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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8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땀 난다!” 태상황이 소리쳤다.

원경릉은 재빨리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았다. “좀 쉬세요. 물도 드시고요.”

“거의 다 됐다. 여기에 용 무늬를 새기고 안쪽에 단추만 달면 된다.”태상황은 원경릉을 힐끗 보았다.

“혜정후의 일은 말이다. 네가 일단 너의 신분에 상관없이 위험을 무릅쓰기로 결단했다면, 남장 여자로 분장하지 말고, 그냥 왕비의 신분으로 그의 주의를 끌었어야 했다.”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혜정후는 제가 초왕비인 것을 알았습니다.” 원경릉이 대답했다.

“그가 처음엔 모르는 척 하지 않았느냐, 잘 생각해보거라 이번에 혜정후는 네가 초왕비라는 것을 알았지만, 주변 사람은 아무도 모르지 않았느냐? 그럼 네가 그의 손에 죽는다고 해도 아무도 네가 초왕비라는 것을 모른단 말이다. 그냥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거야! 하지만, 네가 신분을 밝히고 그와 만났더라면 주변에 보는 눈이 있으니 소문이 날 것이야. 그러다 네가 죽게된다면 모두 혜정후를 의심할 것이고, 증거가 나오지 않더라도 덮어씌울 명분이 생긴단 말이다.”

태상황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 말문이 턱 막혔다. 이 늙은이 아주 여우구만…….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최악의 결과를 먼저 생각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 두어야 한다. 너를 죽인 상대방이 다리를 쭉펴고 잠을 잘 수 없게 말이다.”

“태상황님의 말씀을 듣고 많이 배웠습니다.”

만약 다바오와 다른 개들이 그녀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태상황이 말한대로 그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혜정후는 발 쭉 뻗고 잠을 잤을 것이다.

“왕비님. 태상황님께서 이런 말씀을 자주 하지 않으시니 반드시 마음에 새겨두세요.” 상선이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원경릉은 무의식적으로 태상황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태상황이 내가 유일하게 빌 수 있는 언덕이구나.’

“이제 나가보거라. 과인의 일을 방해하지 말고.” 태상황에 그녀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밀며 “아 참! 내일 회왕부에 가지 않느냐? 빨리 돌아가서 준비하거라.”

“어쩜 그렇게 소식이 빠르십니까?” 원경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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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원제가 목여 태감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넌 평생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소인이 어리석습니다. 황제께서 가르침을 주십시오.” 목여 태감이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말했다.명원제는 태감의 말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이 늙은 태감에게 여인에 대한 얘기를 하자니 입만 아플 뿐이다.그 시각 초왕부.우문호가 후부에 돌아오자 시녀가 그에게 구사가 원경릉을 데리고 궁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했다. 듣자하니 회왕과 관련된 일로 부름이 있어 갔다고 하는데, 이 말을 들은 우문호는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우문호가 입궁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하던 참에 원경릉이 초왕부로 복귀했다.원경릉은 우문호를 보고 “부황께서 나보고 회왕을 치료하라고 하라고 했어.”라고 말했다.“할 수 있겠어?” 우문호가 물었다.“아니.”“자신 없으면 가지말거라.”원경릉을 자리에 앉아 물 한모금을 마셨다.“안갈 수 없어. 너도 네 아버지의 성격을 모르지 않잖아. 내가 명령을 어긴다면 내 모가지를 날려버릴걸?”“그렇게까지 하겠느냐?”“하긴…… 그렇게까지는 아니겠지.” 근심에 찬 우문호의 얼굴을 본 원경릉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너무 걱정마. 내가 병을 고치지는 못했도, 황제께서 나를 죽이진 않을거야. 기껏해봐야 곤장이나 맞겠지.”“본왕은 너를 걱정하는게 아니라, 네가 회왕을 고통스럽게 할까 걱정하는 것이다. 네가 회왕의 병을 고칠 자신이 있다면 내가 기쁜 마음으로 회왕부로 보내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안가느니만 못하다.”“말이라도 예쁘게 하면 어디 덧나나.” 원경릉은 물 잔을 내려두며 우문호를 보았다.“정말 일말의 자신감도 없느냐?”“일단 그의 병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확인을 해봐야 해.”“알겠다. 그럼 본왕이 같이 가주겠다.”원경릉은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어. 왕야는 관아에서 일봐야지, 나는 희상궁이랑 가면 돼.”“내가 함께 가겠다고!” 우문호는 불쾌해하며 방금 원경릉에게 의견을 물은게 아니라 자기가 결정한 것임을 강조했다.원경릉은 자리에서

  • 명의 왕비   제 210화

    철화목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나무일것이다. 나무지만 보통 철재보다 두배가량 더 단단하다.현대에는 철화목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식물로 분류되는데, 이전에 사람들이 철화목을 철재 대신에서 사용하기도 했으며, 값이 아주 비쌌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태상황이 톱으로 나무를 짧게 다듬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 단단한 나무를 조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설마 금강석 칼로 조각을 한건 아니겠지?“태상황님께서 직접 조각을 한 것이니, 아마 철화목은 아닐 것 같습니다!”원경릉이 말했다.희상궁은 그런 원경릉이 귀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철화목은 태상황님만 다룰 수 있는 목재입니다. 목수들도 조각하기 힘들어 합니다.”라고 말했다.“태상황님은 몸이 좋지 않아 걷는 것도 힘드실텐데 어떻게 이런 단단한 나무를 사용해서 만드셨겠습니까?” 원경릉의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희상궁의 말이 맞다면, 태상황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걷는 것이 힘든건 늙고 병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태상황님께서 젊었을 때는 우리 북당에서 무공이 가장 높은 용사셨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노쇠해졌다고 해도 젊었을 때 그 내력(内力)이 어디 가겠습니까.”“정말 내력이라는게 있습니까?”원경릉은 더 궁금해졌다. 무협소설에나 등장하는 내력은 무공이 어느 실력에 도달하면 떨어지는 꽃잎으로도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고 했다.희상궁이 막 설명을 하려고 하는데, 문 어귀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휙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말을 멈추었다.“어유, 왕야 늦게오셨네요.”우문호는 태상황이 하사했다는 물건이 도착했다는 것을 듣고, 궁금함을 이기지 못해 문 앞에서 살짝 구경만 하려다가 희상궁의 눈에 띄어버려 어쩔 수 없이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관심이 없는 척 힐끔 어장을 보았다.“이게 황조부께서 하사한 물품이냐?”“응. 직접 조각하셨어 한번 봐봐.” 원경릉이 손에 든 어장을 내밀었다.우문호는 그녀의 대범함에 당황해 얼떨결에 어장을 받아 들었다. 어장을 면밀히 살펴보니 손에 닿는 감촉이 매우 매끄럽고, 한눈

  • 명의 왕비   제 211화

    원경릉과 우문호의 술자리“나 아무래도 주량을 늘려야겠어, 안 그러면 다음에 난리 난다고. 어쨌든 내일 겨우 회왕부에 가니, 왕야도 같이 가서 좀 마셔줘.” 원경릉이 진심을 다해 가자고 졸랐고,우문호는 그녀가 진심으로 조르는데 못 당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우문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편할 대로, 나도 한 잔 하고 싶으니까.” 결국 핑계 아닌가? 원경릉이 말하면 뭐든 다 들어준다고 생각할 까봐 서둘러 핑계를 댄다.원경릉은 자기가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사람들에게 약점 하나가 들키면 그 약점이 그녀의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기상궁은 솜씨가 좋아서, 항상 각종 맛있는 안주를 척척 만들어 낸다.그러니까 단순하기 그지 없는 재료도 기상궁의 손에 들어가면 신기한 맛으로 거듭나서, 원경릉이 먹고 있으면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손왕 아주버님이 항상 궁중 요리사가 만든 요리가 맛있다는데, 그건 아직 기상궁이 만든 밥을 못 먹어봐서 그런 거야. 일단 한 번 먹었다 하면 손왕 아주버님은 아예 보따리를 싸서 여기 눌러 앉을 걸.”우문호가 원경릉을 보고, “너 꼭 둘째 형이랑 엄청 친한 거 같다.”원경릉이 우문호에게 술을 따라주고 자기 잔도 가득 채우는데, 이 작은 잔은 한 입에 탁 털어 넣을 만한 크기로 술 색이 맑고 향이 코를 찌른다.원경릉이 심호흡을 한 번에 벌써 30%는 취했는지 방긋 웃으며, “맞아, 사람 괜찮더라, 좀 식탐이 있어서 그렇지.”“좀?” 우문호가 콧방귀를 뀌었다.원경릉은 손왕의 둥실둥실한 몸과 오동통한 손가락을 떠올리고 웃음을 참을 수 없어, “확실히 조금은 아니네, 특별히 식탐이 있으시지. 그런데 걸핏하면 살 뺀다는 말을 입에 달고 말이야.”“만약 살 빼라고 난리를 치지 않으면, 형은 더 미친듯이 먹을 걸.”“살 빼라고 야단법석을 떠는구나. 어쩐지 안 드시더라.”우문호는 원경릉이 둘째형 얘기를 자꾸 꺼내니 조금 기분이 좋지 않아서, “형이 먹던 말던, 네가 뭐 그렇게 신경 쓰는데? 신경 쓰

  • 명의 왕비   제 212화

    원경릉의 술 알레르기와 약상자의 비밀반 시진 후 우문호는 탁자 위에 앉은 수치를 모르는 이 여인을 원망스럽게 바라봤다.옷은 반쯤 벗겨졌고, 두 손은 목과 쇄골을 더듬으며…… 있는 힘껏 긁고 있다.얼굴, 쇄골, 목에 빨긋빨긋 돋아나더니 이젠 붉은 뾰루지처럼 됐다.바닥엔 접시와 젓가락, 요리가 엉망진창으로 널려 있고, 기상궁과 녹주는 벌써 쫓겨 났으며 똑똑한 희상궁은 혼자 먼저 숨어서 해장국을 끓이고 있다.다바오조차 첫 접시가 바닥에 떨어지는 전에 폭풍우에서 도망쳤다.계화황주 한잔, 우문호는 하늘을 두고 맹세한다. 진짜 딱 한잔이다.우문호는 천천히 일어나 뒤로 물러섰다.원경릉은 어장을 들고 탁자를 탕탕 두드리며, 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너 한번 해볼래?”우문호는 원경릉에게 살인 충동을 느꼈다.우문호가 태어나서 가장 싫어하는 게 다른 사람에게 위협당하는 것이다.원경릉은 전신이 가려워서 미치겠다. 처음 술을 마셨을 땐 그냥 취하기만 했지 알레르기는 없었는데 왜 이번엔 알레르기가 생겼을까?원경릉이 하나 더 떠올린 건 가려움을 도저히 견딜 수 없다는 사실로, 마치 극강의 가려움이 혈액을 타고 흐르는 것 같아 약상자를 열심히 찾아봤으나 알레르기 약을 찾을 수가 없다. 원경릉은 전신의 피부와 껍질을 전부 벗겨내고 싶을 지경이다.이 절체절명의 시점에 우문호가 감히 도망을 가겠다고?원경릉은 어장으로 탁자를 탕탕 두드리며, 쉰 목소리로 고래고래, “너 한번 해볼 거냐고?”“나 등이 너무 가려워, 손이 안 닿아!” 원경릉이 미친듯이 두 발로 탁자를 구르며 두 손을 등뒤로 긁으려고 애를 쓴다.“어의는 어디 있느냐?” 우문호가 소리를 질렀으나 하는 수 없이 가서 긁어주었다.원경릉 등은 정말 뜨거워서, 손을 델 것 같고 손가락이 닿으니 마치 불덩이 표면을 만지는 것 같다.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뜨거워도 어떻게 이 정도가 되지?어의가 급히 달려오자 우문호는 원경릉의 옷을 끌어 올리며 화를 낸다, “문 좀 두드릴 수 없어?”어의가 뒤를 돌

  • 명의 왕비   제 213화

    같이 밤을 보내게 된 원경릉과 우문호원경릉이 고통을 한 번 받을 때마다 약 상자가 한번씩 업그레이드 되는데, 당연히 약 상자의 업그레이드는 그녀의 대뇌 개발과 관련이 있다.이것은 엄청난 발견으로 적어도 대뇌 혹은 약 상자 업그레이드를 통해 그녀가 마음속으로 원하는 것을 약 상자안에 있도록 완전히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말이다.우선 이 문제는 차치하고, 스트랩토 마이신이 있으므로 보름간 주사가 가능하니 병세가 안정되는 게 먼저다.원경릉은 약 상자 안의 물건을 정리하며 프록토세딜 연고와 글리세린 관장액은 잘 쓰지 않으니 제일 밑에 구석에 넣어뒀다.침대로 돌아와보니 우문호가 죽은 듯이 자고 있다.우문호는 별로 안 마셨을 텐데? 왜 이렇게 취했지?우문호의 얼굴에 오른쪽에 세줄 왼쪽에 세줄 씩 난 손톱자국을 보고, 원경릉은 미안한 마음과 함께 이거 큰일났네, 내일 관아에 어떻게 출근하지?원경릉은 졸려서 하품을 하고 우문호의 몸을 넘어 안쪽으로 들어가 누웠다.기어서 타고 넘느라 자던 사람을 깨웠다.우문호는 한참 달게 자고 있는데 갑자기 깨운 데다, 머리가 좀 맑아지자 어젯밤 일이 떠올라 씩씩거리며, “너 이 밤중에 안 자고 왜 부스럭거려?” “방금까진 잠이 안 왔는데 지금 졸려.” 원경릉이 또 하품을 하며, “잘게.”원경릉이 옆으로 누워 골골 잠든 것을 보니 우문호는 복수심이 생겼다. 원경릉은 졸린데 우문호는 깨어있다.“원경릉, 나 갑자기 가슴이 아파.”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우문호가 고통으로 가슴을 움켜쥔 것을 보고 그의 얼굴색을 보니 과연 순식간에 창백해 져서 마음이 급한 나머지 엎드려 심장 뛰는 소리를 들었다.“왜 그러지, 어째서 갑자기 아픈 걸까?” 원경릉이 심장 뛰는 소리를 잠시 듣고 일어나 청진기를 가져와 우문호 가슴에 올려놓았다.얼굴이 가슴에 닿아 있던 그 순간 우문호는 온 몸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심장이 제 멋대로 뛰었다.심장이 빨리 뛰는데 어찌나 쿵쿵 빨리 뛰는지 1분에 적어도 120회는 뛰는 거 같다.“왼쪽 손 아파? 등은

  • 명의 왕비   제 214화

    잠자리 시중을 드는 여인과 할퀸 자국우문호는 몸을 옆으로 돌려 원경릉을 등지고 화난 걸 감추며, “셋에서 다섯쯤.”원경릉은 깜짝 놀랐다. 하나 둘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셋에서 다섯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현대인으로 사실 남자가 잠자리 시중을 드는 여자를 두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데, 자손을 왜 번창하게 하려는 지도 솔직히 납득이 안된다.원경릉도 우문호에게 등을 돌렸다. 마음 속에 화가 난건 그 여자들을 생각해서다.녹주를 예로 들면, 여자는 다 잠자리 시중을 들고 싶지 않다. 어떤 사람이 남자의 출산 도구가 되고 싶겠는가? 하지만 강력한 권력 앞에 그녀들은 굴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회적 지위가 낮기 때문이다.그런 가엾은 여자들이 이렇게 우문호 같은 나쁜 놈에게 유린당해야 하는가?그러나 지금 그녀들을 초왕부에서 내보내면 이 봉건사회에서 그들이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할 수 있을까?원경릉은 화가 났고, 우문호도 화가 났다.원경릉의 말이 무슨 뜻이지? 우문호를 어떤 사람으로 본 거야? 잠자리 시중이라니, 우문호는 후궁이나 첩조차 두지 않고 정비 하나만 뒀는데, 원경릉 이 여자 역시 밉상이라 상종하고 싶지 않다.두 사람은 씩씩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동안 하늘이 밝아왔다.우문호가 먼저 일어나 나가서 탕양과 몇 마디를 주고 받더니, 탕양에게 관아로 가서 우문호가 오늘 오후에나 관아에 갈 거라고 전하게 했다.원경릉도 일어나 녹주에게 옷 갈아입는 것을 도움 받지 않고, 자기 옷을 집어 병풍 뒤에서 스스로 갈아입었다.기상궁이 우문호의 옷을 가져와 하나씩 벗기고 다시 하나씩 입히고 띠를 매 준다. 원경릉이 화장대 앞에 앉아서 보며 자기도 모르게: “손 다친 거도 아닌데 왜 혼자서 옷을 못 입을까?”이 말은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로, 이런 귀공자님들은 콧대가 높으셔서 밥도 자기 손으로 안 먹고 떠먹여 줬으면 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어젯밤새 부글부글 화가 끓어 올라, 얼른 토해내지 않을 수 없었다.우문호

  • 명의 왕비   제 215화

    회왕을 진찰하기 전 회왕부에서분을 바르느냐 손톱자국이 난 채로 나가느냐 중에 우문호는 전자를 택했다.하지만 원경릉을 믿는 게 아니었다.원경릉의 연지분은 질이 안 좋아서 얼굴에 바르니 가루가 떡 칠이 되는 게 꼭 문둥병 환자 같다.결국 어의에게 보여서 물약을 발랐는데, 붉은 기운은 없어졌으나 얼굴이 누리끼리 한 것이 중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인다.그래도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다.대충 아침을 먹고 출발해서 향이 두 개정도 탈 시간이 걸려 마차가 회왕부에 도착했다.상당히 먼 마을 어귀에 마차를 세워 둬야 했는데 정문과 후문에 마차가 가득했기 때문이다.궁중의 마차는 몇 대밖에 없고 노비마마는 어젯밤 도착해 있다.큰 딸인 우문영(宇文英) 공주는 이미 며칠 전에 와 있고, 원경릉과 인사를 나눈 적이 있는 우문령도 와있다.몇 명의 친왕이 돌아가며 왕부에서 밤을 새며 회왕이 밤에 무슨 변고가 생기지 않을까 곁에 사람을 두었다. 그중 기왕부부가 가장 노련해서 노비마마가 오기 전엔 거의 모든 일을 기왕부부가 처리했다.안 살림을 보는 상궁과 총관도 회왕부를 지키다가 어젯밤 교지가 내려 오늘 초왕비가 온 뒤 모든 어의가 철수하는데, 노비마마는 어의에게 우선 며칠치의 약을 처방한 후 가도록 했다. 원경릉은 회왕부에 처음 오는 것으로 어서방도 긴장했다.명원제는 구사에게 사람을 데려가 초왕비를 지키고, 원경릉이 두 왕부 사이를 오갈 때 절대적인 안전을 확보할 것을 명령했다.구사는 일의 중차대함을 알고 무공이 뛰어난 시위 두 명과 함께 궁을 나섰다.원경릉이 회왕부에 도착했을 때, 구사도 막 사람을 데리고 와서 황제의 뜻을 알리고 함께 들어왔다.회왕의 병은 전염성이 있어, 그가 묶고 있는 방은 보통 사람이 드나들 수 없다. 병문안을 오더라도 잠시만 있고, 손으로 코와 입을 막고 나가자마자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그리고 안에서 시중을 드는 사람은 회왕 측근의 시동 뿐이다.하지만 요 며칠 기왕비도 들어가서 돌보기로 몸소 모범이 되었기에, 큰 형수가 어질다는 소

  • 명의 왕비   제 216화

    회왕과 마스크 사건원경릉이 정색하며 말했다: “회왕의 병세는 전염성이 있어 들어가는 사람은 모두 입을 가려야 합니다. 제가 회왕 전하께 설명 드려 이로 인해 회왕께서 심리적인 부담을 가지지 않으시도록 하겠습니다.”“입 다물어!” 노비는 화가 나서 무슨 말을 하는지도 깨닫지 못하고 본디 원경릉을 감시하러 출궁했거늘, 원경릉은 아직 치료도 하기 전에 이런 계책을 벌이다니. 기왕비는 미소를 지으며: “괜찮아요, 좀 주의하면 될 것을, 제가 며칠 들어갔지만 그 뭐죠?....마스크? 안 했어요. 여섯째가 병이 중해서 생각이 많은데 여섯째가 괴롭지 않도록 우리가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기왕비는 마스크를 다시 원경릉에게 주고 안으로 들어갔다.이로써 자기는 조금도 포기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원경릉이 낮은 목소리로: “거기 서요!”기왕이 차갑게: “어디서 위세를 부립니까?”원경릉이 군중을 둘러보며, “아바마마께서 저를 회왕께 보내 치료하라 하신 것은 병세에 관한 일체에 대해 모두 제 말을 들으라 하신 것으로, 폐병은 전염성이 강해서 침으로도 감염이 됩니다. 마스크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조치로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이 방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원경릉은 고개를 돌려 구사에게 단호하게 명령하길, “구대인, 문을 지켜주십시오, 누가 들어오려 거든 반드시 마스크를 하게 하시고, 하지 않으면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들여보내면 안됩니다. 노비마마를 포함해서요.”“예!” 구사가 명을 받들었다. 황제 폐하께서 확실히 모든 것을 초왕비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셨으니 할 수 없다.하지만 구사 생각에 초왕비가 오늘 상당히 대담해 보여 걱정스럽게 초왕을 보니 초왕의 얼굴은 의외로 평온하다. 늘 그래 왔다는 듯 나서서 초왕비를 위해 변명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노비는 크게 화가 나서, “네가 감히 나까지 막아? 구사, 당장 비키지 못할까!”노비는 곧바로 기왕비의 손을 끌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원경릉이 소매 속의 어장을 꺼내 한 칸 한 칸 길이를 늘이더니 기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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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3037화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 명의 왕비   제 3036화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 명의 왕비   제 3035화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 명의 왕비   제 3034화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 명의 왕비   제 3033화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 명의 왕비   제 3032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 명의 왕비   제 3031화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 명의 왕비   제 3030화

    안지여가 퍼뜩 눈을 돌려 이리 나리를 보았다.‘이리봉청이 저자를 아들이라고 불렀다는 건러니까?이리 나리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안 성주와 좀 오래된 원한을 따져야 하는데, 관련되기 싫으신 분은 자리를 피해 주시지요!”그때 한 사람이 검을 짚고 일어나 호통을 쳤다. “넌 도대체 어떤 놈이냐? 무슨 자격으로 자리를 피해라 마라야? 안 성주를 귀찮게 할 생각이면 일단 나부터 통과해 보시지!”그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장검을 뽑아 파죽지세로 이리 나리를 향해 휘둘렀다.이리 나리는 손을 살짝 움직여 손바닥으로 칼자루를 밀자, 검이 날아가며 그 사람의 귀를 베어 한 줄기 피가 공중에 뿌려지더니, 방금까지 기고만장하던 자가 비명을 지르고 귀는 바닥에 떨어졌다.검이 다시 이리 나리 수중으로 정확히 돌아왔다.이 모든 게 3초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회선검?” 검법을 아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현장은,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회선검은 검마의 검법으로, 그렇다는 건 저 사람이 검마의 계승자?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무리에서 검마를 찾았다. 과연 두 손으로 검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차가운 안광이 느껴졌다.과연 진짜 검마구나, 사람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검마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흘끔 보더니 속으로 의아해했다. ‘이 자식, 언제 내 비장의 검법을 배운 거야?’이리 나리의 검 끝에선 아직 선혈이 떨어지는데, 여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말했다. “이 아수라장에 끼고 싶은 거라면, 제가 무례하다고 원망할 생각 마세요.”“무엄하도다!” 안지여가 몹시 놀랐다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치켜뜨며 이리 나리를 노려봤다. “너는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내가 네 아버지다!”이리 나리가 코웃음을 쳤다!안지여의 몇몇 아들이 달려 나와 소리쳤다. “아버지,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안풍 친왕이 젓가락을 던지고 일어나 차갑게 명을 내렸다

  • 명의 왕비   제 3029화

    오늘은 성주의 생일이기에 경사라 섣불리 피를 볼 수는 없으므로 칼은 빼 들었지만 먼저 나서서 늑대를 죽이는 사람은 없었다.안지여는 어두운 눈빛으로 ‘늑대 무리라고? 척후병의 보고로는 안풍 친왕이 늑대 무리를 끌고 온다고 했는데, 저들이 의외로 성으로 직접 쳐들어 왔다 이거지?’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안지여는 잔을 들고 꿈적도 하지 않은 채, 무너지기 직전까지 미동도 없는 태산처럼 냉정하고 침착했다. 늑대 무리는 안으로 들어온 뒤로 두 패로 나뉘어 서서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호시탐탐 엿보며 으르렁거렸다.“성주님, 성주님, 저들이 기어코 쳐들어오겠다고….” 문지기가 외치는 소리는 들렸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더니, 그보다 조정에서 보낸 사람들이 먼저 들이닥쳤다.앞에 걸어들어오는 두 사람을 안지여는 본 적이 있었는데, 바로 안풍 친왕 부부로 예전에 그들이 천문 세가 사람들을 조사하러 왔을 때 그에게 속은 적이 있었다. 비록 당시 일면식 뿐이었으나 천문 세가 일을 캐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탓에 그들의 얼굴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어째서 별로 변한 게 없는 거지?’안풍 친왕 부부 뒤에 따라오는 10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은 그들의 호위 무사일 것으로, 주인인 안풍 친왕 부부는 별 표정이 없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와 고개를 들자 괴팍하고 악랄한 얼굴이 안지여 마음에 들지 않았다.안지여는 여전히 일어나지 않았고, 미소는 띠고 있었지만 매서운 눈빛으로 저들이 돌계단을 오르면 그때 일어나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게 그의 태도였다.하지만 안풍 친왕 부부는 돌계단을 오르지 않았고, 손님 중 건배를 권하느라 자리를 비운 사람들 의자에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차지하고 앉아, 그들을 대놓고 밀치더니 품에서 자기 젓가락을 꺼내 옆 사람 상관하지 않고 먹기 시작해 사람들이 다 경악했다.그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뒤따라 들어오는 사람들이 보였다.두 사람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천천히 걸어들어오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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