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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631 - Chapter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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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1화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나도 준비를 해야겠네.”“……”여름은 팔짱을 끼고 있다가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나도 여러분에게 미안하네요. 내가 돌아오는 바람이 회사가 이 지경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집에 가서 잘 생각해 볼게요.”“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마쇼!”구 이사는 이미 너무 화가 나서 여름의 체면따위는 생각도 해주지 않았다.“물론 최 회장과 백 대표에게 용서를 구하면 살길을 만들어줄 지도 모르지.”“그건 안 되겠네요. 차라리 회사가 망하게 내버려둘지언정 저런 인간들에게 고개는 못 숙여요."여름은 완강하게 말하더니 모두가 손가락질 하는 가운데 회사에서 나갔다.집으로 돌아온 후.여름은 천천히 커피를 내렸다. 엄 실장은 이제 자기가 더 몸이 달았다.“대표님, 지금 우리 그룹과 협력하는 업체 하나하나 다 전화를 넣어봤습니다만 모두 손을 끊겠다고 합니다. 정말 뭔가 방법을 생각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급할 거 없어요.”여름은 천천히 커피를 저었다.“엄 실장, 내가 큰일 할 기회를 줄게요.”“무, 무슨 기회를요?”엄 실장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여름은 담담하게 지갑에서 블랙 카드를 꺼냈다.“이 카드랑 이틀 시간을 줄 테니까 지금 다른 이사들 손에 있는 주식을 몽땅 사들여요.”엄 실장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대표님, 그, 그 많은 자금이 다 어디서 났습니까?”‘이건 너무 멋지잖아. 3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어떻게, 이 기회를 안 잡겠어요?”여름이 물었다.“다,당연히 해야지요.”엄 실장은 여름이 완전히 존경스러웠다.“지금 이사진이 굉장히 당황한 상태이니까 낮은 가격에라도 팔려고 내놓겠지요. 대표님, 혼자 그 주식을 다 사들이시면 회사에 이제 이사는 대표님 한 분 뿐이고, 절대 결정권자가 되시겠죠. 그렇지만 최 회장이 대표님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버리면 어쨌거나 화신은 미래가 불투명한데 그 많은 돈을 써가며 굳이 주식을 살 필요가….”“화신에 미래가 없다고 누가 그래요?”여름이 엄 실장을 흘겨봤다.“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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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화

다음날 새벽.해변 별장.이모님이 아침 식사를 날랐다. 백지안은 다정하게 하준에게 우유를 데워 주며 망설이듯 말했다.“오늘이 6일 째인데, 이제 화신이 더는 못 버티지 않을까?.”하준의 검은 눈이 백지안을 훑었다.“마음 여리기는.”백지안은 쓴 웃음을 지었다.“어쨌든 내 청춘의 2년을 거기에 부었잖아.”“밥이나 먹자.”하준이 백지안에게 계란을 까주었다.“준.”백지안이 복잡한 심정으로 말을 이었다.“정말… 강여름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어? 나한테는 속옷 사는데 조차 같이 가준 적 없잖아. 요 며칠 나 혼자서 아닐 거야, 아닐 거야 하고 있지만 견디기 힘들어. 생각할 때마다 심장이 아파서 숨도 못 쉬겠어.”“없어.”하준은 단호하게 말했다.“미안해.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인간이랑 오해 받을 짓으로 엮이지 않도록 조심할게.”“응.”백지안은 억지로 웃어 보였다.하준은 속이 말이 아니었다. 마음속으로 더 심하게 강여름에게 복수하고 백지안에게 잘해주겠다고 결심했다.“회장님, 화신 그룹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이때 상혁이 들어오며 낮은 소리로 보고했다.“어떻게 된 일이야?”하준이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상혁이 눈을 끔뻑거렸다.“오늘 오전 7시에 Hazle(헤이즐) 사에서 홈페이지를 통해서 화신과의 합작을 정식으로 발표했습니다.”백지안은 어쩐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헤이즐이 유명한 회사인가요?”상혁이 설명했다.“유명하기만 한 게 아니고 역사가 오래되어서 전세계 최고의 건축 설계사를 1000여 명 보유하고 있습니다. 헤이즐은 전세계에서 가장 매출이 큰 건축회사이면서 AAA급 신용도를 가지고 있어 세계 각지의 1급 건축 프로젝트들은 모두 헤이즐의 손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산하 디자이너와 설계사들은 10년 연속 국제대회의 모든 대상을 다 휩쓸고 있고요.”포크를 쥔 백지안의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갔지만 자신은 자각하지 못했다.“그런 회사가 왜 강여름이랑 합작을 한다는 거죠? FTT를 모르나?”상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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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3화

‘그냥 단순한 선후배 사이가 아니라던지?’여름이 다른 남자와 친하다는 생각을 하니 어쩐 일인지 죄다 엎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가 일었다. 상혁은 어이가 없었다. 이간질하는 백지안의 능력은 정말이지 너무나 원숙해서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낫다는 것은 진작부터 파악하고 있었다.“아 참, 이번에 저가로 화신 주식 사들인 자의 정체를 좀 알아 봐.”하준이 문득 생각난 듯 분부했다.“알겠습니다.”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그런 것은 관련 부서에 전화 한 통화만 넣으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상혁은 곧 복잡한 얼굴로 돌아왔다.“배후의 구매자는 강여름과 정호중이라고 합니다.”“어머!”백지안의 눈이 커졌다.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렸다.“준비되어 있었던 게 틀림없네. 일부러 이사들을 다급하게 만들어서 싼 값에 주식을 내다 팔게 만든 거지. 그렇다면 이제 화신은 강여름과 정호중 손에 들어갔네. 그리고 정호중은 강여름의 사람이잖아.”상혁이 답했다.“그렇습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앞으로 화신의 주가가 8번 정도 상한가를 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챙!국그릇에 숫가락이 떨어지면서 금속성 소리가 났다.하준은 벌떡 일어나 의자를 발로 찼다.얼굴에 가을서리처럼 차가운 기운이 깔렸다. 어둠에서 걸어 나온 악마같았다.‘아하하!내가 정말 강여름을 너무 얕잡아봤군.이번에 내가 아주 크게 한방 먹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되레 이 상황을 역으로 이용하다니. 분명 내 블랙리스트에 올라감으로서 절벽 끝에 몰린 것으로 보였는데 뒤에서는 암암리에 아주 깔끔하게 회사에서 말 안 듣는 이사들을 몰아내고 자기가 유일한 책임권한자로 올라섰군. 심지어 곧 상장가는 엄청나게 올라갈 거고 말이야.강여름, 정말이지 완전히 새로운 전법이로군.’백지안도 남몰래 얼마나 이를 악물었던지 이가 부서질 지경이었다.전에는 언제든 강여름을 한 손으로 눌러 죽일 수 있는 개미처럼 생각했는데 지금의 강여름은 3년 전의 강여름이 아니었다.결코 쉽게 볼 수 없는 상대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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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4화

사무실에서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여름이 고개를 들었다.“여러분, 나는 애초에 이렇게까지 밀어붙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처음 돌아와 미팅을 했을 때 분명히 말씀드렸죠. 이 회사는 최하준이 것이아니라고요. 하지만 여러분은 어땠나요? 최하준과 백지안을 받들어 모시기 바빴지요.며칠 전 회사 로비에서 최하준과 백지안이 내게 삿대질 할 때 여러분은 두 사람을 핥느라 바쁘시더군요. 저더러 꺼지라고 한 분까지 있었죠? 그렇게 최하준과 백지안이 좋으시다니 그 두 사람에게 가시면 되겠습니다.”“우리도 다 회사를 생각해서 그 두 사람에게 밉보이면 안 되겠다고 판단을 한 거지.”구 이사가 뻘쭘해서 말을 받았다.“진작에 당신이 다른 건설사를 알아봤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우리가 그렇게까지 강 대표에게 야박하게 안 굴었지. 다 회사를 위해서 그런 거라니까.”“그렇지. 게다가 요 3년 동안 우리는 물불을 안 가리고 회사를 위해서 뛰어 다녔는데 그 동안 당신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느냐 말이야?”“오늘 주식을 우리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걸어서 이 문은 못 나갈 줄 알라고.”“그래요? 한번 볼까요? 무슨 수로 못 나가게 할 지?”여름이 웃었다. 이때 갑자기 입구에 장정 20여 명이 나타나 이사진을 둘러쌌다.이사는 젊어야 40~50대였다. 보디가드들의 기세를 보고는 완전히 압도되고 말았다.왕 이사가 눈알을 굴리더니 무릎을 꿇었다.“강 대표, 우리에게도 살길을 좀 열어줘. 이 나이에 배당금이라도 나눠 줘야 우리도 먹고 살 게 아닌가?”“그래, 앞으로 강 대표 말을 잘 들을 테니까.”“서로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하자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여름은 미간을 문질렀다.‘세게 나오는 게 안 먹히니 이제는 인정에 호소하시겠다?’“됐어요. 왕 이사님, 어젯밤에도 백지안에게 선물 바치러 다녀오셨죠? 그 연세에 매일 백지안에게 다녀오는 건 안 피곤하세요? 그렇다고 백지안과 업무 관련 내용을 이야기 나누시는 것 같지도 않고. 보통은 만나서 제 뒷담화 하기 바쁘시더군요.그리고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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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5화

하 팀장이 그러고 나가자 엄 실장은 부아가 치밀었다.“저런 인간에게는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됐어요. 내가 이미 처리했거든.”여름이 덤덤하게 말했다.------30분 뒤.하 팀장이 물건을 챙겨서 막 문을 나서는데 경찰이 와서 양쪽에서 팔을 잡았다.“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공금횡령 혐의가 있습니다. 같이 서로 가주시죠.”“아니거든요. 전 아니에요.”하 팀장이 소리를 질렀다. 다들 본체만체 하고 있던 일이었다. 그러나 그 경찰에 고발을 당했다면 이건 얘기가 달랐다. 이제 법의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특히나 백지안이 뒤를 봐주는 동안 하 팀장은 뒷돈을 적잖이 해먹고 있던 참이었다.“시끄러워요. 가서 확인해 보면 알겠죠. 갑시다.”곧 하 팀장이 끌려갔다는 소문이 회사에 쫙 퍼졌다.엄 실장은 그 얘기를 듣고 바삐 움직이고 있는 한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감탄해 마지 않았다.-----저녁.스포츠카 한 대가 회사 앞에 섰다.여름이 차에 올라 오랜만에 보는 선배의 얼굴을 보고 다정하게 웃었다.“오랜만이에요, 선배.”예전에 동성에서 강태환 부부에게 막혀서 동성 건축계에서 갈 곳 없이 막막한 상황이 되었을 때 도재하가 일자리를 주었던 은혜는 평생을 가도 잊을 수 없었다.“어째 점점 더 멋있어지네. 3년 못 본 동안에 완전 몰라보게 근사해졌는걸.”도재하가 호탕하게 웃었다.“가자. 합작을 축하해야지. 내가 한 턱 쏠게.”“제가 대접해야죠. 이번에 전국에서 우리 화신과 협력하게다고 흔쾌히 나서준 건 딱 한 회사밖에 없었거든요.”여름이 진지하게 말했다.“선배는 제 은인이세요.”“됐어. 다른 사람들은 네가 헤이즐 건축 디자인 이사인 걸 모르니까 그렇지.”도재하가 장난스럽게 받았다.“쉿쉿!”강여름이 검지를 입술에 대고 비밀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두 사람은 동시에 까르르 터져버렸따.1시간 뒤 차는 어느 한옥으로 들어섰다. 소담한 풍경이 펼쳐졌다.뜰에는 수퍼카가 몇 대 서 있었다.여름은 이런 고급 요리집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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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6화

도재하가 웃었다.“잊어버렸구나. 동성에 있을 때 회사를 설립하고 요 몇 년 같이 일하면서 친해졌어. 이번에 너 만난단 얘기 듣고 같이 곧 죽어도 따라온다잖아.”“서머, 정말 너무해. 난 진짜 자기가 세상에서 사라진 줄 알았다고. 연락도 안 주고, 정말 내 마음은 산산이 부서졌다고. 죽음을 위장할 수도 있지. 그렇지만 이 오빠한테 도와달라고 할 수도 있었잖아. 내가 최양하보다 더 깔끔하게 처리해 줬을 텐데.”이지훈이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최양하는 또 어떻게 아세요? 이 일을 조사한 거예요?”여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아, 지난 번에 단톡방에서 애들이 얘기하더라고. 난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보기만 했어. 솔직히 자기 없어지고 나서는 걔들하고 어울리기도 싫더라고.”이지훈이 고개를 저으며 감탄한 듯 말했다.“하준이랑 영식이는 백지안만 싸고 돌지. 주혁이는 시아만 끼고 있지. 망할, 시아가 대체 뭐가 좋다고. 옛날에는 그냥 보잘 것 없는 가수였는데 이제는 아주 대스타로 떠받들어지더라고. 다들 보는 눈이 그렇게 없나”“그러게 말이에요.”여름은 저도 모르게 백소영을 떠올렸다.그 차분하면서도 세심하던 친구.‘어딜 봐도 소영이가 그 표리부동한 시아보다 훨씬 낫지.휴우, 이주혁은 정말 보는 눈이 없다니까.’“그래서 서울을 올라와도 걔들하고는 별로 어울리지 않아.”이지훈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만날 때마다 백지안 아니면 시아를 데리고 나오니까. 그 둘을 보고 있으면 난 영 거북해서 말이지.”여름이 푸흡하고 웃었다.“이 대표님, 존경스럽네요. 어쩜 그런 쓰레기들 사이에서 그렇게 안목을 지키고 계신지.”“에헤이! 내눈에는 나쁜 놈 필터가 있어서 다 거른다고.”이지훈이 하하 웃었다.“여기 이러고 있지 말고 앉자. 여기 한정식이 아주 끝내주거든. 송이랑 여러 가지 버섯을 아주 잘 쓰는 집이야. 향기가 얼마나 좋다고.”곧 직원에 상을 차려냈다. 여름은 버섯탕을 맛보고는 정말 맛이 좋다는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맛있어?”이지훈이 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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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화

돌아보니 여름이 훤칠한 젊은 남자와 걸어나왔다. 남자는 청바지에 셔츠를 입고 짧은 머리는 살짝 웨이브가 있는 것이 심플한 차림인데도 상당히 패션감각이 돋보였다.남자의 손에는 베이지색 바람막이가 들려있었다. 딱 봐도 여름의 것이었다.‘이 인간이… 아직 이혼서류에 도장도 안 찍고 이 남자 저 남자랑 어울려 다니고 있어?’순식간에 하준의 시선에 한기가 어렸다.이때 여름이 하준 일행을 보게 되었다.여름이 눈을 깜빡이더니 아무말 없이 이지훈을 쳐다봤다.이지훈인 곤란한 듯 코를 쓱 비볐다.갑자기 백지안이 입을 열었다.“지훈 씨, 아까 말하던 친구라는 게… 저 사람들이었어요?”“아, 어.”이지훈이 끄덕였다.“서머가 돌아왔는데 밥은 한 번 먹어야지. 너희들 별로 사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 따로 만나려고 했지. 우리 먼저 간다.”이지훈이 손을 흔들며 여름 쪽으로 걸어갔다.시아가 조그맣게 말했다.“다들 아는 사이인데 같이 클럽에 가서 놀면 재미있을 텐데.”다들 시아를 돌아봤다. 이주혁은 미간을 찌푸리는데 하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따.“안 될 것도 없지. 마침 내가 강 대표한테 이 험난한 비즈니스 계에서 어떻게 죽음 직전에 살아 돌아왔는지, 대체 무슨 수로 그 큰 회사들과 계약을 맺었는지 궁금해서 한 수 배우고 싶던 참이거든. 이렇게 날 꼼짝도 못하게 만들었으니 한 턱 내야 하는 거 아닌가?”여름이 느른하게 흘겨보더니 입을 열려다 말고 속트림을 했다.“아우, 죄송해요. 너무 많이 먹었나 봐. 아, 방금 뭐라고?”“……”주변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이지훈이 감탄스럽다는 눈으로 여름을 보고 있긴 했지만 하준의 차가운 얼굴이 순식간에 날카로운 분노의 기운을 뿜어냈다다들 하준의 힐난이 쏟아질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하준이 웃었다.“화신 상장가가 한껏 오르니 자기가 뭐라고 된 줄 아나 보지? 강여름, 아무리 그래 봤자 화신은 내게는 아무것도 아니야.”여름이 귀를 슬쩍 만졌다.“아 무슨 소린지 알겠다. 당신한테는 내가 확실히 고맙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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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차가 해변 별장에 도착했다.“먼저 들어가. 나는 누굴 좀 만나서 할 얘기가 있어.”“아까까지 접대 있다고 말 안 했잖아?”백지안이 농담처럼 물었다.“갑자기 생각이 나서.”하준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답했다.“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백지안은 이를 깨물고는 할 수 없이 들어갔다. 몇 마디 하려고 돌아섰는데 하준의 차는 이미 출발하고 없었다.백지안은 발을 굴렀다. 어쩐 일인지 아무래도 하준이 여름을 찾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30분 뒤, 스포츠카가 굴 전문점 앞에 멈췄다.‘지훈이 굴을 먹으러 간다고 했겠다? 서울에서 굴 좋아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집이 제일 유명하지.십중팔구 이 집에 왔을 거야.’하준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나른한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하준이 고개를 들어 바 가운데를 보았다. 굽실굽실한 긴 머리를 늘어뜨린 여자가 높은 바 의자에 앉아 노래하고 있었다. 다리 하나는 발걸이에 걸치고 다른 한 쪽은 바닥에 늘어뜨리고 있었다. 연한 청바지에 흑백 뮬이 가느다란 발목을 더 예쁘게 보이게 해주었다.아스라한 바의 조명이 여름을 비추고 있어서 밤에 핀 장미를 보는 듯했다. 치명적인 매력이 한껏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특히나 가볍게 튕기는 기타가 매력을 더하고 있었다.남자들은 그녀의 매력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고여자들은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쿨함에 소리지르고 있었다.“자, 다 같이!”여름이 의자에서 내려왔다. 손에 든 기타의 선율이 빨라졌다. 당장 무대에 서는 가수가 되어도 손색이 없을 실력이었다.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자 작은 얼굴이 드러났다. 환한 표정에 눈에서는 별이 반짝이듯 빛나고 있었다.하준의 두 다리가 붙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이 순간 여름은 무대에 선 스타 같았다. 홀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하준은 여름이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지 몰랐다. 아이돌이라는 시아보다 실력이 나은 것 같았다.기타를 치는 줄도 몰랐다.특히나 여름이 웃으면 그렇게 찬란하게 아름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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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화

“남친인가 보다. 완전 부럽다. 저렇게 여신 같은 여자랑 사귀다니.”“그러게 말이야. 난 왜 저런 복이 없냐고.”“아우, 근데 왜 갑자기 이렇게 춥지. 에어컨 온도 너무 낮은 거 아냐?”“그러고 보니 나도 좀 춥다?”“……”하준은 입을 꾹 다물고 성큼성큼 다가갔다.막 자리에 앉은 여름이 와인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여름의 동작을 제지했다.잔에 든 와인이 여름의 하얀 티셔츠에 주르륵 쏟아졌다.하필 젖은 부분이 가슴 부위라 몸의 곡선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여름이 비명을 지르며 홱 돌아 보았다. 하준의 차가운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최하준, 왜 이러실까, 진짜!”여름이 하준을 노려보고는 얼른 휴지를 집어 와인의 흔적을 닦아내려고 노력했다.그러나 아무리 닦아도 색은 선명하고 티셔츠를 투명하게 보이게 만들어 더욱 민망해졌다.“이거 입어.”도재하가 얼른 여름의 바람막이를 걸쳐주었다. 그러나 하준이 도재하의 손길을 막으며 묵직한 경고의 시선을 보냈다.“최 회장, 여자 친구가 있지 않습니까? 이건 너무 오지랖 아닙니까?”도재하가 가만히 웃었다.“내가 왜 이러는지는 강여름에게 물어 보시지.”하준이 바람막이를 잡아채서 여름에게 던졌다.“입어, 단추 잠그고!”그렇게 말하는 하준이 눈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안에 입고 있는 속옷이 자신이 사준 것이란 생각을 하니 이루 말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무슨 팔자가 진짜 이딴 인간을 만나는 거냐고.”하준의 무례한 말투에 여름은 화가 울컥 올라왔다.“나도 그게 궁금하군 그래.”단추 하나가 안 잠겨 목선이 드러나 보이자 하준은 기분이 안 좋은 듯 손을 뻗어 마지막 단추 하나를 잠가버렸다. 손가락에 닿는 실크 같은 여름의 피부가 주는 감촉에 심장이 떨렸다.‘이 여자는 대체 전생에 뭐였을까? 여우?’“어? 하준아. 여기는 어떻게 왔어?”이때 접시 가득 굴을 들고 돌아오던 이지훈이 이 장면을 보고는 눈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이지훈은 바로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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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화

이지훈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에이, 하준아. 진정해. 농담하는 거잖아.”“전혀 농담이 아닌데.”도재하가 입꼬리를 올렸다.계속되는 도발에 하준의 눈이 가늘어 지더니 냉소를 지었다.“아쉽지만 강여름은 그럴 생각이 없어. 지금 이혼을 안 해주는 건 강여름 쪽이거든.”그러면서 하준은 여름을 자신에게로 확 잡아당겼다. 여름을 날카롭게 노려봤다.“말해 봐. 나랑 이혼하고 싶은지 아닌지.”여름이 픽 웃었다.“이혼하고 싶은데.”하준의 얼굴이 굳어졌다. 여름을 잡아먹을 듯 노려봤다.‘이런 식이다? 며칠 전까지 죽어도 이혼 안 해주겠다고 난리더니 남자가 생겼다고 이렇게 밀어낸다고?’“이혼을 하고 싶기는 한데, 지금은 아니야.”여름이 말을 이었다.“당신이랑 백지안이 날 얼마나 괴롭혔어? 3년 만에 돌아와서 보니 백지안은 여전히 끊임없이 사람 환장할 못된 짓에 여념이 없는데 내가 그렇게 쉽게 FTT회장 사모 자리를 내놓을 줄 알아? 웃기지 마셔.”도재하가 바로 술을 한 잔 따르더니 인자한 얼굴로 말했다.“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나는 널 응원해. 난 기다릴게.”“고마워요.”여름이 술잔을 들려고 했다.그러나 술잔을 미처 들기도 전에 하준이 여름을 홱 잡아챘다.“따라와.”“안 됩니다. 이제 막 술도 한잔하고 재미있어 지려는 참인데.”도재하가 여름의 다른 한 손을 잡았다.“놔. 내 성질 건드리면 같은 업계가 아니라서 내가 아주 죽여버리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회사에 크게 타격은 미칠 수 있으니까.”하준이 무섭게 경고했다.두 사람의 시선이 불꽃을 튀기자 여름은 할 수 없이 도재하에게 부드럽데 말을 건넸다.“선배, 미안해요. 내가 다음에 쏠게.”“다음은 없어.”하준이 덧붙였다.“……”도재하가 피식 웃었다. 하준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듯했다.“그래, 다음에 먹자. 조심하고. 무슨 일 있으면 무조건 전화해. 난 영원히 네 편이니까.”“고마….”여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준이 여름의 어깨를 부여잡고 나가버렸다.이지훈이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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