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얼굴에서 불쾌함을 느낀 온연은 속상해졌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탕위엔을 곁에 두라고 압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그녀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목정침은 밤에 나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전에는 집에 오지 않아도 된다면 절대 돌아오지 않던 그가 어째서 갑자기 매일같이 집에 얌전히 있게 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가 집에 있으면 온연은 오히려 불편하였고, 탕위엔과 함께 있을 시간마저 줄어들게 되었다.잠에 들기 위해 침대에 누운 온연은 문득 낮에 진몽요가 했던 말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려 왔다.목정침은 그녀의 바로 옆에 누워 그녀를 등지고 누운 채 핸드폰을 들여보고 있었다. 그의 화면에는 글자들이 빽빽이 들어 차 있었고, 잠깐 본 것 임에도 머리가 아파 와 오래 쳐다볼 수가 없었다.그 때, 갑자기 휴대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목정침의 휴대폰이었고, 화면 속 발신자는 강연연이였다. 그는 일어선 뒤 한쪽에 서 전화를 받았다. 방해받아 짜증난 듯한 목소리였다.“여보세요.”곧 강연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정침 오빠, 우리 집 도와줘서 너무 고마워. 오빠 아니었으면 우리집은 망했을 거야. 너무 좋다니까~ 우리 엄마 아빠가 식사 대접하겠다는데, 오빠 밖에서 응대하는 건 질렸을 테니까 우리집으로 올래? 내가 직접 요리해 줄게!”목정침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 온연은 몸을 뒤척이며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는 귀까지 막아버렸다. 한밤중에 잠조차 평온하게 잘 수 없다니, 정말 끔찍했다.온연은 그가 자신을 미워하기 위해 강연연을 감쌌을 뿐 아니라, 강연연이 제안한 조건들을 쉽게 들어줄 것이라 생각도 못하였다. 비록 강가네를 도와주자는 것도 자신이 제안한 것이었지만, 지금 목정침의 행동은 분명 온연과 관계가 없었다.목정침은 제 몸 뒤의 인기척을 느끼고는 곧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그래, 내일 오전에 가지.”전화가 곧 끊겼고, 온연의 속이 막혀왔다.
#온연은 전화를 끊지도 못한 채 급히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였다.“어디든 먼저 가서 있어! 나 금방 나가!”평소를 엉망으로 지내다 보니, 마침내 좋은 소식이 찾아왔다. 기약도 없이 아득한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나 빨리 편지가 올 줄 몰랐다.온연은 지금 단 한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 일을 정확히 알아내고, 그녀의 아버지가 무고한 사람이라면 정정당당히 목가를, 목정침을 떠날 것이다. 더 이상 비참하게 살기 싫었다. 아이까지 죽은 후로 저항할 힘조차 없어졌다.약속 한 카페에 도착하였고, 진몽요는 곧장 편지를 가방에서 꺼내 들었고, 온연은 급히 편지를 뜯어보았으나 내용은 실망스러웠다.날 찾을 필요 없어. 나를 찾을 수도 없을 거고. 난 더 이상 단서를 줄 수 없어. 네 아버지가 무죄라는 것 밖에는 해줄 말이 없다. 나는 그 비밀에 이미 너무 오랜 시간 시달렸어. 말을 하지 않고는, 차마 눈을 감을 수 없을 것 같았어.편지를 다 읽은 후, 온연의 두 손이 벌벌 떨려왔다. 이 ‘서씨’라는 사람은 왜 희망을 주고서, 또 다시 절망을 준 것일까? 그녀가 아버지의 무죄를 알았고, 믿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있는가?목정침은 믿지 않을 것이고, 그 누구도 믿지 않을 것 이였다. 편지 몇 줄로는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온연이 바란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뒤집고, 아버지의 억울함을 씻어내 드리고 싶었다.그녀의 안색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진몽요가 물어왔다.“왜 그래, 연아? 뭐라고 써 있는데?”온연은 물어 뜯을 듯 입술을 깨물어왔다.“아무 쓸모도 없어…… ‘서씨’는 우리가 찾을 필요도 없고, 찾지도 못할 거래. 나한테 도움될 단서는 제공해 줄 수 없는데, 자기가 알던 이 많은 내용을 나한테 떠넘겼어. 너무 오래 이 사건에 시달렸다고, 말하지 않으면 눈을 감을 수도 없었을 거래. 이제 와서 입 밖에 내면 눈이 편히 감기나? 그럼 나는? 겨우 불붙은 희망이 다 깨져버렸는데, 난 어떡하라고?!”진몽요는
#온연은 그의 말을 듣지도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왜 그래요? 밖에서 뒹굴거리면서 놀 돈은 있고, 아내 벌어 먹여 살릴 돈은 없는거에요?” 목정침은 눈가에 의미심장한 웃음기를 띄며 “알겠어.”라고 대답했다. 전화를 끊은 그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바로 온연에게 돈을 보내 주었다. 강연연은 그가 통화만으로 기분이 좋아진 것에 살짝 마음이 씁쓸해진 체로 그에게 "정침 오빠, 누구랑 통화한 거야? 통화하고 나서 기분 좋아 보이네?”라고 물어보았다. 목정침은 얼굴에 남아있는 웃음기를 빼며 “아무도 아닌데”라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진함은 "연연아, 너 말이 너무 많은 거 아니니? 밥 먹을 때는 밥만 먹어,그만 말하고." 강연연은 말을 멈췄다.여자의 직감은 항상 정확하기 때문에 아까 그러나 목정침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마음에 걸렸다.그가 자신에게 송금한 금액을 보던 온연은 감정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이렇게 쉽게 목정침에게서 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게다가 적지 않은 돈 이였으니 말이다…. 진몽요는 가까이 가서 쳐다보더니 혀를 쯧쯧 차며 말을 했다.“역시 돈 많은 남편이 좋긴 좋네, 전화 한 통에 이렇게 큰 돈을 보내주고 말이야, 그래서 우리 오늘 도대체 쇼핑 가는 거야? 아니면 사람 찾아서 서씨 조사하는 거야?” 온연은 정신을 차리고 진몽요의 말에 대답했다. "당연히 사람 찾아서 서씨를 조사하는게 먼저야, 너 이쪽에서는 꽤 능통하잖아.나 도와 줄 사람 좀 찾아줘, 돈은 내가 줄 테니까.”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온연은 목가네로 돌아왔고, 목정침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일부러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몇 개 사 가지고 돌아왔다. 옷이 거의 전부였고, 돈은 얼마 쓰지 않았다. 목정침은 그녀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들어왔다. 그녀는 그가 오늘 밤 돌아오지 않거나 아니면 아주 늦게 돌아올 줄 알았다.......애인이랑 같이 있는 시간도 아까운데, 어떻
#온연은 대답했다. “안가요. 절 찾는 거면 직접 오면 되는 거 아닌가요? 왜 매번 제가 가야 하죠? 제가 만나자는 것도 아닌데!” 유씨아주머니는 눈을 크게 부릅뜨며 "연아.... 너...사춘기가 늦게 온 거야 뭐야? 너 이제 곧 22살이야.” 온연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지금 유씨 아주머니 눈에는 그녀가 사춘기로 보이는 건가? 그녀는 침묵 속에서 폭발한것이다, 그녀는 이 오래된 괴롭힘 속에서 더 이상 모욕당하고 살지않고 벗어나고 싶은 것 이라고!유씨아주머니는 그녀의 수그러지지 않는 행동에 마지못해 목정침에게 가서 사실대로 얘기하고 나서 뒤뜰로 조급하게 달려왔다. 이번 발걸음은 아까보다 훨씬 더 조급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유씨 아주머니는 말했다. "연아, 도련님이 말씀하셨는데 그분 말을 안 들으면 고양이를 못 키우게 하신다고 하셨어, 한다고 결정하셨으면 꼭 행동으로 옮기신대!" 한다고 하면 바로 한다고?그래 좋아, 한번 해봐. 온연은 한편으로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우스웠다. 그는 항상 그렇게 오만하게 남을 깔보고, 항상 자기가 위에 있는 척 거만 했으니까 말이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는 몸을 돌려 목정침에게로 갔다. 목정침은 여느 때처럼 침실 창문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날카로운 기운 속에 문예스러운 기운이 깃들어가 있었다. 이리저리 봐도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현실이 너무 아프지 않았더라면, 그 순간만큼은 그녀에게 있어 정말 평온한 것 같은 착각을 주었다. 온연은 몸을 꼿꼿이 세우고, 말을 할 때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에게 말했다.“다음부터 저 찾을 때는 하인 부르듯 부르지 말아주세요. 그쪽이 저를 찾는 거지, 제가 그쪽을 부르는 게 아니잖아요.” 목정침은 책을 덮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응시하며 말했다.“뭐라고?” 그녀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 번 말하기 싫어요. 어차피 절 괴롭히겠다는 거잖아요? 저에게는 참고 견디는 것도, 그쪽한테 고분고분 하게 지내는 것 마저도 지나치겠죠, 근데 저
#마음의 역린을 그녀가 한 번 더 건드렸다. 목정침은 손에 있던 술잔을 땅으로 세게 내리치며 말했다.“그래, 너는 내 하인 하는게 좋은 거지? 그래 좋아! 너 하고싶은 대로 해. 내일부터 목가네 하인들이 하는 거 그대로 따라해. 꺼져!” 그녀는 망설임 없이 발길을 돌려, 유씨 아주머니가 묵고 있는 방으로 갔다. 총 네 명이 함께 묵고 있었고, 남는 여유 공간이 없어 유씨 아주머니와 함께 몸을 비틀어가며 쓰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를 화나게 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차라리 하인실에서 자더라도 그와 같은 침대에 눕고 싶지 않았다. 그를 보면 그와 강연연, 그리고 진함이 그녀한테 한 일이 떠오르기 때문이었다!그들이 서로 손을 잡고 그녀의 심장에 영원히 아물지 않을 상처를 줬던 기억은 매일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그녀를 괴롭혔다.그 다음 날, 그녀는 평소대로 회사에 출근해 퇴근하고 목가네로 돌아와 ‘아르바이트' 하인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목정침은 목가네의 하인들에게 사양하지 말고 그녀에게 업무를 시키라고 지시했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업무를 주지 못했다, 아직 이혼도 안 한 그녀는 여전히 목정침의 부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한번에 유씨 아주머니가 해야 하는 궂은 일을 모두 도맡았고, 그녀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가서 도와줄 뿐만 아니라, 빨래, 요리, 청소도 마다하지 않았다.예전의 목정침은 그저 그녀를 괴롭혔을 뿐 정확하게 벌을 주진 않았다. 지금이라도 이런 식으로 벌을 받게 해줬으니, 차라리 이렇게 벌 받는게 잘됐다고 그녀는 생각했다.끝까지 서씨는 찾지 못했고,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빚을 갚지 못했다. 서로가 모두 상처투성일지라도, 그녀가 입은 상처는 그에게는 보잘것없이 보였고, 공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저녁에 온연은 하인들과 함께 주방에서 저녁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도 한참을 바쁘게 일을 하고 휴식을 취할 때 쯤에는 벌써 12시가 다 되어갔다. 그녀는 목정침에게 돈을 요구했던 그때를 떠올렸다.대체 머리에
#온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일찍 잠에 들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그녀의 대답을 듣지 못하고,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줬다.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목정침은 꼭 온연을 보기 위해 매일 퇴근하자마자 집에 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러곤 한참을 거실에 앉아 있었다. 때문에 온연은 그를 피하기 위해 거실에 거의 발을 들여놓지 않고 주방과 뒤뜰에서만 일을 하며 그가 올라간 후에야 거실로 가서 청소를 했다. 서로 범하지 않는 내에서 이렇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그녀는 느꼈다.같은 시간, 진몽요는 자신의 월세 집에서 조급하게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엄마! 혹시 내 은행카드 봤어?” 강령이 거실에서 해바라기씨를 까면서 말했다.“아니...잘 찾아봐, 엄마를 도둑으로 몰려고 하는 건 아니지?” 진몽요는 집을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은행카드는 찾지 못했다. 집에 왔었던 사람은 강령 빼고는 없었다. 그녀는 강령에게 말했다."엄마, 솔직히 말해, 내 카드 가져갔지? 비밀번호도 모르면서 카드 가져가서 뭐한 거야? 가져갔으면 빨리 돌려줘. 돈 써야 될 때가 있어." 강령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꺼냈다.“나한테는 돈 없다고 맨날 청승 떨더니 카드에 돈이 많았나 보네? 너가 무슨 급한 일이 있다고 돈을 써?” 진몽요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말했다“나 진짜 급해! 빨리 줘!” 강령은 그녀가 장난하는 것 같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밍그적밍그적 거리면서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며 얘기했다.“돈 좀 썼어.” 진몽요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왠지 모르게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썼다니? 비밀번호를 모르는데 어떻게 쓴 거야?!"강령은 소심하게 대답했다.“네 모든 비밀번호는 네 생일인데...모르는 게 이상하지. 그리고 돈 좀 쓴 거 가지고 너무 뭐라 하는거 아니야? 카드에 3억이나 넘게 있는 걸 감추고 말이야! 좀 더 잘 살수 있는데 넌 꼭 그렇게 네 친 엄마를 거지처럼 만들어야
#온연은 부엌에 있는 유리창을 통해 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몽요가 너무나도 걱정되었다. “몽요야, 너 지금 어디야? 찾으러 갈게.” 그녀는 우선 일을 뒤로 제쳐두고, 급히 우산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진몽요는 울먹거리면서 말했다. “우리 집 아래층 편의점 문 앞에 있어, 핸드폰만 가지고 나와서 외투도 안 입고 나와서 추워 죽을 것 같아. 외투도 못 가지고 나왔거든. 그렇다고 지금 집으로 올라 가서 엄마를 보고 싶지는 않고. 보기만 해도 화날 거 같애.”온연은 그녀가 외투도 못 입고 나왔는다는 걸 듣고는 바깥 대문에서 재빠르게 다시 집 안으로 들아가며 말했다. “그럼 일단 내가 옷 가져갈 테니까 거기서 꼼짝 말고 있어!”전화를 금방 끊고 나서, 내려가는 도중에 계단에서 발이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랫배가 계단에 세게 부딪혔고, 우산도 다른 한쪽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아픔을 참고 일어나서 외투를 들고 뛰쳐나갔다. 밖으로 나오자 강한 바람과 비가 그녀를 세차게 때려댔다. 우산을 써도 비때문에 옷이 이미 흠뻑 젖었고, 신발 속도 물이 가득 했다. 집 앞엔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바깥 길목에 도착해서야 차를 잡을 수 있었다. 차 안으로 들어가서 앉는 순간, 그녀는 다리 사이에서 뜨거운 뭔가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과 아랫배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유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이내 곧 그 걱정을 거뒀다. 어차피 통증도 참을 만한 수준이었다.편의점 앞에 도착한 그녀는 차에서 내려 몽요에게 급히 외투를 건네 주면서 말했다.“이렇게나 추운데 정말 집에 안가고 여기서 밤샐 생각이야?” 눈시울이 붉어진 진몽요는 그녀에게 말했다.“그냥 누가 나랑 수다라도 떨어줬으면 해서..좀 있다가...집에 갈 거야. 내가 안가면 우리 엄마 굶어 죽을 수도 있어.엄마는 항상 그래.....원망스럽기도 하고 근데 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온연이 가볍게 무시
#“연아, 너 왜 이렇게 피를 많이 흘려?!” 온연은 고개를 숙여서 한 번 바라보았다. 눈은 이미 흐릿해졌고, 소리도 점점 들리지 않았다. 정신이 없는 틈에도 진몽요는 택시를 잡아 그녀를 병원에 데려다 주었다. 그녀의 시야에는 의료진 몇 명이 보였고, 그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응급실로 데려갔다.그녀는 통증으로 인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어느새 자기가 수술대 위에 누워 있다는 걸 알았다. 진몽요는 초조하게 응급실 밖을 계속 서성거렸다. 그러자 간호사 한명이 응급실에서 급하게 뛰어 나오며 말했다.“혹시 환자 가족 맞으신가요? 지금 환자분은 유산 후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서 지금 출혈이 심해요. 당장 수술이 필요합니다. 가족이 맞다면 수속 먼저 밟아 주셔야 해요!”진몽요는 순간 멍해졌다.“저는 가족이 아니라 그냥 친구에요..” 간호사가 급하게 말을 했다.“그럼 가족한테 얼른 연락해주세요! 가족이 오셔서 수속을 밟아 주셔야 수술 진행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요!” 진몽요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온연의 핸드폰으로 목정침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었지만 온연의 핸드폰은 이미 배터리가 다 써서 꺼진지 오래였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온연의 전화번호가 들어가 있는 유심카드를 빼서 자신의 핸드폰 안에 넣었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전화가 끊어졌다. 그렇게 전화를 걸고, 전화가 끊기는 게 여러 번 반복되었다.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는 목정침 때문에 너무나 초조했고, 이 상황이 너무 무서워 눈물이 났다. 그가 빨리 전화를 받았으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에게 문자를 보내야 했다.‘연락 안 받으시면 연이 죽어요..지금 연이 출혈이 심해서 병원에 와있어요, 가족이 있어야 수술이 가능하대요. 전화 좀 받아요’ 문자를 보내자 마자 목정침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다급하게 전화를 받았다.“빨리 오세요! 연이 더이상 못 버틸 것 같아요..출혈이 너무 심해요..”순간 전화 너머로 들리는 건 천둥소리와 빗소리 뿐 이였다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