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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3화

원경릉은 문득 의문이 생겼다.

“녹주야. 왕야에게 몇 명의 첩이 있는지 아느냐?”

소월각에 우문호를 보필하는 시녀들이 몇 명 있긴한데, 외모도 괜찮았던 것 같고, 설마 그 시녀들이 첩이었나?

“그 일은 쇤네가 알지 못합니다. 소월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저희 봉의각에서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근데 아마 없지 않을까요? 첩이 있다면 아마 위에서 통지가 있었을 겁니다. 만약 왕야께서 첩이 있다는 것을 숨기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원경릉은 그의 성격이라면 아마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혈기왕성한 젊은 남성이라면 첩 한두명 정도 들이는 것도 정상적인 시대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원경릉은 갑자기 느껴지는 가슴 통증에 허리를 숙였다. 아직 호숫물을 마신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모양이다. 그녀는 가슴을 다독이며 생강탕을 한 입 마셨다.

“녹주야. 내가 물색해 줄게. 그만 무릎 꿇고 일어나거라.” 원경릉은 손을 뻗어 녹주를 일으켰다.

녹주는 감동해 눈물을 훔쳤다.

원경릉은 녹주와 대화를 나눈 뒤, 복잡한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천천히 남은 생강탕을 마셨다. 원경릉은 녹주에게 그릇을 치우라고 시켜 밖으로 내보낸 뒤, 약 상자를 꺼내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염원했다.

“만년필이 필요해……”

그녀는 속으로 숫자를 세며 약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만년필이 아닌 연필만 몇 자루 들어있었다. 약 상자가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일부러 이러는 걸까?

“리팸핀이 필요해……” 그녀는 다시 한번 시도했다.

약 상자를 다시 열어보니 리팸핀이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원래 약 상자에 있던 수량 그대로지, 한개도 증가하지 않았다.

“덱사메타손 약!”

그녀가 약 상자를 세차게 닫았다가 다시 열어보니 덱사메타손 연고가 들어 있었다.

“덱사메타손 알약이라고!”

그녀는 약 상자를 조심스레 열어 보고는 실소가 터졌다. 치질 연고 한개와 관장약이 나왔다.

약 상자가 이렇게 말을 듣지 않으니 회왕의 병은 치료해 줄 수가 없구나.

‘회왕, 저는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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