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정침은 잠시 멈칫하였으나,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스스로 말할 수 없는 건가? 그것마저 남이 전해줘야 하는 거야?”유씨 아주머니는 분한 듯했지만 끝내 입을 닫았다. 진락은 목정침이 또 다시 문을 나서려는 것을 확인하고는 급히 주차 된 차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으나 목정침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멈춰야만 했다.“내가 직접 운전 해.”목정침의 얼굴에는 ‘건들이지 마’ 라고 써 있는 듯하였다. 누구든 지금 그를 건드렸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진락, 내일 온연 데리고 병원에 가. 전반적으로 모두 검사 받고 나한테 검사서 제출해.”목정침은 그 말 만을 남겼고 곧 차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차가 목가를 떠나는 소리를 듣고 온연은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에 서 그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어찌되었건 자신을 위해 약을 사온 것이었는데, 이런 불쾌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곧 온연은 핸드폰을 들어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죄송해요. 오늘 외출이 너무 힘들었어서 그랬어요. 저는 괜찮아요, 고마워요.’문자는 감감무소식이었다. 하지만 그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이번에는 이유 없이 무언의 기대감이 들었다. 온연은 그의 답장을 기다렸으나… 이전과 같이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했다.목정침은 떠난 그날 밤 돌아오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온연이 일어났을 때 진락은 이미 아래층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부인, 도련님께서 오늘 병원에 가셔서 검사를 받아 보시라고 하셨습니다. 결과서까지 도련님께 제출하라고 ….” 하셨습니다.”온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저… 오늘 일이 있어서 못 가요. 나중에 시간 나면 제가 혼자 갈게요.”진락은 씁쓸한 얼굴로 대꾸했다.“사모님… 제가 너무 난처합니다. 도련님께서 말씀하신 일은 안 할 수가 없습니다……”목정침은 대외적으로는 온화한 이미지였으나 그와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온연 역시 진락을 난처하게 하고싶지는 않았다.건강
#목정침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이내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렇게 오래 휴식을 취했는데 빈혈이 더 심해지다니? 그는 곧바로 저택에 전화를 걸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집사가 전화를 받았다.“원기 보충되는 채소들 사 놓으라고 주방에 전해.”임집사와 통화 후 목정침의 시선은 서류 작업으로 돌아갔다. 진락은 상황을 확인하고는 나지막이 말했다.“그럼,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목정침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들겨왔다. 진락이 문을 열었고, 강연연을 마주하는 순간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진락은 아무 말 않고 그 자리에서 나왔다. 강연연이 사무실에 들어서며 그녀의 하이힐이 듣기 싫은 소리를 냈다. 목정침이 눈썹이 찡그렸다.“여긴 왜 온 거지?”강연연이 억울한 표정을 내비쳤다.“정침 오빠, 오빠 요즘 바쁜 거 알아서 방해 안 하려고 했는데, 너무 보고 싶어서…… 회사 지나면서 들러봤어. 다른 방해는 안 할게, 오빠 일 해. 금방 갈게.” 목정침이 담담히 그녀를 흘끗 쳐다봤다.“할 말 있으면 바로 해.”강연연이 이를 들키자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저번에 우리 엄마랑 같이 오빠네 집에서 얘기했던 회사 합작 일, 어떻게 생각해?”목정침은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미 조사해 봤는데, 너희 회사는 내가 고려하고 있는 범위 내에 들지도 않아.”강연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진함과 함께 그를 찾아가 얘기한다면 높은 확률로 그가 승낙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반응일줄은 몰랐다.“정침 오빠… 우리 집은 목가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업계에서는 꽤 이름 있잖아… 내 체면 좀 생각해줘……”“난 이미 분명하게 말 한 것 같은데 그리고 네가 공사구분을 좀 확실히 했으면 좋겠는데... 만약 너네 집이 적당한 파트너였다면, 누구의 체면도 따질 필요 없었을 거야. 바빠, 그만 가봐.”강연연은 내키지 않았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도 못하였다. 번뜩 사무실 책상 모서리에 놓인 건강검진보고서에 눈길이 꽂혔다. 온연의 이
#진함은 강가네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온연 말고는 다른 희망이 없었다.그날 오후, 온연은 큰 가방을 든 채 백화점 앞에 서 차를 기다리는 중 이였다. 요 몇일 기온이 떨어지고 찬바람까지 이따금씩 불어 몸을 으슬으슬 춥게 하였다. 그녀가 산 것은 모두 속옷이었다. 불현듯 이전의 속옷들이 숨을 막혀오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어차피 얼마 안 돼 그 전의 옷들도 모두 못 입게 될 것이니 시간이 생긴 오늘 틈틈이 많이 사두었다.갑자기 그녀의 앞으로 빨간 스포츠카 한 대가 멈춰 섰다. 차 창이 내려가고 미소를 띄고 있는 진함과 마주치게 되었다. 기분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고, 망설임 없이 싸늘한 표정으로 돌아섰다.“연아! 할 말이 있어서 그래, 몇 분만 시간 내 줄래?”진함이 온연의 뒤를 쫓아오며 간청하듯 말해왔다.“강부인, 무슨 일 있으시면 남편이나 그쪽 따님한테 얘기하세요. 제가 그쪽 때문에 시간 낭비할 이유 없어요.”“연아…… 이러지 마. 엄마가 정말 너한테 일이 있어서 온 거야. 몇 분만 시간 내주면 돼, 응?”온연의 침울한 목소리에 진함이 눈시울을 붉히며 대꾸했다. 온연은 그녀를 못 본 채 하였다. 눈 앞의 이 여자가 남편을 버리고 딸을 버린 것을 생각하면, 당장 욕설을 퍼붓지 못하는 게 원망스럽기만 하였다. 특히 스포츠카를 몰고 명품으로 치장한 진함의 모습에는 구역질이 올라왔다. 물질적 조건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온연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진함은 오히려 걸음을 늦추며 소리쳤다.“연아, 나 암에 걸렸어!”온연의 걸음이 일순간 멈추었다. 쇼핑백을 쥔 손이 하얗게 질려왔다.“당신이 암에 걸린 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 마지막이라고 아쉬움이라도 달래고 싶으세요? 그건 당신 일이지, 나랑은 아무 관계없어요. 당신의 하찮은 모성애는 평가할 가치도 없어요!”진함은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연아, 몇 분이면 돼. 여기 주차가 안되니까, 내 차에서 얘기 나누자. 어때? 널 낳아준 걸 생각해서……”온연
#온연은 비꼬는 듯 말하였다.“정말 이상하네요. 강연연도 아니고, 저한테 기대를 하시다니.”온연의 ‘좋은 어머니’는 자신이 목정침의 아내인 것을 알면서도 강연연이 내연녀라는 것을 묵인하였고, 심지어는 온연에게 떠나라고까지 하였었다. 구역질이 절로 났다. 진함은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연아, 네가 날 미워하는 거 알아. 목정침이랑 강연연이 사이가 좋을 때 나는 목정침이 결혼한 줄도 몰랐어. 내가 너한테 몹쓸 요구를 한 건 맞지만, 그 이상 목정침과의 밀접한 교제는 막았어. 요즘 연락 뜸해진 거 너도 눈치챘잖아? 이번 한 번만 도와주면 강연연이 너희 생활 방해하지 않게 한다는 거 보장할게. 그리고 나도… 네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게!”온연은 도리어 헛웃음이 나왔다.“지금 저한테 조건을 거시는 거예요? 당신을 돕기만 하면, 내 남편의 애인을 처리해주고, 당신 또한 내 눈 앞에 띄지 않겠다고? 언제 또 나와 내 아버지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줄 수 있죠? 강씨 성을 가진 그 남자가 당신에게 그렇게나 중요한가요? 남편이랑 딸을 버려 놓고도 이렇게나 염치가 없다니, 차 세워요!”진함이 갓길에 차를 세우자 온연은 잠시라도 더 머물고 싶지 않다는 듯 차에서 급히 내렸고, 그런 온연을 향해 진함이 말했다.“네가 어떻게 생각하던 난 상관없어, 어차피 나는 곧 죽을 테니까. 내가 죽으면 네가 좀 나아지겠지.”온연이 입술을 세게 깨물더니, 돌아보지도 않고는 자리를 떴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못살게 굴던 여자가 죽는다니… 온연은 엄청난 분노와 동시에 어디서부터 온 건지 알 수 동정심도 몰려왔다. 강가네.진함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현관에 있는 비싼 남성 구두 한 켤레를 발견하였다. 그녀의 남편인 강균성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나 진함은 기쁨보다는 피곤함을 느꼈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부녀의 웃음소리는 무시한 채, 곧바로 위층의 침실로 향하였다.진함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침대위에 둔 자신의 핸드백을 뒤적거리는 강균성을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릴
#유리창 앞에 서 밖을 내다보는 내내 온연은 마음이 어수선하였다. 어느새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멀리서 가로등이 켜지는 것을 발견한 온연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옷깃을 여미며 아래층으로 향하였다. 몇 분 후, 목정침이 습한 기운을 머금고 저택에 들어섰고, 온연이 마른 수건을 들고는 다가섰다.“비 와서 날이 추워요, 어서 가서 샤워 먼저 하세요. 감기 걸리겠어요.”목정침은 수건을 받지 않았고,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위층으로 곧장 향하였다. 온연은 멋쩍어 하지도 않았다. 쇼파에 털썩 앉으며 팔걸이에 수건을 대충 걸쳐 놓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샤워를 마친 목정침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새카만 머리칼 끝으로 물방울들이 떨어졌다. 쇼파를 지나던 목정침이 방금 온연이 걸쳐 놓았던 수건을 집어 들고는 자신의 머리를 닦아내었다. 그의 이런 작은 행동이 온연에게는 그에게 다가갈 용기가 되었고, 곧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강가네와의 합작, 왜 거절하신 거예요?”“이익보다 피해가 더 클 테니까. 그렇지 않다면, 네 생각은 어떻지?”목정침이 담담히 대답하였다. 온연은 입술을 달싹였으나 곧장 말하지 못하였고, 잠시 생각을 거친 후에 입을 열었다.“더 상의 해 보실 거죠?”머리카락을 닦아내던 목정침의 동작이 경직되었다. 불현듯 그녀를 올려다보는 눈에는 희롱이 섞인 듯했다.“강가네를 대신해서 사정하는 건가?”온연은 긴장하여 손을 살짝 말아 쥐었으나, 안색은 변하지 않은 채 말했다.“진함이 절 찾아왔었어요. 강가네와 합작을 허락하게 만들어 주기만 한다면 다시는 제 눈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낳아준 보답을 하라고요. 전 더 이상 그 여자와 엮이기 싫었어요.”목정침의 눈꼬리가 처졌다. 한줄기의 실망감이 스쳤다.“그것뿐이야?”온연의 시선이 무언가 켕기는 것이 있는 듯 다른 곳을 향하였다. 이내 온연은 고백하기로 결정했다.“그리고… 강연연을 멀리 해주겠다고 했어요. 물론, 당신이 강연연과 함께 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제 방식은
#온연은 고개를 떨구고는 말없이 머릿속으로 계산을 했다. 내일부터는 아주머니께 반찬을 두 가지 더 추가해달라고 부탁드려야겠다. 그래야만 배가 차지 않는 멋쩍은 상황이 없을 것 같았다.식사 후 목정침은 곧바로 서재로 향하였고, 온연은 방 안에 누워 ‘서씨’의 편지에 대해 연구하였다. 편지의 내용은 이미 수도 없이 반복하여 읽었지만, 그녀의 마음만 조급해졌을 뿐 다른 쓸모는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그때, 진몽요에게서 문자가 왔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어디서 들었는데 여자 아이를 임신하면 피부가 좋아지고, 남자 아이를 임신하면 살이 찐대. 넌 어때? 여자애일지 남자애일지 너무 궁금하다.’솔직히, 그런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조금씩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온연은 일어서 거울 앞에 자신을 비춰보았다. 피부는 별 다른 변화가 없는 듯하였는데, 몸무게를 재어보니 3키로나 쪄 있었다. 체중계위의 숫자를 바라보던 온연은 부끄러워졌다. 임신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3키로나 찐 거야? 온연은 그제야 식사량을 조절해야 하며, 계속하여 이렇게 먹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습관이 계속되면 절대 건강할 수 없을 것이다.온연이 체중계 위에 서서는 답장을 보내던 참 이였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목정침이였다. 바빴던 업무가 다 끝난 듯 보였다. 문득, 침대 위의 편지가 떠올랐고 그것을 거두려 침대로 향했을 땐 이미 한걸음 늦은 뒤였다. 침대 쪽으로 직행 한 목정침이 그 편지를 바로 집어 들었다. 온연의 심장이 쿵 떨어졌으나 편지의 존재를 알아차려도 목정침에게 별다른 의미는 없을 것이다. 여전히 그 후의 내용은 온연조차 모르기 때문에.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목정침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온연은 앞으로 나아가 편지를 빼앗아 들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옛날 이야기를 다시 꺼내며 영향을 받은 것은 온연 뿐만 아니었다. 그 일로 목정침 역시 가족을 잃어버리지 않았는가.“어제 네가
#그를 바라보는 온연의 눈에 두려움이 가득 찼다.“목정침… 이러지 마요, 저… 무서워요...”얼마나 지났을까, 세찬 비바람이 지나간 듯했다. 모든 것이 잠잠해졌다. 목정침은 미련 없이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하였다.물이 흐르는 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자신이 마치 실이 끊긴 꼭두각시인 것처럼 느껴졌다. 가슴 속 무언가 터진 것만 같았다. 아프고 쓰라리었다. 곧 목정침은 저택을 떠났다. 차의 시동 소리가 저 멀리 들려왔다.같은 장면이 수 없이 반복되어 연출되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잔뜩 갈라지는 느낌. 이번에는 좀 더 거세게 다가왔다.날이 밝고, 온연은 평소와 다름없이 회사에 출근하였다. 어젯밤 일로 인해 밤새 악몽을 꾸었다. 임립이 그녀를 보더니 깜짝 놀란 듯 말을 걸어왔다.“어젯밤에 정침이랑 무슨 일이라도 있던 거야? 다크서클이… 얼굴 다 차지하겠어.”온연은 고개를 젓고는 아무 말도 않았다. 임립의 기색이 일그러졌다.“그… 심개 일이야?” 온연이 곧바로 의문을 가졌다.“무슨 심개 일이요?”임립이 멋쩍은 척 웃어 보였다.“아니야, 아니야. 말 건 김에 물어본 거야. 네 일 보러 가봐.”임립이 왜 갑자기 심개를 언급하였는지 궁금하였지만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어젯밤에는 너무 놀라 정신이 없었으나, 다행히 뱃속의 아기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오전 10시쯤 지났을까, 온연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 번호를 확인 한 온연은 망설이다가 이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휴대폰 너머 심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 쓸쓸한 듯했다.“지금 좀 보고싶어서, 지금 바로. 가능해?”온연은 심개를 잘 알고 있다. 감정에 휘둘려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아무렇게나 근무시간에 만나자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걱정 어린 마음에 온연이 물었다.“무슨 일이야? 무슨 일 생긴 거 맞지?”심개는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말했다.“만나서 얘기하자. 그냥… 네가 너무 보고싶어. 지금 회사 근처야,
#온연은 망설였다. 둘 다 이미 결혼까지 하였지만, 둘의 관계에 대한 소문에 휩싸이기도 했기에 거리를 두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되었다.“그… 무슨 중요한 일이길래 그래? 나 아직 출근 중이야, 그냥 거기서 말해주면 돼.”심개의 고개가 축 쳐졌다. 눈동자의 상실감이 감춰지지 않았다. 빛에 굴절되어 그림자 진 그의 옆모습에서 슬픈 감정까지 올라오는 듯했다.“우리가 앉아서 이야기 나누는 것조차 어려워지게 될 줄 몰랐어.”온연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 결국 차문을 열고 좌석에 앉았다.“그럴 일 없어. 나는… 나는 그저 무단결근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야.”심개는 곧바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는 차를 앞으로 서서히 몰고 나가다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연아, 너 목정침을 사랑해?”온연은 의아할 뿐이었다. 그가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심개는 이미 약혼했고, 본인 역시 결혼했을 뿐더러 아이까지 생겼다. 어쨌든 두 사람이 또 다시 감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었다.“심개, 우리……”온연이 무슨 말을 할지 짐작이라도 한 듯 심개는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넌 대답만 해주면 돼. 다른 생각 말고, 내가 물으면 넌 대답만 해줘.”오늘따라 심개의 행동이 이상했으나, 온연은 알 수 있었다. 지금 그는 조금은 침착을 되찾은 듯했다.“심개, 대체 무슨 일인데? 너 오늘… 평소랑 너무 달라.”심개는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니야… 연아, 너무 오랜만에 너랑 단둘이 얘기 나눠서 그래. 네가 망설일 거 알지만, 지금은 망설이지 말고 내 질문에 대답해줘.”온연은 잠시 사색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모르겠어, 근데… 나를 이렇게나 오래 키워줬고, 지금은 내 남편이 되었어. 아무런 감정도 없다는 건 불가능해.”심개가 미소를 거두었다.“그 감정, 가족간의 정인지 사랑인지, 똑똑히 구분할 수 있어? 만약, 만약에… 내가 너한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