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141 - 챕터 150

1359 챕터

# 제141장

#유리창 앞에 서 밖을 내다보는 내내 온연은 마음이 어수선하였다. 어느새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멀리서 가로등이 켜지는 것을 발견한 온연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옷깃을 여미며 아래층으로 향하였다. 몇 분 후, 목정침이 습한 기운을 머금고 저택에 들어섰고, 온연이 마른 수건을 들고는 다가섰다.“비 와서 날이 추워요, 어서 가서 샤워 먼저 하세요. 감기 걸리겠어요.”목정침은 수건을 받지 않았고,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위층으로 곧장 향하였다. 온연은 멋쩍어 하지도 않았다. 쇼파에 털썩 앉으며 팔걸이에 수건을 대충 걸쳐 놓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샤워를 마친 목정침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새카만 머리칼 끝으로 물방울들이 떨어졌다. 쇼파를 지나던 목정침이 방금 온연이 걸쳐 놓았던 수건을 집어 들고는 자신의 머리를 닦아내었다. 그의 이런 작은 행동이 온연에게는 그에게 다가갈 용기가 되었고, 곧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강가네와의 합작, 왜 거절하신 거예요?”“이익보다 피해가 더 클 테니까. 그렇지 않다면, 네 생각은 어떻지?”목정침이 담담히 대답하였다. 온연은 입술을 달싹였으나 곧장 말하지 못하였고, 잠시 생각을 거친 후에 입을 열었다.“더 상의 해 보실 거죠?”머리카락을 닦아내던 목정침의 동작이 경직되었다. 불현듯 그녀를 올려다보는 눈에는 희롱이 섞인 듯했다.“강가네를 대신해서 사정하는 건가?”온연은 긴장하여 손을 살짝 말아 쥐었으나, 안색은 변하지 않은 채 말했다.“진함이 절 찾아왔었어요. 강가네와 합작을 허락하게 만들어 주기만 한다면 다시는 제 눈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낳아준 보답을 하라고요. 전 더 이상 그 여자와 엮이기 싫었어요.”목정침의 눈꼬리가 처졌다. 한줄기의 실망감이 스쳤다.“그것뿐이야?”온연의 시선이 무언가 켕기는 것이 있는 듯 다른 곳을 향하였다. 이내 온연은 고백하기로 결정했다.“그리고… 강연연을 멀리 해주겠다고 했어요. 물론, 당신이 강연연과 함께 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제 방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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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2장

#온연은 고개를 떨구고는 말없이 머릿속으로 계산을 했다. 내일부터는 아주머니께 반찬을 두 가지 더 추가해달라고 부탁드려야겠다. 그래야만 배가 차지 않는 멋쩍은 상황이 없을 것 같았다.식사 후 목정침은 곧바로 서재로 향하였고, 온연은 방 안에 누워 ‘서씨’의 편지에 대해 연구하였다. 편지의 내용은 이미 수도 없이 반복하여 읽었지만, 그녀의 마음만 조급해졌을 뿐 다른 쓸모는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그때, 진몽요에게서 문자가 왔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어디서 들었는데 여자 아이를 임신하면 피부가 좋아지고, 남자 아이를 임신하면 살이 찐대. 넌 어때? 여자애일지 남자애일지 너무 궁금하다.’솔직히, 그런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조금씩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온연은 일어서 거울 앞에 자신을 비춰보았다. 피부는 별 다른 변화가 없는 듯하였는데, 몸무게를 재어보니 3키로나 쪄 있었다. 체중계위의 숫자를 바라보던 온연은 부끄러워졌다. 임신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3키로나 찐 거야? 온연은 그제야 식사량을 조절해야 하며, 계속하여 이렇게 먹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습관이 계속되면 절대 건강할 수 없을 것이다.온연이 체중계 위에 서서는 답장을 보내던 참 이였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목정침이였다. 바빴던 업무가 다 끝난 듯 보였다. 문득, 침대 위의 편지가 떠올랐고 그것을 거두려 침대로 향했을 땐 이미 한걸음 늦은 뒤였다. 침대 쪽으로 직행 한 목정침이 그 편지를 바로 집어 들었다. 온연의 심장이 쿵 떨어졌으나 편지의 존재를 알아차려도 목정침에게 별다른 의미는 없을 것이다. 여전히 그 후의 내용은 온연조차 모르기 때문에.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목정침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온연은 앞으로 나아가 편지를 빼앗아 들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옛날 이야기를 다시 꺼내며 영향을 받은 것은 온연 뿐만 아니었다. 그 일로 목정침 역시 가족을 잃어버리지 않았는가.“어제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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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3장

#그를 바라보는 온연의 눈에 두려움이 가득 찼다.“목정침… 이러지 마요, 저… 무서워요...”얼마나 지났을까, 세찬 비바람이 지나간 듯했다. 모든 것이 잠잠해졌다. 목정침은 미련 없이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하였다.물이 흐르는 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자신이 마치 실이 끊긴 꼭두각시인 것처럼 느껴졌다. 가슴 속 무언가 터진 것만 같았다. 아프고 쓰라리었다. 곧 목정침은 저택을 떠났다. 차의 시동 소리가 저 멀리 들려왔다.같은 장면이 수 없이 반복되어 연출되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잔뜩 갈라지는 느낌. 이번에는 좀 더 거세게 다가왔다.날이 밝고, 온연은 평소와 다름없이 회사에 출근하였다. 어젯밤 일로 인해 밤새 악몽을 꾸었다. 임립이 그녀를 보더니 깜짝 놀란 듯 말을 걸어왔다.“어젯밤에 정침이랑 무슨 일이라도 있던 거야? 다크서클이… 얼굴 다 차지하겠어.”온연은 고개를 젓고는 아무 말도 않았다. 임립의 기색이 일그러졌다.“그… 심개 일이야?” 온연이 곧바로 의문을 가졌다.“무슨 심개 일이요?”임립이 멋쩍은 척 웃어 보였다.“아니야, 아니야. 말 건 김에 물어본 거야. 네 일 보러 가봐.”임립이 왜 갑자기 심개를 언급하였는지 궁금하였지만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어젯밤에는 너무 놀라 정신이 없었으나, 다행히 뱃속의 아기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오전 10시쯤 지났을까, 온연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 번호를 확인 한 온연은 망설이다가 이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휴대폰 너머 심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 쓸쓸한 듯했다.“지금 좀 보고싶어서, 지금 바로. 가능해?”온연은 심개를 잘 알고 있다. 감정에 휘둘려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아무렇게나 근무시간에 만나자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걱정 어린 마음에 온연이 물었다.“무슨 일이야? 무슨 일 생긴 거 맞지?”심개는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말했다.“만나서 얘기하자. 그냥… 네가 너무 보고싶어. 지금 회사 근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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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4장

#온연은 망설였다. 둘 다 이미 결혼까지 하였지만, 둘의 관계에 대한 소문에 휩싸이기도 했기에 거리를 두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되었다.“그… 무슨 중요한 일이길래 그래? 나 아직 출근 중이야, 그냥 거기서 말해주면 돼.”심개의 고개가 축 쳐졌다. 눈동자의 상실감이 감춰지지 않았다. 빛에 굴절되어 그림자 진 그의 옆모습에서 슬픈 감정까지 올라오는 듯했다.“우리가 앉아서 이야기 나누는 것조차 어려워지게 될 줄 몰랐어.”온연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 결국 차문을 열고 좌석에 앉았다.“그럴 일 없어. 나는… 나는 그저 무단결근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야.”심개는 곧바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는 차를 앞으로 서서히 몰고 나가다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연아, 너 목정침을 사랑해?”온연은 의아할 뿐이었다. 그가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심개는 이미 약혼했고, 본인 역시 결혼했을 뿐더러 아이까지 생겼다. 어쨌든 두 사람이 또 다시 감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었다.“심개, 우리……”온연이 무슨 말을 할지 짐작이라도 한 듯 심개는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넌 대답만 해주면 돼. 다른 생각 말고, 내가 물으면 넌 대답만 해줘.”오늘따라 심개의 행동이 이상했으나, 온연은 알 수 있었다. 지금 그는 조금은 침착을 되찾은 듯했다.“심개, 대체 무슨 일인데? 너 오늘… 평소랑 너무 달라.”심개는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니야… 연아, 너무 오랜만에 너랑 단둘이 얘기 나눠서 그래. 네가 망설일 거 알지만, 지금은 망설이지 말고 내 질문에 대답해줘.”온연은 잠시 사색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모르겠어, 근데… 나를 이렇게나 오래 키워줬고, 지금은 내 남편이 되었어. 아무런 감정도 없다는 건 불가능해.”심개가 미소를 거두었다.“그 감정, 가족간의 정인지 사랑인지, 똑똑히 구분할 수 있어? 만약, 만약에… 내가 너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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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5장

#온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나 한 번쯤 무너질 때가 있고,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다. 온연은 심개가 지금이 그 때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서둘러 그 감정을 위로해주면, 금세 마음속을 덮은 어두운 그림자가 사라지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였다. 온연은 많은 생각을 하지 않기로 하였다.그 시간, 강가네.강연연과 진함이 거실에서 대치 중 이였다.“난 정침 오빠한테서 못 떠나! 온연 그 천한 것을 위해 장애물을 치워주겠다 이거야? 정침 오빠랑 만나게 된 것도 엄마가 그러라고 했잖아! 걔만 당신 딸이고, 나는 사실 아닌 거 아니야?!”진함은 이미 오래간 화를 참아왔고, 결국 강연연의 뺨을 내려쳤다.“그걸 말이라고 하는거야?! 너, 목정침이 우리를 도와주도록 만들 수 있니? 그렇게 못한다면 목정침한테서 떨어져! 내 심혈을 기울인 결과를 너 같은 얼간이가 망치게 둘 수 없어! 어쩌다 내가 너 같은 딸을 두게 된 건지!”그녀는 강연연을 목정침에게서 멀어지게 하겠다 약속하였고, 그녀 역시 온연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하였다. 기왕 이를 승낙한 이상, 반드시 지켜내야 일이 그나마 풀릴 것이다. 강연연은 이러한 진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아픈 뺨을 움켜쥔 채 이를 갈 뿐이었다.“또 날 때려? …그래, 내가 엄마 딸인게 그렇게 싫으면 나 안 하면 되잖아!”말을 마치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그곳에서 뛰쳐나갔다. 진함은 굳이 그녀를 쫓아 나가지 않았다. 쇼파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몹시 피곤하였다. 지금은 온연 말고는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강연연은 비상 디자인 그룹으로 성급히 차를 몰았다. 지금 당장 그녀의 마음 속 분노를 터뜨릴 곳이 없으니, 온연을 찾아 끝장을 내야만 속이 좀 편안해질 것 같았다. 과거 자신에게만 유일했던 모성애가 눈 앞에서 두 동강이 났다.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손 댄 적 없던 진함이 온연을 위해 두번씩이나 자신에게 손찌검을 하였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 한편, 심개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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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6장

#온연이 깨어났을 때는 병원이었고, 날은 이미 어두워진 상태였다. 공기중에는 매캐한 소독 냄새가 가득했다. 머리 위 하얀 천장과 매달려 있는 링거액이 한 방울 씩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온연은 잠시동안 생각이 없다가 번뜩 기억을 되찾았다. 강연연이 들이받았고, 분명히 고의성이 짙은 행동이었다. 당시 차안에는 심개도 함께였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은 온연은 당장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몸에서 전해져 오는 고통에 순식간에 식은땀이 맺혔다. 아랫배가 특히 고통스러웠다.온연이 아픈 배를 지그시 누르며 벨을 눌러 간호사를 부르려는데 병실문이 열리며 심개가 들어섰다. 보기에 큰 외상은 없었으나 이마에 작은 상처가 있었다.심개는 깨어난 온연의 모습에 기쁜 기색을 비췄으나 이내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연아, 너… 유산됐어.”온연의 몸이 잔뜩 경직되었다. 아랫배의 옷깃만 움켜 쥘 뿐이었다.“너… 지금 뭐라고 했어.”심개가 힘겹게 반복했다.“유산이라고… 임신 한 줄 몰랐어, 미안해. 내가 안 불러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경찰 쪽에서도 입건했으니 곧 결과 나올 거야.”온연은 말이 없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를 뿐이었다. 뱃속의 아이가 유산됐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이 작은 생명체는 몸 안에 있던 짧은 시간 동안 장난스럽게도 그녀의 입맛까지 바꿔 놓았고, 그 덕에 몸무게가 3킬로나 늘었는데…뱃속의 아이가 죽었다 잠시 후, 온연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난 봤어… 우리를 친 사람, 내가 봤어.”심개가 무어라 말을 하려는 순간, 병실의 문이 다시금 열렸다. 이번에 들어온 사람은 목정침이였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굳센 그의 몸집은 마치 만년이 지나도 녹지 않는 커다란 빙산 같아 차마 가까이 갈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그런 그의 분노조차 조심스러운 것을 보니 이미 모든 것을 알아버린 듯했다.온연이 사실을 말하기도 전, 목정침이 심개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주먹을 휘둘렀다.“심가 셋째? 하… 네가 뭐 하러 회사까지 찾아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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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7장

#온연은 땀을 비 오듯 흘렸다. 몇 번이고 시도했으나 혼자 일어설 수가 없었다. 이 광경을 본 진락이 참지 못하고 목정침에게 말했다.“도련님, 사모님께서…”목정침은 고개를 돌려 온연을 쳐다보더니 이를 악물고는 결국 잡고 있던 심개의 옷깃을 놓았다. 곧 온연을 쏘아보며 말했다.“넌 나한테 해명 하나를 빚졌어.”심개가 가장 먼저 온연을 부축하러 발걸음을 옮기자, 진락이 그를 급하게 막아섰다.“셋째 도련님, 그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더 이상은 목가네 일이니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진락의 뜻을 알아챈 심개는 불안한 듯 온연을 쳐다보다 이내 출입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더 이상 어떤 말을 할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자칫 잘못 말을 내뱉었다가는 그것이 불씨가 되어 온연이 난처해질 것이다.진락이 병실을 나와 문을 닫았다. 병실 안에는 온연과 목정침 두 사람만이 남았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목정침이 먼저 입을 열었다.“너 정말 실망스럽게 하는구나……”온연이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은 채, 눈을 잔뜩 내리깔고는 입을 열었다.“죄송해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당신의 마음에 든 적이 단한번도 없군요…”“그 아이는, 어떻게 된 일이지?”그는 화제를 아이의 이야기로 돌렸다.“어떻게 알려야 할지… 생각을 못 했어요……”온연은 눈물을 꾹 삼켰다.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내 아이는 맞아?!”그는 한 단어 한 단어 내뱉으며 필사적으로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원래도 저를 이렇게나 못마땅히 여겼나요?”온연의 입가에는 실소가 머금어져 있었으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병실 안은 다시금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온연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고있자니 목정침의 인내심이 극에 달하였다. 그는 앞으로 다가가더니 그녀를 확 잡아당기고는 침대 위로 세게 뿌리쳤다.“고작 이런 일로 죽을 표정 짓지 마! 만약 내 아이였다면, 그렇게 떠나고 싶어하던 네가 진작 나한테 이 사실을 알렸겠지, 왜 숨겨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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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8장

#진몽요는 잔뜩 놀란 듯하였다.“뭐? 왜 병원에 있는데? 무슨 일 있었어?!”온연은 목소리에 힘을 줄 수 없었다.“와서 얘기하자…”전화를 끊자마자 진몽요는 손에 쥐고 있던 뒤집개를 내려놓고는 급히 현관으로 달려나갔다. 이를 발견한 강령이 다급히 물어왔다.“너 어디 가니?”진몽요는 설명할 겨를조차 없었다.“일이 좀 생겨서 병원에요! 아마 오늘 밤에 못 들어올 거예요. 반찬은 두개 해 놨는데 그냥 저냥 드세요! 그릇도 제가 돌아와서 씻을 테니까 그냥 두세요!”강령은 부엌을 한 번 들여다보더니 불만스러운 듯 눈살을 찌푸렸다.“저 나물 두가지로 어떻게 식사를 하니? 아무리 급하다 해도 네 엄마를 굶겨서는 안 되잖니?”진몽요가 신발을 신던 동작을 멈추었다. 이내 안색이 어두워졌다. “엄마, 저 너무 피곤해요… 매일 일하고 아르바이트까지 해요. 집안일이나 요리 같은 거 충분히 배워 하실 수도 있잖아요, 매일같이 마작상에만 앉아있는 게 무슨 재미가 있어요.”강령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눈썹마저 치켜세워졌다.“진몽요! 너 내가 밥 축내는 게 싫다 이거니? 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도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젠 네가 날 부려먹을 차례인 거니?! 내가 마작으로 돈 벌어서 생활비 좀 보태준다잖아! 내가 뭐 다른 방법으로 돈 번댔어? 날 훈계하라고 널 이렇게 키운 줄 알아?!”진몽요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어머니의 성격이 크게 변하였다. 처음엔 충격이 커서 그런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이런 습성은 강령이 부잣집 사모님이 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놀고먹으며 카드놀이를 즐겼고, 돈을 물쓰듯 하였다. 적어도 잘 살 때 강령의 성격은 괜찮았으나, 지금 상황에서의 그녀는 극단적이고 각박하였다.진몽요가 문을 닫고 자리를 뜨는 순간, 집 안에서 물건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아랑곳 않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이 시간은 퇴근 시간대라 교통체증이 심해 택시를 잡기가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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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9장

#진몽요는 그를 비난하고 싶었으나 이내 꾹 참았다.“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님. 주의하겠습니다.”그는 분명 그녀보다 나이가 얼마 많지 않았음에도 굳이 허세를 부려왔다. 마치 높은 사람인 냥 말하는 것을 진몽요는 참을 수가 없었다. 곧 병원에 도착하였고, 진몽요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내 마지막 이성을 붙잡고 경소경에게 미소를 띄우며 인사를 건넸다.온연의 병실에 들어선 진몽요는 잔뜩 허약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안색은 거의 백색이었으며, 붉어야 할 입술 역시 얼굴빛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연아, 이게 무슨 일이야?”온연이 몸을 추스르고 가까스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일단 앉아… 천천히 얘기해 줄게.”진몽요는 온연을 부축하며 자리를 잡고 앉았고, 모든 이야기를 들은 진몽요는 불같이 화를 내기 시작하였다.“강연연 그 미천한 것! 이건 널 죽이려고 했던거야! 이런 일까지 벌이다니 벼락을 맞아도 모자라! 연아, 겁내지 마. 지금은 곳곳에 감시 카메라가 널려 있잖아? 절대 도망갈 수 없을 거야. 게다가 넌 목정침의 아내잖아. 경찰도 재빨리 해결해 줄거야, 기껏해야 내일이면 결과 나올 걸? 고의적인 것으로도 모자라 네 유산까지 초래됐어. 적어도 몇 년 동안은 감옥에서 콩밥 먹어야 할거야! 심개가 왜 나한테 전화를 걸었나 했더니만, 여기 오기 전까지 전화 못 받았는데, 분명 이 얘기를 알리려고 전화했을 거야! 화나 죽겠네!”온연이 농담 섞인 목소리로 말해왔다.“이렇게 화낼 줄 알았으면 오지 말라고 할 걸. 네 걱정 거리만 늘었네…”진몽요의 눈가가 살짝 촉촉해졌다.“그런 말 해서 뭐해? 목정침은 이럴 때조차 네 곁에 없다니, 진짜 별 일 다 본다. 내가 안 왔으면 너 혼자 쓸쓸하게 있었을 거 아니야? 뱃속의 아이가 자기 얘가 아니라고 의심을 하다니… 너도 참 재수없다, 어떻게 심개랑 있을 때 사고가 났어? 그러니 목정침이 걔를 때려도 그냥 견딜 수 밖에…”온연은 문득 심개의 이상했던 행동들이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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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0장

#진몽요는 이를 듣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조금만 들어도 알 것 같다. 너희 부부 생활은 화목할 수가 없겠네, 넌 침대에 누울 때 마다 전전긍긍할테고. 부부 생활은 서로의 생활을 조절하는 필수적인 형식이라고 생각해. 감정은 없을 수 있어, 그저 한 남자가 널 충분히 사랑만 해준다면 넌 상대방의 머리 위까지 올라탈 수 있을 거야. 그게 아니라면 넌 평생 지금처럼 비굴하게 굴어야 하겠지. 됐어, 지금 이렇게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겠어. 한걸음씩 해결해보자. 난 강연연이 콩밥 먹기만 기다리고 있을게. 앞으로 갈 길 멀다는 거, 알지?”온연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말은 하지 않았으나 앞으로의 일들을 현명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곧 유씨 아주머니가 보양식을 챙겨 들고 병원으로 돌아왔다. 진몽요가 보온통을 열고는 보양품이 가득 들어간 죽을 내놓았다.“내가 먹여 줄게.”유씨 아주머니는 그 순간에도 ‘누군가’가 온연의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이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맞아, 연아. 임집사가 그러는데, 도련님께서 경찰서에 찾아가셨대. 그래도 너한테 관심을 표하셔. 퇴원하고 돌아가면 굳은 얼굴은 도련님께 그만 보여드리는 걸로 해, 젊은 부부가 좋게 대화하지 못할 게 뭐가 있겠어. 그치?”온연은 말이 없었고, 진몽요가 한마디 끼어들었다.“관심을 표하면 뭐해요, 눈 앞에 보이지를 않는데…”유씨 아주머니는 이내 조급한 듯, 입을 다시금 열었다.“그리고… 차로 친 사람이 강가네 운전기사라고 하던데, 스포츠카를 몰다가 조심하지 못해서 심가 셋째 도련님의 차를 들이받은 거래. 연아, 너 그때 확실히 본 거 있니? 경찰한테 줄 단서 더 없을까? 지금 강가네랑 목가네 상황을 봐서는… 사적으로 돈을 물어주고는 말 것 같아. 임시 구속은 오래 끌 수도 없을 거야.”온연의 몸이 경직되었다.“지금 뭐라고 하셨어요?!”그녀의 반응에 놀란 유씨 아주머니가 일순간 얼빠진 채 있다가 겨우 다시 말하였다.“그니까… 경찰 측에서 알아낸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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