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정침이 알아들은 건지 어쩐 건지 곧 입을 열었다.“이따가 일이 있어서 나가 볼 거예요. 점심에는 못 오고… 오후 4시쯤 넘어서 돌아올 거예요.”유씨 아주머니는 급히 그가 입을 옷을 준비해준 뒤, 뒷마당으로 곧장 향하였다.“연아, 도련님 곧 나가실 거래. 오후 4시에야 돌아오신다고 하셨어. 안으로 들어가자. 아직 다 낫지도 않았는데 감기라도 들면 어떡해.”온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이따가 목정침이 나가면 탕위엔 데리고 들어와주세요.”유씨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였고, 마음속으로는 기쁨을 금치 못하였다. 온연을 신경 쓰는 목정침의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전에 외출을 하면 하인들에게 말도 하지 않았으며, 더군다나 돌아올 시간 역시 말해주지 않았었다. 집에 돌아올지, 돌아와 저녁을 먹을지 모두 그때그때 집에 전화를 걸어 알려줄 뿐이었었다. 오늘 이런 행동은 온연과 탕위엔을 위해 자리를 비워주는 것임이 분명하였다.목정침이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서려는데, 문득 온연이 그를 등진 채 먹던 약이 떠올랐다. 임신했을 당시 임신 증상을 위병이라 여겼는데, 그녀의 거짓말을 그는 결국 들추어내지 못하였다. 애초에 그녀에게 건넸던 약을 그녀가 먹지 않은 것은, 뱃속의 아이를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이는 온연이 결코 아이를 개의치 않은 게 아님을 뜻했다.그가 정신없이 그녀의 약 서랍을 열어젖혔다. 서랍 안에는 작은 약 병이 두개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텅 비어 있었고, 남은 하나는 꽉 찬 상태였다. 모두 엽산이였다. 지금으로서는 쓸모가 없었다. 누군가 위층으로 올라오는 소리에 급히 서랍을 닫고 문을 나서 계단으로 향하였다.그와 맞은편 계단을 오르는 온연과 마주하자, 그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그의 움직임을 눈치 챈 온연도 발걸음을 늦추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의 말을 기다린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고양이… 집 안에 들이지 마.”그가 입을 열었다.“어……”온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이
#온연은 다시금 끙 하는 신음 소리를 내었다.“길고양이를 데려온 거야. 목정침은 못 기르게 하는데, 내가 한사코 기르겠다고 했거든. 몇 번씩이나 화를 냈어, 그래서 결국 정원에서 기르는 중인데, 지금은 목정침이 없어서 안으로 데려온 거야.”진몽요가 그런 온연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 보였다.“죽여주네, 너 감히 목정침이랑 맞붙을 줄도 아는 거야? 어린 양인줄로만 알았는데, 늑대 같은 면도 있었네?”온연은 더 이상 목정침에 대해 이야기 하고싶지 않아서, 곧 화제를 돌려버렸다.“너 방금 괴로울 지경이라는 게 무슨 말이야? 왜 어머니 얘기만 하면 화가 나?”진몽요가 지긋하다는 듯한 표정을 보이며 대답했다. “나 이젠 정말 지겨워 죽겠어. 엄마랑 같이 사는 게 너무 힘들어…… 난 지금 경소경네 회사에 출근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는데 두 군데 수당으로도 엄마 부양에는 어림도 없어. 우리 엄마는 아직도 사치품을 좋아하시고, 헤프게 돈 쓰는 버릇도 못 고치셨어. 게다가 마작까지 치시는데 판도 아주 커. 입만 열면 싸우니, 더 이상 말하기도 지겨워.”이 일에 대해서는 온연도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저 위로 해주는 수밖에 없었다,“아직 일반인의 생활에 익숙하지 않으셔서 그럴 거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이전과 같지 않다는 걸 확실히 알려드려. 집안에 금전이 넉넉치 않으니… 돈을 물쓰듯 쓸 수는 없다고. 네가 얼마나 힘든 지 알려드려야만 해, 아무래도 자신의 딸인데, 마음 아파하실 거야.”진몽요는 강령이 자신 때문에 마음 아파할 것이라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됐어, 정말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한다면, 폐인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한테 하루 세끼를 시종 들게 하고, 모든 집안 일을 나에게 시키지는 않을 거야. 우리 아빠가 아직 살아 계시다면 저런 모습은 절대 용납되지 않았을 걸. 전지가 너를 통해서 나한테 전해달라고 한 그 카드에 돈이 조금 남아있는 걸 엄마한테 들킬까 봐 제일 두려워. 그걸
#그의 얼굴에서 불쾌함을 느낀 온연은 속상해졌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탕위엔을 곁에 두라고 압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그녀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목정침은 밤에 나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전에는 집에 오지 않아도 된다면 절대 돌아오지 않던 그가 어째서 갑자기 매일같이 집에 얌전히 있게 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가 집에 있으면 온연은 오히려 불편하였고, 탕위엔과 함께 있을 시간마저 줄어들게 되었다.잠에 들기 위해 침대에 누운 온연은 문득 낮에 진몽요가 했던 말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려 왔다.목정침은 그녀의 바로 옆에 누워 그녀를 등지고 누운 채 핸드폰을 들여보고 있었다. 그의 화면에는 글자들이 빽빽이 들어 차 있었고, 잠깐 본 것 임에도 머리가 아파 와 오래 쳐다볼 수가 없었다.그 때, 갑자기 휴대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목정침의 휴대폰이었고, 화면 속 발신자는 강연연이였다. 그는 일어선 뒤 한쪽에 서 전화를 받았다. 방해받아 짜증난 듯한 목소리였다.“여보세요.”곧 강연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정침 오빠, 우리 집 도와줘서 너무 고마워. 오빠 아니었으면 우리집은 망했을 거야. 너무 좋다니까~ 우리 엄마 아빠가 식사 대접하겠다는데, 오빠 밖에서 응대하는 건 질렸을 테니까 우리집으로 올래? 내가 직접 요리해 줄게!”목정침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 온연은 몸을 뒤척이며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는 귀까지 막아버렸다. 한밤중에 잠조차 평온하게 잘 수 없다니, 정말 끔찍했다.온연은 그가 자신을 미워하기 위해 강연연을 감쌌을 뿐 아니라, 강연연이 제안한 조건들을 쉽게 들어줄 것이라 생각도 못하였다. 비록 강가네를 도와주자는 것도 자신이 제안한 것이었지만, 지금 목정침의 행동은 분명 온연과 관계가 없었다.목정침은 제 몸 뒤의 인기척을 느끼고는 곧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그래, 내일 오전에 가지.”전화가 곧 끊겼고, 온연의 속이 막혀왔다.
#온연은 전화를 끊지도 못한 채 급히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였다.“어디든 먼저 가서 있어! 나 금방 나가!”평소를 엉망으로 지내다 보니, 마침내 좋은 소식이 찾아왔다. 기약도 없이 아득한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나 빨리 편지가 올 줄 몰랐다.온연은 지금 단 한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 일을 정확히 알아내고, 그녀의 아버지가 무고한 사람이라면 정정당당히 목가를, 목정침을 떠날 것이다. 더 이상 비참하게 살기 싫었다. 아이까지 죽은 후로 저항할 힘조차 없어졌다.약속 한 카페에 도착하였고, 진몽요는 곧장 편지를 가방에서 꺼내 들었고, 온연은 급히 편지를 뜯어보았으나 내용은 실망스러웠다.날 찾을 필요 없어. 나를 찾을 수도 없을 거고. 난 더 이상 단서를 줄 수 없어. 네 아버지가 무죄라는 것 밖에는 해줄 말이 없다. 나는 그 비밀에 이미 너무 오랜 시간 시달렸어. 말을 하지 않고는, 차마 눈을 감을 수 없을 것 같았어.편지를 다 읽은 후, 온연의 두 손이 벌벌 떨려왔다. 이 ‘서씨’라는 사람은 왜 희망을 주고서, 또 다시 절망을 준 것일까? 그녀가 아버지의 무죄를 알았고, 믿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있는가?목정침은 믿지 않을 것이고, 그 누구도 믿지 않을 것 이였다. 편지 몇 줄로는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온연이 바란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뒤집고, 아버지의 억울함을 씻어내 드리고 싶었다.그녀의 안색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진몽요가 물어왔다.“왜 그래, 연아? 뭐라고 써 있는데?”온연은 물어 뜯을 듯 입술을 깨물어왔다.“아무 쓸모도 없어…… ‘서씨’는 우리가 찾을 필요도 없고, 찾지도 못할 거래. 나한테 도움될 단서는 제공해 줄 수 없는데, 자기가 알던 이 많은 내용을 나한테 떠넘겼어. 너무 오래 이 사건에 시달렸다고, 말하지 않으면 눈을 감을 수도 없었을 거래. 이제 와서 입 밖에 내면 눈이 편히 감기나? 그럼 나는? 겨우 불붙은 희망이 다 깨져버렸는데, 난 어떡하라고?!”진몽요는
#온연은 그의 말을 듣지도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왜 그래요? 밖에서 뒹굴거리면서 놀 돈은 있고, 아내 벌어 먹여 살릴 돈은 없는거에요?” 목정침은 눈가에 의미심장한 웃음기를 띄며 “알겠어.”라고 대답했다. 전화를 끊은 그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바로 온연에게 돈을 보내 주었다. 강연연은 그가 통화만으로 기분이 좋아진 것에 살짝 마음이 씁쓸해진 체로 그에게 "정침 오빠, 누구랑 통화한 거야? 통화하고 나서 기분 좋아 보이네?”라고 물어보았다. 목정침은 얼굴에 남아있는 웃음기를 빼며 “아무도 아닌데”라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진함은 "연연아, 너 말이 너무 많은 거 아니니? 밥 먹을 때는 밥만 먹어,그만 말하고." 강연연은 말을 멈췄다.여자의 직감은 항상 정확하기 때문에 아까 그러나 목정침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마음에 걸렸다.그가 자신에게 송금한 금액을 보던 온연은 감정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이렇게 쉽게 목정침에게서 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게다가 적지 않은 돈 이였으니 말이다…. 진몽요는 가까이 가서 쳐다보더니 혀를 쯧쯧 차며 말을 했다.“역시 돈 많은 남편이 좋긴 좋네, 전화 한 통에 이렇게 큰 돈을 보내주고 말이야, 그래서 우리 오늘 도대체 쇼핑 가는 거야? 아니면 사람 찾아서 서씨 조사하는 거야?” 온연은 정신을 차리고 진몽요의 말에 대답했다. "당연히 사람 찾아서 서씨를 조사하는게 먼저야, 너 이쪽에서는 꽤 능통하잖아.나 도와 줄 사람 좀 찾아줘, 돈은 내가 줄 테니까.”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온연은 목가네로 돌아왔고, 목정침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일부러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몇 개 사 가지고 돌아왔다. 옷이 거의 전부였고, 돈은 얼마 쓰지 않았다. 목정침은 그녀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들어왔다. 그녀는 그가 오늘 밤 돌아오지 않거나 아니면 아주 늦게 돌아올 줄 알았다.......애인이랑 같이 있는 시간도 아까운데, 어떻
#온연은 대답했다. “안가요. 절 찾는 거면 직접 오면 되는 거 아닌가요? 왜 매번 제가 가야 하죠? 제가 만나자는 것도 아닌데!” 유씨아주머니는 눈을 크게 부릅뜨며 "연아.... 너...사춘기가 늦게 온 거야 뭐야? 너 이제 곧 22살이야.” 온연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지금 유씨 아주머니 눈에는 그녀가 사춘기로 보이는 건가? 그녀는 침묵 속에서 폭발한것이다, 그녀는 이 오래된 괴롭힘 속에서 더 이상 모욕당하고 살지않고 벗어나고 싶은 것 이라고!유씨아주머니는 그녀의 수그러지지 않는 행동에 마지못해 목정침에게 가서 사실대로 얘기하고 나서 뒤뜰로 조급하게 달려왔다. 이번 발걸음은 아까보다 훨씬 더 조급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유씨 아주머니는 말했다. "연아, 도련님이 말씀하셨는데 그분 말을 안 들으면 고양이를 못 키우게 하신다고 하셨어, 한다고 결정하셨으면 꼭 행동으로 옮기신대!" 한다고 하면 바로 한다고?그래 좋아, 한번 해봐. 온연은 한편으로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우스웠다. 그는 항상 그렇게 오만하게 남을 깔보고, 항상 자기가 위에 있는 척 거만 했으니까 말이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는 몸을 돌려 목정침에게로 갔다. 목정침은 여느 때처럼 침실 창문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날카로운 기운 속에 문예스러운 기운이 깃들어가 있었다. 이리저리 봐도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현실이 너무 아프지 않았더라면, 그 순간만큼은 그녀에게 있어 정말 평온한 것 같은 착각을 주었다. 온연은 몸을 꼿꼿이 세우고, 말을 할 때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에게 말했다.“다음부터 저 찾을 때는 하인 부르듯 부르지 말아주세요. 그쪽이 저를 찾는 거지, 제가 그쪽을 부르는 게 아니잖아요.” 목정침은 책을 덮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응시하며 말했다.“뭐라고?” 그녀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 번 말하기 싫어요. 어차피 절 괴롭히겠다는 거잖아요? 저에게는 참고 견디는 것도, 그쪽한테 고분고분 하게 지내는 것 마저도 지나치겠죠, 근데 저
#마음의 역린을 그녀가 한 번 더 건드렸다. 목정침은 손에 있던 술잔을 땅으로 세게 내리치며 말했다.“그래, 너는 내 하인 하는게 좋은 거지? 그래 좋아! 너 하고싶은 대로 해. 내일부터 목가네 하인들이 하는 거 그대로 따라해. 꺼져!” 그녀는 망설임 없이 발길을 돌려, 유씨 아주머니가 묵고 있는 방으로 갔다. 총 네 명이 함께 묵고 있었고, 남는 여유 공간이 없어 유씨 아주머니와 함께 몸을 비틀어가며 쓰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를 화나게 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차라리 하인실에서 자더라도 그와 같은 침대에 눕고 싶지 않았다. 그를 보면 그와 강연연, 그리고 진함이 그녀한테 한 일이 떠오르기 때문이었다!그들이 서로 손을 잡고 그녀의 심장에 영원히 아물지 않을 상처를 줬던 기억은 매일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그녀를 괴롭혔다.그 다음 날, 그녀는 평소대로 회사에 출근해 퇴근하고 목가네로 돌아와 ‘아르바이트' 하인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목정침은 목가네의 하인들에게 사양하지 말고 그녀에게 업무를 시키라고 지시했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업무를 주지 못했다, 아직 이혼도 안 한 그녀는 여전히 목정침의 부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한번에 유씨 아주머니가 해야 하는 궂은 일을 모두 도맡았고, 그녀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가서 도와줄 뿐만 아니라, 빨래, 요리, 청소도 마다하지 않았다.예전의 목정침은 그저 그녀를 괴롭혔을 뿐 정확하게 벌을 주진 않았다. 지금이라도 이런 식으로 벌을 받게 해줬으니, 차라리 이렇게 벌 받는게 잘됐다고 그녀는 생각했다.끝까지 서씨는 찾지 못했고,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빚을 갚지 못했다. 서로가 모두 상처투성일지라도, 그녀가 입은 상처는 그에게는 보잘것없이 보였고, 공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저녁에 온연은 하인들과 함께 주방에서 저녁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도 한참을 바쁘게 일을 하고 휴식을 취할 때 쯤에는 벌써 12시가 다 되어갔다. 그녀는 목정침에게 돈을 요구했던 그때를 떠올렸다.대체 머리에
#온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일찍 잠에 들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그녀의 대답을 듣지 못하고,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줬다.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목정침은 꼭 온연을 보기 위해 매일 퇴근하자마자 집에 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러곤 한참을 거실에 앉아 있었다. 때문에 온연은 그를 피하기 위해 거실에 거의 발을 들여놓지 않고 주방과 뒤뜰에서만 일을 하며 그가 올라간 후에야 거실로 가서 청소를 했다. 서로 범하지 않는 내에서 이렇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그녀는 느꼈다.같은 시간, 진몽요는 자신의 월세 집에서 조급하게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엄마! 혹시 내 은행카드 봤어?” 강령이 거실에서 해바라기씨를 까면서 말했다.“아니...잘 찾아봐, 엄마를 도둑으로 몰려고 하는 건 아니지?” 진몽요는 집을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은행카드는 찾지 못했다. 집에 왔었던 사람은 강령 빼고는 없었다. 그녀는 강령에게 말했다."엄마, 솔직히 말해, 내 카드 가져갔지? 비밀번호도 모르면서 카드 가져가서 뭐한 거야? 가져갔으면 빨리 돌려줘. 돈 써야 될 때가 있어." 강령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꺼냈다.“나한테는 돈 없다고 맨날 청승 떨더니 카드에 돈이 많았나 보네? 너가 무슨 급한 일이 있다고 돈을 써?” 진몽요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말했다“나 진짜 급해! 빨리 줘!” 강령은 그녀가 장난하는 것 같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밍그적밍그적 거리면서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며 얘기했다.“돈 좀 썼어.” 진몽요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왠지 모르게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썼다니? 비밀번호를 모르는데 어떻게 쓴 거야?!"강령은 소심하게 대답했다.“네 모든 비밀번호는 네 생일인데...모르는 게 이상하지. 그리고 돈 좀 쓴 거 가지고 너무 뭐라 하는거 아니야? 카드에 3억이나 넘게 있는 걸 감추고 말이야! 좀 더 잘 살수 있는데 넌 꼭 그렇게 네 친 엄마를 거지처럼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