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201 - Chapter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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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1화

“회왕은 정말 재수도 없지.” 원경릉은 이 말을 마치고 시원하게 재채기를 했다.“속옷도 다 젖었을 텐데 왜 벗지 않아?” 우문호가 찝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원경릉은 코를 비비며 “됐어. 마차 안에서 벗기 불편해. 곧 도착할텐데 뭐.”“왜 내외하고 그래? 서로 볼거 다 봤으면서.”“나도 네가 보는거 아무 감흥 없어.” 어쨌든 이 몸은 원주(原主)것이니까 주의하는 것일 뿐이다.우문호는 흥 하며 눈을 감았다.“나 약간 토 할 것 같아.” 원경릉은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졌다. “갑자기 그 호수에 빠졌을 때 맡았던 꼬릿꼬릿한 냄새가 나.” 원경릉이 호수 바닥에서 발버둥칠 때, 호숫물과 함께 진흙도 같이 입으로 들어왔는데 그때의 그 냄새가 났다. 아마 주명취도 적지 않게 마셨을 것이다.지금 생각해 보면 주명취는 참 대단한 것 같다. 원경릉을 모함하기 위해서 죽음도 무릅쓰지 않는구나.우문호는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며 “여기 기대서 좀 쉬어.”라고 말했다.무뚝뚝하던 그가 이렇게 자상하게 행동할 때마다 원경릉은 당황해서 뚝딱거렸다. 그러나 덜컹거리는 마차에서 누군가에게 기대어 눈을 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럼……고마워.”머리를 천천히 기대려고 하는데 갑자기 우문호가 휙 몸을 숙이는 바람에 원경릉이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그러게 누가 아까 내 목덜미를 깨물랬어?”우문호의 한쪽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원경릉은 부딪힌 머리를 손으로 비비며 몸을 일으키며 우문호를 보았다.“어휴 쪼잔하게 진짜!”사람이 어쩜 이렇게 못됐을까?“원수는 반드시 갚는다. 받은 만큼 꼭 돌려준다.”우문호가 말했다.아까 물에 빠졌을 때, 주명취가 계속 머리를 짓눌렀고, 지금은 우문호의 꾀에 넘어가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고 오늘 뇌세포가 얼마나 죽었는지 모르겠다.우문호는 그녀가 계속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머리를 다쳤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놀란 그는 그녀의 머리를 잡아 당겨 자신의 허벅지에 눕히더니 “어디 상처 좀 보자.”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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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2화

우문호는 자세를 바로 앉더니 천천히 손을 움직여 방석 위에 앉아 있던 원경릉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이대로 움직이지도 말고, 다가오지도 마……!’당황한 눈빛의 원경릉도 긴장한듯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았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몰라 허공을 바라보았다. 온 몸의 근육이 팽팽하게 당기는 기분이 들었다. 그의 손끝이 손에 닿자 그녀는 몸이 움츠러들었다.근데 내가 너무 예민한건가? 손끝만 닿았는데? 두 사람은 이미 부부의 연을 맺은 상태이다. 이렇게 손만 닿았을 뿐인데 밀어내는게 더 이상한거 아닌가?그리고 요즘은 사이가 좋으니, 친구라고 생각해도 되는거 아닐까? 친구끼리 손도 스치고 하니까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근데 심장은 왜 이렇게 빠르게 뛰는 걸까?마차 안의 공기가 달아오르는 것도 잠시 마차가 갑자기 멈추더니 서일이 커튼을 확 열어젖혔다. 우문호는 재빨리 손을 빼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렸다.“왕야 왕비! 도착했습니다!” 서일이 말했다.눈치 없기로 유명한 서일이니 당연히 마차 안의 분홍빛 공기를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우문호가 먼저 마차에서 내렸고, 원경릉은 헐렁한 그의 외투를 부여잡고는 조심스럽게 밖으로 발을 내밀었다. 우문호는 한 손으로 그녀를 끌어 당겨 그녀와 몸을 바짝 밀착했다. 그 순간 원경릉의 손 발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나른해졌고 심장이 미친듯이 빨리 뛰었다. 그녀는 몇걸음도 걷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 했다. 서일이 손을 뻗어 원경릉의 젖은 옷가지를 들어주려고 하자 우문호가 이를 한 손으로 낚아챘다.“오!” 서일은 우문호가 더러운 옷들을 가져가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우문호는 옷을 녹주에게 던져주며 “왕비에게 생강탕을 끓여 가져다주거라.” 라고 말했다.봉의각에 도착한 원경릉은 창밖의 회화나무를 바라보던 원경릉의 마음은 여전히 찝찝했다.주명취를 물속으로 떠민 범인이 내가 아니라는 걸 우문호는 어떻게 안거지? 그가 주명취를 믿지 않다니? 정말 오래 살고 볼일이다.“왕비. 생강탕 드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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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3화

원경릉은 문득 의문이 생겼다.“녹주야. 왕야에게 몇 명의 첩이 있는지 아느냐?”소월각에 우문호를 보필하는 시녀들이 몇 명 있긴한데, 외모도 괜찮았던 것 같고, 설마 그 시녀들이 첩이었나?“그 일은 쇤네가 알지 못합니다. 소월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저희 봉의각에서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근데 아마 없지 않을까요? 첩이 있다면 아마 위에서 통지가 있었을 겁니다. 만약 왕야께서 첩이 있다는 것을 숨기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원경릉은 그의 성격이라면 아마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혈기왕성한 젊은 남성이라면 첩 한두명 정도 들이는 것도 정상적인 시대이다.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원경릉은 갑자기 느껴지는 가슴 통증에 허리를 숙였다. 아직 호숫물을 마신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모양이다. 그녀는 가슴을 다독이며 생강탕을 한 입 마셨다.“녹주야. 내가 물색해 줄게. 그만 무릎 꿇고 일어나거라.” 원경릉은 손을 뻗어 녹주를 일으켰다.녹주는 감동해 눈물을 훔쳤다. 원경릉은 녹주와 대화를 나눈 뒤, 복잡한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천천히 남은 생강탕을 마셨다. 원경릉은 녹주에게 그릇을 치우라고 시켜 밖으로 내보낸 뒤, 약 상자를 꺼내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염원했다.“만년필이 필요해……”그녀는 속으로 숫자를 세며 약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만년필이 아닌 연필만 몇 자루 들어있었다. 약 상자가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일부러 이러는 걸까?“리팸핀이 필요해……” 그녀는 다시 한번 시도했다.약 상자를 다시 열어보니 리팸핀이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원래 약 상자에 있던 수량 그대로지, 한개도 증가하지 않았다. “덱사메타손 약!”그녀가 약 상자를 세차게 닫았다가 다시 열어보니 덱사메타손 연고가 들어 있었다.“덱사메타손 알약이라고!”그녀는 약 상자를 조심스레 열어 보고는 실소가 터졌다. 치질 연고 한개와 관장약이 나왔다.약 상자가 이렇게 말을 듣지 않으니 회왕의 병은 치료해 줄 수가 없구나. ‘회왕, 저는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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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4화

한 번도 제왕에게 소리를 지른 적이 없는 주명취가 어쩌다 이렇게 변한걸까? 제왕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혼인을 한 이래로 그녀는 온화하고 신중하며 사람들에게 친절했다. 심지어 하인들에게도 허세를 부리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았으며, 늙은 상궁들에게는 깍듯이 예의를 지켰다.그랬던 그녀가 이렇게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다니.‘아마 많이 놀랐을 거야.’제왕은 주명취를 꼭 안아주며 “괜찮다. 흥분하지마라.” 라고 말했다.주명취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그녀 스스로도 지금 추태를 부리는 것을 인식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제왕은 단순해서 이렇게 추태를 부려도 절대 자신을 싫어하지 못할 것임을 주명취는 안다. 사실 제왕도 남편감으로 나쁘지 않다. 현재 부황에게 가장 총애를 받고 있으며,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져다 줄 수 있다.그녀는 문득 호숫가에서 자신이 원경릉에게 내뱉은 천박한 말들이 떠올라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자신의 입에서 어떻게 그런 저급한 말들이 튀어나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원경릉이 왜 너를 호수로 떠밀었느냐? 그 여자 정말 미친거 아니야?” 제왕이 물었다.주명취는 방금 전에 벌어진 일들을 회상했다. 그녀는 회왕부(懷王府)에서 원경릉이 호수 부근에 서있는 것을 보고는 원경릉을 호수로 떠밀어 죽여버리고 싶었다. 주명취는 살인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원경릉을 호수로 밀었는데, 계산을 잘못해 자신도 같이 호수에 빠진 것이다. 물에 빠지는 순간에 그녀는 조부(祖父)의 말이 떠올라 몸이 벌벌 떨리며 살인 충동이 사라졌다. 하지만 이왕 물에 빠진거 원경릉을 이대로 살려두기는 싫었다. 그녀는 원경릉의 머리를 힘껏 수면 아래로 눌렀다. 원경릉이 강하게 반항을 하며 주명취에게 상처를 입히면 그것을 우문호에게 보여줘 원경릉의 나쁜 심보를 증명하고, 주명취의 상처를 본 우문호가 원경릉을 더욱 증오할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왜 내 계획대로 되지 않은 걸까?’“원경릉은 구제불능이야. 본왕은 당시에 그녀가 좀 바뀐 줄 알았는데.” 제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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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5화

제왕도 태자가 되는 것을 상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왕은 자신의 그릇의 크기를 알고 있었다. 한 국가가 그의 손에 달렸다면, 과연 그는 감당할 수 있을까?그렇다고 기왕이 태자가 되어 정권을 잡는다면, 한 구석으로 물러서 국정에 신경쓰지 않고 한가한게 왕 노릇이나 할 수 있을까? “태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모두 계략을 세우고 있을 겁니다. 심지어 초왕비도 수를 쓰고 있지 않습니까? 이것은 권력 쟁탈전 뿐 아니라 생사가 걸린 싸움입니다. 만약 제왕께서 태자 자리에는 오르지 않겠다고 두 손을 든다고 해도, 제왕은 적자(嫡子)이기에 이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기왕이 만약 태자가 된다면 조정에 있는 모든 사람을 자기 편으로 포섭할테지만, 적자인 당신과 모후는 절대 포용하지 않을겁니다.”주명취가 진지한 표정으로 제왕을 바라보며 말했다.제왕은 그녀의 두 손을 잡으며 “본왕이 잘 생각해 볼 테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라.”라고 말했다. 이전에 그도 이런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 걱정 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오늘 기왕이 다섯째 형을 죽이려고 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시간이 많이 남은 것이 아니라, 그가 시간을 핑계로 이 문제를 회피하고 있었던 것이다.회왕부에서 두 왕비가 물에 빠졌다는 소식이 왕실에 자자하게 퍼졌다. 이 소식을 듣고 가장 화가 난 사람은 노비(鲁妃) 마마였다.회왕의 병세가 좋지 않아 오늘 내일 하는 이 시점에도 이렇게 소란을 피우다니 그녀가 어찌 분노하지 않겠는가?그녀는 울면서 명원제를 찾아가 이 일을 보고했다.“초왕비라는 사람은 정말 너무한거 아닙니까? 제왕비와 개인적인 원한이 있으면 밖에서 해결할 것이지, 왜 제 아들이 있는 회왕부에서 이런 음침한 짓을 저지른 겁니까. 만약 그 일로 회왕부에서 사람이 죽었다면, 회왕에게 불똥이 튈 수도 있지 않습니까?”노비(鲁妃)는 흐느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명원제는 가뜩이나 아들의 병으로 괴로워하는 노비가 이런 추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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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6화

냉정언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제 아무리 세상 이치를 통달한 수재라도해도 힘 있는 사람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다.“황제께서 제왕비는 부르지 않고, 초왕비에게만 입궁하라고 명하셨지 않습니까? 이렇게 된 이상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른지는 황제가 신경 쓸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네 말이 맞는 것 같구나. 짐이 초왕비를 입궁하라고 명한 것은 잘 한 일인가?”명원제는 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잘하고 못하고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초왕비가 입궁했을 때, 변명도 들을 필요없이 그녀가 저지른 죄의 죗값을 치루게 하면 됩니다. 죗값은 황제께서 정하시면 되겠네요.”“그렇게 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느냐?”“소인의 생각을 그렇습니다.”“그게 옳다고 생각하냐고!”“…… 예 그렇습니다.”명원제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으면서, 왜 냉정언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듣고 싶어 하는걸까.명원제는 냉정언의 대답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경의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먼저 죄를 물어야 겠군. 그녀가 속죄하는 방법은 회왕의 병을 고치는 것 뿐. 짐은 이번만 특별히 자비를 베풀어 일단 원경릉의 죄를 사면해 줘야겠어. 후에 무슨 일이 생기면 다시 죄를 묻는거지. 경의 생각이 참 좋구만!”“폐하의 찬사에 몸들 바를 모르겠습니다.”라며 냉정언이 바둑판을 만지작거리더니 “그럼 한판 더 두시겠습니까?” 라고 물었다.명원제는 손을 저었다. “뭘 또 바둑을 둬? 자네는 요즘 일이 없느냐? 정사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지금 젊은이들을 좀 봐! 얼마나 학문에 몰두하는지! 자네 이러다가 점점 뒤떨어진다? 짐을 위해서 학문을 소홀히 하지 말거라!”명원제의 말을 듣고 냉정언은 물러갈 수밖에 없었다. ‘황제의 총애를 받는 신하로 사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니.’두 시간 후, 원경릉이 어서방으로 불려왔다. 그녀는 황제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자 명원제 그녀를 노려보며 “왕비의 행동 하나하나가 황실을 대표하는 것을 모르느냐! 너는 회왕부에 문병을 하러 가면서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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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7화

‘세상은 정말 불공평하구나.’원경릉은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가 궁을 나옴과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회왕의 병을 치료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했다. 비록 그녀는 앞으로 절대 아픈 사람을 고치려고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다.그녀는 만약 자신이 회왕의 병을 고치지 못한다고 해도 황제가 그녀에게 벌을 주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다만 마음한켠엔 노비(鲁妃)의 노여움을 살까 두려웠다.노비…… 원경릉은 머리가 아파왔다.원경릉은 입궁한 김에 건곤전에 들렀다.오늘 태상황은 기운이 넘쳐보였다. 원경릉이 안으로 들어갔을 때, 태상황은 손에 톱을 들고 나무를 자르고 있었다. “태상황님. 지금 무얼하고 계십니까?” 원경릉은 호기심에 다가가서 물었다.태상황은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힌 얼굴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맞혀보거라!”“빨래 건조대를 만드시는 겁니까?” 그가 들고있는 긴 막대가 마치 빨래 널기 딱 좋아보였다.“빨래 건조대? 그게 무슨 말이냐?” 태상황은 계속 나무를 다듬으며 말했다.“그럼 이게 뭐예요?” 원경릉은 그의 손에 들린 나무를 한참을 보았다.“모르겠지? 선물이다! 네 거야!” “저에게 주신다고요?”원경릉은 의아했다.이왕 하사할 물건이라면 금이나 은으로 된 비싼걸 주시지 뭔 나무토막 만들다 만걸 준다는 거지?“이것은 어장(禦杖)이라는 건데, 나중에 다섯째가 널 괴롭히려고 하면 이걸 들어다가 마구 때려라! 어떠냐? 좋지?”그는 나무토막 옆에 자를 두고, 상선에게 반대편을 잡으라고 명령한 후, 톱을 짧게 잡고는 나무토막을 잘랐다.“너무 길어도 불편하니까, 이 정도 길이가 딱 좋겠구나.”“좋아요! 마음에 쏙 듭니다!” 원경릉은 고개를 쭉 내밀고 눈을 반짝였다.상선을 그런 원경릉을 보며 웃으며 “이 어장으로 왕비를 막무가내로 호수로 끌고 가려고 했던 막돼먹은 여인네도 때리면 좋겠네요.” 라고 말했다.“상선, 그런 말씀은……” 원경릉은 놀라서 눈이 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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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8화

“땀 난다!” 태상황이 소리쳤다.원경릉은 재빨리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았다. “좀 쉬세요. 물도 드시고요.”“거의 다 됐다. 여기에 용 무늬를 새기고 안쪽에 단추만 달면 된다.”태상황은 원경릉을 힐끗 보았다.“혜정후의 일은 말이다. 네가 일단 너의 신분에 상관없이 위험을 무릅쓰기로 결단했다면, 남장 여자로 분장하지 말고, 그냥 왕비의 신분으로 그의 주의를 끌었어야 했다.”“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혜정후는 제가 초왕비인 것을 알았습니다.” 원경릉이 대답했다.“그가 처음엔 모르는 척 하지 않았느냐, 잘 생각해보거라 이번에 혜정후는 네가 초왕비라는 것을 알았지만, 주변 사람은 아무도 모르지 않았느냐? 그럼 네가 그의 손에 죽는다고 해도 아무도 네가 초왕비라는 것을 모른단 말이다. 그냥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거야! 하지만, 네가 신분을 밝히고 그와 만났더라면 주변에 보는 눈이 있으니 소문이 날 것이야. 그러다 네가 죽게된다면 모두 혜정후를 의심할 것이고, 증거가 나오지 않더라도 덮어씌울 명분이 생긴단 말이다.”태상황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 말문이 턱 막혔다. 이 늙은이 아주 여우구만…….“어떤 일을 하기 전에 최악의 결과를 먼저 생각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 두어야 한다. 너를 죽인 상대방이 다리를 쭉펴고 잠을 잘 수 없게 말이다.”“태상황님의 말씀을 듣고 많이 배웠습니다.” 만약 다바오와 다른 개들이 그녀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태상황이 말한대로 그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혜정후는 발 쭉 뻗고 잠을 잤을 것이다.“왕비님. 태상황님께서 이런 말씀을 자주 하지 않으시니 반드시 마음에 새겨두세요.” 상선이 말했다.“예 알겠습니다.” 원경릉은 무의식적으로 태상황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태상황이 내가 유일하게 빌 수 있는 언덕이구나.’“이제 나가보거라. 과인의 일을 방해하지 말고.” 태상황에 그녀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밀며 “아 참! 내일 회왕부에 가지 않느냐? 빨리 돌아가서 준비하거라.”“어쩜 그렇게 소식이 빠르십니까?” 원경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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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9화

명원제가 목여 태감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넌 평생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소인이 어리석습니다. 황제께서 가르침을 주십시오.” 목여 태감이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말했다.명원제는 태감의 말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이 늙은 태감에게 여인에 대한 얘기를 하자니 입만 아플 뿐이다.그 시각 초왕부.우문호가 후부에 돌아오자 시녀가 그에게 구사가 원경릉을 데리고 궁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했다. 듣자하니 회왕과 관련된 일로 부름이 있어 갔다고 하는데, 이 말을 들은 우문호는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우문호가 입궁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하던 참에 원경릉이 초왕부로 복귀했다.원경릉은 우문호를 보고 “부황께서 나보고 회왕을 치료하라고 하라고 했어.”라고 말했다.“할 수 있겠어?” 우문호가 물었다.“아니.”“자신 없으면 가지말거라.”원경릉을 자리에 앉아 물 한모금을 마셨다.“안갈 수 없어. 너도 네 아버지의 성격을 모르지 않잖아. 내가 명령을 어긴다면 내 모가지를 날려버릴걸?”“그렇게까지 하겠느냐?”“하긴…… 그렇게까지는 아니겠지.” 근심에 찬 우문호의 얼굴을 본 원경릉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너무 걱정마. 내가 병을 고치지는 못했도, 황제께서 나를 죽이진 않을거야. 기껏해봐야 곤장이나 맞겠지.”“본왕은 너를 걱정하는게 아니라, 네가 회왕을 고통스럽게 할까 걱정하는 것이다. 네가 회왕의 병을 고칠 자신이 있다면 내가 기쁜 마음으로 회왕부로 보내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안가느니만 못하다.”“말이라도 예쁘게 하면 어디 덧나나.” 원경릉은 물 잔을 내려두며 우문호를 보았다.“정말 일말의 자신감도 없느냐?”“일단 그의 병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확인을 해봐야 해.”“알겠다. 그럼 본왕이 같이 가주겠다.”원경릉은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어. 왕야는 관아에서 일봐야지, 나는 희상궁이랑 가면 돼.”“내가 함께 가겠다고!” 우문호는 불쾌해하며 방금 원경릉에게 의견을 물은게 아니라 자기가 결정한 것임을 강조했다.원경릉은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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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0화

철화목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나무일것이다. 나무지만 보통 철재보다 두배가량 더 단단하다.현대에는 철화목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식물로 분류되는데, 이전에 사람들이 철화목을 철재 대신에서 사용하기도 했으며, 값이 아주 비쌌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태상황이 톱으로 나무를 짧게 다듬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 단단한 나무를 조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설마 금강석 칼로 조각을 한건 아니겠지?“태상황님께서 직접 조각을 한 것이니, 아마 철화목은 아닐 것 같습니다!”원경릉이 말했다.희상궁은 그런 원경릉이 귀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철화목은 태상황님만 다룰 수 있는 목재입니다. 목수들도 조각하기 힘들어 합니다.”라고 말했다.“태상황님은 몸이 좋지 않아 걷는 것도 힘드실텐데 어떻게 이런 단단한 나무를 사용해서 만드셨겠습니까?” 원경릉의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희상궁의 말이 맞다면, 태상황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걷는 것이 힘든건 늙고 병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태상황님께서 젊었을 때는 우리 북당에서 무공이 가장 높은 용사셨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노쇠해졌다고 해도 젊었을 때 그 내력(内力)이 어디 가겠습니까.”“정말 내력이라는게 있습니까?”원경릉은 더 궁금해졌다. 무협소설에나 등장하는 내력은 무공이 어느 실력에 도달하면 떨어지는 꽃잎으로도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고 했다.희상궁이 막 설명을 하려고 하는데, 문 어귀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휙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말을 멈추었다.“어유, 왕야 늦게오셨네요.”우문호는 태상황이 하사했다는 물건이 도착했다는 것을 듣고, 궁금함을 이기지 못해 문 앞에서 살짝 구경만 하려다가 희상궁의 눈에 띄어버려 어쩔 수 없이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관심이 없는 척 힐끔 어장을 보았다.“이게 황조부께서 하사한 물품이냐?”“응. 직접 조각하셨어 한번 봐봐.” 원경릉이 손에 든 어장을 내밀었다.우문호는 그녀의 대범함에 당황해 얼떨결에 어장을 받아 들었다. 어장을 면밀히 살펴보니 손에 닿는 감촉이 매우 매끄럽고, 한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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