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부엌에 있는 유리창을 통해 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몽요가 너무나도 걱정되었다. “몽요야, 너 지금 어디야? 찾으러 갈게.” 그녀는 우선 일을 뒤로 제쳐두고, 급히 우산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진몽요는 울먹거리면서 말했다. “우리 집 아래층 편의점 문 앞에 있어, 핸드폰만 가지고 나와서 외투도 안 입고 나와서 추워 죽을 것 같아. 외투도 못 가지고 나왔거든. 그렇다고 지금 집으로 올라 가서 엄마를 보고 싶지는 않고. 보기만 해도 화날 거 같애.”온연은 그녀가 외투도 못 입고 나왔는다는 걸 듣고는 바깥 대문에서 재빠르게 다시 집 안으로 들아가며 말했다. “그럼 일단 내가 옷 가져갈 테니까 거기서 꼼짝 말고 있어!”전화를 금방 끊고 나서, 내려가는 도중에 계단에서 발이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랫배가 계단에 세게 부딪혔고, 우산도 다른 한쪽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아픔을 참고 일어나서 외투를 들고 뛰쳐나갔다. 밖으로 나오자 강한 바람과 비가 그녀를 세차게 때려댔다. 우산을 써도 비때문에 옷이 이미 흠뻑 젖었고, 신발 속도 물이 가득 했다. 집 앞엔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바깥 길목에 도착해서야 차를 잡을 수 있었다. 차 안으로 들어가서 앉는 순간, 그녀는 다리 사이에서 뜨거운 뭔가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과 아랫배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유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이내 곧 그 걱정을 거뒀다. 어차피 통증도 참을 만한 수준이었다.편의점 앞에 도착한 그녀는 차에서 내려 몽요에게 급히 외투를 건네 주면서 말했다.“이렇게나 추운데 정말 집에 안가고 여기서 밤샐 생각이야?” 눈시울이 붉어진 진몽요는 그녀에게 말했다.“그냥 누가 나랑 수다라도 떨어줬으면 해서..좀 있다가...집에 갈 거야. 내가 안가면 우리 엄마 굶어 죽을 수도 있어.엄마는 항상 그래.....원망스럽기도 하고 근데 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온연이 가볍게 무시
#“연아, 너 왜 이렇게 피를 많이 흘려?!” 온연은 고개를 숙여서 한 번 바라보았다. 눈은 이미 흐릿해졌고, 소리도 점점 들리지 않았다. 정신이 없는 틈에도 진몽요는 택시를 잡아 그녀를 병원에 데려다 주었다. 그녀의 시야에는 의료진 몇 명이 보였고, 그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응급실로 데려갔다.그녀는 통증으로 인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어느새 자기가 수술대 위에 누워 있다는 걸 알았다. 진몽요는 초조하게 응급실 밖을 계속 서성거렸다. 그러자 간호사 한명이 응급실에서 급하게 뛰어 나오며 말했다.“혹시 환자 가족 맞으신가요? 지금 환자분은 유산 후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서 지금 출혈이 심해요. 당장 수술이 필요합니다. 가족이 맞다면 수속 먼저 밟아 주셔야 해요!”진몽요는 순간 멍해졌다.“저는 가족이 아니라 그냥 친구에요..” 간호사가 급하게 말을 했다.“그럼 가족한테 얼른 연락해주세요! 가족이 오셔서 수속을 밟아 주셔야 수술 진행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요!” 진몽요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온연의 핸드폰으로 목정침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었지만 온연의 핸드폰은 이미 배터리가 다 써서 꺼진지 오래였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온연의 전화번호가 들어가 있는 유심카드를 빼서 자신의 핸드폰 안에 넣었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전화가 끊어졌다. 그렇게 전화를 걸고, 전화가 끊기는 게 여러 번 반복되었다.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는 목정침 때문에 너무나 초조했고, 이 상황이 너무 무서워 눈물이 났다. 그가 빨리 전화를 받았으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에게 문자를 보내야 했다.‘연락 안 받으시면 연이 죽어요..지금 연이 출혈이 심해서 병원에 와있어요, 가족이 있어야 수술이 가능하대요. 전화 좀 받아요’ 문자를 보내자 마자 목정침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다급하게 전화를 받았다.“빨리 오세요! 연이 더이상 못 버틸 것 같아요..출혈이 너무 심해요..”순간 전화 너머로 들리는 건 천둥소리와 빗소리 뿐 이였다
#그가 간호사에게 물었다.“수술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간호사는 지금 자신이 누구와 얘기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아주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지금은 최선을 다해서 살리고 있습니다. 목부인이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출혈이 심한 상태였어요. 그래도 너무 걱정마세요. 부인께서는 아무 일 없으실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는 복잡해진 심정으로 물었다. “왜 이렇게 된 거죠?”그의 말을 들은 간호사는 놀라 안색이 굳어진 체로 대답했다.“저..저도 잘 모르겠어요..처음에 교수님들은 유산하시고 나서 과로 하신 것과 스트레스 때문에 난 출혈이라고 일단 진단을 내리셨어요. 유산 하신 후에 교수님들께서 푹 쉬시라고 당부하셨을 텐데, 어떻게 된 건지..”목정침은 낙담하면서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 말을 꺼냈다.“재발..살려주세요..살게만 해주세요..다른 건 상관이 없어요..” 그는 그저 그녀가 자신에게 좀 수그러지기만을 바랬는데, 왜 자신을 이렇게 괴롭히면서까지 그와 싸우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진몽요는 그들의 대화에서 이상함을 느끼고 말했다.“과로라니요? 물론 연이는 퇴원한 지 얼마 되지않아 바로 출근했지만 계속 사무실에 앉아있었고 힘든 업무도 아니었어요..과로라니요?” 간호사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하게 알지는 못해서 대답을 하지못했다. 당연히 목정침도 진몽요에게 대답해 줄 일은 없었다. 갑자기 깡패같이 생긴 남자들이 씩씩거리면서 다가왔다. 그리고 목정침을 발견하고는 그를 둘러싸기 시작하더니 말했다.“우리 차 보기 좋게 박아놓고 이렇게 튀어?! 죽고 싶으면 한번 더 튀어 봐!마침 여기도 병원이니까!”진몽요는 목정침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 였지만, 자기 절친의 남편이 다른 사람에게 욕을 듣고 있는 건 용서가 되지 않았다.진몽요가 그들에게 말했다.“이 사람들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안 꺼져요?! 차 한번 들이 박은 거 가지고 너무 뭐라고 하시네! 얼만 데요?! 제가 드릴 테니까 여기서 그만 나가
#목정침은 진락이 가져 온 수표를 받아서 그들에게 던지면서 말했다.“원하는 만큼 써.” 그 남자들은 처음에는 겁이 났지만, 그가 원하는 만큼 쓰라고 말을 하자마자 그들은 그를‘돈을 써서 일을 크게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자신 있게 수표 에다가 그들에게 있어 천문학 적인 금액을 적었다. 그리고는 큰소리로 말했다.“형님들이 널 호구로 취급하는게 아니라, 차 물려주고 정신적 손해 보상까지 하면 많은 건 아니야.” 목정침은 썩소를 짓더니 그들에게 말했다.“많이 써도 돼, 병원비도 넣어.” 그 남자들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도 전에 보디가드에게 끌려갔다.진락은 가져 온 외투를 목정침에게 걸쳐주고 말했다.“도련님, 도련님 차는 이미 망가져 사람 불러서 처리했습니다. 새 차 끌고 오겠습니다.”목정침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신호위반 많이 했을거에요. 뒤처리 좀 해주세요.”진락은 응급실을 슬쩍 보고 그에게 물었다.“여기 혼자 계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목정침은 손사래를 쳤고 진락은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피했다.진몽요는 감탄을 하며 얘기했다.“예전에는 그쪽이 연이한테 너무 못되게 구는 것 같았는데, 이제 와 보니 양심은 있으신 가봐요, 빨리 오느라 교통사고까지 내시면서 30분이나 빨리 오시고. 게다가 보아하니 신호도 제대로 안 지킨 것 같고요. 그쪽이 마음에 들 진 않지만 그래도 인간성은 있네요. 연이가 유산한 아이는 그쪽 거고, 심개가 돌아 온 후로 연이는 심개랑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했어요, 저한테 제일 많이 한 말이 ‘자기는 이미 결혼한 사람이다.’였어요. 그만큼 조용히 살았기도 했고요. 아, 연이 그때 교통사고 난건 어떻게 해결 하신 거에요? 연이 사고 당하게 하고, 결국 유산하게 만든 연이 이부동생 강연연이라는 년은 감옥에 들어 간거 맞죠? 그쪽이 연이 남편인데 어떻게 용서 하겠어요, 그쵸?”목정침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그녀의 말에 응해주지 않았다.진몽요는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 그
#온연은 이튿날 새벽에 잠에서 깼다. 그녀는 어렴풋이 누군가가 자신의 옆에서 지키고 있는 것을 느꼈다.다행히도 머리는 멀쩡해서 어젯밤에 병원에 들어 온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옆에 있는 사람이 유씨 아주머니인 줄 알고 말했다.“유씨 아주머니, 저 대신 회사 휴가 신청 좀 내줘요. 당분간은 못 갈 거 같아요..”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그녀는 서서히 눈을 떴다. 그녀의 눈에 초췌한 목정침의 얼굴과 잠옷 차림에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있는 목정침이 보였을 때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 순간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그녀는 수술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정침 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왜 이런 모습으로 병원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일어난 그녀에게 알아 듣지 못할 말을 했다.“왜? 이제 만족해? 너가 이겼어.”목정침이 또 이상한 트집을 부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만 하고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그녀는 그에게 말했다.“무슨 뜻이에요?"목정침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일어나 외투를 걸치고 병실 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유씨 아주머니가 곧 오실 거야. 꼼짝 말고 병원에 있어. 퇴근 후에 다시 올 테니까.”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목이 쉰 채로 대답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아니요,그럴 필요 없어요. 유씨 아주머니만 있으면 돼요.”그녀의 쉰 목소리를 들은 그는 몸을 돌아 그녀에게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 여전히 거만한 태도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연은 그가 정성껏 자기를 보살피고 있다는 느낌이 싫었다. 하지만 목이 너무 말라서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그녀는 이불에서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꺼냈다. 그녀의 손이 물컵에 닿기도 전에 그는 그녀에게 물을 먹여주었다. 그녀는 그에게 반항하기도 귀찮아 물을 한두 모금 마셨다.기분이 이상해 더 이상 마시지 않았다.온연에게 물을 다 먹여주고 나서 목정침은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병실을 떠났다.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몸에도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유씨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아직 어려서 그래. 어릴 때부터 도련님 옆에서 크면서 곱게 자라서 아직 세상을 잘 몰라서 그래. 여러사람들도 만나보고, 남자도 많이 만나다 보면 그때 알게 될 거야. 도련님은 여자한테 매너 있게 구시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쁘게 대하시지는 않아. 알아 나도. 도련님이 강연연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거. 근데 입장 바꿔서 강연연이 이런 사고가 났었다면 도련님이 자기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그렇게 허겁지겁 달려오셨을까? 또 하룻밤 내내 그 여자 곁을 지켰을까?”온연은 더 이상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말을 바꿨다.“근데 유씨 아주머니, 탕위엔은 다른 사람한테 잘 부탁한 거 맞죠? 어제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많이 불던데, 밖에서 많이 무서워 했을거에요.” 유씨 아주머니는 다리를 탁 치면서 말했다.“아이고! 깜빡했네 내가! 어제 너가 사고 당했다고 해서 그것만 생각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는데, 내가 이걸 잊어버리고 있었구나. 그래, 어쩐지 뭘 까먹은 것 같았어..너가 얘기 안해줬으면 깜빡 잊을 뻔 했어! 이건 뭔, 나이가 들고 나서 정신이 흐리멍텅 해진 것도 모자라서 탕위엔도 못 챙겼네! 지금 바로 임집사 한테 전화해 볼게.”온연도 다급해졌다. 그런 열악한 날씨에 탕위엔을 밖에 풀어 놓는게 길고양이때랑 다를 게 뭐가 있겠느냐고 그녀는 생각했다.유씨 아주머니는 목가네로 전화를 걸었다. 온연에게도 들려주기 위해서 스피커를 켰다. 한참을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자 ‘전화 소리가 안 들리는 건가’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전화가 연결됐다.유씨 아주머니는 조급하게 말했다. “사모님께서 탕위엔이 걱정 된다고 하시네. 어제 날씨가 그렇게 안좋았는데, 많이 놀랬을 거야! 사람 시켜서 한번 보러 가봐, 정리 할 거 있으면 정리하라고 하고, 애 안 아프게 해. 귀한 고양이라서 한번 아프면 거의 죽으려고 할거야!”전화 너머로 몇 초 동안 침묵이 흐르고 목정침의 대답과 함께 전화가 끊어
#온연의 사고 때문에 진몽요는 밤새 잠을 설쳤다. 그 탓인지 회사에서는 하품이 끊이질 않았다.그녀는 가까스로 퇴근할 때 까지 잘 버티고 제일 먼저 자리를 떴다. 시간에 맞춰서 온연에게 병문안 가야 했고, 집에 돌아가면 저녁밥을 차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그녀는 갑자기 뒤에서 압박감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그녀의 덩치가 2배이상은 되는 듯한 경소경이 서있었다.경소경이 비웃듯이 얘기했다.“업무시간에는 효율도 못 내더니 퇴근이 참 칼 같네. 주임이 그러던데, 아직도 중요한 서류를 못 끝냈다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 진몽요는 예전처럼 바로 대들지는 못했다. 양심이 있던 지라 잘못은 인정해야했었다.“아..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자서..근데 그 파일은 다시 수정해서 올렸어요. 깊게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으니까 괜한 트집잡지 마세요.”경소경은 진몽요가 화를 내지 않자 조롱하듯이 대답했다.“요새 젊은 사람들은 밤을 새우면 안된다고 내가 얘기했지 않나? 어떻게 고칠 줄을 모를까? 뭐? 반성을 해서 뉘우치고 있어? 낯짝 두꺼운 거 봐라.”진몽요는 인내심을 가지고 대답했다. 까딱하면 또 그에게 화를 낼 게 뻔했기 때문이다. “예예, 사장님 말이 다 옳네요. 뭐 또 혼내실 일 있으시면 내일 아침에 다시 얘기하세요. 전 연이를 보러 가야해서.”그 말을 들은 경소경의 표정이 진지해졌다.“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도 대충은 알아. 나도 한번 들리려고, 같이 가.”진몽요는 택시비를 아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사양하지 않았다.“좋아요.”두 사람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목정침의 차도 병원 주차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경소경은 목정침의 차를 보고 경적을 울리며 짧게 인사했다. 목정침은 그를 슬쩍 보고, 옆에 진몽요를 보았다. 그녀에게 대충 인사로 고개를 끄덕거렸다.세 사람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경소경은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어떻게 된 게 온연씨한테 사고가 많이 나네. 무슨 일이야? 너 남편으로서
#잠시 후에 그녀는 목정침에게 물었다.“탕위엔은? 어떻게 됐어요?”목정침은 그녀의 눈을 피하면서 대충 대답했다.“잘 있어.”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아 다행이다. 날씨 보니까 요 며칠은 계속 비도 오고 바람도 분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탕위엔을 저택안으로 들여보낼 수 있을까요? 걔는 멍청해서 비 피하는 것도 잘 몰라요..”목정침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그래, 멍청한 건 알겠더라. 저택 안으로 들여보낼게. 나한테만 안 달라붙으면 돼.”그의 태도가 예전에 비해서 많이 변한 걸 느낀 온연은 살짝 안심이 됐다. 적어도 탕위엔은 더 이상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과 책임 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온연은 그렇게 생각했다.경소경은 옆에서 바라만 볼 뿐 말은 하지 않았다. 그때 간호사가 들어와서 온연에게 체온을 재고 기본적인 검사를 했다. 간호사가 경소경과 진몽요를 발견하고 나서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경도련님이 왜 이렇게 돈을 헤프게 쓰나 했는데, 사실은 여자친구때문에 그러셨던 거구나.”경소경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애매하게 말을 했다.“놀리지 마시고, 얼른 일이나 하세요.”진몽요는 바보가 아니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 병원은 그녀의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계시던 병원 이었다. 게다가 이 간호사와도 잘 아는 편이였기에 그녀는 간호사에게 물었다.“간호사 선생님, 방금 말씀 하신 거, 무슨 뜻이에요?”간호사가 웃으면서 말했다.“아버님 돌아가신 지 꽤 됐으니까, 이제 말 해도 될 것 같네요. 수술비랑 밀렸던 의약비 모두 경도련님이 내주신거에요. 그때 저한테 물어 보셨잖아요? 기억나시죠? 근데 그때 경도련님이 알려 주지 말라고 하셔서 제가 대답 못 한 거에요. 둘이 지금 사귀시는 사이 맞으시죠? 그럼 뭐, 얘기해도 괜찮겠네요. 살아있는 사람은 잘 살아야 하니까요.”경소경이 입꼬리가 움찔 거렸다. 오래전에 있었던 일을 이렇게 쉽게 간호사가 얘기하다니, 그는 그저 측은지심이 들었을 뿐 좋은 일을 했다고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