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1 - 챕터 140

1359 챕터

제131장

”부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주위 사람들이 일제히 한 방향을 쳐다보는 것에 따라 진몽요도 흥미진진하게 그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첫 출근에 윗사람한테 좋은 인상을 남겨주는 것도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경소경의 그 모든 걸 하찮게 여기는 듯한 얼굴을 보자 그녀는 죽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녀는 목이 메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무슨 부대표에요?”“사장님 아들이요. 우리 회사 부대표에요. 우리 회사 전체를 저 사람이 관리해요. 대표님은 지금 바지 사장이나 다름없죠. ‘개열’ 회사는 경씨 집안의 본사고요…”진몽요는 뒷부분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아니 듣고 싶은 마음도 없어졌다. 자신이 결국 경소경의 손안에 잡혀버릴 줄은 그녀는 생각도 못 했다. 그녀는 자신의 윗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예전에 겪은 여러 가지 일들을 종합해 발뒤꿈치로 생각해 보아도 경소경이 그녀에게 인상이 좋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반전은 거의 불가능했다. 취직의 아름다운 꿈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녀는 도무지 웃음이 나지 않았다. 경소경이 바로 자신을 궁지 몰아 버릴 줄 알았는데 예상 밖으로 그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진몽요는 핸드폰을 꺼내 다시 온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오늘 완전 똥 밟았어. 오늘 처음 출근한 회사의 사장이 경소경이라니! 나 아무래도 일자리 다시 찾아봐야 하나 봐!’문자를 받은 온연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자리를 왜 다시 찾아? 난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데. 넌 네 일해, 걘 걔대로 사장하면 되겠네. 중소기업은 네 성에도 안 차잖아. 겨우 찾은 일자리야. 제멋대로 결정하지 마.’온연이 하는 말을 진몽요가 모르는 게 아니었다. 제대로 따져본다면 그녀와 경소경 사이에 뭐 그리 큰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차 사고를 내놓고 돈을 물어주지 않았을 뿐… 그 후 만났을 때 태도가 오만하고 시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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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장

#식당에 도착하자 그녀는 창가에 앉아있는 진몽요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감정을 한바탕 정리하고 나서야 그녀는 서서히 진몽요의 앞으로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진몽요는 이미 쉴 새 없이 재잘대기 시작했다. “망했어. 망했어. 좋은 취직자리 찾은 줄 알았는데 대표가 경소경이라니! 정말 생각도 못 했어. 나 그 사람 차도 박고 시비도 여러 번 걸었는데. 난 원한을 안 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그 사람 회사에서 난 분명히 계속 일하지 못할 거야. 그 사람한테 짤리느니 그냥 내가 그만둘래… “온연은 안절부절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방금 자신을 찾아온 전지 생각뿐이었다. 만약 지금 그 카드를 진몽요에게 꺼낸다면 전지가 아무렇지 않게 몇천만원을 꺼낼 수 있을 정도로 잘 지낸다고 설명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배신당한 여자에게 자신의 전 남자친구가 너보다 잘 지낸다고 말하는 것… 그것보다 더 잔인한 말은 없었다.그녀가 아무 대꾸도 없는걸 보자 진몽요는 마음이 급해졌다. “연아, 뭐라고 말 좀 해봐. 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해?”온연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몽요, 경소경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사람 목정침이랑 친한 사이야. 그 부류의 사람들 그렇게 쪼잔하지 않아. 아마 너 같은 여자애한테 원한 같은 거 갖지 않을 거야. 일단 다니고 상황 봐서 다시 결정해. 나… 그리고… 너한테 할 말 있어…”진몽요는 손을 턱에 괴고는 천진난만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럼 일단 너부터 얘기해.”“전지가 아까 우리 회사 아래로 나 찾아 왔었어. 이런 걸 너한테 주래.” 온연이 오랫동안 고민한 결론이었다. 그녀가 계속 카드를 들고 있는 건 안될 일이었고 진몽요 성격으로 이미 그를 내려놓았을 수도 있으니까. 그리도 이 돈이 그녀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 사람이… 너 보고 뭘 전해주랬는데? 하하… 뭐 좋은 물건이겠어? 지금 돈 말고 날 기쁘게 할 수 있는 물건은 없어. 그 사람이 날 찾아오지 않은 건 현명한 선택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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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장

#내일 ‘서씨’ 라는 사람을 만나 제대로 물어보면 그녀는 아마 그와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식사를 마친 후 그녀는 화원을 산책하고 나서 방으로 돌아와 누웠다. 임신기간이라 그런지 잠이 쏟아졌고 그녀는 일찍 잠이 들었다. 수면의 질이 확실히 예전보다 좋아지기는 했다. 목정침이 언제 돌아와서 샤워를 했는지 모를 정도로 잠에 빠져 있었다. 새벽에 잠시 일어났을때 그녀는 창가에 앉아있는 목정침을 발견했다. 그가 언제부터 그곳에 앉아 있었는지도 모르겠다.“왔어요…?” 그녀가 비몽사몽한 상태로 물었다. 목정침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녀도 그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다시 따뜻한 침대로 돌아오고 싶었다. 그녀가 문쪽으로 걸어갈 때 그가 갑자기 냉랭하게 물었다. “전지가 왜 너한테 카드를 준 거지?”온연의 발걸음이 멈칫했다. 그녀의 정신도 많이 또렷해졌다. “당신 내 뒤 밟고 다니는 거에요?”그가 그렇게 한가할 줄 그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다니. 목정침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침묵을 긍정이라 생각하고 그에게 설명했다. “그건 그 사람이 몽요한테 준거에요. 헤어짐에 대한 보상 같은 거죠. 전 그냥 전해 준 것뿐이에요.”그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녀는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가 화장실로 갔다. 아직까지도 그녀는 그와의 공간을 확실하게 구분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그녀는 방안에 있는 화장실을 쓰지 않았다. 특히 그가 집에 있을 때. 정확히 말해서는 남의 울타리 속에서의 구속이었다. 그녀가 방으로 돌아왔을 때 목정침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가 서재에 갔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온연은 그를 위해 홍차 한 컵을 타다 주었다. 내내 두 사람은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짐 정리를 끝내고 집을 나섰다. 그녀는 진몽요와 터미널에서 만났다. 편지봉투에 쓰인 주소 대로 그들은 장장 세 시간이나 가야하는 기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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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장

#세 시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기차가 멈춘 그 순간 온연은 바로 몸을 일으켜 가방을 메고 허겁지겁 기차에서 내렸다. 진몽요가 그런 그녀를 뒤따랐다. “야! 좀 천천히 가! 너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점심이 거의 다 된 시각. 두 사람은 주소에 따라 허름한 동네를 찾아왔다. 편지는 이곳에서 보낸 것이었다. 동네 전체가 쥐 죽은 듯이 고요했고 길가에는 발걸음을 옮기는 노인들 뿐이었다. 활력 넘치는 젊은 사람들은 보기 힘들었다.이곳은 경제가 너무 뒤떨어졌다. 젊은 사람들은 거의 주위 도시에서 출근을 하고 있었고 노인들만이 이곳에 남아있었다. 몇 번의 심문 끝에 그들은 드디어 ‘서씨’ 집에 도착했다. 하지만 사람이 살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가는 허름한 이층집이 눈앞에 보였다. 대문은 거의 가려져 있었고 문 앞에는 잡초가 한가득 자라있었다. 아마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것 같았다.온연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편지의 상태로 보아 새로 쓴 편지는 아닌 것 같았다. 미리 써놓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부친 건가?그때 옆집에서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한 분이 나오셨다. 진몽요가 앞으로 다가가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혹시 여기 성이 서씨인 사람 살지 않나요? 여기 허름한 이층집에요....”할머님은 입을 삐죽거렸다. “갔어. 벌써 갔어. 이 집 삼 년 동안 비어 있었어. 저 집에 사는 사람 성이 서씨 인지 아닌지도 몰라.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이랑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으니까. 듣자 하니 불치병에 결렸다던데. 아마 죽었을 거야. 옛날에는 둘이서 애 하나 키우면서 살았는데 여자는 먼저 죽고 나중에는 애도 어디갔는지 몰라. 이젠 아예 사는 사람이 없어.”온연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할머님, 확실한 거예요? 얼마전에 여기서 저한테 편지도 보냈는데…”할머님은 조금 귀찮으셨는지 대꾸했다 “몰라몰라. 아무튼 몇 년 동안 이 집 드나든 사람은 없어.”그 말이 온연이게는 악몽처럼 느껴졌다. 손에 들린 편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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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35장

#온연은 서씨가 죽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죽은 사람이 어떻게 편지를 보냈다는 거야?“연아, 일단 너무 깊게 생각 하지 마. 내가 도와줄 테니까, 우리 천천히 해결해보자. 편지는 받은 지 얼마 안 돼서 바로 너한테 준 거거든. 지금 이곳에서 제도까지 거리로 보면 편지가 도착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을 거야. 그니까 내 말은, 적어도 편지를 보낼 때 까지는 살아있었을 거라는 거지. 없는 주소를 써서 편지를 보낸 건, 지금 자기가 어디에 머무르는지 알려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거겠지? 에휴, 나도 이게 무슨 일인지 가늠이 안 된다. 어쨌든 그 서씨라는 사람, 분명 살아 있을 거야, 낙심하지 마. 첫번째 편지를 보내고, 그 후에 분명 두번째 편지도 보냈을 거야, 우린 기다리기만 하면 돼! 우리가 찾아오길 바랬기 때문에 운을 떼고는 아무 말도 않은 것 아니겠어?”진몽요는 억지로 온연을 위로하려다 도리어 현기증이 날 뻔하였다.“몽요, 걱정하지 마. 괜찮아. 이미 몇 년이나 기다려왔는 걸… 난 더 기다릴 수도 있어. 정말 괜찮아.”온연은 사진을 치우고는 억지로 웃음 지어 보였다. 진몽요와 같이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하였다.그녀는 이번 일을 통해 그 해에 있던 일을 확실히 알아내고 싶었다. 만약 아버지가 그 해의 재난과 관련이 없고 오히려 피해자였다면 목정침에게 이를 설명한 후, 십여 년 간 짊어진 죄를 내려놓고 아버지를 대신하여 그의 명예를 회복시켜야만 했다.하지만 더 이상 진전은 없을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그녀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만 했다. 배를 감추지 못한다면 목정침은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낳은 아이를 데리고는 목가를 떠나지 못 할 것이다. 이것은 그녀가 원한 결말이 아니었다!목가로 돌아오니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목가에 불빛이 밝지 않을 것을 보니, 목정침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듯하다.하루 종일 뛰어다닌 탓에 온연은 이미 움직이기조차 싫었다. 이내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샤워를 하고는 방으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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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36장

#진락은 그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조심스럽게 차를 몰며 저택으로 향하였다. 어느 약국을 지나던 찰나 목정침이 갑자기 말했다.“차 세워.”진락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고 차에서 내려 약국에 들어선 목정침이 직원에게 말했다.“위염에 효과 좋은 약 하나 주세요.”“위가 아프신 건가요 아님…? 어떤 증상이시죠? 드실 분이 성인인가요, 어린이인가요?”직원이 그에게 물어왔다. 목정침은 미간을 찡그리며 잠시동안 생각에 잠겼다.“식욕이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반복하고… 장기적으로 구역질도 계속 하고 안색도 좋지 않아요. 어른이 먹을 겁니다.”약을 받아 들고 냉랭한 얼굴로 돌아온 목정침에 진락은 더 이상 질문없이 가속페달을 밟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가에 도착하였고, 목정침은 곧바로 침실로 향하였다. 침대 위 사람을 보지도 않고는 침대 머리맡에 약을 내팽개치듯 던졌다.“약 먹어.”온연은 일순간 그가 왜 소란을 피우는지도 모른 채 몸을 일으켰다.“무슨 약이요?”그는 대답이 없었고 그저 뼈마디가 뚜렷한 손가락으로 넥타이를 잡아 끌기만 하였다. 귀찮은 듯했다. 온연은 그가 던진 약을 가져와 확인을 해보았다.“저 괜찮아요, 약 안 먹어도 돼요.” 애초부터 위장의 문제가 아니었기에 먹지 않아도 됨은 당연하였고, 이 약들은 대부분 임산부에게 금기시되는 약들이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었다. 유씨 아주머니가 목정침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을. 그랬기에 갑자기 돌아온 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약을 챙겨준 것이었다. 목정침은 이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네 투정 받아주려고 일까지 중단하고 여기 온 줄 알아? 아프면 약을 먹어야 할 것 아니야!”온연은 어이가 없었다. 본인이 언제 투정을 부렸단 말인가? 몸이 좀 불편했고, 기운이 좀 없었을 뿐이다.“투정 부린 적 없어요… 저 정말 괜찮아요. 약 안 먹어도 돼요. 바쁘시면 그만 돌아가서 일 보셔도 돼요.”온연은 이게 무슨 일인지, 자신이 한 말에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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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37장

#목정침은 잠시 멈칫하였으나,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스스로 말할 수 없는 건가? 그것마저 남이 전해줘야 하는 거야?”유씨 아주머니는 분한 듯했지만 끝내 입을 닫았다. 진락은 목정침이 또 다시 문을 나서려는 것을 확인하고는 급히 주차 된 차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으나 목정침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멈춰야만 했다.“내가 직접 운전 해.”목정침의 얼굴에는 ‘건들이지 마’ 라고 써 있는 듯하였다. 누구든 지금 그를 건드렸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진락, 내일 온연 데리고 병원에 가. 전반적으로 모두 검사 받고 나한테 검사서 제출해.”목정침은 그 말 만을 남겼고 곧 차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차가 목가를 떠나는 소리를 듣고 온연은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에 서 그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어찌되었건 자신을 위해 약을 사온 것이었는데, 이런 불쾌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곧 온연은 핸드폰을 들어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죄송해요. 오늘 외출이 너무 힘들었어서 그랬어요. 저는 괜찮아요, 고마워요.’문자는 감감무소식이었다. 하지만 그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이번에는 이유 없이 무언의 기대감이 들었다. 온연은 그의 답장을 기다렸으나… 이전과 같이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했다.목정침은 떠난 그날 밤 돌아오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온연이 일어났을 때 진락은 이미 아래층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부인, 도련님께서 오늘 병원에 가셔서 검사를 받아 보시라고 하셨습니다. 결과서까지 도련님께 제출하라고 ….” 하셨습니다.”온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저… 오늘 일이 있어서 못 가요. 나중에 시간 나면 제가 혼자 갈게요.”진락은 씁쓸한 얼굴로 대꾸했다.“사모님… 제가 너무 난처합니다. 도련님께서 말씀하신 일은 안 할 수가 없습니다……”목정침은 대외적으로는 온화한 이미지였으나 그와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온연 역시 진락을 난처하게 하고싶지는 않았다.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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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38장

#목정침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이내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렇게 오래 휴식을 취했는데 빈혈이 더 심해지다니? 그는 곧바로 저택에 전화를 걸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집사가 전화를 받았다.“원기 보충되는 채소들 사 놓으라고 주방에 전해.”임집사와 통화 후 목정침의 시선은 서류 작업으로 돌아갔다. 진락은 상황을 확인하고는 나지막이 말했다.“그럼,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목정침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들겨왔다. 진락이 문을 열었고, 강연연을 마주하는 순간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진락은 아무 말 않고 그 자리에서 나왔다. 강연연이 사무실에 들어서며 그녀의 하이힐이 듣기 싫은 소리를 냈다. 목정침이 눈썹이 찡그렸다.“여긴 왜 온 거지?”강연연이 억울한 표정을 내비쳤다.“정침 오빠, 오빠 요즘 바쁜 거 알아서 방해 안 하려고 했는데, 너무 보고 싶어서…… 회사 지나면서 들러봤어. 다른 방해는 안 할게, 오빠 일 해. 금방 갈게.” 목정침이 담담히 그녀를 흘끗 쳐다봤다.“할 말 있으면 바로 해.”강연연이 이를 들키자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저번에 우리 엄마랑 같이 오빠네 집에서 얘기했던 회사 합작 일, 어떻게 생각해?”목정침은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미 조사해 봤는데, 너희 회사는 내가 고려하고 있는 범위 내에 들지도 않아.”강연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진함과 함께 그를 찾아가 얘기한다면 높은 확률로 그가 승낙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반응일줄은 몰랐다.“정침 오빠… 우리 집은 목가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업계에서는 꽤 이름 있잖아… 내 체면 좀 생각해줘……”“난 이미 분명하게 말 한 것 같은데 그리고 네가 공사구분을 좀 확실히 했으면 좋겠는데... 만약 너네 집이 적당한 파트너였다면, 누구의 체면도 따질 필요 없었을 거야. 바빠, 그만 가봐.”강연연은 내키지 않았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도 못하였다. 번뜩 사무실 책상 모서리에 놓인 건강검진보고서에 눈길이 꽂혔다. 온연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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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39장

#진함은 강가네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온연 말고는 다른 희망이 없었다.그날 오후, 온연은 큰 가방을 든 채 백화점 앞에 서 차를 기다리는 중 이였다. 요 몇일 기온이 떨어지고 찬바람까지 이따금씩 불어 몸을 으슬으슬 춥게 하였다. 그녀가 산 것은 모두 속옷이었다. 불현듯 이전의 속옷들이 숨을 막혀오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어차피 얼마 안 돼 그 전의 옷들도 모두 못 입게 될 것이니 시간이 생긴 오늘 틈틈이 많이 사두었다.갑자기 그녀의 앞으로 빨간 스포츠카 한 대가 멈춰 섰다. 차 창이 내려가고 미소를 띄고 있는 진함과 마주치게 되었다. 기분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고, 망설임 없이 싸늘한 표정으로 돌아섰다.“연아! 할 말이 있어서 그래, 몇 분만 시간 내 줄래?”진함이 온연의 뒤를 쫓아오며 간청하듯 말해왔다.“강부인, 무슨 일 있으시면 남편이나 그쪽 따님한테 얘기하세요. 제가 그쪽 때문에 시간 낭비할 이유 없어요.”“연아…… 이러지 마. 엄마가 정말 너한테 일이 있어서 온 거야. 몇 분만 시간 내주면 돼, 응?”온연의 침울한 목소리에 진함이 눈시울을 붉히며 대꾸했다. 온연은 그녀를 못 본 채 하였다. 눈 앞의 이 여자가 남편을 버리고 딸을 버린 것을 생각하면, 당장 욕설을 퍼붓지 못하는 게 원망스럽기만 하였다. 특히 스포츠카를 몰고 명품으로 치장한 진함의 모습에는 구역질이 올라왔다. 물질적 조건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온연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진함은 오히려 걸음을 늦추며 소리쳤다.“연아, 나 암에 걸렸어!”온연의 걸음이 일순간 멈추었다. 쇼핑백을 쥔 손이 하얗게 질려왔다.“당신이 암에 걸린 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 마지막이라고 아쉬움이라도 달래고 싶으세요? 그건 당신 일이지, 나랑은 아무 관계없어요. 당신의 하찮은 모성애는 평가할 가치도 없어요!”진함은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연아, 몇 분이면 돼. 여기 주차가 안되니까, 내 차에서 얘기 나누자. 어때? 널 낳아준 걸 생각해서……”온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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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0장

#온연은 비꼬는 듯 말하였다.“정말 이상하네요. 강연연도 아니고, 저한테 기대를 하시다니.”온연의 ‘좋은 어머니’는 자신이 목정침의 아내인 것을 알면서도 강연연이 내연녀라는 것을 묵인하였고, 심지어는 온연에게 떠나라고까지 하였었다. 구역질이 절로 났다. 진함은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연아, 네가 날 미워하는 거 알아. 목정침이랑 강연연이 사이가 좋을 때 나는 목정침이 결혼한 줄도 몰랐어. 내가 너한테 몹쓸 요구를 한 건 맞지만, 그 이상 목정침과의 밀접한 교제는 막았어. 요즘 연락 뜸해진 거 너도 눈치챘잖아? 이번 한 번만 도와주면 강연연이 너희 생활 방해하지 않게 한다는 거 보장할게. 그리고 나도… 네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게!”온연은 도리어 헛웃음이 나왔다.“지금 저한테 조건을 거시는 거예요? 당신을 돕기만 하면, 내 남편의 애인을 처리해주고, 당신 또한 내 눈 앞에 띄지 않겠다고? 언제 또 나와 내 아버지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줄 수 있죠? 강씨 성을 가진 그 남자가 당신에게 그렇게나 중요한가요? 남편이랑 딸을 버려 놓고도 이렇게나 염치가 없다니, 차 세워요!”진함이 갓길에 차를 세우자 온연은 잠시라도 더 머물고 싶지 않다는 듯 차에서 급히 내렸고, 그런 온연을 향해 진함이 말했다.“네가 어떻게 생각하던 난 상관없어, 어차피 나는 곧 죽을 테니까. 내가 죽으면 네가 좀 나아지겠지.”온연이 입술을 세게 깨물더니, 돌아보지도 않고는 자리를 떴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못살게 굴던 여자가 죽는다니… 온연은 엄청난 분노와 동시에 어디서부터 온 건지 알 수 동정심도 몰려왔다. 강가네.진함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현관에 있는 비싼 남성 구두 한 켤레를 발견하였다. 그녀의 남편인 강균성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나 진함은 기쁨보다는 피곤함을 느꼈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부녀의 웃음소리는 무시한 채, 곧바로 위층의 침실로 향하였다.진함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침대위에 둔 자신의 핸드백을 뒤적거리는 강균성을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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