치료하는 규칙을 모른다고 질책했잖아요, 공주는 식견이 넓으니 잘 이해하실 거예요. 초왕비가 공주에게 얘기를 해 드리는 편이 좋겠어요. 공주의 마음 속 의혹도 가시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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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5화

원경릉과의 키스를 반추하느라 넋이 나간 우문호특히 노비는 진심으로 감동한 눈치다.원경릉은 거하게 욕을 먹을 상황이었으나 결국 어째서인지 모두의 용서와 양해를 얻었다. 새 사람으로 거듭나는 듯한 그런 용서와 양해였다. 주명취는 먼 곳에 서서 조용히 원경릉의 말을 듣고 있었다.주명취의 얼굴엔 아무 표정도 없었지만 마음은 오히려 극도로 요동치고 있었다.원경릉, 진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앞으로 원경릉이 회왕부에 있어도 아무도 그녀를 흘겨보며 수근거리지 않을 것이다.우문호는 키스 뒤 바로 관아로 갔다.마차에서 우문호는 찬찬히 키스를 다시 음미하는데 생각만 해도 전신에 힘이 빠지고 뼈까지 다 녹아버리는 것 같다.우문호는 오늘은 종일 키스를 반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단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관아가 바빠도 이만저만 바쁜 게 아니다. 한 무더기의 일을 처리하고 수많은 안건을 확인하느라 눈이 침침하고 머리가 띵 해져서 눈을 감고 미간을 지그시 누르며 쉬고 있는데 오늘 회왕부에서의 그 일이 또 떠오른다.가슴이 쿵쾅거리고 심장이 요동치니 마음이 자꾸 콩밭으로 간다.“왕야, 왕야…”우문호는 번쩍 눈을 뜨며 탁자를 쾅 치고 다가오는 사람에게 소리치며, “왕야가 동네북이야 왜 자꾸 불러, 나 좀 쉬면 안돼?”보좌관이 당황해서 한걸음 물러서며 한쪽에 찌그러져 있는 서일을 째려보며 눈빛으로 묻길, 누가 왕야 기분 상하게 한 거야?서일도 황당한 게 방금까지 계속 서서 자고 있느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고!우문호는 한마디 화를 내더니 냉정을 되찾고 보좌관을 쳐다보며: “무슨 일이야? 얘기해!”하아, 보좌관의 얼굴은 푸석푸석하다. 눈 호강을 시켜주는 원경릉의 보드라운 얼굴에 비할 수가 있을까? 계란처럼 탱탱한 얼굴은 꾹 누르면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다.보좌관이 보고하길: “취작 거리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일가족 4명중 생후 일주일 된 영아를 제외한 3명이 죽은…..왕야, 지금 웃고 계십니까?”보좌관은 오싹한 기분으로 우문호를 바라보는데 우문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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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6화

우문호가 사건의 세부 사항을 묻고 난 후, 포도대장과 아역(衙役)의 보고를 기다렸다. 시체 부검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잠깐 사이에 벌써 날이 저물었다. 그가 경조부를 떠날 때는 이미 술시(戌時)가 지난 시간이었다. 그는 서둘러 회왕부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원경릉과 낙평공주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공주댁 사건 이후, 삼황 누이(三皇姐)가 원경릉을 그닥 좋게 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둘이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당황스러웠다. 낙평공주는 자신과 원경릉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는 우문호를 보면서 웃어 보였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다섯째 안색이 어두워보이는데 어디 아픈겐가?”낙평공주가 물었다. 우문호는 원경릉을 힐끗 보았다. 원경릉은 어색한 모습으로 찻잔을 들고는 그에게 슬그머니 눈짓을 보냈다. 우문호는 그런 원경릉을 보고 웃음이 터져나왔다.“삼황 누이, 관아에 일이 많아서 좀 피곤해서 그런가봅니다.”“피곤하다고요? 그럼 왕비와 빨리 댁으로 돌아가시게.” 낙평공주가 말했다.“그래도 여섯째는 보고 가야죠.”우문호가 가볍게 인사를 하고 등을 돌리는데 낙평공주가 그를 말렸다.“지금은 들어가지말게나. 방금 잠에 들었습니다.”낙평공주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원경릉을 보았다.“본궁은 처음에 부황이 원경릉을 시켜 여섯째의 병을 치료하게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오늘보니 부황이 옳은 결정을 하신 것 같아. 기침도 적었고, 지금까지 피를 토한 적도 없으니, 상황이 호전된 것 같네.” 라고 낙평공주가 말했다.이 말을 들은 우문호는 그제서야 삼황 누이가 원경릉에게 호의적으로 변했는지 이해가 갔다.“삼황 누이. 그럼 저희는 먼저 물러가겠습니다.” 우문호가 낙평공주를 보고 말했다.“가보게. 내일 아침엔 일찍 오시게나.”우문호와 원경릉은 밖으로 나왔다. 원경릉은 희상궁에게 회왕부에 남아 회왕이 약을 먹는 것을 지켜보라고 했다. 그녀는 회왕이 약을 먹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다른 사람이 약 먹는 것을 방해할까 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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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7화

그게 아니라면 혹시 발정이라도 난 것일까?그것도 아니라면…… 설마 나를 조금이나마 좋아하는 마음이 생긴 걸까?원경릉의 생각이 여기까지 다다르자 갑자기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우문호는 그녀의 얼굴이 빨개진 것을 보고 심장이 바닥으로 쿵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긴장되는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그의 힘이 어찌나 세던지 원경릉이 손을 빼며 꽥 소리를 질렀다.“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아팠느냐?” 그가 원경릉을 보며 물었다.원경릉은 자신에 무릎에 손을 올리고 난처한 듯 입술을 삐죽거리며 “조금 아팠어.” 라고 말했다.“지금도 아파?” 그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아니야 지금은 괜찮아.” 원경릉이 고개를 저었다.“아…… 응.” 우문호는 그녀의 무릎에 올려진 가느다란 손을 한번 쳐다보며 다시 잡을까 말까 망설였다.손을 잡고 싶어 몇 번이나 움찔거렸지만, 결국 용기가 나지 않아 포기했다.‘서일은 오늘 어찌 이리 평온하게 마차를 모는 것일까? 전에는 이리저리 흔들려 원경릉이 나에게 기대기도 했는데 말야.’우문호가 속으로 서일을 욕하고 있는데 갑자기 원경릉이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피곤해서 조금만 기댈 게.”원경릉이 조용하게 그에게 속삭였다.기댄 그녀의 머리에서는 향긋한 냄새가 났다. 그는 곧게 허리를 펴고 앉아 그녀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손을 얹어 끌어당겼다. “이러면 좀 더 편하지 않아?” 우문호가 조용히 말했다.“응.” 원경릉이 대답했다. 그녀는 한 손으로 그의 허리를 감싸 안고는 온몸을 그의 품속으로 묻었다.우문호는 갑자기 숨이 가빠져 고개를 푹 숙였다. 원경릉은 고개를 숙인 우문호 때문에 숨이 막힐 것 같아 심장이 가빠졌다. 그는 그녀를 꼭 껴안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서야 “원경릉?”하고 나지막이 그녀를 불렀다.원경릉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손으로 그의 옷자락을 잡고 숨을 헐떡이며 “응.”이라고 대답했다. “원경릉!”“응!”그러자 갑자기 우문호가 다가와 입을 맞췄다. 그렇게 몇 분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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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8화

서일은 주눅 든 모습으로 왕부로 들어가더니 회계방으로 문방사보(文房四寶)를 찾으러 갔다. 회계방을 지키는 선생은 서일의 사촌동생이었는데, 서일이 느닷없이 들어와서는 선지(宣纸) 1000장이 필요하다고 하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렇게나 많이? 그럼 창고에서 가져와야 하는데, 탕대인(汤大人)에게 열쇠를 받아서 직접 가져가세요.”서일은 하는 수없이 탕양을 찾으러 갔다.탕양은 장부를 꺼내 기록을 하던 중에 서일이 들어와 선지 1000장을 가져가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그렇게나 많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많은 종이를 어디에다가 쓰게?” 탕양이 물었다.“탕어른, 저 좀 도와주세요.” 서일이 울상이 되었다.“무슨 일이야?” 탕양은 서일의 낯선 모습에 당황했다.“왕야께서 저에게 ‘예의염치’라는 네 글자를 천 번 베껴 쓰라고 벌주셨습니다. 예의는 쓸 수 있는데, 염치는 어떻게 씁니까?”이 말을 들은 탕양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이상하다. 자네야 염치가 없으니, 염치를 쓰라고 하신 건 그렇다 치고, 왕야께서 예의를 쓰라고 하셨다고? 자네 왕야께 예의 없이 행동했나?”“지금 저를 놀리시는 겁니까? 이렇게 불쌍한 저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놀리기나 하고! 앞으로 저도 탕어른을 도와주지 않을 겁니다!” 서일이 발을 동동 구르며 탕양에게 소리쳤다.“자네가 나를 언제 도와줬어?” 탕양이 웃었다.“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겁니다!” 서일이 말했다.탕양은 웃으며 창고 열쇠를 들었다. “어서 창고에 선지를 가지러 가자. 가는 길에 왜 왕야께서 그런 벌을 내렸는지 나에게 알려줘야 해.” 탕양이 웃으며 말했다.“마차가 왕부에 도착했으니, 장막을 걷고 왕야와 왕비께 내리라고 했습니다. 근데 마차 안이 더웠는지 두 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땀을 한 바가지를 흘리고 있지 뭡니까? 그리고 왕비의 옷 앞섶이 열려있길래 슬쩍 눈이 갔는데, 왕야가 욕을 하시지 뭡니까!”창고로 가는 길에 그는 탕양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이 말을 들은 탕양은 발걸음을 멈추고는 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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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9화

소월각에 도착하니 시중을 드는 청색 옷을 입은 서너 명의 시녀들이 있었다. 그들의 나이는 열다섯 살 내지 열여덟 살 정도로 보였으며 청순한 얼굴에 행동거지가 얌전한 것이 대갓집의 계집종의 소양을 띄고 있었다. 그들 몇은 원경릉에게 깍듯하게 대했으며 그녀가 식사를 하는 내내 옆에서 세심하게 시중을 들었다.원경릉은 우문호가 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살폈는데 그들 사이에 묘한 기류라거나, 계집종을 귀여워하거나 눈길도 주지 않았다. 시녀들의 눈빛에도 우문호를 향한 경외심뿐 다른 느낌은 없었다. 원경릉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자리 시중을 드는 여인이건 첩이건 다른 여자들과 한 명의 사내를 나누어 가질 바엔 차라리 갖지 않는 편이 낫다. 우문호는 소월각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원경릉이 시녀들을 뚫어져라 보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그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 ‘풉’하고 소리를 냈다. 원경릉은 어리둥절해서 그를 돌아보았다. “뭐가 웃깁니까?”우문호는 그녀의 하얗고 깨끗한 얼굴을 보았다. 이마에 작은 분홍색 흉터, 맑은 눈가, 들쑥날쑥하지만 빽빽한 속눈썹, 핏기를 머금은 붉은 입술, 그녀는 마치 활짝 피어있는 장미꽃 같았다.그는 지금 당장 원경릉을 번쩍 들어 올려 침대 위로 내동댕이치고 싶었다.원경릉은 불타오르는 우문호의 눈빛을 애써 외면하며 고개를 숙이고 수저를 들었다. 그녀는 속으로 계속 그 문제를 생각했다. 도대체 무엇이 우문호를 저렇게 만든 것일까?잠시 후, 그녀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사실대로 말해, 내가 어장(御杖)을 가지고 있어서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거지? 내가 어장으로 너를 내리칠까 봐?”우문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수저를 들어 탕을 한술 떴다. 목구멍에서 넘어갈랑 말랑한 탕을 겨우 삼키며 그는 방 안의 시녀들을 모두 내보낸 후 원경릉의 눈을 직시했다. 원경릉은 바짝 긴장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보며 천천히 손을 뻗었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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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30화

원경릉은 온몸이 굳은 채 눈동자만 이리저리 움직였다. 우문호의 뜨거운 눈동자를 피하기 위해 재빨리 몸을 피했다. 그의 입술이 온기를 머금고는 점점 가까워졌다. 그녀는 온몸이 나른해지며 눈을 감았다.“오늘 밤은 소월각에서 어때?”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원경릉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밀어냈다. “나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좀 혼란스러워서.”말은 마친 후 원경릉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어찌나 마음이 급했는지 단숨에 아주 멀리까지 뛰어갔다. 오래간만에 달리기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허리를 굽히고 두 손으로 무릎을 짚으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이게 무슨 일일까? 이 둘은 원래 만나기만 하면 싸우던 사이였는데, 갑자기 핑크빛 기류가 흐르는 사이로 발전하다니? 우문호가 원경릉을 좋아한다고? 그럴 리가 있나? 그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녀를 죽이고 싶어 이를 부득부득 갈지 않았는가?그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하다!하지만, 그가 그녀에게 원하는 게 무엇일까? 돈? 돈은 우문호가 원경릉보다 많을 텐데. 지위? 우문호의 신분이 원경릉보다 높은데……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걸까?“왕비, 괜찮으십니까?” 뒤에서 탕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원경릉은 깜짝 놀라 휙 뒤를 돌아보니, 흰옷을 입은 훤칠한 모습의 탕양이 보였다.그녀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탕양님. 저를 심장마비로 죽이려고 하십니까?” 라고 말했다.“왕비, 제가 무례했습니다!” 탕양이 미소를 지으며 “그런데 왕비님은 원래 이렇게 잘 놀라지 않으셨잖아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라고 물었다.원경릉이 어찌 탕양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겠는가?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별일 아닙니다. 밥을 많이 먹어서 소화시킬 겸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탕양님의 목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랐지 뭡니까.”라고 말했다.“그렇군요. 근데 왕비 고민이 있으면 저에게 털어놓으십시오. 제가 비록 이래 보여도 알고 있는 게 많습니다.”탕양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쳐다보았다.당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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