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비꼬는 듯 말하였다.“정말 이상하네요. 강연연도 아니고, 저한테 기대를 하시다니.”온연의 ‘좋은 어머니’는 자신이 목정침의 아내인 것을 알면서도 강연연이 내연녀라는 것을 묵인하였고, 심지어는 온연에게 떠나라고까지 하였었다. 구역질이 절로 났다. 진함은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연아, 네가 날 미워하는 거 알아. 목정침이랑 강연연이 사이가 좋을 때 나는 목정침이 결혼한 줄도 몰랐어. 내가 너한테 몹쓸 요구를 한 건 맞지만, 그 이상 목정침과의 밀접한 교제는 막았어. 요즘 연락 뜸해진 거 너도 눈치챘잖아? 이번 한 번만 도와주면 강연연이 너희 생활 방해하지 않게 한다는 거 보장할게. 그리고 나도… 네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게!”온연은 도리어 헛웃음이 나왔다.“지금 저한테 조건을 거시는 거예요? 당신을 돕기만 하면, 내 남편의 애인을 처리해주고, 당신 또한 내 눈 앞에 띄지 않겠다고? 언제 또 나와 내 아버지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줄 수 있죠? 강씨 성을 가진 그 남자가 당신에게 그렇게나 중요한가요? 남편이랑 딸을 버려 놓고도 이렇게나 염치가 없다니, 차 세워요!”진함이 갓길에 차를 세우자 온연은 잠시라도 더 머물고 싶지 않다는 듯 차에서 급히 내렸고, 그런 온연을 향해 진함이 말했다.“네가 어떻게 생각하던 난 상관없어, 어차피 나는 곧 죽을 테니까. 내가 죽으면 네가 좀 나아지겠지.”온연이 입술을 세게 깨물더니, 돌아보지도 않고는 자리를 떴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못살게 굴던 여자가 죽는다니… 온연은 엄청난 분노와 동시에 어디서부터 온 건지 알 수 동정심도 몰려왔다. 강가네.진함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현관에 있는 비싼 남성 구두 한 켤레를 발견하였다. 그녀의 남편인 강균성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나 진함은 기쁨보다는 피곤함을 느꼈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부녀의 웃음소리는 무시한 채, 곧바로 위층의 침실로 향하였다.진함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침대위에 둔 자신의 핸드백을 뒤적거리는 강균성을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릴
#유리창 앞에 서 밖을 내다보는 내내 온연은 마음이 어수선하였다. 어느새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멀리서 가로등이 켜지는 것을 발견한 온연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옷깃을 여미며 아래층으로 향하였다. 몇 분 후, 목정침이 습한 기운을 머금고 저택에 들어섰고, 온연이 마른 수건을 들고는 다가섰다.“비 와서 날이 추워요, 어서 가서 샤워 먼저 하세요. 감기 걸리겠어요.”목정침은 수건을 받지 않았고,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위층으로 곧장 향하였다. 온연은 멋쩍어 하지도 않았다. 쇼파에 털썩 앉으며 팔걸이에 수건을 대충 걸쳐 놓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샤워를 마친 목정침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새카만 머리칼 끝으로 물방울들이 떨어졌다. 쇼파를 지나던 목정침이 방금 온연이 걸쳐 놓았던 수건을 집어 들고는 자신의 머리를 닦아내었다. 그의 이런 작은 행동이 온연에게는 그에게 다가갈 용기가 되었고, 곧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강가네와의 합작, 왜 거절하신 거예요?”“이익보다 피해가 더 클 테니까. 그렇지 않다면, 네 생각은 어떻지?”목정침이 담담히 대답하였다. 온연은 입술을 달싹였으나 곧장 말하지 못하였고, 잠시 생각을 거친 후에 입을 열었다.“더 상의 해 보실 거죠?”머리카락을 닦아내던 목정침의 동작이 경직되었다. 불현듯 그녀를 올려다보는 눈에는 희롱이 섞인 듯했다.“강가네를 대신해서 사정하는 건가?”온연은 긴장하여 손을 살짝 말아 쥐었으나, 안색은 변하지 않은 채 말했다.“진함이 절 찾아왔었어요. 강가네와 합작을 허락하게 만들어 주기만 한다면 다시는 제 눈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낳아준 보답을 하라고요. 전 더 이상 그 여자와 엮이기 싫었어요.”목정침의 눈꼬리가 처졌다. 한줄기의 실망감이 스쳤다.“그것뿐이야?”온연의 시선이 무언가 켕기는 것이 있는 듯 다른 곳을 향하였다. 이내 온연은 고백하기로 결정했다.“그리고… 강연연을 멀리 해주겠다고 했어요. 물론, 당신이 강연연과 함께 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제 방식은
#온연은 고개를 떨구고는 말없이 머릿속으로 계산을 했다. 내일부터는 아주머니께 반찬을 두 가지 더 추가해달라고 부탁드려야겠다. 그래야만 배가 차지 않는 멋쩍은 상황이 없을 것 같았다.식사 후 목정침은 곧바로 서재로 향하였고, 온연은 방 안에 누워 ‘서씨’의 편지에 대해 연구하였다. 편지의 내용은 이미 수도 없이 반복하여 읽었지만, 그녀의 마음만 조급해졌을 뿐 다른 쓸모는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그때, 진몽요에게서 문자가 왔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어디서 들었는데 여자 아이를 임신하면 피부가 좋아지고, 남자 아이를 임신하면 살이 찐대. 넌 어때? 여자애일지 남자애일지 너무 궁금하다.’솔직히, 그런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조금씩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온연은 일어서 거울 앞에 자신을 비춰보았다. 피부는 별 다른 변화가 없는 듯하였는데, 몸무게를 재어보니 3키로나 쪄 있었다. 체중계위의 숫자를 바라보던 온연은 부끄러워졌다. 임신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3키로나 찐 거야? 온연은 그제야 식사량을 조절해야 하며, 계속하여 이렇게 먹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습관이 계속되면 절대 건강할 수 없을 것이다.온연이 체중계 위에 서서는 답장을 보내던 참 이였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목정침이였다. 바빴던 업무가 다 끝난 듯 보였다. 문득, 침대 위의 편지가 떠올랐고 그것을 거두려 침대로 향했을 땐 이미 한걸음 늦은 뒤였다. 침대 쪽으로 직행 한 목정침이 그 편지를 바로 집어 들었다. 온연의 심장이 쿵 떨어졌으나 편지의 존재를 알아차려도 목정침에게 별다른 의미는 없을 것이다. 여전히 그 후의 내용은 온연조차 모르기 때문에.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목정침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온연은 앞으로 나아가 편지를 빼앗아 들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옛날 이야기를 다시 꺼내며 영향을 받은 것은 온연 뿐만 아니었다. 그 일로 목정침 역시 가족을 잃어버리지 않았는가.“어제 네가
#그를 바라보는 온연의 눈에 두려움이 가득 찼다.“목정침… 이러지 마요, 저… 무서워요...”얼마나 지났을까, 세찬 비바람이 지나간 듯했다. 모든 것이 잠잠해졌다. 목정침은 미련 없이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하였다.물이 흐르는 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자신이 마치 실이 끊긴 꼭두각시인 것처럼 느껴졌다. 가슴 속 무언가 터진 것만 같았다. 아프고 쓰라리었다. 곧 목정침은 저택을 떠났다. 차의 시동 소리가 저 멀리 들려왔다.같은 장면이 수 없이 반복되어 연출되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잔뜩 갈라지는 느낌. 이번에는 좀 더 거세게 다가왔다.날이 밝고, 온연은 평소와 다름없이 회사에 출근하였다. 어젯밤 일로 인해 밤새 악몽을 꾸었다. 임립이 그녀를 보더니 깜짝 놀란 듯 말을 걸어왔다.“어젯밤에 정침이랑 무슨 일이라도 있던 거야? 다크서클이… 얼굴 다 차지하겠어.”온연은 고개를 젓고는 아무 말도 않았다. 임립의 기색이 일그러졌다.“그… 심개 일이야?” 온연이 곧바로 의문을 가졌다.“무슨 심개 일이요?”임립이 멋쩍은 척 웃어 보였다.“아니야, 아니야. 말 건 김에 물어본 거야. 네 일 보러 가봐.”임립이 왜 갑자기 심개를 언급하였는지 궁금하였지만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어젯밤에는 너무 놀라 정신이 없었으나, 다행히 뱃속의 아기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오전 10시쯤 지났을까, 온연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 번호를 확인 한 온연은 망설이다가 이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휴대폰 너머 심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 쓸쓸한 듯했다.“지금 좀 보고싶어서, 지금 바로. 가능해?”온연은 심개를 잘 알고 있다. 감정에 휘둘려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아무렇게나 근무시간에 만나자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걱정 어린 마음에 온연이 물었다.“무슨 일이야? 무슨 일 생긴 거 맞지?”심개는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말했다.“만나서 얘기하자. 그냥… 네가 너무 보고싶어. 지금 회사 근처야,
#온연은 망설였다. 둘 다 이미 결혼까지 하였지만, 둘의 관계에 대한 소문에 휩싸이기도 했기에 거리를 두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되었다.“그… 무슨 중요한 일이길래 그래? 나 아직 출근 중이야, 그냥 거기서 말해주면 돼.”심개의 고개가 축 쳐졌다. 눈동자의 상실감이 감춰지지 않았다. 빛에 굴절되어 그림자 진 그의 옆모습에서 슬픈 감정까지 올라오는 듯했다.“우리가 앉아서 이야기 나누는 것조차 어려워지게 될 줄 몰랐어.”온연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 결국 차문을 열고 좌석에 앉았다.“그럴 일 없어. 나는… 나는 그저 무단결근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야.”심개는 곧바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는 차를 앞으로 서서히 몰고 나가다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연아, 너 목정침을 사랑해?”온연은 의아할 뿐이었다. 그가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심개는 이미 약혼했고, 본인 역시 결혼했을 뿐더러 아이까지 생겼다. 어쨌든 두 사람이 또 다시 감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었다.“심개, 우리……”온연이 무슨 말을 할지 짐작이라도 한 듯 심개는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넌 대답만 해주면 돼. 다른 생각 말고, 내가 물으면 넌 대답만 해줘.”오늘따라 심개의 행동이 이상했으나, 온연은 알 수 있었다. 지금 그는 조금은 침착을 되찾은 듯했다.“심개, 대체 무슨 일인데? 너 오늘… 평소랑 너무 달라.”심개는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니야… 연아, 너무 오랜만에 너랑 단둘이 얘기 나눠서 그래. 네가 망설일 거 알지만, 지금은 망설이지 말고 내 질문에 대답해줘.”온연은 잠시 사색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모르겠어, 근데… 나를 이렇게나 오래 키워줬고, 지금은 내 남편이 되었어. 아무런 감정도 없다는 건 불가능해.”심개가 미소를 거두었다.“그 감정, 가족간의 정인지 사랑인지, 똑똑히 구분할 수 있어? 만약, 만약에… 내가 너한테
#온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나 한 번쯤 무너질 때가 있고,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다. 온연은 심개가 지금이 그 때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서둘러 그 감정을 위로해주면, 금세 마음속을 덮은 어두운 그림자가 사라지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였다. 온연은 많은 생각을 하지 않기로 하였다.그 시간, 강가네.강연연과 진함이 거실에서 대치 중 이였다.“난 정침 오빠한테서 못 떠나! 온연 그 천한 것을 위해 장애물을 치워주겠다 이거야? 정침 오빠랑 만나게 된 것도 엄마가 그러라고 했잖아! 걔만 당신 딸이고, 나는 사실 아닌 거 아니야?!”진함은 이미 오래간 화를 참아왔고, 결국 강연연의 뺨을 내려쳤다.“그걸 말이라고 하는거야?! 너, 목정침이 우리를 도와주도록 만들 수 있니? 그렇게 못한다면 목정침한테서 떨어져! 내 심혈을 기울인 결과를 너 같은 얼간이가 망치게 둘 수 없어! 어쩌다 내가 너 같은 딸을 두게 된 건지!”그녀는 강연연을 목정침에게서 멀어지게 하겠다 약속하였고, 그녀 역시 온연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하였다. 기왕 이를 승낙한 이상, 반드시 지켜내야 일이 그나마 풀릴 것이다. 강연연은 이러한 진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아픈 뺨을 움켜쥔 채 이를 갈 뿐이었다.“또 날 때려? …그래, 내가 엄마 딸인게 그렇게 싫으면 나 안 하면 되잖아!”말을 마치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그곳에서 뛰쳐나갔다. 진함은 굳이 그녀를 쫓아 나가지 않았다. 쇼파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몹시 피곤하였다. 지금은 온연 말고는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강연연은 비상 디자인 그룹으로 성급히 차를 몰았다. 지금 당장 그녀의 마음 속 분노를 터뜨릴 곳이 없으니, 온연을 찾아 끝장을 내야만 속이 좀 편안해질 것 같았다. 과거 자신에게만 유일했던 모성애가 눈 앞에서 두 동강이 났다.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손 댄 적 없던 진함이 온연을 위해 두번씩이나 자신에게 손찌검을 하였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 한편, 심개의 차
#온연이 깨어났을 때는 병원이었고, 날은 이미 어두워진 상태였다. 공기중에는 매캐한 소독 냄새가 가득했다. 머리 위 하얀 천장과 매달려 있는 링거액이 한 방울 씩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온연은 잠시동안 생각이 없다가 번뜩 기억을 되찾았다. 강연연이 들이받았고, 분명히 고의성이 짙은 행동이었다. 당시 차안에는 심개도 함께였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은 온연은 당장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몸에서 전해져 오는 고통에 순식간에 식은땀이 맺혔다. 아랫배가 특히 고통스러웠다.온연이 아픈 배를 지그시 누르며 벨을 눌러 간호사를 부르려는데 병실문이 열리며 심개가 들어섰다. 보기에 큰 외상은 없었으나 이마에 작은 상처가 있었다.심개는 깨어난 온연의 모습에 기쁜 기색을 비췄으나 이내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연아, 너… 유산됐어.”온연의 몸이 잔뜩 경직되었다. 아랫배의 옷깃만 움켜 쥘 뿐이었다.“너… 지금 뭐라고 했어.”심개가 힘겹게 반복했다.“유산이라고… 임신 한 줄 몰랐어, 미안해. 내가 안 불러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경찰 쪽에서도 입건했으니 곧 결과 나올 거야.”온연은 말이 없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를 뿐이었다. 뱃속의 아이가 유산됐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이 작은 생명체는 몸 안에 있던 짧은 시간 동안 장난스럽게도 그녀의 입맛까지 바꿔 놓았고, 그 덕에 몸무게가 3킬로나 늘었는데…뱃속의 아이가 죽었다 잠시 후, 온연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난 봤어… 우리를 친 사람, 내가 봤어.”심개가 무어라 말을 하려는 순간, 병실의 문이 다시금 열렸다. 이번에 들어온 사람은 목정침이였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굳센 그의 몸집은 마치 만년이 지나도 녹지 않는 커다란 빙산 같아 차마 가까이 갈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그런 그의 분노조차 조심스러운 것을 보니 이미 모든 것을 알아버린 듯했다.온연이 사실을 말하기도 전, 목정침이 심개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주먹을 휘둘렀다.“심가 셋째? 하… 네가 뭐 하러 회사까지 찾아와 내
#온연은 땀을 비 오듯 흘렸다. 몇 번이고 시도했으나 혼자 일어설 수가 없었다. 이 광경을 본 진락이 참지 못하고 목정침에게 말했다.“도련님, 사모님께서…”목정침은 고개를 돌려 온연을 쳐다보더니 이를 악물고는 결국 잡고 있던 심개의 옷깃을 놓았다. 곧 온연을 쏘아보며 말했다.“넌 나한테 해명 하나를 빚졌어.”심개가 가장 먼저 온연을 부축하러 발걸음을 옮기자, 진락이 그를 급하게 막아섰다.“셋째 도련님, 그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더 이상은 목가네 일이니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진락의 뜻을 알아챈 심개는 불안한 듯 온연을 쳐다보다 이내 출입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더 이상 어떤 말을 할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자칫 잘못 말을 내뱉었다가는 그것이 불씨가 되어 온연이 난처해질 것이다.진락이 병실을 나와 문을 닫았다. 병실 안에는 온연과 목정침 두 사람만이 남았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목정침이 먼저 입을 열었다.“너 정말 실망스럽게 하는구나……”온연이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은 채, 눈을 잔뜩 내리깔고는 입을 열었다.“죄송해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당신의 마음에 든 적이 단한번도 없군요…”“그 아이는, 어떻게 된 일이지?”그는 화제를 아이의 이야기로 돌렸다.“어떻게 알려야 할지… 생각을 못 했어요……”온연은 눈물을 꾹 삼켰다.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내 아이는 맞아?!”그는 한 단어 한 단어 내뱉으며 필사적으로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원래도 저를 이렇게나 못마땅히 여겼나요?”온연의 입가에는 실소가 머금어져 있었으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병실 안은 다시금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온연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고있자니 목정침의 인내심이 극에 달하였다. 그는 앞으로 다가가더니 그녀를 확 잡아당기고는 침대 위로 세게 뿌리쳤다.“고작 이런 일로 죽을 표정 짓지 마! 만약 내 아이였다면, 그렇게 떠나고 싶어하던 네가 진작 나한테 이 사실을 알렸겠지, 왜 숨겨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