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161 - 챕터 170

1359 챕터

제161장

#온연은 더 이상 밥 먹기가 힘들었고, 연어가 담긴 접시를 든 채 위층으로 향하였다. 탕위엔은 연어가 굉장히 맛있는 듯하였다. 순식간에 이를 먹어 치워버렸다. 하얗고 동그란 몸을 그녀의 다리에 계속하여 문질러왔다. 온연은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 웅크려 앉고는 탕위엔의 털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하였다.“탕위엔, 넌 길 고양이였는데 어쩜 이렇게 통통할 수 있어?”그때, 갑자기 화실 문 밖에서 코웃음 소리가 들려왔고, 온연이 고개를 휙 돌려 바라보았다. 목정침의 그림자가 언뜻 지나갔고, 곧 서재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온연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가끔은 동물이 인간보다도 인간성이 있었다. 적어도 탕위엔을 바라보고 있으면 행복하였다. 고양이와 한껏 노닥거린 후, 온연은 침실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이곳에 있으면 결코 한가롭지 못했다. 그녀는 내일부터 회사에 다시 출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한밤 중,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목정침은 몰려오는 피곤함에 눈을 감고는 눈썹을 만져대었다. 침실로 돌아가 잠을 청하려 했으나, 그를 거슬려 하는 온연이 떠올라 곧 그 생각을 접었다. 그때, 문득 창가에서 인기척이 들렸고, 그가 경각심을 지닌 채 일어나 둘러보는데, 다리 아래에서 갑자기 부드러운 털의 촉감이 느껴졌다.그의 온몸이 굳었고, 곧 소름이 끼쳐왔다. 두피까지 저려오는 듯했다. 무언가 신비한 힘에 둘러싸여 몸이 굳어진 듯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다리에 붙어오는 탕위엔을 발로 밀어낼 수조차 없었다.“아… 아주머니…!”그가 어렵게 도움을 청했으나, 아래층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은 저택의 하인들이 모두 휴식을 취할 시간이었다.그가 얼마나 이를 악물고 참아왔을까, 그에게 흥미를 잃은 듯한 탕위엔이 그의 책상위로 가볍게 튀어 올랐다. 불빛이 밝은 노트북에 흥미가 오른 것인지 키보드를 마구 밟아대었고, 저녁 내내 그가 일했던 노동 성과들에 무수한 기호들이 덧붙여졌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당장 안 내려와?!”탕
더 보기

제162장

#온연은 그를 신경쓰기 귀찮아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다. 그런데, 갑자기 옆자리가 움푹 꺼지는 것이 느껴졌다. 목정침은 오늘 이 방에서 잠을 자려는 것인가? 방금 나왔을 때 분명 수건 하나로 치부만 가린 채였는데?온연은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이불을 하나 더 챙겨와야만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같은 침대에서 각자 이불을 덮은 채 밤을 지샜다.다음 날 아침, 온연이 눈을 떴을 때 목정침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상태였다. 그의 몸을 감쌌던 이불은 가슴팍까지 내려온 상태였고, 죄악스럽게도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의 쇄골로 향하였다. 비록 본 적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른 아침이 그녀의 양 볼은 금세 붉어졌다.돌연 어젯밤 탕위엔을 대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고, 괘씸해진 온연은 그의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당겨버렸다. 또 빈틈이라도 있을까 온연은 자신이 덮던 이불까지 그의 몸 위에 얹어버렸다. 그에게 산채로 죽음에서 깬 맛을 보게 할 셈이었다.이 모든 일을 끝낸 후, 온연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침 식사를 하였고, 유씨 아주머니에게 뒷마당에 탕위엔을 두고, 집 안에 못 들어가게 해달라 부탁까지 하였다. 탕위엔이 안정된 모습을 본 후에야 온연은 비로소 마음 편히 출근할 수 있었다.한 시간쯤 지난 후, 목정침이 이불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의 몸 위에 덮어진 이불을 발견하고는 어딘가 기묘함을 느꼈다. 어쩐지 지나치게 더웠고, 땀까지 흘렀다. 악몽을 꾼 기분까지 들었다. 마치 산에 묻히는 듯한…비상 디자인 그룹.임립이 회의를 마친 뒤, 계약서를 들고 나오며 말했다.“목씨 그룹이랑 계약 건이 있는데, 누가 가서 결재 받아 올래? 나는 오후에 출장이 있어서 못 가거든.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했는데, 이거 천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야. 많이는 못 가고, 두 자리 있어. 알아서 상의하고, 정해지면 이주임한테 보고하도록 해.”이에 곧 사무실이 시끄러워졌다. 목정침과의 식사 자리인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물론, 온
더 보기

제163장

#출장을 떠나려던 임립은 회사를 나오며 들은 그녀의 말에 빵 터지고 말았다. 엘리베이터를 나선 즉시 목정침에게 전화를 걸었고, 온연의 말을 그대로 전하였다.핸드폰 너머의 목정침은, 안색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임립, 실컷 웃어. 곧 웃지 못하게 될 테니까. 계약서에 싸인 받기 싫은 거냐?”임립은 억지로 웃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켁켁… 그게 뭐, 나랑은 상관없는 걸. 나도 그냥 지나가면서 들은 거야. 이런 것도 얘기 못해주냐?”목정침은 입가에 미소가 띄워졌다. 미소는 어딘가 의미심장 하였다.“임립, 온연보고 직접 와서 계약하라고 해. 아니면 식사 자리 안 나가. 네 회사 사람이래도 안 만나. 퇴근 시간까지 한시간 반 남았네, 너 알아서 결정해라.”임립은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렇게 놀리지 마시죠? 온연이 안 간다고 하면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데? 해고시킬까? 네 부인을? 그리고 너랑 밥 먹는 것도 지겹고, 계약서에 공제금도 별 관심 없어 보이더라. 무슨 뜻인지 알겠냐? 네가 싫은 거라고!”“아무튼 난 말했다. 그럼 이만, 끊어.”그 말을 끝으로 목정침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임립은 이를 악 물고는 목씨 그룹으로 향하던 이주임과 직원을 불러들여야만 했다.회사로 곧장 돌아온 임립은 온연의 자리로 향하였다.“마님, 부탁드려요. 계약하러 직접 가 주시죠. 정침이 호명했다고, 내가 아무리 걔랑 친해도 걔는 인정사정 보지 않는다고. 내 체면은 이미 생각도 안 할 걸, 회사의 직원으로서, 개인적인 원한은 던져두고 한 번만 회사를 위해 생각해줘. 딱 한 번만!”“안가요.”온연이 덤덤히 대답했고, 임립은 곧 미쳐버릴 것 같았다.“둘이 싸우지도 말고, 날 놀려먹지도 말아줄래? 너희 뒤돌아서 잘 화해해, 봉변당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고! 계약이 체결되면 10억, 10억은 거뜬히 벌 수 있다고!”온연은 그를 바라보더니 대충 얼버무렸다.“임가네에 그렇게 돈이 모자란가요?”임립의 안색이 변하더니, 꽤나
더 보기

제164장

#목씨 그룹 빌딩 46층에 다다랐고, 목정침의 비서 엘리가 슬리퍼 두 켤레를 두 사람 앞에 건네 주었다.“슬리퍼로 바꿔 신어 주세요.”이리는 온순히 신발을 갈아 신었고, 온연은 가볍게 생략하였다. 물론, 사무실에 들어서기 전에는 노크를 하였고, 목정침의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려온 후에야 문을 열고 들어섰다. 계약을 체결하러 온 것이지, 싸우러 온 것이 아니었다.“목대표님, 이건 저희 계약서 초안입니다. 급하게 서명하지 마시고 저희와 간단하게 식사하시면서 천천히 읽어보세요.”온연은 사무적인 어투로 말하였다. 그녀는 몸을 곧게 세우고, 얼굴에는 미소를 띄운 채였다. 신발을 바꾸지 않은 것 외에는 흠잡을 것이 없었다.목정침은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온연이 건넨 서류를 진지하게 들여다보았다.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정말로 그는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엮지 않는 것 같았다. 비록, 온연은 왜 굳이 그녀가 계약을 하러 왔어야만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잠시 후, 그는 서류를 한 편으로 밀어 놓았다.“별 문제없으니 식사하면서 얘기 나누지.”말을 마치고 그는 의자 등받이의 양복 재킷을 걸쳤고, 곧 엘리가 다가와 옷깃을 여며주는 등 마치 결혼한지 오래된 아내처럼 행동하였다. 온연은 애써 시선을 돌렸지만 왜 인지 그 장면이 눈에 거슬리는 느낌을 받았다.이리가 이 모든 광경을 한 눈에 담았다. 그녀는 자연스레 엘리를 몇 번이고 다시 쳐다보게 되었다. 아름다운 미인이었으며, 몸매 역시 나무랄 데 없었다. 하지만 부인 앞에서 그의 옷깃을 여며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식당으로 가는 길, 온연은 이리와 함께, 목정침은 엘리와 함께 하였다. 모든 일정을 비서 단 한 명만 데리고 다니는 듯하였다. 이리가 참지 못하고 온연에게 말했다.“그 비서, 목회장님이랑 각별한 사이라는 생각 들지 않으세요? 저 헛소리하는 거 아니예요.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상관
더 보기

제165장

#음식들이 차례대로 식탁에 올랐다. 목정침의 미소가 짙어 지자, 봄바람을 쐬는 느낌을 받는 듯하였다. 온연은 그가 오늘 약이라도 잘못 먹은 것 인지 의심이 되기 시작하였다.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해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한참을 관찰한 후, 그녀는 실마리를 발견하였다. 그가 아무리 미소 지어 보여도, 눈동자는 얼음으로 뒤덮인 듯하였었다. 그랬던 그가 오늘은 눈까지 웃어 보이고 있었다.식사 내내 그는 아무런 모략도 꾸미지 않았다. 온연 본인만 신경 쓰는 것 같았다. 계약서 역시 순조롭게 체결해냈다. 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순조롭기 그지없었다.식당에서 나오니 저녁 8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밤공기가 여전히 쌀쌀했다. 이리가 질문해왔다.“온연씨, 목회장님과 같이 돌아갈 거예요?” 온연이 무어라 입을 열기도 전, 목정침이 말을 가로챘다.“제 아내 인걸요. 당연히 저와 함께 돌아가야죠. 엘리, 이주임님 배웅 부탁하겠네.”엘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리를 따라 업무용 차량에 몸을 실었다. 오늘 목정침은 어딘가 이상했다. 온연은 그와 함께 가기가 꺼려졌다. 이리와 엘리가 떠나기를 기다린 후, 온연이 솔직히 말을 꺼냈다.“됐어요, 이제 아무도 없어요. 더 이상 천사인 듯 행세하지 않으셔도 돼요.”목정침은 운전석의 진락을 흘끗 쳐다보더니 말했다.“진락은 사람 아닌가?”온연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진락이야말로 가만히 있다 총을 맞았으니, 얼마나 견디기 힘들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그나저나… 방금 목정침이 농담을 한 건가?차 안, 목정침은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피곤함이 극에 달한 듯하였다. 온연 역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니 마음이 가라앉았다. 탕위엔이 떠오르기까지 했다. 꼬맹이가 밥은 먹었는지, 마당이 춥지는 않은 지 궁금해졌다. 그때 다급한 벨소리가 울려 대기 시작하였다. 이는 온연의 것이 아니었다. 목정침의 벨소리였다. 목정침은 눈을 감은 채 전화를 받았다.“네,
더 보기

제166장

#온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아프냐니, 어떤 방면으로요?”그는 잠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온연이 부드러운 어조로 말 했다.“교통사고 났던 건 다 나았어요.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고, 안 아픈지 오래됐어요. 강연연은 친구들 이랑 술 마시고 있다는 걸 보니, 교통사고로 별로 다치지는 않았나 봐요?”목정침은 더 이상 말을 아꼈고, 대화도 그대로 끝이 났다. 이내 곧 온연이 잠에 들었다. 그는 그녀의 이불을 곧 덮어준 후 에야 눈을 감았다.이튿날 아침, 목정침은 무언가에 밟히는 느낌에 눈을 떴다. 분명 무거운 무언가가 자신을 밟아오는 것이 느껴졌고, 눈을 떠보니 탕위엔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희고 동그란 물체가 자신의 신체 위에서 마구 움직여 댔다.그는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한 채, 온연의 이불 속으로 손만 집어넣어 그녀를 깨워 이 덩어리를 처리하려 하였다. 그는 동작 역시 커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하였고, 힘을 다 뺀 채 몇 번 만지작거렸으나 온연이 깨어날 리가 만무하였다.그의 손이 점점 위로 이동하였다. 온연의 얼굴을 건들일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몸을 스치면서 무언가 부드러운 감촉이 그의 손바닥을 타고 전달되었고, 동작이 굳어지며 호흡마저 정체되었다.온연은 탕위엔의 울음소리에 눈을 떴고, 탕위엔이 목정침의 몸을 밟고 서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잠시 머릿속이 꼬였으나, 이내 급히 반응을 보였다. 급히 탕위엔을 안아들고는 밖으로 나섰다.목정침은 이불 속에서 손을 빼내었고, 방금 전 촉감은 그에게 여운을 남긴 듯하였다.탕위엔이 실내에 들어설 수 없었기에, 온연은 뒷마당의 벤치에 앉아 햇빛을 쬐며 탕위엔을 끌어안고는 책을 읽고 있었다. 평온한 여가 시간이라고 볼 수 있었다. 오늘은 바람이 좀 있어 햇빛이 있었어도 쌀쌀하였다. 온연은 담요까지 걸친 상태였으나 여전히 찬 바람에 몸이 추웠다.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외톨이가 될 탕위엔이 안쓰러웠다.만약 목정침이 외출하였다면 탕위엔을 데리고
더 보기

제167장

#목정침이 알아들은 건지 어쩐 건지 곧 입을 열었다.“이따가 일이 있어서 나가 볼 거예요. 점심에는 못 오고… 오후 4시쯤 넘어서 돌아올 거예요.”유씨 아주머니는 급히 그가 입을 옷을 준비해준 뒤, 뒷마당으로 곧장 향하였다.“연아, 도련님 곧 나가실 거래. 오후 4시에야 돌아오신다고 하셨어. 안으로 들어가자. 아직 다 낫지도 않았는데 감기라도 들면 어떡해.”온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이따가 목정침이 나가면 탕위엔 데리고 들어와주세요.”유씨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였고, 마음속으로는 기쁨을 금치 못하였다. 온연을 신경 쓰는 목정침의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전에 외출을 하면 하인들에게 말도 하지 않았으며, 더군다나 돌아올 시간 역시 말해주지 않았었다. 집에 돌아올지, 돌아와 저녁을 먹을지 모두 그때그때 집에 전화를 걸어 알려줄 뿐이었었다. 오늘 이런 행동은 온연과 탕위엔을 위해 자리를 비워주는 것임이 분명하였다.목정침이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서려는데, 문득 온연이 그를 등진 채 먹던 약이 떠올랐다. 임신했을 당시 임신 증상을 위병이라 여겼는데, 그녀의 거짓말을 그는 결국 들추어내지 못하였다. 애초에 그녀에게 건넸던 약을 그녀가 먹지 않은 것은, 뱃속의 아이를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이는 온연이 결코 아이를 개의치 않은 게 아님을 뜻했다.그가 정신없이 그녀의 약 서랍을 열어젖혔다. 서랍 안에는 작은 약 병이 두개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텅 비어 있었고, 남은 하나는 꽉 찬 상태였다. 모두 엽산이였다. 지금으로서는 쓸모가 없었다. 누군가 위층으로 올라오는 소리에 급히 서랍을 닫고 문을 나서 계단으로 향하였다.그와 맞은편 계단을 오르는 온연과 마주하자, 그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그의 움직임을 눈치 챈 온연도 발걸음을 늦추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의 말을 기다린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고양이… 집 안에 들이지 마.”그가 입을 열었다.“어……”온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이
더 보기

제168장

#온연은 다시금 끙 하는 신음 소리를 내었다.“길고양이를 데려온 거야. 목정침은 못 기르게 하는데, 내가 한사코 기르겠다고 했거든. 몇 번씩이나 화를 냈어, 그래서 결국 정원에서 기르는 중인데, 지금은 목정침이 없어서 안으로 데려온 거야.”진몽요가 그런 온연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 보였다.“죽여주네, 너 감히 목정침이랑 맞붙을 줄도 아는 거야? 어린 양인줄로만 알았는데, 늑대 같은 면도 있었네?”온연은 더 이상 목정침에 대해 이야기 하고싶지 않아서, 곧 화제를 돌려버렸다.“너 방금 괴로울 지경이라는 게 무슨 말이야? 왜 어머니 얘기만 하면 화가 나?”진몽요가 지긋하다는 듯한 표정을 보이며 대답했다. “나 이젠 정말 지겨워 죽겠어. 엄마랑 같이 사는 게 너무 힘들어…… 난 지금 경소경네 회사에 출근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는데 두 군데 수당으로도 엄마 부양에는 어림도 없어. 우리 엄마는 아직도 사치품을 좋아하시고, 헤프게 돈 쓰는 버릇도 못 고치셨어. 게다가 마작까지 치시는데 판도 아주 커. 입만 열면 싸우니, 더 이상 말하기도 지겨워.”이 일에 대해서는 온연도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저 위로 해주는 수밖에 없었다,“아직 일반인의 생활에 익숙하지 않으셔서 그럴 거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이전과 같지 않다는 걸 확실히 알려드려. 집안에 금전이 넉넉치 않으니… 돈을 물쓰듯 쓸 수는 없다고. 네가 얼마나 힘든 지 알려드려야만 해, 아무래도 자신의 딸인데, 마음 아파하실 거야.”진몽요는 강령이 자신 때문에 마음 아파할 것이라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됐어, 정말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한다면, 폐인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한테 하루 세끼를 시종 들게 하고, 모든 집안 일을 나에게 시키지는 않을 거야. 우리 아빠가 아직 살아 계시다면 저런 모습은 절대 용납되지 않았을 걸. 전지가 너를 통해서 나한테 전해달라고 한 그 카드에 돈이 조금 남아있는 걸 엄마한테 들킬까 봐 제일 두려워. 그걸
더 보기

제169장

#그의 얼굴에서 불쾌함을 느낀 온연은 속상해졌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탕위엔을 곁에 두라고 압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그녀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목정침은 밤에 나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전에는 집에 오지 않아도 된다면 절대 돌아오지 않던 그가 어째서 갑자기 매일같이 집에 얌전히 있게 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가 집에 있으면 온연은 오히려 불편하였고, 탕위엔과 함께 있을 시간마저 줄어들게 되었다.잠에 들기 위해 침대에 누운 온연은 문득 낮에 진몽요가 했던 말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려 왔다.목정침은 그녀의 바로 옆에 누워 그녀를 등지고 누운 채 핸드폰을 들여보고 있었다. 그의 화면에는 글자들이 빽빽이 들어 차 있었고, 잠깐 본 것 임에도 머리가 아파 와 오래 쳐다볼 수가 없었다.그 때, 갑자기 휴대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목정침의 휴대폰이었고, 화면 속 발신자는 강연연이였다. 그는 일어선 뒤 한쪽에 서 전화를 받았다. 방해받아 짜증난 듯한 목소리였다.“여보세요.”곧 강연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정침 오빠, 우리 집 도와줘서 너무 고마워. 오빠 아니었으면 우리집은 망했을 거야. 너무 좋다니까~ 우리 엄마 아빠가 식사 대접하겠다는데, 오빠 밖에서 응대하는 건 질렸을 테니까 우리집으로 올래? 내가 직접 요리해 줄게!”목정침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 온연은 몸을 뒤척이며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는 귀까지 막아버렸다. 한밤중에 잠조차 평온하게 잘 수 없다니, 정말 끔찍했다.온연은 그가 자신을 미워하기 위해 강연연을 감쌌을 뿐 아니라, 강연연이 제안한 조건들을 쉽게 들어줄 것이라 생각도 못하였다. 비록 강가네를 도와주자는 것도 자신이 제안한 것이었지만, 지금 목정침의 행동은 분명 온연과 관계가 없었다.목정침은 제 몸 뒤의 인기척을 느끼고는 곧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그래, 내일 오전에 가지.”전화가 곧 끊겼고, 온연의 속이 막혀왔다.
더 보기

제170장

#온연은 전화를 끊지도 못한 채 급히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였다.“어디든 먼저 가서 있어! 나 금방 나가!”평소를 엉망으로 지내다 보니, 마침내 좋은 소식이 찾아왔다. 기약도 없이 아득한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나 빨리 편지가 올 줄 몰랐다.온연은 지금 단 한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 일을 정확히 알아내고, 그녀의 아버지가 무고한 사람이라면 정정당당히 목가를, 목정침을 떠날 것이다. 더 이상 비참하게 살기 싫었다. 아이까지 죽은 후로 저항할 힘조차 없어졌다.약속 한 카페에 도착하였고, 진몽요는 곧장 편지를 가방에서 꺼내 들었고, 온연은 급히 편지를 뜯어보았으나 내용은 실망스러웠다.날 찾을 필요 없어. 나를 찾을 수도 없을 거고. 난 더 이상 단서를 줄 수 없어. 네 아버지가 무죄라는 것 밖에는 해줄 말이 없다. 나는 그 비밀에 이미 너무 오랜 시간 시달렸어. 말을 하지 않고는, 차마 눈을 감을 수 없을 것 같았어.편지를 다 읽은 후, 온연의 두 손이 벌벌 떨려왔다. 이 ‘서씨’라는 사람은 왜 희망을 주고서, 또 다시 절망을 준 것일까? 그녀가 아버지의 무죄를 알았고, 믿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있는가?목정침은 믿지 않을 것이고, 그 누구도 믿지 않을 것 이였다. 편지 몇 줄로는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온연이 바란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뒤집고, 아버지의 억울함을 씻어내 드리고 싶었다.그녀의 안색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진몽요가 물어왔다.“왜 그래, 연아? 뭐라고 써 있는데?”온연은 물어 뜯을 듯 입술을 깨물어왔다.“아무 쓸모도 없어…… ‘서씨’는 우리가 찾을 필요도 없고, 찾지도 못할 거래. 나한테 도움될 단서는 제공해 줄 수 없는데, 자기가 알던 이 많은 내용을 나한테 떠넘겼어. 너무 오래 이 사건에 시달렸다고, 말하지 않으면 눈을 감을 수도 없었을 거래. 이제 와서 입 밖에 내면 눈이 편히 감기나? 그럼 나는? 겨우 불붙은 희망이 다 깨져버렸는데, 난 어떡하라고?!”진몽요는
더 보기
이전
1
...
1516171819
...
136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