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이튿날 새벽에 잠에서 깼다. 그녀는 어렴풋이 누군가가 자신의 옆에서 지키고 있는 것을 느꼈다.다행히도 머리는 멀쩡해서 어젯밤에 병원에 들어 온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옆에 있는 사람이 유씨 아주머니인 줄 알고 말했다.“유씨 아주머니, 저 대신 회사 휴가 신청 좀 내줘요. 당분간은 못 갈 거 같아요..”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그녀는 서서히 눈을 떴다. 그녀의 눈에 초췌한 목정침의 얼굴과 잠옷 차림에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있는 목정침이 보였을 때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 순간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그녀는 수술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정침 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왜 이런 모습으로 병원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일어난 그녀에게 알아 듣지 못할 말을 했다.“왜? 이제 만족해? 너가 이겼어.”목정침이 또 이상한 트집을 부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만 하고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그녀는 그에게 말했다.“무슨 뜻이에요?"목정침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일어나 외투를 걸치고 병실 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유씨 아주머니가 곧 오실 거야. 꼼짝 말고 병원에 있어. 퇴근 후에 다시 올 테니까.”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목이 쉰 채로 대답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아니요,그럴 필요 없어요. 유씨 아주머니만 있으면 돼요.”그녀의 쉰 목소리를 들은 그는 몸을 돌아 그녀에게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 여전히 거만한 태도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연은 그가 정성껏 자기를 보살피고 있다는 느낌이 싫었다. 하지만 목이 너무 말라서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그녀는 이불에서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꺼냈다. 그녀의 손이 물컵에 닿기도 전에 그는 그녀에게 물을 먹여주었다. 그녀는 그에게 반항하기도 귀찮아 물을 한두 모금 마셨다.기분이 이상해 더 이상 마시지 않았다.온연에게 물을 다 먹여주고 나서 목정침은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병실을 떠났다.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몸에도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유씨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아직 어려서 그래. 어릴 때부터 도련님 옆에서 크면서 곱게 자라서 아직 세상을 잘 몰라서 그래. 여러사람들도 만나보고, 남자도 많이 만나다 보면 그때 알게 될 거야. 도련님은 여자한테 매너 있게 구시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쁘게 대하시지는 않아. 알아 나도. 도련님이 강연연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거. 근데 입장 바꿔서 강연연이 이런 사고가 났었다면 도련님이 자기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그렇게 허겁지겁 달려오셨을까? 또 하룻밤 내내 그 여자 곁을 지켰을까?”온연은 더 이상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말을 바꿨다.“근데 유씨 아주머니, 탕위엔은 다른 사람한테 잘 부탁한 거 맞죠? 어제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많이 불던데, 밖에서 많이 무서워 했을거에요.” 유씨 아주머니는 다리를 탁 치면서 말했다.“아이고! 깜빡했네 내가! 어제 너가 사고 당했다고 해서 그것만 생각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는데, 내가 이걸 잊어버리고 있었구나. 그래, 어쩐지 뭘 까먹은 것 같았어..너가 얘기 안해줬으면 깜빡 잊을 뻔 했어! 이건 뭔, 나이가 들고 나서 정신이 흐리멍텅 해진 것도 모자라서 탕위엔도 못 챙겼네! 지금 바로 임집사 한테 전화해 볼게.”온연도 다급해졌다. 그런 열악한 날씨에 탕위엔을 밖에 풀어 놓는게 길고양이때랑 다를 게 뭐가 있겠느냐고 그녀는 생각했다.유씨 아주머니는 목가네로 전화를 걸었다. 온연에게도 들려주기 위해서 스피커를 켰다. 한참을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자 ‘전화 소리가 안 들리는 건가’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전화가 연결됐다.유씨 아주머니는 조급하게 말했다. “사모님께서 탕위엔이 걱정 된다고 하시네. 어제 날씨가 그렇게 안좋았는데, 많이 놀랬을 거야! 사람 시켜서 한번 보러 가봐, 정리 할 거 있으면 정리하라고 하고, 애 안 아프게 해. 귀한 고양이라서 한번 아프면 거의 죽으려고 할거야!”전화 너머로 몇 초 동안 침묵이 흐르고 목정침의 대답과 함께 전화가 끊어
#온연의 사고 때문에 진몽요는 밤새 잠을 설쳤다. 그 탓인지 회사에서는 하품이 끊이질 않았다.그녀는 가까스로 퇴근할 때 까지 잘 버티고 제일 먼저 자리를 떴다. 시간에 맞춰서 온연에게 병문안 가야 했고, 집에 돌아가면 저녁밥을 차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그녀는 갑자기 뒤에서 압박감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그녀의 덩치가 2배이상은 되는 듯한 경소경이 서있었다.경소경이 비웃듯이 얘기했다.“업무시간에는 효율도 못 내더니 퇴근이 참 칼 같네. 주임이 그러던데, 아직도 중요한 서류를 못 끝냈다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 진몽요는 예전처럼 바로 대들지는 못했다. 양심이 있던 지라 잘못은 인정해야했었다.“아..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자서..근데 그 파일은 다시 수정해서 올렸어요. 깊게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으니까 괜한 트집잡지 마세요.”경소경은 진몽요가 화를 내지 않자 조롱하듯이 대답했다.“요새 젊은 사람들은 밤을 새우면 안된다고 내가 얘기했지 않나? 어떻게 고칠 줄을 모를까? 뭐? 반성을 해서 뉘우치고 있어? 낯짝 두꺼운 거 봐라.”진몽요는 인내심을 가지고 대답했다. 까딱하면 또 그에게 화를 낼 게 뻔했기 때문이다. “예예, 사장님 말이 다 옳네요. 뭐 또 혼내실 일 있으시면 내일 아침에 다시 얘기하세요. 전 연이를 보러 가야해서.”그 말을 들은 경소경의 표정이 진지해졌다.“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도 대충은 알아. 나도 한번 들리려고, 같이 가.”진몽요는 택시비를 아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사양하지 않았다.“좋아요.”두 사람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목정침의 차도 병원 주차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경소경은 목정침의 차를 보고 경적을 울리며 짧게 인사했다. 목정침은 그를 슬쩍 보고, 옆에 진몽요를 보았다. 그녀에게 대충 인사로 고개를 끄덕거렸다.세 사람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경소경은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어떻게 된 게 온연씨한테 사고가 많이 나네. 무슨 일이야? 너 남편으로서
#잠시 후에 그녀는 목정침에게 물었다.“탕위엔은? 어떻게 됐어요?”목정침은 그녀의 눈을 피하면서 대충 대답했다.“잘 있어.”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아 다행이다. 날씨 보니까 요 며칠은 계속 비도 오고 바람도 분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탕위엔을 저택안으로 들여보낼 수 있을까요? 걔는 멍청해서 비 피하는 것도 잘 몰라요..”목정침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그래, 멍청한 건 알겠더라. 저택 안으로 들여보낼게. 나한테만 안 달라붙으면 돼.”그의 태도가 예전에 비해서 많이 변한 걸 느낀 온연은 살짝 안심이 됐다. 적어도 탕위엔은 더 이상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과 책임 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온연은 그렇게 생각했다.경소경은 옆에서 바라만 볼 뿐 말은 하지 않았다. 그때 간호사가 들어와서 온연에게 체온을 재고 기본적인 검사를 했다. 간호사가 경소경과 진몽요를 발견하고 나서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경도련님이 왜 이렇게 돈을 헤프게 쓰나 했는데, 사실은 여자친구때문에 그러셨던 거구나.”경소경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애매하게 말을 했다.“놀리지 마시고, 얼른 일이나 하세요.”진몽요는 바보가 아니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 병원은 그녀의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계시던 병원 이었다. 게다가 이 간호사와도 잘 아는 편이였기에 그녀는 간호사에게 물었다.“간호사 선생님, 방금 말씀 하신 거, 무슨 뜻이에요?”간호사가 웃으면서 말했다.“아버님 돌아가신 지 꽤 됐으니까, 이제 말 해도 될 것 같네요. 수술비랑 밀렸던 의약비 모두 경도련님이 내주신거에요. 그때 저한테 물어 보셨잖아요? 기억나시죠? 근데 그때 경도련님이 알려 주지 말라고 하셔서 제가 대답 못 한 거에요. 둘이 지금 사귀시는 사이 맞으시죠? 그럼 뭐, 얘기해도 괜찮겠네요. 살아있는 사람은 잘 살아야 하니까요.”경소경이 입꼬리가 움찔 거렸다. 오래전에 있었던 일을 이렇게 쉽게 간호사가 얘기하다니, 그는 그저 측은지심이 들었을 뿐 좋은 일을 했다고
#잠시 후에 온연은 어색한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그에게 말했다.“돌아가셔도 돼요. 바쁘시잖아요..게다가 안색이 별로 안 좋아요. 유씨 아주머니가 곧 오실테니까 굳이 여기 남아있으실 필요는 없어요.”목정침은 핸드폰만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그녀의 말은 들은 체 만 체 했다.그녀는 그의 핸드폰을 슬쩍 훑었다. 게임이나 인스타도 아닌 핸드폰은 오로지 일과 관련 된 것만 가득했다. 빼곡한 글자들이 박혀있는 문서를 보니 그녀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씨 아주머니가 도착했다. 온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화장실 가고 싶은데...”유씨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말했다.“도련님이 여기 계시니까 도련님이 도와주시면 되지 않을까요? 어차피 둘은 부부 신데 뭐가 무서워서 그러세요. 제가 올 때까지 기다리신 거에요? 이게 참을 수 있는게 아닐 텐데..” 온연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녀는 도저히 목정침의 표정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녀가 작게 말한 이유가 있는데 유씨 아주머니는 이해는 못해 줄 망정 그걸 입 밖으로 크게 꺼내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목정침은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서 인지 먼저 입을 열었다.“내일 출장을 가야 해서. 오늘 저녁은 유씨 아주머니께서 잘 돌봐 주세요. 저 먼저 갈게요.”병실 문이 닫히는 걸 보고 온연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원망하는 말투로 말했다.“유씨 아주머니~ 다음부터 소리 좀 작게 얘기해줘요.”유씨 아주머니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아 그녀에게 말했다.“왜 작게 애기해야 되는 건데? 낯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내가 나이는 조금 들었어도 너보단 낫다. 너 나이에 비해서 생각이 살짝 보수적인 거 아니야? 너랑 도련님은 부부인데 화장실 가는 거 도와주는 게 뭐 어때서? 진짜 이해 안 가네."설명도 통하지 않을 게 뻔했기에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씨 아주머니는 당연히 그녀와 목정침의 처지를 알리 없었고, 그 말이 얼마나 어색하게 만들었는지
#온연은 이 이름을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았다. 화장을 진하게 했지만 예쁜 모닝의 얼굴을 보면서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했다.“그쪽 알아요, 모삼촌 딸!”그 여자는 모창해의 딸 모닝이였다. 예전에 목정침과 같이 출장을 갔을 때 모창해와 한번 같이 식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모닝에 관한 얘기를 꺼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기억 할 수 있었다.모창해와 목가의 집안은 깊은 인연이 있었고, 목정침도 그를 인생의 선배로써 존경하는 것 같았다.모닝은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절 알고 있군요? 알면 되죠, 근데 경호원들이 절 들어가지 못하게 하네요. 정침 씨는 연락도 안되고요. 많이 바쁜가 봐요."온연은 경호원들에게 문을 열라고 했고, 모닝은 차 트렁크에서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나왔다. 캐리어가 매우 컸지만 남에게 도움을 요구하지 않는 모닝의 그런 점을 보고 그녀는 모닝이 마음에 들었다. 모닝의 몸매는 모델을 해도 될 정도로 완벽했다. 키도 그녀보다 머리 반 정도 더 컸다. 모닝은 들어가자마자 캐리어를 구석에 놓고 소파에 벌렁 드러누워서 그녀에게 말했다.“아 힘들어 죽을 뻔 했네. 10시간동안 비행기에서 있다가 지금까지 푹 쉰 적이 없어요. 아 맞아요, 그쪽은 자기소개를 아직 안했는데, 제가 뭐라고 부르면 되죠?” 유씨 아주머니가 온연 대신 대답했다."이분은 이 집 안주인 되시는 분입니다. 성함은 온연이고요. 편하신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그럼 아가씨, 먼저 목욕부터 하지 않으실래요? 객실은 제가 지금 정리 해 둘 테니까 다 끝내고 나서 편히 쉬시면 됩니다. 도련님은 언제 돌아올 지 저희도 잘 모릅니다. 나중에 사모님께 여쭤 보시라고 전하겠습니다.”유씨 아주머니의 말투가 딱히 상냥하지 않다는 걸 눈치 챈 온연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유씨 아주머니는 왜 모닝을 싫어하는 것 같지?’하지만 모닝은 그렇게 느끼지 않았는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그래요, 좋은 생각이네요. 그래서 욕실이 어디죠?”유씨 아주머니는 아래층 욕실을 가리키며
#점심시간이 다 되도록 모닝은 내려오지 않았다. 유씨아주머니가 참지 못하고 올라갔다. 그러나 이내 곧 어두운 얼굴로 다시 내려와 온연에게 말했다.“연아, 쟤 뭐니? 어? 씻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쳐, 근데 다 씻고 나서 수건 한 겹만 걸치고 침대에 누워버렸네? 목가에서 오래 일했지만 이렇게 조심성이 없는 여자는 처음봐! 쓴 수건도 도련님 꺼야! 어우 더러워, 좀 있다가 다 내다 버려야지!”온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신경이 안 쓰인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목정침의 방이 아니라 그녀의 욕실이랑 침대를 낯선 사람이 썼대도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게다가 수건만 두르고 잠을 자다니.. 목정침이 그 수건을 둘러 쓴 모습이 떠오르자 화가 치솟았다. 아무리 빨았다고 해도 그 수건은 목정침이 썼던 거였기 때문이다.온연은 입을 열었다.“유씨아주머니, 모닝 보고 내려와서 밥 먹으라고 알려줘요. 꼭 일어나게 해야해요. 밥 다 먹으면 객실에서 자라고 하고, 그리고 저 방 다시 한번 더 청소해줘요. 침대 시트도 다 바꿔 주시고. 목정침이 돌아왔는데 낯선 사람이 자기 방에 들어왔다고 하면 싫어 할까 봐 무섭네요.”말을 다 끝내고 온연은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정말 그 뿐이라고 다른 걸 신경 쓰는게 아니라고 알려줬다.유씨아주머니는 그녀의 지시 아닌 지시를 받고 억지로 모닝을 아래층으로 불러 밥을 먹게 했다.모닝은 남들의 시선 따위는 개의치 않았고, 헝클어진 머리에 나시 치마만 입고 내려와서 온연이 먼저 먹기도 전에 음식을 입안에 넣었다.온연은 탕위엔을 안고 그녀 앞에 마주앉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안 추워요..?”모닝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네, 상관 쓰지 말아요. 외국에서 이러고 다니는게 익숙해져서 그런지 전 이대로가 좋더라고요. 어우, 근데 저 지금 너무 졸려서 밥 다 먹으면 잠을 좀 자야 할 것 같아요. ”온연은 웃기만 하고 다른 말은 하지 않고 밥을 다 먹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침대에 눕기도 전에 모닝이 한
#모닝은 볼멘소리로 대답을 하곤 주방으로 가서 무언갈 먹고 나서야 옷을 갈아입고 나갔다.유씨아주머니가 투덜대며 안방 청소를 다시 한 번 했다. 청소가 끝나자마자 온연은 침대로 바로 누웠고, 누운 그 순간은 어느 때 보다 행복했다. 예전에는 이 침대에서 자는 걸 그렇게 싫어했는데 자다 보니 습관이 될 줄 그녀는 예상이나 했을까.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래층에서는 인기척이 들렸고, 문을 발로 차는 소리, 그리고 하이힐의 또각또각 소리가 온연을 잠에서 깨게 만들었다. 정신이 차리고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모닝이 돌아온 게 틀림없었다. 그녀는 뭐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화가 나도 화도 낼 수 없었기에 그냥 머리를 싸매고 잠에 들 수 밖에 없었다.그 다음 날 온연은 아침 10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그녀에게 유씨아주머니가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모닝 저 여자, 어제 취해가지고 새벽4시에 돌아왔어. 그냥 토를 무슨 아래층, 계단에 다 뿌려놨어! 진짜 구역질 나. 도련님이 아시면 환장하실 거야. 여기서 대체 얼마나 더 살려고 그러는 거지? 계속 지내다가는 우리가 미쳐버리겠어!”말을 아끼던 임집사는 그녀의 말에 찬물을 끼얹었다.“적어도 두 달.”유씨아주머니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툴툴거렸다.“도련님이 빨리 돌아 오셔서 이 여우 제대로 손 좀 봐주시면 참 좋을 텐데, 참을 수가 없네!”온연은 그 모습이 웃겨 보였다.“됐어요, 손님 이잖아요. 아주머니가 참으세요.”온연의 성격 상 남들과 싸우거나 남들한테 화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그녀가 점심에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객실에서 우렁찬 헤비메탈 음악이 들려왔고, 놀란 탓인지 그녀는 식은 땀을 뻘뻘 흘렸다. 모닝은 잘 때 빼고는 한 순간도 조용하지 않았다. 퇴원할 때 의사가 조용한 환경에서 몸을 회복해야 한다고 당부를 했었다. 온연은 견딜 수가 없어 30분 뒤에 모닝을 찾아가 객실 문을 두드렸다.“모닝씨! 소리 좀 줄여주세요! 너무 시끄러워요! 저 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