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원제가 목여 태감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넌 평생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소인이 어리석습니다. 황제께서 가르침을 주십시오.” 목여 태감이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말했다.명원제는 태감의 말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이 늙은 태감에게 여인에 대한 얘기를 하자니 입만 아플 뿐이다.그 시각 초왕부.우문호가 후부에 돌아오자 시녀가 그에게 구사가 원경릉을 데리고 궁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했다. 듣자하니 회왕과 관련된 일로 부름이 있어 갔다고 하는데, 이 말을 들은 우문호는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우문호가 입궁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하던 참에 원경릉이 초왕부로 복귀했다.원경릉은 우문호를 보고 “부황께서 나보고 회왕을 치료하라고 하라고 했어.”라고 말했다.“할 수 있겠어?” 우문호가 물었다.“아니.”“자신 없으면 가지말거라.”원경릉을 자리에 앉아 물 한모금을 마셨다.“안갈 수 없어. 너도 네 아버지의 성격을 모르지 않잖아. 내가 명령을 어긴다면 내 모가지를 날려버릴걸?”“그렇게까지 하겠느냐?”“하긴…… 그렇게까지는 아니겠지.” 근심에 찬 우문호의 얼굴을 본 원경릉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너무 걱정마. 내가 병을 고치지는 못했도, 황제께서 나를 죽이진 않을거야. 기껏해봐야 곤장이나 맞겠지.”“본왕은 너를 걱정하는게 아니라, 네가 회왕을 고통스럽게 할까 걱정하는 것이다. 네가 회왕의 병을 고칠 자신이 있다면 내가 기쁜 마음으로 회왕부로 보내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안가느니만 못하다.”“말이라도 예쁘게 하면 어디 덧나나.” 원경릉은 물 잔을 내려두며 우문호를 보았다.“정말 일말의 자신감도 없느냐?”“일단 그의 병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확인을 해봐야 해.”“알겠다. 그럼 본왕이 같이 가주겠다.”원경릉은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어. 왕야는 관아에서 일봐야지, 나는 희상궁이랑 가면 돼.”“내가 함께 가겠다고!” 우문호는 불쾌해하며 방금 원경릉에게 의견을 물은게 아니라 자기가 결정한 것임을 강조했다.원경릉은 자리에서
철화목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나무일것이다. 나무지만 보통 철재보다 두배가량 더 단단하다.현대에는 철화목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식물로 분류되는데, 이전에 사람들이 철화목을 철재 대신에서 사용하기도 했으며, 값이 아주 비쌌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태상황이 톱으로 나무를 짧게 다듬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 단단한 나무를 조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설마 금강석 칼로 조각을 한건 아니겠지?“태상황님께서 직접 조각을 한 것이니, 아마 철화목은 아닐 것 같습니다!”원경릉이 말했다.희상궁은 그런 원경릉이 귀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철화목은 태상황님만 다룰 수 있는 목재입니다. 목수들도 조각하기 힘들어 합니다.”라고 말했다.“태상황님은 몸이 좋지 않아 걷는 것도 힘드실텐데 어떻게 이런 단단한 나무를 사용해서 만드셨겠습니까?” 원경릉의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희상궁의 말이 맞다면, 태상황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걷는 것이 힘든건 늙고 병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태상황님께서 젊었을 때는 우리 북당에서 무공이 가장 높은 용사셨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노쇠해졌다고 해도 젊었을 때 그 내력(内力)이 어디 가겠습니까.”“정말 내력이라는게 있습니까?”원경릉은 더 궁금해졌다. 무협소설에나 등장하는 내력은 무공이 어느 실력에 도달하면 떨어지는 꽃잎으로도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고 했다.희상궁이 막 설명을 하려고 하는데, 문 어귀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휙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말을 멈추었다.“어유, 왕야 늦게오셨네요.”우문호는 태상황이 하사했다는 물건이 도착했다는 것을 듣고, 궁금함을 이기지 못해 문 앞에서 살짝 구경만 하려다가 희상궁의 눈에 띄어버려 어쩔 수 없이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관심이 없는 척 힐끔 어장을 보았다.“이게 황조부께서 하사한 물품이냐?”“응. 직접 조각하셨어 한번 봐봐.” 원경릉이 손에 든 어장을 내밀었다.우문호는 그녀의 대범함에 당황해 얼떨결에 어장을 받아 들었다. 어장을 면밀히 살펴보니 손에 닿는 감촉이 매우 매끄럽고, 한눈
원경릉과 우문호의 술자리“나 아무래도 주량을 늘려야겠어, 안 그러면 다음에 난리 난다고. 어쨌든 내일 겨우 회왕부에 가니, 왕야도 같이 가서 좀 마셔줘.” 원경릉이 진심을 다해 가자고 졸랐고,우문호는 그녀가 진심으로 조르는데 못 당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우문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편할 대로, 나도 한 잔 하고 싶으니까.” 결국 핑계 아닌가? 원경릉이 말하면 뭐든 다 들어준다고 생각할 까봐 서둘러 핑계를 댄다.원경릉은 자기가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사람들에게 약점 하나가 들키면 그 약점이 그녀의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기상궁은 솜씨가 좋아서, 항상 각종 맛있는 안주를 척척 만들어 낸다.그러니까 단순하기 그지 없는 재료도 기상궁의 손에 들어가면 신기한 맛으로 거듭나서, 원경릉이 먹고 있으면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손왕 아주버님이 항상 궁중 요리사가 만든 요리가 맛있다는데, 그건 아직 기상궁이 만든 밥을 못 먹어봐서 그런 거야. 일단 한 번 먹었다 하면 손왕 아주버님은 아예 보따리를 싸서 여기 눌러 앉을 걸.”우문호가 원경릉을 보고, “너 꼭 둘째 형이랑 엄청 친한 거 같다.”원경릉이 우문호에게 술을 따라주고 자기 잔도 가득 채우는데, 이 작은 잔은 한 입에 탁 털어 넣을 만한 크기로 술 색이 맑고 향이 코를 찌른다.원경릉이 심호흡을 한 번에 벌써 30%는 취했는지 방긋 웃으며, “맞아, 사람 괜찮더라, 좀 식탐이 있어서 그렇지.”“좀?” 우문호가 콧방귀를 뀌었다.원경릉은 손왕의 둥실둥실한 몸과 오동통한 손가락을 떠올리고 웃음을 참을 수 없어, “확실히 조금은 아니네, 특별히 식탐이 있으시지. 그런데 걸핏하면 살 뺀다는 말을 입에 달고 말이야.”“만약 살 빼라고 난리를 치지 않으면, 형은 더 미친듯이 먹을 걸.”“살 빼라고 야단법석을 떠는구나. 어쩐지 안 드시더라.”우문호는 원경릉이 둘째형 얘기를 자꾸 꺼내니 조금 기분이 좋지 않아서, “형이 먹던 말던, 네가 뭐 그렇게 신경 쓰는데? 신경 쓰
원경릉의 술 알레르기와 약상자의 비밀반 시진 후 우문호는 탁자 위에 앉은 수치를 모르는 이 여인을 원망스럽게 바라봤다.옷은 반쯤 벗겨졌고, 두 손은 목과 쇄골을 더듬으며…… 있는 힘껏 긁고 있다.얼굴, 쇄골, 목에 빨긋빨긋 돋아나더니 이젠 붉은 뾰루지처럼 됐다.바닥엔 접시와 젓가락, 요리가 엉망진창으로 널려 있고, 기상궁과 녹주는 벌써 쫓겨 났으며 똑똑한 희상궁은 혼자 먼저 숨어서 해장국을 끓이고 있다.다바오조차 첫 접시가 바닥에 떨어지는 전에 폭풍우에서 도망쳤다.계화황주 한잔, 우문호는 하늘을 두고 맹세한다. 진짜 딱 한잔이다.우문호는 천천히 일어나 뒤로 물러섰다.원경릉은 어장을 들고 탁자를 탕탕 두드리며, 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너 한번 해볼래?”우문호는 원경릉에게 살인 충동을 느꼈다.우문호가 태어나서 가장 싫어하는 게 다른 사람에게 위협당하는 것이다.원경릉은 전신이 가려워서 미치겠다. 처음 술을 마셨을 땐 그냥 취하기만 했지 알레르기는 없었는데 왜 이번엔 알레르기가 생겼을까?원경릉이 하나 더 떠올린 건 가려움을 도저히 견딜 수 없다는 사실로, 마치 극강의 가려움이 혈액을 타고 흐르는 것 같아 약상자를 열심히 찾아봤으나 알레르기 약을 찾을 수가 없다. 원경릉은 전신의 피부와 껍질을 전부 벗겨내고 싶을 지경이다.이 절체절명의 시점에 우문호가 감히 도망을 가겠다고?원경릉은 어장으로 탁자를 탕탕 두드리며, 쉰 목소리로 고래고래, “너 한번 해볼 거냐고?”“나 등이 너무 가려워, 손이 안 닿아!” 원경릉이 미친듯이 두 발로 탁자를 구르며 두 손을 등뒤로 긁으려고 애를 쓴다.“어의는 어디 있느냐?” 우문호가 소리를 질렀으나 하는 수 없이 가서 긁어주었다.원경릉 등은 정말 뜨거워서, 손을 델 것 같고 손가락이 닿으니 마치 불덩이 표면을 만지는 것 같다.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뜨거워도 어떻게 이 정도가 되지?어의가 급히 달려오자 우문호는 원경릉의 옷을 끌어 올리며 화를 낸다, “문 좀 두드릴 수 없어?”어의가 뒤를 돌
같이 밤을 보내게 된 원경릉과 우문호원경릉이 고통을 한 번 받을 때마다 약 상자가 한번씩 업그레이드 되는데, 당연히 약 상자의 업그레이드는 그녀의 대뇌 개발과 관련이 있다.이것은 엄청난 발견으로 적어도 대뇌 혹은 약 상자 업그레이드를 통해 그녀가 마음속으로 원하는 것을 약 상자안에 있도록 완전히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말이다.우선 이 문제는 차치하고, 스트랩토 마이신이 있으므로 보름간 주사가 가능하니 병세가 안정되는 게 먼저다.원경릉은 약 상자 안의 물건을 정리하며 프록토세딜 연고와 글리세린 관장액은 잘 쓰지 않으니 제일 밑에 구석에 넣어뒀다.침대로 돌아와보니 우문호가 죽은 듯이 자고 있다.우문호는 별로 안 마셨을 텐데? 왜 이렇게 취했지?우문호의 얼굴에 오른쪽에 세줄 왼쪽에 세줄 씩 난 손톱자국을 보고, 원경릉은 미안한 마음과 함께 이거 큰일났네, 내일 관아에 어떻게 출근하지?원경릉은 졸려서 하품을 하고 우문호의 몸을 넘어 안쪽으로 들어가 누웠다.기어서 타고 넘느라 자던 사람을 깨웠다.우문호는 한참 달게 자고 있는데 갑자기 깨운 데다, 머리가 좀 맑아지자 어젯밤 일이 떠올라 씩씩거리며, “너 이 밤중에 안 자고 왜 부스럭거려?” “방금까진 잠이 안 왔는데 지금 졸려.” 원경릉이 또 하품을 하며, “잘게.”원경릉이 옆으로 누워 골골 잠든 것을 보니 우문호는 복수심이 생겼다. 원경릉은 졸린데 우문호는 깨어있다.“원경릉, 나 갑자기 가슴이 아파.”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우문호가 고통으로 가슴을 움켜쥔 것을 보고 그의 얼굴색을 보니 과연 순식간에 창백해 져서 마음이 급한 나머지 엎드려 심장 뛰는 소리를 들었다.“왜 그러지, 어째서 갑자기 아픈 걸까?” 원경릉이 심장 뛰는 소리를 잠시 듣고 일어나 청진기를 가져와 우문호 가슴에 올려놓았다.얼굴이 가슴에 닿아 있던 그 순간 우문호는 온 몸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심장이 제 멋대로 뛰었다.심장이 빨리 뛰는데 어찌나 쿵쿵 빨리 뛰는지 1분에 적어도 120회는 뛰는 거 같다.“왼쪽 손 아파? 등은
잠자리 시중을 드는 여인과 할퀸 자국우문호는 몸을 옆으로 돌려 원경릉을 등지고 화난 걸 감추며, “셋에서 다섯쯤.”원경릉은 깜짝 놀랐다. 하나 둘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셋에서 다섯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현대인으로 사실 남자가 잠자리 시중을 드는 여자를 두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데, 자손을 왜 번창하게 하려는 지도 솔직히 납득이 안된다.원경릉도 우문호에게 등을 돌렸다. 마음 속에 화가 난건 그 여자들을 생각해서다.녹주를 예로 들면, 여자는 다 잠자리 시중을 들고 싶지 않다. 어떤 사람이 남자의 출산 도구가 되고 싶겠는가? 하지만 강력한 권력 앞에 그녀들은 굴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회적 지위가 낮기 때문이다.그런 가엾은 여자들이 이렇게 우문호 같은 나쁜 놈에게 유린당해야 하는가?그러나 지금 그녀들을 초왕부에서 내보내면 이 봉건사회에서 그들이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할 수 있을까?원경릉은 화가 났고, 우문호도 화가 났다.원경릉의 말이 무슨 뜻이지? 우문호를 어떤 사람으로 본 거야? 잠자리 시중이라니, 우문호는 후궁이나 첩조차 두지 않고 정비 하나만 뒀는데, 원경릉 이 여자 역시 밉상이라 상종하고 싶지 않다.두 사람은 씩씩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동안 하늘이 밝아왔다.우문호가 먼저 일어나 나가서 탕양과 몇 마디를 주고 받더니, 탕양에게 관아로 가서 우문호가 오늘 오후에나 관아에 갈 거라고 전하게 했다.원경릉도 일어나 녹주에게 옷 갈아입는 것을 도움 받지 않고, 자기 옷을 집어 병풍 뒤에서 스스로 갈아입었다.기상궁이 우문호의 옷을 가져와 하나씩 벗기고 다시 하나씩 입히고 띠를 매 준다. 원경릉이 화장대 앞에 앉아서 보며 자기도 모르게: “손 다친 거도 아닌데 왜 혼자서 옷을 못 입을까?”이 말은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로, 이런 귀공자님들은 콧대가 높으셔서 밥도 자기 손으로 안 먹고 떠먹여 줬으면 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어젯밤새 부글부글 화가 끓어 올라, 얼른 토해내지 않을 수 없었다.우문호
회왕을 진찰하기 전 회왕부에서분을 바르느냐 손톱자국이 난 채로 나가느냐 중에 우문호는 전자를 택했다.하지만 원경릉을 믿는 게 아니었다.원경릉의 연지분은 질이 안 좋아서 얼굴에 바르니 가루가 떡 칠이 되는 게 꼭 문둥병 환자 같다.결국 어의에게 보여서 물약을 발랐는데, 붉은 기운은 없어졌으나 얼굴이 누리끼리 한 것이 중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인다.그래도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다.대충 아침을 먹고 출발해서 향이 두 개정도 탈 시간이 걸려 마차가 회왕부에 도착했다.상당히 먼 마을 어귀에 마차를 세워 둬야 했는데 정문과 후문에 마차가 가득했기 때문이다.궁중의 마차는 몇 대밖에 없고 노비마마는 어젯밤 도착해 있다.큰 딸인 우문영(宇文英) 공주는 이미 며칠 전에 와 있고, 원경릉과 인사를 나눈 적이 있는 우문령도 와있다.몇 명의 친왕이 돌아가며 왕부에서 밤을 새며 회왕이 밤에 무슨 변고가 생기지 않을까 곁에 사람을 두었다. 그중 기왕부부가 가장 노련해서 노비마마가 오기 전엔 거의 모든 일을 기왕부부가 처리했다.안 살림을 보는 상궁과 총관도 회왕부를 지키다가 어젯밤 교지가 내려 오늘 초왕비가 온 뒤 모든 어의가 철수하는데, 노비마마는 어의에게 우선 며칠치의 약을 처방한 후 가도록 했다. 원경릉은 회왕부에 처음 오는 것으로 어서방도 긴장했다.명원제는 구사에게 사람을 데려가 초왕비를 지키고, 원경릉이 두 왕부 사이를 오갈 때 절대적인 안전을 확보할 것을 명령했다.구사는 일의 중차대함을 알고 무공이 뛰어난 시위 두 명과 함께 궁을 나섰다.원경릉이 회왕부에 도착했을 때, 구사도 막 사람을 데리고 와서 황제의 뜻을 알리고 함께 들어왔다.회왕의 병은 전염성이 있어, 그가 묶고 있는 방은 보통 사람이 드나들 수 없다. 병문안을 오더라도 잠시만 있고, 손으로 코와 입을 막고 나가자마자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그리고 안에서 시중을 드는 사람은 회왕 측근의 시동 뿐이다.하지만 요 며칠 기왕비도 들어가서 돌보기로 몸소 모범이 되었기에, 큰 형수가 어질다는 소
회왕과 마스크 사건원경릉이 정색하며 말했다: “회왕의 병세는 전염성이 있어 들어가는 사람은 모두 입을 가려야 합니다. 제가 회왕 전하께 설명 드려 이로 인해 회왕께서 심리적인 부담을 가지지 않으시도록 하겠습니다.”“입 다물어!” 노비는 화가 나서 무슨 말을 하는지도 깨닫지 못하고 본디 원경릉을 감시하러 출궁했거늘, 원경릉은 아직 치료도 하기 전에 이런 계책을 벌이다니. 기왕비는 미소를 지으며: “괜찮아요, 좀 주의하면 될 것을, 제가 며칠 들어갔지만 그 뭐죠?....마스크? 안 했어요. 여섯째가 병이 중해서 생각이 많은데 여섯째가 괴롭지 않도록 우리가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기왕비는 마스크를 다시 원경릉에게 주고 안으로 들어갔다.이로써 자기는 조금도 포기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원경릉이 낮은 목소리로: “거기 서요!”기왕이 차갑게: “어디서 위세를 부립니까?”원경릉이 군중을 둘러보며, “아바마마께서 저를 회왕께 보내 치료하라 하신 것은 병세에 관한 일체에 대해 모두 제 말을 들으라 하신 것으로, 폐병은 전염성이 강해서 침으로도 감염이 됩니다. 마스크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조치로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이 방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원경릉은 고개를 돌려 구사에게 단호하게 명령하길, “구대인, 문을 지켜주십시오, 누가 들어오려 거든 반드시 마스크를 하게 하시고, 하지 않으면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들여보내면 안됩니다. 노비마마를 포함해서요.”“예!” 구사가 명을 받들었다. 황제 폐하께서 확실히 모든 것을 초왕비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셨으니 할 수 없다.하지만 구사 생각에 초왕비가 오늘 상당히 대담해 보여 걱정스럽게 초왕을 보니 초왕의 얼굴은 의외로 평온하다. 늘 그래 왔다는 듯 나서서 초왕비를 위해 변명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노비는 크게 화가 나서, “네가 감히 나까지 막아? 구사, 당장 비키지 못할까!”노비는 곧바로 기왕비의 손을 끌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원경릉이 소매 속의 어장을 꺼내 한 칸 한 칸 길이를 늘이더니 기왕비
량주는 금나라의 수도가 된 이후 지난 2년간 크게 발전했다. 또한,금나라와 북당이 우호적인 교류를 시작하면서, 북당 변방 도성의 백성들도 장사를 위해 많이 찾아왔다.이전에 택란도 자신의 목숨을 바치기 위해 금나라에 왔었다. 하지만 그때의 량주는 지금처럼 북당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택란은 객사에 머문 뒤 주 아가씨와 냉명여를 데리고 거리로 나가 량주의 풍습과 문화를 살폈다.여기도 어쨌든 금나라의 수도 아닌가!진국왕은 물러나기 전까지 나라를 잘 다스렸고, 특히 발전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야망이 지나친 탓에 늘 약도성을 되찾겠다고 욕심을 부렸다.그리고 동시에 북막을 두려워하기도 했다.경천이 즉위한 후, 광산 자원 개발 외에도, 그는 농경지와 산지를 개간하려고 노력했다. 금나라의 서북부에는 농사에 적합한 땅이 있었지만, 사람이 드물었다. 그래서 그는 북당의 다른 도성을 본받아 사람들을 개간지로 보내고 그들에게 이익을 나누어주었다.나라가 상승세일 때, 그 분위기는 눈에 띄기 마련이다. 백성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숨길 수 없는 법이었다.택란은 경천이 황제로서 매우 적합하다고 느꼈기에, 그가 이끄는 금나라는 분명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 생각했다. 발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기에,그가 광산을 함께 개발하자는 제안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았다.택란은 이내 자신감을 얻었다. 궁에 들어가 알현하는 것을 서두르지 않고, 량주 백성들이 북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과거, 약도성과 량주의 관계는 다소 안 좋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나라가 약도성에 사람을 침투시켜 많은 폭동을 일으켰기에, 약도성 백성들도 그들을 매우 싫어했다.그렇기에 지난 2년간의 교류를 통해, 택란은 그들의 원한이 천천히 사라지기만을 바란 것이었다.이제 북당 쪽은 문제가 없으니, 량주 백성들의 생각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에, 택란은 물건을 사면서 점포 주인과 상인들에게 북당 약도성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곤 했다.그 중, 다
원경릉은 뒤에서 계산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대화를 듣고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러고는 사식이가 정말 좋은 남자를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서일이 비록 평범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의 마음과 눈에는 오직 사식이만 있었다.그야말로 진실한 남편이다.물건을 산 뒤, 서일은 계속 계산기를 두드리며, 여기서 쓴 금액을 북당으로 돌아가 황후에게 얼마만큼의 금으로 바꿔 드려야 할지 열심히 계산했다.계산을 마친 후, 지갑형편이 다소 여유롭다고 느껴지자, 그는 귀걸이와 금팔찌까지 더 구매했다. 이곳의 디자인은 북당보다 훨씬 아름다웠다.한편, 금나라에서는 완안경천이 혼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이웃 나라 사신들도 연이어 축하해주기 위해 도착했다.택란은 냉명여와 주 아가씨를 데리고 량주로 갔는데, 그들이 량주성에 도착하자마자, 누군가가 경천 황제에게 보고했다."폐하, 초상화 속의 아가씨가 이미 도착하여 객사에 머물고 있습니다. 근처에서 감시 중이며, 가까이 다가가 방해하지는 않았습니다."경천 황제는 어서방에 앉아 이 보고를 들으며 눈매를 약간 올리고는, 온화하고 잘생긴 얼굴에 빛을 발했다. "그녀가 왔구나. 마침내 그녀가 왔다!""폐하, 바로 부를까요?""아니. 사람을 보내 그녀를 계속 감시하도록 하거라. 절대 그녀를 놓쳐서는 안 된다."경천 황제 또한 손끝이 떨릴 정도로 감격했다. 수많은 밤, 그는 초상화를 보며 멍하니 그녀가 살아있기를 바라고 또 바랬기 때문이다.그 초상화는 그가 직접 그린 것이었다. 원래 그는 서화에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화가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화가의 그림이 그녀와 닮지 않아, 직접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었다.그렇게 늘 마음속에 품고 있던 그녀를 자신의 그림으로 완성했다.그는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사람을 보내 북당에서 한 부녀를 데려왔다. 그 중 딸이 자신이 란이의 언니라고 주장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택란과 닮은 점이 조금도 없었다. 심지어 분위기도 전혀 닮지 않았다.친자매가 어찌 조금도 비슷한 부분이 없다는
원경릉은 병실로 돌아간 뒤, 서일을 따로 불러내서 물었다.당시에는 상황이 급박했던 탓에 서일이 어떻게 그 약을 가져왔는지, 약상자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해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두 번째 약은 어디서 꺼낸 것이냐?"원경릉이 약상자를 열며 묻자, 서일이 약상자 두 번째 칸을 가리켰다."이쪽이였습니다. 그 당시 약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삿바늘에 뚜껑도 씌워져 있었습니다."원경릉은 약을 세 번째 칸에 넣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세 번째 칸은 자동으로 수축하는 구조여서, 사용하지 않는 약을 넣고 약상자를 닫는 순간 아래로 내려가게 되어 있었다.반면 두 번째 칸은 평소 사용하는 약으로 꽉 차 있어, 추가로 주사를 넣을 공간조차 없었다.게다가 약상자를 10년 넘게 사용해 온 그녀였기에, 약을 어디에 두는지 몸이 기억할 정도로 익숙했다. 그녀가 약을 잘못 넣었을 가능성은 없다는 뜻이다. 설령 잘못 넣었다 하더라도, 약상자는 위험성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기능이 있어, 그 약이 서일 앞에 나타날 리가 없었다.서일은 원경릉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우문호의 병세가 다시 악화한 줄로 착각하며 구석에 쪼그려 앉아 얼굴을 감싸고 울기 시작했다. 그동안 참고 또 참아왔지만, 이제는 도저히 견딜수가 없었다. 그가 울기 시작하자, 원경릉이 깜짝 놀라 물었다."왜 그래? 설마 또 무슨 약이라도 먹인 것이냐?""아닙니다..."서일은 빨개진 눈에 머리도 헝클어진 채로 원경릉을 바라보며 처량하게 말했다."마마, 폐하께서 아직 낫지 않은 것입니까? 혹시 제가 폐하를 죽게 만든 것입니까?"원경릉은 웃음을 터뜨리며, 서일의 반응 속도가 정말로 느리다고 생각했다."그런 소리 하지 말거라. 그런 일 없다. 그저 사실을 알아보는 것뿐이니, 괜히 걱정하지 말거라. 다섯째도 아주 좋아졌다. 단지 조금 더 검사가 필요할 뿐이다."서일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녀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서일은 우문호에게 가서 울며 모든 것을 털어놓았을 것이 뻔했다.
"다섯째가 예전에 물을 다스리는 술법을 아는 사람한테서 편지를 받은 적 있는데, 혹시 그 편지에 얼음 벌레가 묻어 있었던 건 아닐까요? 그 벌레가 다섯째 몸에 숨어있다가, 수영 후 뭔가에 물려서 생긴 미세한 상처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어요.""네, 충분히 가능한 추측이에요!""그리고 요즘 다섯째가 일이 너무 바빠 밤낮없이 일한 탓에 몸 상태도 좋지 않았어요. 면역력이 떨어지고, 폐렴에 비까지 맞아 고열이 났던 데다가, LR까지 잘못 사용했으니..."원경릉은 멈칫하다 약상자를 꺼내고는, 겹겹이 쌓인 약상자 안의 디자인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왜 그래요?"양여혜가 그녀가 멍하니 있는 걸 보고 물었다.원경릉은 폐 치료제를 꺼냈는데, 지금은 쓸 필요가 없는 약이라 다시 약을 넣고 상자를 닫았다. 그리고 다시 열어보니, 그 약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정말 이상하네요. 제 약상자는 제 통제 외에도 자율적으로 작동이 가능해요. 약을 꺼낸 후 사용하지 않거나, 약상자가 스스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경우 맨 아래 칸으로 내려가요. 그리고 상자를 다시 열어서 직접 꺼내야만 나타나죠. 방금 그 약도 그랬는데, 예전에 제가 LR를 실험용 쥐에게 주사하려고 꺼냈다가 서일이 오는 바람에 약을 다시 넣었거든요? 그럼, 그 약은 원래대로라면 맨 아래 칸으로 내려갔어야 해요. 그런데 서일이 다섯째에게 주사할 때, LR를 바로 꺼냈는데, LR이 내려가지 않았어요."양여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약상자는 확실히 프로그램으로 제어되고 위험성이 높은 약은 자동으로 내려가는 방식이니, 쉽게 꺼낼 수 없어요. 그래서 우문호 씨를 데려와, 시위가 약을 주사했다고 했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급한 상황이라 묻지 않았어요. 그런데 원경릉씨 말을 들으니, 더 신기하네요. 약상자가 이렇게 통제가 불가능하게 된 적이 있었나요?""아니요.""그렇다면 위험한 약은 직접 꺼내야 하거나 본인이 자리에 있어야만 보일 수 있는 거네요?"원경릉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밤늦게 연구소에 돌아오자마자 양여혜는 곧바로 원경릉을 사무실로 끌고 들어갔다.“오늘 저도 함께 바닷가에 갔었는데, 우문호 씨의 특별함을 알아차리셨나요?”“혹시… 파도를 통제할 수 있다는 걸 말하는 건가요?”원경릉은 단번에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챘다.“맞아요. 오늘 바람이 그렇게 세지 않아서 큰 파도가 일어날 리가 없어요. 게다가 파도가 일던 순간, 주변에 지나가는 배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그 파도는 갑자기 생겨난 거예요!”원경릉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혹시 물을 다스리는 술법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원경릉은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들어본 적 있어요.”하지만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이 힘은 유전자의 돌연변이에서 비롯된 겁니다. 이 능력은 물에 굉장히 민감해요. 마치 약이 병에 민감한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이 능력은 물과 독특한 자기장이 형성돼서, 이 힘을 쓸 때 공기가 진동하면서 물이 그 힘을 따라 움직이게 돼요. 우리 연구소에서도 한 전문가가 이것에 대해 연구한 적 있어요. 결과가 나왔는데, 한번 볼래요?”“좋아요, 보여주세요!”양여혜가 즉시 컴퓨터에서 관련 문서를 열어 보여주자, 원경릉은 자리에 앉아 마우스를 잡고 천천히 결론 보고서를 읽어나갔다. 잠시 후, 그녀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했다.“인간이 어떻게 이런 힘을 통제할 수 있는 거죠? 여기엔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네요. 단지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고요.”양여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관찰 사례가 아직 부족하니까요.”원경릉은 그녀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졌다.“그럼, 혹시 제 남편을 연구하려는 건가요?”“LR 연구에 문제가 있으니, 그건 일단 신경 쓰지 말고. 당신 남편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보는 게 어때요?”원경릉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안 된다고 할 수 없겠네요. 제가 항상 그를 지켜보니깐요.”“사실 물을 다스리는 기술을 아는 사람은 몇몇 더 있어요. 도교의 수행자들
우문호는 바다 위를 질주하며 속도와 스릴을 만끽하고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바람이 약해 큰 파도가 일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큰 파도 하나 오거라!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고 싶구나!”반면, 서일은 조금 멀미가 나는 듯해 우문호의 말을 듣고 답답한 듯 말했다.“큰 파도는 오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소신은 무서울 따름입니다.”하지만 서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커다란 파도가 일렁이며 다가왔다! 우문호는 제트스키를 타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신나서 소리쳤다.“가자!”제트스키가 파도를 넘어 멀리 떨어지자, 그가 흥분해하며 크게 외쳤다.“다시 한번! 또 오거라!”이내 또 파도가 일렁이며 다가왔고, 그는 파도를 향해 돌진했다. 제트스키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물에 떨어지자 우문호는 짜릿함을 만끽한듯 행복해했다.서일은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물에 빠져 죽을 것만 같은 느낌에 그는 몸을 덜덜 떨며 말했다.“폐하, 이제 돌아가시지요. 정말 겁이 나서 죽을 것 같습니다!”“겁쟁이 같으니라고!”우문호는 여전히 즐거운 표정으로 외쳤다.“조금만 더! 이번엔 연달아 파도가 오면 좋겠구나. 그래야 진짜 재밌다!”역시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다에서 연달아 거대한 파도가 밀려왔다. 우문호는 기쁨에 겨워 서일에게 말했다.“봐라, 온다, 온다! 단단히 잡아라. 물에 빠지면 널 구하지 않을 거다.”서일은 파도가 연달아 밀려오는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우문호를 꽉 끌어안으며 아미타불만 중얼거렸다. 자신이 잘못이 있다고 하여도 바다를 제일 싫어하기에, 바다에 빠져 죽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다.해변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원경릉은 파도가 하나둘씩 우문호에게 몰려가는 것을 보고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아까까지만 해도 잔잔했는데, 왜 갑자기 파도가 치는 것이지?바람도 강하지 않은데 말이다.그녀는 걱정되는 마음에 우문호를 향해 소리쳤다.“그만 놀고 어서 돌아오시오!”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파도 소리에
양여혜는 급히 전문가 팀을 호출하고, 이전에 LR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사람들도 함께 불러 모았다.하지만 현재 데이터로는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고, 우문호가 계속해서 검사받아야 한다는 결론만 나왔다.그래서 원경릉은 우문호에게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확실히 확인하자며, 이곳에 며칠 더 머물도록 설득했다. 우문호가 바로 동의하긴 했지만, 원경릉과 함께 밖에 나가 놀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도 어쩌다 이곳으로 왔으니,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어하는게 당연했다. 그리고 그는 적어도 부모님과 휘종제를 뵈러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원경릉은 연구소를 떠나면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했지만, 우문호가 그리 협조적이지 않자, 결국 양여혜와 상의해 하루만 외출하고 돌아와 검사를 계속 받기로 했다.양여혜가 말했다."그럼 가세요. 제가 멀리서 따라가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게요""수고 많으세요."원경릉이 답했다."어쩔 수 없죠. 그의 안전을 확실히 해야 하니까요."양여혜가 말했다.그녀는 잠시 멈칫하다, 원경릉을 위로했다."상태도 좋아 보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네, 괜찮을 거예요."원경릉도 최대한 낙관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양여혜는 그들에게 차를 준비해 준 후, 집에 있는 부모님을 잠시 들러서 보게 했다.원경릉의 부모님은 이미 퇴직했지만, 다시 병원으로 불려 가, 주 3일 진료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만큼 바쁘지는 않았다.그들은 내년 계약이 끝난 후, 세계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다. 그리고 손자를 보기 위해 딸이 있는 곳으로 가서 한동안 지낼 생각이었다.사위와 딸이 돌아오자, 그들은 아주 기뻐하며 식사를 준비했다. 원경릉과 우문호가 바쁜 일정 속에서 시간을 낸 거라, 반나절만 들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들은 마음이 아팠다."앞으로는 바빠도 이렇게 급히 돌아오지는 말거라. 식사도 편히 못 하고, 차라리 집에서 푹 쉬어. 우리가 후년에 찾아가마."우문호는 이미 그들을 자기 부모처럼 여겼고, 그들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느끼며 답했다."비록
원경릉은 결국 그를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이틀만 더 있지요. 혈액 검사를 한 번 더 해야 하고, 골수를 뽑아 상처도 아프지 않소?"“이미 다 나았네. 만져도 아무 느낌이 없소!”우문호는 당당하게 셔츠를 걷어 올려 상처를 보여줬다. 상처 위에는 아직 의료용 밴드가 붙어 있었기에, 원경릉은 될수록 물에 닿지 않게 그의 몸을 조심히 닦아주었다.“상처에 약을 발라야 하오.”원경릉이 말했다.그렇게 손을 뻗어 밴드를 찢었는데, 순간 화들짝 놀랐다. 상처가 거의 회복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제 밴드 갈 때는 약간의 피가 고여 있었는데, 이렇게나 빨리 나았다니…?“이렇게나 빨리 나았습니까?”서일도 다가가서 살펴보며 매우 놀라워했다.우문호는 골수를 뽑고 나서, 상처가 아프다고 했는데, 서일은 그의 몸에 작은 구멍이 생긴 것을 보고 무서워했기 때문이다. “그래. 많이 나았다. 이번에 앓고 나니, 오히려 예전보다 정신이 더 맑아 졌다. 서일아, 내 머리 옆에 있던 흰머리도 사라지지 않았느냐?”우문호는 머리를 숙여서 서일이 볼 수 있게 했다.서일은 그의 머리카락을 자세히 살펴본 후, 그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흰머리뿐만 아니라, 눈가 주름도 없어졌습니다. 참 이상합니다. 폐하, 어찌 더 젊어진 것 같습니다. 아닙니까, 마마?”서일의 말을 들은 원경릉은 깜짝 놀라, 우문호를 자세히 살폈다. 그의 피부는 훨씬 더 맑아 졌다. 하지만 병을 앓고 나서 햇빛을 거의 보지 않아서 더욱 그런 것 같았다. 흰머리는 사실 뽑으면 그만이었다. 눈가 주름은 확실히 없어졌고, 피부의 탄력도 예전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예전에는 그가 30대 중반이었다고 느껴졌지만, 지금은 처음 그를 만났을 때처럼, 맑은 눈빛과 깔끔한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잘생긴 미남이었다.우문호는 거울을 보곤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그는 급히 원경릉을 끌어당겨 조용히 물었다.“혹시 휘종제처럼 그런 것을 한 것이오? 리프팅?”“무슨 소리요?”원경릉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웃음도 섞인 말을 했다.“어찌
다음 날 아침, 우문호는 골수 검사를 마친 후, 전신 검사를 진행했다.검사팀은 야근까지 하며 최대한 결과를 빨리 얻으려 노력했다.그동안 원경릉은 우문호가 걱정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우문호는 어차피 건강을 회복했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검사가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서일과 함께 겨룰 수 있을 정도로 몸을 회복했기에 더 이상 문제가 없다고 믿어 마음을 놓고 서일과 함께 패드로 드라마를 시청했다.결과가 나오자마자, 양여혜는 바로 원경릉을 불렀다.“골수의 유전자 검사 결과… 돌연변이가 발견됐어요. 외부 자극이 아닌, 자가 자연 돌연변이에요. 또한, 발가락에 있는 그 덩어리, 조직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일종의 얼음 벌레와 비슷한 형태였어요. 이 얼음 벌레는 과거 사람 몸에서 발견된 적도 있어요.”“얼음 벌레? 그게 뭐죠?”원경릉은 조금 혼란스러웠다.“하지만 이전엔… 그 덩어리에서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나요?”“처음엔 발견되지 않았죠. 하지만 주진 씨가 조직을 채취해 검사를 해보니, 그 얼음 벌레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어요. 생명력이 굉장히 강하고 벌레라고는 하지만 사실 세균이죠. 이 얼음 벌레가 어떻게 번식하는지, 혹은 이 얼음 벌레가 그의 혈액 생성 기능에 영향을 주어 혈소판 수치를 낮추었는지는 아직 모르고,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해요. 그래서 우리는 이 얼음 벌레 세균을 배양해서 더 나은 발견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어요. 그 후에가 되서야 어떻게 억제하는지, 죽일 수 있을지 알게 될 거예요.”“이 얼음 벌레는 얼음 속에서 사는 건가요? 하지만 그가 물린 곳은 호수였잖아요.”“아니요, 이 얼음 벌레는 처음 발견된 곳은 얼음 속이었지만, 여러 곳에서 살거나 휴면 상태로 있을 수 있어요. 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기회를 엿보죠. 예를 들어 손으로 얼음 벌레를 만지거나, 작은 상처로 침투할 수 있죠. 하지만 이 얼음 벌레에 대한 많은 정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어요. 우리는 이 분야의 전문가와 이미 연락을 취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